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뱃지 선별 마리사! 다제 말투 교정, 각종 내구 강화 완료![간단한 가사도 가능합니다!] 가격 3만엔[소비세 포함]

 

우물우물.

 

맛있는 식사란 무엇일까? 마리사는 씹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하면서 윳쿠리 푸드 ‘시궁창맛’을 씹어먹었다.

정말로 끔찍한 맛이다. 한입, 한입 씹을 때마다 중추 팥소뇌에 각인된 윳쿠리의 본능이 ‘구려! 달콤달콤 내놓으라제!’ 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빨리 먹어. 시간이 없다고.”

“느긋하게 빨리 먹겠습니다.”

 

마리사는 바로 앞에서 윳쿠리 푸드 ‘그럭저럭’을 먹고 있는 아빠 마리사를 살펴보았다. 아빠 마리사가 먹고 있는 것도 솔직히 그렇게 맛이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이 먹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길 정도로 진수성찬으로 보였다.

 

“……느…. 맛있는 밥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단 한 마디에도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은 감사를 뱉으면서 마리사는 아빠 마리사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마리사의 감사를 듣는 둥 마는 둥, 아빠 마리사는 빈 밥그릇에 오늘 먹어야 할 약을 쏟아부었다.

 

비윳쿠리 방지제. 중추 팥소 강화제. 윳팡이 내성 강화제 등등. 질긴 듯 하면서 자칫 방심을 하면 죽어버리는 윳쿠리의 몸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약들.

 

“어서 먹어.”

“느으…….”

 

윳쿠리 푸드 ‘시궁창맛’이 어떻게 참고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약들은 도저히 먹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벌써부터 코끝을 찌르는 강렬한 화학 약품의 냄새는 팥소를 토하게 만들 것 같았다.

 

“느게엣……. 전부……느흡! 머거뜹니다.”

 

가급적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화학약품의 냄새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마리사는 오늘치 약을 다 먹었다.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었지만, 저 멀리서 자신의 자매인 ‘1번’ 레이무가 엄마 레이무의 묶은 머리에 제압당한 채 강제로 약을 먹는 모습을 보며 치밀어오르는 욕지기를 참아내었다.

 

“그럼 교육을 시작하겠어. 따라와 2번.”

 

자신과 아빠 마리사는 분명 팥소를 공유하고 있는 부자 관계이다.

하지만 마리사는 태어나서 아빠 마리사와 엄마 레이무에게 ‘아가야’, ‘꼬맹이’ 등등 부모 윳쿠리가 자식 윳쿠리에게 건네주는 애칭은 단 한 번도 듣지 못 했다.

 

아무런 탈이 없으면 태어난 순번대로 붙여진 ‘2번’이라는 무미건조한 번호로, 무언가 잘못하거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을 때에는 ‘쓰레기’. ‘똥자루’, ‘느긋하지 못 한 썩을 윳쿠리’ 등의 멸칭 만을 들었다.

 

‘이런 건 가족이 아니라제.’

 

교육을 받으면서 마리사는 생각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었다.

엄마 레이무의 줄기에서 떨어져 이 세상을 향해, 부모님을 향해 있는 힘껏 ‘느긋하게 있쮸라구!’ 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부모님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인사를 무시당한 처사에 슬퍼하며 울었던 막내 와사 레뮤는 ‘와사종은 느긋하지 못 해.’ 라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솎아내기를 당하고 말았다.

 

솎아내기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왜 하는 지 알 수 없는 산수 공부. 배우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인간이 쓰는 글자 공부 등 도저히 느긋하지 못 한 공부.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느긋하지 못 해서 다섯째 동생 마리사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느긋하게 해달라고 부모 윳쿠리들에게 사정해봤지만.

 

‘금뱃지 윳쿠리가 되지 못 하는 것들은 내 아가야가 아니야.’

 

그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솎아내기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하나둘 솎아내기에 당하여, 6마리 자매들 중, 남아 있는 것은 차녀 마리사와 장녀 레이무뿐이었다.

딱히 마리사와 레이무가 다른 자매들보다 유별하네 우수해서 남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날그날 교육 결과에 따라 솎아내기에 걸리지 않았고, 더 이상 솎아내기를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남은 것이었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전날 마리사와 레이무는 금뱃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늘 어두워질 때까지 이어지던 교육은 그저 형식적인 것으로 끝나버렸고. 할 일을 마친 아빠 마리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마리사를 향해 등을 돌렸다.

 

“…….”

마리사는 아빠 마리사의 모자에 달린 금뱃지를 바라보았다. 저것과 같은 것이 자신의 모자에도 있다. 그것을 불만스럽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금뱃지가 뭐길래 자신은 이렇게 고생을 한 것인가? 왜 자매들은 죽어야만 했던 것인가?

정말로 금뱃지가 중요하다면, 적어도 어제 금뱃지를 받은 순간 아빠 마리사와 엄마 레이무는 마리사를 칭찬했어야만 했다. 그 순간만이라도 ‘아가야’라고 불렀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빠 마리사도, 엄마 레이무도 여전히 자신을 2번이라고 부르고 언니 레이무를 1번이라고 불렀다.

여전히 가족의 정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질문이 있습니다.”

 

마리사종 특유의 다제 말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정중한 말씨. 말씨 교정은 마리사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힘들었다. 지금도 전혀 자신답지 않은 말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애써 참으며 마리사는 아빠 마리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말해봐.”

“내일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면, 마리사는 진짜 가족을 만들 수 있나요?”

“…….”

 

은유적으로 지금의 아빠 마리사와 엄마 레이무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는 마리사의 말에.

언제나 엄격한 표정으로 교육을 실시하던 아빠 마리사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떠올랐다.

마리사의 말이 사뭇 불쾌한 듯 아빠 마리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키는 입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힘을 주어 앙다물었고, 마리사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굵직한 땋은 머리가 신경질적으로 철썩거리며 몸을 두들겼다.

 

아빠 마리사가 마음을 먹는다면 지금의 자신은 단번에 죽여버릴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마리사는 주눅 들지 않고 아빠 마리사를 마주 보았다.

한참을 서로 노려보던 둘이었지만, 이윽고 아빠 마리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2번의 사육주가 허락한다면, 만들 수 있어.”

“그렇습니까…….”

 

금뱃지를 취득했는데,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대화일지도 모르는데 아빠 마리사는 여전히 자신을 2번이라고 불렀다.

아빠 마리사는 그걸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마리사 또한 구태여 떠나가는 아빠 마리사, 아니 뭐라 관계를 정의할 수 없는 어른 마리사를 메마른 눈으로 보며 등을 돌렸다.

 

“마리사는…. 진짜 가족을 만들 거라제. 진짜 가족을 만들어서 느긋해질 거라제.”

 

 

 

 

 

“느헤엣……. 느헤엣…….”

“아프다구……! 레뮤……아프다구우우웃!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고야아아앗!!!”

 

마지막 시험은 마리사가 상상했던 것이랑 너무나도 달랐다.

어젯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밤늦게 사육실에 구비된 금뱃기 교재를 살펴보며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아침 해가 뜨자마자 시작된 시험은 이곳 사육실에서 일하는 브리더가 직접 가하는 제재였다. 발길질, 주먹질, 싸대기, 30cm 자로 후려치기 등등 온갖 체벌이 행해졌다.

 

‘이딴 게 시험? 도대체 왜 맞는 거냐제? 금뱃지 윳쿠리는 애완 윳쿠리가 아닌 거냐제?’

 

전신이 욱씬거리는 고통 속에서 마리사는 도대체 이딴 것이 왜 시험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일어나서 이게 무슨 시험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동안 받아온 교육의 성과 탓인지 언니 레이무와 다르게 폭력의 주인인 인간에게 무어라 대꾸할 용기가 솟아나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면서 거친 숨을 내쉴 뿐이었다.

 

“흐음…….”

 

그리고 무미건조하게 폭력을 실행한 브리더는 턱을 쓰다듬으며 바닥에 나뒹구는 아이 윳쿠리들을 살펴보다가, 뒤에 서있는 양복 차림의 남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떠신가요? 요구하신 스펙대로 성인 남성이 있는 힘껏 때려도 어지간해선 죽지 않도록 터프하게 키웠는데.”

“흐음……. 맺집은 더할 나위가 없는데 레이무종은 아직 반항기가 있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게 순종적으로 키우라고 요청하셨지만 손님이 요구하신 사양대로 학대를 당해도 반항하지 않도록 키우는 건 쉽지가 않네요.”

“아…. 이번에는 레이무로 가고 싶었는데.”

 

뭔가 인간들끼리 대화를 나누는데 그 내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저것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도통 이해가 안 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마리사는 고통을 참아내며 방구석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공포와 초조함으로 안절부절 못 하는 부모 윳쿠리 마리사와 레이무가 있었다.

적어도 팥소를 이은 자식들이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윳쿠리들은 단 한번도 자신이나 자매인 레이무를 향해 시선조차 던져주지 않았다.

 

‘역시, 저딴 건 부모가 아니라제. 쓰레기라제. 마리사는…. 마리사는……. 저딴 부모가 되지 않을 거라제. 진짜 가족을 만들 거라제.’

 

“그럼 이걸로 할게요.”

“느읏…?”

 

고통을 참아내며, 교육을 받으면서 다짐했던 소망을 곱씹으며 자리에 일어서려고 한 찰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양복 차림의 남자가 마리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치료를 하고 포장을 할 테니.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사육실 밖으로 나가는 양복 차림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브리더는 남자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는 마리사와 언니 레이무를 들어올렸다.

 

“수고했다. 어째 이번에도 통과했네? 솔직히 이번에는 안 될 줄 알았는데.”

“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상품을 키웠습니다!”

“레이무 정말로 노력해서 가르쳤습니다!”

“그런 것 치곤, 얘는 영 아닌 것 같은데?”

 

브리더의 손바닥에서 땋은 머리를 파닥거리며 방금 전에 이루어진 폭력에 대해 항의를 하는 레이무를 가리키는 브리더의 말에 말문이 막히는 아빠 마리사와 엄마 레이무.

마리사의 앞에서는 언제나 근엄하고 엄격하였던 그들이었지만 브리더의 앞에서 그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하는 평범한 윳쿠리에 불과했다.

브리더는 피식 웃음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반짝거리는 별모양 스티커를 두장 꺼내었다.

 

“뭐, 어쨌든 이번에도 잘 팔렸으니까 상관없어. 자 받아가라.”

““감사합니다!””

 

브리더가 건네준 스티커가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 만면의 미소를 띄우며 스티커를 받아드는 아빠 마리사와 엄마 레이무.

그 모습을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으로 바라보던 마리사였지만, 이내 저딴 건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브리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인간님. 저희는 시험에 통과한 건가요?”

“응? 아아, 통과했어.”

“우아앗! 레이무 드디어 애완 윳쿠리가 되는 건가요? 이제 행복해질 수 있는 거에요!?”

 

브리더의 답변에 옆에 있던 언니 레이무가 웃으며 기뻐했다.

처음 보는 그 미소에 마리사 또한 기뻐했지만

 

“통과한 건 마리사뿐이야. 레이무, 너는 탈락. 폐기처분 확정.”

““…느엣?””

“니네 부모가 무슨 소릴 했는지 모르겠지만.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건 한 마리뿐이야. 통과한 녀석은 오늘부터 금뱃지 애완 윳쿠리. 떨어진 녀석은 상품 가치가 없으니 가공소행.”

“그, 그게 모야아아아아앗!”

 

인간씨에게는 절대복종. 반말이나 욕설은 엄금.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팥소에 들이박히도록 받아온 교육 내용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로.

브리더가 레이무에게 한 말은 가혹했다.

지금까지 애완 윳쿠리가 되어 느긋해지겠다는 일념 하에 고된 교육을 받아왔는데 마지막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공소 행이라니,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인간님. 어떻게 언니야도 통과시켜…“네가 대신 가공소에 갈래?”…느엣!? 그건…….”

“네가 언니 대신 가공소에 간다고 하면, 어떻게 설득은 시도해볼게. 가볼래?”

“느으…….”

 

보다 못한 마리사의 애원을 브리더는 짖굿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부모 윳쿠리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떨어지면 폐기처분, 가공소행. 이라는 말을 지겹게 들은 마리사로선 폐기처분이라는 의미도 가공소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느긋하지 못 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였다.

 

“뭘 고민하는 거야! 레이무는 지금까지 힘들었다고! 언니를 위해 마리사가 대신 가공소에 가라고!!!”

 

고민을 하던 와중, 옆에서 레이무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릴 질렀다.

 

‘그게 뭐냐제? 마리사도 같이 고생했다제. 왜 마리사가 시험에 떨어진 언니야 대신에 가공소에 가야만 하는 거냐제? 웃기지 말라제!’

 

가족이라면, 진짜 가족이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미래를 향해 떠나는 동생에게 축복을 해줄 게 분명한 것이다.

그러니, 저건 자신의 가족이 아니다. 그저 팥소를 공유한 타윳이다.

 

“미안해. 마리사는 언니 대신 가공소에 갈 수 없어.”

“오째서 그런 마를 하는 고야아아앗!”

“하핫! 결정난 것 같네.”

 

브리더는 마리사의 말에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마리사를 포장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싫어…, 싫어…!. 레이무 가공소 싫다구! 레이무는 느긋해져야 한다고…! 행복해져야 한다고! 멋진 마리사를 만나서! 아가야를 많이 낳아서! 맛있는 밥씨도 잔뜩 잔뜩 먹어서! 정말로 느긋해져야 한단 말이야!!!”

 

포장 테이블에 있는 마리사를 향해 땋은 머리를 뻗으며 울부짖는 레이무.

토해내는 언니의 속내는 마리사와 마찬가지로, 그 쓰레기 부모 밑에서 고생을 했을 때 남몰래 가슴속에서 품어왔던 소망이었다.

마리사 또한 같은 마음으로 교육을 받아왔기에, 브리더의 손에서 울며 애원하는 레이무가 타윳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구슬프게 우는 레이무가 귀여운지, 만면의 미소를 그리며 브리더는 레이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걱정마. 다른 건 몰라도 아가야는 정말 그 어떤 윳쿠리보다도 많이 낳을 수 있을 거야. 팥소 생산 윳쿠리로서 말이지. 가공소 레이퍼 엘리스의 허리 놀림은 굉장하다구~. 너무 끝내줘서 울면서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가버릴 걸? 기대해도 좋아. ”

“느아아아아아아앗!!! 싫어어어엇! 살려줘어어엇! 엄마아아아아아앗!!! 아빠아아아아아앗!!! 마리쨔아아아앗!!!! 레뮤를 살려줘어어어엇!!!”

 

자신을 향해 땋은 머리를 뻗으며 절규하는 언니 레이무와 그런 언니를 조롱하는 브리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리사는 다짐했다.

자신은 반드시 진짜 가족을 만들어서 정말로 느긋해질 거라고.

 

 

 

 

 

“느아아아……!!!”

 

브리더와 함께 나타난 양복차림의 남자는 마리사의 사육주였었다.

대금을 치르고, 사육주와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온 마리사는 케이스 너머로 보는 새로운 보금자리의 모습에 감탄을 터뜨렸다.

 

교보재로 보던 영상에서 나온 인간씨의 윳쿠리 플레이스보다 몇 배는 멋져보이는 내부.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냄새와 윳팡이를 막기 위한 소독약 냄새와는 다른 향긋한 꽃내음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바닥씨는 부드러운 융단이 깔려 있어서 저부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고, 피부를 감싸는 공기는 따듯해서 긴장의 끈을 풀면 그대로 잠이 들 것만 같았다.

 

‘여기서부터 시작인 거라제. 마리사의 윳생은 지금부터라제!’

 

사육주! 금뱃지!! 더할 나위 없는 윳쿠리 플레이스!!!

지금 이 순간 마리사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마리사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가까스로 참으며 아까부터 말없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윳주를 올려다보았다.

 

“마리사를 애완 윳쿠리로 삼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성심성의를 다해서 사윳주님을 느긋하게 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는 마리사. 앞으로 펼쳐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이 환경속에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도 사육주의 도움을 필수불가결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잘 알지도 못 하는 인간에게 고개는 몇 번이든 숙일 수 있었다.

 

“애완 윳쿠리?”

 

하지만 마리사의 말이 이상한지 사윳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생각했던 것이랑 다른 반응에 마리사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자신이 말실수라도 한 것일까? 방금 전에 한 말을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문제가 될 요소는 없었다. 사육소에서 그 쓰레기 부모에게 배운 대로 인간의 예의범절이라는 것을 맞춰서 한 말이었다.

 

“아아, 그런 컨셉으로 교육을 받은 건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너, 애완 윳쿠리 아냐.”

“느엣?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일단 이걸 읽어봐.”

“아, 알겠습니다….”

 

저부 밑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꿈꾸고 그려왔던 미래가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불안한 느낌을 애서 무시하며 마리사는 사육주가 건네준 종이를 받았다.

철저한 교육 탓에 종이에 적혀진 글을 읽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문제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도저히 그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윳쿠리 플레이스 사용료 : 매달 1000엔

밥값 : 그럭저럭 한끼 30엔 / 보통 50엔 / 행복 100엔 / 헤븐 150엔

화장실 이용료 : 매달 500엔 / 응응 자가 처리 시 무료.

 

윳쿠리 봉사

음식물 쓰레기 처리 : 매달 500엔 획득

저부지지기(약불) 분당 5엔, (중불) 10엔, (강불) 15엔 ※저부 치료 : 250엔 지불 필요

펀치 : 한 대 10엔 / 킥 : 한 대 20엔 / 채찍 : 한 대 30엔

송곳 : 한 번 찔릴 때 마다 50엔]

 

“죄, 죄송합니다. 사육주님.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지…?”

“으응, 교육을 받아도 결국은 팥소뇌인가? 잘 들어. 너는 애완 윳쿠리가 아니야.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샌드백이지.”

“느엣?”

“애완 윳쿠리라면 내가 책임지고 길러야 하지만, 너는 애초에 나한테 학대당하기 위해 태어난 녀석인걸. 샌드백 윳쿠리인 네가 이 집에서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모든 비용은 네가 알아서 벌어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육주는 친절하게 마리사가 이곳에 온 경위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마리사가 태어난 사육소는, 수많은 수요에 맞추어 윳쿠리를 설계하여 판매하는 커스텀 윳쿠리 브리딩샵으로, 애완 윳쿠리부터 학대용, 식용까지 다양한 수요에 맞추어 윳쿠리를 제작하는 곳이라고.

남자는 한 달 전 ‘학대용’ 윳쿠리를 주문하였고, 바로 오늘 선별에 선별을 거쳐 마리사가 학대용 윳쿠리로서 남자에게 납품되었다는 것을.

 

“나, 생각하는데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 하는 윳쿠리는 아무리 괴롭혀봤자 동네 들고양이 같은 걸 잡아다 괴롭히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고 봐.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고 해봤자 제대로 이해를 하고 말하지 않는 이상, 그건 말이 아니라 짐승의 울부짖음이랑 다를 게 없잖아?”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지론을 설명하지만, 마리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름 똑똑해 보이는 들윳쿠리를 데리고 와서 괴롭혀 봤지만 어차피 팥소뇌는 팥소뇌라고 할까, 그저 어떻게 상황을 모면해보려고 아무런 말이나 뱉어내는 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학대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랄까? 알겠어?”

 

마리사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남자의 질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딴 질문하지 마. 알고 싶지도 않다.

 

“어떻게 윳쿠리 브리더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사육을 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학대용으로 처음부터 기르는 건 못 할 짓이더라고. 잘 되지도 않고 나도 사회인이라서 좀 바쁘거든. 이래 보여도 알아주는 대기업 사원이라고, 대단하지 않아?”

 

모르겠다. 윳쿠리인 마리사는 ‘대기업’이 뭔지 모른다. 그딴 건 알고 싶지도 않으니 자신을 느긋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려 3만엔을 들여서 널 만들었다는 거지. 이게 그 발주서야.”

 

사육주는 자랑스럽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마리사에게 내밀었다. ‘우와, 윳쿠리 학대에 3만엔이라니, 나도 미쳤지.’ 남자는 혼잣말로 무언가 중얼거리지만 예상치도 못 한 현실의 연속에 마리사는 그저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학대용 윳쿠리를 발주합니다. 금뱃지 이상의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독해 능력과 산수 능력을 겸비 필수. 아이부터 성체 윳쿠리가 될 때까지 하드한 학대 플레이를 할 예정이오니 내구성에 신경을 써주세요.

※추신 : 반항하는 윳쿠리를 보면 홧김에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순종적인 성격으로 조교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는 레이무로 놀고 싶네요.)]

 

“마, 마리사는 애완 윳쿠리가 아닌 건가요?”

“아니래도, 애초에 애완 윳쿠리로 기를 생각이었지만 적당히 펫샵에서 분양받아왔지. 느긋하게 이해하라고.”

“아니, 이해할 수 없다제. 어째서! 어째서!!! 3만엔은 정말로 큰 돈이라제! 윳쿠리인 마리사도 그건 충분히 이해한다제! 어째서 윳쿠리를 괴롭히려고 3만엔이나 쓰는 거냐제!? 이상하다제!”

“바로 그거야. 그 반응. 평범한 들윳쿠리는 그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지. 그저 왜 이런 짓을 하냐고 투정을 할 뿐이거든. 그렇지만 넌 지금 네가 놓인 상황을 나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그래 맞아, 어지간한 학대파도 이런 짓에 3만엔을 들이진 않아,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그러니 넌 앞으로 3만엔 만큼의 느긋함을 네 몸으로 때우면 돼. 그리고….”

 

쫘악!

 

“느엣!”

 

인정사정 없는 싸대기가 마리사에게 작렬하였다. 오늘 아침, 브리더가 한 체벌은 봐주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고통이 마리사의 전신을 두들겼다.

 

“나는 윳쿠리가 나대는 게 너무 싫어. 내가 너한테 어떤 짓을 하든 넌 얌전히 받아들이라고 그러려고 만든 거니까. 알겠어?”

“느히잇…. 느흐윽……. 느, 느긋하게…. 이해해뜹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이걸로 넘어가줄게.

사육주는 그 말을 끝으로 마리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윳쿠리 플레이스, 학대방을 떠났다.

닫힌 문너머로 아이 윳쿠리의 새된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리사가 사육주의 집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갔다.

일반적인 성장 사이클이라면 이미 아성체까지 자라날 시간이었지만 마리사의 몸은 아이 윳쿠리의 사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배고프다제…. 하지만 아껴야 한다제….’

 

마리사는 사료 그릇에 놓인 윳쿠리 푸드(그럭저럭)를 조심스럽게 먹었다. 한입, 한입 부수러기가 입밖에 떨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입을 움직였다.

마리사만을 위한 윳쿠리 플레이시(학대방)이기 때문에 마리사 외엔 아무도 없었고, 교육을 받지 못 한 들윳큐리처럼 우걱우걱 등 의성어를 내면서 씹어먹는 들 뭐라고 하는 쓰레기 부모 윳쿠리도 없었고 사육주도 방을 깨끗하게 유지하기만 한다면 마리사가 어떻게 밥을 먹든 신경쓰지 않았다.

사육소 시절부터 그리워했던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마리사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밥씨는 앞으로 8알 남았다제. 아껴먹으면 이틀은 버틸 수 있다제.’

 

정말로 숨쉬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리사의 모든 행동에는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마리사는 애완 윳쿠리가 아니라 학대 윳쿠리이기 때문에.

 

 

그 날 이후, 사육주는 마리사와 계약을 맺었다.

 

1. (을) 마리사는 자신의 구매대금 3만엔을 (갑) 사육주에게 상환하여야 하며, 상환 기간 동안 (을) 마리사는 (갑) 사육주에게 절대복종을 하여야 하고 (갑) 사육주에게 반항할 경우 1회 당 채무액을 500엔 증액한다.

2. (을) 마리사는 (갑) 사육주에게 매달 이자 10%를 포함하여 원금 300엔 이상을 지불하여야 한다.

3. (을) 마리사가 월말에 (갑) 사육주에게 채무 상환을 이루지 못 하였을 경우, 상환하지 못 한 채무만큼 (갑) 사육자가 임의 징수하며 해당 금액은 채무 상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4. (을) 마리사는 ‘별지 1’에 기재된 사용품목을 (갑) 사육주에게 요구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갑) 사육주는 (을) 마리사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크게 요약하면 위와 같았다.

계약을 맺자는 사육주의 말에 마리사는 불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그 계약을 받아들였다. 마리사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런 계약은 인간들끼리, 적어도 대등한 존재끼리 하는 것이지 인간과 윳쿠리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계약을 맺어봤자 바로 계약 내용은 무시한 일방적인 학대를 받을 것을 예상했지만 생각 외로 사육주는 마리사와 한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사육주는 절대로 자의적인 학대를 행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마리사가 선택한 내용의 학대만을 기계처럼 수행할 뿐이었다.

 

“이런 제약 플레이가 더 재밌거든.”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될텐데 왜 구태여 제약을 거는가? 마리사의 의문에, 사육주는 웃으면서 답하였다.

역시 인간이 생각하는 건 이해하지 못 하겠다. 마리사는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느긋하지 못 하였다.

매일 최소 비용으로 생존을 이어나가는 것도 싫었고, 얼굴을 마주하기도 싫은 사육주에게 고개를 꾸벅이면서 비굴하게 구는 것도 싫었고, 매일 밤, 사육주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오늘의 학대 코스를 고르는 것도 싫었고, 고뇌하는 자신을 보며 싱글벙글 웃는 사육주의 웃는 얼굴도 싫었다.

모든 것이 정말로 느긋하지 못 하였다.

그럼에도 마리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사육소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 진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등급 레이무가 1000엔, 은등급이 3000엔, 금등급이 5000엔. 아직 갈 길이 멀다제.’

 

마리사는 식사를 하면서, 벽에 걸린 계약서를 살펴보았다.

마치 마리사의 속내는 훤히 알고 있다는 듯이 계약서에는 사료는 물론, 가정을 꾸리기 위한 신부 윳쿠리 마저 실려있었다.

 

“정말로 아가야를 만들어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지, 네가 감당할 수 있다면 뭘 해도 상관없어. 그런 계약이니까.”

 

사육소에서 애완 윳쿠리가 아가야를 가지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선 윳쿠리가 인간씨에게 엄청나게 많은 느긋함을 줘야한다고 마리사는 배웠다. 그리고 금등급을 포함한 대부분의 애완 윳쿠리가 가정을 이루는 것을 허락받지 못 하거나, 허락없이 아가야를 가진 결과 퍼분되거나 들윳쿠리로 전락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사육주는 말했다. 감당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괜찮다고.

계약을 맺을 당시, 마리사는 담장이라도 자신만의 신부 레이무를 원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된 교육으로 금뱃지를 달성한 마리사는 지금 그 말을 하면 기다리는 건 파멸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참는 것이라제. 조금만 더 참으면 마리사만의 가족을 만들 수 있다제.”

 

현재 마리사가 모은 돈은, 700엔. 그것도 이번 달 말에 사육주에게 지불할 월세 및 채무를 상환하고서도 남는 마리사만의 돈이었다.

이 돈을 모으기 위해, 정말 최저한의 식사만을 하고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선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학대를 마리사는 감내하였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제 레이무, 아가야. 마리사는 최고의 아빠야가 될 거라제.’

 

저 멀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육주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올 학대에 몸이 공포로 굳어갔지만, 마리사는 미래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각오를 다졌다.

 

 

 

 

 

 

“마리사, 축하해. 드디어 성체가 됐구나.”

“…. 감사합니다. 사육주님. 사육주님 덕분에 마리사는 무사히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래그래, 수고했어. 정말.”

 

오늘도 어김없이 이루어지는 학대. 마리사는 욱신거리는 몸을 애써 무시하며 사육주에게 진심이라곤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감사의 말을 뱉었다.

사육주도 마리사의 감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지 그저 건성으로 답변할 뿐이었다.

 

사육주의 말대로 마리사는 성체 윳쿠리까지 성장하였다. 사료를 아껴먹은 탓에 영양소가 부족하여 성장이 더뎠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듯이 성체 윳쿠리까지 성장할 수가 있었다.

 

“너, 얼마나 모았어?”

“2,500엔입니다.”

“호오, 꽤 모았네.”

 

마리사의 답변에 사육주는 감탄을 터트렸다. 마리사 자신도 정말 잘도 모았다고 생각했다.

매일 이어지는 학대와, 밥부터 시작해서 응응까지 모든 비용을 계산해야하는 나날이 주는 스트레스는 마리사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여 때때로 몸살 등을 앓아 생활비를 벌기 위한 윳쿠리 봉사란 이름의 학대를 받을 수가 없는 날도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마리사만의 진정한 가족을 만들겠다는 일념 덕분이었다.

 

“흐음, 성체로 된 기념으로 동뱃지 레이무, 사다줄까?”

“느엣?”

“싫어?”

 

싱글싱글, 사육주는 무엇이 즐거운지 연신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마리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은뱃지 레이무였었다. 자신과 같은 등급의 금뱃지 레이무를 원했지만 5천엔이라는 금액은 지금의 마리사에겐 너무나도 거금이었고 그 금액이 모일 때까지 참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싼값에 동뱃지 레이무를 선택하기엔, 고생을 하면서까지 자신보다 등급이 2개나 낮은 동뱃지랑은 맺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타협을 해서 은뱃지 레이무와 가정을 꾸리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 하게 사육주가 공짜로 동뱃지 레이무를 마련해주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어째서……?”

“말했잖아. 성체가 된 기념이라고. 천 엔 정도야 샌드백을 위해서 쓸 수 있지.”

“느으…….”

 

말하는 게 정말로 느긋하지 못 하다. 굳이 그렇게 말을 할 필요가 있는가?

마리사는 속으로 사육주를 욕하며 생각하였다.

동뱃지라, 동뱃지 윳쿠리는 어떤 것일까? 부모 윳쿠리와 자매 외에는 윳쿠리를 모르는 마리사로선 뱃지의 구분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육주의 제안을 듣는 순간, 이미 마리사의 마음은 정해졌었다.

 

‘인간이 정한 룰을 생각해봤자 의미가 없다제. 동뱃지이든 금뱃지이든 상관없다제. 마리사의 신부라면 정말로 느긋한 윳쿠리일게 분명하다제!’

 

속을 알 수 없는 사육주가 아닌 마음을 터넣고 대할 수 있는 동족을, 가족을 원했다.

이 고통밖에 없는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한 때라도 좋으니 자신의 괴로움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가족을 원했던 마리사에게 생각지도 못 한 사육주의 제안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기대해도 좋아!”

 

동족의 온기를 갈망했던 마리사는 사육주의 제안을 승낙하였고.

마리사의 대답에 사육주는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레이무는 레이무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사는 마리사야! 느긋하게 있어.”

 

밖에 나간 사육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리본에 동뱃지를 단 레이무를 마리사의 방에 데려다주었다.

 

“마리사는 정말로 멋진 윳쿠리네! 정말로 영윳이란 느낌이야! 정말로 느긋하다고!”

 

방에 들어선 레이무는 얼굴을 붉히며 마리사의 외모를 칭찬하였다.

비록 학대용으로 브리딩되었지만, 금뱃지 윳쿠리의 앙통을 이은 마리사는 외모 또한 그에 걸맞은 윳쿠리였었다.

그저 교육을 받은 수준의 들윳쿠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동뱃지 레이무의 눈에는 마리사는 윳생에서 처음보는 미윳쿠리였다.

 

‘뭔가 느긋하지 못 하다제…….’

 

그런 레이무의 감상과 정반대의 감상을 마리사는 품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미윳쿠리였던 엄마 레이무와 그 앙통을 타고난 자매 레이무를 보고 자라난 마리사의 눈으로 보자면 레이무는 특별한 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 한 것인지 머리는 푸석했고. 리본도 군데군데 헤어진 부분이 보였고, 체형도 거의 완벽한 구형을 자랑하였던 자매와 다르게 눈앞의 레이무는 가지 모양으로 원추형으로 위로 튀어 올라가 있어서 전혀 예뻐 보이지 않았다.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도 뭔가 마리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마리사의 방을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멋대로 집선언을 하는가 하면, 사육주에게 겁도 없이 달콤달콤을 달라고 요구를 하는 등. 마리사가 어렸을 때 배웠던 애완 윳쿠리가 해선 안 되는 모든 것을 레이무는 사육주 앞에서 실시간으로 행하고 있었다.

 

“레이무! 사육주님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애완 윳쿠리는 결코 인간씨에게 때를 쓰면 안 된다고!”

“느늣? 마리사야 말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사육주는 애완 윳쿠리를 기를 의!무!가 있잖아? 레이무는 지금 정말로 배가 고프다고. 그러니까 어서 달콤달콤을 달라고! 지금 당장이면 돼!”

“하하하, 정말이지 전형적인 팥소뇌 레이무네. 오랜만에 봐서 신선한걸?”

“느아아아…….”

 

레이무의 말에 사육주는 유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마리사는 잘 알았다. 지금 사육주는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을.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허벅지를 톡톡 건드리는 손이 지금 당장이라도 뻗어나가 사육주에게 건방을 떠는 윳쿠리에게 제재를 가할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레이무, 아직 이곳의 규칙을 몰라서 그런 겁니다! 마리사가 잘 가르칠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레이무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그것보다 어서 달콤달콤을 달라고! 지금 당장이면 된다고, 뿌꾸우우우!”

“레,레이무우웃!”

“괜찮아, 괜찮아. 들윳쿠리보다 조금 나은 폐기처분 전 떨이 동뱃지한테 아무런 기대도 안 하니까.”

 

마리사의 사과에 레이무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기어코 사육주에게 위협행위인 뿌꾸마저 하였다.

하지만 그런 레이무를 앞에 두고서도 사육주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면서 마리사를 달래고 있었다.

 

“괘, 괜찮은 건가요?”

“괜찮고 자시고, 저 레이무는 내 윳쿠리가 아니라, 마리사 네 것이잖아?”

“느으…. 그렇습니다.”

“그러니 잘 챙겨봐.”

 

더 이상 레이무랑 엮이기 싫은지 사육주는 그대로 방을 떠났다.

뒤에서 어서 밥을 달라고 보채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자신이 정말로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의외로 바로 나왔다.

 

“마리사, 레이무는 배가 고프다고! 레이무의 달링인 마리사는 레이무를 배부르게 할 의무가 있다구!”

“느에?”

 

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하려던 찰나. 레이무는 불만족스런 표정으로 밥그릇을 두들기며 보채었다.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마리사는 얼빠진 얼굴로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레이무. 설명했잖아. 이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밥씨를 구하는 건 정말로 힘들다고. 지금의 밥씨를 구하는 것도 마리사가 잔뜩 잔뜩 노력을 했다고.”

“응, 레이무 밥씨를 우걱우걱 하기 전에 그 말 들었어!”

“레이무는 마리사의 아내지?”

“맞다구! 마리사는 레이무의 멋진 달링이라구!”

“가족은 운명공동체야. 느긋함도 괴로움도 같이 나누는 거지?”

“당연하지! 느긋함은 서로 나눠야만 하는 거라구! 그 정돈 레이무도 알고 있다고! 무시하지 말라구!”

“그럼, 오늘 저녁은 그걸로 참아줘. 예산은 아껴쓰지 않으면 잔뜩 고생한다고. 정말로 잔뜩잔뜩 고생한다고.”

 

서로 알게 된지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마리사는 자신과 레이무의 사이에 지능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을 하였고 그때마다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이해했나. 안심을 하였지만, 그것은 동뱃지 윳쿠리의 수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오해였다.

설명조로 자신을 타이르는 마리사가 마음에 안 드는지 레이무는 볼을 부풀렸다.

 

“지금 마리사는 레이무보다 느긋하지? 마리사는 지금의 밥씨로 만족한 거지?”

“느으…. 그럭저럭 만족한다제.”

 

사실은 이곳에 오고나서 단 한 번도 만족스런 식사를 한 적이 없지만, 여기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더 시끄럽게 굴 것 같아서 마리사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사의 긍정에 레이무는 더욱 기고만장해져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마리사는 지금 느긋함을 잔뜩 가지고 있는거지? 느긋함은 서로 나눠야하는 거지? 그렇다면 어서 레이무를 느긋하게 해주라구! 구체적으로 밥씨를 우걱우걱하고 싶다구! 배부르게 잔뜩잔뜩 먹고 싶다고! 느긋해지고 싶다고!!!”

“…….”

 

지금의 사육주에게도 터무니도 없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래도 그 말에는 어떻게 이해할 여지라도 있는 논리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아내라고 하는 레이무가 한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정말로 자신과 같은 윳쿠리인가?

마리사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오째소 그런 말을 하는 고야아아아앗!”“어쨌든, 오늘 점심은 이것으로 끝이야. 밥씨는 저녁때까지 참아. 마리사도 배가 고프다고.”

“배가 고프면 밥씨 우걱우걱하면 되잖아! 왜 안 하는거야!? 바보야? 마리사는 바보야???”

“하아…….”

 

그날 저녁.

학대 코스를 골라, 돈을 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리사는 사육주에게 오늘은 쉬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정신적으로 피곤에 절은 마리사의 표정을 보며, 사육주는 유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느게엣….”

 

사육주의 발길질을 맞으며, 마리사는 힘없는 비명을 질렀다.

입가에 튀어나온 팥소를 땋은 머리로 닦으며, 비척비척 사육주 앞으로 기어나간 마리사는 다음 코스인 채찍질을 바들바들 몸을 떨며 기다렸다.

 

“흐음, 너 요즘 기운이 없다? 영 때리는 맛이 안 나는걸?”

“느으…….”

“뭐야? 어디 아프냐? 감기야? 아닌 것 같은데….”

 

마리사의 이마에 손을 대면서 중얼거리는 사육주.

요즘 들어 기운이 없는 마리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마리사의 몸을 염려하는 사육주를 보며 마리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느흣…….느으으…….느아아아아!”

“뭐야? 너 왜 울어?”

“이, 이런 거어언! 이러거어어언! 가족이 아니라제에에엣!”

 

사육주가 바로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사는 마리사종 특유의 다제 말투까지 꺼내면서 울음을 터트리며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마리사! 마리사앗! 레이무한테 다 설명했다제! 밥씨도! 윳쿠리 플레이스에 살기 위해서도!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마리사! 사육주씨한테 많이! 많이 맞아야 한다고! 그렇게 돈을 번다고! 설명했는데!!! 레이무! 그 쓰레기 레이무우웃!!!”

 

동뱃지 레이무가 마리사의 방에 합류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점입가경으로 나빠지는 레이무의 태도에, 마리사는 자존심도 버리고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이곳의 사육주는 학대파이고, 자신은 애완 윳쿠리가 아니라 학대용 윳쿠리이다.

밥씨를 얻으려면, 윳쿠리 플레이스에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마리사는 사육주에게 맞는 것으로 벌고 있다고.

가감없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레이무에게 설명하였고, 설명을 들었을 당시 레이무는 마리사가 처한 상황에 놀라며 동정하였고, 자신의 달링인 마리사에게 못 된 짓을 하는 사육주를 욕하였다.

하지만

 

“그렇지만 마리사는 레이무의 달링이지? 달링이라면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몸이 아프다고? 그렇지만 마리사는 학대용 윳쿠리잖아? 인간씨한테 학대받기 위해 태어난 윳쿠리잖아? 레이무는 마리사같은 야만스런 윳쿠리가 아니라고! 고귀한 레이무를 위해 힘쓰는 것이 레이무의 달링인 마리사의 의!무!라고!”

“그것보다, 어서 아가야를 만들자고! 아가야는 정말로 느긋하다고! 이렇게 훌륭한 윳쿠리 플레이스가 있으면서 왜 아가야를 만들지 않는 거야? 불능이야? 무능이야?”

 

마리사가 고생하는 것은 고생하는 것이고, 귀엽고 사랑스런 마리사의 와이프인 레이무는 이곳에서 느긋해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리사는 레이무는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가족이 아닐뿐더러, 그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쓰레기 윳쿠리에 불과했다.

그 쓰레기 윳쿠리가 매일같이 아가야를 만들자고 조르는데, 마리사는 이 쓰레기 레이무를 상대로 도저히 페니페니를 세울 수가 없었다. 지금 레이무 한 마리로도 끔찍한데 저 레이무의 팥소와 성격을 이은 아가야까지 감당할 자신이 마리사에겐 없었다.

저 레이무와 헤어지고 싫었다. 당장 헤어지고 싶었다. 아니 애초에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마리사는 레이무를 자신의 아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레이무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에 사육주가 사온 것이다. 이제와서 싫다고 할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썩어가는 속을 달래며 오늘까지 참아왔지만.

 

“이젠 무리다제…. 마리사는…. 마리사는 너무 힘들다제. 이런 건 사는 게 아니라제! 마리사는 이런 윳생을 바라지 않았다제에엣!”

“으응….”

 

첫날 이후, 어떤 학대를 받아도 존댓말을 유지하며 제재를 받을 구실을 만들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마리사가 바닥을 뒹굴며 자신의 꾸밈없는 속내를 털어넣고 있었다.

 

‘한계인가…?’

 

마리사를 발주했을 때, 비윳쿠리증 예방도 포함을 시켰고 어지간한 스트레스로는 비윳쿠리증에 걸릴 위험은 없고, 자살 방지도 했기 때문에 멋대로 ‘먹으세요!’를 할 걱정도 없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스트레스의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사육주는 마리사의 피부 상태나 머리카락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때려도 다음날이면 탱탱한 피부와 말끔한 머릿결을 유지했던 마리사였지만. 지금의 마리사의 피부는 수분기를 잃어 잔주름이 지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했다.

몇 달 동안 사육주의 학대를 받아도 버텨냈던 그 마리사가, 고작 일주일 동안 쓰레기 레이무에게 시달린 것만으로 한계에 몰리고 있었다. 그 사실에 감탄을 하면서도 사육주는 난처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마리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동뱃지 윳쿠리를 권한 사육주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조기퇴장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본전도 못 뽑았는데, 벌써 죽으면 곤란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마리사에게 조언을 해주기로 하였다.

 

“그럼, 그 레이무 회수처리 시킬까?”

“느엣? 회수처리? 그게 뭐냐제, 아니. 뭔가요?”

“말 그대로야. 가공소를 불러서 레이무를 데려가달라고 하는 거지.”

“느으…. 가공소…….”

 

가공소란 말에 마리사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마리사의 표정을 보며 사육주는 마리사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부르는 데 천 엔이 드는데, 어떻게 할래?”

 

다음날.

마리사의 방에 가공소 윳쿠리 회수 처리반이 찾아왔다. 동뱃지 팥소뇌 레이무라도 가공소 직원이 왔다는 의미는 이해하고 있는지 응응과 쉬쉬를 지리면서 어떻게 가공소 직원의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 모든 것이 헛수고로 끝났다.

 

“마리쟈아아아앗! 데이부를 구해줘! 지금 당장이면 된다고! 마리사는 데이부의 달링이자나아아!!!”

“웃기지 말라제. 레이무 같은 추윳쿠리는 마리사의 아내가 아니라제.”

“오째서 그런 말을 하는 고야아아앗!!!”

 

우악스런 가공소 직원의 손에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는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 인생 처음으로 느긋함을 느꼈다.

 

 

 

 

“레이무는 레이무야! 마리사, 느긋하게 있어!”

“마리사는 마리사야! 레이무, 느긋하게 있어!”

 

동뱃지 레이무가 가공소로 끌려간 다음날.

마리사는 곧장 사육주에게 은뱃지 레이무를 요구했다.

동뱃지 레이무에게서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사실.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가족을 만들겠다는 갈망 등 여러 가지 욕구가 결합된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덕분에 고이고이 모아두었던 돈은 전부 날아가버리고 말았지만 마리사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럭저럭인 레이무다제. 그래도 그 쓰레기 레이무랑 비교하면 선녀라제!’

 

금뱃지 윳쿠리들 사이에서 자라났던 마리사였기에 눈앞의 마리사가 당초 목적으로 삼았던 은뱃지 레이무도 마리사가 꿈꿔왔던 미윳쿠리 레이무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끔찍한 동뱃지 레이무와 비교하면 눈앞의 레이무는 그야말로 선녀였다. 그 레이무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느으…. 잘 모르겠지만. 마리사가 정말로 힘들다는 건 이해했다구….”

 

마리사는 동뱃지 레이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만난 순간, 마리사가 처한 상황을 숨김없이 고백했다.

그저 마리사의 말에 영혼없는 긍정을 한 동뱃지 레이무와 달리 은뱃지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마리사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마리사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전부 전달된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마리사의 방이 윳쿠리 플레이스가 아니라는 것은 이해가 됐는지 은뱃지 레이무는 걱정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마리사의 뒤에 서있는 사육주를 바라보았다.

 

“레이무는 마리사가 지킬 테니까 안심해! 레이무의 모든 것을 마리사가 책임지는 한, 사육주님은 레이무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맞아, 이 마리사가 대가를 치르는 한 아무런 문제없어.”

“느으…. 잘 모르겠지만 이해했어! 레이무가 레이무의 낭군님인 마리사를 내조하면 되는 거라는 걸 이해했다구!”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한 걸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앞으로 마리사를 도와주겠다고 선언한 은뱃지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제. 이 레이무라면 가족을…. 마리사만의 진짜 가족을 만들 수 있을 거라제!’

 

어쩌면 윳생 처음으로 자신은 느긋함을 손에 넣을지도 모른다.

그런 옅은 기대를 품에 안으면서 마리사는 미소를 지었다.

 

 

 

 

“느으…. 돌아왔다제. 레이무….”

“마리사! 괜찮아? 날름날름. 힘내라구….”

“괜찮다제. 마리사는 레이무랑 아가야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아난다제.”

 

오늘도 사육주의 학대를 받고 돌아온 마리사는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레이무의 걱정스런 말에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말에는 기운이 없었지만 마리사는 정말로 레이무와 레이무의 이마에 솟아난 줄기를 바라보았다.

 

마리사를 닮은 아기 마리사 1마리와 레이무를 닮은 아기 레이무가 2마리.

마리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든 아가야였었다.

 

‘정말로 아가야는 느긋하다제. 이 자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아난다제.’

 

레이무의 품에 몸을 기대면서 마리사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내는 힘겨워하는 자신을 진심으로 염려를 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방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자신이 올 때를 기다려줬다.

오물오물, 행복한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평안한 얼굴로 자고 있는 아가야들을 바라보면 고된 학대로 차갑게 식은 중추 팥소가 따뜻해졌다.

마리사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사육주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것도 사소한 문제로 여겨졌다.

 

‘마리사는 최고의 아빠야가 되는 거라제. 그 쓰레기 부모랑은 다르다제.’

 

자신이 바랐던 모든 것이 이 자리에 있음을 확신하며 마리사는 다짐하였다.

 

 

“““느귯하게 있쮸라구!”””

 

그리고 머지않아 마리사와 은뱃지 레이무의 아가야가 줄기에 떨어지며 태어났다.

줄기에서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아가야를 보며,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마리사는 허둥지둥 모자를 바닥에 깔았다.

 

“느아아아……. 아가야다제…. 마리사의…. 마리사의 아가야다제.”

“아가야는 정말로 느긋하다고. 이 세상의 천사가 땅에 내려왔다구!”

 

바들바들 몸을 떨며 인사를 건네는 아가야를 보며 마리사는 있는 힘껏 인사를 건네주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매정하게도 답해주지 않았던 쓰레기 부모를 떠올리며, 마리사는 만감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자신은 다르다. 그런 쓰레기 부모와는 다르다.

 

마리사는 서둘러 떨어진 줄기를 잘 씹어서 아가야들에게 주었다.

어릴 적 줄기를 먹고 싶었지만 마리사는 부모로부터 허락받지 못 했다. 태어난 날, 마리사가 입에 댄 것은 윳쿠리 푸드(시궁창맛)였었다.

만약 자신에게 아가야를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은 반드시 줄기를 아가야에게 먹여주리라. 그런 다짐을 품고 생활을 해왔는데 드디어 그 기회를 이룰 수 있었다.

 

“우걱우걱! 행뽂!!!”

“아빠야! 마쨔는 성장기라제! 밥씨! 쫌! 더! 쫌! 더!”

“레뮤! 레뮤! 더 머글꼬라고! 밥씨! 밥씨!”

 

금새 동이 난 줄기에 아가야들이 칭얼거리자 마리사는 웃음을 터트리며 식량창고로 향했다.

이날을 위해, 마리사는 큰맘 먹고 늘 먹도 윳쿠리푸드(그럭저럭) 맛이 아닌, 윳쿠리푸드(보통)을 꺼내왔다. 평소처럼 아껴먹기 위함이 아닌 배부르게 먹기 위해 밥그릇 한가득 윳쿠리푸드를 담았다.

 

“아가야, 아빠가 맛있는 밥씨를… “오, 벌써 태어났네?” 느으…. 사육주님. 안녕하십니까.”

 

예고도 없이 문이 열리면서 사육주가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경사스런 날에 사육주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마리사였지만 그런 걸 내색했다간 큰일이 나기 때문에 마리사는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건넸다.

사육주는 그런 마리사에게 편하게 있으라고 말을 하면서 레이무와 아가야의 앞에 앉았다.

 

“아, 안녕하다구. 인간씨.”

“오냐, 너도 고생했다.”

“느으으~? 이 인간씨 누구얍? 친절한 인간씨야?”

“느아아아! 진짜 크따제! 아빠야보다도 훨씬 크다제! 인간씨는 최강인고제?”

“하하,최강은 아니지만 너네 아빠보다는 강하지.”

“굉장하다제!!!”

 

아가야와 대화를 나누는 인간씨의 대화가 마리사를 정말로 느긋하지 못 하게 만들었다. 이날을 위해 마리사는 평소바도다 체벌량을 늘려 진수성찬을 준비했는데 아가야도, 레이무도 모두 마리사가 준비한 것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경사스런 날이니까 선물이 준비했지. 자 맘껏 먹어.”

 

불편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리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육주는 챙겨온 것을 주섬주섬 꺼내어 은뱃지 레이무와 아기 윳쿠리들 앞에 늘어놓았다.

 

윳쿠리푸드(행복), 오렌지 쥬스, 쿠키, 등 마리사가 어렸을 적 애완 윳쿠리가 되면 먹고 싶었던 온갖 진수성찬이 마리사의 눈에 펼쳐졌고 그 향기로운 냄새에 은뱃지 레이무와 아가야들이 시선이 마리사가 준비한 윳쿠리 푸드(보통)이 아닌 사육주가 준비한 선물로 쏟아졌다.

 

‘저거 다 합치면 2천엔이라제…. 마리사가 한달 동안 학대를 당해도 못 모으는 돈이라제….’

 

행복한 모습으로 진수성찬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불편하게 살펴보며, 마리사는 가족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의 가격을 계산했고, 생각지도 못한 거금에 현기증마저 느꼈다.

 

“? 뭐해, 너도 어서 먹어. 이 날의 주인공이잖아.”

“느으…. 사육주님. 저는 별로….”

“뭐야? 내 호의를 무시하는 거야?”“아, 아닙니다. 먹겠습니다. 느긋하게 빨리 먹겠습니다. 우물우물…. 행보옥….”

 

날카로워지는 사육주의 눈매에 마리사도 허둥지둥 사육주의 곁으로 다가가 쿠키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난생 처음 먹은 쿠키의 맛은 우울한 기분을 무시하고 행복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맛있었지만 마리사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리사! 정말로 행복해! 레이무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야!”

“인간씨 굉장하다제!”

“행뽁! 행뽂! 이거 진짜 맛이쪄!”

“우걱우걱!”

 

행복에 겨운 가족들의 모습을 마리사는 기뻐할 수 없었다. 사육주의 시선에 못 이겨 마리사도 사육주가 선물한 진수성찬을 계속 입에 넣었지만 도저히 맛을 알 수 없었다.

마리사의 신경은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진 윳쿠리 푸드(보통)에 쏠려있었다.

하지만 가족 그 누구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마리사, 행복하냐? 염원하던 가족이잖아.”

 

사육주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마리사에게 물었다.

 

“마리사는…. 가족을 얻게 되어서…. 정말로 행복합니다….”

“그래? 다행이네.”

 

사육주가 손을 뻗어 마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닿은 머리로 쳐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마리사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사육주의 손길을 받아내었다.

 

 

 

 

 

 

“어서 오라구, 마리사….”

 

오늘도 변함없이 스스로 할당한 체벌량을 소화한 마리사가 지친 발걸음으로 방안으로 돌아왔다.

방안에서 아가야를 돌보고 있던 레이무는 미소를 그리며 돌아봤지만 이윽고 들어온 것이 마리사 혼자뿐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뭐냐제….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냐제…?’

 

레이무의 어색한 미소에 짜증을 느끼며 마리사는 인사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레이무의 곁에서 놀고 있는 아가야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아빠가 사냥을 하고 돌아왔는데, 인사도 안 하는 거냐제?”

“““……”””

 

아주 노골적으로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 아가야를 향해, 마리사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은 채 말을 하였다.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 이제 어엿한 아이 윳쿠리로 성장한 마리사의 아가야들은 마리사의 험상궂은 말에 겁을 먹으면서 후다닥 은뱃지 레이무의 뒤로 몸을 숨겼다.

 

“마리사, 아가야를 노려보는 건 정말로 느긋하지 못 하다고. 그만하라고.”

“……하아. 미안하다제. 오늘은 더 힘들어서 신경이 곤두섰다제.”

“…레이무는 느긋하게 밥씨를 준비할게. 아가야들을 부탁한다구.”

“알았다제.”

 

늘 밥을 먹는 장소에 앉아, 마리사는 레이무가 식사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마리사의 모습을 아가야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불만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뭐냐제? 할 말이 있으면 하는 거라제.”

 

그런 아가야들의 시선이 불편해져서, 마리사는 날이 선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장녀 마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간씨는 왜 안 오는 거냐제?”

“…뭐?”

“마쨔는 맛있는 밥씨를 먹고 싶다제. 아빠야가 사냥한 맛없는 밥씨가 아닌 쿠키씨가 먹고 싶다제!”

“…….”

 

너무 화가 나, 마리사는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땋은 머리로 몸을 두들기며 스스로를 다스려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입을 열어 마리사가 아는 온갖 폭언을 쏟아붓고 싶었고, 자신의 고생을 알아주지 못 하는 아가야에게 따끔한 훈육을 하고 싶어졌다.

 

‘다르다제…. 마리사는 그 쓰레기 부모랑은 다르다제. 아가야의 투정 따윈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최고의 아빠야다제.’

 

눈을 질끈 감으며, 스스로 달랜 마리사는 화가 가라앉은 것을 느끼곤 입을 열었다.

 

“지금 돈을 모으고 있다제. 돈이 모이면 쿠키씨를 사오겠다제. 지금은 참으라제.”

“느으…. 마쨔는 지금 먹고 싶다제….”

 

칭얼거리는 아가야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마리사는 식사 준비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왜 이렇게 느리냐제. 고작 밥씨를 준비하는 것뿐이다제. 이래서 은뱃지는!’

 

느릿느릿, 윳쿠리 푸드(그럭저럭)이 담긴 밥그릇을 가져오는 레이무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며 마리사는 한숨을 쉬었다.

 

얼마 전까지는 마리사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염원하던 아가야가 태어나고 나서, 모든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학대를 당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던 레이무는 점차 자신보다는 사육주씨의 방문을 기대하였다.

아가야들은 자신이 벌어온 윳쿠리 푸드에 불만을 품으며 달콤달콤을 가져와달라고 떼를 썼다.

지금 먹고 있는 윳쿠리 푸드도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하며 가지고 오는지 알지도 못 하면서!

 

‘아니야…. 아직 아가야는 어려서 모르는 것뿐이다제. 좀 더 크면 다 이해해줄 거라제. 그때까지 참는 거라제. 참는 건 익숙하다제.’

 

그저 어러셔 아무것도 모르는 것뿐이다.

마리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유년기였다.

자신은 이보다 더 끔찍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바로 솎아내기를 하는 부모 밑에서 버티면서 커온 것이다.

그에 비교하면 지금 자신의 아가야가 놓인 환경은 천국이 아닌가? 만약 어릴 적 자신이 이곳에 있었다면 눈물과 쉬쉬를 흘리며 기뻐했을 것이다.

 

“느으읏…! 못 먹게쪄! 레뮤! 달콤달콤! 먹고 싶다구우웃!!!”

 

애써 밥을 먹고 있던 막내 레뮤가 밥상을 뒤엎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장녀 마쨔와 차녀 레이뮤도 울음을 터트렸다.

 

“아가야! 느긋하라고. 울지말고 느긋하라고. 밥씨를 먹는 거라고.”

“싫다구! 레뮤는 달콤달콤찌 먹고 싶다고!”

“왜 레이뮤 이런 쓰레기를 먹어야 하는 거야? 레이뮤 애완 윳쿠리가 아닌 고야? 이런 건 부당하다구우웃!”

“마쨔를 학대하는 아빠야는 가만히 있지 말고 당장 사육주씨를 부르라고! 지금 당장이면 된다구!”

 

마리사는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힘들여 구한 윳쿠리 푸드가 쓰레기처럼 바닥에 널부러졌었다.

 

‘윳쿠리 푸드(그럭저럭), 3윳분. 90엔…. 채찍질 3대….’

 

저것을 구하기 위해선 채찍질을 3대 맞아야만 했다. 아무리 튼튼하게 약물처리가 된 마리사라고 해도 채찍질은 큰 각오를 하고 맞아야만 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지금 쓰레기처럼 바닥에 널부러졌다.

 

“…뭐냐제? 그 눈은. 마리사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제?”

 

아가야들을 달래면서도 그저 가만히 있는 마리사에게 불만이 있어 보이는 레이무를 향해 마리사가 입을 열었다.

 

“마리사, 사육주씨한테 부탁해서 달콤달콤씨를 받아올 수 없는 거야?”

“…뭐라고?”

“아가야들을 봐, 다들 울고 있다고. 느긋하지 못 하다고. 하지만 사육주씨가 오면 다 해결이 된다고.”

 

마치 마리사 자신으로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레이무의 발언에 마리사의 속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웃기지 말라제.”

“느?”

“웃기지 말라제. 그날 레이무랑 아가야가 먹은 진수성찬이 얼마나 되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 거냐제?”

“모, 모르겠다고. 레이무는 그냥 아가야랑 느긋해지고 싶을뿐이라고!”

“2천엔이다제! 2천엔을 벌려면 사육주님의 발차기를 100번을 맞아야 한다제! 아무리 마리사라도 그렇게 맞으면 죽어버린다제! 그런 건 알고 말하는 거냐제!?”

“모, 모르겠다고…. 레이무는 그런 건 모른다고….”

“하! 어차피 은뱃지인 레이무는 3 이상은 세지도 못 하지? 그런 바보 같은 팥소뇌이니까 레이무도! 아가야도! 마리사가 고생하는 건 알지도 못 한 채! 은혜도 모른 채! 그런 터무니도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거라제!”

 

화가 뻗쳐오른 팥소뇌는 생각이라는 거치지 않고 말을 마구잡이로 뱉어내었다.

마리사 자신도 지독한 말을 내뱉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말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럼 레이무가 마리사 대신 ‘사냥’을 해보는 건 어떠냐제? 한 대라도 제대로 버티면 마리사가 레이무의 응응을 먹겠다제! 어차피 못 하겠지만!”

“어,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아앗!”

 

기어코 은뱃지 레이무가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쌓여왔던 분을 아직도 풀지 못 한 마리사는 성큼성큼 레이무에게 다가갔다.

땋은 머리가 몸을 두들기면서, 철썩거리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방안에 울려퍼졌다.

 

“가족을 제대로 부양도 못 하는 무능한 쓰레기는 당장 마쨔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꺼지라제!”

 

장녀 마쨔가 은뱃지 레이무를 지키듯이 마리사의 앞을 가로 막으며 바닥에 떨어진 윳쿠리 푸드를 마리사를 향해 던졌다.

그것을 따라 하듯 차녀 레이뮤와, 막내 레뮤도 바닥에 떨어진 윳쿠리 푸드를 마리사를 향해 마구 던졌다.

 

“하….”

 

눈물을 글썽거리며 땋은 머리로 아가야를 감싸는 은뱃지 레이무.

그리고 은뱃지 레이무의 품안에서 자신을 매도하는 아가야들.

그 모습에 끓어오르던 화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가슴을 들끓고 있던 분노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냉소뿐이었다.

 

“됐다제. 레이무도, 꼬맹이들도 마리사의 가족이 아니라제.”

 

마리사는 등을 돌려 방문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고생은 알아주지도 않고 그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건 가족이 아니다.

저런 건 진정한 가족이 아니다. 자신도 눈이 삐었지 저딴 걸 가족이라고 생각하다니.

 

‘동뱃지는 쓰레기다제. 은뱃지는 그것보다 조금 나은 쓰레기라제. 그 쓰레기의 팥소를 이은 것도 쓰레기라제.’

 

역시 처음부터 무리를 해서라도 금뱃지 레이무를 반려로 삼았어야 했다.

 

“뭐냐? 왜 여기에 있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사육주는 마리사의 등장에 놀란 눈으로 물었다.

어쩌면 모든 불행은 눈앞의 인간에게 비롯된 것일텐데 신기하게도 사육주에 대한 불만은 그리 솟아나지 않았다.

마리사는 사육주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였고, 사육주는 싱긋 웃으면서 흔쾌히 마리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다음날.

 

마리사의 방에 가공소 직원이 찾아왔다.

그 방문의 의미를 이해한 은뱃지 레이무는 어떻게든 아가야를 구해보려고 노력하였지만 가공소 직원의 앞에서 무력한 윳쿠리의 노력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육주씨! 레이무가 잘못했다구! 용서해달라구! 가공소는 싫어어어엇!”

“능야아아앗! 능야야아아앗! 오째서 마쨔를 버리는 거냐제!”

“느히히힛! 느히히힛!”

“레뮤를 구해달라구! 사육주니이이임!”

 

은뱃지 레이무와 그 아가야들이 끌려나가는 모습을 마리사는 사육주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사육주를 향해 땋은 머리를 뻗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작 그 사육주는 발밑에 있는 마리사의 표정을 지켜보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한때 가족이라고 여겼던 윳쿠리들이 사라졌다.

 

“한 번도….”

“응…?”

“한 번도…. 마리사한테 사과도….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레이무도…. 아가야들도 마리사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렇네. 고작 그것밖에 안 되었다는 거지.”

“…….”

 

침울한 마리사의 말에, 사육주는 그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운 말투로 받아주었다.

마음을 후벼파는 사육자의 말에, 마리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인간님. 레이무를 애완 윳쿠리로 삼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냐아냐, 내가 널 산게 아니라. 여기 마리사가 널 산거야.”

“네?”

 

은뱃지 레이무 일가가 사라지고 난 후.

마리사의 방에는 금뱃지 레이무가 찾아왔다. 뒷일을 생각하지 결정한 금뱃지 레이무. 덕분에 조금씩 갚아나갔던 채무는 다시 3만엔으로 원점회귀를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리사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과 똑같은 금뱃지 윳쿠리이다. 동뱃지나 은뱃지 쓰레기랑은 다른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사육주의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레이무를 앞에 두고, 마리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숨김없이 전달하였다.

마리사의 설명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금뱃지 레이무는 상황을 이해하였다. 윳쿠리가 윳쿠리를 소유한다는 듣도보도 못 한 상황이 납득을 하지 못 하였지만, 마리사가 놓인 상황도 이상하다는 것을 레이무는 충분히 이해하였다.

 

“정말로 느긋하지 못했구나…. 마리사, 괜찮아?”

“느으…….”

 

동뱃지 레이무처럼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입맛대로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은뱃지 레이무처럼 피상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눈앞의 레이무는 분명, 마리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윳생의 동반자가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리사는 눈물을 참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힘들었구나. 느긋하지 못 했구나. 레이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아?”

“마리사의…. 가족이 되어주길 바란다제.”

“…….”

“힘든 마리사를 이해해주고, 레이무가 괜찮다면 마리사랑 결혼을 해서 아가야를 낳아주길 바란다제.”

 

지금까지 만났던 레이무와 달리, 금뱃지 레이무는 마리사의 부탁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레이무는 닿은 머리로 마리사를 품에 안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마리사를 충분히 이해하면, 생각해볼게.”

“…고맙다제.”

 

판단 보류.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마리사는 충분했다. 마리사도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과 가족이 되어주겠다는 윳쿠리는 이젠 마리사가 사양하고 싶었으니까.

 

 

 

 

 

 

 

금뱃지 레이무가 찾아오고 난지 한달이 지났다.

마리사의 방에는 금뱃지 레이무와 마리사,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마리사와 아이 레이무가 있었다.

 

마리사가 바랬던 이상적인 환경이 펼쳐져야 했지만 방안의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 없었다.

 

“어서 먹어.”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느으….”

 

마리사가 금뱃지 레이무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한 날.

사육주는 마리사가 채무를 전액 변제를 완료한 다음의 이야기를 꺼냈다.

 

“3만엔 다 갚으면, 난 널 버릴 생각인데 어떻게 할려고 그래? 들윳쿠리로 살아갈 자신은 있어?”

 

그 말에 마리사는 다소 놀랐지만 생각보다 차분한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사육주는 마리사를 괴롭히기 위해 거금을 들여 마리사를 구입했다. 사육주 입장에서 가지고 놀만큼 논 윳쿠리를 구태여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었던 것을 지적당하기 전까지 몰랐던 자신의 우둔함을 자조하며 마리사는 고개를 조아렸고, 사육주는 두 가지 조건을 달성하면 마리사를 키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첫 번째 조건은 마리사가 갚아야 할 채무를 2배인 6만엔으로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마리사와 레이무가 낳은 모든 윳쿠리를 성체가 되기 전에 금뱃지 취득을 달성할 것.

 

그 조건을 모두 달성하면 사육주는 이후 학대는 일절하지 않고 마리사와 레이무를 키우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마리사는 오직 첫 번째 조건만을 우려하였다. 3만엔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그 두 배인 6만엔은 감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인지 더욱 가열해진 사육주의 체벌에도 견뎌낼 수 있었고 6만엔의 채무 변제는 점점 현실적인 목표로 다가왔다.

 

오히려 문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목표였다.

 

“63 더하기 15는 뭐야?”

“느으으… 느으으으…. 자, 잔뜩이다제….”

“78이야. 이런 간단한 암산도 못 하는 거야? 그리고 다제 말투는 쓰지 말라고 했잖아!”

“느겟!”

“마리사!”“오지 마! 레이무는 2번 레이무의 교육에 열중하라고!”

 

아가야의 교육이 생각한 것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애초에 윳쿠리의 금뱃지 취득은 전문 브리더도 애를 쓰는 분야이다. 아무리 금뱃지를 취득한 윳쿠리라고 해도 같은 윳쿠리를 금뱃지를 달성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곤란했다.

 

마리사도 레이무도 금뱃지를 취득하기 위해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배우는 것이랑 가르치는 것은 요구하는 역량도 기술도 모두 달랐다.

레이무와 아가야를 만들기로 결정한 날. 마리사는 사육주가 내건 조건을 레이무에게 알렸고, 마리사와 레이무,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가야와 함께 살기 위해. 조금 더 우수한 아가야가 태어날 확률이 높은 태생 임신으로 아기 마리사와 아기 레이무를 낳았다.

금뱃지인 자신과 레이무의 앙통을 이은 아가야라면 문제없이 금뱃지를 취득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아가야들은 좀처럼 진도를 나아갈 생각을 하지 못 했다.

 

“1번 마리사, 울지 말고 일어서.”

“아, 아빠야….”

“금뱃지를 취득할 때까지는 나의 아가야가 아니야. 어서 일어나!”

“느에에…….”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아가야의 몸집. 아기 윳쿠리에서 아이 윳쿠리까지 성장한 아이 마리사와 아이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초조해졌고, 결국 자신이 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아가야들을 가르키기로 결정하였다.

 

“……. 맛있는 밥씨,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불만이 역력한 표정으로 식후 인사를 아가야들. 고작 두 알의 윳쿠리 푸드(그럭저럭)으로는 한창 자라날 시기의 아이 윳쿠리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영양분을 호소하는 아가야의 배에서는 연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장녀인 1번 마리사도, 차녀인 2번 레이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심한 체벌이 기다린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쉬는 것도 교육이야. 딴 짓하지 말고 어서 자.”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레이무, 느긋하게 빨리 자겠습니다.”

 

기운없는 몸짓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아가야들.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밥씨….”라고 괴롭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마리사의 귀에 박혔다.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마리사는 밥그릇을 치웠다.

뒤에서는 금뱃지 레이무가 훌쩍거리는 아가야를 달래고 있지만 아가야들의 훌쩍거리는 소리를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하아……. 도대체 뭐하는 거냐제.”

 

그토록 혐오했던 부모 윳쿠리의 교육을 이번에는 마리사가 자신의 아가야에게 하고 있었다.

아무리 살아남기 위해서라지만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중추 팥소를 스쳐지나가지만, 들윳쿠리로 전락해버리면 이것보다 더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리사는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위로할 뿐이었다.

 

“느에엣……. 구리다제…….”

 

식기 청소를 하고, 마리사는 방 구석에 있는 화장실로 가 쌓여있는 응응을 먹기 시작했다.

어떻게 돈을 아끼기 위해 시작한 응응 먹기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윳쿠리의 본능에 새겨진 혐오감에 당장이라도 토를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기간내에 채무 변제를 하기 위해선 응응 처리도 스스로 해내야만 했다.

 

“마리사, 괜찮아?”

“괜찮다제. 그것보다 응응을 처리할 땐 다가오지 말라고 말했다제.”

“미안해, 하지만 정말로 이야기를 나눠야할 것 같아서…….”

“뭐냐제…….”

 

레이무는 저 멀리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가야와 마리사를 번걸아보며 고민을 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가야의 교육, 너무 힘들게 하는 거 아냐? 저러다간 아가야가 버티지 못 할 거야.”

“…….”

“그리고 윳쿠리 푸드도, 조금 더 주자. 아가야 배가 고파서 제대로 자지도 못 하고 있어.”

“…안 된다제. 조금이라도 풀어주면 윳쿠리는 기어오른다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엄격하게 가는 게 윳쿠리의 교육이라는 것이라제.”

 

마리사는 유년기의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힘겨웠던 나날에서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던 마리사만이 살아남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아이 마리사도, 아이 레이무도 언젠가는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 레이무도 금뱃지 교육을 받았지만 이렇게 끔찍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그건 레이무가 인간 브리더씨에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제. 여기에 인간 브리더씨는 없다제. 금뱃지 윳쿠리 두 마리만 있을 뿐이라제.”

“마리사…. 아가야를 이렇게 힘들게 하면서까지 굳이 애완 윳쿠리로 있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들윳쿠리가 되는 게….”

“웃기지 말라제! 마리사는 들윳쿠리가 되려고 그런 고생을 한 게 아니라제! 고작 들윳쿠리가 될 거였다면 처음부터 비싼 돈을 주고 레이무를 사지 않았다제! 누가 그런……!”

 

레이무의 말에 흥분을 한 마리사가 고함을 지르다가, 입을 다물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마리사를 노려보는 레이무의 눈빛에 흥분으로 뜨거워졌던 중추 팥소가 단번에 식어버렸다.

 

“미안하다제. 마리사는 말이 심했다제…….”

“…사과는 레이무가 아니라 아가야들한테 해줘.”

 

마리사의 사과를 받지 않은채, 훌쩍이는 아가야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레이무.

그런 레이무의 뒤를 쫓아갈 생각을 하지 못 한 채, 마리사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자신은 그저 가족들이랑 같이 느긋해지고 싶었던 것뿐인데.

 

“아직 괜찮다제. 아가야들이 금뱃지를 달면, 그 때 사과를 하면 되는 거라제. 모두 행복하게 애완 윳쿠리가 된다면 문제없다제.”

 

마리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가족들과는 떨어진 곳에서 잠을 청했다.

마음 같아선 레이무와 아가야와 함께 부비부비를 하면서 잠을 자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미래에는 행복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리사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애써 잠을 청했다.

 

 

 

 

 

 

“느그으으으읏! 느가아아아아아앗!”

 

 

체벌방에서 마리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지간해선 그저 짧은 신음만 지르는 마리사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쉬쉬를 흘리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마리사의 저부 밑에는 수증기를 내뿜는 핫플레이드가 있었다. 강불로 달구어진 핫플레이트는 마리사의 저부를 인정사정 없이 지지고 있었다.

 

“이야, 카이지에서 보던 불판 도게자가 이런 느낌일까? 윳쿠리는 여러번 지져봤지만 이렇게 비장미가 넘치는 건 처음인걸?”

 

앞에서 사육주기 히죽거리며 마리사가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제!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 이걸로 끝이라제!’

 

오늘은 마리사의 아가야들이 금뱃지 시험을 받는 날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채무 변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였다.

남은 잔액을 변제하기 위해 마리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핫 플레이트(강불)을 선택하였다.

영구 장애가 남을지도 모르는 체벌을 선택하는 건 마리사로선 피하고 싶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사는 미래를 고를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걸 각오가 마리사에게 있었다.

 

‘아가야들은 지금 힘겹게 시험을 치르고 있을 거라제. 훌륭한 아빠야인 마리사가 여기서 힘내지 않으면 웃기다는 거제!’

 

자신과 레이무의 아가야가 금뱃지 시험에 떨어질 거라곤 추호도 의심을 하지 않은 채 마리사는 그저 이 순간이 어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훌륭한걸. 30분동안 이걸 버틴 건 네가 처음이야. 역시 3만엔치 값어치는 하는걸?”

“느헤엣……. 느헤엣……. 이, 이걸로 빚은 다 갚은 겁니까?”

“물론이지. 그리고 축하해. 네 자식들, 전부 금뱃지 취득이라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는 듯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는 사육주. 그 화면에서는 마리사의 눈에 익숙한 수험번호와 함께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보였다.

 

 

 

 

 

 

마리사의 방, 마리사와 그 가족들, 그리고 사육주가 모여 축하 파티를 열었다.

사육주도 이런 경사스런 날에 쪼잔한 짓을 하지 않는다며, 좀처럼 풀지 않았던 진수성찬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정말로 기쁜 날이다. 마리사는 윳생 처음으로 만끽해보는 진정한 느긋함에 눈물을 흘렸다.

 

“축하해 아가야. 이걸로 마리사와 아가야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어.”

 

사육주가 내건 조건은 모두 달성하였다.

축하연을 열기 전, 마리사는 다시금 사육주에게 확인을 하였고 사육주도 두 말은 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마리사와 그 가족들을 애완 윳쿠리로 대우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진정한 가족?”

 

눈물어린 마리사의 말에, 아이 마리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리사의 말이 몹시나 가소롭다는 듯이 냉소를 그렸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금뱃지를 따지 못 하다면 마리사는 아빠야의 마리사가 아닌 건가요?”

“느에?”

 

예상하지도 못 한 아이 마리사의 차가운 반응.

따스함으로 가득 찬 중추 팥소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마리사는 도저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이블 너머, 자신을 노려보는 아이 마리사와 레이무.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이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금뱃지 레이무.

사육주의 곁에서,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며 마리사는 입을 열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금뱃지를 따지 않아도 마리사는 마리사의 아가야라제. 다만 같이 살기 위해선 아가야들이 금뱃지를 따야만 했다고.”

“레이뮤는! 엄마야랑 아빠야가 함께라면 들생활도 괜찮았다고! 이 금뱃지가 뭐라고 레이뮤를 그렇게 힘들게 한고야!”

 

마리사의 말에 옆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노려보고 있던 아이 레이무가 리본에 메달린 금뱃지를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모든 윳쿠리가 바라마지 않았던 금뱃지가 아이 레이무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금뱃지를 저부로 밟으며 소리쳤다.

 

“이제 만족했냐제? 아저씨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 했지만 이걸로 끝이라제. 마리사는 오늘부터 들윳쿠리라제!”

 

그렇게 쓰지 말라는 다제 말투까지 스며 아이 마리사도 모자에 붙은 금뱃지를 버려버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두 개의 금뱃지를 보며, 당황에 빠진 마리사도 서서 얼굴을 분노로 물들였다.

그 고생을 하면서 된다는게 들윳쿠리? 그렇다면 마리사가 이때까지 한 노력은 도대체 뭐라는 건가?

 

“웃기지 말라제! 마리사가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고생을 했는데! 된더는 게 고작 들윳쿠리? 고생이라곤 전혀 못 해본 꼬맹이가 건방진 소리 하지 말라제! 누구 마음대로 나간다는 거냐제! 레이무도! 아가야들도 마리사의 허락없이 나갈 수 없다제! 나갈 거라면 너네들한테 들어간 돈을 다 뱉어내고 나가라제!”

 

거친 숨을 내뱉으며 소리친 마리사. 마리사의 노성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마리사에게지지 않기 위해 노려보는 아이 마리사와 레이무.

도저히 부모자식의 관계로는 보이지 않는 둘의 사이를 금뱃지 레이무가 끼어들었다.

 

“이제 그만하자. 마리사. 너무 심하게 아가야들을 몰아붙였어. 이렇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레이무…….”

 

아가야들을 감싸며 마리사를 타이르는 금뱃지 레이무. 레이무의 말에 마리사는 고개를 숙였다가 아가야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가야의 눈은 어딘가 낯이 익었다. 과거, 사육소에서 부모 윳쿠리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자신의 눈이 아가야에게 있었다.

 

“사육주님. 이 경우 마리사는 조건을 달성하지 못 한 것인가요?”

 

마리사는 곁에 있는 사육주에게 물었다. 이 방에서 유일하게 웃고 있던 사육주는 마리사의 질문에 잠깐 생각을 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내건 조건은 채무변제와 너랑 레이무 사이에 낳는 아이들 전원의 금뱃지 취득이었으니까. 앞으로 마리사와 너의 가족은 내가 책임지고 돌봐줄게.”

 

사육주의 말에, 마리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안타까운 눈으로 아가야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초래한 결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절연한 아가야들은 잊고 레이무와 함께 다시 아이를 낳으면 그만이다.

 

“마리사,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레이무도 아가야들이랑 같이 나갈 거야.”

“느엣? 그게 무슨 말이냐제?”

“아가야들은 아직 아이야. 아가야들만으론 들생활을 버틸 수가 없어. 이대로 나가버리면 영원히 느긋해지고 말거라고.”

“그,그렇다고 레이무가 나갈 필요는 없다제! 아가야들은 자기 발로 애완 윳쿠리를 포기한 거라제! 떠난 아가야는 잊어버리라제! 그리고 레이무는 아직 금뱃지 윳쿠리라제! 이제 애완 윳쿠리가 되어서 마리사랑 같이 살 수 있다제! 아가야들도 사육주님에게 허락을 받으면 기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제!”

“마리사, 그렇다고 지금의 아가야를 포기할 순 없어.”

“아가야는 다시 낳으면 된다제! 레이무는 내가 고생해서 산 금뱃지 레이무라제! 내 허락없이 절대로 나갈 수 없다제!”

 

거친 숨을 내쉬는 마리사의 말에, 금뱃지 레이무는 자신의 리본에 달린 금뱃지를 때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육주님. 레이무와 아가야는 이만 이 집에서 나가려고 합니다. 보내주실 수 있나요?”

“무슨 소릴 하는 거냐제! 그런 건 허락 못 한다제!”

“응~? 난 상관없긴 한데. 괜찮아? 마리사의 말대로 들생활은 만만치 않을 텐데?”

 

마리사의 말을 무시하며, 레이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리사나 사육주의 말대로 들생활은 정말로 가혹하겠지. 이 집밖을 나가자마자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후회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이무는 마리사의 아내가 된 적은 있어도 노예가 된 적은 없으니까요. 레이무나 아가야는 들생활은 버틸 수 있어도 노예 생활은 버틸 수 없어요.”

 

마리사랑은 다르게요.

 

 

 

 

마리사는 방의 창턱에 앉아, 집밖을 나서는 레이무와 아가야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앞을 나서는 레이무와 아가야는 땅거미가 드리운 골목 저편으로 모습을 지웠다.

 

“어째서……. 마리사가 뭘 잘못했다는 거냐제? 들생활은 가혹하다제. 그런 생활을 하려고 마리사는, 레이무는, 아가야는 금뱃지를 취득한 거냐제? 그런 건 아닐거라제….”

 

마리사는 이제 모습이 안 보이는 가족이었던 윳쿠리들의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중얼거렸다.

사육소 시절, 그리고 학대 윳쿠리 시절 마리사는 오직 애완 윳쿠리가 되어 가정을 꾸리는 것만을 꿈꾸며 살아왔다.

마리사 자신도, 아가야들에게 가혹하게 굴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쓰레기 부모랑 다르게 금뱃지를 취득하고 난 후, 사과도 하고 따스하게 격려도 하지 않았는가?

 

과거의 자신의 행적을 살펴보아도, 마리사는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응, 내가 봐도 네가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 금뱃지라고 해봤자 윳쿠리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들생활을 제대로 상상할 수 있겠어? 내가 장담하는 데 그 레이무랑 어린 윳쿠리들은 일주일도 못 버틸 걸?”

“…….”

 

어느새 사육주가 마리사의 옆에 서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리사와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래? 이대로 혼자서 살래? 참고로 말하겠는데 난 아무 들윳쿠리나 집에 들이는 성격이 아냐.”

 

실실 웃으면서, 사육주는 마리사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어떻게 다시 한 번 더 해볼래?”

 

마리사는 사육주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였다.

힘겹게 손에 넣은 애완 윳쿠리의 지위. 인간의 변덕으로 쉽게 무너질 지위이지만, 짧지 않은 사육주와의 생활로 마리사는 사육주가 자신의 말을 쉽게 번복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리사는, 가족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진짜 가족을 만들어서 행복해져야만 합니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계약서를 향해 뻗었다.

 

“사육주님은 마리사의 꿈을 도와줄 수 있나요?”

 

메마른, 하지만 절실함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사육주를 바라보는 마리사의 질문에.

히죽 웃으며

 

“네가 감당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남자는 반 년 전 이용하였던 윳쿠리 브리딩샵에 넣기 위한 발주서를 작성하였다.

다시 학대용 윳쿠리로 전락한 마리사의 요구를 정리하며 남자는 히죽거렸다.

솔직히 윳쿠리 학대에 합계 6만엔이나 되는 돈을 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지만, 어차피 윳쿠리 학대 그 자체가 인간으로써 끝장난 취미라고 생각한 남자로선 윳쿠리 학대에 6만엔 정도 쓰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고 가볍게 생각하며 작성한 발주서를 다시 확인하였다.

 

[요청 사항 : 남편 역할을 하는 윳쿠리에게 절대 복종을 하는 순종적인 레이무를 원합니다. 윳쿠리 부부가 아이 윳쿠리를 엄격하게 훈육해야 하니, 아이보다는 배우자를 지시를 우선시하는 순종적인 성격이 필수이며 필요시에는 냉정하게 아이를 솎아낼 수 있는 비정함도…….]

 

“나도 그렇지만 그 녀석도 뭔가 삐뚫어졌구만.”

 

읽으면 읽을수록 일반적인 레이무종의 성격과는 동떨어진 요구사항이다. 모성이 강한 레이무종보다는 앨리스종이나 묭종 등이 나을 것 같지만 마리사는 고집스럽게 레이무종만을 원했다.

레이무 패티쉬라도 있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이내 접었다. 어차피 자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자신은 그저, 윳쿠리가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묘하게 가족애에 집착하는 마리사는 아직까지는 옆에서 지켜보기엔 흥미로운 존재였다.

 

[주문을 확정하겠습니까? 금액 : 30,000엔 ‘예 / 아니오’]

 

발주서 작성을 마치고, 결재 확인 창을 보며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가벼운 손놀림으로 확인을 눌렀다.

 

마리사가 원하는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예측을 하며 남자는 자리에 일어섰다.

 

다시 생기고 만 3만엔이라는 빛을 갚기 위해, 오늘 마리사는 어떤 표정을 지어줄지 기대를 하며.

 

 

 

 

 

 

 

 

  • ?
    Goth 2025.05.27 01:10
    이것도 명작이네요 숨죽이고 읽었습니다
  • profile
    윳살파 2025.05.28 23:06
    오오 비참해비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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