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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 9877 내 마리사가 그 레이무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by 다섯개 posted May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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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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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리사가 그 레이무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세쌍둥이 아키



 

「오빠야앗! 오빠야앗! 오빠야아아아안!」

 

마리사의 앳된 목소리에 키보드를 두드리던 내 손이 멈췄다.

 

힐끗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3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녁밥까지는 시간이 있다.

설마 벌써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다는 건 아닐 테지.

방에 들어가기 전에 간식 씨도 제대로 챙겨줬다.

 

애초에 단단히 일러뒀기 때문에, 마리사가 작업실에 있는 내게 말을 거는 일은 좀처럼 없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내 애완 윳쿠리인 마리사가 흥분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땋은 머리가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왜 그래? 여기 있을 땐 일하는 중이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면 무슨 큰일이라도 있었어?」

 

거실에서 테레비 씨나 보고 있었을 마리사에게 ‘큰일’ 같은 게 그리 쉽게 일어날 리 없다.

어차피 별일 아니겠지.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일단 물어봐 주었다. 혹시 모르니까.

 

「맞아! 맞아! 큰일이 있었다구!」

 

마리사는 말하면서 땋은 머리를 붕붕 휘두른다. 정말 정신없어 보인다.

 

마리사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것도 좀처럼 없는 일이다.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지?

 

「…뭔데. 말해봐.」

 

「마, 마리사는 테레비 씨를 보고 있었는데, 그랬더니…」

 

나는 거기까지만 듣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느으으으으으으으으읏?! 오빠야!?!?」

 

문 너머에서 마리사가 비통하게 외치는 소리가 울린다. 문짝이 떨릴 정도였다.

 

「테레비 이야기는 나중에 해. 알았지?」

 

「느느늣?! 그, 그래도오!

잠깐!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구!! 제바알!!」

 

…이것 참 드문 일이다.

기본적으로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인 마리사가 내게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도 좀처럼 없는 일.

어지간히 중요한 일인가? 아니면 그냥 또 떼쓰는 건가?

뭐, 조금 정도는 이야기를 들어줘도 괜찮겠지. 잠깐이면 되니까.

 

「…알았어. 근데 지금 일이 끊기 좀 애매하거든.

거기서 조용히 좀 기다려. 알았지?」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조용히 기다릴게! 빨리 와야 한다구!」

 

마리사에게는 이 내가 사는 집 겸 작업실인 맨션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작업실만큼은 출입 금지다.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까.

 

나는 마리사를 문 앞에 둔 채, 하던 일에 일단락을 짓기 위해 다시 키보드로 향했다.

 

후딱 마무리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지. 저렇게까지 보채는 걸 보면 뭔가 있긴 한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아, 이런」

 

깜빡 몰두하는 바람에, 정신 차려보니 시계의 짧은 바늘은 6을 가리키고 있다. 거의 세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서둘러 책상을 떠나 문을 열자, 거기에는 얼굴 전체가 눈물로 흠뻑 젖은 마리사가 멍하니 서 있었다.

 

「미, 미안… 설마, 여기서 그대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느읏… 느그으읏… 느엣…

그랫… 그랫서어… 오빠야가, 여겨서 기다리라고…」

 

최소한 울음소리라도 내줬으면 눈치챘을 텐데, 내가 여기서 조용히 기다리라고 말했기 때문에, 마리사는 말 그대로 세 시간 가까이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나의 마리사는 이상한 부분에서 터무니없이 고지식하다.

 

「미안! 정마알 미아안!」

 

황급히 사과하는 내게 마리사는 둑이 터진 듯 엉엉 울며 매달렸다. 조그만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마리사를 달래고 어르며 거실로 이동해서 눈물에 젖은 얼굴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그리고 일단 먼저 배를 채우는 게 먼저라고, 좋아하는 까르보나라 씨를 만들어 주었다. 파스타를 삶고, 베이컨을 볶고, 계란 노른자와 치즈로 소스를 만드는 동안에도 마리사는 훌쩍이며 옆에서 기다렸다.

 

겸사겸사 나도 안주 몇 가지를 만들어서 간단한 저녁 식사 겸 반주를 시작했다.

 

「느흐으! 잘 먹어따아!

아주 맛있었다구웃!

고마워- 오빠야앗!」

 

까르보나라 씨를 평평하게 먹어 치우고 배를 빵빵하게 부풀린 마리사는 '윳쿠리를 망치는 소파’에 털썩 드러누워 만족스럽게 큰 트림을 했다.

완전히 만족한 모양이다. 기다리게 한 미안함이 조금은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맥주 캔을 손에 들고 웃는 얼굴로 응응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물었다.

 

「…그래서? 뭐가, 큰일이었던 건데?」

 

내 말에 마리사는 당황한 듯 소파에서 벌떡 뛰어올랐다.

 

「느, 느으으으읏! 마, 맞아앗!

오빠야의 카르보 씨가 너무 맛있어서 잊을 뻔했다구웃!

크, 큰일이 있었다구웃!」

 

잊어버릴 정도면 역시 별일 아니겠지…

 

나는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오늘은 내 쪽에 잘못이 있다. 기다리게 한 벌은 받아야지.

 

「이, 이걸 봐줬으면 좋겠다구.」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능숙하게 리모콘을 조작한다.

얼빠진 구석은 많지만 이런 부분은 역시 금배지의 윳쿠리다.

아무래도 녹화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곧바로 거실 벽의 액정 테레비 씨에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 영상을 보고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뭐야, 이거.」

 

화면에는 윳쿠리가 대량으로 비치고 있었다.

 

그것도 레이무종 윳쿠리뿐.

 

'레이무’가 몇 마리고 몇 마리고 서투른 노래를 부르거나, 몸을 기묘하게 꿈틀거리거나(아마 춤출 셈이다), 이쪽을 향해 웃는 얼굴로 구레나룻을 흔들거나 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 구성이나 자막 같은 걸 보니 싸구려 방송 티가 팍팍 났다.

 

「마리사… 이건 뭐야. 호러 영화 같은 건가?」

 

「트, 틀리다구웃!!

보면 알잖아아?

아이돌! 방송이라구웃!」

 

「아, 아이도오올?」

 

내가 계약한 케이블 테레비 씨에는 무려 애완 윳쿠리 전용 채널이 있다.

마리사가 그걸 좋아해서 늘 보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윳쿠리 전용 아이돌 방송이라는 광기의 방송이 있다는 건 몰랐고, 그걸 녹화할 정도로 열심히 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거 완전 덕질 아니냐고.

 

「너, 이런 방송 보고 있었냐?」

 

「늣…」

 

내 말에 마리사는 멋쩍은 듯 얼굴을 붉힌다. 귀 끝까지 빨개진 것 같다.

 

「따, 딱히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던 건 아니라구…

그냥 다들 귀엽고 즐거워 보여서 보고 있으면 마리사도 즐거운 기분이 되니까…」

 

땋은 머리로 모자 씨의 끝을 만지작거리며 마리사는 변명하듯 우물쭈물 중얼거린다.

 

그 모습이 웃겨서 나는 무심코 뿜었다.

 

「하하하, 놀라긴 했지만 뭐 괜찮지 않냐?

마리사도 이제 한창 그럴 나이니까 말이야.

너, 레이무종이 취향이냐.

…그래서 어떤 레이무랑 상쾌-! 하고 싶은 건데? 응?」

 

「느, 느늣!!!

그, 그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마리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분개하면서도 리모콘을 조작해 조금 빨리 감기더니, 한 마리의 레이무가 크게 비치는 곳에서 일시정지한다.

 

「느… 그… 마리사가 좋아하는 건 이 레이무라구…」

 

「…호오.」

 

나는 맥주를 들이켜며 화면 속 레이무에게 눈을 집중했다.

하지만 윳쿠리 마이스터도 뭐도 아닌 나에게는 다른 레이무와의 차이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다 똑같이 생겼는데?

 

「…이 레이무의 어디가 좋은 건데?

나한테는 솔직히 다 똑같아 보여서 차이를 모르겠는데.」

 

「느, 느늣?! 틀리다구!

어째서 모르는 거야앗?!

모두 각각 전혀 다르잖아아?」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붕붕 흔들며 항의한다. 그 작은 몸으로 열심히 어필하는 모습이 귀엽긴 하다.

 

「호오, 다른가.

그러니까 다른 레이무보다 귀엽다는 거?」

 

「귀, 귀여운 것도 그렇지만…

마리사는 이 레이무가 아주 노력파라서 좋은 거라구.」

 

「노력파?」

 

「맞아! 실은 말이야앗!

이 레이무는 원래 들윳쿠리였다구웃!」

 

「…하아. 그래서?」 그게 뭐 대수라고.

 

「들윳쿠리 생활은 힘들잖아?

그런데 말이야, 이 레이무는…」

 

그 후로 마리사는 이 레이무가 이 방송에 나와 아이돌이 되기까지의 우여곡절, 고생담을 눈물을 섞어가며 듬뿍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마리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거의 듣지 않고 있었다.

 

이야기의 서두를 들은 것만으로 어디에나 있는, 요는 ‘그럴싸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뭐, 감동 포르노 같은 거겠지.

 

마리사가 이야기를 끝내는 것을 맥주를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린 후 나는 핵심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뭐가 큰일이라는 건데?」

 

마리사는 다시 핫 하며 당황해서 또 리모콘을 조작한다.

 

이번에는 방송 MC인 인간 여자가 비쳤다. 싸구려 나비넥타이가 눈에 띈다.

 

「…라는 이유로오옷!

드디어 여러분의 데뷔 CD가 발매되게 되었습니다앗!!

팬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아앗!」

 

나비넥타이를 맨 여자가 과장되게 그렇게 외치자 여자 뒤의 계단식 단상에 늘어선 레이무들이 일제히 와아와아 하고 앳된 목소리로 갈채한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카오스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잠시 후 레이무들의 소란이 잠잠해지자 나비넥타이 여자는 빨갛고 하얀 디자인의 CD 패키지 씨를 이쪽으로 내밀며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게다갓!! 무려 이쪽 초회 한정판에는엣!

여기 있는 레이무쨩들 중에서 한 명 골라서엇!

부-비 부-비 할 수 있는 '부-비 부-비 회’에 참가할 수 있는 '부-비 부-비 권’이 들어있습니다앗!

모두들! 주인님께 부탁해서 겟! 하라구-!!!」

 

...

 

「…진짜냐고.」

 

그런 말이 무심코 새어 나온다.

 

물론 나는 이 장사 수법을 알고 있다. 어느 시점부터 매우 메이저가 된 수법이다. 악수회니 뭐니 하면서 CD 여러 장 사게 만드는 그거.

하지만 에, 윳쿠리로 그걸 한다고?

너무 절조 없는 거 아니냐고. 인간 상대로 하던 걸 윳쿠리에게까지 적용하다니.

 

「오빠야아아아!!!」

 

마리사는 한 번 외치더니, 멍하니 테레비 씨를 바라보는 나를 향해 멋진 점핑 도게자를 선보였다. 작은 몸으로 어떻게 저런 자세가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평생의 소원이에욧!

이거, 이걸 사주세욧!!!

이, 언니야가 들고 있는 거엇!

빨릿, 빨리 사지 않으면 매진돼버린다구우우우우!」

 

내 머리가 어질 하고 흔들린 것은 술기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에, 뭐야, 내 애완 윳쿠리가 이거 갖고 싶다고?

진짜로?

 

「…야, 마리사, 진정해.

너, 진짜로 이게 갖고 싶은 거야?

CD 씨…가 갖고 싶은 건 아닐 거 아냐.

딸려 오는 거, 에 그러니까, '부-비 부-비 권’이 진짜로 갖고 싶은 거냐고?」

 

「느, 느읏… 그… 마리사…

부-비 부-비는 안 해도 좋지만…

저 레이무랑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만나보고 싶다구웃!!!

이야기해보고 싶다구우!!

이런 찬스, 분명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구웃!!」

 

…으-음.

 

나는 어찌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다.

 

이런 쓸데없는 건 안 사, 라고 말하는 건 간단했다.

하지만 내 애완 윳쿠리가 되고 나서 마리사가 제대로 무언가를 졸라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CD 씨 가격 따위 별거 아니고, '부-비 부-비 회’에 데려가 주는 것도 뭐, 저항이 없다고는 말 못 하지만 별 상관없다. 귀찮긴 해도.

 

다만, 왠지 모르게, 뭐랄까, …으-음. 좀 찝찝하다 해야 하나. 저런 상술에 넘어가는 것 같아서.

 

「오, 오빠야… 안 돼…?

마리사, 꼬옥 착한 아이 할게엣!

도와주기도 할게엣!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리사는 마침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 표정은 진심 그 자체다. 눈물 콧물 다 쏟아낼 기세다.

아무래도 그 레이무를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것이리라. 저 순수한 동경의 눈빛이라니.

 

나는 마리사의 얼굴을 힐끗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없이 스마트폰 씨를 손에 들고 화면을 탭 하여 통판 사이트 씨에 접속한다.

 

「오, 오빠야…?」 마리사가 울먹이며 나를 올려다본다.

 

「…에, 이거군. 자, 주문 확정.

내일이면 아마 도착할 거다.

에-그러니까, 그 '부-비 부-비 회’라는 건 언제냐?

조사해 둬야겠네.」

 

「오, 오, 오, 오빠야앗!!!」

 

…뭐, 나 스스로도 무르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저런 얼굴을 보여주면 나도 약하다.

 

마리사는 문자 그대로 광희난무했다.

내게 감사하다는 말을 외치면서 방 안을 뿅뿅 뛰어다닌다.

살짝 지리기까지 한 것 같다. 바닥 닦아야겠네.

 

「오빠야 고마워엇!!!

정마알 고마워어!!!

느와ー이, 마리사는, 마리사는, 정말로, 레이무를 만날 수 있다구ーーーー!!!

기다려줘, 레이무우ー웃!!!」

 

「야, 아래층에서 항의 들어오겠네! 진정하라고!」

 

나는 마리사를 타이르면서도 기뻐하는 마리사의 모습에 무심코 미소를 짓는다. 저렇게 좋아하니 사주길 잘했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마리사의 소박한 소원이 이루어진 것을 축하하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더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마리사의 저 순진함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기뻐하게 두자.

 

 

 

 

 

 

 

 

한 달 후, 나와 마리사는 ‘부비부비 회’ 행사장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꽤 큰 주민회관을 빌려 개최된 그것은 믿을 수 없게도 성황이었다.

 

남녀노소, 각자 자신의 애완 윳쿠리를 안은 주인들이 접수처 앞에서 줄을 서 있다.

 

「거짓말이지… 이렇게나, 이런 곳에 오는 녀석들이 있다고?」

 

「당연하다구! 엄청- 인기 있는 그룹이라구!」

 

내 중얼거림을 포착하고, 잠 부족으로 아무리 봐도 얼굴 상태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마리사가 대답한다.

기대감에 어제 잠을 설쳤다고 한다. 눈 밑이 약간 거무스름해 보였다.

 

「그, 그룹이라…」

 

뭘까, 이, 꺼림칙한 기분은…

 

가뜩이나 낮았던 내 텐션이 더욱 하강을 계속해 간다.

대조적으로 마리사 쪽은 그야말로 텐션 맥스라고 할 상태다.

 

「빨릿! 오빠야 빨릿!

'접수’를 해야 한다구웃!!!」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가 꿈틀꿈틀 움직여 내 배에 진동이 전해진다.

오늘은 앞 안기형 윳쿠리 캐리어로 마리사를 옮겨왔던 것이다.

 

「예이 예이…」

 

나는 접수 줄에 서면서 할 일도 없어서 주위를 관찰한다.

 

주인과 함께 줄 선 애완 윳쿠리들은 모두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의욕 없어 보이는, 무기력한,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도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겠구나, 하고 무심코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훗, 하고 옆줄의 여성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 여성은 이쪽을 향해 목례하고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저기… 우리 집 윳쿠리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저는 그,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묻지도 않았는데 변명 같은 것을 늘어놓는 그 여성의 팔에는 내 마리사보다 한 단계 작은 마리사가 안겨 있었다.

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성체도 아닐 것이다.

소란을 피우지는 않지만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연신 눈을 깜빡이며 몸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묘한 동료 의식을 느끼면서 여성에게 목례를 돌려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줄은 나아가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된다.

 

「윳쿠리쨩은 안은 채로 부탁드릴게요. 절대로 놓거나 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부비부비 권을 건넨 후 접수처에서 주의받은 것은 그 정도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파티션으로 구분된 작은 부스가 여럿 늘어서 있고 입구 쪽에 큰 사진이 붙어 있다.

그 사진 속 레이무가 각각 부스 안에 있는 것이리라.

 

「…야, 마리사, 어느 거야.

나는 구별이 안 가.」

 

「느으으읏?… 오빠야 저쪽! 저쪽이라구웃!!」

 

마리사가 땋은 머리로 가리킨 부스에는 다른 곳과 비교해 거의 사람 모습이 없었다.

줄 정리가 이루어지는 부스도 있는데도 말이다.

 

「뭐야, 마리사가 좋아하는 레이무는 인기 없구나.」

 

「모두 몰라주는 거라구!

그러니까 마리사가 응원해 줘야 한다구웃!」

 

「예이 예이…」

 

나는 캐리어에서 마리사를 빼내 다시 안아들고 마리사가 가리킨 부스로 이동한다.

입구 앞에 선 순간, 마리사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지는 것을 알았다.

 

보니 마리사는 경련하는 표정으로 끈적한 땀을 이마에 빽빽하게 띄우고 있다.

 

「야, 야, 마리사, 괜찮아?!」

 

「느… 그, 괜찮아… 가자… 오빠야…」

 

마리사에게 재촉받아 나는 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발을 들여놓은 순간, 앳된 목소리가 울렸다.

 

「손님이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마리사가 더욱 굳어진다.

마치 오래되어 굳은 떡 같다. 딱딱하게 굳어서 꿈쩍도 안 한다.

 

문제의 레이무는 부스 중앙 테이블 위에 있었다.

바로 뒤에 진행 요원이 대기하고 있다.

 

테이블 앞까지 이동해 얼굴을 마주 보는 형태가 되어도 마리사는 그대로 말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무심코 내가 입을 열었다.

 

「야, 마리사!

모처럼 왔잖아! 만나고 싶었다며? 뭐라도 말해봐!」

 

내가 재촉하자 마리사의 작은 몸이 움찔 떨렸다.

 

「느, 느, 느히…」 입을 뻐끔거리기만 할 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느흐흣, 긴장한 걸까나?」

 

레이무는 얼굴이 경련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마리사에게 싱글벙글 미소를 보낸다. 테레비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아이돌 같은 미소다.

 

「늘 봐주는 거야? 고마워-」

 

「느, 느느, 느, 그, 마리사는…

늘 응원…」

 

드디어 혀가 조금 움직이기 시작한 마리사를 가로막듯이 레이무 뒤에 대기하고 있던 무뚝뚝한 표정의 진행 요원 남자가 끼어들었다.

 

「…저기, 시간 없으니까 슬슬…. 다음 분도 계시고요.

부비부비 부탁합니다.」

 

「…하? 아직 전혀 시간 지나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다음 녀석 같은 건 없잖아!」 텅 빈 부스인데 무슨 소리람.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나를 무시하고 진행 요원은 레이무를 들어 올려 내게 안긴 채인 마리사에게 잠깐 가볍게 눌렀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네, 부비부비.

…감사합니다-」

 

「고마워-!! 앞으로도 응원 잘 부탁해-!」 레이무가 생긋 웃으며 인사한다.

 

「자, 잠깐…」

 

너무나 형식적인 대응에 나는 다시 항의의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곧바로 다른 진행 요원이 날아와 우리들은 순식간에 부스는커녕 행사장 출구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힘도 세다.

 

멍하니 서 있는 나와 마리사.

 

「젠장! 뭐야 저거!

뭐가 '부비부비’야! 장난하냐고!

……응? …마리사?」

 

욕설을 입에 담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마리사는 입을 다문 채였다.

 

…실망했겠지. 하긴, 저런 취급을 받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한 그 순간, 안겨 있는 채인 마리사가 빛나는 듯한 미소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아아아아아! 귀여워어어어!

있지, 오빠야! 마리사, 레이무랑 부-비 부-비 해버렸다구우우우!

이제 몸은 평생 씻고 싶지 않다구웃웃웃!」

 

「……」

 

들을 필요도 없다.

마리사 입장에서는 대만족이었던 것이다.

 

아직 어릴 때 우리 집에 온 이후로 다른 윳쿠리와 그다지 접촉한 적도 없고 당연히 사랑을 해본 적도 없는 순진한 마리사에게는 저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었던 것이리라.

나는 무심코 한숨을 내쉰다. 애 취향 한 번 참….

 

「…뭐… 네가 좋다면 됐지만…」

 

「고마워-, 오빠야!

느흐흣! 오늘은 분명 레이무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

 

기분 좋게 몸을 흔드는 마리사.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마리사를 캐리어에 넣어 다시 안아들고 귀갓길에 오르기로 한다.

 

뭐, 한 번 정도는 이런 체험도 괜찮겠지. 덕질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그래, 한 번 정도라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조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들뜬 기분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다.

 

 

 

 

 

 

 

당연하게도 예감은 적중했다.

 

방송에서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이벤트에 마리사는 보기 좋게 전부 빠져들었다.

 

두 번째 부비부비 회(첫 번째보다는 길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기 투표(투표 자체는 무료였지만 월정액 500엔의 유료 팬클럽 회원이 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콘서트(그저 끔찍했다).

 

이 상태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거실 테레비 씨에서 흘러나오는 신곡 PV에 맞춰 흔들리는 마리사의 엉덩이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마리사의 아이돌 열풍은 일과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사의 정열을 식히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마리사의 소원을 덥석덥석 들어주는 나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애초에 이 장사의 타겟은 윳쿠리가 아니다. 애완 윳쿠리의 주인이다.

그것도 자신의 애완 윳쿠리에게 애완 윳쿠리 전문 채널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제법 여유 있는 주인이다.

 

…정말이지 당했다고 생각한다.

 

나와 마리사의 관계는 매우 양호하다.

 

어쨌든 밝고 마음씨 좋은 윳쿠리를 원한다.

그런 내 요구에 응해 윳쿠리 숍의 점원이 골라준 것이 나의 마리사다.

 

조금 모자란 구석은 있지만 팥소 통계상 머리는 좋다.

펫 숍에서 예절 교육도 제대로 되어 있다. 금배지도 취득 완료.

 

물론 그런 윳쿠리가 쌀 리도 없고 제법 비싼 금액이었지만 마리사에 관해서는 결코 그것이 비쌌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마리사는 나를 치유해주고 있었다.

 

근본이 솔직하고 내 보살핌에 감사하며 나를 따르고 때로는 실패하지만 말 잘 듣고 노력했다.

 

물론 짝이나 아이를 원한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애완 윳쿠리가 그것을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애완 윳쿠리가 만질 수도 없는 테레비 속 아이돌 윳쿠리에게 열중하다니… 참으로 죄 없고 안쓰러운 이야기다.

 

그래서 되도록 마리사의 소원은 들어주고 싶었다. 큰 금액도 아닌 것이다.

 

저 부비부비 회의 성황을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주인이 많은 것이리라.

 

「…오빠야? 왜 그래?」

 

문득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소파에 앉아 있던 내 발밑에 마리사가 와 있었다.

 

내 청바지 씨 밑단에 부비부비 뺨을 문지르고 있다.

 

「…왠지 느긋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다구?

마리사가 부-비 부-비 할 테니 기운 내라구! 부-비, 부-비!」

 

「하하하, 괜찮아, 고맙다.」

 

나는 마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마리사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행복해 보이는 표정에 나도 따라 무심코 눈을 가늘게 떠 버린다. 저 순진한 모습에 어찌 안 넘어가랴.

 

…마리사가 행복하다면 조금 더 어울려줄까.

 

마리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면서 나는 그렇게 결정했던 것이다. 비록 내 지갑은 조금 얇아지겠지만, 마리사의 저 웃는 얼굴을 보는 대가라면야.

 

 

 

 

 

 

 

 

 

하지만 내가 그렇게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사의 아이돌 덕질은 허무하게 끝을 맞이했다.

 

「오빠야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왓! 위험해!!」

 

그날 작업을 마치고 작업실에서 나온 순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리사가 상당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이봐, 마리사! 위험하잖아!!! 내가 넘어지면 너를 뭉개버릴지도 모른다고!!!」

 

「미, 미, 미아내애애애애애애애애!!!」

 

사과하는 마리사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하지만 혼나서 운 것이 아니다.

여기서 기다리는 동안부터 이미 흐느껴 울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으윽…흑으윽… 레이무가…」

 

…또, 그 레이무 이야기인가.

응원해주려고는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그 레이무 이야기만 하니 솔직히 질린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쉰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느그읏… 마리사의… 마리사의 레이무가… 방송에서 사라져 버렸어…」

 

「뭐라고?」

 

나는 마리사와 함께 거실로 가서 예의 그 방송의 오늘 녹화분을 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봐서 '마리사의 레이무’만큼은 어떻게든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리본 씨의 프릴 부분 폭이 조금 넓고 가벼운 곱슬머리인 것이다.

 

방송에서는 여전히 레이무종 윳쿠리만이 대량으로 꿈틀꿈틀 화면에서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확실히 '마리사의 레이무’는 그 안에 없었다.

 

「…정말이네, 없네.」

 

「으으으… 어째서어… 어째서 레이무만 없는 거야앗…」

 

「아니, 나도 몰라, 그건.」

 

마리사 말로는 지금까지 갑자기 멤버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고 한다. 방송 내에서도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고.

 

「…뭐, 가끔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못 나올 때도 있는 거 아니겠어?」

 

「느, 느느읏?! 아픈 거야앗?!」

 

적당히 한 말에 마리사가 싹 안색을 바꾸자 나는 황급히 덧붙였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모른다고! 사정 따위 어차피 모를 텐데 걱정해봤자 소용없잖아? 일단 다음 주까지 기다려봐. 의외로 다음 주는 기운차게 나올지도 모르잖아?」

 

「느으읏…」

 

마리사는 표정을 흐리면서도 내 말에 일단은 납득한 듯했다.

 

「…알았어, 오빠야. 마리사, 레이무가 건강해져서 방송에 나오는 걸 기도하면서 기다리기로 할게엣!」

 

「아니, 그러니까 아픈지 어떤지는 모른다니까…」

 

하지만 마리사의 기도는 효력이 없었다.

다음 회 방송에도 '마리사의 레이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알았어 알았어, 지금 물어볼 테니까 그렇게 울지 마!」

 

나는 소파에 엎드려 엉엉 울어대는 마리사를 달래면서 조잡하게 만들어진 팬클럽 사이트의 문의 페이지에 접속한다.

 

그리고 메일을 송신했다.

 

『언제나 저희 집 애완 윳쿠리가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 윳쿠리가 좋아했던 레이무가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평소의 방송에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병이라도 걸린 건가요? 저희 집 윳쿠리가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답장은 몇 시간 후에 도착했다.

 

『언제나 방송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의하신 레이무는 인기 투표에서 최하위였던 전 들윳쿠리 레이무라고 생각됩니다. 그 레이무는 그룹 활동에 있어 중대한 규약 위반이 인정되어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공지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보내온 메일 내용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중대한 규약 위반’이라… 윳쿠리가 뭘 할 수 있다고.

 

…자, 마리사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오빠야, 오빠야앗!!! 있지, 답장은 왔어? 마리사의 레이무가 어떻게 됐는지 알았어어? 메일 씨, 돌아온 거야아?」

 

노트북을 무릎에 둔 내 옆에서 마리사가 포용포용 뛴다.

 

나는 끙 하고 신음했다.

 

머리가 좋다는 것도 때로는 곤란하다. 마리사는 내가 메일로 문의 답장을 받는다는 것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히라가나는 물론이고 간단한 한자라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어설픈 얼버무리기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각오를 다졌다.

 

「…저기 말이야, 마리사.」

 

「왜애, 오빠야.」 마리사가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본다.

 

「그, 마리사의 레이무 말인데, 그게 뭐랄까. …은퇴했대.」

 

「은…퇴…?」

 

마리사는 내 말에 입을 멍하니 벌렸다.

 

「…오빠야… 뭐야… 은퇴라니…」

 

「은퇴라는 건 말이야, 이제 아이돌은 안 한다는 거야.」

 

「………?!」

 

마리사의 눈이 놀랄 만큼 크게 뜨인다.

 

「…에… 왜… 어째서… 마리사… 쭉 응원했는데… 언젠가 최고가 될 거라고… 분명…」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어째서인지는 몰라. 뭔가 이유는 있겠지만.」

 

나는 메일 안에 있던 '중대한 규약 위반’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 레이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따위 나도 정말 모르는 것이다. 괜히 말했다가 마리사가 더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에… 그럼… 이제 레이무는 만날 수 없다는 거야? 방송에도 안 나오고, 부-비 부-비 회에도 안 오는 거야…?」

 

「…유감이지만 그런 거야.」

 

잠시 침묵 후 몸이 크게 부르르 떨리기 시작해서 나는 마리사가 울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사는 새파랗게 질렸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있지… 오빠야…」

 

「뭐, 뭔데?」

 

「레이무… 처분당해버린 건 아니겠지?」

 

나는 다시 신음한다.

그 레이무도 결국은 윳쿠리다. 만약 '규약 위반’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거역하는 듯한 그런 어리석은 행위를 한 것이라면… 처분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리사에게 내 그 상상을 전할 수는 없었다. 대신 적당한 말을 늘어놓는다.

 

「…몰라. 하지만 말이야, 마리사. 아이돌이 될 정도의 레이무잖아. 어쩌면 누군가 정말 원하는 녀석이 있어서 애완 윳쿠리로 거두어 갔을지도 몰라.」

 

「…느…」

 

「자, 그쪽이 가능성 더 높지 않겠어? 그 레이무에게도 돈이 들었을 거야. 처분 같은 거 하는 것보다 만약 누군가 사준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쪽이…」

 

나는 내가 한 말에 스스로 핫 하고 놀란다.

 

그래, 만약 거두어 갈 사람이 있다면 처분 같은 것보다…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기 위해 나는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안돼 안돼,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건 아무래도 너무 지나치다.

 

「…뭐, 어쨌든 분명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야. 분명히.」

 

「……」

 

마리사는 탈진한 모습으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작은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그렇네, 오빠야. 마리사, 이제 레이무를 만날 수 없어도… 레이무가 어딘가에서 살아있어 준다면 그걸로 됐어…」

 

마리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오빠야… 마리사는… 오늘은 이제 쿨쿨 잘게…」

 

「어, 어엉…」

 

비틀비틀 거실 구석의 잠자리로 향하던 마리사였지만 문득 발을 멈추더니 내 쪽으로 돌아본다.

 

「오빠야…」

 

「왜?」

 

「지금까지 레이무를 응원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마리사, 정말 행복했다구.」

 

「……」

 

마리사의 말에 내 가슴이 찌릿 하고 아프다.

 

…다른 레이무를 응원해도 된다고?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마 마리사는 그렇게 하지 않을 테니까.

 

마리사는 정말로 그 레이무를 그저 좋아했던 것이다. 마리사에게는 만남이 화면 저편과 이쪽 편이었을 뿐인 이야기다. 첫사랑 같은 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거실에서 살짝 나가 복도 벽에 등을 기댄다.

 

몇 분 후 거실에서 경련하는 듯한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마 내 앞에서는 참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맨날 내 앞에서 그렇게 삐약삐약 울어대는 버릇에…

 

「…젠장…!!!」

 

마리사는 바보다. 정말 바보다.

 

…하지만 내가 더 큰 바보다.

 

이제부터 자신이 하려는 일에 짜증내면서 나는 발소리 높여 작업실에 들어가 PC로 번호를 조사한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

 

 

 

 

 

 

 

 

「그 방송에 대한 문의신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프로듀서가 지금 사무실에 있으니 바꿔드리겠습니다.」

 

원래 작은 방송 제작사였던 모양인지, 무려 방송 제작자에게까지 간단히 전화가 연결되었다.

 

「네엣! 언제나 신세 지고 있습니다-!

어떤 용건이실까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방송에서 MC를 맡고 있는 그 여자다.

 

잘 생각해보니 그 방송에 탤런트 따위를 쓰는 건 제작비 낭비일 뿐이다.

분명 이 여자는 프로듀서이자 출연자이자 매니저인 것이리라. 1인 3역,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저기, 언제나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그, 은퇴해버린 레이무에 대해서인데요…」

 

「아아! 혹시 사이트에서 문의주셨던 분이신가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아, 네, 그렇습니다.

저기, 혹시 괜찮으시다면 말입니다만, 그 레이무, 어째서 은퇴해버린 건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네, 괜찮아요-!

윳쿠리에게는 개인정보가 어쩌고 하는 관계없으니까요-!!」

 

전화에서도 방송과 변함없는 텐션의 그 여자는 자기가 한 말의 뭐가 이상한지 그흐흐흐흐흐 하고 웃음소리를 낸다.

 

「…그 레이무 말이죠오, 아무래도 좋아하는 윳쿠리가 생겨버린 것 같더라고요-」

 

「…에?」

 

예상 밖의 이유에 나는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여자는 또 그흐흐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전화기 너머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말이죠, 공원에서 로케를 했을 때 말이죠오, 저희들 눈을 피해서 거기 들윳쿠리랑 뭔가 좋은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저희 애들 말이죠, 대부분 펫 숍에서 사 온 애들이거든요.

아, 권리 관계 같은 거 귀찮아서 제가 전부 주인인데요.

그래서 우선 들윳쿠리랑 어떻게 된다는 감각이 별로 없는 애들이거든요-.

그런데 말이죠오, 그 레이무는 아시다시피 제가 주워온 들윳쿠리라서….

그래서 말이죠, 그쪽 문턱이 낮았다고 할까…」

 

「그 레이무는 그럼, 그 들윳쿠리랑…?」

 

「아뇨아뇨, 그런 짓 하게 놔두겠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떻게 된 것도 아니었고요.

로케 후에 말이죠, 너무 태도가 말이죠오, 아이돌답지 않다고 할까, 되는대로라고 할까….

그래서 혼냈어요. 무슨 생각 하는 거냐고.

가뜩이나 인기 없는데 이대로면 이쪽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그랬더니 별로 인기 없어도 좋아하는 윳쿠리에게 사랑받으면 그걸로 됐다고 지껄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추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예요. 정말이지, 주웠을 직후에는 얌전한 태도였는데요오.

그룹에 다양성을 주고 싶어서 스카우트한 거였는데 그다지 인기도 안 나왔고, 실패해버렸습니다.

역시 윳쿠리는 제대로 가게에서 사는 편이 좋아요.」

 

「에, 그럼, 중대한 규약 위반이라는 게 그거였나요?」

 

나는 여자의 쉴 새 없는 수다에 조금 기가 눌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질문을 끼워 넣는다.

 

「네, 그렇네요-. 뭐, 말은 과장됐지만요.

역시 아이돌인 이상 연애는 금물이에요.

뭐, 좋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태도에 드러내면 안 되죠.

팬들에게 실례잖아요.

일단 일러두기는 했는데요-.

연애하기 어렵도록 일부러 동종 윳쿠리만으로 하거나 하는 등 이쪽도 연구했었고요.」

 

「하, 하아…」

 

이럴 수가.

마리사의 레이무는 사랑을 해버렸기 때문에 해고당했다는 것이다.

아직 어떻게 된 것도 아닌데 즉시 해고라니 가혹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대체품 따위 얼마든지 있는 것이 윳쿠리다.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하지만 해고 이유가 연애라니, 나의 마리사도 팬으로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병 같은 이유 쪽이 낫다.

 

「…뭐, 그런 이유입니다.

뭐, 인기도 별로 없어서 개심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빼버리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해서요오.

그리고 그런 걸 용서해버리면 다른 애들에게도 악영향이니까요.

하지만 팬들에게는 죄송했다고 생각합니다.

공지 정도는 하는 편이 좋았겠네요오.」

 

으으음.

 

나는 조금 망설였지만 결국 묻기로 한다.

 

「…저기.

그 레이무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나요?」

 

「지금이요? 골판지 상자에 던져둔 채로 있어요.

일단 먹이는 주고 있지만요, 뭐, 조만간에는…」

 

「처분…입니까?」

 

내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여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

과연 장사꾼이다. 나와의 대화 속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것이리라.

 

「…아뇨, 그게, 들윳쿠리라고는 해도 제법 비용도 들었고요오-.

인기 없다고는 해도 원한다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 점은 전 아이돌이니까요. 지금은 처우를 어떻게 할지 여러모로 상담 중이라서요오-」

 

대답한 여자의 목소리 톤은 더욱 한 단계 올라가 있었다. 아까보다 더 들뜬 것 같다.

 

…거짓말쟁이 같으니.

 

나는 한숨을 쉰다.

이런 밀고 당기기를 즐기는 취미는 내게 없다.

 

「저기, 그런 거 됐습니다.

이야기는 빠른 편이 좋죠.

 

…그래서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여자가 전화기 너머에서 또 그흐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뭔가 물고기를 낚은 듯한, 그런 불쾌한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약 닷새 후.

 

「어서 와, 오빠야…」

 

맨션 현관에서 나를 맞이하던 마리사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리사는 내가 안고 온 그것을 숨도 쉬지 않고 구멍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마리사! 느긋하게 있으라구!」

 

내가 현관 매트 위에 내려놓은 '그것’이 굳어 있는 마리사 앞에서 인사를 건넨다.

 

그것은 물론, 그래, '마리사의 레이무’다.

 

「오오오오오오빠ㅃㅃㅃㅃ빠, 야아아아,ㄴㄴ?」

 

마리사가 덜덜 떨면서 나와 레이무를 번갈아 본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다.

 

「아아, 맞아, 네 레이무야. 선물이야. 네 아내가 될 거야.」

 

「잘 부탁해, 마리사!」 레이무가 생긋 웃으며 덧붙였다.

 

「으아아아, 에, 아, 레, 레이무, 레이무가, 마마마마리사의?」

 

「아아, 그렇다니까.」

 

「이제부터 쭉 함께라구, 마리사!」 레이무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마리사는 자잘하게 떨면서 우리들을 또 번갈아 보더니…

 

「느느느히이이이이이이이이잇!!!」

 

비명 한 번 지르고는 흰자위를 보이며 쓰러졌다.

 

「야, 야 마리사?!!?!?!」

 

「마리사아아아아아?!」 레이무도 당황해서 소리쳤다.

 

딱히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다만 이야기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전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김칫국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배려한 것이지만 그 판단은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마리사는 너무 큰 충격에 기절해버린 것이다.

 

「…제대로 말해둘걸 그랬나.」

 

나는 정신을 잃은 마리사를 안아 올리며 중얼거린다.

 

「느흐흣! 이 마리사는 상당히 레이무를 좋아하는구나!」

 

레이무가 구레나룻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나는 그런 레이무를 찌릿 하고 쏘아붙였다.

 

「……그래. 그러니까 말했듯이 마리사를 상처 입히거나 하지 마. 알겠지.」

 

레이무는 내 표정에 기가 눌린 것인지 미소를 거두고 꿀꺽 침을 삼켰다.

 

「느, 느긋하게 이해했다구…」

 

「이쪽이다. 따라와.」

 

나는 마리사를 안고 거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뒤에서 레이무는 말없이 따라왔다.

 

원래 마리사에게는 반려를 줄 생각이었다.

 

이제 내 가족이나 다름없게 된 마리사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윳쿠리의 행복… 그것은 역시 짝을 가지고 아이를 낳는 것이리라.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것이다.

 

슬슬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마리사가 문제의 레이무에게 빠졌다.

 

그래서 아이돌에게 열중하고 있는데 아내를 맞이하는 것도 아니겠지 하고 일단 짝의 건은 보류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경과는 어찌 됐든 마리사가 좋아하는 상대를 성공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잘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려는 있다.

 

나의 우려와 완전히 같은 걱정을 예의 그 방송 프로듀서도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트러블을 두려워해서인지 인도할 때 지겨울 정도로 말했다.

 

「…이 아이를 당신의 애완 윳쿠리 아내로 삼고 싶다는 건가요오. 정말 이 아이로 괜찮으신 거죠? 이쪽은 윳쿠리 숍이 아니니까 보증 같은 건 안 해요. 나중에 불평해도 돈은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 이 레이무는 기적적으로 들윳쿠리에서 애완 윳쿠리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의 격정으로 그것을 내팽개칠 뻔했다.

출신도 그렇지만 성질이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윳쿠리인 것이다.

 

…괜찮을까? 나는 실패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마리사가 좋아하는 레이무라고 해도 정말 이걸로 좋았던 걸까?

 

「…레이무, 다시 한번 나와의 약속을 말해봐.」

 

나는 기절한 채인 마리사를 거실 소파에 눕히고 그 옆에서 레이무에게 다시 한번 확인한다.

 

「…레이무는 레이무가 좋아했던 마리사의 일은 포기하겠다구. 그래서 오빠야의 애완 윳쿠리가 되겠다구. 오빠야가 하는 말은 제대로 듣겠다구.」

 

레이무가 진지한 얼굴로 나와의 약속을 복창한다.

 

「그래. 그래서?」

 

「레, 레이무는 오빠야 마리사의 좋은 아내가 되겠다구. 마리사를 소중히 하겠다구. 마리사와의 아가야를 제대로 키우겠다구.」

 

나는 레이무에게 깊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거면 됐어. 만약 내 말을 듣지 않거나 마리사를 상처 입히는 짓을 하면?」

 

「오, 오빠야에게 처분… 당하겠다구…」

 

「그래. 마리사의 좋은 아내로 있는 한 네 일생은 보장한다. 마리사에게 반하라고는 안 해. 하지만 마리사는 네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야. 그러니까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소중히 대해줘. 알겠지?」

 

「…네.」

 

윳쿠리답지 않은 침착한 대답이었다.

 

그 여자가 일부러 주워온 이유를 알겠다.

전 들윳쿠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좋고 상황 판단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연애 감정에 이성이 져버린 것은 역시 윳쿠리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생물로서의 업인가.

 

하지만 한 번의 실패를 거쳐 이 녀석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이제 뒤가 없다는 것을.

 

다음에 얕보는 태도를 취했다간 마지막, 이제 유예 따위 없다.

즉시 쓰레기통 씨에 덩크슛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면 나와 마리사에게 따르기만 하면 평생 안락하게 지낼 수 있고 아이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입장을 분별하기만 하면 윳쿠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잘 될 거야」

 

내가 자신을 납득시키듯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마리사가 가볍게 신음하며 눈을 떴다.

 

「느… 꿈…이었나… 오빠야… 마리사, 마리사의 레이무가 집에 오는 꿈을…」

 

「꿈이 아니라구!」

 

소파에 눕혀져 있던 마리사 옆에 대기하고 있던 레이무가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의 땋은 머리를 구레나룻으로 움켜쥔다.

 

「느힛!!!」

 

마리사는 레이무를 보고 다시 놀라 소리를 지르지만 이제 기절하지는 않았다.

 

당황하면서도 천천히 일어나 눈을 반짝이며 레이무를 가만히 바라보며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속삭이기 시작한다.

 

레이무가 마리사의 속삭임에 제대로 고개를 끄덕여 돌려주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잠시 두 마리만 있게 해주려고 거실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 부디, 잘 지내야 할 텐데.

 

 

 

 

 

 

 

 

 

 

 

마리사는 행복해 보였다.

 

아니, 실제로 행복하겠지. 그건 틀림없다.

 

비록 마리사와 레이무의 신혼 생활이 나에게는 다소 짜증이 쌓이는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어이, 레이무. 왜 그 소파 씨 독차지하고 있는 거야? 그건 마리사가 마음에 들어 하던…」

 

「미안해요, 오빠야. 하지만 마리사가 괜찮다고…」 레이무는 소파에 누운 채로 눈만 살짝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마, 맞다제, 오빠야. 마리사가 레이무에게 써달라고 했다제.」

 

말투가 바뀌어 버린 마리사가 나와 레이무 사이에 끼어든다. 저 어색한 말투, 들을 때마다 속이 부글거린다.

 

「하지만 말이야…」

 

「느-응, 근데 이 소파 씨, 두 마리가 쓰기엔 좀 좁다구…. 그렇다! 있지 마리사, 이 소파 씨, 하나 더 사달라고 오빠야에게 부탁해보면 어때?」

 

「어이…」

 

내가 레이무에게 무어라 말하기 전에 재빨리 마리사가 레이무를 타일렀다.

 

「레, 레이무, 그건 제멋대로인거제. 그 소파 씨는 『한정품』이라서 『비싸다』제. 그러니까 마리사는 참을 테니 레이무가 써줬으면 하는거제.」

 

「느-응,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에.」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우쭐한 듯 나를 힐끗 곁눈질로 본다.

 

내 안에서 순간 무언가가 끊어질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참는다. 내가 레이무를 향해 고함이라도 지르면 마리사가 이 세상 끝난 것 같은 얼굴을 할 테니까.

 

나는 씁쓸한 표정을 숨길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리사, 왜 네가 참는 건데.」

 

「차, 참는 게 아닌거제. 레이무가 기분 좋아 보이면 마리사는 아주 기쁜거제.」

 

「늣늣-응! 고맙다구, 마리사! 마리사는 좋은 남편 씨네! 레이무, 행복-, 이라구!」

 

「느, 느히, 그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부끄러워하는 마리사에게, 그 모습을 어딘가 여유 있는 미소로 바라보는 레이무.

 

나는 큰 한숨을 내쉰다.

 

연애에 있어서의 우위 관계는 어느 쪽이 더 상대에게 반했는가로 결정된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경우로 말하면 이제 승부조차 되지 않는다.

 

마리사는 레이무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었다.

 

레이무에게 좀 더 「와일드」한 편이 멋있다는 말을 들으면 말투를 바꾸고 머리를 일부러 부스스하게 만들고, 「카르보 씨」보다 「토마토소스 파스타 씨」가 더 좋다고 속삭이면 싫어했을 터인 토마토소스 파스타 씨를 저녁밥으로 졸라댄다.

아주 마음에 들어 하던 「윳쿠리를 망치는 소파 씨」조차 간단히 내어주는 것이다.

 

나로서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서 좀 더 마리사에게 맞춰 생활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정작 마리사가 레이무가 자유롭게 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공언하고 꺼리지 않으니, 레이무로서도 내 눈치를 다소 살피기는 하지만 당당하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셈이다.

 

「있지, 마리사아…」

 

레이무가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달콤한 목소리를 내어 마리사를 부른다.

 

내 발밑에 있던 마리사는 순식간에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듯한 기세로 레이무 곁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 모습은 마치 충실한 하인 같아서 내 표정은 더욱더 씁쓸해진다.

 

「왜 그러냐제, 레이무웃!」

 

「저기 말이야…」

 

레이무는 작은 목소리로 날아온 마리사에게 중얼중얼 속삭인다.

 

「아… 으… 알겠다제…」

 

마리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쭈뼛쭈뼛 내 앞에 온다.

 

「저기… 그… 오빠야… 오늘 밥 씨도 토마토소스 파스타 씨가 좋은거제…」

 

마리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며 우물쭈물 나를 향해 저녁밥을 리퀘스트했다.

 

내 관자놀이가 쿵 하고 맥박 치는 것이 느껴졌다.

 

뭐가 화가 나냐면, 레이무가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무가 내게 직접 졸라대거나 부탁하는 일 따위 거의 없다.

어디까지나 마리사를 통해 마리사의 소원으로서 내게 전달시키는 것이다. 교활하기 짝이 없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자신의 기분을 가라앉힌다. 마리사 앞에서 화낼 수는 없지.

 

「…알았어, 마리사. 근데 또 토마토소스냐? 오늘 밤은 까르보나라라도 괜찮지 않아?」

 

「에…」

 

까르보나라, 라는 말에 마리사는 순간 눈을 반짝인다.

하지만 곧바로 눈을 돌린 마리사의 대답은,

 

「…마리사는 토마토소스 파스타 씨가 먹고 싶은거제.」

 

였다.

 

나는 크게 숨을 내쉰다.

 

「…알았다.」

 

그런 우리들의 대화를 레이무는 히죽히죽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저 여유로운 표정이라니.

 

나는 그런 레이무를 보고 오늘이야말로 말해야 한다고 마음을 정했다. 저 버릇없는 전 아이돌에게, 이 집의 규칙을 확실히 가르쳐줘야 한다.

 

 

 

 

 

 

 

「자, 오늘의 밥」

 

나는 두 마리 앞에 접시에 담긴 까르보나라 씨를 놓아준다.

 

「느…?」

「에…?」

 

두 마리는 멍하니 접시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레이무가 구레나룻으로 입을 가리며 큭큭 웃는다.

 

「알았다아! 오빠야, 실수했구나.」

 

「아니, 실수 안 했어.」

 

나는 내 접시에도 까르보나라 씨를 듬뿍 담았다.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만 오늘은 내가 까르보나라를 먹고 싶어졌어. 뭐, 불만 있냐?」

 

그렇게 말하며 나는 레이무를 쏘아붙인다.

 

레이무는 순간 지독히 증오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붙인 듯한 미소를 띠었다.

 

「…아니, 불만 같은 거 없다구웃! 오빠야가 준비해준 거니까!」

 

「오, 오빠야의 카르보 씨는 정마알 맛있는거제! 그러니까 레이무도 잔뜩 먹으면 좋은거제! 오빠야, 오늘도 밥 씨를 고마운거제!」

 

마리사가 나와 레이무 사이를 수습하려는 듯 황급히 입을 연다.

 

…흥.

 

뭐, 시시한 괴롭힘이지만 아주 조금은 속이 시원했다. 정말 한심한 이야기지만.

 

나와 두 마리는 말없이 식사를 마친다.

 

「…자.」

 

나는 부엌을 다 치우고 나서 편히 쉬고 있는 두 마리 앞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뭐, 뭐야, 오빠야…?」

 

내 표정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마리사의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너희들에게 물어볼 게 있어.」

 

「…에, 뭐야…?」

「…?」

 

두 마리는 뭘까, 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나는 잠깐 뜸을 들이고 묻는다.

 

「너희들, 언제 아이 만들 거야?」

 

내 질문에 마리사와 레이무는 동시에 눈을 내리깔았다.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나도 이런 거 묻고 싶은 게 아니다.

 

하지만 레이무가 온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도 마리사와 레이무 사이에는 「아가야」의 기색이 없었다.

윳쿠리가 짝이 되면, 아니 윳쿠리가 아니더라도 반려를 가지면 하는 일은 하나일 텐데도 말이다.

 

나는 재촉할 생각 따위 딱히 없었다.

며칠 함께 지내며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두 마리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오로지 레이무는 게으르게 지내고 마리사는 헌신적으로 레이무에게 봉사하기를 계속할 뿐…

 

이것은 부부로서 이상하지는 않은 걸까.

 

말하기는 뭐 하지만 나는 딱히 이 레이무에게 사치를 부리게 하려고 이 녀석을 데려온 게 아니다.

 

「느느느… 오빠야… 그, 부부 사이의 델리케이트! 한 일이니까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구… 레이무, 부끄럽다구…」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이무였다.

구레나룻으로 얼굴을 누르며 꿈틀꿈틀 몸을 움직인다.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어필이겠지.

 

「시끄러워. 뭐가 델리케이트냐.」

 

내 목소리에 레이무는 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통하지 않는다고 알았던 것이리라.

 

「저, 저기, 오빠야… 그, 마리사도 레이무도 아직 그, 서로를 잘 몰라서…」

 

이번에는 마리사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언제면 서로를 알 수 있는 건데. 24시간 내내 같이 있는 주제에.」

 

마리사도 레이무도 놀란 듯 나를 보았다. 내가 마리사에게 이렇게 차가운 말투로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마리사에게 무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나는 마리사에 관해서도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아무리 레이무가 좋다고 해도 좀 너무 응석받이로 만들고 있다.

 

「…저기 말이야, 나는 말이야. 레이무를 마리사의 아내로서 데려온 셈이야. 그건 잘 알고 있겠지?」

 

「모, 물론…」 마리사가 작게 대답했다.

 

「그래, 레이무는 마리사의 아내고…」 레이무도 덧붙였다.

 

「하지만 말이야, 나는 전혀 너희들이 부부로는 안 보이는데. …어때? 너희들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해나가려는 생각은 있는 거야? …특히, 레이무.」

 

이름을 불리자 레이무의 몸이 움찔하고 뛰었다.

 

「너 말이야, 마리사의 좋은 아내가 되겠다고 했지? 마리사와의 아이를 제대로 키우겠다고 했지? 지금 네 태도를 보면 도저히 그런 느낌으로는 안 보여, 나에게는. 어이, 진짜 의미로 제대로 마리사의 아내가 될 생각은 있는 거야?」

 

「아, 아, …레이무는…」 레이무의 목소리가 떨렸다.

 

「…혹시 마리사랑 아이 만들 생각은 없는 거냐?」

 

레이무는 내 말을 듣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아니얏… 아니야앗…!!! 레이무, 레이무는앗!!!」

 

「레, 레이무웃!!」

 

마리사가 황급히 레이무를 끌어안는다.

 

「오, 오빠야, 마리사가 잘못한 거야! 마리사가 레이무에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까…」

 

「아니야, 마리사는 잘못 없어엇!!」

 

레이무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든다.

 

「레이무, 오빠야네 집에 오게 된 것도, 마리사의 아내가 되는 것도 갑작스러웠으니까… 그래서 아직 엄마가 될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래서 마리사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 거야! 그러니까 레이무 탓이야!」

 

「레이무, 그렇지 않아! 마리사가 좀 더 제대로 했다면 레이무도 엄마가 되려고 생각했을 텐데엣! 제대로 하지 못한 마리사가 잘못한 거야앗!」

 

「마리사아……」

 

두 마리는 서로를 감싸며 끌어안고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광경이겠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조금도 감명을 받지 않았다.

 

요는 레이무는 아직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다, 좀 더 뒹굴거리고 싶다, 는 것이다.

 

「…그래서? 즉, 너희들은 아이 만들 생각은 없다는 거냐?」

 

내 말에 레이무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눈을 내리깐다.

 

하지만 마리사 쪽은 나를 올려다보며 눈물이 고인 눈을 똑바로 향했다.

 

「마, 마리사는 아가야 갖고 싶어욧!! 레이무와, 레이무와 마리사의 아가야를 키우고 싶어욧!!」

 

호오,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이만큼 확실하게 자신의 소원을 입 밖에 낼 수 있다니 성장했구나.

 

나는 내심 감탄했지만 다음에 이어진 말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무가 마리사와 같은 마음이 될 때까지는… 그, 무리하게는…」

 

다른 것이 없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레이무 좋을 대로 하게 해달라는 것이 마리사의 변명인 것이다.

 

하지만 나도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여기를 레이무 생각대로 하게 해버리면 애초에 레이무를 데려온 이유가 무너져 버린다.

 

「저기 말이야, 마리사…」

 

「…오빠야에게 부탁이 있습니다앗!!」

 

내가 마리사에게 설교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레이무가 큰 소리를 질러 나와 마리사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제 레이무는 울고 있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본 적 없는 듯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다.

 

나와 마리사는 무심코 얼굴을 마주 본다.

 

「…뭐야? 말해봐.」

 

레이무가 직접 무언가를 내게 요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뭔가 터무니없는 소원이라면 그때는…

 

내 표정이 바뀐 것을 알았던 것인지 마리사가 꿀꺽 침을 삼킨다.

 

하지만 레이무가 「부탁」하는 것을 말리려고는 하지 않았다.

마리사도 레이무의 부탁 내용에 흥미가 있는 것이다.

 

레이무는 아까의 마리사와 마찬가지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레이무는, 레이무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구욧!!!」

 

「「하아?!」」

 

의외의 요구에 나와 마리사가 얼빠진 소리를 낸다.

 

「너… 뭐야? 결혼식이라니…?」

 

「오빠야, 결혼식 모르는 거야? 결혼식이라는 건 말이야…」

 

「바보, 결혼식이 뭔지는 알아! 그게 아니라…」

 

「오빠야, 결혼식이 뭐야아?!」

 

「마리사, 그건 나중에. 에, 왜 결혼식이라고 너…」

 

「레이무, 결혼식을 계속 동경했었다구.」

 

레이무는 이야기한다.

 

아직 공원의 무리에서 살던 어릴 적, 레이무는 무리의 대장의 딸과 무리 최고의 사냥꾼과의 결혼식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아주 평범한 공원의 무리였기에 뭔가 특별한 것이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장 앞에서 맹세의 말을 하고 부부가 될 것을 선언하며 무리 모두의 축복을 받은 두 마리는 아주 빛나 보였다고 한다.

 

「…호, 호오… 들윳쿠리도 그런 짓 하는 녀석들도 있는 건가…」

 

레이무는 내게 응응 고개를 끄덕인다.

 

뭐, 모든 들윳쿠리가 그런 짓을 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적어도 레이무 출신의 무리는 제법 문화라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레이무의 현명함의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레이무, 오빠야가 오기 전까지 오빠야 마리사의 아내가 된다니 상상도 못 했다구…. 이대로 죽어버리는 걸까, 라고밖에 생각 안 했고… 오빠야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집에 오거나 이 마리사가 남편 씨라고 들어도 마치 꿈속 일 같아서…」

 

「…흐음.」

 

연애 소동으로 해고, 그리고 처분될 뻔했던 것을 애완 윳쿠리로. …뭐, 거의 자업자득이라고는 해도 확실히 레이무에게는 격동의 며칠이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조금은 안다. 아는 것이지만…

 

「그러니까! 결혼식을 해주면 분명 레이무는 마리사의 진짜 아내! 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그러니까 결혼식을 해달라는 건 어떨까 싶다.

 

「으-음…」

 

「오빠야앗!!!」

 

신음할 수밖에 없는 내 앞에서 마리사가 기시감 있는 점핑 도게자를 선보인다.

 

「부탁드려욧! 겨론시글 하게 해주세욧! 마리사, 결혼식, 이란 거 잘 모르겠지만… 그걸로 레이무가 마리사의 진짜 아내가 되어준다면앗!!!」

 

으므므므므므므므므.

 

나는 마리사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오로지 신음 소리를 낸다.

 

하지만 생각하는 사이에 레이무의 엉뚱한 소원은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레이무에게는 확실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결혼식을 함으로써 마음에 매듭이 지어지고 마리사와 가족을 낳을 마음이 들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어차피 윳쿠리 결혼식 따위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알았다. 그럼 결혼식 할까.」

 

내 말에 마리사와 레이무의 표정이 파앗 하고 빛난다.

 

「고마워-, 오빠야!」

 

「잘됐다제, 레이무!!!」

 

「…그래서, 그럼 지금부터 할까? 내가 신부 역…이겠지. 자, 거기 서라. 에-또, 마리사. 그대는…」

 

결혼식 따위를 얼른 끝내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신부의 대사를 늘어놓으려고 하자 레이무가 당황한 듯 구레나룻을 붕붕 흔들었다.

 

「트, 틀리다구우, 오빠야! 지금 당장이 아니라구우!」

 

「에… 지금 당장이 아니라니…. 그럼 언제 하는 건데. 준비 같은 거 필요 없고 초대 손님 같은 거 없잖아.」

 

「느-응… 시간은 언제라도 좋지만오오.」

 

레이무가 머뭇거리며 말한다.

 

「레이무, 레이무가 태어난 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구웃!!!」

 

「하아?!」

 

나는 또다시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느긋느-응! 날씨 좋아서 다행이라구웃!」

 

레이무가 기분 좋게 공원 안 길을 뛰어간다.

 

익숙한 장소라는 듯 점점 공원 안쪽으로 향하는 레이무. 그 뒤를 따르던 마리사가 당황한 기색으로 레이무에게 말을 걸었다.

 

「레, 레이무… 어디까지 가는거제? 너무 그,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고 싶은거제…」

 

「저쪽 잔디 광장까지 가자구! 레이무, 잔디 위에서 결혼식 하고 싶다구웃!」

 

「우엣…」

 

레이무의 대답에 마리사가 신음 소리를 내며 나를 돌아본다. 눈으로 내게 레이무를 말려달라고 호소해 온다.

 

하지만 나는 말없이 마리사에게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여기까지 하게 된 이상 어중간하게 하지 않고 좋을 대로 하게 하는 편이 낫겠지. 그리고 이것은 마리사가 바란 것이기도 했다.

 

내가 고개를 가로젓는 것을 보고 마리사는 한숨을 쉬더니 그 후로는 말없이 레이무 뒤를 따라 뛰어간다.

 

레이무가 태어났다는 공원은 예의 그 여자에게 가르쳐 받았다. 방송 제작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잔디 광장 같은 것이 있는 제법 큰 공원이다.

 

평일이라고는 해도 날씨가 좋다는 것은 잔디가 있는 공원에는 아이 동반이나 개 산책이나 혹은 애완 윳쿠리를 놀게 하러 오거나 하는 등 인파도 많은 법이고….

 

슬프게도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틀림없었다.

 

「있지, 엄마, 저 윳쿠리, 드레스 입고 있어!」

 

「어머, 정말이네에. 결혼식이라도 하는 걸까.」

 

아뇨, 실은 정말로 그렇습니다만.

 

스쳐 지나간 부모 자식의 대화에 나는 마음속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대답한다.

 

그야말로 나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레이무와 마리사에게는 각각 턱시도와 드레스를 본뜬 순백의 포대기를 입혀두었다.

 

마리사를 샀던 윳쿠리 숍의 점장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그 후 윳쿠리용 화장실 시트 씨를 사러 갔을 때 무심코 잡담 삼아 「우리 집 윳쿠리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말해서요…」 같은 푸념을 했더니 재미있어한 점장이 창고 안의 팔다 남은 것에서 꺼내 온 것이다. 원래 할로윈용이었던 듯 만들기는 적당하지만 언뜻 보면 그럴싸하게 보이는 물건이다.

 

마리사 쪽은 부끄러운 듯 포대기를 입기를 꺼렸지만 정작 레이무 쪽이 몹시 마음에 들어 해버렸기 때문에 결국 두 마리 다 입게 된 것이다.

 

「여기가 좋다구웃!」

 

「우하…」

「우엣…」

 

나와 마리사는 동시에 신음 소리를 냈다.

 

레이무가 고른 장소는 그야말로 공원 중심의 잔디 광장 한가운데로 가장 사람이 많은 아주 눈에 띄는 장소였다. 될 대로 되라고 내던져두었던 나라도 조금 기가 질릴 정도다.

 

이미 주위의 애완 윳쿠리나 부모 자식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이쪽을 힐끗힐끗 엿보고 있다.

 

「자, 빨릿!」

 

주위의 시선에 위축되어 버린 나와 마리사와는 대조적으로 레이무 쪽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과연 전 아이돌, 눈에 띄는 것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리라.

 

「으… 마리사, 얼른 끝내자.」

 

「아, 알겠다제.」

 

우선 처음에 두 마리를 나란히 세워 사진을 찍었다. 이것은 의상을 선물해 준 윳쿠리 숍 점장에게 부탁받았던 것이다.

 

레이무는 활짝 웃는 얼굴, 마리사는 기쁜 듯하면서도 어딘가 경련하고 있는 제법 맛깔스러운 사진이 찍혔다.

 

「좋아, 그럼 시작한다.」

 

자, 드디어 결혼식이다.

 

나는 나란히 선 두 마리 앞에 선다.

 

이미 주위에 적다고는 해도 구경꾼이 생기기 시작한 것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으리라.

 

「에-. 마리사. 그대는 이 레이무를 아내로 삼고 남편이 될 것을 맹세합니까?」

 

여러 가지 건너뛰고 갑자기 맹세의 말부터 간다. 뭐 문제는 없겠지.

 

「메, 맹세한다제엣!!!」

 

긴장으로 포대기를 축축하게 적신 마리사가 큰 소리로 외친다.

 

좋아 좋아. 나는 마리사에게 확실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다음. 레이무, 그대는… 어이, 레이무?」

 

나는 레이무에게도 맹세의 말을 시키려다 거기서 이변을 눈치챘다. 동시에 마리사도 눈치챈다.

 

「뭐, 뭐야제, 레이무. 배라도 아파진 거냐제?」

 

마리사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아까까지의 명랑한 표정에서 일변하여 레이무는 험악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눈물마저 촉촉하게 떠올리고 있다.

 

「야, 어떻게 된 거냐고…」

 

그렇게 말하며 내가 레이무의 얼굴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레이무ーーーーーー웃! 레이무우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윳쿠리의 외침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 외침 소리를 들은 순간, 레이무가 표정을 빛낸다.

 

「마리사?! 마리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레이무도 큰 소리로 외친다.

 

에… 뭐야 이거…

 

나와 마리사가 굳는다.

 

레이무가 부른 「마리사」는 명백히 나의 마리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즉, 이것은…

 

「레이무우-웃!!! 안 되는거제, 결혼하면 안 되는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

 

목소리의 주인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온 한 마리의 더러운 들윳쿠리였다.

 

그 모습을 포착한 순간, 레이무는 나와 마리사 곁을 떠나 그 들윳쿠리 곁으로 엄청난 스피드로 뛰어간다.

 

「마리사아아아아아! 와주었구나, 마리사아아아아! 레이무, 믿고 있었다구우우우우우우우!!!」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우우우우우우!!! 안 되는거제, 마리사 이외의 마리사랑 결혼하면 안 되는거제에에에에에! 레이무는 마리사랑 결혼! 하는거제에에에에에!」

 

「응읏…! 응읏…!」

 

「마, 마리사는 애완 윳쿠리처럼 여러 가지는 줄 수 없는거제. 하지만, 하지만…」

 

「괜찮아…! 괜찮다구웃! 밥 씨도 침대 씨도… 마리사가 있으면 레이무는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다구웃!」

 

「레이무…!」

 

「마리사…!」

 

그곳은 완전히 나와 마리사가 없는 두 마리의 세계였다.

 

내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레이무의 태어난 공원. 공원 로케에서 좋은 분위기가 된 윳쿠리. 장소도 가깝고, 즉 여기는 그 로케가 행해진 공원이고…. 그리고 일부러 눈에 띄는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한 이유란….

 

즉 저 들윳쿠리는 레이무의…

 

...

 

…잠깐만, 어이…

 

마리사보다 먼저 경직이 풀린 내가 한 걸음, 두 마리 쪽으로 내딛는다.

 

그 기척을 눈치챘는지 레이무가 이쪽으로 홱 돌아보았다.

 

「…오빠야, 마리사, 미안해!

레이무, 역시 자기 마음에 거짓말은 못 하겠다구!

이것은 진실한 사랑! 이라구!

레이무, 애완 윳쿠리 그만두겠다구!」

 

너무나도 제멋대로인 말투였다.

 

내 머리가 분노로 들끓을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다른 존재를 괴롭히고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물론 각오는 되어 있겠지?」

 

「느힛!」

 

레이무가 내 살기를 눈치채고 들윳쿠리 마리사 등 뒤로 숨는다. 들윳쿠리 마리사도 명백히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레이무를 감싸는 자세를 취했다.

 

「…큭… 주, 죽더라도 마리사와 레이무의 진실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거제!

끄, 끄윽, 똥인간 따위에게 이 진실한 사랑!은 빼앗을 수 없는거제!」

 

「마리사아…! 멋있다구우…!」 레이무가 그 뒤에서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좋아. 죽인다.

 

남의 시선이 있든 없든 관계 있나.

이 녀석들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두 마리를 질퍽하게 으깨 죽여버리려고 내딛은 내 다리에 무언가가 휘감겼다.

 

나의 마리사였다.

 

「어, 어이, 마리사?!」

 

「오빠야…! 안 돼, 죽이지 마…!」

 

「뭐, 뭔 소리 하는 거야, 마리사! 이 녀석들이 나를, 아니, 너를 얼마나 바보 취급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너, 이용당한 거라고?!」

 

「알고 있어…! 알고 있다구우…! 하지만!」

 

마리사가 눈물로 범벅이 되면서도 내 다리에 계속 매달린다.

 

「하지만, 그래도, 마리사, 레이무가 살아있어 줬으면 좋겠다구우…!」

 

레이무가 살아있어만 준다면.

레이무가, 레이무가, 레이무가.

 

그것은 언제나 쭉 변함없었던 나의 마리사의 소원이었다.

 

내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오빠야아… 만약, 레이무를 죽인다면… 대신에, 마리사의 거슬…」

 

「…알았다. 이제 됐어, 마리사. 이제 괜찮아.」

 

나는 흐느껴 우는 마리사를 안아 올린다.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두 마리를 쏘아붙였다.

 

「…가라.」

 

들마리사와 레이무의 표정이 밝아진다.

 

「에, 에… 괜찮은거제…?」

 

「아… 아… 오빠야, 마리사, 고마워어어어엇!」

 

「…됐으니까 빨리 가!!!」

 

내 고함에 두 마리는 순간 움찔 떨더니 구레나룻과 땋은 머리를 연결하고 우리들에게 등을 돌려 잔디밭 끝의 수풀 쪽으로 뛰어간다.

 

수풀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레이무는 우리들 쪽으로 잠깐 돌아보았다.

 

…그 표정은 승리감에 차 있었다.

 

물론 레이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짓을 하더라도, 나의 마리사가 레이무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저 게스 자식이…」

 

나는 분노에 떨면서 중얼거린다. 물론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저것들을 그냥 둘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미아내애… 오빠야아, 미아내애… 마리사, 바보라서, 정마알 미아내애…」

 

내게 안긴 마리사는 계속 울면서 사과하고 있었다.

가장, 누구보다 상처 입은 것은 마리사인데도,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은 마리사가 오로지 사과를 계속하고 있었다.

 

「흑끅… 오빠야가, 마리사의 행복을 위해서, 여러 가지 해줬는데, 마리사는, 마리사가, 그걸 망쳐버려서… 미아내애. 미아내애. 미아내애애애애애」

 

「…마리사. 너는 전혀 잘못 없어. 사과하지 마.」

 

나는 마리사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어 준다. 작은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자, 돌아가자. 맛있는 거 잔뜩 먹고, 그 소파 씨에서 느긋하게 자는 거야. 그리고 잊어버려.」

 

나는 마리사를 안은 채 그 자리를 떠난다.

 

내 등에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주위의 호기심과 연민의 시선이 아플 정도로 꽂혀 있었다.

 

 

 

 

 

 

 

그날 밤, 마리사는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 펫 숍에서 집에 왔던 날 밤처럼 어딘가 겁먹고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전력으로 존재를 부정당한 것이 마리사를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오빠야… 미안해…」

 

오랜만에 내 침대에 파고든 마리사는 겨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서도 아직 사과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제 사과하지 말라니까. 슬슬 화낼 거다.」

 

「하지만…」

 

「저기 말이야, 마리사. 레이무는 물론이고 이번 일은 내가 잘못한 거야. 너를 상처 입히는 꼴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나야.」

 

「트, 틀리다구! 오빠야는 잘못 없어! 오, 오빠야는 언제나 마리사를 생각해서…」

 

거기까지 말하고 무언가 생각난 듯 마리사는 한숨을 쉰다.

 

「…오빠야… 미안해… 분명 레이무에게는 돈 씨, 잔뜩 썼겠지…」

 

「그것도 괜찮아.」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확실히 싸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 레이무의 주인이었던 그 여자는 의외로 악착같지도 않았고 그다지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뭐, 가격 책정이 너무 높아서 팔리지 않으면 본전도 못 찾으니 그 부분은 충분히 계산하고 있었겠지만.

 

「저기 말이야, 전부 내가 좋아서 한 일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네가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전부 반대로 되어버렸어…」

 

「오빠야…」

 

침실의 무드등 희미한 불빛 속에서 마리사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알았다.

 

「있잖아, 마리사, 행복하다구. 오빠야의 애완 윳쿠리라서 정마알 행복하다구. …고마워-」

 

겨우 「미안해」가 「고마워」로 바뀌었다.

 

나는 마리사의 배를 이불 위에서 퐁퐁, 하고 상냥하게 두드려 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같으면 벌써 자고 있을 시간이다.

 

나는 마리사의 자는 얼굴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이 깊이 든 것을 확인하고 살며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곤란한데.

 

나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생각한다.

 

몇 년 전까지 이런 것을 기꺼이 피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는 불을 붙인 지 얼마 안 된 담배를 입에서 뗀다.

 

그리고 담배 연기가 나무뿌리에 뻥 뚫린 구멍 안으로 들어가도록 위치를 조절하며 땅에 놓았다.

 

구멍 안은 무반응.

 

흠.

 

…연기는 위로 가는 법이고, 역시 한 개비로는 부족한가.

 

나는 손에 남은 담배에 차례차례 불을 붙여 역시 구멍 앞에 늘어놓았다. 다소 아깝지만 어차피 앞으로 필 일은 없을 것이다.

 

구멍 입구가 담배 연기로 새하얗게 되었을 때, 겨우 구멍 안이 시끄러워졌다.

 

「…꾸려어어어어어어어어!!! 뭐얏?! 뭐야아아아아아?」

 

「뭐냐제 이건! 구려! 엄청 꾸려!!!」

 

외침 소리와 함께 구멍 안에서 윳쿠리가 기침하며 두 마리 튀어나왔다.

 

그것은 물론 들윳쿠리 마리사와 전 아이돌 레이무다.

 

「여어, 레이무, 오랜만! 몇 시간 만이네!」

 

나는 튀어나온 두 마리를 손전등으로 비추며 레이무에게 명랑하게 인사한다. 그동안 담뱃불을 장화 밑창으로 비벼 끄는 것도 잊지 않는다.

 

「느…?! 오빠야?! 어째서 여기에…」

 

「끄, 끄윽, 똥인간?! 레이무, 이건 대체…」

 

「이야, 몇 시간 지나니 제법 모습도 변했구나. 아주 한창이시네, 어이.」

 

놀라움과 증오를 품고 나를 올려다보는 레이무. 그 이마에는 줄기가 쑥 자라 작은 열매 윳쿠리가 세 개 열려 있다.

 

즉 우리들에게서 도망친 후 두 마리만 되자마자 포대기를 벗어 던지고 지체 없이 교미를 했다는 것이다. 이야아.

 

「뭐, 뭐얏… 여긴 어떻게 안 거야앗…」

 

「응?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떨면서 질문하는 레이무를 나는 적당히 흘려넘긴다.

 

최근 애완 윳쿠리에게는 GPS를 부착하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다. 배지 소지자라면 대부분의 윳쿠리가 배지 뒤에 작은 발신 장치를 장착하고 있을 것이다.

 

이 레이무는 배지가 없었지만 상품 관리 문제로 그 방송 프로듀서 여자는 레이무의 장식 씨에 GPS를 제대로 부착해 두었던 것이다. 레이무 자신은 몰랐던 모양이지만.

 

그리고 설령 GPS가 없었더라도 이 녀석들이 공원 안에 둥지를 트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수고가 줄었을 뿐, 찾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뭐… 무슨 용건이야앗… 레이무, 이제 오빠야네 집에 돌아갈 생각 없다구… 그 마리사의 아내 따위 안 된다구!」

 

레이무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향해 이마를 내밀어 보인다.

 

「봐앗!!! 레이무, 이제 엄마가 되었다구웃!! 그러니까 이제 그 마리사의 아내 따위 될 수 없으니까앗!」

 

「…흐응. 이번에는 제법 아이 만들기가 빠른 거 아니야? 내 마리사 때는 전혀…」

 

「당연하잖아아아아아!!! 왜 그 기분 나쁜 마리사랑 아가야 따위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아아?! 아가야까지 기분 나빠지잖아아아아아?!」

 

레이무가 이마에 푸른 힘줄을 띄우고 고함친다.

 

…흥. 역시 처음부터 내 마리사랑 아이 만들 생각은 없었다는 건가.

 

「…그럼 왜 나랑 약속했지?」

 

「어쩔 수 없잖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안 하면 레이무는 죽었을 테니까앗!!! 살기 위해서 그 기분 나쁜 마리사랑 같이 살아야 했던 레이무의 기분을 알아?! 레이무, 아주 힘들었다니까아!!! 오빠야는 제대로 이해하라구!!!」

 

「힘들었다, 라. 제법 편하게 지낸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니까, 그건…!」

 

「뭐, 그건 이제 됐어.」

 

말과 함께 나는 가볍게 발길질을 날린다.

장화 끝이 레이무의 얼굴에 깨끗하게 파고들었다.

 

「우보아아아아아아아앗!!?!!」

 

가볍게 찼다고 생각했는데 레이무는 가뿐하게 날아가 근처 나무에 격돌한다.

 

「아얏!!! 주로 전신이 아야야야야야야!!!」

 

「레이무우우우우우!!!」

 

레이무 곁으로 멍하니 우리들의 대화를 바라보던 들 마리사가 달려간다.

 

「으그읏… 아파아아아아!!!」

 

「레, 레이무! 큰일인거제! 레이무와 마리사의 아가야가아아아아!!!」

 

「…?!?!?」

 

두 마리는 이마의 열매 윳쿠리가 하나 줄어든 것을 깨닫고 안색을 바꿨다.

내 발길질이 히트했을 때 충격으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주변은 어둠이라 찾는 것도 여의치 않고, 또 찾아낸다 한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명백했다.

 

「으… 아… 아가야… 왜… 어째서…」

 

「으그읏… 심해, 너무 심한거제…」

 

「심하다고? 심하다는 건 네가 내 마리사에게 한 짓이겠지.」

 

「느그읏?! 레이무, 아무것도… 아무것도…」

 

「철두철미 마리사의 마음을 이용해놓고. 마리사가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 알고 있는 거냐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전등을 땅에 내려놓고 레이무의 구레나룻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들어 올린다.

 

「으갸앗!!! 아, 아야야야야! 아야야야야야야! 노아조오오오오오오오!」

 

「레이무웃! 똥인간! 레이무를 놓아주는거제!」

 

「오- 오-. 기세 좋네.」

 

나는 비어 있는 다른 손으로 라이터 씨를 주머니에서 꺼내 불을 붙였다.

 

「너는 머리 좋았지. 하지만 현명하다는 것과는 좀 달랐으려나. 인간까지 이용하려 하다니, 좀 위기감이 너무 없었던 거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라이터 불을 남은 열매 윳쿠리에게 가까이 가져간다.

 

「으… 아… 노아조! 노아조! 아가야에게는 손대지 마아아아아!」

 

「그만둬! 그만두는거제에에에에!」

 

「…아니, 너희들도 말이야, 그걸로 모든 게 끝,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나와 마리사를 그렇게 바보 취급해놓고. 그만한 대가는 받아야지.」

 

나는 두 마리의 울부짖는 소리를 BGM 삼아 열매 윳쿠리를 노릇노릇 구워나간다.

작아서 금방 불이 통했고 두 개의 열매 윳쿠리는 순식간에 새까맣게 탄 숯덩이가 되었다.

 

털썩, 하고 땅에 떨어진 열매 윳쿠리의 잔해 두 개를 보고 두 마리는 더욱더 울부짖는다.

 

「으갸아아아아! 심해애애애!!! 심하다구우우우우우! 레이무와 마리사의 첫번째 아가야여써는데에에에에에에에에!!! 저엉마알 느긋해써는데에에에에!」

 

「느아아아아아아! 아가얏! 아가야아아아아! 왜엣…! 왜 이런 짓 하는거제에에에에에에!!!」

 

「왜 그런지는 네 레이무에게 물어봐라. 아, 근데 이제 못 묻겠네.」

 

「느에…?!」

 

나는 들 마리사를 향해 발을 들어 올린다. 들 마리사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내가 신은 장화 밑창이었다.

 

뿌직, 하고 안의 중추 팥소를 으깬 감촉이 장화를 통해 전해진다.

 

결코 기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감각에 나는 부르르 떨었다.

 

「우헤에… 기분 나빠앗…!」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 마리사, 마리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금 너무 싱겁게 죽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들 마리사에게는 나는 그다지 악감정은 없었다.

이 녀석도 어떤 의미로는 휘말렸을 뿐이다.

괴롭히지 않은 것은 상냥함이라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앗! 마리사앗! 마리사!」

 

「시끄럽다고. 자고 있는 다른 윳쿠리 여러분의 잠을 방해하잖아.」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여기서 사는 윳쿠리들은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윳쿠리도 둥지에서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으윽… 어째서… 이런 짓을!!!」

 

아직 한쪽 구레나룻을 잡힌 채 허공에 매달린 레이무는 뚝뚝 눈물을 계속 흘렸다. 발버둥 치는 통에 머리카락이 몇 올 뽑히는 것 같았지만, 아픔보다는 공포가 더 큰 듯했다.

 

「…글쎄. 왜일까?」

 

내 말에 레이무가 홱 하고 나를 쏘아보며 대답한다.

 

「레, 레이무가 귀여우니까 그런 거잖아앗!!」

 

「…하아?」

 

의외의 대답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인가?

 

「레, 레이무가 귀여우니까… 귀여우니까 아이돌!도 될 수 있었고, 그 기분 나쁜 마리사에게도 사랑받아 버렸고… 하지마앗! 레이무가 귀여운 건 레이무가 타고난 거고, 레이무에게 죄는 없다구우우우! 레이무가! 레이무가 귀여운 게 잘못이라는 거야아아아?!」

 

「…아, 흥. 그런 생각이란 거네.」

 

무심코 기가 막힌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지. 실제로 나의 마리사는 어디가 좋았는지 이 녀석에게 열중했었으니까.

 

「으윽… 오빠야… 이제 레이무는 포기해줘엇… 저 마리사의 아내가 될 바에는 레이무…」

 

「죽는 편이 낫다, 인가?」

 

내 말에 레이무가 움찔하고 반응했다. 눈물은 그치고 질질 이상한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응읏… 아니,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안심해, 이제 절대로 너를 마리사의 아내로 삼으려 생각 안 해.」

 

「느힛…?! 그럼 왜 여기에 온 거야…?」

 

레이무의 땀이 더욱 끈적하게 양을 늘려간다.

 

「…오, 오빠야, 설마 레이무를 죽이는 거야?」

 

이것 또한 놀랐다.

여기까지 이르러서야 레이무는 내가 단지 자신을 되찾으러 왔을 뿐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인가.

 

「…글쎄. 어떻게 생각해?」

 

「…마, 마리사는앗!」

 

레이무가 큰 소리를 낸다.

 

「오빠야 마리사는앗!!! 레이무가 죽으면 슬퍼할 거라구우우웃! 그러니까 레이무를 죽이면 안 된다구우우우우!!!」

 

곧바로 레이무는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왔다.

이것이 있는 한 자신은 절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카드.

 

하지만 나는 그 카드를 간단히 잘라버린다.

 

「아아, 그렇지. 슬퍼하겠지. 만약 내 마리사가 그걸 안다면, 말이야.」

 

「아…」

 

레이무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여기서 내가 레이무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처 입히든, 죽이든, 그것은 내가 말하지 않는 한 내 마리사가 알 방법 따위 없는 것이다.

 

「느기이잇…! 그럴 수가…! 그럴 수가 그럴 수가 그럴 수가…! 싫어엇! 레이무 싫어어어어어! 주꼬 십지 아나앗! 주꼬 십지 아나아아아!」

 

이제 와서 버둥버둥 레이무는 날뛰기 시작한다.

 

겨우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되게씁니다앗…! 아내가 되게씁니다아아! 이번에야마알로! 마리사의 조은 아내가 되게씁니다아아! 그니까아아아아아아아!!!」

 

「말했잖아, 너를 마리사의 아내로 삼는 일 따위 두 번 다시 절대로 없어.」

 

「느히이이이이잇?!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오오오!」

 

「안심해, 죽이지 않아.」

 

「에…」

 

레이무가 날뛰는 것을 멈췄다.

 

「정말…이야?!」

 

「아아. 나는 마리사에게는 무르거든. 그래서 마리사의 소원은 가능한 한 들어주려고 생각하고 있어. 마리사의 소원은 네가 살아있는 것. 그러니까 너는 죽이지 않아. 살려준다. 죽게 두지 않아. …적어도 내 마리사가 죽는 그때까지는.」

 

그렇게 말하고 나는 레이무에게 생긋 미소 지어 보인다.

 

레이무는 내 미소에 무언가 느꼈는지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공포를 그 눈동자에 띄웠다. 마치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지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니터는 오빠야의 거실 일부를 비추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행복해 보이는 윳쿠리 일가가 식사 시간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유와아! 오늘 밥 씨도 카르보 씨인거제-! 해냈다제-!」

 

눈앞의 작은 접시에 담긴 까르보나라 씨를 보고, 아기 윳쿠리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

 

「느긋하게 잔뜩 먹으렴, 아가야.」

 

오빠야의 마리사가 자신과 꼭 닮은 딸, '마리쨔’에게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먹기 전에 언니야에게 감사를 표하자꾸나.」

 

「느긋느-응, 맞아! 밥 씨를 받으면 제대로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마리사에 이어 그렇게 말한 것은 마리사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마리사의 아내 레이무였다. 은 배지의 윳쿠리였지만, 마리사를 골라주었던 윳쿠리 숍 점장이 엄선해 준 만큼, 마음씨 곱고 아주 상냥한 레이무였다. 이 레이무는 사정을 전부 이해한 뒤 상심한 마리사를 지탱해주었고, 듬뿍 사랑을 마리사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 사랑에 마리사도 응했고… 지금 와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마리사의 좋은 아내이다.

 

마리쨔는 부모를 향해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큰 소리로 감사를 표한다.

 

「언니야! 카르보 씨, 고마운거제엣!!」

 

「네에네에-. 잔뜩 먹으렴-!」

 

화면 밖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답한다.

 

「…오빠야의 까르보나라보다는 맛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뭐 참아줘.」

 

「늣…?!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언니야의 카르보 씨도 아주 맛있다구웃!」

 

여성의 말에 마리사가 황급히 거들어준다. 그 도움에 여성… 여러 일이 있어 오빠야의 집에 드나들거나 때로는 묵어가게 된 예의 윳쿠리 숍 점장이 웃음소리로 답했다.

 

「아하하… 고맙구나. 하지만 마리사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오빠야의 까르보나라잖아?」

 

「늣…! 그건…!」

 

말문이 막힌 마리사의 표정이 재미있었던 모양인지 밝은 여러 웃음소리가 모니터에서 울려 퍼진다.

 

「…기쁘지 않은가, 어이.」

 

오빠야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무심코 씨익 웃으며… '레이무’에게 말을 건다.

 

오빠야의 작업실에는 물건이 몇 개 늘어나 있었다.

 

오빠야는 작업용 모니터 외에 거실을 체크하기 위한 작은 모니터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 모니터 앞에는 큰 투명한 상자가 놓여 있다. 투명한 상자 안에는 이제 양쪽 눈 이외의 소유물을 일절 가지지 않은 '레이무’가 들어 있는 것이다.

 

레이무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꿈틀, 하고 움직였다. 그 양쪽 눈에서는 변함없이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오빠야에게는 그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것인가, 죽은 짝과 아이를 그리워하는 것인가, 이전에는 자신이 손에 넣었어야 할 것을 보고 무언가 느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오빠야의 마리사의 아내는 역시 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한 번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레이무에게는 이미 혀가 없고 입도 꿰매버렸으므로 이제 그것도 불가능하다.

 

뭐, 이 레이무가 입을 열어봤자 불쾌한 말밖에 어차피 하지 않을 테니 이걸로 된 것이리라.

 

「아, 맞다, 너도 밥 먹여야지.」

 

대답이 일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걸어버리는 것은 오빠야의 나쁜 버릇이었다. 오빠야는 작업실용 작은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 씨를 꺼내 앰플 씨에 옮겨 담고 무심하게 레이무의 벗겨진 뒤통수에 꽂았다. 덧붙여서 이 냉장고 씨도 레이무를 위해 사 온 것이다. 정말이지 돈 드는 윳쿠리다.

 

모니터 안에서는 점장 표 까르보나라 씨를 다 먹은 마리사 일가가 사이좋게 놀기 시작하고 있었다.

 

「자, 높-이, 높-이!」

 

마리사에게 땋은 머리로 들어 올려져 꺅꺅 하고 높은 소리를 내는 마리쨔. 둘 다 활짝 웃는 얼굴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었구나아.」

 

오빠야는 중얼거린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빠야는 마리사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로 기쁜 것이다.

 

레이무에게 오렌지 주스 앰플 씨를 하나 더 꽂아주면서 오빠야는 티슈 씨로 눈가를 누른다. 나이 탓인가 눈물이 많아져서 안 되겠네.

 

「…토시아키 씨-?」

 

노크와 함께 방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윳쿠리쨩들 밥은 다 먹었어요-. 손 비는 것 같으면 저희도 밥 먹지 않을래요-?」

 

「아아, 지금 갈게!」

 

오빠야는 문 너머로 대답하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번에는 오빠야가 모니터 저편으로 갈 차례다.

 

오빠야는 방 밖으로 나가 찰칵 하고 밖에서 열쇠를 잠근다. 이것도 이전에는 없었던 설비다. 깜빡하고 작업실에 들어와 버리면 큰일이니까.

 

거실에서는 아주 좋은 냄새가 풍겨오고 있다. 오늘 우리들의 밥은 스키야키 씨인 모양이다.

 

오빠야의 행동이 모두 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 없었던 일도 있고, 반대로 해야만 했던 일도 많이 있을 것이다.

 

다만 믿어줬으면 하는 것은 오빠야는 항상 마리사를 생각하며 행동했다는 것이다.

 

마리사가 행복해지길 바랐다. 행복해져야 했다.

 

결과적으로 레이무와의 일은 마리사의 행복에는 큰 우회로였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오빠야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오빠야의 마리사가 그 레이무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