학대

anko 2242 윳쿠리 집을 유린하자구 33kb

by 다섯개 posted Jun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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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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윳쿠리 집을 유린하자구

늑대고양이아키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름 새벽의 삼림공원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아직 사람 그림자도 없고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원 옆 공도에, 애차인 경차를 세운 남자는 끈적끈적한 더위에 몸부림치며 공원 입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찬찬히 나무들이 우거진 주위를 한 번 훑어보고는, 차 트렁크로 돌아가 뚜껑을 열었다.

 

남자는 안에 무언가가 묵직하게 채워진 배낭과, 수조처럼 옆면이 투명한 커다란 상자를 천천히 꺼냈다.

 

「영차… 자, 시작해볼까.」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배낭을 메고 공원 내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옆에 놓인 투명한 상자 바닥에는 네 개의 간소한 바퀴가 달려 있었고, 튼튼한 끈이 손잡이 부분과 연결되어 있었다.

 

남자는 끈의 반대쪽 끝을 오른손에 쥐고 그것을 끌자, 바퀴 달린 상자는 달칵달칵 작게 흔들리며 남자의 뒤를 따라왔다.

 

「흥흥흥~♪」

 

들뜬 기분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남자는 공원을 누볐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과는 반대로, 남자의 마음속에는 시커먼 속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불과 일주일 전의 일과 관련이 있었다.

 

 

 

남자는 그날 외출하기 전에 집 창문 잠그는 것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귀가했을 때는 아니나 다를까 윳쿠리 레이무와 마리사 가족에게 집을 점령당해버렸다. 얄미운 만쥬에게 집 선언을 당하고, 실내는 화려하게 어질러지고 일용품이며 가구며 못 쓰게 되어 심각한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그 점령했던 만쥬는 남자의 집요한 학대를 받고 영원히 느긋하게 되어버렸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남자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윳쿠리의 집을 모조리 박살 내주자, 라고.

 

지금 향하는 윳쿠리의 둥지는 자기 집을 어지럽힌 윳쿠리와는 전혀 무관하지만, 남자는 주제넘은 줄 알면서도 인간 대표로서 매번 남의 보금자리를 유린하는 윳쿠리 녀석들에게 복수라는 명목으로 불행을 강매해주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일방적인 힘에 의해 윳쿠리가 울부짖을 모습을 상상하니, 남자는 히죽거리는 얼굴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삼림공원 깊숙한 곳에 다다르자, 숲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남자는 몸을 숨겼다.

 

배낭에서 재빨리 쌍안경을 꺼내 그 주위를 보니, 성체 윳쿠리 몇 마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느늣, 지네 씨가 있었다구!! 아가야가 기뻐해 주면 좋겠다제!!」

「앨리스도 찾았다구, 아주 도시적인 벌레 씨야!」

「늣, 저쪽에 꽃 씨가 피어있다구! 레이무가 일등이라구!」

「무큐─, 이 풀 씨는 먹을 수 있겠네.」

 

모자를 뒤집어 그 안에 지네를 넣고 있는 윳쿠리 마리사와, 호랑나비 애벌레를 물고 기쁜 듯이 웃고 있는 윳쿠리 앨리스, 근처 화단으로 달려가는 윳쿠리 레이무, 먹을 수 있는 풀을 고르고 있는 윳쿠리 파츄리, 총 네 마리의 성체가 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새벽녘 비교적 시원한 시간대에 사냥을 하고, 더운 낮 동안의 활동을 줄이려는 목적인 듯했다.

 

남자는 소음이 시끄러운 상자를 근처에 두고, 살금살금 윳쿠리의 배후로 돌아가, 만쥬 녀석들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도망 발이 빨라 보이는 윳쿠리 마리사를 붙잡아, 금발의 땋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강한 힘으로 들어 올려져 땅에서 몸이 떨어져 나가자 마리사는 크게 비명을 질렀다.

 

「느゛느゛읏!! 마리사 하늘을 나는 것 같아아아아!!!」

 

빙글 땋은 머리를 비틀어, 얼굴을 남자 쪽으로 향하게 하자 마리사는 굳은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좋은 아침, 마리사. 느긋하게 지내고 있나?」

「이, 인간 씨!? 뭐 하는 거냐제!! 느긋하게 굴지 말고 마리사를 놓으라구!!」

 

이변을 감지한 레이무와 앨리스, 파츄리가 허둥지둥 이쪽으로 다가왔다.

 

「여기는 레이무들의 윳쿠리 플레이스라구!! 인간 씨는 느긋하게 굴지 말고 나가라구!! 레이무가 최강의 뿌꾸─ 해버릴 거라구!!」

「무큐─, 느긋하게 굴지 말고 마리사를 놓으라구!!」

「네네, 느긋하게 느긋하게.」

 

남자는 윳쿠리들의 변명을 화려하게 무시하고 레이무의 귀밑털과 파츄리의 땋은 머리를 붙잡고, 앨리스만은 양손으로 안아 올리자, 네 마리는 대롱대롱 몸을 허공에 매달린 채 남자에게 구속되었다.

 

저부를 허둥지둥 움직여보지만 인간의 강력한 악력에 당해낼 리 없고, 윳쿠리들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남자는 두고 온 투명한 상자에 윳쿠리 파츄리만을 제외하고 세 마리를 밀어 넣었다. 마치 골판지에 채워진 수박처럼 좁은 상자 안에서 서로 몸을 밀착시키는 윳쿠리들, 남자를 올려다보며 뺨을 부풀리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느늣!! 이 똥영감 뭐 하는 거야!? 느긋하게 굴지 말고 꺼내라구!!」

「이렇게 좁은 곳에서는 느긋할 수 없다제!! 느긋하게 굴지 말고 꺼내라구, 꾸물꾸물대지 말라구!!」

 

마구 소리치는 윳쿠리를 무시하고 겁에 질린 윳쿠리 파츄리를 들어 올리자, 활짝 웃으며 남자는 물었다.

 

「파츄리의 둥지로 안내해주지 않겠나?」

「무, 무큐─…… 다, 당신은 느긋하지 못한 인간 씨구나! 파츄리 가족에게 몹쓸 짓 할 거지!! 절대로 안 가르쳐줄 거야!!」

 

역시 숲의 현자를 자처하는 만큼 머리가 잘 돌아가는 파츄리는 생각했던 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남자는 버럭버럭 뒤통수를 긁으며 학대해서 실토하게 만들까 생각했지만, 나머지 세 마리도 똑같이 시간을 할애하다가는 여름방학 초등학생들이 일과로 하는 아침 라디오 체조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버리므로, 재빨리 본보기를 보이기로 했다.

 

「……그런가, 유감이지만 파츄리는 죽이기로 하겠네, 미안해……」

 

남자는 배낭에서 어린이용 가위를 꺼내 끝을 아래로 향하게 꽉 쥐고는, 파츄리의 눈을 향해 내리찍었다.

 

「무규우우우우우!!! 이갸아아아아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집요하게 내려찍는다. 이 가위는 어린이용이라서 끝이 둥글다. 인간의 피부에 세게 내리쳐도 멍이 들 정도이지 출혈은 하지 않는다, 살상력이 극히 낮은 것이다.

 

「아파앗!!! 아프다구!!! 인간 씨 그만해애애애애!!! 파츄리 뭐든지 말할 테니까아아아!!」

 

열 번째에 비명을 지르는 파츄리. 하지만 남자는 파츄리의 간청을 무시하고 더욱 횟수를 거듭했다. 파츄리의 부드러운 오른쪽 눈은 으스러지고, 뺨에는 하얀 생크림 같은 멍이 떠오르고, 고통에 연동되어 시시와 응응이 쥐어짜내진다.

 

금방 죽을 수 있는 흉기가 아니라서 고통이 계속된다. 의식은 끊어지지 않고 오열과 날카로운 비명이 몇 번이고 터져 나왔다.

 

「무규규규우우우우우우!!! 아파앗!!! 살려줘어어어!!!」

「이건 본보기야.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그런 거라구.」

「알려준다구읏!!! 그랬다구우우우!!! 파, 파츄리 보바부베게!!!」

 

힐끗 옆눈으로 상자를 보니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멍하니 벌린 채 할 말을 잃은 세 마리가 있었다. 생명의 구원도, 간절한 소원도 모두 무시하고 흉행을 저지르는 남자를 보고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무규………무규웃………무규………」

 

양쪽 눈이 으스러지고, 온몸에 심한 멍이 든 파츄리가 가위를 내려칠 때마다 「무규……」라고밖에 말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이쯤에서 용서해줘야겠다고 생각한 남자는 가위를 본래의 사용법으로 돌려 파츄리의 피부에 작게 칼집을 내고는 힘껏 양손으로 좌우로 잡아찢어 내용물을 쏟아냈다. 찢어진 밀가루 피부에서 엄청난 양의 생크림이 상자 근처에 흩뿌려졌다.

 

파츄리는 마침내 영원히 느긋하게 된 모양이다. 남자는 주검을 휙 내던지고 상자에서 레이무를 꺼내 물었다.

 

「레이무의 둥지, 가르쳐줄래?」

 

피 대신 생크림을 얼굴에 잔뜩 묻힌 남자를 레이무가 보고, 무서워서 시시를 흘리며 굵은 설탕물을 눈에서 흘린 레이무는 순종적으로 꾸벅꾸벅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파츄리의 처참한 죽음은 세 마리를 어린 양처럼 얌전하고 솔직한 윳쿠리로 바꿔놓았다.

 

――――――――――――――――――――――――――――――――――――

 

상자를 질질 끌며 남자는 오른손에 윳쿠리 레이무를 안고 레이무의 둥지를 향했다.

 

오른손의 레이무는 고개를 떨구고 떨고 있지만, 파닥파닥 귀밑털을 움직여 둥지의 방향을 남자에게 알렸다.

 

뒤따르는 두 마리는 험한 길을 억지로 나아가는 탓에, 상자가 격렬하게 흔들려 내부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귓가를 기울이면 가벼운 비명이 들려오지만 남자는 물론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앞에서 레이무의 파닥거림이 멈췄다. 남자는 레이무를 쿡 찔러 물었다.

 

「네 둥지는 여기냐?」

「그, 그렇슴미다…… 여기가 레이무의 집임미다……」

 

남자는 레이무를 내던지자, 얼굴부터 땅에 떨어진 레이무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일일이 아파하지 말라며 레이무의 얼굴을 걷어차 한마디 하자, 레이무는 울음을 참는 아이처럼 입술을 깨물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 레이무 가족을 데리고 나와. 느긋하지 않게.」

 

악마의 한마디를 들은 레이무는 원망스러운 듯 남자를 쳐다봤다. 파츄리의 일도 있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머리가 모자란 레이무라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마음을 굳히고 둥지 쪽으로 몸을 향했지만 미동도 없이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애가 탄 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레이무에게 살벌한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어이, 빨리 해. 꾸물꾸물대지 말고.」

 

「시, 싫다구우, 영, 영감탱이는 파츄리처럼 레이무의 아가야들에게 몹쓸 짓 할 거잖아!?」

 

이쪽을 돌아본 레이무는 갈라진 목소리로 거부의 자세를 보였다.

용기를 짜낸 그 모습은, 레이무 자신은 어떻게 되든 좋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주길 거면 레이무를 주기고 가라구!! 아가야들은 이 영감탱이한테서 지킬 거라구!!」

 

뿌꾸─ 하고 부풀어 오른 레이무는 둥지 앞에서 인왕처럼 버티고 섰다. 뒤에서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을 자기 아이들을 생각하며, 공포에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다리를 확실한 의지로 억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실로 불쾌하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됐으니까…… 아─ 진짜 짜증나네……」

 

나는 진심으로 하찮다는 듯 비웃으며 배낭에서 철제 '뻗어나가는 팔’을 꺼냈다.

이것은 오른손에 장착하는 굴착기 팔의 축소판 같은 것으로, 악력계처럼 손잡이 부분을 꽉 쥐면 팔이 구부러지고, 반대로 놓으면 팔이 펴지는 방식이다. 게다가 엄지손가락 근처에는 팔의 길이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달려있었다.

 

나는 뻗어나가는 팔을 재빨리 오른손에 장비하고, 둥지 앞에서 버티고 선 레이무를 걷어차 치우고, 나뭇가지로 뚜껑이 덮인 둥지 구멍을 난폭하게 후벼 팠다.

 

「그런 짓 해봤자 소용없다구!! 영감탱이는 느긋하게 굴지 말고 나가라구!!」

「뭐, 두고 보라구.」

 

둥지 구멍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나는 오른손의 뻗어나가는 팔을 둥지 구멍에 쑤셔 넣고 스위치를 눌러 벽에 부딪힐 때까지 늘렸다.

 

「역신님 드릴 모드, 온!!」

 

집게손가락 부근의 스위치를 누르자, 뻗어나가는 팔에서 ‘규이이잉 규이이잉’ 하는 강렬한 기계음이 울려 퍼지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쥐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좌우로 흔들어 둥지 안을 휘젓는 뻗어나가는 팔, 그리고──.

 

「느늣!? 뭔가 시끄럽다구, 마리사는 아직 자고… 느갸악!? 느갸아아아아아아앗!!!」

「시끄럽다구! 레이뮤는 아직… 느갸아아아앗!!! 느베갓!!! 규부규유우우우우!!!」

「느으으으아아아아앙, 엄마야아아아아!!! 엄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둥지 안에서 날뛰기 시작한 철의 큰 뱀이 행복한 잠에 빠져있던 레이무의 가족을 덮쳤다.

옆에 멍하니 서 있던 레이무의 뚱한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져 갔다. 둥지 안에서 터져 나오는 소중한 가족의 비통한 절규가 무자비하게 레이무에게 전달되었다.

 

「영감탱이!! 당장 그만하라구!! 느긋하게 굴지 말고 그만두라구우우우!!! 아가야가, 레이무의 아가야가 울고 있잖아아아아아!!」

 

둥지를 휘젓는 나의 팔에 레이무는 크게 부풀어 올라 몸통박치기를 했지만, 강인한 인간의 팔에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둥지 구멍에서 끔찍한 절규가 터져 나올 때마다 레이무는 용감하게 다시 일어나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무력한 레이무를 도발하듯 내려다보며 실소하고, 히죽히죽 뺨을 일그러뜨리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느히이이이이!! 어째서어어어어!? 느갸아아아아!!」

「더, 느긋…하게… 느그에엑……」

 

의미를 이해할 틈도 없이 고속 회전하는 팔 부분에 몸이 찢겨나가는 레이무의 가족들. 내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이건 생각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바탕 휩쓸고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쯤 뻗어나가는 팔을 둥지에서 빼냈다.

 

「느앗!! 느가아아아아아아아아앙!!!」

 

팔 끝을 보고 레이무가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며 입을 크게 벌렸다. 나도 그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작은 레이무 종의 리본과 마리사 종의 모자 조각이 붙어 있었고, 흙인지 팥소인지 알 수 없는 검은 물체가 한 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전에는 윳쿠리였던 물체. 마치 믹서로 거칠게 갈아버린 듯했다.

 

「아, 아가야아아아…… 마, 마리사아아!? 그, 그런…… 그런 일이이이이이잇!!!」

 

레이무는 기세 좋게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경련하는 절규가 메아리쳤다. 둥지 내부 상황을 그 눈에 새기고, 만신창이가 된 가족과 마주한 것이리라.

 

정말 꼴좋다. 나는 둥지 입구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 몇 개를 주워 쌓고, 구멍을 막은 뒤 흙을 덮어 꼼꼼하게 다지고, 다른 윳쿠리가 구출할 수 없도록 윳쿠리 퇴치 스프레이를 흙에 뿌리고, 더욱이 가루로 만든 고춧가루를 흩뿌렸다.

 

다음은 앨리스의 둥지로 향하기 위해, 상자에서 앨리스를 꺼내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웅얼거리는 레이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모든 흥미를 잃은 나는, 마치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폭을 크게 넓혔다.

 

――――――――――――――――――――――――――――――――――――

 

앨리스는 둥지를 안내하는 도중, 몇 번이고 끙끙거리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구원을 요청했다.

 

「오, 오빠야, 부탁이야…… 앨리스 가족만은, 살려줘──」

「너 지금까지 뭘 본 거야?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직도 몰라?」

「느기잇!!」

 

뺨을 때려 앨리스를 조용히 시켰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앨리스는 가족의 생명을 보장해달라고 졸랐다. 너무나도 끈질겨서, 한 번 꽤 세게 때리자 앨리스는 둥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멈추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동쪽 하늘의 밝음이 짙어지고 있어서 그리 시간도 없다. 이대로 누군가에게 발견되면 윳쿠리를 학대하는 이상한 오빠라는 딱지가 붙어버릴 것이다. 초조해진 나는 상자 안에서 늘어져 있는, 아마도 이동 중의 충격으로 여기저기 부딪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윳쿠리 마리사를 집어 들었다.

 

「앨리스네 집, 꾸물거리지 말고 알려줘. 알려주면 마리사는 풀어줄게.」

「느늣!? 저, 정말인 거냐제!?」

 

그것을 들은 앨리스가 확 눈을 부릅뜨고 마리사를 향해 좌우로 고개를 흔들어 '알려주지 마’라는 뜻을 전했다. 마리사는 그것을 분명히 보았지만, 자신의 안전과 나아가 가족에게 해가 미치지 않을 것을 저울질한 끝에 간단히 꺾여버렸다.

 

「……앨리스, 미안하다제…… 앨리스네 집은 저기라제……」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능숙하게 세워, 공원 연못 뒤편에 있는 작은 움푹 팬 곳을 가리켰다. 그것을 보자마자, 앨리스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마리사를 쏘아보았다.

 

「마, 마리사아아아아!!! 어째서 알려주는 거야!? 장난하지 마아아아아!!!」

「마리사는 앨리스 몫까지 느긋하게 살 거라구! 앨리스는 느긋하게 용서해줘!!」

 

승리에 도취된 으쓱한 얼굴로 마리사는 앨리스를 경멸했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앨리스의 상처는 깊어 오열하며 원망의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앨리스의 얼굴을 억지로 위로 향하게 하고, 나는 다시 악의에 찬 미소를 띠며 물었다.

 

「앨리스, 마리사네 집은 어디에 있을까나아?」

「느늣!! 영, 영감탱이, 뭐, 뭐 때문에 마리사네 집을 묻는 거야!? 바보야? 죽고 싶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챈 앨리스는 똑같이 히죽 미소짓고 한 번 냉담한 시선을 마리사에게 던지더니, 자신의 둥지 근처 커다란 석비 옆에 선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켰다.

 

「흐음, 저기구나.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이히힛.」

 

들어 올렸던 마리사를 다시 상자에 넣자, 계략에 빠졌음을 깨달은 마리사는 「약속 어기지 마라구」라며 쓸데없는 헛소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앨리스의 둥지에 도착하자, 레이무와 마찬가지로 앨리스를 내던지고 가족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했다.

 

「……알겠다구……」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전례를 알고 있는 앨리스는 망설이면서도 둥지로 기어들어가 가족을 데리고 나왔다. 얼마나 많은 수가 나올까 기대하고 있는데, 의외로 짝인 윳쿠리 레이무 한 마리뿐이었다.

 

「어라…… 앨리스 가족은 짝뿐인 거야?……」

「그래! 앨리스랑 레이무뿐이라구!」

 

너무나 실망해서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눈을 가늘게 떴다. 거짓말을 해서 아기 윳쿠리를 둥지에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둥지 구멍에 드릴을 최대한으로 돌린 뻗어나가는 팔을 가까이 가져갔지만, 앨리스와 레이무는 별달리 초조한 기색이 없어서, 아무래도 정말로 짝과 단둘이 생활하는 모양이었다.

 

「음─, 이거 곤란한데.」

 

내가 윳쿠리 집 습격에 상정하고 있는 줄거리에는, 아무래도 대가족이어야만 했다. 이 두 마리로는 역부족. 이대로 풀어줄까 연못에 던져버릴까 망설이고 있는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레이무의 몸이 짝인 앨리스보다 약간 크고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둔하며, 입 아래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것들을 종합하여 도출되는 결론은, 태생형으로 임신한 윳쿠리라는 사실이다.

 

「레이무, 임신한 거야?」

 

일단 확인을 위해 레이무에게 묻자, 레이무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고 기쁜 듯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느늣? 그래, 레이무는 엄마가 될 거라구!! 아가야는 느긋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구!!」

「그렇구나아.」

 

들윳쿠리의 임신은 대부분 식물형이다. 외적이 많은 야외 생활에서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민첩함이 필요하고, 태생형 임신은 위험 부담이 많아 혜택받은 환경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레이무는 꽤 귀중한 레어 윳쿠리라고 할 수 있었다.

 

못된 장난을 생각해낸 아이처럼 나는 뺨을 풀고 히죽,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다고 간파한 앨리스는 레이무를 데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임신한 레이무는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간단히 나에게 붙잡혔다.

 

「느늣!! 오빠야, 뭐하는 거야!? 느긋하게 굴지 말고 놔주라구!! 레이무 퐁퐁 씨 안에 아가야가 있다구!!」

「레, 레이무!! 이, 인간 오빠야!! 레이무를 놔줘!!」

「태생형 임신 윳쿠리로 놀 수 있다니, 오늘은 운이 좋네.」

 

나는 혀를 날름거리며, 두 마리의 말을 무시하고 들어 올린 레이무의 산도 구멍 근처에 양손을 대고, 손톱을 세워 고정했다. 밀가루 살을 내 손톱이 살짝 긁자, 레이무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이 영감탱이!! 느긋하게 굴지 말고 놔줘어!! 레이무는 임신 중이라구우우우!!!」

「한번 해보고 싶었단 말이지, 후후훗.」

 

나는 손에 힘을 주고, 산도를 기세 좋게 좌우로 잡아당겼다. 구멍 위아래로 금이 가고, 으직으직 하고 윳쿠리에게 불쾌한 소리와 함께 억지로 갈라지는 레이무의 밀가루 피부.

 

「그만해애애애!! 레이무에게 뭐하는 거야!!」

 

앨리스가 발밑에서 폴짝이며, 나를 멈추게 하려고 애처롭게 몸통박치기를 하고 있지만,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서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강한 힘으로 산도가 찢겨나가는 레이무는 침을 흘리고, 시시를 흘리며 눈으로 거절을 호소한다.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서서히 악력을 더해갔다.

 

「느피이이이이!! 부, 부탁이야, 레이무의, 레이무의 퐁퐁씨를 찢지 말아줘!!」

 

뱃속의 아이를 걱정하며, 모성이 강한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애원했지만 나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나와라!! 나와라!! 어서어서 나와버려!!」

「부탁이야, 그마, 그만해!! 아가야는 아직, 태, 태어나, 느갸악!!!」

 

나는 한 번 더 훗! 하고 소리를 지르며 힘을 주자 한계점을 넘은 레이무의 밀가루가 완전히 갈라져 버렸다. 내장물을 지탱하던 것이 없어지고, 중력에 따라 뚝뚝 레이무의 팥소, 그리고 기묘한 물체가 땅바닥에 질척하게 떨어졌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 레이무우우우우우!!!」

「느겨억, 느겨억…… 좀더, 느긋……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을 남기고 레이무는 영원한 느긋함으로 여행을 떠나갔다. 나는 레이무를 버리고 레이무 안에서 떨어진 물체를 빤히 쳐다보았다.

 

「우웩, 징그러.」

 

그것은 아기 윳쿠리가 되기 전, 레이무의 뱃속에서 성숙 과정에 있던 태아였다. 노란 막과 함께 떨어진 그것에는 눈이 없었고, 머리카락도 아주 조금밖에 붙어있지 않았다. 몸을 보호하고 있던 막 너머로 쿡 찔러보니 부르르 한번 떨고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밖에도 몇몇 미성숙한 윳쿠리가 강제로 토해내진 듯했지만, 어느 녀석이나 얼굴 부위가 부족한 것들뿐이었다.

 

「아하핫, 이거 뭐야 재밌네─」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스럽게 뻗어나가는 팔 끝으로 짓뭉개면서 내가 낄낄 웃고 있자, 강한 충격을 받고 돌아보았다. 눈물을 흘리며 험악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는 앨리스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감히, 감히 앨리스의 아가야를!! 감히 앨리스의 레이무를!! 절대로 용서 못 해!! 주겨버릴 거야!!!」

「너 바보구나…… 저기 저 실패작들한테 정신 팔려 있을 때 도망쳤으면 됐을 텐데.」

 

나는 몸통박치기를 하려던 앨리스를 몸을 휙 돌려 가볍게 피하고는, 등 뒤에서 앨리스의 머리카락을 잡고 농구의 롱슛을 하는 요령으로, 다리의 탄력을 이용해 앨리스를 허공으로 던져 올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앨리스는 날아갔고, 떨어지는 곳은 연못 한가운데쯤이었다.

 

첨벙──!!

 

수면에 세차게 내동댕이쳐진 앨리스는 곧바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가라앉으면서도 앨리스는 나를 쏘아보며,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하고 마지막까지 원망하며 사라져 갔다.

 

「제법 근성 있는 윳쿠리였네.」

 

나는 앨리스의 둥지 입구를 막고, 레이무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윳쿠리가 살 수 없도록 조치했다. 남은 건 마리사뿐이다. 나는 겁에 질린 마리사를 둘러메고 앨리스가 가르쳐준 둥지로 천천히 다가갔다.

 

――――――――――――――――――――――――――――――――――――

 

단 한 마리 남겨진 마리사는 순종 그 자체였다. 둥지 앞에서 풀어주고, 불러오라고 명령하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마리사는 둥지로 기어 들어갔다. 어쩌면 친구였던 앨리스를 간단히 버렸듯이, 가족도 버리고 자기만 살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솔직한 마리사로 있는 이상은, 해를 가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둥지 구멍에서 총 12마리의 윳쿠리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 오빠야…… 마, 마리사 가족을 데려왔다제!」

 

종기 다루듯 내 눈치를 살피며 보기 흉한 억지 미소를 짓는 마리사와, 마리사에게 불려 나와 잠이 깬 짝인 레이무와 그 아이들은 불만스럽게 내 발밑으로 뛰쳐나왔다.

 

「느늣! 어째서 인간 씨가 있는 거야? 레이무들의 수면을 방해하지 말라구!! 느긋하게 굴지 말고 사라지라구!!」

「똥영감은 달콤달콤 씨를 내놓는 거다제! 마리쨔의 노예로 삼아주겠다제!!」

「바보 같은 낯짝의 똥영감을 보고 있으니 느긋할 수가 없다구!! 레이무들은 느긋하고 싶으니까 영감탱이는 어서 죽으라구!」

 

나라는 인간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전혀 모르는 일가는, 자신만만하게 이쪽을 향해 도발해왔다. 온갖 욕설을 무시하고 빙글빙글 미소 지으며 마리사에게 눈짓하자, 재미있을 정도로 경련하는 얼굴을 만든 마리사가 일가를 제지했다.

 

「그, 그만두라구!! 이 오빠야는 아주 무서운 인간 씨라구!!」

「마리사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런 쓰레기 인간은 레이무가 뿌꾸─ 하면 한 방이라구!!」

「엄마야 말이 맞는고졔! 쓰레기 인간은 최강 마리사 씨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고졔!!」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화가 나고, 이대로는 집 습격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가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과도를 꺼내 아기 마리사를 휙 집어 들고는 슥슥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느응느응느응싹둑느응느응느~응♪」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기 마리사의 온몸을 도려낸다. 아기 마리사는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고통에 목이 터져라 절규했다.

 

「느갸아아아아!! 아야아아아아아아아!!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의 아가야에게 뭐하는 거야아아아아!!! 이 영감탱이, 느긋하게 굴지 말고 놔줘어어어!!!」

 

레이무는 폴짝폴짝 뛰거나, 몸통박치기를 해 보이는 등 항의하고 있지만, 나는 특기인 하단 발차기로 레이무를 조용히 시키고 사과 껍질 벗기듯 아기 마리사를 벗겨냈다. 뺨, 등, 혀, 머리카락, 땋은 머리, 한쪽 눈, 다리, 온갖 부위를 파괴하고 아기 마리사를 풀어주자, 온몸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부모를 찾아 기어가기 시작했다.

 

「느히─잇…… 아파아…… 아파아……」

「아가야아아아아안!!! 엄마야가 낼름낼름 해줄게에에에에에!!!」

 

자기 아이를 생각하며 다가온 레이무 앞에서 나는 기세 좋게 과도를 내리쳐, 아기 마리사를 순식간에 꼬치로 만들어 보였다. 중추팥소가 뽑힌 아기 마리사는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영원한 느긋함으로 초대되었다.

 

「어어어째서어어어어 그런 짓을 하는 거야아아아아아!!!」

 

입가를 비틀어 나는 레이무의 시선에 맞추듯 쪼그리고 앉아, 한쪽 눈만 크게 뜨고 레이무에게 물었다.

 

「그래서, 다음은 어느 놈으로 할까?」

 

소리치던 레이무가 한순간에 경직되었다. 이 태평하고 무지한 레이무는 마침내 나라는 인간을 이해한 듯, 돌변하여 헤실헤실 마리사와 똑같은 억지 미소를 띠더니, 갑자기 사죄하기 시작했다.

 

「레, 레이무가 잘못했다구!! 이 똥영… 아, 아니 오빠야! 느긋하게 용서해달라구!! 부탁이라구!!」

「마리사도 사과한다제!! 제, 제발 마리사의 아가야들을 괴롭히지 말아달라제!!」

 

윳쿠리식 땅에 엎드려 빌기라고 해야 할까, 머리를 조아리고 몇 번이고 땅바닥에 이마를 문지르는 부모 윳쿠리 두 마리. 그 비참한 모습을 아이들은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용서해줄 테니 거기 일렬로 서. 한번 서면 절대로 움직이지 마.」

「아, 알겠슴미다!! 줄 서겠슴미다!!」

 

부모의 호령에 따라 윳쿠리들이 남자의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마치 군대의 신병을 훈련시키는 중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어쨌든 얌전해진 일가를 등지고, 남자는 본래 목적인 윳쿠리 집 부수기를 감행했다. 오른손에 장착한 '뻗어나가는 팔’을 둥지 안에 밀어 넣어, 차례차례 내부를 파헤쳐 나갔다.

 

「느깟!! 레, 레이무의 보물 씨가!!」

「아, 아가야 조용히 있으라구!!」

 

아이 레이무 한 마리가 파헤쳐진 물건 속에서 나온 하늘색 구슬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무래도 흙투성이인 이 구슬이 아이 레이무의 보물인 모양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파헤치자, 그 밖에도 몇몇 윳쿠리들의 일용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페트병 뚜껑, 작은 나뭇조각, 방금 전의 구슬, 납작한 조약돌 등.

차례차례 둥지 앞에 꺼내지는 물건들. 집이 파괴당하는 마리사 일가는 줄을 선 채 굴욕을 견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벌레 사체나 꽃, 풀 등, 윳쿠리들이 저장해둔 식량을 끄집어낸 남자는, 일련의 작업을 마치고 그것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것들뿐이네. 너희들 정말 쓰레기 벌레 같은 생활을 하고 있구나.」

「……읏!?」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레이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압도적인 남자의 힘 앞에 굴복한 그들에게 반박할 말은 없었다. 남자는 슬그머니 구슬을 집어 아이 레이무 앞에 들어 보였다.

 

「이 구슬 네 거야?」

「맞다구!! 레이무의 소중한 보물 씨라구!! 느긋하게 굴지 말고 돌려달라구!!!」

「흐음.」

 

남자는 구슬을 근처에 있던, 공원 조성 기념으로 설치된 석비의 대좌에 올려놓고는, 망치를 꺼내 내려쳐 구슬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느아아아아앙!!! 레이무의 보물 씨가앗!! 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거야아아아!!」

「너희들도 내 집을 점령하고 마음대로 했잖아. 이건 보복이야.」

「그런 거 모른다구우우우!!!」

 

아이 레이무가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이것은 집을 파괴당한 남자가 화풀이로 시작한 일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하는 동안에도 일본 전역의 무고한 집들이 윳쿠리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 규모로 보나 윳쿠리 전체의 죄로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페트병 뚜껑은 뭐에 쓰는 거야?」

「그, 그것은 물 씨를 꿀꺽꿀꺽할 때 쓰는 검미다……」

「흐음.」

 

구슬과 마찬가지로 망치로 박살 내자, 찌그러진 페트병 뚜껑은 납작하게 뭉개져 그릇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느그읏…… 느긋……」

 

소중한 물건들이 차례차례 부서져 간다. 가족의 추억이 무자비하게 해체되는 것을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가는 눈물을 흘리며 떨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중 천 조각을 발견한 남자는, 그것을 잡아당기자 레이무 종의 더러운 리본이 나왔다. 그것을 보자마자 어미 레이무가 줄에서 벗어나, 남자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개 씨에게 물려 죽어버린, 레이무의 귀여운 아가야의 유품임미다앗!! 그것만큼은 돌려주시길 바람미다!! 부탁함미다앗!!!」

 

아무래도 그것은 일찍 죽은 레이무 딸의 유품이었다. 이것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는 필사적인 레이무는 매달리듯 남자에게 간청했다. 남자는 그런 재미있는 물건을 물론 돌려줄 생각도 없이, 가위를 꺼내 레이무에게 보란 듯이 잘게 잘라버렸다.

 

「느아앗!! 느아아아앗!! 아가야의 유품 리본 씨가앗!!!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안됐네. 다음 아이가 죽으면 소중히 간직하도록 해!」

 

찢어버린 장본인인 남자는 히죽거리며 바보 취급하듯 웃어 보이며 레이무를 위로했다. 너에게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레이무는 남자를 쏘아보았다.

남자는 한바탕 집을 부수고 만족감을 얻었으므로, 마지막으로 근처에 구덩이를 파고 모든 살림과 식량을 그곳에 넣은 뒤, 바비큐 등에 사용하는 젤리 형태의 착화제를 듬뿍 뿌리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곧 붉은 불꽃이 타오르며, 일가의 추억과 생명을 이어주던 보존식 전부가 재로 변해갔다.

 

「상쾌─! 엄청 상쾌─!!」

 

목적을 달성한 남자는 마음껏 우월감에 잠기며, 탈진하여 불꽃을 바라보는 윳쿠리들을 본체만체 둥지 구멍 메우기 작업에 착수했다. 고춧가루와 윳쿠리 퇴치 스프레이를 이용해 마찬가지로 두 번 다시 들어갈 수 없도록 봉쇄하고는,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윳쿠리들은 집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게 될 것이다. 이 여름철, 윳쿠리의 천적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낙오되어 사라질지를 상상하며 남자는 반짝이는 눈으로 마음을 들뜨게 하며 경차로 돌아갔다. 남겨진 11마리의 윳쿠리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를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모든 것이 불타버린 슬픔에 고개를 숙인 마리사 일가. 새어 나오는 오열이 더욱 비참하고 한심하게 느껴져, 어미 레이무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그것을 억누르려 했다.

그 악마 같은 인간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비 마리사는 짝인 레이무와 아이들을 둥지로 돌려보내려 했을 때, 마침내 자신들의 둥지가 막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느늣!! 마리사네 집이 없어졌다구!!」

「느으으아아아앙!! 이제 집에 가고 싶다구우우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참상에 아이들은 전염된 듯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어미 레이무도 자존심과 사랑하는 아이, 그리고 유품인 리본을 유린당한 것이 상당히 충격이었는지 여전히 웅크리고 있었다. 아비 마리사가 하늘을 보자 태양이 이미 얼굴을 내밀고 아침 햇살이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공원 중앙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인간이 돌아온 것은 아닐까, 마리사는 심어진 공포에 움찔 몸을 떨었다. 그 방향을 보니 방금 전의 인간이 아니라 노인이 라디오 카세트를 들고 무언가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이럴 수가 없다구! 라디오 체조 씨가 시작된다제!! 모두, 느긋하게 굴지 말고 피난하는 거라구!!」

 

라디오 체조라는 말에 울고 있던 윳쿠리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곧바로 모두 함께 뭉쳐 이동을 시작했다. 마리사 일가는 어째서인지 라디오 체조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라디오 체조를 하러 오는 초등학생들이 이 근처 윳쿠리들을 잡아 심한 장난을 치기 때문이었고, 얼마 전 불행하게도 생포된 다른 레이무 일가가 축구공 대신 걷어차여 살해당하고, 무참한 주검으로 버려져 있었던 것이다.

마리사는 서둘러 이 구역을 관리하는 대장인 파츄리를 찾아가 둥지 앞에서 불렀다. 대장 파츄리 일가는 이미 새벽 사냥을 마치고, 유유자적한 늦잠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는지 잠이 덜 깬 파츄리가 졸린 눈으로 맞이했다.

 

「무큐─? 그렇게 서둘러서 무슨 일이야?」

「대장! 도와달라구!! 인간 씨에게 습격당해서 마리사네 집이 부서져 버렸다구!!」

 

마리사는 새벽녘의 일을 파츄리에게 알리자, 파츄리는 슬픈 듯 눈을 내리깔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무큐─……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다구!! 그래서 마리사들을 대장네 집에 들여보내줬으면 한다구!!」

 

대장 파츄리는 순간 말문이 막혀 굳어버리더니,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총 11마리의 윳쿠리가 지친 얼굴로 대장 파츄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일부러 헛기침을 한 대장 파츄리는 빙글 몸을 돌려 둥지로 돌아가더니 뚜껑을 닫고, 둥지 안에서 일가에게 대답을 보냈다.

 

「아, 아무래도 이만큼 많은 윳쿠리는 파츄리네 집에 들어갈 수 없다구! 다른 곳을 알아보라구!!」

「어어어째서 그런 마아아알을 하는 거야아아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11마리나 되는 대가족을 받아들일 여유는 어느 들윳쿠리에게도 없을 것이다. 그 학대 오빠의 노림수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마리사는 차례차례 지인들을 찾아가 숨겨달라고 부탁했지만, 11마리라는 숫자가 족쇄가 되어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것이 소용없음을 깨달았을 무렵에는, 이미 공원 중심에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마, 마리사 큰일이라구!! 이제 곧 라디오 체조 씨가 시작된다구!!」

「느―……느긋하게 있을 시간 없다제, 모두 함께 공원을 나가자!」

「느아아아아앙!! 느긋하고 싶다구우우우우!!! 느긋하게 해달라구우우우!!」

 

떼를 쓰는 아이들을 달래며, 마리사 일가는 공원 뒤편에 있는 샛길을 통해 공도로 뛰쳐나왔다.

햇볕이 내리쬐는 빛 때문에 콘크리트 길은 열기가 더해지고 있었다. 한낮이 되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동이 느린 아기 윳쿠리를 모자 위에 태우고 갈 곳도 없이 헤매는가 싶었지만, 마리사 일가의 운명은 두 명의 인간 아이들에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아앗―!! 윳쿠리가 있다―!! 켄쨩!! 윳쿠리가 있어!!! 잡자!!」

「진짜냐!!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엄청난 속도로 등 뒤에서 다가오는 인간 아이들. 하염없이 「느긋하게 있으라구!」를 반복하자, 대답하는 본능적인 부분이 자극된 일가는 도망치기도 전에 입이 먼저 반응해버렸고, 순식간에 11마리는 붙잡히고 말았다.

 

「느히이이이이!! 인간 씨네 아이 씨들!! 마리사들을 봐달라구!! 부탁이라구!!」

「네네, 느긋하게 느긋하게―, 켄쨩, 11마리나 있는데 어떡할 거야?」

「서둘러 귀밑털이랑 땋은 머리를 묶어서 고리를 만드는 거야, 그리고 적당한 나뭇가지에 걸어두자!」

 

가족들은 무자비한 인간 아이들에게, 귀밑털과 땋은 머리를 억지로 잡아당겨져 여러 마리가 고리 모양으로 단단히 묶였다. 근처 나뭇가지에 곶감처럼 일가를 나란히 걸어두고, 아이들은 라디오 체조를 하러 달려갔다.

 

「아파아아아앗!! 마리사의 땋은 머리 씨가 늘어나 버린다구우우우우!! 내려달라구우우우!!!」

「느긋, 느긋!! 레이뮤를 좀 더 느긋하게 해달라구!!」

 

붙잡힌 채로는 다른 레이무 일가처럼 희롱당하다 죽임당할 것이 뻔하다고, 아비 마리사는 탈출하기 위해 몸을 흔들었지만, 흔들면 흔들수록 옆에서 귀밑털이 묶인 아이 레이무가 아파해서 생각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레이무의 파닥파닥 씨가 아파하잖아아아아!! 뭐하는 거야아아!!」

「아, 아가야 미안해! 하지만 느긋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구! 느긋하게 이해하면 참아줘!!」

 

우두둑 우두둑 아이 레이무의 귀밑털을 잡아 뜯으면서, 아비 마리사는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라디오 체조를 마친 아이들이 헤실헤실 웃으며 다가와 고리가 된 윳쿠리들을 움켜쥐었다. 두 명이라고 생각했던 인간 아이들은 동료를 불러 다섯 명이 되어 있었다. 손에는 어제 불꽃놀이에서 남은 선향 불꽃이나 로켓 불꽃이 쥐어져 있었다.

 

「저쪽 아기 레이무 빌려줘!」

「어떻게 하려고?」

「로켓 불꽃에 묶어서 날리는 거야.」

 

로켓 불꽃을 땅에 꽂고 화약이 든 머리를 하늘로 향하게 했다. 노란 모자를 쓴 리더 격의 소년은 고무줄로 아기 레이무를 로켓 불꽃 머리에 묶고는, 모두를 불러 도화선에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느깃!! 엄마야아아 살려줘어어어어!!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어어!!」

「레이무의 아가야아아여!! 뭐하는 거야!! 그만두라구!!! 느긋하게 굴지 말고 내려줘어어어!!」

 

도화선은 슈파파팟 하고 흩어지는 소리를 내며 화약에 도달했고, 로켓 불꽃은 파랗고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느으으아와아아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파아앙!!──.

 

날카로운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 난 아기 레이무. 그것을 보고 아이들은 깔깔대며 크게 웃고는 남은 로켓 불꽃에 모든 아기 윳쿠리를 묶어 불을 질렀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잔학성은 순식간에 마리사의 아기 윳쿠리들을 공중분해시켰다.

 

「느아아아앗!! 아가야!! 레이무의, 레이무의 아가야가아아아아!!」

「오케이, 다음 가보자! 아이 레이무를 사방으로 고정하고 선향 불꽃 떨어뜨려주자!!」

 

곤충 표본처럼, 산 채로 사방이 바늘로 고정된 아이 마리사는 공포에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부모를 향해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원에 가로막혀 그 모습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 정도는 돼야 화려함이 살지. 선향 불꽃 따위 여자애들 불꽃이잖아.」

 

소년은 20개 묶음으로 된 선향 불꽃에 일제히 불을 붙였다. 작은 빨간 구슬은 옆 구슬과 달라붙어 이상하게 커졌고, 구슬만 한 불꽃이 파치파치 하고 터지고 있었다. 천천히 아이 마리사 머리 위에 그 거대한 선향 불꽃을 가져다 대고, 타서 떨어질 때를 소년들은 킥킥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꿍꿍이가 있음을 알고, 고정된 채 머리 위에 거대한 불덩이를 기다리는 아이 마리사는 비명을 질렀다.

 

「살려줘어어어!! 느긋하게 해줘어어어!!」

 

툭 하고 받침 부분이 타서 떨어진 선향 불꽃이 아이 마리사 머리 위에 직격했다. 순간적으로 유리세공품을 녹일 정도의 고온은 순식간에 아이 마리사의 모자를 태우고, 머리카락을 뚫고, 피부를 찢고, 팥소를 헤집고, 중추팥소를 불태워버렸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하하, 이거 최고잖아!」

 

아이 윳쿠리들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그것에 질린 아이들은 남은 어미 레이무를 사용해 축구가 아닌 '윳커’를 하기 시작했다. 아비 마리사는 어미 레이무가 죽은 후의 비축분으로서, 나무 위에 매달려 텅 빈 표정으로 윳커를 즐기는 소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개의 발이 레이무를 걷어차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레이무의 얼굴은 마찰로 벗겨지고 부풀어 올라, 이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한 소년이 공원 울타리에 레이무를 걷어찼지만, 크게 빗나간 레이무는 민가 벽에 격돌하여 그 윳생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쓸모없게 된 레이무 대신 아비 마리사가 붙잡혔다. 다음은 마리사의 차례였다.

그저 느긋하고 싶었을 뿐인데,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마리사는, 아무 생각 없이 공이 되는 것에 전념했다. 격렬한 아픔도 깊은 슬픔이 완화시켜준다. 마리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계속 걷어차였다.

마리사의 윳생의 막이 내리는 것은, 이제 곧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