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작자 : 후타바 / 나나시

삽화 : ○○아키
번역자 : ?
번역 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anko1919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을 터인 무리
- 나나시
어느 숲에 있는 작은 윳쿠리의 무리.
그곳에는 세 마리의 윳쿠리가 식량을 지닌 채 이동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인 듯하다.
[느늣! 오늘도 잔뜩 모았네!]
[후후! 그렇네! 첸 덕분이네! 굉장히 도시파적이야!]
[안다구~! 다들 식량이 있는 장소를 서로 알려줘서라구~!]
서로의 건투를 칭찬하며, 각자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는 세 마리.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이 무리의 윳쿠리들. 하지만 자연계의 윳쿠리 무리에서, 문제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견 평화로워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내부에 느긋하게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 이 무리에서도 그건 예외가 아니다.
[느우! 도착이야! 느후후! 아리스가 생각하기에도 참 언제 봐도 도시파적인 집이네!]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한 아리스.
이 아리스는, 자신의 손재주를 살려서, 자신의 집 안을 여러 가지 가구나 침대 등을 마련해 느긋해하고 있었다.
오늘도 사냥으로 지쳤으니, 도시파적인 집에서 느긋하게 있자.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으며 집에 들어간 아리스의 얼굴이 얼어붙는다.
[머, 머, 머,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거어어어어어어어언!]
집 안의 참상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는 아리스.
도시파적으로 코디네이트돼있을 터인 아리스의 자랑스런 집이,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던 것이다.
얇은 풀을 지면에 깔아둔 도시파적인 카펫은 진흙으로 더럽혀져 있고, 사이즈가 적당한 돌 등으로 짜맞춰 만든 도시파적인 테이블과 의자는 망가져 있고, 얇은 돌을 깎아 만든 식기는 깨져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드러운 풀 등으로 엮어서 만든, 푹신푹신한 특제침대 위에는,
이 집을 망쳐버린 장본인일 터인 레이무가, 대량의 침을 흘리며 볼품없는 꼴로 쿨쿨 자고 있었다.
침으로 범벅이 돼버린 저 침대는 더러워서 이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레, 레, 레, 레이무우우우우우! 무슨 짓이야아아아아아아!]
행복한 멍청이 얼굴로 자고 있던 레이무를 향해, 분노의 형상이 되어 다그치는 아리스.
[……응아?...후아아아아아아!]
레이무는 크게 하품을 하며 눈을 뜨고, 너무도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아리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느? 무슨 일이야, 아리스? 레이무는 지금 슈퍼낮잠타임 중이라구!
얘기할 게 있으면 나중에 하라구! 정말이지 아리스는 느긋하질 못하네!]
눈을 뜨자마자, 영문을 모를 소리를 하는 레이무.
[웃기지마! 어째서 레이무가 아리스의 집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는 건데!
게다가 엉망이 된 집 안 꼴은 뭐야! 제대로 설명해줘!]
[느으, 뭐냐구? 아까부터 시끄럽네! 레이무는 졸리길래, 느긋할 수 있을 것 같은 집에서, 그저 느긋하게 있었을 뿐이라구!
알았으면 이제 나가라구! 적당히 하지 않으면 레이무 화낼 거라구!]
너무도 민폐라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레이무.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아! 이 촌것이이이이이이이이이!
당장 나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가베시!]
분노의 한계를 넘어선 것인지, 레이무에게 몸통박치기를 해서, 억지로 밖으로 내쫓는 아리스.
평소 온화한 이 아리스가 폭력을 휘두르는 건 좀처럼 없는 광경이다.
말하자면 그 정도로 참을 수가 없는 사태라는 것이다.
[느우우우! 뭐야 이 느긋하지 않은 아리스는! 흥! 이제 두 번 다시 여긴 안 올 거라구! 부디 후회하라구!]
억지로 밖으로 내쫓긴 레이무는 엉뚱한 말을 뱉은 뒤 어딘가로 가버렸다.
남아있는 건,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진 집과, 맥이 풀려 축 늘어진 아리스 뿐.
아리스는 완전히 의기소침해져서, 레이무를 이 이상 어떻게 하려는 기력조차 나지 않았다.
[느으으으으으으. 집이… 열심히 코디네이트한 아리스의 집이… 느으으으.]
자신이 고생한 결실인 집이 엉망진창이 돼버린 아리스는 홀로 눈물을 흘렸다.
[느느? 저 레이무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모르겠다구~!]
첸이 자신의 집 앞까지 오자, 몇 마리의 레이무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게-걸! 게-걸!]
[우~격우~격, 마시써! 이거 엄청 마시써!]
[느후우! 다같이 밥을 우걱우걱하는 건, 굉장히 느긋할 수 있다구!]
아무래도 집단으로 밥을 먹고 있는 듯하다.
이미 상당한 양을 먹은 뒤인지, 레이무들은 모두 입 주변이 더럽게 밥 찌꺼기가 붙어 있고, 다들 동글동글하게 부풀어올라 있다.
그 밉살스런 표정으로 [행복-! 행복-!] 하고 연발하는 모습은, 사람이 본다면 분명 그것만으로도 질퍽질퍽하게 밟아 뭉개버리고 싶어지는 욕구에 사로잡힐 것이다.
물론 첸은 같은 윳쿠리이기에, 레이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본 것만으로 살의가 일지는 않는다.
뭐, 한 번에 대량의 식량을 먹어버리는 어리석음과, 저 늘어진 얼빠진 얼굴은 과연 어떨까 싶지만, 그건 그거다.
같은 무리라고는 해도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윳쿠리들이다. 일부러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첸은 생각했다.
[안다구~! 분명히 배불리 먹는 건 느긋할 수 있다구~! 그치만 첸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식량을 모아둔다구~!]
그렇다. 분명이 잔뜩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 될지도 모르지만, 눈앞의 느긋함에 사로잡혀, 혹시라도 무언가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느긋할 수 없게 된다는 건 본전도 못 찾는 일이다.
첸은 만약의 경우를 상정해서, 제대로 식량을 비축할 수 있는 우수한 윳쿠리였다.
[안다구~! 오늘도 모아온 밥은, 절반은 모아둔다구~!
느!!!]
집에 들어간 첸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춘다.
뭘까? 엉망이 돼있어!? 설마 식량은?
첸은 급히 안에 있는 식량창고를 들여다보았다.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첸이 모아둔 식량이이이이이이이! 모르겠다구우우우우우우우!]
식량창고에 모아뒀을 터인 식량은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어째서!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곧바로 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밖에서 식량을 먹어치우고 있던, 레이무들이었다.
……설마! 아니, 그렇다고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있을 리가!?
첸은 집에서 뛰쳐나와, 남은 식량을 먹어치우고 있는 레이무들에게 자기 본능대로 질문을 던졌다.
[레, 레, 레이무! 호, 혹시 그 식량은, 첸의 집에 있던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첸.
하지만 질문을 한 첸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만약 이 레이무들이, 자신의 집에서 식량을 훔친 범인이라고 해도, 그걸 인정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자기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첸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레이무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더욱 첸을 혼란스럽게 한다.
[느느! 맞다구! 굉장히 맛있었다구! 또 먹게 해달라구!]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깨끗이 그걸 인정해 버리는 레이무들.
그 얼굴은 전혀 나쁜 짓 했다는 느낌은 없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느낌이다.
[느으으으으으으! 모르겠다구우우우우우우우!
어째서? 왜? 첸이 모아둔 식량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첸은 큰소리로 외친다.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찡그리는 레이무들.
[느? 뭐야? 갑자기 큰소리 지르고!
식량은 다시 모아오면 되잖아! 정말이지 느긋하지 않은 첸이네!]
[정말 첸은, 하루 종일, 막 움직여대서 느긋하지 않다구!]
[느느! 가자가자! 느긋하지 않은 윳쿠리를 보고 있자니, 이쪽까지 느긋할 수 없게 된다구!]
그렇게 말하며, 슬금슬금 이동하는 레이무들.
너무도 황당한 경우라 방심상태였던 첸은 그 뒤를 쫓을 수가 없었다.
남아있는 건, 널부러진 레이무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와, 맥이 풀려 축 늘어진 첸 뿐.
[첸이…… 첸이 열심히 모아둔 식량이…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앙!
모르겠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첸의 슬픈 오열이 주변에 울려퍼진다.
[다녀왔다제!]
[느느! 늦다구! 뭘 하는 거야! 레이무는 배가 꼬록꼬록이라구! 정말이지 마리사는 느긋하지 않네!]
사냥에서 막 돌아온 마리사에게 곧바로 불만을 토해내는 짝인 레이무.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 마리사. 레이무가 불만을 하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기에 그건 상관 없다.
지금, 마리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짝인 이 레이무가 아니라…
[느느! 정말이지! 아빠는 모아오는 식량 양이 너무 적어서, 레이무는 부끄럽다구!]
[정말이지 한심하다구! 레이무는 느긋하지 않다고, 친구 레이무한테 비웃음을 샀다구!]
엄마레이무와 같이 마리사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두 마리의 아이윳쿠리였다.
이 아이레이무들은, 아이윳쿠리라고는 해도 실은 거의 성체에 가까운 체격이고, 실제 시기적으로는 이미 독립해도 괜찮을 연령의 윳쿠리이다.
그 증거로, 같이 태어난 자매인 두 마리의 아이마리사들은, 이미 독립했고, 그 중 한쪽은 이미 짝까지 얻었다.
그런데 이 레이무들은, 독립할 기색도 없고, 느긋하지 못하다며 집에 처박혀 있는 것이다.
[느~! 아가야… 이제 그만 아가야들도 독립을 할 때라구! 계속 집에만 있지 말고,
느긋하게 독립하라구!]
마리사는 이미 몇 번째인지도 모를 대사를 아이들에게 말한다.
[느느! 무슨 말이야! 밖은 느긋하지 않다구!]
[맞다구! 게다가 밖에 돌아다니는 느긋할 수 없는 짓을 했다간, 친구인 레이무들한테 비웃음만 산다구!]
[느느~응! 아가야들 말이 맞다구! 너무도 느긋한 아가야들이라구!
그에 비해서 마리사는, 하루 종일 밖에 돌아다니기나 하고, 정말이지 느긋하지 않네!
레이무는 너무도 부끄럽다구! 근처 레이무들한테 바보 취급 당한다구! 마리사도 레이무랑 아가야들을 본받아서 좀 더 느긋해지라구!]
[……후우.]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는 마리사.
어째서 이렇게 돼버린 것일까. 아이들의 교육에 실패해 버려서일까?
마리사는 특별히 아이레이무와 아이마리사를 차별해서 기른 기억은 없다.
실제로도, 어릴 적부터 제대로 마리사가 운동을 시켰기 때문에 아이레이무들은 표주박형 체형은 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성장한 뒤, 아이마리사는 제대로 현실을 보고 독립한 데 비해,
아이레이무들은 느긋한 것만 중시하게 돼버렸다.
이 원인 중 하나는 엄마레이무가, 마리사가 없는 사이 아이레이무들에게만 어리광을 피우게 해주고, 느긋한 것만 중시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다.
더 문제인 건, 레이무들의 주변에 자신들과 같은 가치관, 즉 느긋함지상주의인 레이무들이 여럿 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면, 이 느긋함지상주의의 윳쿠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킬 때 먹고, 내킬 때 자고, 마음껏 느긋하게 있는다는
그 이름 그대로 무엇보다도 느긋할 수 있는 것만을 우선시하는 윳쿠리이다.
반대로, 느긋하지 않고 하루 종일 사냥 등을 하거나, 눈앞의 식량을 우걱우걱 하지 않고 보존해두거나 하는 윳쿠리는, 느긋하지 않다고 경멸의 대상이 된다.
지금에 와서는 이 무리의 대부분의 레이무는, 이 느긋함지상주의에 근거한 생각을 하게 됐다.
[느-! 대장-! 아리스의 도시파적인 집이이이이이이!]
[모르겠다구우우우우우우우! 첸의 밥을 레이무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우, 마리사의 아가야들이 독립하지 않아서 곤란하다구, 어떻게 안 될까, 대장!]
[느-! 레이무의 노래가 시끄러워서, 제대로 잘 수가 없다묭!]
[느-응! 아리스가 열심히 만든 침대씨를, 레이무가 가져가 버렸어-!]
[레이무가, 상쾌제한을 무시하고, 상쾌하려고 해서 곤란하다제! 이미 무리 안 아가야의 수도 한계라제!]
[무큐-! 레이무들한텐 정말 곤란하네! 어떻게 되먹은 거야!]
울음바다인 무리의 면면을 보고, 방도를 찾는 우두머리파츄리.
앞서 나온 세 마리 이외에도 여러 윳쿠리들이 레이무에게 피해를 입고, 우두머리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애초에 어째서 이런 비상식적인 레이무만 이 무리에서 잔뜩 있는 것일까?
실은 그다지 깊은 이유는 없다. 애초에 윳쿠리라는 건 느긋하게 있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생물인 것이다.
집을 코디네이트하는 것도, 식량을 모으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도 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아무런 고생도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물론 그런 노력이나 고생 따위 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은 사소한 일이었다.
조금만 식량을 나눠달라고 하자, 지쳤으니 조금만 남의 집에서 쉬게 해달라고 하자…
이 무리의 윳쿠리는, 온후하고 선량한 개체가 많았기에, 그런 것들을 여의치 않고 허락해주었다…
하지만, 그 일이, 애초에 질이 좋지 않은 레이무들의 행위를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결과는 이 꼴이다.
이미 레이무들에게는 완전히 느긋함지상주의의 관념이 들러붙어버려서, 어떻게 교정할 수가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
아무리 이 느긋함지상주의가 이상한 가치관이라고는 해도, 그걸 공유하는 이가 복수로 모이고, 서로를 인정한다면, 그건 이미 이상한 게 아니라 상식이 돼버린다.
레이무들에게 있어서 상식은 이미 느긋함지상주의가 돼버렸다.
당연하다는 생각을 뒤집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인간조차도 지동설과 천동설로 얼마나 옥신각신했던가…
게다가 상대는 윳쿠리이다. 이미 설득으로 서로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무리의 전원이, 힘을 모아 레이무들을 억지로 쫓아낼까?
우두머리파츄리는 가능하다면 그건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아무리 덜떨어진 레이무들이라도 반항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쪽에도 대량의 피해가 나온다. 지금 레이무의 개체수는 이 무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무리의 모두들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무리의 윳쿠리들은 기본적으로 온후하고 선량한 개체가 많은 것이다.
뭐, 우유부단하고 기가 약할 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레이무들로 인한 피해는 하루하루 점점 심해져 가기에,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할 상황이 아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레이무들이 느긋할 수 있다면서, 상쾌제한을 무시하고, 억지로 상쾌를 해서 아이를 마구 만들어 버린 것 때문에 인간과 협정한 조건인 무리의 윳쿠리제한수가 오버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무리는 윳쿠리의 수를 일정 이하로 하는 걸로, 인간에게 자치권과 생존권을 보장받고 있는 무리이기 때문에, 이제 곧 있을 인간의 시찰까지 윳쿠리의 수를 어떻게든 줄이지 않으면, 무리의 존망이 위험하다.
이건 어떻게든 우두머리로서, 레이무들을 힘으로라도 쫓아낼 각오를 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게 파츄리가 생각하고 있을 때,
[느느! 다들! 좋은 생각이 있다구!]
한 마리의 윳쿠리가 발언했다.
[[[[느느느!]]]]
일제히 그쪽을 주목하는 일동.
그곳에 있던 것은……
[느-! 정말이지! 무리의 모두는 조금도 느긋하지 않다구! 조금은 레이무들을 본받았으면 좋겠다구!]
[맞다구! 같은 윳쿠리로서 부끄럽다구!]
[우-격! 우-격! 행복-!]
무리 안 숲 속에는, 여러 마리의 레이무가 식사를 하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
참고로 이 식량은, 근처의 집 안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워온 것이다.
이렇게나 잔뜩 있는 식량을 먹지도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다니, 정말이지 느긋하지 않다.
그러니까 레이무들이 먹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무리의 윳쿠리들한테는 곤란하다구! 이대로는 레이무들까지 느긋할 수 없게 돼버린다구!]
[그렇다구!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조금도 느긋하지 않다구!]
[느-! 이 이상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는 녀석들이랑 같이 있는 건 싫다구!]
레이무들은, 무리의 윳쿠리들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푹신푹신한 침대가 있길래, 그냥 거기서 낮잠을 자며 느긋하게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깨워서 느긋할 수 없다.
대량의 식량이 있길래, 그냥 다같이 우걱우걱해서 느긋하게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화를 내서 느긋할 수 없다.
아이들이랑 노래를 부르며 느긋하게 있었을 뿐인데, 시끄럽네 아이들을 독립시키네 해대서 느긋할 수 없다.
상쾌를 해서, 귀여운 아가야를 만들어 느긋하려고 하면, 인간과의 협정이네 상쾌제한이니 해대서 느긋할 수 없다.
정말이지 이 무리의 녀석들은 너무도 느긋할 수 없어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진절머리가 나는 레이무들.
그때, 그곳에 새로운 레이무가 온 듯하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인사를 하기에, 기세 좋게 인사를 하는 일동. 느긋하게 있으라구 하는 인사는, 윳쿠리에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느으? 왜 그래? 왠지 느긋하지 않은 얼굴이네?]
새로 온 레이무가, 모여있는 레이무들에게 묻는다.
[느으, 그렇다구! 무리의 모두가 전혀 느긋하지 않아서, 레이무들도 실컷 느긋할 수 없다구!]
[맞다구! 레이무들은, 그저 느긋하게 있고 싶을 뿐인데…]
아주 자기들이 피해자입네, 곤란하네, 하는 느낌으로 레이무들이 말한다.
아니, 레이무들 사이에선 실제로 그렇기는 하다.
[느느! 레이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구! 그래서 말인데! 굉장히 느긋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이 있다구!]
[느느! 정말! 느긋할 수 있어! 빨리 말해주라구!]
새로이 온 레이무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는 일동.
느긋할 수 있다고 들으면, 그 얘기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다들 주목하는 가운데, 레이무는 천천히 자신의 제안을 말하기 시작했다.
[느늣! 저기 말야, 레이무들 같이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만 모아서 이 근처에 새롭게 무리를 만드는 거라구!
느긋한 레이무밖에 없으니까, 분명히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을 거라구!
게다가 레이무밖에 없으니까, 레이무들이 느긋하게 있는 걸 뭐라 할 윳쿠리도 없게 된다구!
어때! 좋은 생각이지!]
레이무들로만 새로운 무리를 만든다.
그것이 이 레이무의 제안내용이었다.
[느-! 그건 굉장히 좋은 생각이네!]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을 것 같다구!]
[느긋! 느긋!]
[그런 굉장한 생각을 하다니, 레이무는 천재네!]
차례차례로 이 제안에 찬동하는 레이무들.
어째서 이렇게 간단한 걸 몰랐던 것일까.
우수하고 느긋한 자신들만 모여 무리를 만들면 아무 방해 없이 느긋할 수 있지 않은가.
[느느! 마음에 든 모양이네! 실은 이미 이주할 장소를 찾아뒀다구!
그럼 서두르자구! 모두에게 이 일을 알려주라구!]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레이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각자 흩어지는 레이무들.
일견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제안을 어째서 레이무들은 그냥 받아들인 것일까?
레이무들은, 평소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느긋함의 은혜가, 다른 윳쿠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레이무들은 어디까지나, 느긋함지상주의의 윳쿠리이지, 다른 윳쿠리들을 짓밟아서 자신만이 이득을 보려고 생각하는, 흔히 말하는 게스라고 불리는 타입의 윳쿠리와는 약간 다르다.
레이무들에게는, 다른 윳쿠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들만으로 무리를 구성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뭐, 말하자면, 간단히 말해, 이 레이무들의 존재는 게스보다도 못하다는 뜻이다.
[느느! 그럼 출발이라구! 다들 레이무 뒤를 따라오라구!]
[[[[[느-!]]]]]
그 후로 며칠 뒤, 레이무들은 윳쿠리답지 않은 스피드로 준비를 해서, 모든 느긋함지상주의 레이무들을 모은 대이동이 드디어 시작됐다.
참고로 무리의 다른 윳쿠리들은, 누구도 레이무들의 이주를 막으려고 하지 않은 모양이다. 뭐, 당연한 거지만.
[느히이! 느히이! 지쳤다구우!]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
[이제 싫어! 집에 갈래!]
[다들 힘내! 신천지는 바로 앞이라구! 거기까지만 가면, 마음껏 느긋할 수 있다구!]
도중에 앞서던 레이무 이외의 레이무들은, 금방 축 늘어져 우는 소리를 하고 있기에, 그 걸음은 너무도 느긋했다.
하지만, 새로운 윳쿠리플레이스의 존재를 양식 삼아, 다들 어떻게든 탈락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숲의 넓직한 장소에 도착한 것이다.
실은 이 장소, 무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인 광장이지만, 그런 건, 전혀 사냥을 하지 않는 레이무들은 눈치챌 리가 없다.
[느느! 도착이라구! 앞으로 이곳이 새로운 윳쿠리플레이스라구! 다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새로운 윳쿠리플레이스 앞에서, 지금까지 늘어지거나 불만을 하던 레이무들은, 눈을 희망으로 빛내며 기세 좋게 주위로 흩어진다. 그리고 한 바퀴 돌아보고, 만족한 레이무들은,
[[[[[여기를 레이무들의 윳쿠리플레이스로 한다구!]]]]]
하고, 준비한 것처럼 일제히 선언했다.
생겼다! 드디어 생겼다! 굉장히 느긋한 윳쿠리레이무만의 무리가!
이 무리에서는,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 따위 한 마리도 없다!
어째서냐면, 모든 윳쿠리가 느긋함지상주의인 레이무종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좋은 조건이 모여 느긋할 수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다! 이 무리는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이곳은 그야말로 지상의 낙원!
이 장소에 도착한 레이무들은, 자신들의 빛나는 느긋한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삼일 뒤.
[워째셔 아무데더 밥씨가 업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워째셔 아무데더 느긋할 수 있는 집이나 푹신푹신 침대씨가 없는 거야아아아아아아!]
[느가아아아아아아! 상쾌를 할 상대가 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레이무는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 배불리 우걱우걱하려고 했더니, 어디에도 밥씨가 떨어져 있지 않아서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레이무들 주변에 대량으로 있던 식량은, 무리의 윳쿠리들이 필사적으로 모아왔던 것이니까.
한 번에 마구 먹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이, 모여있는 채 자연계에 떨어져 있을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으니 쾌적한 집에서 쾌적한 침대씨로 낮잠을 자려고 했는데, 집이라곤 울퉁불퉁해서 전혀 느긋할 수 없는 동굴밖에 없어서,
당연히 그곳에는 침대나 가구 같은 건 없고,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레이무가 멋대로 쳐들어가거나 빼앗았던 집이나 풀을 엮어 만든 침대 등은, 모두 손재주 좋은 윳쿠리가 정성들여 만들어낸 것이었으니까.
자연계에 그런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상쾌를 해서 아가야를 만들려고 했더니, 짝이 없어서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
이 무리에는 레이무밖에 없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는 이곳에 온 이후로, 전혀 느긋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잘 되질 않는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얻을 수 있었던 느긋함조차 얻질 못한다.
그럼 다른 윳쿠리들은 어떤가?
레이무는 주변을 둘러본다. 그 눈에 비친 건 자신과 같이 전혀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레이무들뿐.
뭐야 이 무리는! 전혀 느긋할 수 없잖아! 이제 싫어! 집에 갈래!
[레이무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어디 있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를 원래 있던 무리까지 데려가주라구우우우우우! 부탁이라구우우우우우우!]
큰소리로 애원하는 레이무.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답하는 윳쿠리는 없다.
레이무들을 이곳까지 이끌어온 레이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레이무들에 의해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을 터인 무리에서는, 레이무들에 의해 굉장히 느긋할 수 없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뭇큐우! 고마워, 레이무! 이걸로 인간씨와의 협정을 어기지 않게 됐어!]
[안다구-! 레이무는 대단하다구-!]
[이걸로 집이 엉망이 되지 않아도 되는 거네!]
[느으! 드디어 아가야들도 독립한 게 됐다구!]
우두머리파츄리의 집에서, 무리의 윳쿠리들이 한 마리의 레이무를 둘러싸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다.
[느느! 다들 그만두라구! 레이무는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구!]
그 레이무는, 물론 레이무들을 이끌어 무리까지 데려간 그 레이무이다.
[무큐! 그렇지 않아! 정말로, 한때는 어떻게 될까 했는데
그때 레이무의 제안이 없었더라면 정말 어떻게 됐을지…]
우두머리파츄리가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한다.
여기서 이야기는 무리의 윳쿠리들이 우두머리파츄리의 집에 모여있던 때로 되돌아간다.
[느느! 다들! 좋은 생각이 있다구!]
한 마리의 윳쿠리가 발언했다.
[[[[[느느느!]]]]]
일제히 그쪽으로 주목하는 일동.
그곳에 있는 건 한 마리의 레이무였다.
이 레이무는 무리 안에서 태어나 자란 레이무가 아니라, 얼마 전 흘러들어온 윳쿠리였다.
방랑윳쿠리라고 할까. 이 레이무는 여기저기 무리에서 무리로 옮겨다니고 있는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무리에 찾아와, [뭐든 무리의 일을 돕겠다구! 그러니까 잠깐 동안 레이무를 무리에 머물게 해달라구!] 하고,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무리에 정착한 것이다.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레이무는 정말로 일을 잘했다. 홀로 방랑을 하며 살아와서인지, 사냥도 제법 능숙하고,
또한 다른 윳쿠리의 집을 만드는 것도 돕거나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아가 능숙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걸 적극적으로 해서,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의 분별을 확실하게 가르치고, 살아가기 위한 지식 등을 제대로 가르쳤다.
실제로 그 레이무의 교육을 받은 아이레이무들은, 제대로 성장해서, 느긋함지상주의에는 걸리지 않았다.
역시나 이미 느긋함지상주의의 가치관에 감염된 레이무들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지만.
뭐, 어쨌든, 처음엔 귀찮은 녀석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우두머리파츄리도,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생각을 바꿔, 레이무를 중용하게 된 것이다.
[레이무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구! 여긴 맡겨달라구!]
그 레이무가 자신만만하게 맡겨달라고 말하고 있다.
우두머리파츄리는 기대하는 눈빛을 반짝이며 레이무에게 묻는다.
[무큐! 레이무!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는 거야? 그 레이무들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느우! 현재로선 유감이지만 그 레이무들을 설득할 방법은 없다구!
레이무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여러 가지 얘기해 봤지만 저건 이미 레이무가 아니라, 데이부가 돼버렸다구!]
[무큐! 데이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파츄리.
[데이부는 모르는 사이 다른 윳쿠리나 아가야, 그리고 자신까지 불행하게 만들어 버리는 윳쿠리를 말하는 거라구.
그치만 자기들이 나쁜다는 자각은 없다구. 그래서 아무리 설득해도 데이부한테는 통하지 않는다구.]
[무큐큐!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
[레이무가 데이부들을 데리고, 일단 무리의 밖으로 데려가겠다구! 이대로는 무리가 데이부들이랑 같이 붕괴돼버리니까!
그 다음 그대로 한동안 방치해서, 고생을 시키고, 기회를 봐서 레이무가 설득하러 갈 거라구!]
[무큐! 그건 좋지만, 그 데이부들을 전부 데려갈 수 있을까?]
설득이 무리라면, 힘으로라도 쫓아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도대체 어떻게 데이부들을 무리에서 쫓아낼 생각인 걸까?
[그건 맡겨달라구! 레이무는 데이부에 대해선 아주 잘 알고 있다구!
아, 그리고, 데이부들의 이주장소는 무리 근처에 있는 넓직한 광장으로 할 테니까, 그 장소에는 한동안 다들 접근하지 말라고 해두라구!]
그것만 말하고, 레이무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기 위해 뛰어가 버렸다.
그리고 말 그대로 정말로 며칠 뒤에, 무리의 데이부들을 근처의 광장으로 이동시켜 버린 것이다.
그렇게나 말을 안 듣던 데이부들을, 도대체 어떻게 쫓아낸 건지 우두머리파츄리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데이부의 위협은 없어졌고, 무리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무리 안 윳쿠리들이 다들 기뻐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느히이! 느히이!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어어!]
데이부들이 무리를 만들고 일주일 뒤. 너덜너덜해진 한 마리의 데이부가 숲 속을 질질 몸을 끌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숲 속을 다니는 데 익숙하지 않은 데이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제대로 먹을 걸 먹지 못했기에 이전의 동그란 얼굴도 지금은 홀쭉해져 있다.
[느우우우우! 어째서 데이부가 이런 꼴이! 데이부는 그저 느긋하게 있었을 뿐인데!]
새로운 무리로 이주한 뒤로 지금까지, 데이부는 조금도 느긋할 수 없었다.
어째서 자신이 느긋할 수 없는가? 그것을 데이부가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그 장소에 계속 있어도 느긋할 수 없을 거라는 것만 이해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쨌든 지금까지 살아왔던 무리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다시, 레이무만이라도 느긋하게 사는 거다!
이 주변의 느긋할 수 없는 녀석들은 참고 있으라고 해! 그러니까 레이무를 느긋하게 해라아아아아아!
[하아! 하아! 느?]
돌아가려고 해도 길을 몰라 숲을 헤매고 있던 데이부. 하지만 거기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늣! 오늘도 잔뜩이네!]
[그렇네! 잔뜩 모았네!]
[안다구-! 귀찮은 게 없어져서 다들 상태가 좋은 거라구-!]
데이부의 근처를 지나가던 것은 분명 이전 무리의 윳쿠리들이었다.
그 보습을 본 데이무는, 만세! 살았다! 하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한테 무리까지 안내하라고 하면 된다. 느긋할 수 없는 녀석들이지만,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느느! 레이무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기세 좋게 세 마리 앞에 뛰어든 데이부.
그리고,
[[[………]]]
차가운 눈으로 보는 세 마리.
[왜, 왜 그래, 다들! 레, 레이무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그리고, 레이무를 무리까지 데려가주라구! 당장 해도 된다구!]
예상외의 반응에 조금 움츠러들면서도, 자신의 요구를 제대로 전하는 데이부.
[느느? 데이부는 자기들의 무리를 만든 거 아니었어어? 이제 와서 마리사랑 다른 애들의 무리에 무슨 용무일까아?]
피식피식 웃으며, 마리사가 묻는다.
[느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레이무는 그런 느긋할 수 없는 무리는 이제 사양한다구! 알았으면 냉큼 원래 무리로 안내하라구!
그리고 다시, 레이무가 느긋하게 해주겠다구! 감사하라구!]
[흥!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촌 것은! 아리스랑 다른 애들의 무리에는 이제 데이부들이 있을 곳이 없어!
느긋하게 해줘? 웃기지마! 그렇게 느긋하고 싶으면 자기들 무리에서 실컷 느긋하게 있으면 되잖아!]
아리스가 화난 표정으로 말한다.
[느느! 어째서 화내는 거야! 레이무는 그저 느긋하게 있고 싶을 뿐이라구! 이러니까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는 곤란하다구!
투덜대지 말고! 당장 무리에 데려가라구! 레이무 화낸다구!]
[안다구-! 역시 데이부한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는 거네-! 이대로 따라오게 하면 귀찮아지니까, 손 좀 봐주겠다구-!]
비웃는 표정으로 말하는 첸.
[뭐, 뭐야…]
역시나 세 마리의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것인지 한 걸음 물러나는 데이부.
그때,
[첸의 식량을 제멋대로 먹어치운 데이부 따위를, 무리에 들여보내줄 리가 없잖아! 그 정도는 알라구-!]
첸의 몸통박치기가 작렬했다.
[느게가!]
날아가 버린 데이부에게 추가타를 먹이려 하는 아리스와 마리사가 쫓아온다.
[잘도 아리스의 도시파적인 집을! 이 촌 것이! 촌것이!]
[느게! 그게하! 아파! 워째셔!]
[정말이지 데이부는 완전히 밥벌래다제! 두 번 다시 마리사랑 다른 애들의 무리에 나타나지 말라제!]
[느게하! 그게! 아프아! 이제 그만더어어어어어어!]
주변을 둘러싸고, 데이부를 두들겨 패는 세 마리.
역시나 죽이지 않도록 봐주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밖에 나오지 않고, 무리에서 그저 느긋하게만 있던 데이부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교에에바하! 느그잘 스 업써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고통의 목소리를 내는 데이부.
어째서 이 윳쿠리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렇게나 공격적인 걸까?
실은, 무리의 윳쿠리들 사이에서는, 데이부가 없어진 걸로 자신들의 생각 이상으로 쾌적해진 것에,
<데이부 = 악>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리 밖에서 데이부를 조우한 윳쿠리들은, 무리까지 따라오지 못하도록, 이렇게 데이부를 패주게 된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위에 말한 이유 외에도, 지금까지의 원한도 상당히 들어있겠지만…
[느히이! 느히이! 워째셔! 데이부는 그저 느긋하게 있고 싶을 뿐인데!]
세 마리가 떠난 뒤, 완전히 걸레가 된 데이부는 홀로 중얼거린다.
결국 이 데이부는, 자신이 지금까지 누려온 느긋함은, 다른 윳쿠리들의 노력이나 고생을 뺏어 얻은 것이라는 걸 깨닫지는 못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숲을 헤매다가, 이틀 뒤 결국 공복과 피로로 인해 영원히 느긋하게 됐다.
[느우. 어째다 이렇게…]
우두머리파츄리의 집에서 침울해진 레이무.
[무큐! 어쩔 수 없어, 레이무.]
우두머리파츄리가 달랜다.
레이무는, 데이부들이 전멸해버린 것에 침울해져 있었다.
레이무는 딱히 데이부를 전멸시키려는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방치해둔 뒤, 설득해서, 무리의 모두에게 사과하게 할 생각이었다.
레이무의 계획대로라면, 데이부들은 자신들이 직접 살아가기 위한 고생을 경험해 보는 걸로 인해서, 설득하기 쉬워질 터였다.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보아, 한 달 정도 데이부들을 격리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무의 예상과는 달리 고작 일주일만에, 데이부의 무리는 붕괴돼 버렸다.
무리를 탈출한 데이부들도, 한 마리도 이 무리까지 도착한 이는 없었다.
뭐, 그것은, 무리의 다른 윳쿠리들이 방해했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레이무는 데이부를 구하지 못한 것에 후회하고 있었다.
[무큐! 레이무.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
이 무리에 왔던 인간씨가 파체한테 말했었어! 우두머리가 돼서, 무리를 다스릴 생각이라면, 모든 윳쿠리를 느긋하게 해주는 건 포기하라고!
이번 일도 그래! 아마 그대로 내버려뒀다면, 이 무리의 모든 윳쿠리가 느긋할 수 없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레이무는 데이부들을 구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더 많은, 무리의 윳쿠리들을 구해줬다구!
감사하고 있어, 레이무!]
[……그렇네. 데이부의 개심은 굉장히 힘든 거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게 말하며, 출구를 향해 뛰어가는 레이무.
[레이무! 역시 이 무리에서 나가버리는 거야?]
우두머리파츄리가 묻는다.
[느우! 이 무리에서 레이무의 역할은 끝났다구. 레이무는 다시 데이부를 찾아 여행을 계속할 거라구.
대장, 아가야들의 교육은 확실하게 하라구! 그게 무리 전체의 느긋함과 직결되는 비결이라구!
그럼 안녕이라구!]
멀어져가는 레이무. 그 등뒤로 목소리를 내는 우두머리파츄리.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
[……흠, 그렇단 말이지.]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남자 주변에는 여기저기 윳쿠리의 사체가 널려있다.
어느 윳쿠리는 굵어죽었는지 괴로운 표정으로 바싹 말라있고, 또 어느 윳쿠리는 동족에게 잡아먹혔는지 몸의 일부가 없다.
그 대량의 윳쿠리의 사체의 수를 보면, 이 장소에 소규모의 무리가 있었다는 건 분명할 것이다.
모여든 윳쿠리들의 무리가 생기긴 했지만, 잘 되지 않아 자폭하는 형태로 붕괴한다. 자연계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무리는 자연스레 생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째서냐면 무리의 사체가 레이무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무뿐인 무리라니, 아니, 다른 윳쿠리라도, 단일종으로만 자연스레 무리가 형성되는 일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무리는 뭔가 외적인 요인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무리라고 판단했다.
[무큐! 그 무리의 대장이 말한 그대로네!]
남자의 옆에 있던 파츄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뭐, 별로 의심한 건 아니지만 말야. 그래도 일단 뭐가 있었는지 제대로 확인은 해둬야 되니까.]
남자는 이곳에 오기 전 일련의 무리를 떠올린다.
우선 산기슭에 있는 마을에서 들은 얘기론, 최근 협정을 맺고 있는 무리와는 별개로, 윳쿠리가 모여있는 게 목격되었다.
목격된 윳쿠리는 레이무뿐.
다음으로, 협정을 맺고 있는 무리의 시찰에서는, 항상 윳쿠리의 제한수는 아슬아슬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번엔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그 무리 안에 레이무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드물게 보이는 레이무는 영리해 보이는 아이레이무뿐.
뭐, 이 정도로 정보가 모여있으면, 뭐가 일어났는지 추리하는 것도 쉽다.
아마도 게스화한 민폐윳쿠리를 무리에서 추방했을 거라고 남자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리의 우두머리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남자의 예상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대단하게도, 민폐행위를 일삼던 데이부들을 모아서 한 장소에 이동시킨 것은 바로 한 마리의 레이무였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사실상 이 무리가 안고 있던 문제를, 그 레이무 한 마리가 해결했다는 말이다.
그것도 일절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말이다.
[상당한 솜씨로구나. 가능하다면 그 레이무랑 만나보고 싶은데…]
남자가 무리에 왔을 때는, 이미 그 레이무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난 뒤였다.
애초에, 혹시 그 레이무가 무리에 없었더라면, 지금도 무리는 데이부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을 것이고, 그걸 남자가 어떻게든 해결하게 되는 게 이번 이야기의 내용이 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레이무는 인간에 비견될 만한 활약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데이부를 찾아다니는 레이무라… 재밌네 조금은.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자와 파츄리는 데이부들의 묘지인 굉장히 느긋할 수 있을 터인 무리를 뒤로 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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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
학대보다는 윳쿠리들의 사건 위주로 이야기를 쓰는 "나나시" 라는 작가인데, 제가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사람 작품은 싹 다 번역하고 싶은데, 문제는 죄다 분량에 자비가 없으니 원...
참고로 이 작가의 시리즈에서는 국영기관이 야생윳쿠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위의 남자는 그 기관 직원이구요.

삽화 : ○○아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