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 후타바 / 나나시
번역자 : ?
번역 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anko2757 경계선 - 1
제재, 자업자득, 구제, 무리, 게스, 도스마리사, 희소종, 독자설정
- 나나시
[내보내! 당장 여기서 내보내라제!]
한 마리의 윳쿠리마리사가, 무언가 큰소리로 주변에 마구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그런 마리사 주변에는 여러 명의 인간이 있고, 그 폭언은 그들을 향한 것인 듯했다.
하지만, 내보내! 라는 주장이 물색하게, 지금 이 마리사는 흔히 말하는 투명한 상자라는 좁은 공간에 구속되어 있었다.
[어이, 영감탱이! 안 들리냐제! 마리사님을 이런 데 부당하게 구속해도 된다고 생각하냐제!
이건 명백한, 협정, 위반이다제! 무리의 모두가! 아니, 도스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제!
알았으면 냉큼 마리사님을, 풀어주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
더러운 말투로 주변에 있는 인간들에게 욕을 하며 자신의 처우가 부당함을 호소하는 마리사.
흥분상태로 좁은 투명한 상자 안에서 덜컹덜컹 날뛰고 있지만, 당연히 그 정도로는 상자는 끄떡도 없다.
[음, 그럼, 이 녀석이 말씀하신 그 마리사입니까?]
투명한 상자 주변에 있는 인간 중, 한 명의 남자가 옆에 있는 노인에게 말을 건다.
[맞습니다. 이 마리사가 미리 말했던 마리사입니다.]
옆에 있던 노인이 남자의 말이 맞다고 한다.
[흠. 뭐,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그냥 멍청한 게스군요, 이거.
딱히 붙잡아둘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에서 뭉개버려도 아무 문제 없었을 거에요.]
남자는 마리사를 슬쩍 겉눈질로 보면서 말한다.
[분명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가 산 바로 옆이라는 점도 있어서 말입니다.
뭔가 협정에 문제나 오해가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서, 이렇게 일부러 잡아두고, 이렇게 오시라 부탁한 겁니다.
이 일이 다른 종족 간의 문제라서, 저희도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돼서.]
노인은 약간 미안하다는 듯이 남자에게 말한다.
[하, 하아. 뭐, 그렇군요.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요.
어쨌든 이 마리사만 게스인지, 윳쿠리 무리 전체가 게스인지를 조사해볼 필요는 있겠군요.
말씀하신 게 정말이라면, 무리 전체가 게스화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그 경우엔 역시, 인간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기 전에 일제구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에게 노인은,
[………그렇습니까.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 없었는데 유감입니다.]
하고 작게 말했다.
자, 이곳은 어느 마을의 낡은 창고 안.
지금, 상자에 같혀 있는 마리사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남자는, 윳쿠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국영기관의 인간이며,
그와 대화하고 있는 노인은 이 마을의 촌장이다.
도대체 이 마리사는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길래 갇혀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상당히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마을에서는 흔히 하듯이 근처 산에 사는 윳쿠리들의 무리와 협정을 맺고 있었다.
그 주요 내용은 정해진 수 이상으로 윳쿠리의 수를 늘리지 않는 것과, 산에서 마을로 내려와 인간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것 등이다.
산에 있는 윳쿠리의 무리는 꽤나 예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그래서 당연히 협정을 맺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는 무리의 윳쿠리들도 협정을 잘 지켜서, 딱히 특별한 트러블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소한 계기로 그 평온이 위협받게 된다.
그 계기는, 마을사람이 산 옆에까지 밭을 확장한 것이었다.
어느 날 일이다. 평소대로 밭주인이 산의 입구 근처에 있는 자신의 밭으로 가자, 윳쿠리들이 밭 주위를 둘러싸고 밭을 엿보고 있었다.
밭주인은 놀랐다. 왜냐면, 이런 곳까지 윳쿠리들이 내려오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윳쿠리들은 좀 더 산 안쪽에 살고 있어서, 이렇게 산 아래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뭐, 이곳은 산 바로 앞이고, 가끔은 이런 일도 있을 법하다.
딱히 마을에 침입한 것도 아니고, 밭을 어지럽히려는 기색도 없다. 그래서 밭주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윳쿠리들은 아직은 그때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 금방 가버렸기에,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밭을 둘러싸고 관찰하는 윳쿠리들은, 날이 갈수록 수가 늘어만 갔다.
딱히 밭에서 작업하는 주인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역시나 심란해진다.
그리고 윳쿠리들은, 소근소근 무언가 자기들끼리 속삭이고 있었다.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
뭐, 하지만 밭을 갈고 있는 남자도 바보는 아니다. 이 윳쿠리들의 목적이, 자신이 기르고 있는 야채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어떻게든 해서 야채를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인 밭주인을 건드리는 것은 중대한 협정위반이다.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간 실행범은 물론 무리 그 자체가 구제될 가능성조차 있다.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무언가의 강한 패널티를 먹일 게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윳쿠리들은 야채를 눈앞에 두고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협정은 남자쪽에도 귀찮은 문제를 일으켰다.
윳쿠리들이 그저 보고 있을 뿐인 이상, 설령 재수없고 기분 나쁘더라도 남자 쪽에서 먼저 건드릴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밭 바로 앞에서부터 산의 영역이기 때문에, 윳쿠리들이 그 장소에 있는 건 뭐라 할 수도 없다.
바로 여기서 서로가 상대를 썩 달갑게 여기지 않는데도,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경직상태가 생겨나 버렸다.
이런 경직상태라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법이다.
상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는 상황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쌓이게 한다.
바로 눈앞에 있는 야채를 건드리지 못하는 윳쿠리.
자신의 밭 바로 근처에 모여있는 윳쿠리를 구제하지 못하는 밭주인.
쌍방의 관계는 한 번도 서로 말을 섞어보지 않았더라도,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그리고 먼저 참을 수 없게 된 것은, 윳쿠리 쪽이었다.
어느 날, 밭주인이 평소처럼 자기 밭에 도착했을 때, 눈앞의 광경에 경악했다.
여러 마리의 윳쿠리가 밭 안으로 침입한 게 아닌가!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는가.
그는 언젠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반쯤은 예상하고 있었던 눈앞의 광경에 한숨을 쉬고, 윳쿠리들을 향해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어이, 너희들 그런 데 모여서 뭐하자는 짓이냐? 보면 알겠지만, 여긴 내가 경작하는 밭이다.
여길 무단으로 침입한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알 텐데?
얼른 산으로 돌아가서 이제 두 번 다시 여기 오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봐줄 테니 얼른 꺼져.]
남자는 밭에 침입한 윳쿠리들을 향해 가볍게 뱉어내듯 말한다.
다행히도, 보기에는 밭 안에 있는 야채를 건드리지는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이 윳쿠리들은, 밭에 침입하긴 했지만 야채는 전혀 건드리지 않은 모양이다.
평범한 야채도둑윳쿠리라면, 밭에 들어온 순간 내집선언을 하고, 곧바로 야채에 달려들어 물어뜯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발각된 경우, 멍청한 개체라면 이곳은 자신의 윳쿠리플레이스라고 주장하다가 뭉개지고, 조금 현명한 개체라면 바로 달아나려고 하다가 뭉개진다.
참고로 정말로 현명한 개체라면, 애초에 야채도둑질 따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남자의 눈앞에 있는 윳쿠리들은, 아무도 해당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밭의 중심부에 당당히 자기집인 양 자리 잡고 앉아서, 마치 남자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그 표정에는 윳쿠리 특유의 뻔뻔함이 묻어나 있어, 왠지 잘 모르겠지만 믿는 데가 있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그 윳쿠리들은, 남자가 하는 말에 믿겨지지 않는 답변을 한 것이었다.
[느느? 인간씨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제?
마리사님이랑 동료들은, 협정으로 정해진, 윳쿠리무리 고유의 영토에서, 그저 느긋하게 있을 뿐이다제!
도리어 나가야 할 건, 인간씨 쪽이다제!]
[맞다구! 레이무랑 동료들은 나쁘지 않다구! 그저 정해진 룰에 따르면서 느긋하게 있을 뿐이라구!]
[먼저 협정을 맺어달라고 한 건, 인간씨 쪽인데, 도리어 먼저 그 약속을 어기려는 거야?
촌것이네!]
[…………아?]
차례차례 영문 모를 주장을 하는 윳쿠리들에게,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인 밭주인. 완전히 의미불명이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이 녀석들은? 이게 흔히 말하는 내집선언이라는 건가?
아니, 아무래도 그거랑은 좀 다른 것 같다.
왜냐면 보통 내집선언이라는 것은, 아무도 없을 때를 노려서, 윳쿠리가 지금부터 여기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겠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시스템 자체는, 일일이 논의할 것도 없이 모순과 파탄을 내포하고 있는, 말하자면 목소리 큰놈이 먼저 말하면 장땡이라는, 하찮은 것이지만, 윳쿠리들에게는 중요한 의식인 듯해서, 자신의 영지를 주장한다면 분명 내집선언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윳쿠리들은, 협정에 따라 내집선언을 할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이곳이 자신들의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이!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
여기는 마을 인간의 영지고, 내 밭이다! 윳쿠리무리의 진지는 좀 더 산 안쪽일 텐데!]
윳쿠리들의 태도에 목소리가 흐트러지는 밭주인. 당연하다.
자신의 토지에 어느 날 갑자기 와서, 여기는 자기들 고유의 영토라고 한들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냥 내집선언을 했으니까 여기는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똑 같은 헛짓이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된다.
[무슨 소리냐제! 야채씨가 멋대로 솟아나는 이 윳쿠리플레이스는, 마리사님의 무리 고유의 영토라고, 아까부터 말했잖냐제!
협정으로도, 윳쿠리는 산속이라면, 마음대로 느긋해도 된다고 정해져 있다제!
이 장소도, 산속에 들어가니까 마리사님이랑 동료들 것이다제!]
[계속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구! 레이무 뿌꾸- 할 거라구!]
[정말이지! 정해진 최저한의 룰조차 지키지 못하다니, 완전히 촌것이네!]
화를 내는 윳쿠리들.
[칫, 이것들…]
하지만 밭주인은, 그런 윳쿠리들의 모습을 보고, 이 똥주머니들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야생의 윳쿠리는 기본적으로, 야채는 흔히 보이는 풀이나 나무처럼 멋대로 솟아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윳쿠리가 보기에는 야채라는 건 특정한 장소에서밖에 나지 않는 지하자원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야채가 멋대로 솟아나는 장소(실제론 인간이 경작하는 밭)는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극상의 윳쿠리플레이스인 것이다.
그리고 이 마리사랑 다른 윳쿠리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윳쿠리 무리의 영역에 바로 딱 붙어있는 토지에, 야채가 멋대로 솟아나는 윳쿠리플레이스가 출현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던 장소에 갑자기 풍성한 지하자원이 잠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의 마을 영역 안에 있는 밭이라면 포기할 수 있지만, 이렇게 산의 바로 옆에 있는 이 윳쿠리플레이스를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던 마리사와 여러 윳쿠리들은,
이 장소가 처음부터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작전을 짠 것이다.
인간의 영지에 있는 야채를 훔치는 건 안 되지만,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멋대로 솟아나는 야채를 먹는 건 협정의 룰에 따라 아무런 문제도 안 된다는 억지다.
윳쿠리들에게 있어서 다행인 점은 이 장소가 산의 경계선 바로 옆이었다는 것이다.
이곳도 산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면, 그냥 막 부정하기엔 미묘한 위치이다.
그래서 마리사와 동료들은, 남자의 밭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이곳은 자신들의 영토라는 주장을 펼쳐서,
기정사실로 만드려고 하는 것이다.
[겨우 이해했냐제! 여기는 마리사님이랑 동료들의 윳쿠리플레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냉큼 나가라제! 지금이라면 그냥 봐주겠다제!]
입을 다물고 있는 밭주인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는지 고압적인 태도로 말하는 마리사.
[아아, 이해했다고. 너네들은 말로 듣던 것 이상의 똥덩어리라는 걸 말야.]
그 말만 하고, 밭주인은, 살기를 띄며 마리사와 다른 윳쿠리들에게 다가간다.
물론 뭉개버리기 위해서이다.
윳쿠리들이 무슨 주장을 하든 이곳은 마을의 영토이고, 밭은 남자의 토지이다.
그러니까 협정위반은 윳쿠리들 쪽이고, 즉 이것은 필연적으로 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느느! 영감탱이가 화났다제! 도망친다제!]
[오오, 무서워! 무서워!]
[정말이니 촌것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의외로, 민감하게 자신들의 위험을 느낀 윳쿠리들은 곧바로 퇴각해 버렸다.
뭐, 어차피 윳쿠리가 달리는 속도라서, 쫓아가서 뭉개버릴 수도 있지만, 밭주인은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왜냐면 윳쿠리들은 밭에 들어와있었을 뿐 피해는 없었고,
게다가 뭔가 좀, 저런 쓸데없는 것들을 필사적으로 쫓아가 뭉개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얼간이 같았다.
[젠장, 뭐 어쩌란 거야.]
지쳐버린 밭주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걸로 사태가 수습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도리어 이 사건을 계기로, 남자의 밭에는 더 자주 윳쿠리가 나타나게 돼버렸다.
게다가 그 윳쿠리들의 행동은 의심이 갈 정도로 일치하고 있다.
남자가 밭에 오면, 윳쿠리들이 밭 중심부에 당당히 자리 잡고 앉아 이곳은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하듯이 느긋하게 있다.
그리고 남자의 모습을 보면, 이곳은 윳쿠리 무리의 고유의 영토라고 얼른 말을 내뱉고 도망친다.
매일 이런 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행이, 야채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기에(만약 건드렸다면, 쫓아가서라도 뭉갰을 것이다.)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매일 이런 짓을 해대니 밭주인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저 이곳은 자신들의 토지라는 기정사실을 만드려고 하는, 윳쿠리들의 작전은 효과가 있긴 했다.
매일같이 밭에 있는 윳쿠리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밭주인은, 윳쿠리가 그곳에 있다는 것에 그다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밭주인이 윳쿠리가 거기 있는 게 흔한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이 장소를 윳쿠리의 것이라고 밭주인이 인정할 리는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그저 그냥 뭔가 재수없는 것들이 보이네 하는 정도의 인식일 뿐이다. 겨우 그 정도일 뿐이다.
그러니 일련의 윳쿠리들의 행위는 완전히 헛짓이다.
그럼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이런 짜증나는 똥만쥬들을 쫓아가 뭉개버리지 않는 것인가?
거기엔 이유가 두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는, 밭에 피해가 없다는 점.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윳쿠리들은 밭에 침입하긴 했지만 작물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아마 건드리면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걸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밭주인이 마을에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딱히 밭주인이 마을에서 미움 받는다는 말은 아니다. 별다른 문제 없는 마을의 평범한 일원이다.
하지만 특별한 입장이 아닌 평범한 마을사람이기에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이 윳쿠리들을 뭉개버려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윳쿠리 녀석들이랑 귀찮은 일이 벌어져서,
마을에 폐를 끼치게 된다면?
물론 이번 건은, 설령 밭에 들어온 윳쿠리들을 모두 뭉개버리더라도 인간 쪽은 전혀 나쁘지 않다.
도리어 윳쿠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발단이 돼서 마을 전체에 폐를 끼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생각이 지나치다, 밭주인은 나쁜 짓 한 건 전혀 없으니까 신경 쓸 것 없다,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좁은 사회에서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특히나 이 나라에서는.
예를 들면 아무리 옳다고 인정 받은 행위라고 해도, 회사에서 유급휴가 몽땅 끌어다 써서 여행을 다녀왔더니 회사에 자기 책상이 없어져 있었다!
같은 일이 태연하게 일어나듯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자신의 행위로 공동체에 폐를 끼치는 건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이 나라의 전체적인 풍습이다.
이 밭주인도, 괜한 짓을 했다가 귀찮은 일이 벌어질 정도라면, 피해도 없으니 이대로도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떤 의미로는 사건의 균형이 겨우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균형을 깨뜨린 건, 역시나 이번에도 윳쿠리들 쪽이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밭에 가니 윳쿠리의 집단이 있었다. 이미 익숙한 광경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랐다.
[어이, 영감탱이! 도대체, 언제쯤 이해할 거냐제!
여기는 마리사님이랑 동료들의 영토다제! 얼른 나가라제!]
평소대로라면 밭주인이 나타나면 곧바로 퇴각했을 윳쿠리들이, 어째서인지 오늘은 한 마리의 마리사가 남자에게 도발하듯 말을 걸었다.
그런 마리사에게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아, 몇 번이나 말하지만, 여기는 마을 영지고, 내가 경작하고 있는 밭이야.
너희들이야말로 이제 그만 포기하고 산으로 돌아가라.
설사 천지가 뒤집힌다 해도, 이 장소가 너희들 영지가 되는 일은 없다고.]
[느기이이이이이이이이! 적당히 좀… 적당히 좀 하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그때, 믿기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다.
밭주인과 얘기하고 있던 마리사가, 갑자기 몸통박치기를 한 것이다.
[뭣!]
톡!
그런 가볍고 얼빠진 소리를 내며 밭주인의 다리에 부딪히는 마리사.
밭주인은 설마 윳쿠리가 이런 폭거를 저지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마리사의 몸통박치기를 그대로 맞았다.
[하아, 하아, 깨달았냐제! 무서운 줄 알겠으면 이제 이 영지에서 나가서,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라제!
여기는 윳쿠리 무리의 고유한 영토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다 이긴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는 마리사.
하지만, 다음 순간 그 얼굴에는 남자의 발차기가 꽂혔다.
퍽!
마리사가 몸통박치기와는 전혀 다른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늣쀼오비이이이이이이이이이!]
발차기의 데미지를 온몸으로 제대로 받아버린 마리사는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어이! 네녀석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냐!]
얻어맞고 날아가 버린 마리사에게 밭주인의 노성이 울린다.
드디어 이 마리사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어 버린 것이다.
말할 것도 없겠지만, 밭주인은 마리사의 몸통박치기에 데미지는 전혀 받지 않았다.
그가 화를 내는 것은, 마리사의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행동 그 자체가 원인이다.
원래대로라면 윳쿠리가 인간의 밭에 들어온 것 자체가 협정위반이다.
그런 상태에서 인간의 영지에 들어온 윳쿠리가, 인간에게 공격을 한다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아무리 마을 전체의 문제를 신경 쓰느라 그냥 봐주고 있었다지만, 이 마리사의 행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아니, 역으로 이 행위를 묵인해 버리면, 도리어 마을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렇게 판단한 밭주인은 망설이지 않고 마리사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하지만,
[느아아아아아아아아! 빌어먹을 인간이, 윳쿠리의 영토 안에서 날뛴다구우우우우우우!]
[협정, 위반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완전히 촌것이라는 증거네! 이건 용서해선 안 돼!]
[느느! 도망친다구! 도망쳐서 이 일은, 도스한테 보고한다구!]
마리사가 맞고 날아간 모습을 보고, 반성하기는커녕,
제멋대로 지껄여대며 도망치는 윳쿠리들.
[아, 어이! 거기 서!]
쫓아가려 하는 남자. 하지만 금방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깨닫는다.
물론 지금 쫓아가면, 몇 마리는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붙잡는 건 무리일 것이다.
어차피 이 일은 윳쿠리 무리에 알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사건은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마을 전체의 판단을 물을 필요가 있었다.
[후우, 나 참 재수도 없지, 진짜.]
그 말만 하고 밭주인은, 밭 구석에서 움찔대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마리사를 난폭하게 들어올리고, 마을의 중앙부로 사건의 자초지경을 보고하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이 같은 경위로 마리사는 붙잡혔고, 투명한 상자에 들어가 있다.
[여기서 꺼내라제에!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제에에에에!
도스가 제재하러 올 거다제에에에에에에에!]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던 남자와 촌장에게, 투명한 상자 안에서 폭언을 뱉어대는 마리사.
마리사가 생각에는, 자신들의 윳쿠리플레이스를 계속 점거하고 있는 인간을 제재했을 뿐이고, 자신은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반성이나 사죄하려는 태도는 전혀 없다.
뭐, 마리사가 설령 미안합니다 하고 말하더라도, 간단하게 용서될 수준의 상황은 이미 진작에 지나가 버렸지만.
[아, 맞다, 마리사.]
[느아? 겨우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마리사님을 꺼내줄 생각이 들었냐제!]
촌장과의 대화를 마친 남자가, 상자 안에 있는 마리사에게 말을 건다.
[아니, 그 딴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너한테 무슨 말을 한들 자기가 저지를 짓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
내가 묻고 싶은 건 네가 아까부터 말하는 도스 어쩌고 하는 얘기다.
분명 너네 무리에는 도스는 없었을 텐데.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도스가 새로운 우두머리라도 된 거냐?]
그렇게 질문하는 남자.
남자의 말대로, 지금까지 이 근방에 있는 윳쿠리의 무리에는 도스가 없을 터이다.
최소한 이전 시찰 왔을 때는 그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마리사는 도스가 제재하러 온다, 도스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하는 소리를 해대고 있다.
또 촌장에게서 들은 얘기로도, 일부의 윳쿠리가 도스한테 일러버리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건 즉, 어딘가에서 도스가 와서 무리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됐다는 것일까?
[늣헷헷헤! 그렇다제! 마리사님의 무리에는 도스가 있다제! 그것도 어디 다른 데서 흘러들어온 도스 따위랑은 차원이 다르다제!
마리사님의 무리의 윳쿠리가, 도스가 됐다제! 그러니까 마리사님의 무리의 윳쿠리는, 선택 받은 특별한 윳쿠리라는 거라제!
머잖아 마리사님도, 당연히 도스가 될 거다제! 그러면 너네들 따위, 도스스파크로 한방이다제!]
그렇게 콧대를 세우며 대답하는 마리사.
[아아, 그러니까 무리의 윳쿠리가 갑자기 도스화했다는 거냐. 하아, 최악이네.]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만. 마을사람들도 최근에 그런 도스의 모습을 봤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숨을 쉬는 남자에게 촌장이 말을 더했다.
윳쿠리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가 여럿 존재한다.
윳쿠리마리사에게 일어나는 도스화도 그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어떤 이는 뭔가의 환경적인 요인이 원인이 되어 도스화된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이는 무언가의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되어 도스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후자 쪽인 유전적 요인이 약간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인자가 될 윳쿠리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연구는 계속 실패만 하고 있다.
애완윳쿠리가 도스화했다는 보고도 없다.
그에 비해 여전히 산에 사는 야생이나 도시의 야생윳쿠리만이 정기적으로 도스화하고 있어서, 역시 유전적인 것만이 아닌 그 외에도 뭔가 조건이 있는 게 아닌가 논의되고 있다.
뭐, 도스화의 원인이 무엇인가는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이번 경우처럼, 갑자기 무리의 윳쿠리가 도스화하는 걸로 인해,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균형상태였던 인간과 윳쿠리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 버리는 경우이다.
도스가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 불명이지만, 이 마리사의 강경한 발언의 근거가 도스를 빽으로 두르고 있어서라는 건 틀림없을 것이다.
[뭐, 도스가 있다면 조금은 신중하게 하도록 하죠. 어쨌든 내일이라도 무리에 대화를 해보러 가보겠습니다.]
[예.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듣고 싶었던 건 이제 다 듣고 마리사와의 대화를 끝내는 남자와 촌장.
[기다리라제에에에에에에! 그러니까 마리사님을 얼른 여기서 내보내라제에에에에에!]
소리를 질러대는 마리사를 창고에 남겨두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떠났다.
[아~, 다녀왔어~.]
[무큐! 어서와, 인간씨.]
지친 모습으로 마을 숙소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
그걸 맞이한 것은 한 마리의 윳쿠리 파츄리였다.
이 파츄리는 남자가 데리고 다니는 윳쿠리이다.
이전 어느 무리에서 만나, 그때의 사건이 계기가 되어 행동을 함께하게 된 윳쿠리이다.
[얼래, 너만 있어? 그 녀석은?]
남자가 방안을 둘러보며 말한다.
파츄리 외에 또 한 마리 있는 윳쿠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데서 가만히 있는 건 지루하니까 산책 다녀오겠다며, 창문을 통해서 날아가 버렸어.
정말이지 제멋대로라니까!]
차퓨리가 활짝 열려있는 창문으로 시선을 보내며 말한다.
[그러냐. 가만 있지를 못하는 녀석이니까.
뭐, 애도 아니고 냅두면 돼. 적당히 놀다가 배고프면 돌아오겠지.]
남자는 걱정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
[무큐, 그보다, 이번 무리의 상태는 어때?
제대로 될 것 같아?]
[글쎄~, 어떠려나. 얘기 듣기로는 문제를 일으킨 마리사가 독단적으로 얼빠진 짓을 했을 뿐인지, 아니면 무리 전체의 의지로 함께 행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
[무큐! 그래? 붙잡은 마리사는, 도스가 어쩌고 여러 가지 말했다고 들었는데?]
[나쁜 짓을 저지른 윳쿠리가, 빽으로 도스가 있으니까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남의 위세에 기대는 식의 발언을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그것만으로 도스가 관련되어 있다고는 결정할 수 없어.
그치만 말야, 일련의 사건의 흐름을 듣고 있자니, 무리 전체가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네~.
최악의 경우, 저 마리사는, 당하는 게 전제인 버리는 말일 가능성도 있어.]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무슨 말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무리 녀석들이 윳쿠리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면서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수도 있다는 거지.]
[인간씨의 밭에서 마리사가 갑자기 몸통박치기를 한 거지? 그게 어떻게, 윳쿠리 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되는데?]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하는 파츄리.
[그쪽에서 먼저 덤볐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야채를 망친 것도 아니라서 윳쿠리가 밭에 침입했다는 증거도 없어.
뭐, 발자국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니까 실제로 확인되는 건, 인간한테 마리사가 잡혔다는 사실뿐이라는 거야.]
[잠깐! 마을의 인간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설마!]
놀라며 말하는 파츄리.
[아니지, 전혀. 인간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는 전혀 없잖아.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리사 쪽에서 먼저 덤빈 게 분명하겠지.
그냥 상황만 보자면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는 말이었어. 그리고 윳쿠리들은 자신들 사정에 좋게만 해석해서 이쪽이 나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아, 이해했어. 그래서 인간씨는 마리사를 버리는 말이라고 한 거네.
그러니까 윳쿠리들이 꼬투리 잡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라는 의미로.
그래서 이쪽에 죄가 있으니 뭔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는 거야?]
[그런 거지. 뭐, 녀석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어디까지나 그런 의도로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다는 것뿐이니.
그런 것보다 멍청한 마리사가, 야채를 먹고 싶어서 무리의 규칙을 어겼을 뿐이라는 가능성 쪽이 훨씬 높기도 하고.
어쨌든 모든 건 내일이라도 무리의 상태를 보러 가지 않는 한 결단할 수 없다는 거지.]
하고, 남자는 얘기를 마무리 짓는다.
[무큐. 그것도 그렇네. 될 수 있으면 마리사의 단독범행이었으면 하지만, 왠지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 않을 느낌이 들어.]
그렇게 불안감을 느끼는 말을 하는 파츄리였다.
한편 그 때 즈음 산 안에 있는 윳쿠리의 무리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는 윳쿠리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횡포를 일삼는, 인간의 폭거를 용서하지마라아아아아아아!]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야채가 솟아나는 그 플레이스는, 윳쿠리의 무리 고유의 영토다!]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빌어먹을 인간은, 부당하게 구속 당한 마리사를, 곧바로 해방해야 한다!]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선두를 맡고 있는 파츄리의 외침소리에 맞춰 소리를 지르는 윳쿠리들.
모든 윳쿠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 크게 분노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도 당연하다. 무엇보다 인간 쪽에서 제발 부탁드립니다 해서 맺어준 협정을, 인간 쪽에서 어긴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짓이 용서되어도 괜찮은 걸까? 아니, 괜찮을 리가 없다!
[느느! 도스다! 도스가 왔다구!]
갑자기 한 마리의 윳쿠리가 외친다.
그러자 그 말 그대로, 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장에 천천히 도스가 나타났다.
[도스! 빌어먹을 인간들을 제재하라구!]
[무리의 동료가, 붙잡혔다구! 빨리 돌려받으러 가라구!]
[느느! 도스! 레이무랑 부-비부-비 하자구!]
제각각 하고 싶은 말을 해대며, 집회장소에 나타난 도스 주변으로 모이는 윳쿠리들.
그걸 보고 도스는 약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들 조금 냉정해지라구! 모두의 기분은 이해한다구!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인간씨를 제재하는 건 좋지 않다구!
이쪽도 뭔가, 모르는 사이 나쁜 짓을 해버린 걸지도 모르고…]
그렇게 흥분상태의 윳쿠리들을 달래려는 발언을 하는 도스.
그 모습은 뭔가 우물쭈물 해서 못미더워 보인다.
이 도스는 도스가 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애초에 마리사는, 도스화하기 전까지는 우두머리도 뭣도 아닌 아주 평범한 무리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도스화 해버려서, 무리의 우두머리로 치켜세워진 것이다.
그 때문에 너무 기가 약한 것 같은 느낌이라, 리더로서 무리를 이끄는 관록이 부족한 점이 있다.
분노상태의 윳쿠리들 앞에서 이렇게 우물쭈물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물론 이번에는 그 선택이 정답이지만.
[무규! 도스! 아직도 그렇게 물러터진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도스의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는지, 지금까지 집회를 이끌고 있던 파츄리가 도스를 질책한다.
이 파츄리는, 마리사가 도스화하기 전까지 이 무리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던 윳쿠리였다.
현재는 우두머리 지위를 넘겨주고, 자기는 참모로 도스의 오른팔임을 자칭하고 있다.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실제로는 막 도스가 됐을 뿐이라 좌우 분간을 못하는 마리사 대신에 거의 대부분의 일을 파츄리가 하고 있다.
즉, 명목상 우두머리의 지위를 도스에게 넘겼지만, 지금도 무리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이 파츄리라는 것이다.
[느느, 파츄리! 그치만 그런 말을 해도…]
[알았지! 도스! 이번 사건은, 분명 빌어먹을 인간 쪽에 죄가 있어!
도스도, 돌아온 레이무랑 다른 애들한테 얘기를 들었잖아!]
[느므므므므!]
끙끙 앓는 도스.
분명 레이무랑 그 동료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나쁜 건 인간 쪽이라고 도스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느느! 다시 한 번 확인하겠는데, 레이무, 인간씨 쪽에서 먼저 공격을 해온 거지?]
도스가 밭에서 돌아온 레이무와 다른 윳쿠리들에게 묻는다.
[맞다구! 레이무랑 동료들은 그저 느긋하게 있었을 뿐이라구! 그런데 그 빌어먹을 인간이, 갑자기 공격했다구!]
[설마, 윳쿠리의 영토에서, 인간이 그런, 폭력을 휘두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안다구-! 만약 기습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인간 따위에 첸이랑 동료들이 밀릴 리가 없는 거네-!]
제각각 호소하는 윳쿠리들.
그 밭에 있던 윳쿠리들의 주장은, 인간 쪽에서 갑자기 공격을 해왔다고 일치하고 있다.
그것은 실제로 있었던 사실과는 약간 다른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걸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느후우! 알았다구. 도스는 가능하면 인간씨랑은,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구.
가까운 시일 내로, 산기슭에 있는 마을까지 내려가서, 인간씨랑 얘기해 보겠다구!]
마지못해 말한다는 느낌의 도스.
하지만, 간부파츄리는 그런 도스를 더욱 질책한다.
[도스! 얘기해 본다니, 무슨 물러터진 소릴 하는 거야! 이건 명백한, 협정, 위반이야!
애초에 빌어먹을 인간이랑, 윳쿠리, 어느 쪽이 먼저 공격을 했는가 따윈 상관 없는 거야!
윳쿠리의 무리의 영토에서, 느긋하게 있던 마리사한테, 빌어먹을 인간이, 공연한 폭력을 휘둘러서, 마리사가 지금 부당하게 구속 당했어!
그런 걸, 무리가 가만 있을 수는 없는 거야! 도스는 전력을 다해서 이 사건에 대해 항의해야 한다구!]
[맞다구! 맞다구!]
[도스! 겁낼 것 없다구! 나쁜 건 빌어먹을 인간 쪽이라구!]
[아리스랑 동료들은, 룰에 따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야!]
파츄리의 발언에 맞춰 그 자리에 있는 윳쿠리들이 호응한다.
[느느! 알았다구! 도스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이번에 산기슭 마을에 갈 때, 당당하게 인간씨한테, 마리사를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겠다구!]
윳쿠리들의 기세에 힘을 얻었는지, 도스는 의지에 찬 표정을 짓고 강하게 나가겠다고 무리의 윳쿠리들에게 약속한다.
주위에서 부추긴다고 금방 자기 의견을 바꿔버리는 점을 보면, 역시 아직은 미숙한 리더인 듯하다.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
[역시나 도스네!]
[도스~! 부-비부-비 해줘~!]
도스의 발언에 흥분감에 휩싸인 광장.
그런 모습을 보고 간부파츄리는,
(뭇쿄쿄쿄쿄쿄! 일이 잘 풀렸어! 모든 건 파츄리의 계획대로!)
하고, 속으로 웃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 이 상황은, 모두 이 간부파츄리의 생각대로 전개된 것이었다.
마리사가 도스화 하기 전, 그러니까 간부파츄리가 아직 우두머리였을 때, 파츄리는 겉으로는 인간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들이 이렇게 시덥잖은 산의 영토에 가둬져 있어야 되는가!
어째서 풍부한 야채자원이 있는 윳쿠리플레이스를 인간이 독차지하고 있는 건가!
게다가 결국에는, 인간들이 윳쿠리의 반란이 무서워해서 상쾌제한까지 당한 판국!
이런 굴욕은 숲의 현자인 파츄리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만한 게 아니었지만, 그러나 마지못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숲의 현자인 파츄리가 고도의 계산을 한 결과, 인간의 전력과 윳쿠리의 전력은 딱 5 : 5 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현자인 파츄리의 천재적인 작전을 구사한다면, 설령 같은 전력일지라도 윳쿠리들의 승리는 확실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파츄리라도, 이쪽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전쟁을 일으켜서, 야채가 솟아나는 윳쿠리플레이스를 손에 넣는다 해도, 무리의 태반이 붕괴되어 버리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의 결과로 강탈한 토지는, 이후로도 탈환 당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상시 토지를 지키기 위해 망을 봐야 한다면 느긋할 수 없을 것이다.
파츄리는 어떻게든 피해 없이 영구적으로 야채가 솟아나는 윳쿠리플레이스를 손에 넣을 수는 없을까, 매일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무리에 일어났다.
무리의 마리사가, 갑자기 도스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무리의 모두도 크게 기뻐했다. 도스는 통상종 윳쿠리의 희망의 상징, 아니, 이 경우 느긋함의 상징일까.
어쨌든 도스가 있으면 느긋할 수 있다는 건, 야생윳쿠리들 사이에서는 상식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공통된 인식이다.
갑작스런 도스화에 당혹스러워하는 마리사 곁에서, 이제 느긋할 수 있다고 기쁨이 하늘을 찌를 듯한 무리의 윳쿠리들.
물론 그 기쁨은 우두머리 파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츄리의 계산으로는, 도스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 것으로 지금까지 균형을 이루고 있던 윳쿠리와 인간의 전력차는,
한번에 6 : 4 , 아니, 7 : 3 까지 급변하게 된다.
이걸로 도스라는 교섭카드를 써먹으면서, 무력이라는 압력을 거는 걸로, 인간에게서 토지를 빼앗는다는 작전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계속 행운이 이어진다.
산을 내려가면 있는 지점에, 야채가 멋대로 솟아나는 윳쿠리플레이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조사(우연히 발견했을 뿐) 결과 알게 된 것이다.
그 장소는 산의 일부인지, 산기슭 마을의 일부인지 쉽게 단정짓기 힘든 위치이다.
무리의 것으로 삼기에 입지조건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역시나 욕심이 과한 인간들이다. 이미 그 장소에는 마을의 빌어먹을 인간이 매일같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양이다.
인간이 그 장소에서 돌아다니는 걸로, 이곳은 인간의 토지라는 기정사실을 만들 속셈일 것이다.
정말이지 이미 그렇게나 야채가 솟아나는 플레이스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더 가지려는 빌어먹을 인간의 욕심에는 기가 막힐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온후한 파츄리라도, 이번 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쨌든 이번에는 도스라는 강력한 교섭카드가 있다. 게다가 입지조건도 최고다. 물러설 이유 따윈 전혀 없다.
파츄리는 작전의 제1단계로, 무리에 있는 혈기왕성한 젊은 마리사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다.
그 내용은, 윳쿠리 고유의 영토인 야채가 솟아나는 플레이스를 인간이 가로채려고 하고 있으니, 마리사는 동료들을 이끌고, 이곳은 자신들의 영토라고 인간에게 주장해 줬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야채나 인간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된다고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마리사는 불만인 듯했지만, 그건 문제의 단순화(윳쿠리는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걸로 해두고 싶은)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기에, 파츄리는 야채는 인간이 완전히 없어진 이후, 다같이 우걱우걱 하기 위해서라고 마리사를 겨우 납득시켰다.
그리고 젊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마리사는 의기양양하게 산을 내려갔다.
그 이후의 전개는 앞서 나온 내용 그대로이다.
욕심쟁이 인간은 야채가 솟아나는 플레이스는 전부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파츄리의 예상대로라면 매일같이 나타나서, 이곳은 윳쿠리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마리사에게, 인간은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갈 것이다.
분명 언젠가 반드시 견딜 수 없게 돼서, 마리사와 그 동료들을 공격할 게 분명하다.
저속한 빌어먹을 인간은 고귀한 윳쿠리와는 달리, 야만적이고 인내심이 전혀 없는 생물이다.
분명 마리사와 그 동료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사건을 구실로 삼아 인간의 부정이나 부당성을 지적해서, 한번에 토지를 윳쿠리의 것으로 삼아버리는 것이다!
에? 공격 당한 마리사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뭐, 그건 말하자면, 무리의 영토확장을 위한 소중한 희생이라는 녀석이다.
그런 머리 나쁜 마리사 한 두 마리 죽어서 무리가 확대되고 풍요로운 영토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다.
분명 마리사도 모두의 느긋함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기를 바라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현재, 모든 것은 파츄리의 계산대로 진행되고 있다.
뭐, 유일한 계산착오는 마리사가 뭉개지지 않고 인간에게 구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파츄리에게는, 마리사는 성대하고 무참히 인간에게 뭉개져 버리는 쪽이 이상적인 전개였다.
부당하게 살해 당한 것과, 부당하게 구속당한 것은 역시나 그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그래도, 그것 역시 지금에 와서는 사소한 문제이다.
최악의 경우, 마리사가 인간을 쓰러뜨려 버리는 전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비하면, 모두 계산번위 안의 일이다.
구속당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다 써먹을 데가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하며, 도스가 직접 압력을 행사해 빌어먹을 인간들한테 잡혀있는 마리사의 반환을 독촉한다.
그렇게 되면 도스의 무력이 무서워 당황한 빌어먹을 인간들은 곧바로 마리사를 풀어줄 것이다.
당연하다. 마리사를 반환한다는 간단한 조건만으로, 도스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당연히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리석은 선택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어리석은 인간은 분명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어찌 됐든, 붙잡힌 마리사를 반환한다는 것은, 인간 쪽의 대응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 된다.
즉 그것은, 야채가 멋대로 솟아나는 그 윳쿠리플레이스는, 윳쿠리의 영토라는 강력한 기정사실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완벽한 이론 앞에서는, 역시나 잔머리나 굴려대는 빌어먹을 인간이라도, 아무 말도 못한다.
뭐, 그것도 당연할 것이다. 왜냐면 이것은 숲의 현자인 파츄리님이 생각해낸 작전이니까.
야만적이고 저속한 인간 따위가 간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뭇쿄쿄쿄쿄! 그 플레이스를 손에 넣을 날도 머지않았네! 뭇쿄쿄쿄쿄쿄!]
모두가 도스와 함께 모여있는 광장에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파츄리.
그런 숲의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 이놈이고 저놈이고, 실실 웃는 꼴이 멍청해 보이는 녀석들이네.]
광장의 상공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한 마리의 정체불명의 윳쿠리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무리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장소는 바뀌어 인간의 마을 안 창고.
[느그으으으, 좁다제! 어둡다제! 배고프다제! 어째서 마리사님이 이런 꼴이…]
지친 모습으로 한 마리의 윳쿠리가 상자 안에서 끙끙댄다.
이전 밭주인을 공격하고 반격을 받아 붙잡힌 마리사였다.
마리사가 상자에 넣어져 가둬진 장소는, 평소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는 마을 도구 같은 걸 넣어둔 낡은 창고이다.
당연히 닫아버리면 빛은 들지 않고 어두컴컴하다.
윳쿠리는 어째서인지, 자신이나 다른 윳쿠리의 집안이라면 어두워서 괜찮은 듯하지만(맹신의 힘으로 어두워도 눈이 보이는 듯?) 이런 창고처럼 다른 생물의 영역 안에서 어두컴컴해지면 안 되는 모양이다.
더욱 안 좋은 건 마리사는 붙잡힌 이후 거의 식량을 받지 못했고, 또한 움직일 수 없는 투명한 상자에 계속 갇혀있다는 점이다.
붙잡힌 당시에는 자신의 정의감과 인간의 횡포에 대한 분노로 기운이 넘쳤지만, 역시나 지금에 와서는 약해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느으으으으, 집에 돌아가고 싶다제! 그리고 마음껏 우걱우걱 하고, 그 다음에 쿠울쿠울 하고 싶다제에!]
마음이 꺾일 것만 같은지, 약한 소리를 하는 마리사.
파츄리에게 부탁 받아 정의를 위해 동료를 이끌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지만, 이미 그런 사소한 긍지는 지금 이 압도적으로 느긋할 수 없는 환경 앞에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되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파츄리도 파츄리다제! 마리사니미 이런 꼴을 당했는데, 어째서 무리 모두가 총출동해서 구하지 않는 거냐제!]
어쨌든 윳쿠리의 기본적인 성질대로, 느긋할 수 없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마리사.
인간에 대한 매도는 슬슬 질렸는지, 다음 불만을 쏟을 타겟은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는데도 구하러 오지 않는 무리의 윳쿠리들이었다.
[같이 있던, 레이무나, 아리스도 똑같다제! 정말이지…]
혼자서 투덜대며 불만을 토해내는 마리사.
실로 의미 없는 행위지만, 실제로 지금 마리사는 이런 것밖에 할 게 없다.
이 가혹한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느긋하기 위해서는, 계속 무리의 모두를 욕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돌연, 텅텅거리는 소리를 내며, 창고의 문이 열렸다.
갑자기 빛이 들어 그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뜬 마리사.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그림자의 크기와 형태로 안으로 들어온 건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느으으으! 빌어먹을 인간이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제!
당장 마리사님을, 이딴 데서 꺼내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
이미 몇 번이나 반복했을 주장을 큰목소리로 질리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온 인간에게 내뱉는 마리사.
그런 얼빠진 주장은 당연히 무시될 거라고 생각되지만,
[에에, 물론이죠. 저는 당신을 무리로 돌려보내주려고 왔으니까요.]
안으로 들어온 인간은 마리사에게 그런 의외의 말을 했다.
- 경계선-2 로 이어집니다.
anko2869 경계선 - 2
제재, 자업자득, 무리, 게스, 도스마리사, 희소종, 독자설정
- 나나시
[다녀왔어-!]
밝은 목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한 마리의 윳쿠리가 방으로 날아든다.
참고로 이 방은 3층이다. 당연히 평범한 윳쿠리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그래, 어서와라.]
그걸 보고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는 남자.
[무큐! 누에! 도대체 어딜 갔던 거야!]
[응, 잠깐 산에 있는 무리의 녀석들을 보러!
우와~, 그게 도스마리사구나~. 처음 봤어. 그치만 그냥 덩치만 큰 평범한 마리사라는 느낌이었네.]
돌연 창문으로 들어온 것은 윳쿠리 누에.
비행능력과 다른 윳쿠리로 의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희소종 중에서도 정체불명이라고 하는 윳쿠리이다.
누에 역시, 파츄리와 마찬가지로 남자와 어느 무리에서 만나, 여러 일이 있어서 남자와 함께 행동하게 된 윳쿠리이다.
[헤에, 너 도스를 보는 건 처음이었냐?]
[그렇지 뭐. 예전에 잠깐 살았던 희소종의 무리에는 도스가 없었고,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돌아다녔던 무리에서도 도스는 없었으니까.]
[무큐? 희소종의 무리에 도스가 없어? 도스도 희소종인데?]
남자와 누에의 대화에 의문을 말하는 파츄리.
도스라고 하면 윳쿠리의 희소종 중에서도 대표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희소종의 무리에 없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하고 파츄리는 의문을 품은 것이다.
[아아, 그러고 보니 말해준 적 없었구나.
예전에 희소종의 무리에 도스도 같이 넣었는데, 그 결과 꽤 안 좋은 일이 생긴 적이 있어서 말야.
도스도 통상종처럼 희소종의 무리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됐어. 뭐,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언젠가 해줄게.
(역주 : 다른 작가의 SS 중 희소종의 무리에 도스가 들어가 자신이 이끌어주지 않더라도 느긋할 수 있는 희소종들을 보고 노이로제에 걸려 도스가 폭주한 내용이 있음.)
그리고, 그런 것보다.]
남자는 누에를 다시 바라본다.
[지금 문득 떠올랐는데, 너 한 번 본 윳쿠리로 의태할 수 있지. 그렇다면, 도스로 의태하는 것도 할 수 있어?]
[물론 할 수 있어. 그치만 도스로 변해도, 그 무리 녀석들한테 명령하라고 하는 거라면 아마 그거 무리.]
[호오, 별로 그런 생각은 안 했지만, 왜인데?
네가 하는 의태는, 외형이라면 완벽하게 똑같이 될 수 있잖아? 실제로도 처음 만났던 때는 그걸로 대장역을 잘 해냈잖아?]
누에의 말에 의외라는 듯 남자가 묻는다.
[에~, 그러니까, 조금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의태라는 건 말이지, 딱히 나 자신이 의태대상으로 변신하는 게 아니라구.
상대한테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뿐이고, 나 자신은 전혀 변하지 않아. 알겠어?
그러니까 도스로 의태해도 아마 금방 들킬 거라고 생각해.]
[……과연, 그런 거였냐.]
[에? 에? 무슨 말이야?]
누에의 말을 듣고,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하지만, 파츄리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런 파츄리에게 누에는 추가로 설명을 보충한다.
[그러니까 파츄리, 예를 들면 내가 저 무리 녀석들 앞에서, 도스로 의태해 있으면, 분명 외형은 도스랑 똑같이 보일 수는 있어.
그치만 그건 내가 도스로 변신한 게 아니라, 무리의 윳쿠리들이 내 모습을 도스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란 거야.
나 자신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거. 당연히 몸이 커지지도 않는 거야.]
[앗! 그렇구나!]
파츄리는 뭔가 알아차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인다.
[이해한 모양이네. 짐작한대로 도스로 보이고 있을 뿐 몸 크기는 내 게 아냐.
그러니까 무리의 녀석들이 부-비부-비 같은 걸 했다간 한번에 들켜버리는 거야. 도스의 몸에 닿으려고 해도, 거기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뭐, 무엇보다 내가 그런 녀석들이랑 부-비부-비 한다니 절대로 사양하고 싶지만.]
그렇게 설명하는 누에.
누에의 의태능력은, 정확히는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윳쿠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도스처럼, 몸체 사이즈가 크게 차이 나는 윳쿠리로 의태한 경우, 자기 몸의 부피 이외의 부분은, 보이게는 할 수 있어도, 만질 수는 없다.
설령 만지려고 손을 뻗어봐도, 마치 실체가 없는 홀로그램처럼 손이 허공을 가를 뿐이다.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금방 들통나 버릴 것이다.
[의태에 대해선 대강 알았어. 그것보다 무리에 있던 녀석들은 어떤 느낌이었냐? 직접 보고 왔지?]
[맞아맞아! 자기들의 영토에서 붙잡힌 마리사를 돌려받도록, 도스가 강하게 호소하러 가네 어쩌네 하면서 기운이 넘치는 모습이었어.
뭔가 인간이 윳쿠리한테 갑자기 공격을 해왔다고, 상당히 언짢아 보이던데. 협정위반이다~ 하면서 말야.]
[무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잡혀있는 마리사가, 갑자기 인간씨한테 몸통박치기를 했다구! 협정위반은 그쪽이 한 거잖아!]
[아니, 나한테 그런 말 해도…]
누에한테서 윳쿠리의 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분개하는 파츄리.
윳쿠리 치고는 약간 진지한 성격인 파츄리는, 룰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같은 윳쿠리라도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별로 상관 없어. 이번 사건에서 인간과 윳쿠리 어느 쪽이 먼저 협정을 위반했는지 하는 건.]
하지만 그런 파츄리를 보고 남자는 태평하게 말한다.
[어째서? 어느 쪽에 죄가 있는지 명확하게 하는 건 교섭에서 중요한 거잖아?]
[그건 인간끼리, 윳쿠리끼리의 경우에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건 인간과 윳쿠리의 문제다.
이렇게 말하면 좀 너무 노골적인 것 같지만, 윳쿠리와 인간은 대등하지 않아.
그러니까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인간이 검다고 하면 윳쿠리는 하얀 것도 검다고 하지 않으면 안 돼. 애초에 교섭의 여지가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윳쿠리들이 이번 사건이 이쪽이 나쁘다고 말하더라도, 결국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거지.
뭐, 도스도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원한을 남기지 않도록 원만하게 해결할 생각이지만.]
[말하자면 힘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거네.]
남자의 말에 응응 하고 누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되지. 뭐, 도스가 이쪽으로 와주겠다고 하면, 일부러 이쪽에서 찾아갈 수고를 덜어서 좋네.
그리고 딱 하나 알 수 있는 건 인간이 사과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잘잘못 따지기 이전에 말야.
아니, 애초에 이번 건은 인간이 나쁜 짓 한 건 전혀 없으니, 사양할 거 없겠지.]
그렇게 남자가 막 말을 마쳤을 때, 텅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좀 사건이 생겨서, 같이 좀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문 밖에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혹시 도스가 벌써 항의 같은 걸 하려고 와있는 건가?
[이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도스가 마을에 내려온 모양이구만. 꽤나 느긋하지 못하신데.
예예, 지금 나갑니다.]
가벼운 말투로 중얼거리며 방문을 여는 남자. 문 앞에는 여기까지 뛰어온 건지 촌장의 심부름꾼이 숨을 허덕이며 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렇게 허둥지둥.]
남자는 싱긋 웃으며 촌장의 심부름꾼에게 묻는다.
[하아, 하아, 아니, 그게, 아무래도 윳쿠리 관계자라고 하는 사람이 갑자기 와서, 잡아뒀던 그 마리사를 멋대로 풀어줘 버린 것 같습니다!]
[뭐… 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남자는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마을 바깥쪽에 있는 마리사를 잡아뒀던 창고 앞에는, 관계자 일동이 모여있었다.
창고 문은 열려있고, 자물쇠로 사용하고 있던 경첩은 이미 볼일 없다는 듯 열쇠가 꽂힌 채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창고 안에는 비어있는 투명한 상자. 당연히 어디에도 붙잡아뒀던 마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리사가 자력으로 여기서 탈출했을 가능성은… 뭐, 생각해 봤자 시간낭비겠네.]
남자는 창고 안을 둘러보며 말한다.
마리사가 갇혀있던 투명한 상자는, 밖에서 홀드를 걸어 잠기게 되는 타입이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마리사가 이 상자에서 자력으로 탈출하려면, 상자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명한 상자에는 상처 하나도 없고, 대신 홀드 부분이 풀려 윗덮개가 열려있다.
누군가 인간의 손에 의해 외부에서 꺼내졌다는 게 분명했다.
아니, 애초에 이 창고에서 나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윳쿠리가 하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마리사는 인간의 손에 의해 빠져나간 게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어째서 외부인한테 열쇠를 넘겨준 거냐!]
열쇠를 가지고 있던 마을사람을 꾸짖는 촌장.
[죄, 죄송합니다. 윳쿠리에 대한 무슨 대표라면서, 그럴 듯한 말을 하길래 그만 관계자인 줄 알고…]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마을사람.
뭐, 무리도 아니다. 지금 이 마을에 윳쿠리 관련 국영기관 직원이 와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마을 바깥에서 사람이 와서 자신은 관계자니까 잠깐 열쇠를 빌려달라고 한다면, 그렇구나 하고 열쇠를 넘겨줘 버리더라도 이상하진 않다.
만약 뭔가 금품을 보관하고 있었다면 모를까, 마을에서도 가끔 사용하는 도구를 모아놓은 공유창고다.
관리가 허술했다고 해도 너무 질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큿! 윳쿠리를 유괴하다니 도대체 뭐가 목적인 건지.]
[제 경험상 제일 가능성이 높은 건, 마리사를 무리에 되돌려보내거나, 아니면 자기가 직접 보호한다거나…]
[그런 짓을 하면 범인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는 겁니까?]
[글쎄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윳쿠리에 대해 여러 의도를 가진 민간단체나 조직이 그 외의 다른 동물에 대한 것들보다 더 많이 존재한다고 확인되어 있습니다.
개중에는 과격파라고 불리는 약간 위험한 녀석들도 존재합니다. 가끔 녀석들은 윳쿠리를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짓까지 하죠.]
[그럼, 이번 사건은 그런 귀찮은 녀석들이 관련돼 있다는…?]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썹을 찡그리며 묻는 촌장.
[아아, 죄송합니다. 딱히 겁을 주려는 생각은 아니에요.
그냥 그런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애초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창고에 있는 마리사를, 일부러 관계자인 척하면서까지 구해주다니 이상하죠?
아무데나 굴러다니는 윳쿠리를 주워가는 거랑은 경우가 다릅니다.
조직의 범행이든 개인의 범행이든, 충동적인 게 아니라 뭔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므므므므므므므므.]
망연자실해 끙끙대는 촌장.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아, 그 전에 잠깐 전화 좀 빌리겠습니다.]
그런 촌장을 겉눈질로 보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는 남자.
근처에 있는 민가에서 전화를 빌려, 다이얼을 곧바로 돌린다.
잠시 신호음이 울린 뒤, 목적인물이 전화를 받는다.
[아~, 여보세요, 선배죠?]
[아아, 너구나. 시찰지에서 전화라니 별일이네. 왜 그래? 뭔가 문제라도?]
전화를 받은 인물은, 남자가 소속되어 있는 윳쿠리 관련 국영기관의 상관인 인물이었다.
보통 윳쿠리에 관련된 문제로 남자가 일일이 상당을 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이번 일처럼 인간이 관련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는, 사전에 연락을 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면, 남자가 아까 방에서 파츄리에게 말했듯이, 인간 대 윳쿠리라면 개인의 재량대로 할 수 있지만,
인간 대 인간의 문제인 경우, 남자가 독단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그래요. 이쪽에서 확보하고 있던 윳쿠리를, 외부인한테 뺏긴 것 같아요.]
[어머, 그건 좀 귀찮은 일이 됐네.
하지만 그런 범죄가 될 수도 있는 방식을 취하는 녀석들이라면, 상대는 유쉐퍼드 녀석들인가?]
선배는 남자에게 그렇게 묻는다.
유쉐퍼드는, 윳쿠리 관련 민간조직 중 하나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언젠가 본편으로 하겠음), <온세상 윳쿠리의 생식환경 파괴와 학살, 학대의 종언>이라는 걸 내세우며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집단이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모습일 뿐.
뒤로는 미디어 등을 통해 환경보호를 내세우며 기업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기부를 받거나 전용 상품을 발매하고 있는, 아주 열심히 하는 영리집단이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데 평소에 녀석들이 하는 짓이랑은 좀 다른 것 같네요.
선배도 아시듯이, 만약 그 녀석들이었다면, 기자들을 잔뜩 끌어들여서 야단법석을 떨었을 텐데요.
아마 큰목소리로 마을사람들한테 마리사를 풀어주라고 데모나 항의 같은 걸 하면서, 동시에 숲에 들어가서 윳쿠리가 얼마나 인간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는가, 같은 뻔한 연극이나 사진촬영 같은 걸 하면서 대대적으로 외부에 어필하려고 했겠죠.
그리고 상황을 봐서, 시나 도를 대표하는 사람한테, 그만 돌아가줬으면 한다면 돈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교묘하게 돌려서 말할 테구요.
돌아간 뒤로도 특별방송 같은 데서 시청률을 빌미로 스폰서한테서도 돈을 받아내려 할 테고.
어쨌든, 될 수 있는 한 눈에 띄어 주목 받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녀석들 패턴인데, 이번에는 도리어 반대에요.
범인은 아마도 혼자서 마을에 와서, 마리사를 손에 넣을 때까지, 발각되지 않도록 관계자인 것처럼 하면서 창고 열쇠를 입수했어요.
유쉐퍼드 녀석들이 이런 짓을 해도 메리트는 없어요. 아니, 애초에 이런 한적하고 돈 될 게 없어 보이는 마을을 노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흠, 그렇군. 그렇다면 너는 이번 건이 조직이 아닌 개인의 범행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선배가 남자의 의견에 동조한다.
[아니, 뭐,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지금 모습을 보인 게 한 명뿐이라는 거라서, 실은 그 뒤에 여럿이 숨어있을 수도 있을 테고.
그래서 지금 각 조직에 뭔가 큰 움직임이 있었는지 좀 조사해 주셨으면 해요.]
[음, 알았다. 마침 딱 일거리 다 마친 참이었으니 곧바로 조사해 보지.
위험할 것 같으면 너무 무리하지는 마. 인간이 상대라면 윳쿠리처럼은 안 되니까.]
[충분히 알고 있어요. 상해죄로 체포되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요.]
[그래, 폭력은 안 된다. 무슨 말을 듣더라도 이쪽에서 건드려 버리면 우리들의 패배니까.]
[아아, 그게 이 일 하면서 제일 귀찮은 점이죠. 인간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데, 결국 제일 번거로운 게 윳쿠리가 아니라 인간을 상대할 때라니, 짓궂기도 하지.]
[그런 말 마. 이번 일 끝나면 밥이라도 쏠게.]
[아아, 그거 기대되네요. 그럼 슬슬 가보겠습니다.]
탈칵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남자.
그리고 곧바로 산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 산에 있는 윳쿠리의 무리에서는,
[느오오오오오오! 마리사가 돌아왔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
[느와~이! 빌어먹을 인간놈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구! 레이무랑 동료들의 완전승리네!]
[마리사아아아아아아! 여기 좀 봐줘어어어어어어어!]
지금, 윳쿠리의 무리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도 그럴 만하다. 지금까지 마리사를 부당하게 감금하고 있던 인간이, 자기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마리사를 풀어준 것이다.
무사히 비겁한 인간들의 손에서 되돌아온 마리사를, 무리의 윳쿠리들은 모두 뛰쳐나와 환영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영웅의 개선식 같은 느낌이었다.
[마리사아아아아아아! 어서와아!]
[무사해서 다행이라구-!]
[대단하다구! 마리사는 무리의 영웅이네!]
마리사를 향해 갖가지 찬사를 쏟아내는 윳쿠리들.
[늣헷헷헤! 그 정도는… 맞다제에에에에에에에!
마리사님은, 정의를 수행했을 뿐이다제에! 뭐, 이렇게 되는 것도 당연한 거다제에에에에에에!]
환호성을 들으며 잘난 체 대답하는 마리사.
만약 인간이었다면, 손가락 V 사인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마리사의 기분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느느! 마리사! 무사히 돌아와줬네!]
득의양양한 마리사에게 말을 거는 도스.
[느흥! 당연하다제! 마리사님은, 무리의 영토에서, 느긋하게 있었을 뿐이다제!
애초에 붙잡힌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제!
그런데도 저 빌어먹을 인간들은, 마리사님을 부당하게 구속했다제!
이건 이미, 사과한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제!]
[맞아! 맞아!]
[정말이지 용서할 수 없다구!]
[도스! 당연히 이대로 끝나지는 않겠지! 빌어먹을 인간을 제재하라구!]
마리사의 발언에 동조하는 주변 윳쿠리들.
붙잡혀 있던 마리사가 무사히 풀려났지만, 그러나 그 정도로는 윳쿠리들의 기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협정을 어기고, 신성한 윳쿠리의 영토를 침범한 인간을 용서치 말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무규! 모두가 하는 말이 맞아! 빌어먹을 인간놈들은, 그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질렀어!
당연히 마리사를 풀어주고 그냥 끝날 수는 없는 거야!
어리석고 치사한 빌어먹을 인간놈들에게는,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도록 하겠어!
물론 괜찮겠지? 도스! 이건 정당한 권리야!]
모두의 의견을 대표해서, 간부파츄리가 도스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러자 도스는,
[물론이라구! 이건 사건은, 명확하게 빌어먹을 인간 쪽이 나쁘다구!
그리고 마리사를 풀어주는 걸로, 그 사실을 인간들도 인정했다구!
도스는 단호하게 항의할 거라구!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빌어먹을 인간들에게 제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거라구!]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렇게 파츄리의 제안을 두말없이 동의한 도스에게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윳쿠리들.
그 도스의 모습은 과거 기가 약해 의지가 되지 않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자신감이 넘치고, 모두를 이끄는 리더의 모습이었다.(그런 것처럼 윳쿠리들에게 보였다.)
사실 지금 도스에게는 이미 예전처럼 망설임 따윈 없었다.
자신은 최강의 리더이다. 그걸 이번 인간의 대응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 도스가 되기 전 마리사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거대하고, 그저 올려다볼 뿐인 존재였다.
그것을 거역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신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 전에 무리에 마리사를 돌려주러 왔던 인간은 어떤가.
자신들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았는가!
그 때 인간의 모습은, 도스의 눈에는 굉장히 왜소한 걸로 보였다.
뭐지 이건? 지금까지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던 존재가, 지금은 상당히 작게 보이잖는가!
자기가 조금만 밟아버리면, 간단하게 뭉개져 버릴 것 같다.
그렇다! 지금은 예전이랑은 입장이 뒤바뀌었다. 자신 쪽이 내려다보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해한 순간 도스 안에 무언가가 몸 안에 퍼졌다.
그렇다! 그랬던 것이다!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존재, 도스마리사다!
저런 작은 몸집의 인간이 도대체 뭐가 무섭겠는가!
실제로 빌어먹을 인간들은 도스를 무서워하고 있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게 바보 같다.
그렇다! 자신에게는 힘이 있다!
인간들을 복종시키고, 모든 윳쿠리를 느긋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힘이!
[느후, 느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도스의 입에서 자연스레 자아도취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인간의 무리에 항의하러 결심한 순간, 인간 쪽에서 마리사를 돌려주고 사죄하러 왔다.
이 사실로 자신이 바라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이뤄질 것만 같은, 말하자면 전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뭇쿄쿄쿄쿄쿄!]
그리고 그것은 간부파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현자인 파체의 계획대로!
정말이지 너무 천재라서, 미아아아아아아안!
뭇쿄쿄쿄쿄쿄쿄쿄쿄!)
자신이 생각한 작전의 예상 이상의 결과를 앞에 두고, 자기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자신의 현자로서의 재능은 두려울 정도라고 기쁨에 빠진 간부파츄리.
간부파츄리의 계산으로는, 인간이 마리사를 돌려주는 건 도스의 압력을 느낀 이후로, 인간이 굴복하는 단계에서였다.
그러나 인간들은, 윳쿠리가 두려워 이쪽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이 먼저 마리사를 풀어주러 온 것이다.
정말이지, 아무래도 자신은 지금까지 인간이라는 존재를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나 현자인 파체도, 인간들이 이 정도로 근성 없는 겁쟁이에 덜떨어진 녀석들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엔 자기 주제도 모르고 부탁만 해대는 주제에, 조금만 외부랑 트러블이 생기니 곧바로 상대의 안색을 살피며 엎드려 빌며 외교를 한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그런 녀석들한테 복종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하지만, 뭐, 그건 이제 됐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니까. 이걸 빌미로 인간들과의 새로운 협정을 맺는 것이다.
이 상태라면, 그 경계선에 있는 작은 야채플레이스뿐만이 아니라, 좀 더 잔뜩 인간들에게서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는 바로 그 겁쟁이 인간들이다. 조금만 세게 나가면, 금방 윳쿠리님을 최대한의 배려한 외교를 할 게 빤히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인간들이 소유하고 있는 영토의 절반 정도를 빼앗는 식으로 새로운 협정을 맺을 생각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협정도 포함해서이다. 상쾌제한 따위의 규칙은 폐지시키고, 자유롭게 윳쿠리의 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
몇 명의 인간을 윳쿠리의 노예로 삼아 제공하는 것도 괜찮다. 매일 식량이나 달콤달콤을 세금으로 인간이 윳쿠리에게 헌상하는 내용의 규칙도 협정에 포함시킬 생각이다.
다른 잔뜩의 협정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건 천천히 정리해 나가도록 하자.
[뭇쿄쿄쿄쿄! 자아! 앞으로 바빠질 거야! 빌어먹을 인간놈들과 맺을, 새로운 협정 내용을,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아, 가만 있을 수가 없네! 분명 멋진 내용의 협정이 될 게 분명해!
그렇다고 해도, 내용을 생각하는 건 바로 이 현자이신 파체지만! 뭇쿄쿄쿄쿄!]
이렇게 도스와 간부파츄리가 인간을 상대로 콧대를 높이는 것은 결정적인 것이 돼버렸다.
윳쿠리는, 원래 맹신이 과한 생식이다.
한 번 이렇게 돼버린 윳쿠리를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측이 화해하는 길은 막혀버렸다고 해도 좋다.
그럼, 그런 식으로 윳쿠리들이 기분 좋은 얼굴로 야단법석 떨고 있을 때, 무리에서 떨어진 다른 장소에서는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에~, 그러니까 말이죠, 실은 인간한테 나쁜 짓을 하다가 붙잡힌 마리사를, 제멋대로 풀어줘 버린 미친놈을 찾고 있는데요.
혹시 이 근처에서 보지 못하셨나요? 아가씨?]
남자가 눈앞에 있는, 산에서 서성이고 있던 여자에게 말을 건다.
[어머어머, 아무래도 상당히 험한 소릴 듣게 된 모양이네요, 저는.]
상대하고 있는 여자 쪽은, 의외로 금방 그것이 자신의 행위라고 인정했다.
[역시 네가 그랬냐. 이런 산속에서 마을사람도 아닌 인간이 혼자 서성이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손이 비어있는 걸 보면, 마리사는 이미 무리로 돌려보낸 뒤인가?]
[에에, 맞아요. 다들 굉장히 기뻐했어요.]
[젠장, 늦었나.
너 멋대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남자가 여자를 노려본다. 하지만, 여자 쪽은 새침한 표정이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하네요. 저는 그저 인간이 자기 사정에만 맞게 구속, 학대하고 있던 마리사를 해방시켜 줬을 뿐이에요.]
여자는 뭔가 의외라는 듯한 말투로 말한다.
[게다가 윳쿠리 쪽에 다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 마리사는 즉석에서 풀어줬어야 했어요. 왜냐면 그것이, 인간과 윳쿠리의 관계를 배려한 정치적인 결단이라는 거니까요.
당신 역시 애도 아니니까 그런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요.]
[……… 저기 말야, 여기저기 태클 걸고 싶은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제일 문제인 건 어째서 그 정치적 판단인가 뭔가 하는 걸 일반시민이고 아무런 권한도 없는 네가 제멋대로 판단해서, 실행하고 있는 건지 괜찮으시다면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시련지요오.]
여자의 영문을 모를 이상한 말에, 남자는 약간 황당하다는 듯한 말투로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건 당연한 거잖아요. 이 나라에서 윳쿠리에 대해 가장 열심히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건 우리들이에요.
그러니 윳쿠리를 대하는 인간의 대표로서 행동하고 있을 뿐이죠.]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여자.
남자는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 아~, 그보다 말야, 애초에 네가 말하는 그 정치적 판단인지 윳쿠리를 대하는 대표인지 하는 게 뭔데?
외교문제도 아니고, 뭔가 얘기가 너무 호들갑 떠는 내용이라 현재 상황이랑 아귀가 맞질 않는 것 같은데.
이건 말이지, 그냥 단순하게 윳쿠리가 나쁜 짓을 하니까, 구제할지 안 할지 정하는 그저 그 정도인 문제라고. 그리고, 네가 말하는 인간의 대표라거나, 복잡한 정치적 판단인가 뭔가 하는 게 끼어들 여지는 일절 없는데 말야~.]
남자는 타이르듯 여자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걸 들은 여자는 찌릿 하고 남자를 노려보며, 팟 하고 집게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맞아요! 그거에요! 그런 자세야말로 잘못됐다는 거에요!
마치 윳쿠리들을 물건이나 뭔가로 여기며 사무적으로 취급하는 당신의 그 태도!
윳쿠리들은 우리들 인류의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라구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구제 같은 건 결코 용서받을 수 없어요!
윳쿠리는 우리들한테 명확한 자기의지를 주장하는 게 가능해요.
그렇다면, 그것을 존중하고 하나의 독립된 국가처럼 여겨줘야 해요.]
그렇게 흥분한 듯한 느낌으로 말을 쏟아내는 여자.
[하아… 재성함다.
아, 그리고 첫대면인 사람한테 갑자기 삿대질은 하지 않도록.]
[아, 이런, 이거 실례했어요. 그만 흥분해 버려서.]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팔을 내렸다.
그런 보습을 보며 남자는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하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여자에게 묻는다.
[뭐,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대강 알았어.
그치만 말야, 지금은 내가 옳네 그르네 하는 건 냅두자고. 여기서 열 올리며 토론을 한들 계속 평행선일 뿐이고 의미도 없을 테니까.
그래도 말야, 현실문제로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윳쿠리들의 행동에 난감해하고 있단 말야.
그런데 마을주민도 아닌 외부인인 네가, 맘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남자는 팔짱을 끼며 지긋이 여자를 바라본다.
[애초에 너는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
붙잡힌 마리사를 윳쿠리들의 무리에 돌려보내면 사태가 진정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완전히 착각이라고.
혹시 너는 이걸로 윳쿠리들한테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녀석들은 아마 이번에 마리사가 풀려난 걸로 감사 따윈 하지 않을 거야.
왜냐면 윳쿠리들한테는, 인간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인식이 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자신들은 전혀 나쁘지 않고, 나쁜 건 인간이라고 하는 의식을 더 강하게 만들어 버려서, 여러 가지 요구하는 짓을 하게 될 거야.
윳쿠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한 번 콧대를 세우기 시작한 윳쿠리가 얼마나 귀찮아지는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원하는 걸 아무리 주더라도, 좀 더 내놔, 좀 더 느긋하게 해라 따위 요구를 끝없이 하게 된다고.
댁은 윳쿠리의 의사를 존중하라고 하지만, 그 녀석들 요구대로 이 세상 모든 걸 윳쿠리한테 줘버릴 셈인가?]
[그런 말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뭔가 문제가 일어났다고 윳쿠리의 말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구제나 학대를 하는 게 잘못됐다는 거에요.
무조건 인간이 옳은 건 아니니까요. 가끔은 인간이 잘못했고, 윳쿠리가 옳은 경우도 있겠지요.
그럴 때 지금의 방식으로, 듣지도 않고 윳쿠리가 무조건 나쁘다고 딱지를 붙여 버리고 괴롭히면, 그걸로 정말 우리들 인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분명 자신들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악을 처벌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그런 짓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분명 인류는 나아갈 길을 헤매게 될 거에요.
지금이야말로,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약한, 그렇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생물인 윳쿠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인류 전체를 계몽할 수 있을 거에요.]
[……………]
(………어쩌지. 이 녀석 엄청 귀찮아.)
여자의 말이 지겨운 듯한 남자.
남자는 처음 여자가 마리사를 구해준 이유를, 윳쿠리가 갇혀있다니 너무 불쌍해, 하는 그런 가벼운 기분으로 구해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고 아무래도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복잡한 생각이나 신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남자는 경험상 이런 녀석들이 제일 번거롭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절대로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유쉐퍼드 녀석들이 몇 배는 편한 상대다.
남자 역시 그녀의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부정할 생각은 없고,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하는 짓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냐면,
[뭔가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말야, 그거 실은 이번 일에 대한 이유가 안 되잖아.
방금도 말했지만 실제로 피해를 입는 건 이 산기슭 마을의 주민들이라고.
네가 윳쿠리에 대해 얼마나 대단한 사상을 가지고 있든 그건 별로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주장하는 것도 상관 없어.
그 주장 그대로 윳쿠리를 대하면 되겠지.
그래도, 그걸로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는 건 안 되잖아. 자기 맘대로 해도 되는 일은 재량껏 분별해야지.
딱 잘라 말하면 그것도 못하는 놈은 이 사회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정말 죄송합니다.]
여자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
(………어쩌지. 이 녀석 사과해 버렸어. 엣, 아니, 이건 괜찮은 건가.)
예상외의 전개에 당황하는 남자.
하지만 여자는 상관 없다는 듯 말을 꺼낸다.
[예를 들면 윳쿠리 한 마리랑 인간 한 명이 똑같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처했다고 하죠.
구할 수 있는 그 중 한 쪽뿐. 그럼 어느 쪽을 구해야 할까요?]
[?.........??]
갑자기 사과를 하더니, 이번엔 또 남자에게 의미불명의 질문을 하는 여자.
[그야, 인간을 구하는 게 당연하겠지.
설마 윳쿠리를 구하는 쪽이 옳다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뇨, 인간을 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 그렇게 하겠죠.]
[그럼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제가 윳쿠리를 위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이번 일로 저는 마을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겠죠. 그건 자각하고 있고, 정말로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건, 저는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이득을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거에요.]
[미안, 분명 내 머리가 멍청해서 그러겠지만, 아까부터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돼.]
[그렇겠죠. 실은, 일부러 이해하기 힘들게 말하고 있거든요.]
[……장난하냐.]
[아뇨, 당치도 않아요.
일부러 말을 돌려가며, 상대를 애태우는 게 여자마음이랍니다.]
[……………]
(………어쩌지. 이 녀석 엄청 재수없어.)
남자는 짜증난다는 듯 눈썹을 늘어뜨렸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해도 얘기가 통하지 않는 여자가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하아, 알았어, 이제 됐어.
어이, 너.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아니라, 나중에 제대로 마을사람들한테 사과하라고.
그리고 이 근방 윳쿠리들은 내가 처리할 거야.
너는 이제 귀찮은 짓 하지마. 알았지!]
[예, 알았어요.]
여자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나 참….. 제발 부탁한다 좀.]
계속 산에 있더라도 별다른 수가 없으니 일단 물러나기로 한 남자.
마리사가 무리에 이미 되돌아갔다면, 지금부터 흥분상태인 윳쿠리의 무리에 가더라도 분명 역효과만 날 것이다.
하루 정도 시간을 두는 게 낫다.
[예를 들면…]
[아?]
산을 내려가려는 남자의 등뒤로 여자가 말을 건다.
[인간 남자와 여자가 위험에 빠진 상황이라고 하죠.
구할 수 있는 건 그 중 한 쪽뿐. 그럼 어느 쪽을 구해야 할까요?]
[알게 뭐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그렇죠. 그게 옳다고 저도 생각해요. 그리고 그거야말로 제가 바라는 이상이구요.]
[아~, 예예, 그러십니까. 그거 참 잘됐네요.]
이미 남자는 상대하지도 않고 있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산을 내려간다.
[이런, 아무래도 미움을 산 것 같네요. 뭐, 그치만 어쩔 수 없으니까요.
지금 제 계획을 알아차리게 하면 안 되니.]
떠나가는 남자를 바라보며, 여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다음날.
[그래서~엉,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돌아와 버렸다고~옹?]
[그런 말 마라. 본인이 일단 사과하겠다고 하는데, 이 이상 나한테 어쩌라고?
촌장도 괜히 일 키우는 건 싫으니까 경찰에 연락하지는 말라고 하는데.
애초에 인간을 어떻게 하는 권한은 우리들한테 없잖냐.]
[뭐, 그렇게 되겠지. 곱게 물러나 준다면, 이 이상 별일 없겠지.]
숙소 식당에서 식사 중인 인물이 세 명.
남자가 한 명이고 여자가 두 명. 모두 윳쿠리 국영기관의 관계자이다.
여자 중 한 명은, 남자가 전날 전화를 걸었던 상관인 선배, 다른 한 명의 여자는 남자의 동료이자 가끔 일을 서로 돕는 악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물러터졌어! 물러터졌어엉! 나쁜 애한텐 벌이 필요하다구~웅.
그 자리에서 강간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엥.]
[하겠냐! 멍청아! 그런 짓을 했다간 내가 잡혀간다고! 인간을 상대할 경우는, 윳쿠리하고는 다르게 절대로 건드리지 않도록 돼있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아니, 그보다, 애초에 너는 왜 왔는데? 부른 적 없거든?]
[어머~엉, 너무 차갑네에.
뭔가 트러블이 생겼다고 해서, 시간도 남고 해서 도와주러 왔는데에.
왔다! 언니가 왔다! 이제 학대도 기대할 수 있어! 하고 기뻐해야지~잉? 여기선.]
[제발돌아가주세요부탁합니다.]
[………그래, 그렇게 스트레이트로 말해버리니까 좀 상처받네.]
고개를 푹 숙이는 여자.
남자는 좀 말이 지나쳤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 여자가 떠들어대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니까 상관 없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아~, 으흠!
그래서 네가 말한 마리사를 풀어줘 버린 범인은 혹시 이 인물일까?]
얘기가 일단 끝난 걸 보고, 곧바로 손에 있는 자료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남자에게 보여주는 선배.
[오오! 이 녀석이야, 분명해.
뭐야, 사진이 있다는 건, 이 녀석 어딘가 조직의 거물인가요?]
사진을 보며 묻는 남자.
윳쿠리에 관련된 민간조직이라곤 해도, 이 규모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조직도 몇 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이 커지면 당연히 그 영향력도 크고, 가끔은 그게 여러 가지 폐해를 낳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소속된 조직은 규모가 큰 단체의 리더격인 간부들의 간단한 프로필이나 사진 정도는, 데이터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선배가 여자의 정체를 입수할 수 있었다는 건, 아마도 이 여자가 제법 되는 조직의 인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
[ ? ]
선배의 모순된 발언에 눈썹을 찡그리는 남자.
[이 사진에 나온 여자는 말야, 실은 일주일 전까지 윳쿠린피스의 간부 중 한 사람이었어.]
[과거형이네요.]
[그래, 과거형. 그런데 갑자기 조직에서 탈퇴해 버린 거야.
이유는 불명. 자기가 직접 그만둔 건지, 무언가 문제를 일으켜 제명된 건지는 몰라.
최근 윳쿠리 관계단체 중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으니까 혹시나 했는데,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네.
후후, 뭐야 내 감도 아직은 녹슬지 않았다는 건가.]
[아~, 선배 감은 잘 맞으니까요~.]
이전 그녀가 위화감을 느낀다고 했던 도스의 무리가, 인간에게 대규모의 반란을 계획하고 있던 사건을 떠올리며 말하는 남자.
[그래서, 어땠어? 그녀랑 직접 얘기해본 너의 감상은?]
[으~응, 뭔가 좀 속을 모를 녀석이라는 인상이네요.
뭘 하고 싶은 건지 좀처럼 읽어낼 수가 없다고 할까, 애초에 이유가 있기나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돈을 노리는 기색은 없어서 유쉐퍼드 녀석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윳쿠린피스였나.
애초에 제가 윳쿠린피스랑 얽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흠, 확실히 윳쿠린피스는 어느 쪽인가 하면, 도시윳이나 애완윳에 관련된 주장을 하는 단체니까.
산에 사는 야생윳쿠리에 관해서는 그다지 건드리지 않는 성질이 있으니, 네가 잘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예! 예! 예~에! 저 잘 알아요~옹, 윳쿠린피스!]
아까부터 침울해져 있던 여자가, 갑자기 기세 좋게 손을 번쩍 들며 주장했다.
[아아, 그랬지. 너는 애완윳 담당이니까. 이 녀석들이랑 마주칠 기회도 많았겠네. 그래, 이 녀석들 어떤 느낌이야?]
남자가 묻는다.
[그게 말이지~, 딱 잘라 말해서 좀 재수없는 녀석들이야~.
애완윳쿠리한테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주라거나, 도시의 야생윳쿠리를 함부로 구제하지 말라거나~앙, 헛소리나 하는 녀석들이야!
특히나 재수없는 점이, 윳쿠리의 뱃지시스템을 폐지하라고 주장한다는 거네에.
금이네 은이네 하는 게 차별로 이어지니까 그만두라고 하더라니까~앙! 정말이지 답답한 것도 정도가 있지~!
뭐든 뭐든 평등, 공평, 하고, 손에 손을 맞잡고 다같이 골인하는 애들 경주도 아니고, 정말 바보 같아서.
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부글부글 끓네~엥!]
부들거리며 주먹을 꽉 쥐는 여자.
일단 남자가 소속된 기관은 국가기관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바보 같이 느껴지더라도, 민간단체가 주장하면 무시하지 못하고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자는 실제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평등이라, 그러고 보니 그 여자도 그런 말 비슷하게 했던 것 같네.
윳쿠리의 말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서 나라처럼 취급해야 되네 어쩌네 하고.]
[응~ 이럴수가!
애완윳뿐만이 아니라~앙, 산에 사는 야생윳쿠리한테까지 그런 소릴 하디니이!
이걸로 그 여자가 조직에서 나온 이유를 알겠네~엥.
미친놈들 조직인 윳쿠린피스 안에서도 차마 두고 못 볼, 톱클래스의 미친년이라는 거네엥!]
[얌마… 말이 좀 지나치잖아.]
역시나 말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 남자가 주의하려고 했을 때,
[실례합니다! 윳쿠리 관련 프로이신 분들이죠!
지금, 마을 경계선 근처에 도스마리사가 나타나서, 마을 대표와의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발 대응해 주셨으면 합니다!]
식당에 마을 젊은이가 뛰어들어왔다.
[이거 참, 그런 얘길 하고 있는 사이에 도스께서 오신 모양이네요.]
[뭐, 일단 그 여자 문제는 나중이다. 먼저 이쪽을 어떻게든 해야겠구나.]
[우후후후, 게스윳 상대라면 이 언니한테 맡겨줘~엉.]
세 사람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스가 나타난 곳은, 이야기의 발단이 된 그 밭이었다.
그곳에는 도스 외에도 간부파츄리, 그리고 이미 한 번 붙잡혔던 마리사와 그 동료윳쿠리들이 모여있었다.
[여어, 도스. 왔다. 인간한테 할말이 있다며?]
남자가 가볍게 손을 들어 도스에게 인사한다.
그러자 도스는,
[느느! 너무 늦게 왔다구! 도대체 언제까지 이 도스님을 기다리게 할 셈이야! 웃기지 말라구! 정말이지 쓰레기는 이래서 싫다구!
너네들, 자기들 입장을 알고나 있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
[뭇쿄쿄쿄쿄쿄! 정말이지 쓰레기 인간은, 뭘 해도 우둔하고 굼뜨네!
그런 주제에 넓은 플레이스를 다스릴 수나 있으려나? 역시 우수종인 윳쿠리가, 빌어먹을 인간을 지배해야 되는 거네!]
[얌마얌마아아아아아! 마리사님이 일부러 와주셨다제에에에에에에에!
당장 마리사님께, 사죄하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
마리사님은 관대하니까, 빌어먹을 인간의 플레이스를 전부 내놓고 노예가 되겠다고 한다면, 반죽음 정도로 넘어가 주겠다제에에에에에에에!]
[느으! 당장, 마을에 있는 달콤달콤을 가져오라구! 전부 가져와도 된다구!]
남자와 동료들이 도착한 순간, 제멋대로 지껄여대는 윳쿠리들.
[………]
[우와아.]
[이건 심하군.]
윳쿠리들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입을 다물어 버린 남자, 한숨을 내쉬는 언니와 선배.
이 윳쿠리들이 인간을 깔보고 완전히 내려다보는 태도를 보면, 딱히 윳쿠리의 프로가 아니더라도 한눈에 게스화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도스를 시작으로 무리의 수뇌진이 이런 태도를 취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무리의 윳쿠리들 모두가 감화돼서,
이미 모두 게스화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솔직히 남자는 이 꼴을 보기 전까지는, 아직은 화해의 길을 포기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러나 이 상황을 눈앞에 두고, 다시 원래대로 관계가 되돌아갈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
[에~, 그러니까, 도스? 뭔가 인간한테 할말이 있으니까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온 거지?]
인간들을 앞에 두고, 계속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윳쿠리들에게 남자가 입을 열었다.
[느느, 맞다구! 이번 사건으로 도스는, 굉장히 화가 났다구!
윳쿠리들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게다가 무리의 동지인 마리사를 괴롭히고,
더욱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마리사를 부당하게 구속했지!
이런 사회적인 악을, 도스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구!
빌어먹을 인간놈들한테는, 제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할 거라구!]
[맞아! 맞아!]
[도스! 좀 더 말해줘!]
[빌어먹을 인간놈들은, 당장 사죄해라아아아아아아아아!]
[뭇쿄쿄쿄쿄! 그리고 이번 사건과는 별도로, 현자인 파체가 생각해낸, 새로운 협정도 맺도록 하겠어!
물론 싫다고는 하지 않겠지! 협정을 위반한 건 그쪽이니까!]
도스의 말에 호응하며, 또 질리지도 않고 지껄여대는 윳쿠리들.
(있지~잉, 이제 됐잖아~앙, 얼른 해치워버리자~, 짜증나는데.)
뒤에서 언니가 남자의 등을 두드린다.
이미 이 윳쿠리들은 게스이고, 인간이 하는 말은 전혀 따를 기색이 없다는 건 확정돼 있으니,
얼른 학대, 아니 구제를 하게 해달라고 재촉한다.
분명 이 녀석들한테는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소용없을 것이다.
여기서 윳쿠리들의 모순점이나 설명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들 어차피 말귀를 못 알아먹을 테니까.
그러니,
[아~, 도스, 유감이지만 그 요구는 다 거부하겠다.]
남자는 매정하게 말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믿기질 않는다는 모습으로 일제히 윳쿠리들이 절규한다.
[웃기지 말라구! 나쁜 짓을 해놓고 사죄도 배상도 않겠다니 무슨 소리냐구우우우우우우우우!]
[이유는 간단. 우리들은 나쁜 짓 한 거 없어. 이상.]
[무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잡아두고 있던 마리사를 석방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잘못을 인정하겠다는 거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파츄리가 눈이 벌겋게 돼서 흥분상태로 남자에게 외친다.
[아아, 그랬지. 마리사를 석방해 버린 건 인간의 책임이지.
그 일에 대해서만은 이쪽이 잘못했으니, 제대로 사죄하마.
나쁜 짓을 저지른 마리사를 석방해 버려서 정말로 미안하네. 미얀.
자, 사죄 종료.
응, 이제 됐지. 잘됐네, 잘됐어. 그럼 이제 돌아가도 되겠지.]
[적당히 좀 해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죄랑 배상이라면, 달콤달콤이랑 야채플레이스를 말하는 거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헛소리 하지 말고 당장 내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일이 말로 해주지 않으면 그런 것도 모르는 거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가벼운 도발에 폭발해 버린 도스가 외친다.
[느으으으으으으으으으! 헛소리나 늘어놓고오오오오오오오!
파츠리이이이이이이이이! 이렇게 되면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구우우우우우우우!
이 개쓰레기놈들한테, 그걸 보여주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무규! 알았어!]
[그거?]
의아하다는 표정을 하는 남자와 여자들을 겉눈질로 보며 간부파츄리는 도스의 모자에서 뭔가를 꺼냈다.
도스스파크를 쏘기 위한 버섯일까?
자세를 갖추는 세 명. 여기서 도스가 도스스파크를 쏜다면 그걸로 교섭은 결렬. 개전의 신호가 되어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도스의 죽음을 의미한다.
왜냐면 이곳에는 윳쿠리에 대한 프로가 세 명이나 있는 것이다. 막 도스화 했을 뿐인 도스 정도는 순식간에 처리해 버릴 것이다.
그러나, 간부파츄리가 도스의 모자에서 꺼낸 것은, 버섯이 아니었다.
그것은,
[카드인가? 저거.]
간부파츄리가 입에 물고 있는 것은, 직사각형의 카드였다.
흔히 보이는 포인트카드나 신용카드랑 같은 크기이다.
[뭇쿄쿄쿄! 이걸 보고도 도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카드를 물고 있던 간부파츄리가 남자에게 카드를 넘겨주며 말한다.
그 카드를 바라보는 세 사람.
[………이거, 운전면허증이죠?]
[그런 것 같네.]
[아니, 그보다~앙, 이 사진 속 여자~앙, 아까까지 얘기했던 저 마리사를 풀어준 녀석이잖아~!]
언니의 말대로, 그 면허증에 있는 사진은, 아까 얘기 중 나왔던 윳쿠린피스에서 탈퇴했다는 여성의 것이었다.
하지만, 신분증명에도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면허증을 어째서 윳쿠리들이 가지고 있는 걸까.
[어이! 뭐야 이건! 어쩔 셈이냐!]
역시나 남자도, 이번엔 강한 말투로 도스에게 묻는다.
[늣헷헷헷헤! 모르겠어어어어어?
그 사진씨에 찍혀있는 언니를, 도스랑 동료들이 무리에 인질로 잡아두고 있다구우우우우우우!
만약 도스랑 동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언니가 어떻게 되도 모른다구우우우우우우우!]
[뭐… 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말문이 막힌 남자와 동료들이었다.
- 경계선-3 으로 이어집니다.
anko2997 경계선 - 3
제재, 자업자득, 구제, 무리, 게스, 도스마리사, 희소종, 독자설정
- 나나시
지금, 어느 시골 마을과 산 사이의 경계선에서, 여러 마리의 윳쿠리와 인간이 대치하고 있다.
이 장소에 있는 윳쿠리들은, 산에 있는 무리를 거점으로 살아가고 있는 윳쿠리이며 도스의 모습도 보인다.
그 앞에 있는 인간들은 윳쿠리 전문기관에서 파견된 윳쿠리 관련 프로들이다.
원래대로라면 이 자리에 양측이 모이는 건 교섭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방금부터 양측 사이에는, 도저히 제대로 교섭이 이뤄질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느후후후후후후후후!]
[뭇쿄쿄쿄쿄쿄쿄!]
[늣헷헷헷헷헷헷헤!]
그 자리에 있는 도스를 시작으로 윳쿠리들은 모두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피식 더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것은 자신들의 절대적인 우위성을 자각해서, 인간을 깔보고 있는 미소였다.
[……………]
하지만 그런 평소대로라면 자기도 모르게 뭉개버리고 싶어질 불쾌한 미소를 앞에 두고도, 눈앞에 있는 인간들은 윳쿠리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그저 입을 다문 채 윳쿠리들을 노려볼 뿐.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윳쿠리들은 인간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명이 관련된 이상 당연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어이어이, 왜 그러냐구! 도스는 빌어먹을 인간놈들한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구!
입만 다물고 있지 말고 냉큼 대답을 들려달라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자와 동료들 앞에서 콧대를 세우며 답변을 재촉한다.
윳쿠리들이 이번 사건에서 인간에게 하고 있는 요구는, 사죄와 배상과 새로운 협정을 맺을 것.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건 마을의 토지나 식량을 넘기고, 이후로도 자신들에게 복종하라는 뜻이다.
이런 요구는 당연히 논의할 필요도 없이 기각이다.
하지만, 윳쿠리는 거절하면 인질의 안전은 보장하지 못한다며 게스 같은 요구를 내밀었다.
예삿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칫, 미치겠네. 이런 전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아니, 그보다,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 여자. 윳쿠리한테 붙잡히다니 말도 안 되잖아. 아니, 애초에 정말로…
안 되겠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현재 시점으로는 전혀 판단이 안 서.
그리고 상황을 해결할 수 없는 이상, 이 자리에서 함부로 결판을 내려고 하는 것도 위험하겠군.
어쩔 수 없지. 여기선 일단…)
[……그렇네, 도스, 결론을 낼 때까지 하루 정도 시간을 주지 않겠어?]
[느아앙?]
[이 문제는 도저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로만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냐.
인질 건도 있고, 너희들이 말하는 사죄와 배상이라는 걸 받아들일지 어떨지 일단 마을에서 이 이야기를 가지고 협의할 필요가 있어.
그러기 위해서 하루를 달라는 말이야.]
그렇게 도스에게 시간을 달라는 제안을 하는 남자.
실제로 어떤 결론을 내놓든지, 현재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사실관계의 파악도 포함해서,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웃기지 말라구! 너네들 빌어먹을 인간한테, 선택의 여지 같은 건 없다구!
인질이 어떻게 돼도 상관 없어? 상담 같은 건 시간낭비라구!
앞으로 너네들은, 도스님의 명령만 들으면 되는 거라구! 이해는 돼?]
[어이어이, 억지 부리지 말라고. 우리들은 네가 하는 말을 여기서 처음 들었다고.
그러니 곧바로 [예, 그러십니까.] 할 수는 없잖아.
도스도 뭔가 무리의 규칙을 정할 때 모두와 상담하잖아? 그거랑 같은 거야.]
[그러니까 그 상담이, 쓸데없다고 하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앞으로 빌어먹을 인간놈들은, 윳쿠리의 노예가 되는 거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노예는, 주인의 명령을 듣는 게 일이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제안을 흥분상태로 완강히 거부하는 도스.
도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는 윳쿠리에게 봉사하는 노예이며,
그 노예가 도스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었다.
[뭇쿄쿄쿄쿄! 일단 진정해, 도스. 괜찮잖아?
상대는, 우둔하고, 능동적인 판단력이 전혀 없는 쓰레기인간이니까!
조금은 기다려 주지 않으면, 윳쿠리의 고도의 사고는, 이해하지 못한다구! 뭇쿄쿄쿄쿄!]
간부파츄리가 도스를 달래며 말한다.
[느으으으! 파츄리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그럼 특별히 기다려 주겠다구! 감사하라구!]
[그러냐. 그거 참 고맙네.]
토해내듯 말하는 남자.
하지만 도스는 피식 웃으며,
[다만, 조건이 있다구!]
하고 말했다.
[앙? 조건?]
[그렇다구! 이 위대한 도스님께서, 특별히 기다려주겠다고 했으니까.
그 정도의 성의는, 보여줘야지!]
[뭐야? 성의라니? 달콤달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성의라고 하면, 엎드려 비는 게 당연하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추하게 넙죽 바닥에 엎드려서, 내일까지 기다려주세요, 도스님, 하고 애원하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바보인 거야? 죽을 거야?]
[뭇쿄쿄쿄쿄! 뭐어, 그쪽이 기다려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도스가 특별히 양보해 준다고 하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 거네에!]
[늣헷헷헤! 원대대로라면 죽음으로 사죄해야 하는데, 엎드려 비는 것 정도로 용서해 주다니, 역시 도스는 관대하다제!
얌마아아아아! 냉큼 엎드리라제에에에에에!]
[엎 드 려! 엎 드 려! 빨리 레이무한테 보여달라구~! 곧바로 보여줘도 된다구!]
[……………]
(역시 그냥 이 자리에서 없애버릴까, 이 새끼들…
아니, 안 돼. 젠장, 정말 싫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나.)
남자는 일단 이 이상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이해하고, 탁 하고 두 손과 두 무릎을 지면에 대고 엎드리며,
[부탁합니다내일까지기다려주십시오도스님]
하고, 분노로 핏대를 세우며 쥐어짜내듯이 겨우 말했다.
[느흥! 겨우 도스의 위대함을 이해한 모양이네! 정말이지 쓰레기인간은 뭘 해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린다구!]
[늣햐햐햐햐햐! 이 녀석 정말로 엎드려 빌고 있다제에! 완전히 웃긴다제에에에에에에에! 껄껄껄껄껄껄껄!]
[뭇캬캬캬캬캬! 빌어먹을 인간은, 정말로 자존심이라는 게 없네!
뭐, 그치만, 하등한 인간은, 그러고 있는 게, 잘 어울릴지도!
현자인 파체는 도저히 그런 꼴로는 못 있겠어! 뭇캬캬캬캬!]
남자가 엎드려 빌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하는 윳쿠리들.
하지만 그 때, 빠직! 하는 소리를 내며(실제로 그런 소리가 날 리가 없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남자 뒤에 가만히 있던 언니가, 윳쿠리들을 향해 나서려 한다.
그녀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
아무 말도 없지만, 꿰뚫어 버릴 듯 날카롭게 윳쿠리들을 노려보는 그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네놈들을 죽여 버리겠다!!!] 하고.
만약 지금 그녀와 평범한 윳쿠리가 눈을 마주친다면, 곧바로 무섭시시를 지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그 정도의 살기를 품고 윳쿠리들에게 다가가려는 언니.
하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남자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하늘을 찌를 듯한 윳쿠리들은, 그런 자신들의 눈앞까지 와있는 확실한 죽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뭐, 눈치챈다고 해도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그러나 그런 언니를,
(안 돼!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서두르지마!)
선배가 뒤에서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꽉 껴안아 말렸다.
(뭐야 임마! 이거 놔, 할망구! 갱년기장해냐? 이렇게 병신 취급 당하는데 닥치고 있으라고?
이 녀석들 무리에 인질이 있다면, 지금 들키지 않도록 여기 있는 똥자루들을 한 마리도 남김 없이 다 쳐죽여 버리면 되잖아!)
(멍청아, 냉정해지라고. 무리의 윳쿠리들이 여기 보이는 장소에만 있다고는 할 수 없잖아!
여기서 보이지 않는 곳에 여러 마리가 숨어있어서, 상황을 엿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령 여기 있는 녀석들을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다 죽여도,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녀석들을 무리에 보내게 되면 아웃이란 말이다!)
(그런 지능 이놈들한텐 없어! 도대체가 도스 이외에 인간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우선 여기서 이 도게스를 끝장내고, 그 다음에 무리로 인질을 구하러 가면 되잖아!)
(그런 지능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하나! 애초에 윳쿠리가 인질을 잡는 사태 자체가 평범한 윳쿠리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이상사태라고.
도스 이외에도 윳쿠리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이 있을지도 몰라.
인명이 관련된 걸 알게 된 이상, 경솔하게 행동하는 건 안 돼. 그걸 아니까 얘도 가만히 있는 거야.
제발! 지금은 참아줘. 나도 분하단 말야!)
(……………젠자앙!!!)
붙잡고 있던 언니가 몸에 힘을 푼다.
선배의 말을 듣고도 이 자리에서 폭주해 버릴 정도로 언니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렇다. 인명이 관련돼 있을지도 모르는 이상,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아무리 추하고 굴욕적이더라도 남자가 취한 행동이 절대로 옳은 것이다.
[늣훗훗후! 그러엄 도스랑 동료들은 이제 가보겠다구! 내일 다시 같은 시간에 올 거라구! 그때까지, 상담인가 하는 걸 끝내놓으라구!
말해두지만, 아무리 관대한 도스님이라도, 이제 이 이상 자비는 없다구!
당장 이 마을을 비워놓으라구! 이건 죄를 지었으니까 당연한 벌이라구!]
[느헤헤! 마리사님이 인간을 노예로 삼은 다음에, 이번엔 빌어먹을 인간을 투명한 상자에 쳐넣어서, 마리사님의 응응으로 길러주겠다제! 고맙게 생각하라제!]
[뭇쿄쿄쿄쿄! 뭐, 그렇게 침울해 할 건 없어! 현자인 파체가 생각해낸, 새로운 협정은,
양측의 관계를, 올바르게 고려한 훌륭한 것일 테니까!
곧바로 노예는 노예답게, 윳쿠리에게 복종하며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마지막까지 제멋대로 지껄여대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느으느으 하고 떠나가는 윳쿠리들.
뒤에는 인간이 세 사람만 멍하니 남아있다.
[자, 그럼, 우리들도 물러나도록 할까.]
남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더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두 명의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이곳은 마을에 있는 숙소의 식당.
그곳에는 아침과는 달리, 침울한 공기로 테이블에 둘러앉아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자, 그럼, 이렇게 맥없이 루저 무드로 마을까지 돌아오긴 했는데…]
[누우가 루저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선배의 발언에, 딱 하고 테이블을 두 손으로 두드리며 벌떡 일어난 언니.
[뻔하잖아. 우리들이지.]
[아냐! 절대로 아냐앙! 나는 결코 윳쿠리 따위한테 지지 않아!
저런! 저런 도게스 따위한테에-!
으그에! 방금 일 생각했더니 기분이 나쁘졌어.]
극도의 흥분상태이기 때문인지, 가슴을 누르는 언니.
[아아, 토할 거면 화장실 가서 해라. 토쟁이녀.]
[누우우가 토쟁이녀야! 이 반올림 하면 30대인 여자가!]
[뭣! 나이는 상관 없잖아!
아니, 그보다, 아까는 그냥 넘어갔는데, 나한테 할망구라고 실례되는 말을 했었지, 너!]
[사실이잖아-! 도대체가 댁이 아까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게스놈들을 다 쳐죽이고, 잘됐네, 잘됐어, 하고 있었을 거야!]
[언제까지 지나간 일을 다시 문제 삼을 생각이야? 그 때는 너도 납득했잖아.
분한 건 알지만 그렇게 하는 것 이외에 선택지가 없었잖아. 이미 끝난 일로 투덜대지마.]
[그 딴 거 알고 있단 말야-! 내가 말하려는 건 이미 졌다는 식으로 늘어져 있는 할망구의 태도라고~오!
뭐야? 벌써 항복이야? 이 정도로 포기할 정도면 얼른 이 일 때려치우지 그래~엥?]
[이년이-! 아까부터 듣고만 있자니까 제 좋을 대로 지껄여대고!
내가 언제 항복한다고 포기한다고 했냐! 윳쿠리 앞에서 우리들한테 패배라는 두 글자는 없어!]
흥분하며 선배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래~에! 그 말이 맞아! 죽여 버리겠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게스놈들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앙!]
[좋아! 죽여 버리자! 인간을 깔보는 짓거리를 하는 게스놈들에겐 미래 따위 없다는 걸 가르쳐주겠어!]
[[조오았어어어어어어어!]]
딱 하고 서로 팔을 교차시키는 두 여자.
[………… 저기~, 응, 그래……… 뭐야 이거.]
그걸 식겁해서 바라보고 있는 남자.
누가 보더라도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을, 실로 지켜보기 힘든 광경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윳쿠리 관련 프로인 그녀들이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정도로 좀 전의 일이 충격적이었다는 뜻이다.
애초에 윳쿠리가 인간을 인질로 삼아 요구를 이루려 하는 사건 자체가 전례가 없다.
그 정도로 자신들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녀들은 약간 흥분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남자 쪽은, 두 여자에 비해 상당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윳쿠리에게 엎드려 빈다는 굴욕적인 행위를 강요당한 덕분인지, 분노를 넘어서 도리어 냉정해진 것이다.
그 정도로 좀 전까지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이 중 누구보다도 잘 분석하고 있었다.
[그럼, 일단 진정된 것 같으니,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남자가 선배에게 묻는다.
[으, 음, 그렇네.
에~, 흐음! 자, 그럼, 우리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정석대로 간다면, 우리들은 여기서 셋이서 고민할 게 아니라, 경찰을 시작으로 다른 관련 전문기관에 곧바로 연락해야 되겠지.
윳쿠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명이 관련돼 있을지도 모르니까.
알고 있듯이 우리들은 인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은 일절 없어. 즉 이 사건은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는 거다.]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의 방침을 제안하는 선배.
[반대! 반대~엥!]
그런 선배의 제안에 팟 하고 손을 들어 이의를 제기하는 언니.
[호오, 어째선데?]
[그야, 열받으니까 그렇지~잉!
이대로 물러나고 다른 녀석들한테 맡기라는 거야~아! 그런 거 절대로 싫어~엉!]
[기각.]
[어이이이이이! 넌 그걸로 괜찮다는 거야~! 방금 느꼈던 일체감은 뭐였어~! 내 감동을 돌려줘-!]
[그런 식으로 마음에 안 드니까 싫네 하는 어린애 떼쓰기는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 식으로 일처리하면, 모가지 날아간다, 진짜.]
선배가 어이없다는 듯 지극히 당연한 의견을 말한다.
아무래도 방금까지 분위기 타면서 그래도 임무에 대해서까지 혼란스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핫! 좋~아!
그런 게스놈들한테 바보 취급 당한 굴욕을 안고 살아갈 바에는, 그 녀석들을 제재하고 모가지가 되든 뭐든 돼 줄 거야~앙!]
주먹을 꽉 쥐고 역설하는 언니.
[너, 게스윳만 나오면 집념이 대단하네.
뭐,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인질 문제가 말야.
이번만큼은 솔직히 그냥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
후~ 하고 숨을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선배.
[에~, 그럼, 그 인질에 대해서 제가 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그런 선배에게 손을 들고 발언하는 남자.
[응? 뭐지?]
[애초에 말이죠, 그 여자, 정말로 윳쿠리들한테 붙잡혀 있는 걸까요?]
그렇게 남자는 조용히 윳쿠리가 인질을 잡은 게 거짓말이 아닐까 지적했다.
[아~앗! 맞아맞아! 그거야~앙! 나도 그 말 하려고 했엉!
애초에 저 빌어먹을 윳쿠리놈들한테, 마리사를 돌려주고 사태를 번거롭게 만든 게 그 여자잖아~!
이건 이미 수상함 폭발이네~엥, 응, 인질은 분명 그 여자가 꾸민 게 분명해~엥!
자아, 이제 알았으니까 고민할 거 없네!
당장 다같이 그 무리의 윳쿠리를 싸그리 때려잡으러 가자~앙!]
[기각.]
[어이이이이이이! 또야!]
[그런 의심만으로 곧바로 처벌하러 갈 수는 없잖아.
애초에 나도 이게 그 여자가 꾸민 짓일 가능성을 생각했어. 그 여자는 누가 어떻게 보더라도 수상하니까.
그래도 그것만으론 말이지. 뭔가 근거라도 있을까?]
선배가 남자에게 묻는다.
[으~응, 뭐,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다면 좀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그 여자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윳쿠리랑 한통속일 거라는 근거는 몇 가지 있어요.]
[흠, 그럼 그걸 들어볼까.]
[그럼, 우선 첫 번째 이유는 그 여자가 윳쿠리한테 붙잡힐 때까지의 경과가 너무 부자연스럽다는 점.]
[왜?]
[아시겠어요? 우선 그 여자는 마을에서 마을사람한테 관계자인 척해서 열쇠를 입수하고, 붙잡힌 마리사를 구출했죠. 다음으로 그 마리사를 데리고 윳쿠리의 무리에 가서 돌려줬구요.
그 다음에 윳쿠리의 무리까지 이어져 있는 길에서 저랑 우연히 마주쳤어요. 그리곤 행적이 불명.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윳쿠리들한테 붙잡힌 건, 저랑 헤어진 다음이라고 생각되는 거죠.]
[그야 그렇지~이.]
언니가 맞장구를 친다.
[그래서, 그럼 좀 이상하잖아요. 그 여자는 저랑 대화한 뒤에 윳쿠리들한테 붙잡힐 때까지 계속 산에 있었다는 건데.
마리사를 돌려준다는 목적을 이룬 이상 그 산에는 이미 용무가 없을 텐데,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듣고 보니 행동이 좀 부자연스럽네.]
[게다가 말이죠.]
남자가 말을 잇는다.
[윳쿠리들도, 그 행동이 조금 이상해요.
도대체가 인간을 인질로 잡을 셈이라면, 처음 그 여자가 마리사를 돌려주러 무리에 왔을 때 실행하는 게 베스트였을 텐데.
그런데 일단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여자가 무리에서 벗어난 다음에 다시 덮친다는 의미불명의 행동을 했죠.
이건 윳쿠리의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사냥감을 잡으려고 할 때,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하려고 하는 건 본능적인 감각일 터.]
[그러니까 너는 그 여자는 윳쿠리랑 결탁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기가 직접 붙잡히러 갔다고 말하려는 거지.]
그렇게 선배가 결론을 낸다.
[에에, 맞아요. 이런 행동들을 볼 때, 윳쿠리가 일방적으로 그 여자를 덮쳐 인질로 삼았다는 전개는 생각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이건 전부 네가 추론한 거지? 이걸로 그 여자랑 윳쿠리가 한통속이라고 단정짓기엔 좀 약한데.]
선배는 팔짱을 끼며 말한다.
분명 이 정도 논거로 결론을 내는 건 위험하다.
남자의 지적한 이상하다는 부분도, 어쩌다 보니 그 여자는 남자와 헤어진 뒤에도 산에 남아있고 싶은 기분이 돼서, 어쩌다 보니 윳쿠리들이 인간을 인질로 삼는 걸, 여자가 돌아간 다음에 생각해내 수색을 개시한 다음, 어쩌다 보니 그 양측이 숲 안에서 마주쳐 버려서, 어쩌다 보니 윳쿠리들이 그 여자를 인질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
하는 가능성도 낮긴 하지만 제로는 아니다.
[뭐, 분명 이 정도의 이유로는 근거가 약하죠.
그러니까 근거는 또 하나 있어요. 그건 이 면허증이죠.]
남자는 간부파츄리에게서 받은 여자의 면허증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이 면허증에 수상한 점이라도? 위조품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선배는 면허증을 살펴보며 말한다.
[아뇨, 이 면허증은 분명 진짜겠죠, 아마.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진짜니까 역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거에요.]
[무슨 말이야?]
[윳쿠리들이 이 면허증을 보여줬을 때, 우리는 순간 이 면허증 사진에 있는 여자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해 버렸죠.
왜냐면 면허증은 말하자면 본인이라는 증명서 같은 거라서, 평소에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물건. 그게 다른 사람 손에 있다는 건, 그 인물에게 무언가 이상이 발생했다고 자연스레 생각해 버리게 되죠.]
[TV나 만화에서도 자주 나오지~이, 상대를 죽이고 신분증을 빼앗아서 기지에 잠입하거나, 본인인 것처럼 위장하는 거~어.]
[그래, 그러니까 우리들은, 윳쿠리들이 그 여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선언했을 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이 면허증의 존재 때문에,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말이죠, 지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거 이상하잖아요.]
남자는 면허증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을 잇는다.
[예를 들면 인간 대 인간이라면 인질의 증명으로 본인이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이나, 면허증을 제시한다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이번 상대는 윳쿠리에요.
야생의 윳쿠리가 면허증의 존재를 알고 있으리라곤 도저히 생각되지 않네요.
녀석들이 보기엔 면허증이라는 건 그냥 카드니까, 그 가치는 알 리가 없어요.
그런데 이걸 인질이 있다는 증명에 사용하다니 윳쿠리가 독단적으로 생각해낼 리가 없죠. 이 발상은 너무 인간스러워요.]
[그러니까 그 여자가 윳쿠리들한테 가르쳐줬다는 거야?]
선배가 말한다.
[산에서 거의 내려온 적도 없고, 자동차를 본 적도 없는, 야채가 멋대로 솟아난다고 진짜로 믿고 있는 윳쿠리들이,
운전면허증을 본인증명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현실적인 얘기니까요.]
남자가 답한다.
[그럼, 무리 안에서 그런 인간의 지식을 알고 있는, 과거 애완윳쿠리였던 녀석이 섞여있을 가능성은?
그런 윳쿠리한테서, 야생윳쿠리가 도시의 인간의 정보를 얻는 건 흔히 있는 일이잖아?]
[그럴 가능성은 낮네~엥, 면허증이라는 인간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건 금뱃지 레벨부터인데, 금뱃지가 버림받는 것도 드물고, 우선 그렇게 머리가 좋은 아이라면 이런 승산 없는 멍청한 행위는 막으려고 할 거야~앙.
바보랑 게스는 다르다궁, 이 마을은 최근에 문제가 됐던 애완윳쿠리 투기포인트에서도 떨어져 있고옹.]
선배의 질문을 곧바로 애완윳 담당인 언니가 부정한다.
[애초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그 여자랑 제가 산에서 만났던 것도 계획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생각돼요.]
[어째서?]
[그 면허증을 유효하게 활용하려면 일단 본인이 우리 중 누군가와 만나둘 필요가 있으니까요.
예비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윳쿠리들이 이 인물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면허증을 보여주더라도, 이거 누구야?, 하겠죠.
그 점에서 그 여자라면 제가 한 번 산에서 직접 만났으니까, 인질로 잡혔다고 들었을 때 신빙성이 생겨요.
그래서 그 여자는 일부러 산에 있는 윳쿠리의 무리까지 통하는 길에서 일부러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마리사를 빼앗기면 윳쿠리 국영기관 인물이 쫓아올 거라고 예상하고 말이죠.
그리고 저를 무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도 이유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말한다.
[흐으응, 그렇게 들으니까 그런 것 같네엥.]
[음, 그렇구나. 나름 설득력이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말야, 만약 지금 네가 말한 대로 그 여자와 윳쿠리가 결탁해서 이 소동을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이 가설에는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어.]
[………그렇죠, 역시.]
선배의 발언에 남자가 끄덕인다.
[얼랭? 방금 얘기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양? 증거는 없지만 일리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는데엥?]
언니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르겠어? 지금 얘가 말한 추측에서 빠져있는 것. 그건 그 여자의 목적이야, 목적.
예를 들면 만약 그 여자가 윳쿠리들의 주장대로, 정말로 붙잡혀 있다고 가정하면 이유는 간단하지.
윳쿠리가 자기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그 여자를 잡아두었다는 거니까.
하지만, 얘 말처럼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그 여자가 윳쿠리들과 결탁하고 있다고 가정한 경우,
이 경우엔 이유가 뭐지? 왜 그 여자는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이런 짓을 해서 그 여자한테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는가 하는 말이야.]
[므므므.]
선배의 대답을 듣고 끙끙대는 언니.
분명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그 여자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윳쿠리 편인 건 분명하지만,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유쉐퍼드는 돈을 위해서, 윳쿠린피스는 자신들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윳쿠리를 돕는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그런 것들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여자가 꾸민 걸로 보이는, 윳쿠리와 결탁해서 산기슭 마을을 위협하는 행위는,
버림받거나 학대당하는 윳쿠리를, 불쌍하니까 보호한다는, 결국엔 절대적 강자인 인간이 여유 있을 때 장난 삼아 윳쿠리를 구해주고 자신이 해낸 일에 심취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르다.
이건 윳쿠리라는 존재 자체를 아군으로 삼아,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분명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만한 감각이 아니다.
[뭐, 그러니까, 선배 말대로 그 여자의 목적은 지금으로썬 불명이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그런 판단의 발판으로 삼아서, 선배한테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그 윳쿠리들이 인질 어쩌고 했던 이야기… 못 들었던 걸로 해버리지 않을래요?]
그렇게 갑자기 남자는 태연히 터무니없는 말을 꺼냈다.
[뭐라고! 무슨 소리야!]
[오옷, 이거 나쁜 생각 하고 있는 얼굴이네엥! 나쁜 생각 하고 있는 얼굴이야, 이거~엉!]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놀라는 선배, 기쁜 듯한 표정의 언니.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이건 그다지 어려운 얘기가 아니에요.
애초에 우리들이 윳쿠리들을 건드리지 못하는 건, 인질을 잡고 있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들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요] 같은 식으로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녀석들을 구제할 수 있잖아요.]
[제정신이야, 너? 그런 게 통용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통용될 거라고 생각하네요~. 잘 됐을 경우지만요.
결국 지금 상황은 이쪽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문제니까요.
그러니까 이건 윳쿠리들이 인간을 인질로 잡은 전대미문의 흉악사건인가,
미친 여자가 윳쿠리랑 결탁해서 날뛰고 있는 악질 민폐행위인가 하는 얘기에요.
전자라면 경찰기관이, 후자라면 우리들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
담담하게 말하는 남자.
[그래서 지금까지 말했듯이 저는 후자의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곤란하게도 윳쿠리가 인질을 잡고 있다고 선언해 버려서, 경찰에 연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돼버렸죠.
하지만 실은 이 일을 알고 있는 건 현재 우리들 세 명뿐. 그러니까 그런 얘기 못 들은 걸로 해버리자 하는 제안이에요.]
[엉망진창이구나. 그래도 만에 하나 그 여자가 정말로 윳쿠리한테 인질로 잡혀있는 거라면 어떡할 셈이야?]
[그땐 또 엎드려 빌어야 되려나요.]
[………]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할말을 잃은 선배.
[뭐, 농담은 접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죠. 책임문제적인 의미로.
그래서 이렇게 두 사람한테 상담하고 있는 거에요.
만약 한 사람이라도 이 방침에 반대한다면 방금 얘긴 없던 걸로 하고, 선배 말대로 경찰에 연락하기로 하죠.
원래대로라면 경찰한테 모두 맡기는 게 제일 옳은 방법이겠죠. 다만…]
[다만?]
[재미없잖아? 그렇게 끝나면.]
남자는 씩 웃으며 말했다.
[예~에! 받아들이겠엉! 그 얘기!]
기세 좋게 두 팔을 번쩍 드는 언니.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그 윳쿠리놈들을 뭉개 죽여버리는 파였으니깡.
반대할 이유는 없어~엉.]
응응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후우. 정말이지 너는 최근에 좀 얌전해졌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점은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구나.
응, 알았다. 그 얘기 나도 받아들이지. 가끔은 터무니없는 짓을 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니까.
이번 사건은 우리들 임무다!]
그렇게 선배도 찬동한다.
[정해졌네요.]
[좋아! 그렇게 정해졌으니 서둘러야지. 지금부터 셋이서 윳쿠리의 무리에 습격이라도 갈까?]
[오오! 그거 좋네~엥!]
[아니아니, 잠깐만요.]
죽여버리기로 결정한 순간, 의욕이 넘치는 두 여자를 당황하며 저지하는 남자.
[아니, 분명 인질을 잡고 있다는 발언은 없던 걸로 하자고 했지만요.
그렇다고 정말로 그 여자를 무시해 버리자는 건 아니라니까요.
갑자기 윳쿠리의 무리를 습격해서, 만약 여자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에~~~~~, 그럼 어쩌라는 거야앙.]
언니는 불만인 듯 말한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정말로 붙잡혀 있을 경우도 상정해서, 양쪽 가능성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작전을 취하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데?]
선배가 묻는다.
[둘로 나눠 볼까 생각해요.
그러니까, 윳쿠리들에 대응하는 쪽이랑, 그 여자에 대응하는 쪽으로 나누는 거죠.]
[그래서엉?]
[간단해. 그 여자랑 윳쿠리를 한 번에 상대하려고 하니까 일이 꼬이는 거야.
분명 우리들은,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의 생각은 몰라. 아직도 그 목적도 수수께끼고 말야.
하지만 윳쿠리들의 생각은 알아. 그렇잖아?]
언니에게 말하는 남자.
[그야 뭐어, 그렇넹.]
[음, 이후 윳쿠리가 취할 가능성이 높은 행동은, 아마도 무리 전원이 일제히 이 마을로 내려오는 거겠지.]
[그거에요.]
선배의 대답에 긍정하는 남자.
인간을 깔보는 게스윳 무리의 행동은 대부분 뻔하다.
인간의 소유물이나 집을 빼앗으려고 대거 몰려오는 것이다.
이번 교섭 때의 윳쿠리들의 태도를 보면, 그 도스마리사가 윳쿠리를 인간을 깔보고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하고, 남자가 윳쿠리들에게 엎드려 비는 걸 보여준 것 때문에, 윳쿠리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자신들은 이긴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녀석들은 내일 교섭 때 상당히 높은 가능성으로 무리 전원이 올 거에요.
거기서, 얘랑 선배 둘이서 이 윳쿠리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한 마리도 남김없이 구제하고.
그 사이 저는 윳쿠리들과는 다른 길로 산에 올라가 여자를 데려오는 거죠.
이거라면, 그 여자가 윳쿠리에게 협력하고 있든 붙잡혀 있든 문제 없이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 거에요.]
[흐~음, 하지만 그렇게 잘 될까?
애초에 너의 예상으로는 그 여자랑 윳쿠리는 협력관계지?
그럼 윳쿠리들이 일제히 몰려오는 멍청한 짓을, 그 여자가 허락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뇨, 그렇진 않을 걸요.]
[왜? 윳쿠리는 냅두더라도 그 여자를 너무 우습게 여기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렇게나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데, 윳쿠리가 인간의 말을 들을 리가 없으니까요.]
[………납득했다.]
선배는 눈을 감고 중얼거리듯 말한다.
[좋~아, 그럼 작전은 정해졌네.
어디, 지금부터 집합장소에 온 윳쿠리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만들러 가볼까.]
[오~!]
[아~, 이런이런, 오늘밤은 야간작업인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세 명은 이렇게 숙소를 떠났다.
그 즈음, 숙소의 3층, 남자가 묵고 있는 방에서는,
[………]
[있지, 누에. 언제까지 그렇게 발끈하고 있을 거야?
평소엔 말이 많던 네가, 아까 돌아온 이후론 계속 입을 다물고 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누에에게 말을 거는 파츄리.
파츄리는 불안했다.
평소대로라면 자기가 날아가서 보고 온 일들을, 묻지도 않았는데 주절주절 떠들어대던 누에가,
이번만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려 하지 않는다.
조금 전 누에는, 인간들이 도스가 왔다고 듣고 나가는 걸 보고, 그걸 뒤쫓아 날아갔다.
그 뒤에, 인간씨가 돌아온 것과 동시에 누에도 돌아왔다. 그리곤 이 모양이다.
이건 즉, 인간씨와 도스 사이에 있었던 일 중, 뭔가 어지간히 쇼킹한 것을 누에가 목격했다는 뜻이다.
오늘은 평소 같이 지내던 인간씨 외에도 본부에서 자주 얘기를 나누는 언니 두 사람이 함께 있었고, 설마 도스 따위에 밀릴 거라고는 파츄리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누에!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면 알 수가 없잖아! 자, 무슨 일인지 알려줘.]
파츄리가 누에를 재촉한다.
[엎드려 빌었어…]
[에?]
[오빠가 그 도게스한테…
이것저것 전부 다, 어제 산에서 돌아오던 길에 봤던 그 마리사를 안고 있던 여자 소행이야!
그 여자… 용서할 수 없어!]
[무슨 말이야?]
누에는 투덜대며 자기가 봤던 걸 파츄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장소는 바뀌어 산속, 지금 윳쿠리들의 무리에서는, 윳쿠리들에 의한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왜냐면 인간과의 교섭은 무사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윳쿠리들의 위협에 허둥대며 부산을 떨던 인간들은 내일까지 해답을 미루고, 자신들의 마을로 도망갔다.
이것은 어떻게 보든 윳쿠리의 승리이며, 자신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정의가 자신들에게 있는 이상 아무 것도 사양할 게 없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거다.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마리사님이랑 동료들은 빌어먹을 인간들한테, 완전승리를 했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
[[[[[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늘 인간의 영지에 교섭을 하러 갔던 마리사가 승리의 포효를 지른다.
무리의 윳쿠리들은, 그것을 이어받아 환호성으로 답했다.
자, 그럼, 이 윳쿠리들의 중심부에 야단법석을 떠는 마리사는, 바로 어제까지 인간에게 붙잡혀 있던 그 마리사이다.
마리사는 여자에게 구출되어 무리까지 돌려보내진 다음, 무리의 영토가 인간에게 침범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항의하러 갔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원래는 간부도 뭣도 아닌 평범한 젊은 마리사가, 인간과의 교섭장에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역시나 마리사는 무리의 영웅이네!]
[빌어먹을 인간 따위, 비겁한 기습만 당하지 않는다면, 마리사의 상대가 못 된다는 거네!]
[묭! 마리사는 무리의 자랑거리다묭!]
마리사에게 차례차례 칭찬의 말을 건네는 윳쿠리들.
[늣헷헷헤! 그 정도는… 맞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마리사님은, 정의로운 행동을 했을 뿐이다제에! 뭐어,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 거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
듣는 귀는 있어서인지,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을 법한 말을 하는 마리사와 무리의 윳쿠리들.
[………무큐우. 정말이지 기분 참 좋은가 보네. 저 멍청이 마리사는.]
그렇게 계속 콧대를 세워대고 있는 마리사를 겉눈질로 보면서,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간부파츄리.
(당연한 거지만, 현자인 파체의 작전은 대성공이네. 빌어먹을 인간놈들과는 이미 승부 난 거나 마찬가지. 같잖네, 정말.
하지만 여기까지 오니까 조금, 저 멍청이 마리사가 무리 안에서 인기를 너무 키운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어.
원래대로라면 버리는 말로 써먹을 정도의 능력밖에 없는 멍청이 마리사가, 이상하게 무리 안에서 발언력을 키우면 귀찮아질 거야.
자기한테 간부 자리 내놓으라거나 하는 헛소리를 하기 전에, 사고로 위장해서 처분하거나, 나쁜 짓 했다고 조작해서 제재해 버릴 필요가 있겠네.)
그런 사악한 생각을 속으로 하는 간부파츄리.
(무규! 뭐, 서두를 필요 없이 마리사 같은 건 언제든 처리할 수 있어.
그보다, 더 마음에 안 드는 건…)
간부파츄리는 슬쩍 시선을 반대편으로 보낸다.
그곳에 있는 것은 도스마리사와, 그리고……… 인간 여자였다.
[늣훗훗후! 빌어먹을 인간들과의 협상은 대성공이었다구!]
[그랬나요. 그거 잘됐네요.]
득의양양하게 말하는 도스에게 적당히 대답하는 여자.
[그 언니한테 받은 카드씨를 보여줬을 때, 빌어먹을 인간들의 얼굴이 정말!
당황하면서, 하루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느프프프프! 아무리 기다리더라도, 빌어먹을 인간은 도스한테 복종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니까 도스는, 말해줬다구! 기다려줬으면 한다면 엎드려 빌라고! 그랬더니, 느프프, 그 빌어먹을 인간 정말로 엎드려 빌었다구!
느후후후, 느프, 느핫핫핫핫핫핫핫! 유쾌해! 유쾌하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빌어먹을 인간놈들을 엎드려 빌게 만드는 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도스가 주체할 수 없는 기분으로 큰소리로 웃는다.
[엎드려 빌어요? 그랬나요. 그건 정말…]
(죄송스런 짓을 해버렸네, 산에서 만났던 그 사람한테.
그치만 엎드려 빌고 어쩌고 하는 건 놔두더라도,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윳쿠리들을 상대하면서, 몸을 낮추고 구제를 하지도 않고 일단 물러났다는 건,
붙잡혀 있는 나, 아니,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행동했다는 뜻.
나한테 이런저런 할말이 많을 텐데도, 그에 상관 없이 제대로 임무를 우선시한다는 점이 역시나 프로. 우수하네.
그리고 우수한 그들이니, 다음 행동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터. 이미 내 계획은 거의 성공했다고 봐도 되겠어.)
그렇게 마음 속으로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확신하는 여자.
그런 그녀의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도스가 말을 잇는다.
[늣훗훗후! 걱정하지 말라구. 도스는 빌어먹을 인간이랑은 달라서, 제대로 약속은 지킬 거라구!
열심히 윳쿠리에게 협력한 언니는, 엎드려 비는 건 안 해도 된다구!
그 뿐만 아니라 윳쿠리가 빌어먹을 인간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언니는 인간놈들을 거느리는 간부로 삼아줄 거라구!]
득의양양하게 말하는 도스. 그걸 보고 여자는,
[하아, 그건 참, 감사하네요…]
하고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한다.
(지배? 어리석은 소리를.
이 세상 모든 것은 평등해야만 해.
윳쿠리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도, 인간이 윳쿠리를 지배하는 것도 있어선 안 될 일.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 제아무리 악당이라도 평등하게 비춰주는 것처럼, 물리법칙인 만유인력이 제아무리 성인이라도 평등하게 자유낙하 시켜버리는 것처럼,
세계은 원래 평등하게 이루어져 있는 거야.
구해야 하는 게 윳쿠리인가 인간인가 묻는다면, 인간을 우선시하면 돼. 우리는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윳쿠리니까, 아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의미한 차별을 해서는 안 돼.
그 감정이 쉽게 인간들끼리도 일어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 그런 짓을 계속 한다면, 언젠가 인간은 되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될 거야.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은 이 사실을 윳쿠리들을 통해 이해하고,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할 때야. 그리고 그게…)
[무규! 도스! 잠깐 괜찮을까!]
돌연 도스와 여자의 대화에 간부파츄리가 끼어들었다.
[내일 협상 말인데, 파체는 무리의 윳쿠리 전원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빌어먹을 인간놈들과의 협상은,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이제 이런 좁은 영토는 필요없어!
이대로 직접 모두 같이, 인간놈들의 마을에 있는 집이나 야채가 있는 플레이스에서 자유롭게 지내자!]
[느느! 그건 좋은 제안이네! 빌어먹을 인간놈들을 엎드려 빌게 만들면서, 무리의 모두 다같이 야채파티를 할까!]
간부파츄리의 제안에, 피식 웃으며 답하는 도스.
하지만 그때 여자가 입을 연다.
[이 무리에 있는 윳쿠리 전원이 가는 건가요? 그건 좀 위험하지 않을지?
무리의 윳쿠리 전원이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 버리면, 인질을 잡은 효과가 옅어져 버려요.
잘못 되면 일망타진 당할 가능성도 있구요.]
여자가 하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오늘 교섭에서 남자와 동료들이 윳쿠리들을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 설령 그 자리에 있는 윳쿠리들을 전멸시키더라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윳쿠리들에 의해, 인질에게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간부파츄리가 말한 것처럼, 윳쿠리전원이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 버리면 그 억지력적인 효과는 없어져 버린다.
결과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군데 몰려 몰살이다.
[뭇쿄오오오오오! 멍청한 인간이, 현자인 파체가 생각해낸 고도의 작전에 꼬투리 잡을 생각이야!
멍청한 인간은 알 수 없겠지만, 이 작전은 다수의 윳쿠리가, 한 번에 협상장소에 나타나는 걸로 인해, 빌어먹을 인간놈들의 반항심을 빼앗는다는, 중요한 의도가 있다구!
숲의 현자는 이 파체만 있으면 충분해! 알았으면, 함부로 토 달지마!]
간부파츄리는 눈을 크게 뜨고, 여자를 다그친다.
[애초에 너 같은 게, 도와주지 않아도, 파체랑 동료들만으로 충분히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었어!
그런데 뭐야! 나중에 와놓고 잘난 척하긴! 자기 공이라고 할 셈이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가르쳐 주겠는데, 너 같은 거 없어도, 이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거야!
정말이지 도스한테 짤싹 붙어서, 한심하네 정말!]
증오까지 더해 여자를 규탄하는 간부파츄리.
간부파츄리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멍청한 마리사는 같은 윳쿠리니까 참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보다 하등한 인간이, 하필이면 현자의 지위에 있으려고 한다는 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야만스럽고 머리 나쁜 인간 따위, 윳쿠리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되는 거다.
[느느! 뭐, 이번 건 파츄리의 작전 쪽이 옳다구!
협상에는 무리의 전원이 가기로 하겠다구! 그 편이 느긋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디까지나 언니는, 빌어먹을 인간놈들 중에서는 그나마 나을 뿐이라는 걸 자각하고, 까불지 말라구!]
늣헴! 하고 가슴을 펴는 도스.
[이거 죄송합니다. 주제를 모르고 나섰습니다.]
머리를 숙이는 여자.
[딱히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제가 없었으면 지금쯤 당신들은 살아있지 못했을 거에요.
뭐, 상관 없나.
인간 쪽도, 내 신변을 확보하지 못하면, 함부로 윳쿠리들을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결국 이 윳쿠리들은… 버리는 말이니까.)
여자는 아무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다음날.
남자는 혼자, 산속에 있는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산길에서 꽤 떨어진 장소에 숨어있었다.
무리의 윳쿠리의 집단을 피해 지나가기 위해서이다.
아마 대거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을 쌍안경으로 살펴보자, 드디어 산길을 따라 윳쿠리들 한 무리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옷, 예상대로 다수가 이동하고 있는 것 같네. 저 규모면 무리의 거의 전원인 게 분명하겠지.
잘 되고 있네.
하지만 이건 또 상당히 긴 행렬이네. 가장 앞에서 뒤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어.
……아니, 아닌가. 전방의 집단은 좀 튀어나온 것 같은데, 선두로 있는 건 그 마리사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전원이 진군하기로 정했으면 부대를 둘로 나눌 의미가 없을 텐데…
뭐, 상관 없나. 보기에는 그 여자는 같이 있지 않은 모양이니 일단 문제는 없겠지.)
자신들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쌍안경을 내리고 그대로 윳쿠리들의 집단이 떠나버린, 무리였던 장소로 향했다.
그 뒤로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돼어, 이곳은 산에 있는 윳쿠리의 무리, 아니, 이젠 윳쿠리는 한 마리도 없으니 옛 윳쿠리의 무리라고 해야 할까.
그 옛 윳쿠리 무리 중심부에 있는 그루터기에, 한 사람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오~, 있다, 있어! 찾았다!]
갑자기 여자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이 옛 윳쿠리 무리에 남자가 온 것이다.
멀리서 보고 말을 걸었지만, 아직 여자와는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
천천히 다가가는 남자.
[여어! 건강한 것 같네. 윳쿠리들한테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에에, 그래요. 붙잡혀 있었어요.]
말을 걸며 다가오는 남자에게,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여자.
[그런 것 치고는 괜찮아 보이네. 아니, 그보다, 이제 여기엔 망을 보는 윳쿠리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왜 도망치지 않는 거야?]
[여기서 도망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당해서요.]
말을 거는 남자에게, 여전히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여자.
[그러냐. 하지만 내가 왔으니까 그 문제는 해결이네.
나는 윳쿠리 전문가다. 도스마리사한테도 이길 수 있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러니까 얼른 같이 산을 내려가자고. 지금 마을에서는 좀 귀찮은 일이 벌어졌는데,
그건 댁이 오면 한 방에 해결되는 문제거든.]
[어떻게 해서든 산을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나요?]
[무슨 말이야? 그야 당연히 너, 안 되지.
애초에 윳쿠리한테 인질로 잡혀 있었다면, 여기서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있지, 지금이라면 아직 일이 커지지는 않았으니까, 어떻게든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어.
나쁜 소리는 안 할 테니까 같이 산을 내려가자고.
그래도 싫다면,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지만, 힘으로라도 끌고 가야겠지.]
[그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래. 어쩔 수 없어. 그런데, 언제까지 그러고 뒤돌아 있을 거야.]
여전히 뒷모습만을 보여주며, 그루터기에 앉아있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남자가 더욱 다가간 순간, 빙글 여자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을 돌린 여자의 손에는 뭔가 가늘고 길다란 물체가…
[읏!?]
다음 순간, 타앙! 하는 소리가 숲에 울려퍼졌다.
- 경계선-4 로 이어집니다.
anko3083 경계선 - 4
제재, 자업자득, 무리, 게스, 도스마리사, 희소종, 자연계, 독자설정
- 나나시
[응호오오오오! 드디어, 도시에 진출할 때가 온 거네!
빨리 저 커다란 집을 코디네이트 하고 싶어-! 저 집이야말로, 도시파적인 아리스한테 어울려!]
[느헤헤! 상쾌제한도 없애서, 앞으로는, 맘대로 마구 상쾌를 할 거라제!]
[먀먀~! 레이뮤눈 뺠리 야채찌룰, 베불리 우격우격 하거싶따규~!]
[느후후후! 조금만 기다리라구, 아가야! 앞으로는 빌어먹을 인간이 독차지하고 있던 야채씨를, 매일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을 거라구!]
[야 채! 야 채! 기대된다구-! 안다구-!]
[느느! 맞다구! 앞으로는, 잔뜩 아가야를 만들어서, 빌어먹을 인간놈들을 노예로 삼아서, 다들 같이 마음껏 느긋하게 있자구!
이것도 전부, 도스 덕분이라구!]
어느 산의 산길을,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윳쿠리들의 집단이 이동하고 있다.
그 불쾌하기 짝이 없게 시끄러운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윳쿠리들의 집단은 그 수가 상당한 규모였다.
그도 그럴 만하다. 이 집단은 산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무리의 모든 윳쿠리가 일제히 이동하는 것이니까.
즉, 이 산에 사는 모든 윳쿠리가 집결해 있다는 것이다. 많을 만하다.
그런 윳쿠리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원래대로라면 출입금지지역인 인간의 영토인 산기슭의 마을이다.
평소라면 윳쿠리 한 마리가 그곳에 침입한 것만으로도 제재, 혹은 구제의 대상이 되는 장소이다.
하지만, 산길을 내려가는 윳쿠리들의 얼굴은 그딴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다들 밝은 미래의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
자신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전혀 없다.
아니, 도리어, 이것은 정당한 행위라고 말할 기세이다.
그렇다, 이것은 윳쿠리들에게는 그야말로 정당함을 가진 정의의 행진이다!
[서두른다제! 서두른다제!]
[마리사-! 기다리라구-! 너무 빠르다구-!]
[벌써 이미 몇 마리나 윳쿠리가 뒤처졌다묭!]
[안다구-! 저 뒤의 윳쿠리들이랑 거리가 벌어져 버린 거네-!]
그럼 그런 윳쿠리들의 집단 중에서도, 뿅뿅 윳쿠리 치고는 제법 빠른 속도로 서둘러 산길을 앞질러가는 한 집단이 있었다.
무리의, 영웅마리사와 그 일당들의 집단이다.
[시끄럽다제! 못 따라오는 놈들은 그냥 두고 간다제!]
집단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영웅마리사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질타하고, 전혀 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 마리사의 집단은 윳쿠리의 집단에서 튀어나온 형태가 됐다.
이것은 원래 생각했던 진군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무리의 윳쿠리들은 모두 같이 모여 인간의 마을로 진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웅마리사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이 행군속도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를 따라 몇몇이 속도를 올려 버려서, 지금은 윳쿠리들의 집단은 길다란 줄처럼 늘어서 있는 꼴이 돼버렸다.
이래서는 분명 선두와 최후미가 도착하는 시각에 시간차가 발생해 버려서, 다수의 윳쿠리가 일제히 교접장소에 나타난다는, 숲의 현자 파츄리의 고도한 작전은 물 건너갔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로 이 영웅마리사는 행군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았다.
[늣헷헷헤! 마리사님도, 도스처럼 빌어먹을 인간을 엎드려 빌게 만들어 볼 거다제! 느헤헤헤헤!]
집단의 선두를 이끌며, 더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는 마리사.
이 선행행위는 영웅마리사의 독단이었다.
지금, 이 무리에서 가장 까불어대고 있는 윳쿠리가 누군가 하면, 그건 파츄리나 도스가 아니라 이 영웅마리사일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리에서 그저 단순히 목소리가 크고 태도가 거만했을 뿐인 전형적인 젊은 윳쿠리에 지나지 않았던 마리사지만,
인간에게 붙잡혀 있다가 되돌아온 걸 계기로, 무리의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 지위를 높여갔다.
덕분에 처음엔 몇 마리 되지 않았던 마리사 패거리는, 지금은 젊은 윳쿠리를 중심으로 무리의 1/3 정도로 커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이런 걸로는 이 마리사는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마리사님은 무리의 영웅! 선택 받은 윳쿠리다제에! 언젠가 마리사님도 도스가 될 게 분명하다제!
그치만 그때까지 기다려서는 늦다제! 지금 손을 써두지 않으면, 지금 있는 도스가 좋은 거 전부 다 가져가 버릴 거다제!
그러니까, 마리사님이 도스가 될 때를 대비해서, 이 참에 마리사님 전용 영지를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제!
그러기 위해서, 빌어먹을 인간과의 교섭을 마리사님 혼자서 하고, 마리사님한테 유리한 협정을 맺어둘 필요가 있다제!)
영웅마리사의 계획은 이랬다.
도스가 느긋하게 행군하는 사이, 자신과 패거리 일부는 먼저 앞질러나가서 인간들과의 교섭장소에 가고, 그곳에서 인간놈들과, 얼른 자신의 플레이스를 보장하가도록 하는 협정을 맺어 버릴 생각이다.
애초에 이번 사건에서 최대의 공로자는 자신이다.
매일매일 야채플레이스에 항의하러 나가고, 비겁한 인간의 기습에 당해 붙잡혀 쓰라린 경험을 했다.
자신이 느긋하지 못하던 사이에, 그 도스나 파츄리는 도대체 무얼 해주었다는 건가.
잘난 체하며 입만 살아있는 파츄리, 자신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결과만 챙기려는 도스.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게스놈들이다. 이런 녀석들의 무리에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영웅인 자신이 들고일어설 때이다.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산길을 빠져나와, 넓게 트인 장소로 왔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영웅마리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야채가 멋대로 솟아나는 훌륭한 윳쿠리플레이스!
오늘부터 모두, 마리사님의 윳쿠리플레이스다!
주변을 둘러보니 플레이스 중심부에 빌어먹을 인간 여자가 둘 서있다.
어제 봤던 얼굴이다.
마침 잘됐다. 이 녀석들은 아직 도스에게조차 엎드려 빈 적이 없는 빌어먹을 인간이다.
도스가 오기 전에 이 녀석들을 엎드려 빌게 만들어서, 곧바로 마리사님의 요구를 듣도록 하자.
[얌마아아아아아! 약속대로 마리사님께서, 일부러 와주셨다제에에에에에에!
고개 쳐들고 있지 말라제에에에에! 우선 엎드려서 인사를 올리는 게 당연하잖아아아아아아!]
밭에 도착해 곧바로 인간들을 향해 소리 치는 마리사.
그걸 보고 두 명의 인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으음, 일부러 와준 건 좋은데, 도스는 어디냐? 혹시 안 오는 건가?]
눈썹을 찡그리며 영웅마리사에게 묻는 선배.
[느흥! 도스는 나중에 올 거다제에!
그러니까 지금은, 이 마리사님이랑 교섭하라제에!]
[아니아니, 교섭은 보통 쌍방의 리더끼리 하는 거겠지.
도스가 안 온다면 모를까, 나중에 온다면 지금 너랑 교섭해도 의미 없잖아.]
[시끄럽다제에! 주절대지 말고, 당장 이 마리사님께, 빌어먹을 인간놈들의 영토 절반을 넘기는 협정을 맺으라제에! 마리사님은 무리의 영웅이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빨리 하지 않으면 험한 꼴 당할 줄 알라제에에에에에에에!]
강경한 태도로 자신의 요구를 호소하는 마리사.
하지만, 선배와 언니는 마리사의 말을 듣고 이 마리사의 꿍꿍이를 대략 파악한 모양이었다.
[아아, 과연. 갑자기 혼자 나타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건… 그러니까 그건가. 원래는 다같이 올 예정이었는데, 제 욕심에 눈이 먼 마리사가, 도스를 놔두고 멋대로 앞질러 와버렸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넹. 다같이 올 거면 한꺼번에 오면 될 걸, 일부러 각개격파 하기 쉽게 흩어져서 와주다니.
역시나, 윳쿠리의 행동은 언니라도 상상하기 힘드네~엥.
이제 만에 하나라도 이 녀석들을 놓칠 가능성은 아예 없어졌엉.]
[난 좀 허망하네. 뭐 하러 집단으로 도망칠 때를 대비해서 어제 밤늦게까지 울타리를 만들었는지. 하아.]
한숨을 쉬는 선배.
그러자, 그때.
[느느! 겨우 도착했다구!]
[마리사아! 너무 빠르다구-!]
[묭! 그치만 이제 도스랑 거리가 꽤 벌어져 버렸다묭!]
선배와 언니의 추론을 확정 지어주듯이, 차례차례 뒤이어 윳쿠리들이 밭에 도착한다.
[늣헷헷헤! 마리사님의 부하가 모이고 있다제에!
알았으면 냉큼 엎드그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영웅마리사는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왜냐면 언니의 발차기가 안면에 꽂혀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자~, 그럼, 메인인 도스가 오기 전에 가볍게 준비운동이나 해둘까~앙.
여기 이 녀석들은 나중에 학대할 거니까, 가능한 한 뭉개지 말고 붙잡아줘엉.]
언니가 선배에게 말한다.
[왜 내가 일부러 그런 귀찮은 짓을…]
[알았으니까, 알았으니까.
댁도 이 녀석들한테 열받았잖앙? 자, 입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이것 참. 이럴 때만 쓸데없이 열심히구나.]
그렇게 푸념하면서도, 선배는 윳쿠리포획용 그물을 윳쿠리의 집단을 향해 투척했다.
[느아아! 뭐야 이거-!]
[모르겠다구-!]
[느으으으으!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어어!]
갑자기 영웅마리사가 언니의 발차기에 날아가 버린 걸 보고, 방심상태였던 윳쿠리들의 머리 위로, 선배가 투척한 그물이 넓게 펴지며 떨어지고, 움직임을 묶어 버린다.
[느으으, 왠지 느긋할 수 없을 것 같다구! 레이무는 도망친다구! ……느베갓!]
민감하게 위험을 감지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던 윳쿠리들은 언니에게 무참히 뭉개졌다.
[느느! 아가야! 레이무랑 아가야의 윳쿠리플레이스에 도착했다구! 자아, 아가야 같이…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먀먀-----! 워쩨셔이련찌슬… 늡부갸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차례차례 도착한 윳쿠리들도,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서 왔기에 쉽게 뭉개져 버린다.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그물씨느으으으으으으으은! 꺼내달라구! 심술부리지 말고 레이무를 여기서 꺼내라구우우우우우우우!]
[응호오오오오오오오오! 이런 건 전혀 도시파적이지 않아아아아아아아아!]
[아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의 매끈매끈 피부에, 그물이 찝혀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느 정도 집단으로 모여서 온 녀석들은, 윳쿠리포획용 그물에 차례차례 사로잡혔다.
[늣… 그그그… 아브아, 느그달스 업써…]
차례차례 뭉개지거나, 아니면 포획당하는 윳쿠리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망연자실해서 바라보고 있는 영웅마리사.
마리사는, 언니에게 차인 충격으로 온몸이 고통스러워서, 제대로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뭐지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인간이 윳쿠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아앙, 네가 그거구나앙, 처음에 인간한테 붙잡혔다는 마리사네엥.]
[느보하가!]
허탈한 상태였던 영웅마리사는 갑자기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언니가 영웅마리사를 밟은 것이다.
[느가가가아베보! 믕, 게더어어어어어어!
그만더어어어어어! 마리자니믄 무리의 영웅이라거어어어어어어!
아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더어어어어어어어!]
밟힌 상태로 바닥에 맷돌 돌리듯 비벼져서, 비명을 지르는 영웅마리사.
아파! 뭐냐 이건! 어째서 영웅인 마리사님이 이런 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어머어머, 역시나 주범은 기운이 넘치네엥. 그치만 역시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재미없으니까앙.
그럼, 언니는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보자앙.]
그렇게 말하며 언니는 가슴 쪽 옷깃 안쪽에서 못 같은 물체를 꺼내더니,
푸욱!!
[늑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간단하게 영웅마리사의 배 쪽에서 발까지 관통해서 찔러넣어, 지면에 고정시킨다.
이렇게 하면 고통을 주면서 영웅마리사의 이동을 막을 수 있다.
[우후, 우후후후후후후!]
[느힛이이이이이이이!]
그 순간 언니의 표정에, 영웅마리사는 공포에 질렸다.
뭔가… 어쩌면, 자신은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 그럴 리가! 아니, 하지만…
콧대 세우던 게스윳조차도 한 순간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그곳에 있었다.
[그러엄, 마리사짱, 나중에 보자앙.]
그 말만 하고 몸을 돌려, 여전히 차례차례 오고 있는 무리의 윳쿠리들의 처리하러 돌아가는 언니.
[앗, 아아아아, 아가가가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주르르르륵.
자신의 몸을 관통한 못으로 인한 고통과 체험해 보지 못한 공포에, 무섭시시를 지리는 영웅마리사였다.
그 즈음 윳쿠리의 무리에서는.
[하아, 하아, 미친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커다란 나무 뒤쪽에 기대어 있는 남자.
축 늘어뜨린 오른팔에서는,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여자가 쏜 총에 맞아 생긴 상처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직전의 일.
남자를 향해 몸을 돌린 여자의 손에는 엽총이 들려있었다.
경악과 함께 그 존재를 확인한 남자는, 그 순간 여자에게서 거리를 벌리기 위해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엽통에서 발사된 탄환은, 남자의 오른팔에 얕게 박혔다.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충격과 격통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굴러, 남자는 겨우 커다란 나무 뒤로 후퇴하는 데 성공했다.
(아아, 젠장, 실수했네. 갑자기 총 같은 걸 꺼내니까 그만 움찔해서 뒤로 물러나 버렸지만,
원래는 저 여자 쪽으로 뛰쳐나가야 했어.
덕분에 총에 맞은데다가 거리까지 벌어져서 엄청난 핀치잖아!)
나무 뒤에 숨어서 자신의 실수를 책망하는 남자.
여자가 가지고 있는 엽통은 한 번에 한 발씩밖에 발사할 수 없는 타입이었다.
그러니 처음 쐈을 때 어떻게든 견뎌냈다면 그 다음은 접근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총을 쐈을 때 힘껏 전진해서, 총을 맞은 상태더라도 그대로 붙잡으면 충분히 남자가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태에 동요한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후퇴라는 선택을 해버렸다.
결국 한쪽 팔에 총을 맞은데다가 여자가 탄환을 재장전해버리게 됐다.
지금 상황은 남자에게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저기, 다친 데는 괜찮으세요?]
자신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란 것을 자각하고 있어서일까.
남자가 몸을 숨기고 있는 나무 반대편에서 여자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괜찮겠냐, 멍청아! 총에 맞았다고!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너!]
[그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보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네요. 안심했어요.
어때요? 그런 데 숨어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얘기하지 않을래요?]
[다 이겼다 이거냐! 자기를 쏜 녀석 앞으로 어슬렁어슬렁 나가는 머저리가 어디 있냐!
너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냐!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게 됐다고!]
나무 뒤편에서 악에 받쳐 소리 지르는 남자.
분명 엽총으로 사람을 쏜다는 행위는, 윳쿠리와는 전혀 상관 없이 범죄행위이다.
이미 이제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건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고,
[아아, 미안해요. 그치만 당신도 참 못됐어요. 저를 힘으로 끌고 가겠다고 하니까.
그래서, 저도 있는 힘껏 반항해 봤어요.
덕분에 이젠 번듯한 범죄자네요.
아니, 저도 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정말로.]
미안한 듯이 말하는 여자.
[웃기지마! 그런 짓까지 하면서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뭔데!
아니, 애초에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
소리지르는 남자.
이 상황을 보면 여자와 윳쿠리가 한통속이라는 건 이미 확실했다.
어디가 가져왔는지, 이런 엽총을 가지고 있으면서 윳쿠리에게 붙잡혔다는 얘기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같이 돌아가자고 하는 남자를 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어째서 여자가 이런 짓을 하는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응~, 뭐, 이제 말해줘도 괜찮겠죠. 이미 제 목적의 제1단계는 달성되었다고 해도 좋을 테니까요.
제 목적, 그건 윳쿠리와 인간의 경계선을 없애고, 인간의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걸로 인해, 여러 가지 차별을 근절시키는 거에요.]
[……………예?]
여자의 답변에 멍해지는 남자.
경계선을 없애? 차별을 어쩐다고? 무슨 소리야, 이 녀석?
[어, 어라? 이해하기 힘들었나요? 이번엔 이전 만났을 때랑 달리, 딱히 돌려말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러니까요, 지금 현재 산 같은 데서 살고 있는 무리의 윳쿠리들은 국가기관, 그러니까 당신들에 의해서 관리, 지배 당하고 있죠.
이건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원래 이 세계에 사는 이들에게 우열 따윈 없으니까요.
그리고 윳쿠리들도 또 인간의 주박에서 도망치고 싶어하고 있고, 그래서 윳쿠리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조금 힘을 보탰던 거에요.]
담담하게 말하는 여자.
[바, 바보냐, 네년으으으으은!
윳쿠리의 독립이라니,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윳쿠리가! 인간한테!
그야 이번 건은 너한테 제대로 당했어. 일시적이긴 하지만 윳쿠리들한테 우리들이 뒤처졌지.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뿐이다. 이런 게 언제까지고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냐. 곧바로 인간은 반격을 개시할 거다. 아니, 이미 하고 있어.
그럼 저런 녀석들은 순식간에 구제라고. 아니면 그거냐, 네가 그 총으로 윳쿠리에 대적하는 인간을 한 명씩 다 쏴죽이겠다는 거냐?
헛소리도 쉬어가면서 하라고!]
[후후후후, 누가 윳쿠리가 인간한테 이긴다고 했나요?]
[뭣!]
[이번 소동에서 윳쿠리가 이길 필요는 전혀 없거든요. 아니, 도리어 이겨 버리면 곤란해요.
뭐, 가령 윳쿠리가 인간에게 전면적으로 승리했다고 칠까요.
하지만 그건 결국, 인간과 윳쿠리의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위치가 뒤바뀌었을 뿐인 이야기. 이건 도저히 진정한 평등이라고는 할 수 없죠.
제 목적과는 달라요.]
[너 미쳤지. 아까부터 하는 말이 엉망진창이다!]
[자아, 자아, 일단 진정하시고, 그렇게 흥분하지 말아요. 다친 데 안 좋아요.]
여자가 달래듯 말한다.
[그러니까 말이죠, 이번에 날뛰도록 한 윳쿠리의 무리는 버리는 말.
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좋지 않겠네요. 바꿔 말하면, 그래요, 봉화예요.]
[봉화?]
[그래요. 전국의 셀 수 없을 만큼 잔뜩 존재하는 윳쿠리들을 위한 반격의 봉화에요.]
[………너, 설마.]
여자의 말에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남자.
[어느 정도 이해가 된 모양이네요.
짐작하시는 대로, 이번 사건은, 설령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윳쿠리가 인간에게 승리해서, 마을의 영토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승리는 딱 한 번만 있으면 충분. 인간이 인질로 붙잡혀있으면 당신들은 함부로 윳쿠리를 건드리지 못하니까, 그 정도는 가능해요.
그리고 당신들은 제 예상대로 교섭에 나온 윳쿠리들을 무사히 돌려보냈죠. 제 안전을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임무에 충실한 당신들이니, 인질이 있다는 걸 알면, 곧바로 경찰이나 기동대에 연락하겠죠.
그 정도로 소동이 커지면 당연히 언론에서도 가만 두질 않을 거에요.
무엇보다 처음 있는 윳쿠리의 인질사건, 그리고 인간을 향한 대규모의 반란행위.
세간의 윳쿠리에 대한 관심은 꽤 높은 편이니, 분명 특종감이 되겠죠.
그리고 그 뉴스를 알게 되는 건 인간만이 아니라, 전국에 존재하는 숲의 무리나 도시의 야생윳쿠리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겠죠.
그들은 분명 들고 일어나 싸우려 할 거에요. 자유를 위해, 평등을 위해.]
[헛소리 하지마!]
큰소리로 여자의 말을 가로채는 남자.
[네년은 윳쿠리랑 인간 사이에 전쟁이라도 일으킬 셈이냐!
그런 짓을 해서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아무도 좋을 게 없다고.]
토해내듯 말하는 남자.
[어쩌자는 거냐고 물으신들, 제 목적은 윳쿠리와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없애고, 여러 차별을 근절하는 거라고 처음에 말씀드렸잖아요.]
[방금 얘기한 거에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데.
지금 네가 말한 게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그건 결국 인간과 윳쿠리 사이의 골을 더 깊게 만들 뿐이다.
만약 분쟁이 일어나면 인간과 윳쿠리가 지금 이상으로 서로 원망하게 될 게 뻔해.
윳쿠리를 좋아하는 인간, 인간과 관련되지 않으려 하며 살고 있는 윳쿠리들도 휩쓸려서, 엄청난 피해가 나올 거야.
평등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윳쿠리랑 인간 사이에 전면전쟁 따윌 일으켜도 수많은 불행한 이가 생길 뿐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은 윳쿠리의 전멸이다. 그 정도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잖아!]
[그럴까요?
애초에 인간의 전쟁의 역사라는 건, 자유를 위한 분쟁의 역사이기도 하니까요.
자유를 위한 분쟁은, 그건 즉 피할 수 없는 분쟁이라는 뜻.
무리해서 억누르려고 해도 결국은 한계가 오는 법이에요.
그리고 분쟁의 결과 윳쿠리가 멸망하게 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어요.
자유나 평등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거에요.
이번 사건도 그렇죠. 아마 이 무리는 인간과의 분쟁에서 패배하고 구제 당하게 되겠죠.
유감스럽지만 그게 행동의 결과니까 어쩔 수 없어요.]
[애초에 네년이 그렇게 유도했잖아!]
남자가 반론한다.
[그건 참 의외의 말이네요.
저 윳쿠리들은, 처음부터 인간들에게서 영토를 빼앗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아무 짓도 안 했더라도 반란을 일으켰을 게 분명해요.
그래서 저는 저 무리의 윳쿠리들에게, 아무런 강요도 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뭐,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조금 도와준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요.
방금 버리는 말이라고 실언을 했지만, 저는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서 그들의 의지를 무시하고 강요하지는 않아요.
그들을 평등하게 여기고, 자유를 존중하고 있으니까요. 제 발언에 모순은 없어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네가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큰일이 벌어지진 않았어.
무리를 구제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평소처럼, 당신들이 암약하며, 반란을 선동하는 게스를 처리하는 거 말인가요?
그렇게 인간의 사정에 맞지 않는 윳쿠리는 죽이고, 사정에 맞는 윳쿠리만 살려두고.
그렇게 차별하고 지배하는 걸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이죠?
그런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으니까, 인간은 계속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에요.]
[헛소리 작작해!
인간이랑 윳쿠리는 경우가 다르잖아!]
[같아요. 인간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자신과 똑 같은 인간이라고 대하지 않고, 쓰레기처럼 다루죠.
그야말로 윳쿠리인 것처럼 다뤄요.
인간의 교만함을 수정하지 않는 한, 영원히 같은 일이 반복될 거에요.
당신은, 윳쿠리와 인간이 전쟁을 하게 되면 쌍방이 불행해진다고 말했죠.
그건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전쟁의 결과, 서로가 불행하게 될 바에는, 애초에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거에요.
그리고 어리석은 인류는 겨우 깨닫겠죠. 인간이 윳쿠리를 차별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리고 그것은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태어난 나라가 다르니까 차별하고, 믿고 있는 신이 다르다고 차별하고, 피부색이 다르니까 차별하고, 성격이 다르니까 차별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차별하죠! 원래는 다들 알고 있을 텐데도 필사적으로 눈을 돌려가며 모르는 척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인간끼리 아무리 싸워도 깨닫지 못한다면, 이제 윳쿠리한테 배우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들보다 굉장히 하등하고 건방지다는 이유로 차별적 학대를 반복했던 윳쿠리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니까 반역이 일어난다는 걸 보고, 인간은 의미없는 차별을 해서 얻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배우게 될 거에요.]
여자는 도도하게 말한다.
[그걸 위해서 수많은 죄도 없는 인간이나 윳쿠리가 험한 꼴을 당하더라도 말이냐!]
[어리석은 자는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반성하지를 않으니까요.
그리고 혁신에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에요. 아무것도 잃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어요.
윳쿠리도 인간도 그 점은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면, 인류는 새로운 스테이지에 나아갈 수 있겠지요.]
[헛소리네. 그렇게 네 생각대로 될 리가 없잖아. 세상을 깔보지마라.]
[이런이런, 당신 같은 사람은, 이론에서 밀리면 꼭 그렇게 나오더군요.
어른이 돼라, 세상이 가만 있지 않을 거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인가요.
분명 제 시도가 절대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어차피 그럴 거라고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나쁜 거에요.
행동하지 않으면, 한걸음이라도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아요.
불만이 있는 현재 상태를, 어쩔 수 없다고 억지로 납득하고, 세간의 불합리함을 견디며,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살아가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런 <세상의 엄격함>을 알고 있는 체하며 만족하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런 건 싫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있는 시체가 될 바에는,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언가 하면서 죽고 싶어요.
그런 각오가 저에게는 있어요!]
[………후우, 알았어.]
남자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가 되셨나요?]
[아아, 알겠다.
네년이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바보멍청이라는 거어어어어어어얼!]
남자가 소리친다.
[시련을 이겨내? 새로운 스테이지로 나아간다? 중2병환자냐, 네년은!
바~보! 바~보! 그딴 짓 하더라도, 세계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
[만약 네가 정말로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멍청한 방법이 아니라 정치가든 뭐든 돼서, 그 다음에 착실하게 바꾸면 되는 거라고!
인텔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바라며, 금방 과격한 짓을 저질러 버리지! 혁명인가 뭔가 해서 말야!
그래도 말이지, 자기 행동 하나로 역사를 앞당기거나 늦추거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만한 거다.
간단하게 변할 수는 없는 거라고, 인간도, 윳쿠리도.]
[잘 알고 계시네요. 그래요, 인간은 간단하게 변하지 않아요.
그렇게 때문에 저는 윳쿠리들에게…]
[아니지!]
[ ! ? ]
뭔가 말하려던 여자의 말을 남자가 막는다.
[인간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문제라고. 윳쿠리는 관계 없어.
네가 말했듯이 차별을 만들어낸 건 인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건 인간의 손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야.
그런데, 너는 원래 인간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포기하고, 윳쿠리 쪽으로 도망쳤지.
인간끼리의 곤란한 문제에 맞닥치는 게 싫어서, 곧바로 윳쿠리한테 도망쳤다고.
그런 주제에 세계가 어떻고 하다니, 웃기는구만!]
그렇게 남자는 정면에서 여자의 생각을 부정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인가요.]
여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당신은 세상을 보는 스케일이 너무 작아요.
인간의 문제는 인간들끼리만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지금 인간은 좋든 싫든 이 세계의 지배종이 돼버리고 있어요.
그 인간의 문제라면, 그것은 곧 전세계의 생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윳쿠리나 다른 생물이 이 문제에 관여되어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쌍방을 위한 길이구요.]
[그게 오만하다는 거라고.]
[흠, 견해가 상당히 다르네요.
아무래도 아직 우리들은 서로 이해하는 게 무리인 모양이에요.
그럼 죄송하지만, 당신은 한동안 이곳에 계셔야겠어요.
윳쿠리들이 일시적인 승리를 얻기 위해, 오늘 하루 정도는 저는 인질로서 이 산에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 당신이 이 산을 내려가면 안 돼요. 실은 제가 인질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 버리니까요.]
[거절하면?]
[그때는 어쩔 수 없겠네요. 전력으로 저지하겠어요.]
[그러니까 쏴죽이겠다는 거네.]
[얌전히 여기 있으면, 아무 짓도 안 할 거에요. 아까 말했듯이 될 수 있으면 쏘고 싶지 않아요.]
[나 참.]
남자는 한숨을 쉰다.
결국 토론은 결렬된 걸로 끝났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방금 얘기가 상당히 유용한 것이었다.
왜냐면 지금까지 불명이었던 여자의 목적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어떡한다.)
대화가 끊기고, 앞으로의 행동을 궁리하는 남자.
이 자리에서 가장 무난하고 현명한 선택은, 여자의 요구에 따라 얌전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왜냐면, 실제로는 남자는 여자와의 승부에서 진작에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방금 얘기로, 여자의 계획의 근간은, 윳쿠리들의 소동을 대대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여자는 일부러 윳쿠리들에게 붙잡힌 시늉을 해서 인질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윳쿠리들이 교접장소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걸 보고, 자신이 인질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고,
남자와 동료들이 이미 경찰이나 기동대에 연락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목적은 이미 거의 달성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남자에게 말한 것이다.
실제로는 경찰에는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하지만 여자가 그렇게 판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인질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설마 남자와 동료들이 결찰관계기관에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여자가 인질로서 몸을 숨기기 위해 어제부터 계속 산에만 있어서, 산기슭 마을의 정보를 전혀 입수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게 컸다.
그래서 결국, 남자와 동료들이 선택한 터무니없는 행동 때문에,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다는 여자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즉, 여자가 눈치채지 못한 것만으로도 남자는 승부에서 이미 <이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남자는 이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남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어른스런 판단을 한다면, 이대로 얌전히 기다리는 게 제일이다만…
팔은 아프지만,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고 출혈도 멈췄어. 괜찮겠지.
그리고 저 여자가 나를 죽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아마 진심일 테지.
지금쯤이면 선배랑 그 녀석이 교섭장소에 모인 윳쿠리들을 모두 구제하고 있을 테고,
딱히 저 녀석을 상대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면, 안전은 보장되고 자동적으로 사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괜찮은 걸까? 하고 남자는 자문한다.
분명 이대로 기다리면, 이 여자는 남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산을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남자의 동료들에게 몰살당한 윳쿠리들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한 산기슭 마을의 상태를 보고,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여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얌전히 경찰에 자수할까? 아니면 실패의 원인인 자신과 동료들에게 복수할까?
……아니, 아니다. 여자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그 정도로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여자는 남자를 총으로 쐈다는 범죄행위를 범했다.
그리고 그 결과 체포될 거라고, 본인도 각오한 상태로 한 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여겼을 때의 이야기다.
여자가 산을 내려간 다음, 계획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으면, 여자는 얌전히 붙잡히지 않고,
분명 어딘가로 몸을 숨기고, 기회를 봐서, 또 같은 짓을 할 것이다.
성공할 때까지 몇 번이고.
완전히 민폐지만, 이 여자에게는 그 정도의 신념과 각오가 있다.
남자는 방금 나눈 대화에서 그걸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남자는 분명 여자와의 이번 시합에서 이겼다.
하지만, 근본적인 승부는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아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나는 저 녀석을 여기서.)
[놓치면 안 된다는 거잖아. 아~, 귀찮네.]
남자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영차 하고, 일어나서,
방패 삼고 있던 나무 뒤편에서 천천히 여자 앞으로 나갔다.
[ ! ? ]
남자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며 총구를 남자쪽으로 향하게 하는 여자.
[갑자기 왜 그러시죠? 이제 할 얘기는 없을 건데요?]
[그렇지. 분명 할 얘기는 없어.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했고, 화해는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남은 건, 직접 한 판 붙어볼 수밖에 없다는 거다.]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남자.
하지만, 여자는 당황한 듯했다.
[무, 무슨 말이에요!
당신 지금 자신의 입장을 알고는 있는 거에요!
눈앞에 총을 들이밀고 있다구요!
이번엔 다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에요. 죽을지도 모른다구요!]
총구를 남자 쪽으로 향하며 여자가 위협한다.
여자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보통은 이런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덤비겠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듣질 않는다.
[그야 나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지 않다고. 실제로도 위험하고 말야.
그래도 말이지, 어쩔 수 없어. 너를 여기서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낼 필요가 있거든.]
[의미를 전혀 모르겠네요.
방금 말했듯이, 제 계획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어요.
이런 때 당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무릅쓰면서까지 저랑 싸울 이유는 없을 거에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제가 당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거에요?
아니면, 자신이 이용당한 것에 열받았다거나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그만두세요. 그런 걸로 목숨을 내던지는 건 너무도 바보 같아요.]
[아니, 그런 걸로 열받은 건 아냐. 너한테 개인적으로는 열받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까 이게 내 임무거든.
윳쿠리에 관련된 이런저런 트러블을 해결하는 거 말야.
이번에는 어쩌다 보니 상대가 윳쿠리가 아닌 인간이었다는 것일 뿐이다.]
[흣, 과연. 훌륭한 프로근성이네요.
알았어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상대해 드리죠.
솔직히 저한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싸움이라서, 그다지 내키진 않지만요.]
여자는 담담한 모습으로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태세다.
남자가 여자를 향해 움직인다면,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침착하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모습으로 여자에게 말을 건다.
[아~, 맞다맞다. 한 판 붙기 전에, 한마디 해둘 게 있었네.]
[뭔데요? 유언이요?]
여자는 방심하지 않고 남자를 바라보며 묻는다.
[아아, 아니, 별일은 아니고.
그냥 네가 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정해줄까 해서.
저기 말야, 댁은 우리들이 경찰이나 다른 데 연락해서, 지금 산기슭마을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말야,
실은 나 경찰 쪽에는 일절 연락 안 했어. 미안.]
[뭣!]
여자는 남자에게서 들려온 경악스러운 정보에 눈을 크게 뜬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허세군요!
그런 거짓말로 저를 동요시키려고…]
[거짓말 아냐. 애초에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냐?]
[뭐가요!]
[내가 혼자서 여기로 널 데리러 온 거 말야.
만약 내가 경찰에 연락했다면, 사건의 주도권은 그쪽으로 넘어갔을 텐데,
아무래도 인질사건이니까.
고작 윳쿠리전문기관 직원인 내가 나설 자리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극… 그건… 그렇지만…]
입술을 깨물고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냉정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았던 여자가, 지금 처음으로 동요를 보이고 있다.
[큭, 이 무슨…]
(아니… 진정해야 돼.
이런 건 블러프가 분명해.
거짓정보로 내 전의를 빼앗고, 잘되면 나를 붙잡으려는 작전이겠지.
방금 말했을 때의 반응을 보면, 이 사람이 내 계획을 사전에 예상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그리고 콧대를 세워대는 윳쿠리들이 무사히 돌아왔을 때부터, 인질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여겨도 돼.
그렇다면 이 남자가, 경찰에 연락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이유가 없잖아.
그래! 그런 행동은 분명 모순돼 있어.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방금 말처럼, 단독으로 이 자리에 나타난 게 설명되지 않아.
혹시 자신의 실책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걸까?
맞아! 그게 분명해. 그렇다면 이런 무모한 싸움을 벌이는 것도 설명이 돼.
아니, 하지만, 혹시라도…)
의심에 의심을 더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 사고를 계속하는 여자.
여전히 총은 남자를 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순간도 틈을 보이지 않았던 상태에서,
약간이긴 하지만 여자의 주의가 분산되고 있다.
[………]
(좋~아. 좋은 느낌으로 고민하고 있구나.
자기 작전의 근간에 관련된 정보니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겠지.
의욕도 자신감도 넘치는 상대한테 무턱대고 덤비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 말야.
부디 열심히 동요하면서 틈을 보여주라고.
이제 다음은, 바닥에서 모래라도 잡아 던져서 눈을 가린다거나.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근접전으로 끌어들이고, 그 다음은 운에 맡길까.)
여자의 동요를 확인하고,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음을 확신하는 남자.
여자가 들고 있는 총에 들어있는 탄환은 한 발.
그러니 이 승부는, 남자가 여자에게 근접하기 전에 탄에 맞으면 여자의 승리.
거꾸로 남자가 탄을 피하거나, 접근해서 근접전으로 끌어들이면 남자의 승리이다.
남자는 여자의 주의를 돌리는데 온 힘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부러 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남자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설득력이 있었고, 여자는 그래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
(자, 그럼, 가볼까.)
드디어 특공을 시도할 각오를 다지는 남자.
너무 시간을 끌어서 여자가 다시 냉정을 되찾게 해서는 안 된다.
할 거라면 지금밖에 없다.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서로의 빈틈을 노리고, 상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긴장이 감돌고, 소리도 없다.
승부는 한 순간에 정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있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잠깐 기다리라구!]
[[ ! ? ]]
긴박한 두 사람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느후후후후후후! 그 승부, 도스도 좀 끼겠다구!]
도대체 언제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일까?
두 사람에게 말을 건 것은 도스마리사였다.
그 목소리, 그 몸집, 그 표정.
분명 무리의 도스와 동일하다.
[이건… 놀랍네요.
도스, 당신은 인간들이 사는 곳에 간 거 아니었나요?
산기슭 마을 상태는요? 인간들의 저항은 어땠어요?]
갑작스런 난입자인 도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내는 여자.
여자에게 있어 이 자리에 갑자기 도스가 나타났다는 건, 그야말로 요행이었다.
왜냐면 도스에게 산기슭 마을의 인간들의 상태를 물어서, 현재 자신의 작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도스가 이 자리에 무사히 나타났다는 것은, 인간이 윳쿠리에게 무저항으로 나왔다는 뜻.
그것은 이미 작전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도스의 대답은 여자가 기대하던 것과는 달랐다.
[느느! 도스는 언니가 걱정돼서, 도중에 그냥 돌아왔다구! 착하지!]
도스는 의기양양하게 여자에게 말한다.
[………그런가요. 그건… 기쁜 건지 유감인 건지…]
기대하던 대답은 듣지 못하고, 약간 맥이 빠진 여자.
도스가 도중에 돌아와 인간들과 조우하지 않았다면, 상황을 판단할 재료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작전의 성패는 알 수 없다.
[………]
그런 도스와 여자의 모습을, 조용히 보고 있는 남자.
그의 시선은 어째선지 도스의 발 밑을 향하고 있다.
[뭐, 상관 없겠죠. 약간 위험하지만 마을의 상태는 나중에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하죠.
어느 정도 산을 내려가면 멀리서 눈으로 판단할 수 있을 테니.]
[어이, 기다려! 너를 여기서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다고 했지?]
그대로 산을 내려가 버릴 듯한 여자를, 남자가 불러 세운다.
그걸 보고 여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한다.
[하아, 당신 지금 상황 이해 못하겠어요?
혹시 아직도 저랑 승부를 낼 생각인가요?
방금까지의 상황에서도 제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는데, 지금은 도스까지 원군으로 왔다구요.
2 대 1이에요. 당신한테는 만에 하나라도 승산은 없어요. 쓸데없는 짓은 그만둬요.
몇 번이나 말했듯이, 저는 무익한 살생은 바라지 않아요. 우리를 쫓아오지만 않는다면 아무…]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냐?]
[믓!]
남자의 퉁명스런 대답에, 역시나 울컥했는지 미간을 찌푸리는 여자.
[후우,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네요. 전에 산에서 만나 애기했을 때는 조금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본 걸까요.]
그렇게 한숨을 섞어 말한다.
[늣훗후! 오빠, 정말로 괜찮으려나아!
도스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구, 무서우면 싸우지 않더라도!]
추가로 도스가 도발적인 발언을 한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남자는 기분이 상하지 않고 대답한다.
[아아, 걱정해줘서 고맙구만.
하지만 문제 없어. 나는 이미 각오를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낼 거야.
그러니까 도스! 내 바로 정면으로 덤벼라!]
[늣훗후! 바라던 바라구! 도스의 몸통박치기로 납작하게 만들어 주게싸구!]
그렇게 말하며, 서로 달려드는 남자와 도스.
도스의 바로 뒤에 숨어 총을 겨누는 여자.
여자가 방금 말한대로, 이것은 남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도스라는 거대한 방해물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도스마리사의 전투력은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 거체 때문에 내구력은 통상윳쿠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남자라도 맨손으로 순살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이다.
물론 도스에게 집중해 공격한다면 쓰러뜨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멋모르고 도스만 신경 쓰고 있으면, 이번엔 그 사이 여자에게 저격 당할 게 뻔하다.
딱 잘라 말하면, 불리하다기 보다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남자의 얼굴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다.
각오를 단단히 했을 것이다.
서로 노려보는 남자와 도스.
그리고 다음 순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양측은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일제히 상대에게 덤벼들었다.
남자는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부딪히는 척하며 도망친다거나, 그런 의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일직선으로 도스에게, 아니, 그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여자에게 달려든다.
몸통박치기로 한 번에 도스와 뒤에 있는 여자를 날려버릴 생각인 걸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일 것이다.
도스의 거체에 부딪히면서 날려버린다는 건 절대로 무리이다.
밀리지는 않겠지만, 접촉한 순간, 남자는 분명 그 충격으로 경직될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움직임이 멈춘 순간, 여자는 그 틈을 노려 쏴버리면 그만이다.
아아, 참으로 무모한 행위다.
분명 이 남자는 분노에 냉정한 판단능력을 잃은 것이다.
여자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리고 점점 남자와 도스의 거리차가 좁혀져 간다.
이미 둘은 거의 맞닿았다.
그리고 드디어 양측이 접촉하는 그 순간!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누에!]
[ ! ? ]
그 순간, 여자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남자와 도스가 접촉한 순간, 어느 쪽이 밀려난 게 아니라, 남자가 도스 안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보였는데, 갑자기 도스의 등뒤에서 남자가 뛰어나와서…
[으라아아아아!]
[갓흐!]
다음 순간, 망연자실한 여자의 턱으로 남자의 왼손어퍼컷이 직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무방비상태였던 여자에게, 뇌가 흔들릴 정도로 무거운 일격을 날렸다.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틈도 없이 여자는 의식을 잃어 버렸다.
털썩! 실이 끊긴 인형처럼 쓰러지는 여자.
남자는 방심하지 않고, 여자의 손에서 엽총을 회수한다.
그리고,
[하아~, 살았다~.
아니, 정말 위험했다.]
여자가 완전히 무력화된 것을 확인한 뒤, 남자는 그 자리에서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긴장의 끈이 끊어진 것이다. 실제로 상당한 피로가 느껴졌다.
[해냈네, 오빠!]
그런 남자의 뒤에서 가벼운 느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 있는 것은 도스가 아닌, 남자와 행동을 같이 하고 있는 윳쿠리, 누에였다.
방금 이 자리에 나타난 도스는, 이 누에가 의태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남자는, 여자를 빈틈을 찌르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다.
[해냈네가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아무 신호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쫄았잖아!
이번엔 인간이 관련돼 있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방에 얌전히 있으라고 어제 말했지!]
[그치마안, 분했단 말야! 이 여자 때문에, 오빠가 저런 도게스한테 엎드려 빌게 돼서!]
[잠깐, 너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냐!
…아아, 그랬냐. 어제 교섭하는 걸 하늘에서 몰래 보고 있었구나.]
[맞아! 도게스도 그렇지만, 제일 용서할 수 없는 건 이 녀석이야!
뭔가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이 녀석이 하고 싶었던 거는,
자기가 느긋해지기 위해서, 아무런 관련 없는 인간이나 윳쿠리를 느긋하지 못하게 하는 거잖아!
그런 건 저기 게스윳들이랑 똑같잖아!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 그럴지도 모르겠네.]
남자는 약간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을 하며 말했다.
[그래도 역시나 오빠네. 금방 내 의태를 간파하다니 말야!
혹시라도, 눈치채지 못하면 어쩌나, 그게 걱정이었다구!]
[아앙, 바보냐, 너.
아무리 눈앞의 상대한테 집중하고 있다고 해도, 갑자기 아무런 소리도 없이 도스가 출현한다면 바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다!]
[엣! 그치만 저 여자는 몰랐잖아!]
[그건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어 · 쩌 · 다 !
저 녀석은 혹시라도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 게 아닐까 생각해서, 상당히 심란했던 거야.
일단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 자잘한 거엔 눈길이 가지 않는 상태라서 속일 수 있었던 거다.
애초에 이상한 것 투성이니까. 방금 말했듯이 갑자기 도스가 나타나는 것도 이상하고, 자세히 보니 어디에서 발자국이 생기지 않았고, 목소리는 같은데 말투는 전혀 다르고, 아니, 그보다 만지기라도 한다면 한 번에 아웃인데 저 여자한테 너무 접근했어, 너.
덕분에 이쪽은 시종일관 조마조마했다고.]
[저기, 혹시 이 작전,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어?]
누에가 조심스레 묻는다.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실패하기 직전 상황이었지.
잘 된 게 기적이라고.
애초에 이런 건 작전이라고 안 해. 그냥 단순히 막무가내 밀어붙이기라고 하는 거야.]
[에에에! 너무해-! 그리고 이 작전을 생각한 건 파츄리라구.
만약 오빠랑 이 여자가 싸우게 되면, 도스인 척해서 여자를 속여 빈틈을 만들라고 해서!]
[뭔가 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녀석이 가르쳐 준 거냐.
하아, 뭐, 그래도 결과적으로 덕분에 살았다. 고맙단 말을 해야겠네. 고마워.
그래도 다음에 뭔가 하려면 그 전에 꼭 먼저 말을 해주라. 심장 나빠지겠다.]
[응! 알았어!]
힘차게 대답하는 누에를 보고, 정말로 이해는 한 걸까 생각하는 남자였다.
- 경계선-5(완결) 로 이어집니다.
anko3170 경계선 - 5(완결)
제재, 자업자득, 구제, 무리, 게스, 도스마리사, 희소종, 독자설정
- 나나시
[늣늣느-! 느긋히-!]
지금, 산의 산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태평하게 느긋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는 윳쿠리가 있다.
도스마리사(실물)과 도스의 모자 위에 올라가 있는 간부파츄리이다.
[뭇큐우! 정말이지 이 현자 파체랑, 도스를 놔두고, 다들 먼저 가버리다니 무슨 생각인 건지!]
[자아, 자아, 파츄리! 도스는 그 정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구!]
기분 좋은 도스와는 달리, 약간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 간부파츄리를 달래는 도스.
무리가 총출동해서 출발했는데, 지금 도스의 주변에는 도스의 모자 위에 올라타 있는 간부파츄리 외엔 윳쿠리가 보이지 않는다.
왜냐고 한다면 이유는 간단한데, 도스는 이동하고 있던 윳쿠리들의 맨 뒤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다수의 윳쿠리들과 도스가 어딘가로 이동할 경우, 도스가 있을 곳은 필연적으로 선두거나 최후미가 된다.
왜냐면 멋모르고 행군 한가운데 도스가 있기라도 한다면, 그 거체 때문에 이동 중에 다른 윳쿠리를 밟아 뭉개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번 무리의 대이동은, 처음에는 도스를 선두로 두고 그 뒤를 윳쿠리들 집단이 뒤따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웅마리사의 집단이 앞서 달려나가 버려서, 그걸 따라 다수의 윳쿠리들이 꿈꾸던 야채플레이스를 향했기 때문에, 현재 도스는 최후미에 위치하게 돼버렸다.
그렇게 돼서, 도스는 앞서가는 윳쿠리들이 쫓기지 않도록, 일부러 천천히 전진해서,
결국 앞서간 무리와는 상당히 거리가 벌어져 버렸다.
지금 도스 주변에 모자에 올라탄 간부파츄리 이외의 윳쿠리가 한 마리도 없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분명 지금쯤, 모든 윳쿠리가 목적지인 야채플레이스에 도착했을 것이다.
[뮷큐-!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한 건, 분명 최근 까불어대고 있는 그 마리사인 거네!
도스! 이런 건 용서하면 안 돼! 빌어먹을 인간들과 결판이 나면, 곧바로 그 마리사를, 제재해야 해!]
[자아, 자아, 파츄리! 그렇게 성내지 마!]
명령위반을 저지른 영웅마리사를 제재해야 한다고 도스에게 주장하는 간부파츄리.
간부파츄리에게, 최근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영웅마리사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은 상대다.
그런 저의를 가지고 진언한 것이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도스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츄리! 그런 사소한 일로, 제재라니 느긋할 수 없다구!
도스는 말이지, 실은 아무도 제재하고 싶지 않다구. 그게 설령, 빌어먹을 인간이라도!]
[무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도스! 빌어먹을 인간들은…]
[알고 있다구! 파츄리! 빌어먹을 인간은 룰을 어겼어!
그러니까 제재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런 죄는, 위대하고 올바른 존재가, 뜯어고쳐주지 않으면 안 돼!
그게 위대한 존재인, 도스의, 의무라는 거니까!
후우… 그치만 말이지, 알고는 있지만 안타깝다구! 어리석은 존재를 제재한다는 건!
왕은, 너무도 고독하다구! 느후후후후!]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을 하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도스.
실제로는 도스는, 속마음으로는 인간을 제재하는 것을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전날 의미 없이 남자에게 엎드려 빌라고 하며 기뻐한 것을 보면 확연하다.
결국 이 행위는, 적당한 자기연민을 통해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우월감을 느끼며 자아도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뭐, 간단하게 말해서 새로운 놀이라는 것이다.
이름 하여 <강한~ 도스는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해 고독하다구. 가엽다구.> 놀이이다.
물론 본윳은 그런 의식은 전혀 없지만.
[무규! 도스는 분명 너무 다정한 거야! 좋아! 그렇다면 그 대신 이 현자인 파체가, 엄격하게 윳쿠리와 인간을 이끌겠어!
뭐라 해도, 파체는 위대한 현자니까!]
[느느! 그렇네! 의지가 된다구, 파츄리!]
그리고 간부파츄리도 또한 도스와 마찬가지로 자아도취 상태.
우민은 이끌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위대한 현자인 자신의 입장상.
피식피식 웃는 두 마리.
그런 두 마리 사이에는 기묘한 일체감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 집단으로 모여 누군가의 험담을 할 때 느끼는 그것이다.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깔보며 비웃는다.
결국 인간도 윳쿠리도, 모두 모여 누군가를 바보취급 하거나, 깔보거나 할 때가 가장 느긋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느으! 슬슬 플레이스에 도착이라구![
그런 기분 나쁜 모습을 보이며 나아가다가, 이윽고 나무들이 걷히고, 눈앞의 시야가 넓게 열린다.
목적지인 야채플레이스는 이제 바로 앞일 것이다.
먼저 간 윳쿠리들은 다들 어떻게 하고 있을까?
혹시 무리의 모두가 이미 인간들을 제재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멈추게 할 생각이었다.
왜냐면 제재는 절대자인 도스의 역할이니까. 다른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다.
그리고 제재를 멈추게 한 도스는, 방금 파츄리에게 말한 것을, 무리의 윳쿠리들과 인간놈들에게도 들려주는 것이다.
강대함으로 인한 도스의 고민을 알게 된 모두는, 분명 강동할 게 분명하다.
인간 따위는 도스의 엄청난 위대함과 자비로움에 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아, 뭐랄까, 그 순간을 상상해 보면, 어째선지 굉장히 느긋할 수 있다.
빠, 빨리! 빨리 그 순간을 맛보고 싶다! 느긋하고 싶다!
그런 망상을 가속시키며, 도스는 한눈 팔지 않고, 곧바로 밭으로 뛰어들었다.
[기다렸지! 모두의 슈빠리~더! 도스님의 등장이라구우우우우우!]
[무규! 천재현자 파츄리도 있어어어어어어어어!]
만연한 미소로, 기세 좋게 뛰어든 도스와 파츄리.
하지만 그 미소는, 광장의 참상을 본 순간 사그라든다.
그 자리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도스의 예상과는 달리 윳쿠리가 인간을 제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분명 제재는 하고 있다.
다만, 그것은 전혀 대상이 반대로, 인간이 윳쿠리에게 행하고 있다.
그것은 도스와 파츄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
플레이스 사방에 검은 얼룩이 널려있고, 여기저기 고통스런 표정을 지은 채 숨이 끊긴 윳쿠리들의 사체가 대량으로 굴러다니고 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윳쿠리는 모두 그물에 갖혀있고, 울부짖으며 한 곳에 모여있다.
그리고, 밭의 중앙에 있는 인간 여자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물체는…
[늣… 가… 도스, 사려져…]
레이무? 일까.
온몸이 나이프로 갈갈이 찢기고, 거의 대부분의 머리카락이 억지로 잡아 뜯겨지고, 눈도 한쪽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나마 남아있는 검은 머리털이, 과거 레이무였다는 것만 알려줄 뿐, 이미 기분 나쁜 대머리만쥬가 되어있다.
[어머엉, 도스, 드디어 도착한 거야아~? 너무 오는 게 늦으니까, 언니가 먼저 좀 놀고 있었어~엉.]
그렇게 말하며 언니는, 손에 들고 있던 레이무 같은 물체를, 휙, 하고 도스 쪽으로 던졌다.
뿌직!
[느가베!]
온몸이 찢겨 있었던 탓에 팥소가 흘러나오고 있던 레이무는, 낙하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볼품없이 도스의 발밑에서 무너져 내린다.
[머, 머, 므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뭇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너무도 자신의 망상과는 동떨어진 광경을 눈앞에 두고, 도스와 간부파츄리의 절규가 주변에 울려퍼진다.
[어머어머, 왜 그래~에? 갑자기 그렇게 소리 지르고오?]
경악을 금하지 못하는 도스와 간부파츄리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거는 언니.
지금 펼쳐져 있는 이 광경의, 도대체 어느 부분이 부자연스럽다는 거야? 하고 말하는 듯하다.
물론 부자연스러운 점은 전혀 없다.
인간이 윳쿠리를 학대하고 있는 것도, 윳쿠리들이 학대 당하고 있는 것도, 극히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그저 지금까지 있었던 이상한 전개가, 이제 올바르게 되돌아왔을 뿐. 그냥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도스는 그런 걸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네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하며 포효하는 도스.
하지만 언니는 새침한 표정이다.
[아앙, 맞아맞아. 일단 말해둬야지이. 너희들, 재수없어서 일제구제 하기로 했어엉.
그래서, 나는 일제구제 하는 김에, 이렇게 지금까지의 울분을 학대로 풀고 있는 거야~앙.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뭐하지만, 언니는 굉장히 소인배거든~.
설령 윳쿠리라도, 싸움을 걸어오면 무조건 받아주고, 당한 건 제대로 되돌려주는 주의야앙.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된 거야. 알겠지~잉?]
[알겠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큰소리로 노성을 지르는 도스.
도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언니의 언동에, 도스의 분노가 폭발한다.
[도스으으으으으! 빨리 저 빌어먹을 인간을 제재하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
[도스스파크로, 빨리 해치우라구우우우우우우우!]
[저 빌어먹을 인간이, 무리의 동료들으으으으으을! 용서할 수 없다구우우우우우우!]
[안다구-! 도스가 왔으니 이제 안심인 거네-! 사과할 거면 지금 하라구-!]
그런 와중에, 윳쿠리포획용그물에 잡혀있는 다른 윳쿠리들이, 필사적으로 도스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눈앞에서 참혹하게 학대당하는 걸 보고, 다음은 자신의 차례인가 지금까지 절망에 빠져 울부짖고 있던 윳쿠리들.
하지만, 도스와 와줬다는 희망이, 붙잡혀 있던 윳쿠리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혹시라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살 수 있어야만 한다! 바로 저 무적의 도스가 왔으니까!
분명 인간을 엎드려 빌게 만든 다음에 제재해 줄 게 틀림없다! 꼴좋다!
[뭇, 뭇큐! 맞아, 도스! 이제 이건 협정위반이라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게 됐어!
빌어먹을 인간은, 어리석고 뻔뻔하게도, 자신들의 사정에 안 맞다고, 폭력을 휘둘렸어!
그딴 짓 해도 소용 없다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도, 저 빌어먹을 인간을 확실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어!
그걸로 도스를 거역한 어리석음을, 빌어먹을 인간놈들, 에게 한 번 보여주는 거야!]
주변 윳쿠리들의 외침을 듣고, 쇼크에서 회복된 간부파츄리가 도스에게 진언한다.
[말할 것도 없다구, 파츄리!
아무리 관대한 도스라도, 무리의 동료들을 이런 꼴로 만든, 빌어먹을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구!
그래! 하늘이 용서하더라도, 이 도스가 용서하지 않는다구! 이건, 역사적인 사적인 제재가 아니라구! 위대한 도스의, 정의의 심판이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렇게 말하며, 버섯을 입에 넣고 크게 입을 벌리는 도스.
도스스파크를 쏘는 자세이다.
하지만, 언니는, 자신의 발 아래 있던 물체를 도스에게 보이도록 난폭하게 들어올리며 말했다.
[오옷! 거기까지야앙! 이걸 보고도 도스스파크를 쏠 수 있을까~앙!]
[느?]
눈을 부릅뜨는 도스.
언니의 손에 들려있는 것.
그것은,
[도스으으으으으으으! 살려달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
영웅마리사였다.
복부에서 발까지, 약간 굵은 못 같은 것으로 관통되어 있어서, 고통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못이 마개가 되어 상처에서 팥소가 흘러나오는 걸 막아주고 있어서, 고통은 느끼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듯하다.
그 증거로, 지금도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큰목소리로 도스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도스으으으으으으으! 빨리 이 무리의 영웅이신, 마리사님을 구하라제에에에에엥에에에!
그리고, 이 빌어먹을 인간을, 제재하라제에에에에에에에! 빨리해라아아아아아아아아!]
[좀 시끄러워~엉, 마리사짱. 지금 언니가 말하는 중이잖니~잉!]
손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영웅마리사를, 복부를 관통한 못을 빙글 돌리며 상하로 움직이는 언니.
[느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더어어어어어어어어어! 빙글빙글 하지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자아아아아아아!]
[그만둬 주라구! 아파한다구!]
[어이이이! 이 빌어먹을 인간! 적당히 하라묭!]
그 모습을 보며 떠들어대는 다른 윳쿠리들.
하지만 그런 윳쿠리들에게 언니는,
[너네들도 좀, 시끄럽네~엥.]
언니는 , 툭, 하고, 가슴 쪽 옷깃에서 꺼낸 못을 무작위로 그물에 포박당한 윳쿠리들의 집단으로 던졌다.
푸욱!
[느갸아아아아아아아! 모르게따구우우우우우우우!]
못은 그만 안에 있는 첸의 눈에 명중했다.
[히이이이이이이이이!]
[아, 아아아…]
첸 옆에 있던 윳쿠리들은, 눈에 못이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첸의 모습에 전율을 느낀다.
[그만더어어어어어어! 무슨 짓이야,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걸 보고, 다시 분노에 소리를 지르는 도스.
하지만, 언니는 여전히 마이페이스 상태로 말한다.
[어머엉, 오호호호호, 미안, 얘기가 좀 옆으로 샜네~엥.
그럼 얘기를 되돌려서, 그러니까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마리사는 윳질이야~앙.
네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 녀석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어~엉.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도스스파크를 나한테 쏘면 이 녀석의 목숨도 없는 거야앙.
이해됐으려나~앙?]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까, 그런 짓을 하다니 비겁하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이 비겁한 노오옴! 빌어먹을 인간은 악이라구! 구역질 날 만큼 사악하다구우우우우우우우!]
[홋홋호오! 지껄이고 싶은 대로 지껄여.
아~, 역시나, 윳쿠리는 재밌다니까아~. 이런 촌극을 진짜로 하는 멍청함이 너무 재밌어~엉.]
이를 악물며 분해하는 도스에 비해,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언니.
그건 그렇고 이 언니, 즐기고 있다.
[무큐! 도스! 진정해! 인질이라면 이쪽도 있어!
그 빌어먹을 인간이랑, 마리사를 교환하도록 하는 거야!]
도스와 언니의 반응을 보고 있던 간부파츄리가, 도스에게 제안한다.
[늣! 느늣! 맞다구! 그랬다구! 이쪽도 빌어먹을 인간을 인질로 잡고 있다구!
알았으면 얼른 마리사를 풀어주라구! 그 다음에 얌전히 도스한테 제재 당하라구! 당장 해도 된다구!]
간부파츄리의 진언을 듣고, 자신들 쪽에도 인질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도스.
이걸로 상황은 동등해졌다고 갑자기 강경하게 나가지만, 언니는 여유 넘치는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에? 뭐야 그거, 무서~엉. 인간을 인질로 잡고 있다니, 그런 얘기 지금 처음 듣는데~엥.
도대체 무슨 소린지, 이 언니는 전~혀 모르겠어~엉.]
마치 연극대사를 하듯이 말하는 언니.
[무슨 소리야아아아아아아아아! 어제 말했잖아아아아아아아!
그런 것도 기억 못하는 거야! 바보인 거야! 죽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
말이 안 통하자 히스테릭하게 도스가 외친다.
[그 · 런 · 사 · 실 ……… 없었다!
우리들은, 그런 얘기 못 들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야~앙.]
[뭇큐우우우우우우!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주절대지 말고, 당장 마리사를 풀어줘! 인질이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는 거야!]
언니의 장난치는 듯한 태도에 안절부절못하며, 간부파츄리가 인질 얘기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무규?]
[지금 무리의 윳쿠리들은 이 자리에 모두 있는데엥.
그런데 어떻게 이 자리에 없는 인질한테 위해를 가할 생각이야~앙?
뭐, 애초에~엥, 인질 따위 <없었>으니까 아무 걱정 없지마~안.]
[뭇, 무규! 그, 그건…]
그만 말문이 막힌 간부파츄리.
[후후후후후, 겨우 자기들 입장을 이해한 모양이네~엥.
그럼 우선은, 너네들 두 마리는 엎드려 빌면서 [인간님께 거역해서 죄송합니다.] 하도록 할까.
잘하면, 이 마리사짱을 풀어줄 수도 있어~엉.]
[느뭣!]
[무규!]
전날 교섭 때의 보복이라도 하려는 것 같은 언니의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는 게스와 파츄리.
[자아, 자아~, 빨리 하지 않으면 이 마리사짱이 영원히 느긋해져 버린다~앙.]
즐거운 듯 말하며, 영웅마리사에게 꽂혀 있는 못을 빙글빙글 돌려대는 언니.
[느베가가가가바! 그만더어어어어어!
도스으으으으으으으! 왜 가마니 있는 거냐아아아아아아아!
냉큼 엎드러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영웅이신 마리사님이 어떠케 대더 상간업따는 거냐아아아아아아!]
몸을 관통하는 고통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도스를 향해 엎드려 빌라고 재촉하는 영웅마리사.
그 모습을 보며 고민하는 도스.
[느그! 느그그그그!]
(이런! 이런 비겁하고 하등한 생물인 빌어먹을 인간한테, 고귀한 존재인 이 도스님이 엎드려 비는 짓은 못하겠다구!)
도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위대한 존재인 자신이 인간에게 머리를 조아린다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이런 세계의 진리를 무시하는 행위가 용서될 리가 없다.
이런! 이런…
[무큐, 도스, 진정해.]
고민하는 도스에게, 간부파츄리가 언니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느으으! 파츄리! 도대체 어떡하면…]
[간단해, 도스! 저 여자를, 마리사랑 한꺼번에 도스스파크로 날려버리면 돼!]
[느느!]
간부파츄리의 경악스런 제안에 놀라는 도스.
이럴 수가. 저 영웅마리사를 버리고, 인간에게 공격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 그치만 그런 짓을 했다간 마리사가.]
[무큐! 알겠어, 도스? 너는 윳쿠리의 왕이야! 그런 사소한 일에 얽매이면, 대국을 통치할 수 없어!
여기서 윳쿠리의 탑인 도스가, 빌어먹을 인간한테 머리를 조아린다면, 그거야말로 인간의 속셈에 그대로 넘어가는 거야!
빌어먹을 인간은, 윳쿠리보다도 뒤떨어진 존재라는, 자연의 진리를 거슬러서는 안 돼!
이건 도스만이 아니라, 윳쿠리 전체의 문제야!]
[늣, 느느! 그렇네! 그 말이 맞다구, 파츄리!]
간부파츄리의 설득에 쉽게 넘어가는 도스.
아니, 애초에 솔직히 말해서, 도스는 엎드려 비는 걸 피할 수만 있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뭐든 상관은 없었다는 게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런 도스의 모습을 보고 간부파츄리는 몰래 웃는다.
(뭇쿄쿄쿄쿄! 같잖네!
저 멍청한 마리사가 윳질로 잡혔을 때는 순간 놀랐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좋은 기회야.
애초에 저 바보마리사는, 일이 끝나면 없애버릴 생각이었으니.
도리어 어떻게 자연스럽게 처분할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야.
그런데, 이 바보마리사가 윳질로 잡혔다는 전개.
이건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네.
바보마리사는 인간이랑 같이 사라져 줘야겠어.
이걸로 방해물을 처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빌어먹을 인간들한테 본보기도 될 거야.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도스가 바보마리사를 처분하는 거니까, 책임질 것도 없어.
정말이지 일석이조라는 건 이런 경우네. 뭇쿄쿄쿄쿄.)
간부파츄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도스는 몸을 돌려 언니를 노려보며 입을 쩍 벌렸다.
도스스파크를 쏘기 위한 자세이다.
[각오하라구, 빌어먹을 인간! 이제 도스가 너를 제재하겠다구!]
한편의 망설임도 없이 언니에게 말한느 도스.
그런 도스를 보고 언니는,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으로, 호들갑스럽게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에에에에엥에에에, 잠깐만, 진심이야~아?
이쪽에는 윳질이 있어~엉. 그래도 쏠 거야앙?]
[도스으으으으으으으! 무슨 생각 하는 거냐제에에에에에에에에!
아직 마리사님이 붙잡혀 있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 제재하는 건 마리사님을, 구한 다음에 하라제에에에에에에에!
고작 엎드려 빌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쓰레기! 망나니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신도 한꺼번에 도스스파크로 날려버리려고 하는, 도스의 생각을 깨달은 영웅마리사는 소리를 지른다.
[맞아! 맞아! 이 망나니! 사람도 아냐! 어머, 이 경우엔 윳쿠리도 아냐 라고 해야 하려나앙?]
태평하게 마리사가 소리 지르는 걸 따라하는 언니.
[닥쳐어어어어어어어어어!
도스는 왕이라구! 위대하다구! 윳쿠리의 대표라구!
도스한테는, 악에 굴복해선 안 되는 의무가 있다구우우우우우우우!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희생은 어쩔 수 없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런 말을 하면서, 언니를 조준하는 도스.
아무래도 확실하게 쏘려는 듯하다.
[꺄아---! 시로옹-!](국어책읽기)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두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박진감 넘침)
도스스파크의 발사태세를 앞에 두고,
어딘가 미심쩍은 언니의 비명과, 영웅마리사의 박진감 넘치는 절규가 주변에 울려퍼지는 그 순간.
슉! 하고 뭔가가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푹!
[느붸에!]
막 도스스파크를 발사하려고 하던 도스에게, 화살이 꽂혔다.
[늣! 갓! 아가가가가가가가! 흐가게게게게게!]
갑작스런 격통에 영문도 모르고 신음소리를 내는 도스.
[뭐, 뭐가… 느그으, 느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가 뭔지 모르겠는 상황의 도스.
하지만, 처음에는 화살이 꽂힌 부분만 통증이 느껴졌는데, 어째선지 이젠 그 고통이 온몸을 감싸고, 이젠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물론 도스스파크 따윈 쏠 수 있을 리가 없다.
[뭇, 무큐우! 뭐하는 거야, 도스! 그런 조그만 화살이 꽂힌 정도로!
빨리 도스스파크로 저 빌어먹을 인간들을 날려버려!
왜 그래! 빨리해! 이 쓰레기가!]
도스의 무참한 모습에, 간부파츄리가 조바심을 내며 소리지른다.
분명 도스의 몸체에 비해, 작은 화살이 꽂힌 정도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건 이상하다.
[느그그그으, 도, 도스의 몸이… 어재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도스.
그러자, 그곳에.
[아아,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어. 그 화살에는 도스용 특수약품이 발라져 있었으니까.
그걸 맞았으니, 도스스파크는커녕, 2~3일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거다.]
지금까지 사각에 숨어있던 선배가, 석궁을 안고 도스와 파츄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뭇, 무규! 뭐라고!
비, 비겁해! 비겁해! 몰래 숨어서, 갑자기 기습하다니!
빌어먹을 인간한테는, 정정당당하게 싸운다는, 프라이드도 없는 거야!]
[비겁하다니 실례되는 말을.
상대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그 틈에 측면에서 공격하는 건 전술의 기본이야.
상대가 공격하는 순간이야말로, 제일 빈틈이 크게 생기니까.
다음부턴 좀 더 주변 상황에도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
뭐, 그래 봤자…]
선배는 터벅터벅 도스와 간부파츄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간부파츄리의 안면을 대충 발로 걷어찼다.
[뭇굣빠아아아아아아아!]
무참하게 떼굴떼굴 굴러가는 간부파츄리.
[너네들한테 다음이란 건 없겠지만.
뭐, 솔직히 말해서, 고작 너네들 수준에 이 정도로 공들여서 사전준비를 할 필요는 전혀 없었어.
하지만 이번 건은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철저하게 공들여서 준비해뒀다는 거지.
그리고 이건 마지막 선물이다.]
그 말만 하고 선배는, 옆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도스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화살을 찔러넣었다.
[늑가브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거기에 약이 발라진 화살까지 더해져, 절규하는 도스.
이걸로 완전히 도스는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제 뭘 어떻게 하더라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작전종료네.]
한숨을 내쉬듯 선배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밭에 모인 무리의 윳쿠리들은 모두 제압당했다.
이미 무리의 절반 정도의 윳쿠리들은 뭉개졌고, 밭 여기저기에 널브러져있다.
뭉개지지 않고 살아남은 윳쿠리들은 모두, 윳쿠리포획용그물에 갇혀있고,
믿고 있던 도스는 선배에게 완전히 무력화 당했다.
현재 유일하게 붙잡혀 있지 않은 것은, 윳쿠리 가운데 가장 운동능력이 낮은 간부파츄리뿐이지만,
그것도 방금 선배의 발차기에 의식을 잃고 있다.
애초에 정신을 잃지 않았다고 해도, 뭔가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이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앗, 아아, 그럴 수가, 말도 안 된다제…]
영웅마리사는 눈앞의 광경이 믿겨지지 않았다.
도스가 자신까지 한꺼번에, 도스스파크로 인간을 날려버리려고 했던 것도 믿겨지지 않았고,
그 도스가, 어느샌가 사각에 숨어있던 다른 인간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그대로 당해 버린 것도 믿겨지지 않았다.
이 광경이 정말 현실인가, 그것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느기기이이이이이!]
하지만 그런 멍해진 의식은, 몸을 관통하는 격통에 의해 강제적으로 현실로 되돌아온다.
언니가 마리사를 관통하고 있던 커다란 못을 잡고 흔든 것이다.
[어머엉, 왜 그래, 마리사짱.
멍~ 하니 있기는.]
[느가아아아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리가 없다제에!
무리의 영웅, 이신 마리사님이, 이런 꼴을 당할 리가!
이건 뭔가 잘못됐다제에에엥에에!]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영웅마리사.
지금 마리사는, 이미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남아있지 않았다.
[흐~응, 무리의 영웅이라~.
그치만 언니 생각으로느~은, 너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기 보단, 그냥 이용당한 똘마니라는 느낌이네~.
뭐, 고작 해야 까불어대는 양아치 정도일까앙?
어느 무리든 있을 법한, 대단할 거 없는, 있어도 없어도 별로 아무도 곤란하지 않은 존재라는 거네엥.]
[아, 아니야! 마리사는, 마리사님은, 무리의 영웅이다제에에에에에에!
똘마니 따위가 아냐아아아아아아아아! 특별한 존재다제에에에에에에에에!
언젠가 도스가 돼서, 무리도, 인간도 지배해서, 그 다음에! 계속 계속 느긋하게 있을 거다제에에에에에에!]
[헤~, 뭐, 별로 상관 없어엉. 이미 너 같은 하찮은 녀석한텐 용무 없으니까 죽여 줄게.
그럼 안뇨~옹. 불쌍한 광대 영웅씨.]
언니는 영웅마리사에게 꽂혀있던 못을 꽉 잡고,
그걸 뿌지직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워째셔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런! 이럴 리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가보게가하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언니가 못을 움직이자, 지금까지 마개가 되어 있던 상처에 벌어져, 점점 넓어져 가고, 그곳에서 대량의 팥소가 쏟아져 나온다.
내용물이 쏟아지며 영웅마리사는 생기를 잃어가고, 이윽고 몸의 절반 정도가 찢어진 뒤,
[점 더, 느긋하게…]
작은 단말마를 남기고, 영웅마리사는 영원히 느긋해졌다.
[흥, 고작 똘마니 주제에, 꽤나 주제를 모르는 꿈을 꾸네~.
잠깐이라도 그 꿈을 보지 않았다면, 좀 더 편하게 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엥.]
언니는 질퍽해진 물체를, 지면에 내던지며 말한다.
[나 참, 뭐랄까, 불쌍한 녀석이었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선배도 또한, 손에 들고 있는 석궁을 분해하며 말한다.
[뭐, 자업자득이니 별로 상관 없지마안. 자, 그럼~, 다음은 누구 차례일깡.]
[[[[[느히이이이이!]]]]]
언니의 시선이 그물에 잡혀있는 윳쿠리들을 향하는 것을 보고, 공포에 빠진 무리의 윳쿠리들.
이미 윳쿠리들은 저항할 기력도 없고, 그저 떨고 있을 뿐이다.
[브, 브탁함미다! 살려즈세어! 레이무가 잘멋해씀미다아아아!]
[안나그으으으! 이제 인간시한테 거역하지 않는다그으으! 그러니까 살려져어어어어!]
[도스가아아아! 도스가 나쁘다그으으으으! 마리사는 반대했는데, 억지러 여기까지 끌거와따구우우우우!]
[마, 맞아! 아리스랑 동료들은, 그저 도스, 랑 파츄리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나쁘지 않아!]
[묘오오오옹! 죽고 싶지 않아묭! 살려져묭!]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차례차례 반성과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는 윳쿠리들.
[흐~응, 그래~에. 반성하고 있고, 억지로 끌려왔다니 어쩔 수 없네~.
그럼 용서해 줄까~아.]
[[[[[요, 용서 받은 거야!?]]]]]
언니의 말을 듣고, 화악 밟은 얼굴이 되는 윳쿠리일동.
하지만,
[미안, 역시 용서 못하겠어.]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럴 수가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언니의 말을 듣고, 절망의 표정을 짓는 윳쿠리일동.
[딱 잘라 말해서 말야, 이미 용서하거나 용서하지 않거나 하는 단계는 진작에 지나버렸단 말이지~이.
최소한 조금이라도 그게 빨랐다면 모를까~.
그래도 뭐, 너네들은 기본적으로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편하게 죽여줄게엥.
뭐, 원망하려면 자기들 탑을 원망하고.]
그런 말을 하며 언니가, 공포에 떠는 윳쿠리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무큐! 거기까지야! 빌어먹을 인간!]
어느 틈에 부활한 것일까?
선배의 발차기에 기절했던 간부파츄리가, 언니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어머, 파츄리짱 왜 그래엥?
걱정하지 않아도 너는 나중에 언니가 잔뜩 귀여워해줄게엥.
언니가 보기엔, 이번 사건 주모자는 너 같으니까앙.]
씨익 웃는 언니.
하지만 간부파츄리는 겁먹지 않고 말한다.
[적당히 좀 해!
이런 극악무도한 행위가, 용서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협정위반을 시작으로, 현자인 파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데다가, 게다가 무차별적인 폭력행위!
이런 사회적 <악>을 세상이 인정하지 않을 거야!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얌전히 이 현자인 파체의 노예가 돼!]
[……하앙?]
이제 와서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걸까, 이 똥주머니는?
역시나 언니도, 이 간부파츄리의 헛소리에 무슨 의도가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호오, 세상이라니… 제법 재밌는 소릴 하는구나, 너는.]
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언니와는 대조적으로, 재밌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간부파츄리에게 다가가는 선배.
[그래서? 네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파츄리군?]
[무, 무규! 그, 그러니까 말했잖아! 이런 짓은 세상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무엇보다, 처음에 협정을 어긴 건, 그쪽이야!
그래! <정의>는 파체랑 동료들 쪽에 있는 거야! 너희들은 <악>이야!
세상은 <정의>를 지지하고 있어!
파체랑 동료들을 죽이면, 분명 빌어먹을 인간들은, 사회적제재를 받게 될 거야!]
[바보구나, 너.
방금 쟤가 말했듯이, 너희들이 지금 여기서 전멸하면, 누가 그걸 세상인가 하는 녀석한테 알려줄 거지?]
[긋, 그건, 그래! 맞아! 인간씨야!
파체랑 동료들의 뒤에는, 인간씨가 있어!
파체랑 동료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인간씨가, 분명 이 일에 대해 전할 거야!
이제 알았겠지? <정의>로운 파체와 동료들을, 지지하고 있는 인간도 있어!
알았으면, 당장 무릎을 꿇어! 지금이라면 아직, 반만 죽여놓고 응응노예로 삼는 걸로 용서해 줄 테니까!]
다 이겼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간부파츄리.
그런 파츄리의 눈에 선배는 푹! 하고 검지를 찔러넣었다.
[무교오오오오오오오오오! 파체의 누니이이이이이이이!]
갑작스런 행위에 비명을 지르는 간부파츄리.
선배는 아무 말 없이 눈에 찔러넣은 검지를 빙글 돌리다가, 그대로 눈알을 잡아 뽑았다.
[안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재셔어어어어어어어어어!
방금 한 말 못 들었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현자인 파체한테 이런 지슬 하거더, 무사할 거라거 생각하냐아아아아아아아!]
[아아, 물론 듣고 있었어. 그리고 대충 알고 싶은 건 다 들었어.
그러니까 이제 죽어도 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소리야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럽네. 뭐, 귀찮지만 저승길 선물로 가르쳐주지.
우리들한테 최악의 경우는, 인간과 윳쿠리가 한통속인 경우가 아니라,
정말로 윳쿠리가 인간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경우였어.
평소 윳쿠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도, 인명이 관련되면 안색이 바뀌니까.
그러니까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사적인 이유로, 일단은 그 사실을 없었던 걸로 했던 거야.
그런데, 방금 네 말을 듣고, 우리들의 예상대로, 윳쿠리와 인간이 결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
인질은 자작이고, 멍청한 인간이 윳쿠리를 선동해서, 뭔가를 시켰을 뿐이라는 게 판명됐지.
그렇게 됐으니, 처음에 인질을 잡았다고 선언했던 윳쿠리녀석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처분하고, 인질선언을 없었던 걸로 해버리면,
인간이 윳쿠리와 짜고 민폐행위를 일으켰을 뿐인 사실만이 남게 돼.
아아, 맞아, 이제 와서 묻기는 뭐하지만, 네가 말한 협력자인 인간의 목적이 뭐였는지 듣지 못했나?]
[묵큐우우우우우우! 이런! 이런! <악>이 용서될 리 없어어어어어어어!]
으르렁대는 간부파츄리에 한숨을 쉬는 선배.
[나 참, 아까부터 악이네 정의네 헛소리나 해대고.
그럼 물어나 보겠는데, 너한테 정의란 건 뭐지?]
선배가 간부파츄리에게 질문한다.
[무쿄오오오오! 그거야 윳쿠리가, 느긋하게 있는 걸 말하는 게 뻔하잖아아아아아아아!
그런 세계의 진리로 모르다니이이이이이이이이! 바보인 거야! 죽는 거야아아아!]
[그럼 악이란 건?]
[당연히 윳쿠리를 느긋하지 못하게 하는 빌어먹을 인간이지이이이이이이!
이 <악>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뭐든 자기들만 독차지하고오오오오오오오!
도대체가, 빌어먹을 인간도, 다른 잉여윳쿠리놈들도, 도스도, 다 똑같아아아아아아!
너희들 전부, 얌전이 이 현자가 하는 말씀을 듣기면 하면 돼에에에에에에에!
그게 바로 <정의>라고오오오오오오오!
이 현자를 거역하는 건, 모두 <악>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냐.]
간부파츄리의 외침에 짧게 대답한 선배는, 주머니에서 화살을 꺼내고,
그것을 푹! 하고 간부파츄리의 정수리에 찔러넣었다.
[무뵤에에에에에에가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온몸에 뭔가 강렬하게 휘도는 고통에, 목소리라고도 할 수 없는 절규를 지르는 간부파츄리.
선배가 찌른 화살에는, 도스용약물이 발라져 있다.
그걸 평범한, 그것도 윳쿠리 중에서도 가장 신체가 약하다는 파츄리에게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무쿄! 가베바핫! 그륵그륵그바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입에서, 그리고 구멍이 뚫린 눈에서 내용물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한 간부파츄리.
그걸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선배.
[자기 행동에 정의가 있다고 맹신하는 건, 뭐, 이건 좋다고 치자. 인간도 비슷한 짓을 하니까.
하지만 그게 모든 존재에게, 공통된 정의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아아, 참고로 우리는 네가 말했듯이 악이야.
너를 죽이는 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들 사정에 따라서 한 거니까.
그리고 그 악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사양 말고 얼마든지 덤벼. 상대해 줄 테니까.
다만 이것만은 말해둬야겠다. 윳쿠리의 정의로는 인간의 악을 절대로 이길 수 없어.]
[뭇… 갓.]
선배의 말이 마지막까지, 과연 간부파츄리에게 들렸을까.
하지만 들렸다고 해도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그곳에는 천박한 정의를 모두 토해내고, 넙적해진 기분 나쁜 물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으~음. 좀… 어른스럽질 못했네. 잘난 체 설교 따윌 하다니…]
이제 좀 머리가 식었는지, 선배는 약간 무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뺨을 긁적인다.
[아냐~. 괜찮았어~.
그야, 우리들도 칭찬 받을 만한 인간은 아니지만 말야앙.
지금까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저질러 놓고,
자기들 필요할 때만 정의네 세상이네 하는, 다 이긴 얼굴을 하고 있는 게스윳한테 사양할 건 없잖아앙.]
그렇게, 언니가 선배를 다독인다.
[자, 그럼, 무리의 똘마니들은 나중에 한꺼번에 처분하기로 하고, 남아있는 주범은 도스짱뿐이네엥.
드디어 왕보스라는 느낌이려나앙.
아니, 그보다, 너 아까부터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데, 왜 그래에엥?
좀 더, 그, 있잖아, 게스 답게, 바보네 죽어 어쩌네 하는 폭언을 내뱉어도 된다구웅?
그 편이, 이쪽도 흥이 나니까앙.]
언니가 도스에게 도발적인 말을 한다.
분명 그녀가 말했 듯, 도스는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영웅마리사가 두 조각이 됐을 때도, 간부파츄리가 내용물을 모두 토해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약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곤 해도, 말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도스는 허망한 눈을 하며, 그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도스는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그렇다. 그건 아직 도스가 되기 전의, 그저 마리사였을 때의 기억.
그때 자신은 항상 기가 약해서 우물쭈물해댔다.
자신보다도 커다란 인간을 거역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막 도스가 됐을 때도 변함이 없었는데.
도리어, 계속 인간에 대한 험담을 해대는 간부파츄리와는 달리,
자신은 제대로 인간과의 관계를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돼버린 걸까?
어째서 자신은 안간을 거역한다는 멍청한 짓을 해버린 걸까?
왜 자신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뭔가 이상하다.
어째서 이런…
[어이, 입 꾹 다물고 여유 부리지 말라고, 임마!]
퍽!
[느브에에!]
계속 입을 다문 채 아무 말 없는 도스의 배로, 언니의 발차기가 작렬한다.
약에 마비돼, 몸이 민감해져 있는 도스에게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이었다.
[너 정신 좀 차리라구우.
일단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도스잖아아.
뭐랄까, 아까부터 패기가 없네~.]
의아한 표정의 언니에게 도스는 작은 소리로 뭔가 말한다.
[……함미다.]
[아앙?]
[미안함미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스가 너무 까브러씀미다아아아아아아!]
[……하아?]
갑자기 큰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사죄하는 도스.
[너… 이제 와서 뭐야앙.]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언니.
[아닙미다아아아아! 실은, 도스는 인간씨를 거역할 생각 없었슴미다아아아아!
그런데도, 무리의 모두가아아아아아! 파즈리가아아아아! 그 언니가아아아아아아!
인간을 영서하지 말라거 해씀미다아아아아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도스는 어쩔 스 업써서어어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도스가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무리의 윳쿠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소리야, 도스으으으으! 레이무랑 동료들 탓으로 하지 말라구우우우우!]
[응호오오오오! 다른 윳쿠리 탓으로 하다니, 도시파적이지 못해에에에에!]
[안다구우우우! 도스가 제일, 인간의 토지를 빼앗은 거에, 적극적이었던 거네에에에에에에!]
[빌어먹을 인간을 엎드려 빌게 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던 걸, 마리사는 들었다제에에에에!]
자신들의 책임으로 하려는 걸 듣고 참지 못해, 각자 외쳐대는 윳쿠리들.
[닥쳐어어어어어어어어! 전부 너네들 때문이자나아아아아아아! 도스는 나쁜 거 업서어어어어어!]
[닥치는 건 너야, 이 쓰레기새끼가!]
자기도 모르게 폭언을 내뱉으며, 언니가 길다란 못으로 도스를 찌른다.
[느기이이이이이이! 아프다그으으으으으!]
눈물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내는 도스.
[칫, 정말이지, 김 빠지네에엥.]
[뭐랄까, 아무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네.]
[정말이지,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야앙.
아까 죽였던, 영웅마리사는 양아치에 소인배였지만, 이 녀석은 그 이하의 쓰레기네.
이런 녀석을, 수고 들여 학대하는 것도 바보 같아졌엉.]
[뭐야? 혹시 살려줄 생각이냐?]
[그럴 리 없잖아, 바보. 예정을 앞당기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언니는 바닥에 내려두었던 자신의 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브탁함미다아아아아아아! 살려즈세어어어어어어!
앞으러 마음을 다잡게씀미다아아아아아아! 이제 절대러 인간씨한테 거역카지 안케씀미다아아아!
게스윳더 제대러 제재하게씀미다아아아아아! 그러니까아아아아아!]
계속되는 애원을 무시하며 언니가 꺼낸 것, 그것은…
[잠깐! 너 임마! 그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는 선배.
그런 선배를 무시하고 언니는, 기세 좋게 도스에게, 색깔 구리고 냄새 나고 불이 잘 붙는 액체를 끼얹었다.
[응차, 받아라이!]
[브햐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이거 냄새나아아아아아!]
온몸에 끼얹어진, 위험성 넘치는 액체의 성질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스는 그 냄새에 불쾌함을 호소한다.
[어이! 너 그런 거 도대체 어디서 가져왔어!]
[오늘 아침에, 민가에서 아주머니한테 얻었어~엉.]
[제정신이냐, 어이. 여기는 일단, 사유지인 밭이라고.]
[어제, 함정을 준비할 때 이미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밭주인한테 허락을 받았잖아~.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끝난 다음에는 제대로 정리도 할 거야앙.
그리고 이 학대는 제법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거드~은.
실내는 물론, 특히 도스가 사는 숲 속에서는 너무 위험하니까아.]
[어디서 하든 위험하잖아. 멍청아.]
[자아, 자아, 괜찮을 거니까.]
[머, 머, 머, 머, 뭐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 도스를 어떡할 셈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선배와 언니의 대화에서 불길함을 느낀 것인지, 도스가 참지 못하고 소리지른다.
[아앙, 그건 말이지이~.]
언니는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칙 하고 불을 붙인 뒤,
[이렇게 할 거야! 햣하-! 점화다아!]
그것을 도스를 향해 던졌다.
성냥은 움직이지 못하는 도스에게 명중하고, 그리고,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뜨거! 뜨거! 뜨그어어어어어어어어!
뭐야 이거어어어어어어어어! 뜨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살려져어어어어어어어어! 아바바바아바아바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온몸으로 불길이 번지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도스.
약 때문에 몸이 마비되었기에 구르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온몸이 한꺼번에 불에 타는 고통은, 평범한 다리굽기와는 비교할 바가 아닐 것이다.
[응응. 역시나, 쓰레기는 정말 잘 타네~엥.
그럼, 하는 김에 남은 녀석들도 처리해 버릴까.]
그렇게 말하며, 언니는 그물에 잡혀있는 윳쿠리를 한 마리 꺼내들었다.
[느느! 하늘을 나는 것 가…]
그리고 그대로, 그 윳쿠리를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도스의 입안으로 툭 던져넣었다.
[느바가아아아아아아! 뜨그어어어어어어! 몸이 불타거 이써어어어어어어!]
당연하지만, 던져넣은 윳쿠리도 지옥의 업화에 온몸이 불타게 된다.
유일한 구원은 도스만큼 몸이 크지 않기에, 금방 영원히 느긋해져 버린다는 점일 것이다.
[자, 그럼, 계속 간다~.]
[느히이이이이이이! 그만더어어어어어!]
[아아아아아아, 시러어어어어어어!]
[모르겠다구우우우우우!]
차례차례 불타는 도스의 입안으로 윳쿠리들을 던져넣는 언니.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 빌어먹을 도스으으으으! 전부 너 때문이야아아아아아! 느뜨그어어어어어어!]
[어째서 마리사가 이런 껄이이이이! 이 쓸모없는 도스가아아아아아!]
[머저리이이! 도스 이 머저리이이이이! 너만 없었으면 이렇게느으으으은! 뜨그어어어어!]
도스의 입안에서 불타는 윳쿠리들은, 모두 마지막에는 도스를 향한 원망을 뱉어대며 죽어간다.
그리고 짓궂게도, 입안에 차례차례 던져넣어진 윳쿠리들이 영양분이 되어, 도스의 수명을, 고통 받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느가바바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그만더어어어어어어! 이제 뜨거은 거 시러어어어어어어!]
도스는 울고 있다.
열 때문에, 눈물은 아무리 흘려도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지만, 그래도 도스는 울고 있다.
온몸이 불에 타는 고통에, 입 안에서 사라져가는 무리 윳쿠리들의 증오에, 그리고 자신의 운명에.
그리고 끝없는 후회 끝에, 드디어 도스는 영원히 느긋해졌다.
그 뒤…
[후우. 끝난 것 같네엥.]
[뭐랄까, 장렬한 광경이었네.]
[후후, 재밌었지.]
[별로.]
[어머, 야속하네~엥.]
불에 타고 남은 물체를 앞에 두고 대화하는 언니와 선배.
이렇게 이 근방의 무리는 한 마리도 남김 없이 전멸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알 리가 없겠지만, 지금쯤이면 산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쓰러뜨렸을 즈음이다.
[나 참, 알고 있냐? 귀찮아지는 건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고?]
[그 여자 말하는 거야?
그렇다면 괜찮아앙. 분명 걔가 잘했을 거야앙.
여자랑 윳쿠리가 결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인질 문제만 없어지면, 남은 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 모르겠네 처음 듣네 하면서 넘어가 버리면 어떻게든 될 거니까앙.]
[뭐, 그야 그렇지만.
하지만, 결국 그 여자의 목적은 수수께끼인 채 그대로구나. 어떻게 된 건지…]
[어머~엉. 걱정도 참.
어차피 별볼일 없는 목적일 거야앙.
아마, 세계평화나 뭐 그런 꿈 같은 내용 아닐까? 그런 타입의 미친년이 하는 짓이야 뻔하지.
그리고 말야, 설령 세상 누군가가, 윳쿠리로 무슨 짓을 벌이더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는 있어엉.]
[응? 뭔야 그건?]
[흐흥, 그건 말이지, 이 세상에 이 언니가 있는 한, 게스윳은 반드시 제재 당한다는 거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언니는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윙크를 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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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인간과 윳쿠리의 영역의 '경계선 가까이'에 있지만 '사실은 인간의 땅'인 곳을
윳쿠리가 '자원을 노리고 빼앗으려' 한다거나, 인간에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 한다는...
이런 내용으로 '제재물'을 쓰는 것은 제법 불쾌한 비유로 느껴집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본 이후로 제재물 자체에 대해서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되었지요.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