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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 8888 마리사의 정원

by 다섯개 posted May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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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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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의 정원

탐험대 아키
 

「안녕하세여! 오빠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아침을 알리는 조용한 정원.

늠름하게 눈썹을 치켜세우고, 입가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아기 마리사들이 일제히 인사를 건넨다.

 

 

「아아, 안녕.」

 

 

거실 유리문을 열고 툇마루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그 인사에 답하며, 정원에 정렬한 아기 마리사들의 수를 대충 확인했다.

열 마리씩 세 줄로 늘어서 있다. 수는 어제와 변함없다.

레미랴에게도 까마귀에게도 습격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젯밤엔 아무도 안 죽었구나.」

 

 

「감사함미댜! 개집 씨 덕분임미댜!」

 

 

정원과 보도를 구분하는 블록 담 바로 옆에 놓인 낡은 목조 개집.

이것이 아기 마리사들의 집이었다.

남자는 흘끗 개집을 쳐다보고는 다시 아기 마리사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기 마리사들이 남자의 오른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자, 그럼 바로 사냥 시간으로 할까.」

 

 

남자의 말에 「느와아」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남자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아기 마리사들을 바라보며 비닐봉지에 든 음식물 쓰레기를 정원에 흩뿌렸다.

 

 

「느와아아아아아! 마리쨔의 슈퍼 헌팅 타임이 시작되는거제에에에엣!!」

 

 

「밥 씨! 마리쨔에게 우걱우걱 당하는거제! 지금 당장 좋은거제!」

 

 

「하늘에서 밥 씨가 떨어지는거제에에에엣!! 이게 바로 라이스 샤워 씨인거제에에에엣!!」

 

 

꺄악꺄악 높은 소리를 지르며 아기 마리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쓰레기를 주우러 향한다.

몰캉몰캉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달리는 모습은 거북이처럼 느리다.

남자는 툇마루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떠오르는 것은 이 정원에 처음 아기 마리사가 찾아왔던 날이었다.

 

 

지금보다 몇 달 전,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흐린 저녁.

계절은 한겨울이었다.

남자가 유리문에 맺힌 김서림을 손가락으로 닦고 있을 때, 문득 정원에 있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느릿느릿 땅 위를 기어가는 검은 물체. 아기 마리사였다.

대문을 닫아 두어도 소프트볼 크기의 아기 윳쿠리는 땅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다.

인간의 집에서 들윳쿠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특별히 드문 일은 아니었다.

 

 

만쥬가 땅에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음식물 쓰레기다.

살아 있든 아니든 그것은 마찬가지다.

이 추운 날에 음식물 쓰레기가 자발적으로 집 정원에 찾아왔다. 참으로 성가신 이야기다.

일부러 정원에 나가 쓰레기 청소를 해야만 하게 된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유리 너머로 아기 마리사와 눈이 마주쳤다.

보기에도 야위고 더러워진 그것은 남자를 인지하자마자 무언가를 모자 속에서 꺼냈다.

남자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따뜻한 방 안으로 한기가 스며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추워!」

 

 

하얀 입김과 함께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

그날 남자가 사는 지역은 강추위에 휩싸여 있었다.

역시 쓰레기 청소 따위는 내일로 미루고 문을 닫아 버릴까 생각한 남자의 귀에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탁임미댜, 인간 님! 이 현금 씨를 드릴 테니 마리쨔를 하루만 여기 있게 해줬으면 하는고제!」

 

 

시선을 내려 그쪽을 보니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지고 곶감처럼 마른 아기 마리사가 땋은 머리에 십 엔짜리 동전을 꽉 쥐고 있었다.

오로지 자비를 구하는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유리를 깨고 인가에 침입해 실컷 방을 어지럽힌 끝에 「이미 집 선언은 끝낸거제! 빌어먹을 인간은 지금 당장 나가라제!」라고 지껄이는 들윳쿠리도 적지 않다는 데, 꽤나 기특한 태도였다.

남자는 샌들을 신고 정원으로 내려가 살며시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었다.

아기 마리사는 덜덜 떨면서 남자의 손에 다가가 십 엔짜리 동전을 건넸다.

 

 

「저기 개집을 써. 타월 정도는 빌려줄게.」

 

 

아기 마리사 뒤에 놓인 개집을 가리킨다.

아기 마리사는 천천히 뒤돌아보며 이미 주인을 잃은 지 오래된 그것을 뚫어져라 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맙슘미댜! 고맙슘미댜!!」

 

 

얼어붙은 속눈썹을 뜨거운 눈물이 녹여 간다.

이미 몸은 한계였다. 죽음은 눈앞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건곤일척 승부수를 던지듯 찾아온 인간의 집.

자신의 목숨과 십 엔을 칩으로 건 마지막 게임에서 아기 마리사는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죽음의 신이 멀어져 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살아 있다는 실감이 솟아오른다.

생명의 보장이 있다는 것이 이토록 멋진 일인가 하고 아기 마리사는 목놓아 울었다.

 

 

남자는 실내로 돌아와 세탁물 중에서 낡은 타월 한 장을 꺼낸다.

아기 마리사를 죽이지 않은 것은 단순한 남자의 변덕이었다.

문을 연 순간 추위로 의욕을 잃은 것, 아기 마리사가 의외로 분수를 아는 태도를 보인 것, 그리고 오늘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의 생일이었다는 것.

그런 이유들이 겹쳐 남자는 어쩐지 아기 마리사에게 동정심을 베푼 것이다.

 

 

오른손에 타월을, 왼손에 딸이 먹다 남긴 비스킷 한 조각을 들고 남자가 다시 툇마루에 나타난다.

아기 마리사는 개집을 향해 걷고는 있지만 발 씨가 얼었는지 지렁이보다도 나아가는 속도가 느렸다.

남자는 다시 정원으로 내려가 아기 마리사를 타월로 감싸고 비스킷과 함께 개집 안에 넣어주었다.

 

 

「…고맙슘…미댜…」

 

 

코발트블루가 된 아기 마리사의 입술에서 감사의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

 

 

다음 날, 떠드는 딸의 목소리에 남자는 잠에서 깬다.

침실을 나와 거실로 가니 아내가 아침 식사를 식탁에 차리고 있었다.

하얀 접시 위의 베이컨 에그에서 유리문으로 시선을 옮기니 정원 전체가 눈으로 뒤덮여 있다.

딸이 떠들던 이유는 이것인 듯하다.

남자는 유리문 앞에서 동요를 부르고 있던 딸을 안아 올려 식탁 앞 아기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다시 유리문 앞에 서서 오른손으로 김서림을 닦고 바깥 상황을 가만히 본다.

개집 안쪽에서 아기 마리사가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그것도 두 마리.

 

 

「응? 두 마리?」

 

 

남자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내려가 개집 앞에 쪼그려 앉았다.

 

 

「어이, 왜 늘어난 거야?」

 

 

「마리쨔는 마리쨔인거제! 인간 님, 부탁임미댜, 마리쨔에게도 이 집을 빌려주세여!」

 

 

남자의 물음에 한 마리의 아기 마리사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대답한다.

아무래도 어제 온 것과는 다른 개체인 듯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자가 방 안으로 돌아간 후 첫 번째 아기 마리사와 똑같이 대문 밑을 비집고 들어온 모양이다.

치켜뜬 눈으로 동정을 구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쉰다.

 

 

「아니, 개집을 빌려주는 건 하룻밤만의 약속이었는데.」

 

 

그 말에 아기 마리사들이 알기 쉬울 정도로 풀 죽은 얼굴을 보였다.

남자가 훌쩍 일어서서 개집에 등을 돌린다.

그러자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툇마루에서 딸을 안은 아내가 개집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쫓아낼게, 그렇게 말하려던 남자보다 먼저 아내가 입을 열었다.

 

 

「정원에서 키우면 되잖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나 잡초 뽑기 같은 거 시키고.」

 

 

예상 밖의 제안에 남자의 등 뒤에서 환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리쨔, 음식물 쓰레기 씨, 우걱우걱 하겠슘미댜! 힘내겠슘미댜!」

 

 

「마리쨔도 잡초 뽑기 씨, 힘내겠슈미댜!」

 

 

부들부들 떨며 바짝 눈썹을 치켜세우는 아기 마리사들에게 등을 돌린 채, 남자는 아내에게 곤혹스러운 얼굴을 보인다.

 

 

「퇴비로 만들겠다는 거야? 윳쿠리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서 응응으로 변환시킨다는 건, 음식물 쓰레기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서 음식물 쓰레기로 변환시킨다는 거라고.」

 

 

「괜찮잖아. 게스화되면 살아 있다는 걸 후회할 정도로 학대하면 될 뿐이고.」

 

 

남자는 아내가 학대파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맞선 볼 때 세탁풀로 굳힌 높이 1미터짜리 새빨간 모히칸 머리로 나타난 아내의 모습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남자는 특별히 반대하지 않고 그날부터 아기 마리사들은 정원에서 길러지게 되었다.

 

 

「오빠야! 보세여! 마리쨔, 텐푸라 씨를 손에 넣은거제!!」

 

 

아기 마리사와의 만남을 회상하던 남자의 의식을, 아기 윳쿠리 특유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불러 되돌린다.

완연한 봄기운이 감도는 정원 한가운데서, 한 마리의 아기 마리사가 튀김옷 조각 앞에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었다.

 

 

「그래, 대단하네. 그 영광을 기려 이걸 주마.」

 

 

남자가 꺼낸 것은 아이스크림 막대였다.

어제 딸이 먹던 아이스크림 막대. '당첨’이라고 적혀 있다.

그것을 툇마루에서 휙 하고 던져주었다.

막대는 마침 아기 마리사의 바로 앞에 떨어진다.

 

 

「느와아아아아아! 이걸 마리쨔의 보물로 삼을 거제! 아서 씨도 썼다는 전설의 검인거제!」

 

 

이미 기분은 영웅이었다.

아기 마리사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아이스크림 막대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자, 다른 아기 마리사들이 느릿느릿 다가왔다.

 

 

「느와아! 아이스크림 막대 씨인거제! 낼름낼름하게 해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아기 마리사들이 혀를 내밀어 막대를 핥기 시작했다.

엉덩이 씨름하듯 서로 밀치고 엉키는 와중에, 막대를 받은 아기 마리사가 비명을 지른다.

 

 

「느냐아아아아아! 마리쨔의 엑스칼리버 씨, 낼름낼름하지 마라제에에에엣!!」

 

 

소란스러운 아침 풍경은 완전히 일상이 되어 있었다.

아기 마리사가 처음 찾아왔던 그 겨울날로부터 대략 넉 달.

신기하게도 그 후로 거의 매일, 정원에 새로운 아기 마리사가 찾아오게 되었다.

첫 번째 아기 마리사는 이미 성체가 되어 이곳을 떠나갔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식객 덕분에 이 정원은 언제나 떠들썩했다.

 

 

정원에 나타나는 아기 윳쿠리 중에는 게스인 개체나 마리사 종 이외의 것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남자의 아내가 「이제 죽여줘…」라고 말할 때까지 학대하거나, 남자 자신이 발 씨를 구운 뒤 정원 구석에 파인 화장실용 구덩이에 던져 넣고 있다.

이른바 응응 노예다.

 

 

「느겟쁏! 이제 배 씨, 가득 찬거제!」

 

 

어느새 정원에 흩어져 있던 음식물 쓰레기는 깨끗하게 자취를 감추고, 대신 동글동글 살찐 가지 모양의 아기 마리사들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음?」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기 마리사들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다.

먹이를 먹는 사이에 수가 늘어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제멋대로인 장소에 드러누운 아기 마리사들을 눈으로 센다.

 

 

「음-, 서른다섯 마리 있군.」

 

 

모르는 사이에 또 들어온 모양이다.

부쩍 따뜻해진 이 계절, 다양한 생물들이 새로운 생명을 싹틔운다.

그것은 윳쿠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겨울 동안은 하루 한 마리씩 늘어나던 아기 마리사도 최근에는 네댓 마리씩 나타난다. 마치 비 온 뒤의 죽순 같다.

이런 식으로 계속 늘어나면 머지않아 정원 전체가 아기 마리사로 뒤덮이게 될 것이다.

 

 

「그건 좀 곤란한데.」

 

 

어쩌다 보니 기르기 시작해 타성으로 계속 기르고 있는 아기 마리사지만, 돌볼 수 있는 수에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방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옆구리에 끼고 다시 정원으로 나타났다.

 

 

「느와아아아!! 싱-인거제! 멋있는거제-!」

 

 

남자가 가진 싱-을 재빨리 발견한 아기 마리사가 정원에 울려 퍼지는 큰 소리로 외친다.

주변의 아기 마리사들도 싱-이라는 단어에 즉시 달려들어 남자 곁으로 늣치늣치 다가왔다.

 

 

「오빠야! 그 싱-에 마리쨔를 태워줬으면 하는거제!」

 

 

「마리쨔도 타고 싶은거제! 마리쨔는 서킷의 늑대 씨인거제!」

 

 

「그 누구라도 마리쨔 앞을 달리게 두지 않는거제!!」

 

 

남자는 정원 중앙에 쪼그려 앉아 싱-을 땅에 놓고 가까이 있던 아기 마리사 열 마리 정도를 싱- 위에 태워준다.

 

 

「마리쨔도! 마리쨔도 타고 싶은거제! 태워줘! 빨리 태워줘!」

 

 

「이 싱-은 아기 윳쿠리는 열 마리 타는 게 한계야. 교대로 놀아라.」

 

 

싱-에 타지 못한 울상인 아기 마리사들에게 적당히 대답한다.

한편, 싱- 위에 있는 아기 마리사들은 기쁨과 흥분으로 시시를 찔끔찔끔 흘리면서 늠름한 얼굴로 땋은 머리를 작게 좌우로 움직인다.

기어를 로우(Low)에 넣은 것이다.

물론 싱-에 기어 따위는 달려 있지 않다. 아기 마리사가 기어를 로우에 넣고 액셀을 밟았다고 생각하면, 그 믿음의 힘으로 싱-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출바알, 신호오인거제-!」

 

 

의기양양하게 아기 마리사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와 동시에 싱-의 바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느늣!?」

 

 

아기 마리사들은 이변을 눈치챘지만 바퀴의 고속 회전은 멈추지 않는다.

모래를 휘날리며 바람을 가르고, 키메에마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자,

 

 

「느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세 좋게 블록 담에 충돌했던 것이다.

충격으로 내던져진 아기 마리사들은 모두 터져 벽의 얼룩이 되었다.

망연자실한 남은 아기 마리사들에게 남자가 얼굴을 돌린다.

 

 

「아, 이런. 실수로 학대용 싱- 가져와 버렸네. 테헤헤-」

 

 

「느냐아아아아아아아!! 마리쨔의 친구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낼름 내밀고 귀엽게 윙크하는 남자의 발밑에서, 친구를 잃은 아기 마리사들이 울부짖는다.

 

 

봄, 그것은 푸르름이 싹트고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다.

하지만 윳쿠리에게는 생명의 덧없음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하는 계절이기도 했다.

공원에서도 뒷골목에서도 산야에서도 윳쿠리는 많이 태어나고 많이 죽는다.

그것은 남자의 정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누구 탈래?」

 

 

「탈 리가 없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음 자살 지원자를 모집하는 남자였지만 아기 마리사도 거기까지 바보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늘어난다면 또 솎아내야겠군. 내일은 어떻게 솎아낼까나.)

 

 

남자는 살며시 일어나 거실로 돌아간다.

열린 창문으로는 잔잔한 바람을 타고 아기 마리사들의 울음소리가 기분 좋게 계속 울려 퍼졌다.

 

 

 

 

 

 

 

 

 

 

 

 

 

 

 

 

 

 

 

 

여름이 되었다.

눈부실 정도의 햇살이 쏟아지고, 푹푹 찌는 더위에 맞서듯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바싹 말라비틀어진 아기 윳쿠리가 거리 곳곳에 굴러다니는 계절이다.

생을 구가하는 벌레나 풀꽃과는 대조적으로 윳쿠리가 후두두둑 죽어 나가는 여름.

남자의 정원은 변함없이 아기 마리사들로 가득했다.

 

 

「오빠야, 지금까지 신세 많이 진거제!」

 

 

스무 마리 정도의 아기 마리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마리의 성체 마리사가 남자를 올려다본다.

그 눈에는 태양보다 강한 빛이,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온화했던 봄날로부터 어느덧 몇 달, 정원에 있던 아기 마리사는 성체가 되어 있었다.

많았던 동료들의 모습은 이곳에 없다.

어떤 자는 까마귀에게 쪼이고, 어떤 자는 비에 맞고, 어떤 자는 남자에게 솎아졌으며, 결국 성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남자 앞에 있는 한 마리뿐이었다.

 

 

「몸조심해라.」

 

 

남자가 마리사의 출발을 축하한다.

이 정원에는 마리사 종밖에 없다. 남자가 의도적으로 다른 종을 솎아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윳쿠리의 아이 만들기 욕망 때문이었다.

윳쿠리는 성체가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아이를 만들고 싶어 한다.

게다가 자력으로 기를 능력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만큼은 바보처럼 늘리는 것이다.

당연히 거기까지 돌볼 생각은 남자에게는 없다.

 

 

그래서 남자는 마리사의 결혼 상대가 될 타종의 윳쿠리를 전부 솎아낸 것이었다.

윳쿠리의 번식은 다른 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같은 종 사이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른 종이 없는 정원에서 성체가 된 마리사는 이상적인 결혼 상대와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기 위해 홀로서기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리사가 자랑스러운 검은 모자 속에서 작은 막대기 조각을 꺼냈다.

 

 

「오빠야. 이거, 기억하는거제?」

 

 

땋은 머리에 쥐어져 있던 것은 『당첨』이라고 적힌 아이스크림 막대였다.

 

 

(뭐지?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말없이 미소를 잃지 않는 남자에게 마리사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것이 있는 한, 마리사랑 오빠야는 어디에 있든 이어져 있는거제!」

 

 

(아이스크림 막대… 맞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리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뻥 뚫린 듯한 푸른 하늘에는 커다란 뭉게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하늘은 어디까지나 끝없이 펼쳐져 있는거제. 이제부터 마리사랑 오빠야는은 각자의 길을 걷겠지만, 올려다보는 하늘은 분명 같은거제!」

 

 

(근데 너 모자 쓰고 있으니까, 뒤로 눕지 않으면 하늘 못 보잖아.)

 

 

확실히 마리사의 낮은 시점에서는 갈색 땅과 모자챙이 시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게다가 정원은 블록 담에 둘러싸여 있어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 마리사는 가는거제!」

 

 

땋은 머리로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 가장 멋있어 보이는 각도로 고쳐 쓴다.

 

 

「언니야! 마리쨔들을 잊으면 안 되는거졔!」

 

 

늘어선 아기 마리사들이 눈에 눈물을 머금고 마리사 곁으로 다가온다.

 

 

「잊지 않는거제! 비록 팥소는 이어져 있지 않아도, 여기에 있는 모두는 마리사의 여동생인거제!」

 

 

땋은 머리로 꽉 껴안고 부비부비 볼을 비비는 마리사.

이별을 아쉬워하고 재회를 맹세한다.

시끄러운 매미의 대합창과 아지랑이가 타오르는 더위 속, 이별의 연극에 질린 남자가 대문을 열었다.

 

 

「아쉽겠지만 슬슬 출발이다.」

 

 

마리사는 상냥하게 아기 마리사들에게 미소 짓고, 그리고 힘차게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언니야아아아아!! 바이바이인거제에에에에엣!!」

 

 

작은 몸을 필사적으로 뻗어 땋은 머리를 붕붕 흔들며 마리사를 배웅하는 아기 마리사들.

마리사 또한 거기에 화답하듯 땋은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여동생! 오빠야! 만약 마리사에게 아주 멋진 신부 씨와 아가야가 생긴다면, 반드시 인사하러 오는거제! 그러니까 그때까지 잠시 이별인거제!」

 

 

마리사는 달리기 시작한다.

남자와 여동생들에게 등을 돌리고.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발 씨로 땅을 박차면서.

 

 

그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던 행복한 생활.

많은 동료들과 매일 사냥했던 즐거운 추억.

그것은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결코 바래지 않는 보석. 누구에게도 만져질 수 없는 자신만의 풍경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상냥한 오빠야과 귀여운 여동생에게 둘러싸여 언제까지나 여기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상 어딘가에 마리사와 붉은 실로 묶인 운명의 상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빠. 저 큰 마리사 어디 갔어-?」

 

 

마리사를 배웅하고 나서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점심때다.

유리문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묻는 딸에게 남자는 한마디 「나갔단다」라고 대답했다.

 

 

「왜 나갔어?」

 

 

「어른이 돼서 자기 집을 갖고 싶어졌으니까.」

 

 

「이제 안 돌아와?」

 

 

「안 돌아와.」

 

 

「그럼 왜 돌아오고 있는 거야?」

 

 

「…………음?」

 

 

소파에 앉아 딸의 등을 바라보던 남자가 의아한 얼굴로 일어선다.

그리고 유리문에서 밖을 바라보는 딸 곁으로 와서 살며시 정원의 상황을 살폈다.

정원에는 아기 마리사들뿐. 마리사의 모습은 없었다.

 

 

「음?」

 

 

문득 깨닫는다.

대문 아래 틈새로 성체 마리사의 땋은 머리로 보이는 것이 파닥파닥 움직이는 게 보인다.

남자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가 대문을 열고 그것을 확인했다.

 

 

「너, 뭘 하고 있는 거냐…?」

 

 

「오빠야아아아아앙! 도와줘어어어!! 아파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

 

 

거기에는 뺨과 눈꺼풀이 크게 부어오르고 시퍼런 멍투성이가 된 마리사가 있었다.

 

 

「바리사 아무짓도 안 했는데에에에! 인간 아가야가 바리사한테 못된 짓 한거라구우우우우우!!」

 

 

몸을 옆으로 눕히고 고통과 굴욕에 얼굴을 찌푸리며 마리사가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들어보니 근처 공원에 도착한 마리사는 그곳에 사는 아름다운 윳쿠리 레이무와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고 바로 장래를 맹세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신성한 행위, 이른바 상쾌ー!를 하려 했지만, 마침 그곳에 있던 초등학생들에게 운 나쁘게 발각되어 나무 막대기로 마구 두들겨 맞았다는 것이었다.

 

 

「바리사 정말 불쌍하져어어어어!」

 

 

「눈앞에서 번식 활동을 하는 들윳쿠리를 죽이지 않다니, 부처 같은 초등학생이군.」

 

 

「뭐라는거야아아아! 레이무는 영원히 느긋해져버렸다고오오오오!!」

 

 

「흐음.」

 

 

남자는 두세 마디 대화를 나누고 마리사를 그대로 둔 채 대문을 닫으려 했다.

재빨리 마리사가 큰 소리로 외친다.

 

 

「어째서 문 씨를 닫아버리는거야아아아아아! 바리사 상처 씨 치료해줘어어어어어!!」

 

 

「왜냐니. 홀로서기 했다면 다치든 어쩌든 자기 책임이잖아.」

 

 

「어째서 그런 말 하는거야아아아!! 마리사랑 오빠야의 사이잖아아아아아!!」

 

 

마리사는 떼를 썼다. 빈약한 어휘와 부족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써서 떼를 쓰고 또 썼다.

찌는 듯한 더위 속, 당장이라도 시원한 거실로 돌아가 버릴 것 같은 남자에게 온몸으로 자신의 불행을 어필했다.

이대로 버려지면 죽음뿐이니까.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새 정원의 아기 마리사들이 남자의 발밑으로 모여들어 걱정스러운 시선을 마리사에게 보내고 있다.

 

 

「부탁함미다아아아! 오빠야만이 희망임미다아아아! 버리지 마세여어어어!!」

 

 

철컥하는 무자비한 소리가 나며 대문이 닫혔다.

그때까지 실컷 울부짖던 마리사에게서 표정이 사라지고 떨리는 목에서는 소리가 끊겼다.

왜, 어째서. 그 상냥했던 오빠야이 이런 잔혹한 짓을 하는 건지 마리사는 알 수 없었다.

주위에서 소리가 사라지고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져 간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도 눈부신 여름 태양도 마리사는 느낄 수 없었다.

 

 

「…좀 더… 느긋하게 있고 싶었어…」

 

 

텅 빈 눈동자에서 갈색 눈물이 흐르고 임종의 시를 읊는 목소리가 조용히 새어 나온다.

 

 

거성(巨星) 지다.

들윳쿠리로 태어나 단 백 일간의 윳생이었지만 마리사는 힘차게, 그리고 맑게 자신의 길을 달려나갔다.

 

 

「흑, 느흑! 언니야! 으으윽!」

 

 

위대한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며 아기 마리사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고 매미 울음소리가 딱 멈췄다.

찾아온 정적은 마치 세상이 마리사를 위해 묵념을 드리는 것 같았다.

아기 마리사들이 살며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슬플 정도로 푸른 하늘 한가운데, 대낮에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밝은 별 하나가 동쪽 하늘로 흘러갔다.

 

 

 

 

 

 

「응? 뭐야 죽은 건가? 모처럼 주스 가져왔는데.」

 

 

깊은 슬픔에 잠긴 아기 마리사들에게, 상황에 맞지 않게 태평한 말투로 남자가 말을 건다.

그 손에는 종이팩 오렌지 주스가 쥐어져 있었다.

 

 

「느늣!? 오빠야, 돌아와 준거제!? 마리사, 오빠야를 믿고 있었던거제!」

 

 

갑자기 숨을 되찾고 땋은 머리를 붕붕 휘두르는 마리사.

남자는 대문을 열고 등을 대고 누워 있는 마리사 바로 위에서 오렌지 주스를 함부로 끼얹었다.

 

 

「느햐아아아아아! 살아나는거제에에에에에에엣!!」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어 간다.

마리사는 몸을 일으켜 세 번 기지개를 켜고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고마운거제, 오빠야. 잠깐, 시작부터 꺾였지만, 이번에야말로 진짜 이별인거제!」

 

 

씩 웃더니 등을 돌리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길가를 걷기 시작했다.

 

 

「이제 돌아오지 마라!」

 

 

남자의 목소리에 등을 돌린 채 땋은 머리를 흔든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

아이스크림 막대와 키가 거의 같았던 아기 마리사도 이제는 훌륭한 성체가 되어 자신의 힘으로 윳생의 운전대를 잡을 정도가 되었다.

점차 작아져 가는 마리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자는 답지 않게 감상에 젖는다.

…라는 일은 없었다.

 

 

이날 마리사는 고양이에게 할퀴이고, 학대파 인간에게 습격당하고, 레이퍼에게 당해, 도합 세 번 남자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서늘한 바람이 남자의 뺨을 스친다.

저도 모르게 올려다본 붉은 하늘에는 아름다운 양털구름이 떠 있었다.

계절은 가을이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남자는 집까지 백 미터 정도 남은 지점에서 한 마리의 레미랴와 마주쳤다.

보도 가드레일을 따라 땅에서 한 자 남짓한 높이를 걷는 듯한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레미랴.

스쳐 지나가는 순간 한마디,

 

 

「잘 먹었다도-!」

 

 

식후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순간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 그대로 귀갓길에 올랐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대문을 열고 정원을 살폈다.

 

 

부드러운 가을 석양에 비친, 금목서 향기가 감도는 정원.

그곳에 아기 마리사는 없었다.

남자는 정원에 발을 들여놓고 개집을 발로 가볍게 찼다.

 

 

「윳뺘아아아아아! 마리쨔는 여기 없는거제에에에엣! 레미랴는 저리 가라제에에에엣!」

 

 

「마리쨔는 먹어도 맛없는거제에에에엣! 다른 마리쨔를 먹는거제에에에엣!!」

 

 

「느냐아아아아아! 지금이라면 눈감아줄 테니 얼른 어디론가 가버리는거제에에에엣!」

 

 

개집 안쪽에서 아기 마리사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

 

 

남자가 레미랴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

 

 

「느냐아아아아아! 죄송했슘미다아아아아! 용서해주세여어어어!」

 

 

「마리쨔는 여기 없는거제! 마리쨔는 여기 없는거제에에에엣!」

 

 

「눈감아준다느니 잘난 척해서 죄송함미다아아아아아아!!」

 

 

경악하여 패닉 상태가 된 아기 마리사들.

남자는 개집에 팔을 쑥 집어넣어 한 마리의 아기 마리사를 힘껏 움켜쥐었다.

 

 

「갸아아아아아아! 죽고 싶지 않아아아아아! 엄마야아아아아아!!」

 

 

손안의 그것은 활어처럼 격렬하게 몸부림치더니 이내 미지근한 액체를 푸슉푸슉 뿜어냈다.

팔을 빼내 아기 마리사를 밖으로 꺼낸다.

개집에서 끌려 나와 햇빛을 받은 아기 마리사는 더욱더 반쯤 미쳐 울부짖었다.

좌우 눈을 제멋대로 굴리고 땋은 머리를 마구 휘두르면서 땅에서 뽑힌 맨드레이크 같은 비명을 지른다.

몰캉몰캉 고속 회전하는 엉덩이에서는 흘린 시시나 응응이 톡톡 튀고 있었다.

 

 

「느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운차 보이는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운차 보인다고.」

 

 

남자의 손안에서 겨우 아기 마리사가 제정신을 차린다.

 

 

「오빠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레미랴가! 레미랴가 온거제에에에엣!!」

 

 

오빠야라는 말을 듣고 개집 안에서 아기 마리사들이 기세 좋게 굴러 나왔다.

모두 한결같이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자 안심하며 얼굴을 엉망으로 찌푸리고 울었다.

아기 마리사의 수는 남자가 쥐고 있는 녀석을 포함해 전부 다섯 마리.

오늘 아침 시점에서는 서른 마리 정도 있었지만, 아까 그 레미랴에게 잡아먹힌 모양이다.

 

 

남자는 적당히 아기 마리사들을 달래 진정시키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쿵쿵 복도를 달리는 소리가 들리고 딸이 현관까지 마중 나온다.

 

 

「오늘 레미랴가 정원에 왔었어!」

 

 

「아아, 아빠가 전에 부탁했단다. 셀 수 없을 만큼 아기 마리사가 늘어나면 적당히 구제해 달라고 말이야.」

 

 

최근에는 스스로 솎아내지 않아도 서른 마리를 넘을 즈음이면 그 레미랴가 아기 마리사의 수를 줄여준다.

남자는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식탁에 앉는다.

문득 정원 쪽으로 눈을 돌리니 다섯 마리의 아기 마리사들이 높은 소리로 웃으며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

이미 레미랴의 공포는 기억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남자는 시선을 식탁으로 되돌리고 저녁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사락사락 눈이 내린다.

우산을 든 남자의 손은 곱아 있었고, 귀는 아플 정도로 차가워져 있었다.

때때로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 흩날리는 눈을 격렬하게 춤추게 한다.

계절은 겨울이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남자는 흐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스팔트 보도에는 아직 눈이 쌓이지 않았지만, 이 상태로 계속 내린다면 내일은 온 세상이 눈 경치일지도 모른다.

얼른 돌아가서 따뜻한 것이라도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는 걸음을 재촉한다.

 

 

길을 가다 들윳쿠리들이 길가에서 얼어붙어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한다.

남자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도움을 청해 오는 들윳쿠리들.

 

 

「레이뮤는 너무나도 불쌍한거라구! 아빠야도 엄마야도 영원히 느긋해져버린거라구! 불쌍한 레이뮤를 사육 윳쿠리로 삼아달라구삐잇!!」

 

 

불쌍한 아기 레이무를 짓밟아 뭉개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 있는 부모와 재회시켜 주었다.

 

 

「부탁임미다아아아아! 아주 조금이면 됨미다아아아! 아가야에게 밥 씨를 나눠주세여어어어!!」

 

 

이가 맞부딪힐 정도로 추위에 떠는 싱글맘 성체 앨리스와 그 옆에 굴러다니는 바싹 마른 아기 앨리스 세 마리.

남자는 성체 앨리스의 머리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고 「먹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 몸을 둘로 찢어버린다.

그리고 발밑에서 비명을 지르는 아기 앨리스들 위에 찢어진 성체 앨리스의 몸을 올려놓아 주었다.

 

 

그 후에도 따뜻해지고 싶다는 아기 파츄리를 라이터로 지지고,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는 성체 첸을 윳쿠리용 쓰레기통에 처넣고, 친포라고 말하는 묭 모자를 어쩐지 짓밟아 뭉갰다.

들윳쿠리들 때문에 길에서 시간을 허비해 버린 남자지만, 마침내 집 앞에 도착한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대문을 밀어 열려던 바로 그때였다.

가냘픈 작은 목소리가 발밑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인간…님…… 부탁임미댜…… 마리쨔를… 마리쨔-헤븐에…… 데려가… 주세여……」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니, 추위로 파랗게 변색된 한 마리의 아기 마리사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누워 있었다.

 

 

「뭐야, 마리쨔-헤븐이?」

 

 

남자의 물음에 텅 빈 눈을 한 아기 마리사가 떨리는 입술로 말을 자아낸다.

 

 

「……마리쨔-헤븐은… 들윳쿠리의… 마리쨔들의 낙원… 인거제….

…세상에게…… 버림받은… 마리쨔들이… 유일하게… 삶의 충족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인거제……」

 

 

아아, 아마도 우리 집 정원이겠구나,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쨔-헤븐이라니, 언제부터 그런 이름이 붙었지? 천국(Heaven)보다는 피난처(Haven) 쪽이 더 맞을 텐데.)

 

 

남자는 자기 집 정원이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는 것에 의외라는 얼굴을 한다.

과연 이 아기 마리사를 정원으로 데려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기 마리사가 멋대로 들어오는 것은 눈감아 주고 있지만, 일부러 주워서까지 길러줄 생각은 없다.

역시 이대로 내버려 둬야 하나.

남자가 생각에 잠겨 있자, 아기 마리사가 모자 속에서 작은 막대기 조각을 꺼냈다.

반으로 부러진 아이스크림 막대. 『당첨』이라고 적혀 있다.

그 막대기 조각을 본 순간, 남자는 기억 한구석에서 무언가 술렁이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아이스크림 막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지…?)

 

 

관자놀이를 집게손가락으로 누르면서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고 기억을 더듬는다.

틀림없다. 어디선가 봤다. 그리고 이전에 봤을 때는 아이스크림 막대가 부러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회색 뇌세포를 빙글빙글 주물러 돌리며 남자가 기억의 바다 밑바닥을 훑는 동안, 아기 마리사가 다시 입을 연다.

 

 

「……이 부러진… 엑스칼리버 씨는…… 아빠야의… 유품인거제…….

이걸…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마리쨔-헤븐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던거제…」

 

 

「유품?」

 

 

「…옛날에… 아빠야가…… 마리쨔-헤븐에 있을 때…… 주인 씨에게… 받은 것인거제……」

 

 

남자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떠오를 것 같다. 이미 목적 정보는 기억의 바다 아주 얕은 곳까지 떠올라 있다.

 

 

「큭! 이제 여기까지 나왔는데…!」

 

 

한 걸음만 더,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남자는 아기 마리사를 집어 올린다.

이대로 아기 마리사를 버려두면 아이스크림 막대의 수수께끼는 영원히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기억의 열쇠를 쥔 아기 마리사.

그 열쇠가 닫힌 기억의 문을 열 때까지는 아기 마리사를 죽게 할 수는 없었다.

 

 

아기 마리사가 남자에게 주워진 것은 기적이었다.

들윳쿠리가 인간에게 도움을 청해봤자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일은 만에 하나 정도밖에 없다.

아기 마리사가 살아남은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남긴 유품 덕분이었다.

이 유품이 남자의 흥미를 끌어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끌어당긴 것이다.

그야말로 『당첨』이었다.

 

 

남자는 아기 마리사를 집 안에 넣고 전자레인지로 펄펄 끓인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했다.

 

 

「아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뜨으으으으으!! 뜨거운거제에에에엣!!」

 

 

인간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주스가 담긴 머그잔에 아기 마리사를 그대로 투입한다.

너무 뜨거워서 몸을 비틀며 저항하지만 머그잔은 테이블 위에서 달그락거릴 뿐.

아기 마리사는 주스가 식을 때까지 가마솥 삶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흰자위를 뒤집고 혀를 축 늘어뜨린 아기 마리사를 방치하고 남자는 다시 기억을 더듬는다.

이후 한동안 남자는 아이스크림 막대에 대해 떠올리려 하지만, 쌓이는 눈에 가려지듯 그 기억이 되살아나는 일은 없었다.

 

 

 

 

 

 

 

 

 

 

 

 

 

 

 

 

 

 

화창한 봄볕에 이끌려 평소보다 일찍 개집을 나온 마리사의 눈앞에, 어디선가 날아온 한 조각 벚꽃잎이 흩날려 떨어진다.

계절은 봄이다.

 

 

「느와아, 예쁜 꽃잎 씨인거제. 이걸 마리사의 보물로 삼는거제.」

 

 

땋은 머리로 꽃잎을 집어 올려 자랑스러운 모자 속으로 살며시 넣는다.

그 겨울날로부터 넉 달, 『당첨』 마리사는 성장하여 이제는 훌륭한 성체 윳쿠리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따끈따끈해서 기분 좋은거제. 여기는 역시 천국인거제.」

 

 

느ー긋 느ー긋 몸을 쭉 펴고 데ー굴 데ー굴 땅 위를 구른다.

회전할 때마다 흙이나 풀이 몸에 닿고, 그 기분 좋은 자극에 마리사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데굴 몸을 일으켜 크게 숨을 들이쉬면 봄의 향기가 몸 가득 퍼져나갔다.

 

 

「언니야, 벌써 일어난거제?」

 

 

절호의 춤추기 좋은 날씨라서, 특기인 엉덩이 흔들기 몰캉몰캉 브레이크 댄스라도 한 판 추어볼까 생각하던 마리사의 등 뒤에서 졸린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거기에는 땋은 머리로 눈을 비비는 한 마리의 아기 마리사가 서 있다.

 

 

「느늣, 여동생. 깨워버린거제? 미안한거제.」

 

 

「괜찮은거제. 슬슬 아침밥 씨 시간인거제.」

 

 

아아 벌써 그런 시간인가, 모두를 깨워야겠네, 하고 마리사가 개집 쪽을 보자 졸린 눈의 아기 마리사들이 데굴데굴 밖으로 굴러 나오는 것이었다.

 

 

「느긋하게 안녕인거제.」

 

 

「능, 안녕인거제.」

 

 

느긋한 인사를 나누고 아기 마리사들은 태양을 향해 느ー긋 느ー긋 몸을 쭉 편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팥소 속까지 따끈따끈하게 데워준다.

 

 

드르륵 소리가 나며 투명한 문이 열렸다.

오빠야가 아침밥 씨를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저절로 마리사의 배 속 벌레가 꼬르륵 울었다.

 

 

「어제랑 수는 변함없는 것 같군.」

 

 

「개집 씨 덕분에 레미랴에게도 습격당하지 않은거제.」

 

 

정원에 있는 많은 아기 마리사들.

마리사에게는 잔뜩 있다고밖에 인식되지 않지만 오빠야 말로는 서른 마리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숫자다.

 

 

「자, 사냥 시간이다. 제대로 먹어라.」

 

 

최고로 느긋할 수 있는 헌팅 후에 이어지는 슈퍼 우걱우걱 타임.

정원에 흩날린 음식물 쓰레기를 임팔라를 사냥하는 치타처럼 멋지게 처리하고, 승리의 여운에 잠겨 사냥감을 호쾌하게 탐닉한다.

 

 

「우걱우걱, 행보오오오오오옥!!」

 

 

마리사가 주위를 둘러보니 아기 마리사들도 느긋한 표정으로 사냥의 성과에 혀를 두드리고 있었다.

마음껏 먹고, 마음껏 놀고, 마음껏 잔다. 그야말로 이곳은 마리사들의 천국이었다.

 

 

「음-냐음-냐… 마리사는… 도스인거제… 쿨…」

 

 

「언니야! 언니야! 일어나는거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정원 한가운데서 슈퍼 쿨쿨 타임에 들어간 마리사를 아기 마리사가 큰 소리로 깨운다.

 

 

「느으. 뭐야제? 마리사는 쿨쿨하고 있는거제. 춘면불각효인거제.」

(역자 주 : 봄 잠에 날이 새는 줄 모른다는 뜻)

 

 

몸을 일으켜 아기 마리사를 본다.

거기에는 늠름한 얼굴로 정렬해 있는 많은 아기 마리사들.

 

 

「느늣? 왜 그래제, 다들 모여서?」

 

 

「마리쨔들, 마리쨔-헤븐 바깥에 가보려고 하는거제!」

 

 

아기 마리사의 발언에 마리사는 놀랐다.

천국의 바깥. 새도 짐승도 인간도 자연마저도 윳쿠리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생명의 가치가 먼지와 같은 수라의 세계다.

 

 

「안되는거제! 놀 거면 이 정원에서 노는거제. 마리사가 같이 괴수 놀이를 해줄 테니까, 바깥에서 노는 건 그만두는거제!」

 

 

다소 엄한 어조로 주의를 주는 마리사지만, 아기 마리사들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입을 연다.

 

 

「언니야. 마리쨔들은 놀러 가는 게 아닌거제. 바깥을 조사하러 가는거제!」

 

 

「조사? 뭘 위해서 가는거제?」

 

 

「언니야를 위해서인거제!」

 

 

마리사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아기 마리사는 더욱 말을 이었다.

 

 

「언니야가 사실은 바깥에 가고 싶어 하는 거, 마리쨔 알고 있는거제.」

 

 

마리사가 작게 신음한다.

아기 마리사가 한 말은 정곡을 찔렀다.

이미 마리사는 성체. 짝을 찾아 아이를 낳을 시기다.

매일 꿈꿀 정도로 홀로서기를 동경하고 있는 마리사지만, 그럼에도 이 정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오로지 외부 세계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마리사는 아기 마리사들이 하고 싶은 말의 대강을 짐작했다.

외부 세계에 대한 공포 때문에 홀로서기를 망설이고 있는 자신을 위해, 정원 밖을 조사해서 세상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이리라.

아기 윳쿠리들만으로 밖에 나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은 외부 세계가 마리사가 생각하는 만큼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증명이 된다.

 

 

마리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아기 마리사들의 호의를 거절했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나도 위험하다.

 

 

「바깥은 위험한거제. 모두의 마음은 고맙게 받는거제. 하지만……」

 

 

「언니야! 그러면 안 되는거제! 마리쨔 알고 있는거제! 매일 언니야가 문 밑에서 몰래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걸!」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냐며 놀라움에 마리사의 눈이 동그래진다.

 

 

「보는거제, 언니야.」

 

 

아기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가슴 앞에서 굳게 쥔다.

그것을 따라 다른 아기 마리사들이 군대처럼 일제히 같은 동작을 취했다.

 

 

「최강의 마리쨔가 이렇게나 잔뜩 있는거제!」

 

 

「…여동생…」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는거제! 벽 너머가 이렇게나 멋졌다니, 선물 이야기도 가져다주는거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흘러넘친 감정이 뺨을 타고 흐른다.

모두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었다는 것이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 가는거제! 마리쨔 조사병단, 출발 신호인거제엣!」

 

 

아기 마리사들이 일제히 마리사에게 등을 돌리고 대문을 향해 달려 나간다.

밖은 위험하니 가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을 삼킨 것은 아기 마리사들의 상냥함과 자신감 넘치는 눈동자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여동생들이라면 무사히 돌아와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눈물로 번지는 시야에서 아기 마리사 벽외 조사단은 대문을 빠져나가 차례차례 모습을 감춰간다.

이윽고 정원에는 마리사만이 홀로 남겨졌다.

 

 

 

 

 

 

 

 

 

 

「어라? 아기 마리사들은?」

 

 

남자가 툇마루에 얼굴을 내밀었다. 평소라면 아기 마리사들로 넘쳐나야 할 정원이 꽤 한산하다.

샌들을 신고 정원으로 내려서서 개집 앞에서 부러진 아이스크림 막대를 바라보고 있는 마리사에게 다가갔다.

 

 

「다른 아기 마리사들은 어디 갔어?」

 

 

「…바깥에 간거제…」

 

 

「흐음.」

 

 

흥미 없다는 듯이 대답하고 남자는 툇마루로 돌아가려 했다.

 

 

「기다려줬으면 하는거제, 오빠야!」

 

 

「응?」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반쯤 몸을 돌려 시선을 내린다.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는지 눈가가 새빨개진 마리사가 진지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마리사에게 손짓하고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무슨 일이야?」

 

 

발밑에 있는 마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마리사는 망설이고 있는거제.」

 

 

어려운 얼굴로 마리사가 대답한다.

 

 

「마리사는 사실 바깥에 나가서 멋진 신부 씨를 찾고 귀여운 아가야를 만들고 싶은거제!」

 

 

「흐음.」

 

 

「하지만 바깥은 아주 위험한거제! 마리사의 언니야도, 여동생도, 아빠야도 엄마야도, 모두 영원히 느긋해져버린거제!」

 

 

「흐음.」

 

 

「바깥에는 나가고 싶은거제. 하지만 영원히 느긋해지고 싶지는 않은거제.」

 

 

「흐음.」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마리사는 계속 이야기한다.

언젠가 이 정원을 나가 아름다운 윳쿠리 레이무와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고 귀여운 아가야를 잔뜩 만드는 꿈을.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죽어간 자매들의 절망과 들윳쿠리의 비참함을.

 

 

남자는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는다.

담 너머에서 「느갸아아아! 까마귀 씨, 마리쨔 먹지 마라제에엣!」하는 비명이 들린 것 같았다.

 

 

마리사는 한바탕 이야기를 마쳤다.

남자는 마리사를 안아 툇마루에 앉힌다.

 

 

「요컨대 그거잖아? 밖은 위험하지만 홀로서기는 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 쪽이냐고 하면 홀로서기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 그래서 등을 밀어달라는 거지?」

 

 

「느…. 마리사는 거기까지는…」

 

 

홀로서기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것을 상담한 것이지 홀로서기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아는 거야. 윳쿠리가 생각하는 것 따위는. 그럼 묻겠는데, 내가 『밖은 위험하니까 홀로서기 하는 건 그만둬』라고 말하면 너 그만둘 거야?」

 

 

그 말을 듣고 마리사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누군가에게 홀로서기를 그만두라고 들어도 그 마음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남자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에 깨달았다.

 

 

「일단 말해두지. 나는 네 등을 미는 듯한 말은 하지 않아. 누군가에게 등을 떠밀려야만 홀로서기 할 수 있는 그런 각오라면 밖에는 나가지 않는 편이 좋아.」

 

 

「그, 그런. 왜 그런, 못된 말 하는거제……」

 

 

남자의 차가운 말에 마리사의 팥소가 차가워진다.

 

 

「지금까지 여기를 나간 마리사는 몇 마리 있었지만, 어느 녀석이고 희망과 자신감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야말로 『홀로서기를 그만둬』라고 말해도 들을 귀 따위 갖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마리사의 아빠야도, 그랬던거제…?」

 

 

아마도, 라고 남자는 대답한다.

마리사가 모자에서 아이스크림 막대를 꺼내 묻는 듯한 눈동자로 가만히 바라본다.

대화가 끊기고 침묵이 한 사람과 한 마리 사이에 놓였다.

어디선가 「인간 씨의 싱-이이이이잇! 마리쨔, 죽고 싶지 않아아아!」라고 들린 것 같았다.

 

 

 

 

「아빠야는 행복했던거제?」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마리사였다.

누구에게 묻는 것도 없이,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조용히 말을 걸었다.

 

 

「매일매일 목숨 걸고 사냥하고, 그래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여동생도 언니야도 영원히 느긋해지고, 엄마야도 먹으십시오 하고. 그래도 아빠야는 바깥에 나간 것을 후회하지 않았던거제?」

 

 

떠오르는 것은 아버지의 미소.

힘들 때도 괴로울 때도 늘 웃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들윳쿠리 생활 속에서 어째서 아버지는 그렇게 웃을 수 있었던 걸까.

마리사는 알 수 없었다.

홀로서기 하면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윳쿠리가 들윳쿠리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따위, 가족 정도뿐이다.」

 

 

남자의 말에 마리사는 고개를 든다.

 

 

「먹을 것도 살 곳도 없어. 얻을 수 있는 건 가족뿐. 그 가족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간단히 져버리지. 들윳쿠리 생활이란 그런 거야.」

 

 

지금 있는 생활을 버리면서까지 얻을 만한 것일까, 말로 들으니 마이너스 쪽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오빠야. 마리사의 아빠야는 늘 웃고 있었던거제. 행복했던거제?」

 

 

「아아, 아마 행복했겠지. 가족은 소중하니까.」

 

 

「오빠야는 홀로서기 하고, 가족을 가지고, 행복한거제?」

 

 

「음?」

 

 

드르륵 뒤쪽 유리문이 열리고 남자의 딸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냐고 묻는 딸에게 남자는 허락한다.

 

 

「마리사. 가족은 좋은 거야.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인생을 보낸다는 건 멋진 일이다. 가족을 갖는 것이 느긋할 수 있다는 건, 사람이나 윳쿠리나 다르지 않아. 네 아버지가 힘든 들윳쿠리 생활에서 늘 웃을 수 있었던 건 가족 덕분이겠지.」

 

 

「…아빠야…」

 

 

입안에서 중얼거린다.

아버지의 미소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 정원을 나가면 살 곳도 먹을 것도 곤란해지겠지. 하지만 아버지는 그것과 맞바꾸고도 남을 만큼 멋진 가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자신이 이 정원을 나가도 아버지처럼 멋진 가족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 자신의 윳생 전부를 걸어서라도 자신의 가족을 얻고 싶다.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마리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바깥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홀로서기에 대한 마음이 높아져 있었다.

 

 

「오빠야.」

 

 

「음?」

 

 

「마리사는 내일, 이 정원을 나가려고 생각하는거제.」

 

 

「그런가.」

 

 

그 얼굴에 망설임은 없었다.

마리사는 오늘까지 신세 진 것에 깊이 감사하며 몇 번이고 인사를 한다.

남자는 이러쿵저러쿵 말했지만 결국 마리사의 등을 미는 듯한 말을 해버렸구나 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마리사. 그 아이스크림 막대 좀 보여줘 봐.」

 

 

명랑하게 웃는 남자에게 마리사는 유품인 막대를 건넨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고 딸을 불러 그 손에서 무언가를 받아 그것을 마리사에게 건네주었다.

 

 

「윳!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엑스칼리버 씨가 고쳐진거제에에에에에에엣!!」

 

 

『당첨』이라고 적힌 새로운 아이스크림 막대가 흥분으로 뺨을 붉힌 마리사의 땋은 머리에 쥐어져 있다.

 

 

「굉장한거제엣! 오빠야는 전설의 블랙스미스였던거제엣! 이것만 있으면 이제 아무것도 무섭지 않은거제엣!」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어디선가 벚꽃잎이 날아 들어온다.

담 너머에서 「그만해졔에엣! 마리쨔, 상쾌-하고 싶지 않…… 상쾌-이이이잇!!」하고 작게 들린다.

온화한 햇살은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마리사가 떠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다.

변함없이 남자의 정원에는 매일같이 아기 마리사가 찾아온다.

 

 

남자가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제각각 정원에서 노는 아기 마리사들.

그중 한 마리가 정원 구석에서 무언가에 놀란 듯한 목소리를 높였다.

 

 

「느와아아아! 이것은 전설의 영웅 씨가 썼다는 성검 엑스칼리버 씨인거제!」

 

 

아기 마리사의 눈앞에는 땅에 꽂힌 부러진 아이스크림 막대.

『당첨』이라고 적혀 있다. 그 마리사의 아이스크림 막대였다.

 

 

「아니, 그건 아이스크림 막대다.」

 

 

남자는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말을 건넨다.

 

 

「느늣? 오빠야. 어째서 엑스칼리버 씨가 여기에 있는거제? 마리쨔를 위해 돋아난거제?」

 

 

「옛날에 여기 있던 마리사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야.」

 

 

아기 마리사는 잠시 말없이 아이스크림 막대를 바라보더니 문득 입을 열었다.

 

 

「왠지 무덤 같은거제.」

 

 

「그런가.」

 

 

그 마리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역시 들윳쿠리답게 지금쯤 어디선가 죽어있을지도 모르겠군.

남자는 일주일 전 마리사의 미소를 떠올린다.

 

 

「혹시 마리쨔가 말한 게 맞은거제? 이건 영웅 씨의 무덤인거제?」

 

 

「아니, 유감. 이건 무덤이 아니야. 영웅 씨가 여기서 여행을 떠난 거야.」

 

 

남자의 말에 아기 마리사는 「느와아아!」하고 소리를 흘리면서 시시도 흘렸다.

남자는 아기 마리사에게 등을 돌리고 정원을 뒤로한다.

아기 마리사가 정원에 나타난 지 일 년 남짓, 그 마리사는 남자에게 유일하게 기억에 남은 마리사였다.

 

 

(어쩌면 그 녀석의 아이가 이 정원에 올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살며시 유리문을 닫았다.

 

 

 

 

 

 

 

 

 

 

 

 

 

 

 

 

「오빠야아아아아앙! 도와줘어어어어어어! 아파여어어어어어어어어!!」

 

 

「아빠-. 저 마리사가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