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anko0722 매운 레이무와 커피 앨리스

by 류민혜 posted Sep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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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후타바 / 一言あき
번역자 : ?
번역출처 : 구 윳쿠리 사이트




anko0722 타바스코레이무와 커피앨리스 - 전편
(激辛れいむと珈琲ありす)

 

 

- 일언아키

 

 

 

 

 

 오늘도 힘든 일과를 마치고, 편도 한 시간 정도 되는 거리의 교외에 위치한 방 네 개짜리 나의 성으로 돌아온 게 오전 3시.

 이래 놓고 내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하라니, 막장회사인 것도 정도가 있지.

 

[다녀왔다~.]

 

 샐러리맨들이 꿈꿔 마지않는 집이라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은 나 한 사람. 

 시골에서 지내는 게 편하신지 부모님은 이쪽으로 오시려 하지 않고, 나는 홀몸이라 아내도 자식도 없다.

 하지만 내가 다녀왔다고 귀가인사를 하면, 아무도 없을 터인 집 안에서 대답이 돌아온다.

 

[오빠. 느긋하게 어서오라구!]

 

 집 안쪽에서 뽀잉뽀잉 하고 뛰어온 것은, 반년 정도 전부터 내가 애완윳으로 삼고 있는 윳쿠리레이무이다.

 

[오늘도 힘들었지! 밥은?]

[아아, 오면서 편의점에 들려서…]

[또 그런 <정크푸드>만 먹었다간 몸을 망친다구! 조심하라구!]

[…넌 무슨 우리 엄마냐. 목욕물은 데워놨어?]

[미지근해졌으니까, 다시 데우는 게 나을 거라구! 스윗치, 눌러두고 올게!]

[부탁할게. … 아아, 깜빡했다. 사달라던 선물 사왔으니까.]

 

 전자동화의 은총으로, 윳쿠리라도 조작할 수 있는 목욕탕으로 향하던 레이무의 등을 향한 내 말에, 눈을 반짝이며 돌아서는 레이무.

 

[늣! 고마워, 오빠! 느와~이!]

 

 더욱 경쾌한 발걸음으로 뛰어가는 레이무를 바라보며, 나는 비닐봉투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과 맥주, 그리고 선물인 작은 병을 꺼낸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튀긴 음식 중심인 칼로리가 과다한 도시락을 먹고 있으니, 물을 데우는 스위치를 켜고 온 레이무가 돌아왔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상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아이 같아서, 그만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작은 병을 내밀어 레이무에게 보여준다.

 

[자, 이거지? 지금 열어줄 테니까 기다려.]

[느긋하지 말고 냉큼 열라구! ……늣!?]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겠지.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실수했다는 표정의 레이무.

 방금까지 반짝이던 얼굴이 마치 거짓말이었다는 듯 의기소침해진다.

 

[…레이무… 너 말야…]

[느으… 미안… 멋대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구…]

 

 거짓말은 아니다. 윳쿠리의 본능인 건지, 이 녀석들은 생각한 걸 그대로 입으로 내뱉어 버리는 것이다.

 조사해 보니, 원래 서로 마음이 잘 맞는 녀석들끼리만 같이 생활하는 이 녀석들은 서로 조심하며 신경 써준다는 개념이 없는 듯하다.

 덧붙여 굉장히 머리가 둔하다. 에둘러 돌려 말하는 게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본심만으로 대화를 하는 모양이다.

 인간으로 치자면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발언이라거나, 제멋대로인 발언이 많은 것은 그 이유에서다. 

 반대로 분위기 파악을 할 수 있는 윳쿠리는 본심을 숨기는 데 능숙한 게스후보라나 뭐라나.

 

 하지만, 이 레이무는 평범한 윳쿠리와는 다르다.

 이 녀석은 어떤 사정으로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걸 알게 됐을 때,

 

[오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아남미다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이 녀석은 펑펑 울면서 몇 번이고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밥을 얻는 대신에 집안 자잘한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자잘한 일이라고는 해도 윳쿠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뻔하지만, 이 집에서라면 대부분의 집안일이 스위치를 켜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기에, 레이무라도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멍청한 몸종을 고용한다는 느낌으로 기르기 시작한 레이무인데, 의외로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 새벽에 귀가하는 나를 맞이해주고, 목욕탕 준비나 우편물 수령 등, 이 녀석이 할 수 있는 범위의 집안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설령 윳쿠리라도 동거인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윳쿠리에 대한 평가가 전혀 맞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좋은 레이무는, 금방 내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레이무조차도 윳쿠리의 본능에는 거스를 수 없는 건지, 가끔 이렇게 느긋할 수 없는 말을 내뱉어 버린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렇게 침울해지곤 한다.

 

[뭐, 어쩔 수 없어. 윳쿠리의 숙명 같은 거겠지. 신경 쓰지마.]

 

 내가 달래자, 레이무는 힘없이 웃는다.

 

[…그치만, 레이무는 정상적인 윳쿠리가 아니라구. 레이무는 이제 다른 애들이랑 같이 느긋할 수 없는데, 이런 점만 윳쿠리인 채 그대로라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레이무를, 나는 작은 병을 열면서 격려한다.

 

[뭐, 시간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 아니, 그보다, 태어난 지 반년밖에 안 된 꼬맹이가 잘난 소리 하지 마라. 그리고…]

 일단 말을 멈추고, 방 안쪽으로 눈길을 주며 말을 잇는다.

[친구라면 금방 생길 거야. 저 녀석, 아무래도 성공인 것 같으니까.]

 

 그걸 들은 레이무는 눈을 다시 반짝인다.

 

[정말! 저 애, 레이무랑 똑같아!?]

[너랑 똑같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평범한 윳쿠리랑은 다를 거야. 자, 열었다. 마침 잘됐네. 이걸로 건배 할까!]

[느와~이! 고마워, 오빠!]

 

 나는 맥주캔을, 레이무는 입에 물고 있는 작은 병을 서로 부딪히며 건배한다.

 

[[건배~!!]]

 

 맥주를 목으로 넘긴다. 저녁 반주 삼아 마시는 한 잔이지만, 지금의 나에겐 최고급 샴페인에 버금갈 만큼 맛있다.

 나는 <타바스코>가 들어있는 작은 병으로 병나발을 불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레이무를 보면서, 그 날의 일을 떠올렸다.

 

 

 

 

<매운맛 레이무와 커피 앨리스 ? 전편>

 

 

 

 

 

 그 날, 나는 평소처럼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겨우 끌고, 새벽에 귀가하던 참이었다.

 

[늣! 여기는 마리사랑 가족의 윳쿠리플레이스라구!! 영감탱이는 빨리 나가라구!!]

[레이무는 아가야가 있다구!! 영감탱이는 달콤달콤을 가져오라구! 그 다음에 죽으라구!!]

 

 하지만, 아무도 없을 터인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깨진 유리창과 엉망진창 어지럽혀진 실내, 그리고 머리에 줄기가 돋아나 있는 더러운 만쥬들이었다.

 

[안 들리는 거야!? 멍청한 영감탱이는 당장 꺼지 [네가 꺼져라.] 느벳!!]

[바리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안 그래도 피곤한데 만쥬 따위 상대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검은 모자를 쓰고 있는 만쥬를 힘껏 발로 차서, 곧바로 음식물쓰레기로 만들어 준다.

 

[음식물쓰레기는 조용해서 좋네. 그럼, 쓰레기처리 부탁한다. 아, 이 녀석들은 그때까지 인질이니까.]

[데이브으 아가아 덜려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붉은 리본을 달고 있는 청소기가 잡음을 내고 있지만, 나는 청소기가 얼른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청소기에 돋아나 있는 잡초를 잡아뜯어 인질로 삼았다.

 반항하던 청소기는, 내가 잡초에 달려있는 열매를 으깨버리려고 하자 얌전히 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뜩 떠올라서, 나는 줄기를 꽂아놓은 꽃병 대신 삼은 컵에 어떤 걸 주입한다.

 내가 뭘 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일을 마친 청소기가, 또 다시 [아가아 덜러져!!] 하고 떠들어대길래 적당히 패준 다음에 검테이프로 구속.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청소기의 눈앞에, 나는 가지가 꽂힌 컵을 내려놓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으브으!! 데이브으 아가아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청소기의 안색이 새파래진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것은, 컵에 주입된 타바스코 때문에 까맣게 말라비틀어져 버린 열매. 열 개 가까이 맺혀 있던 미니토마토 사이즈의 그것들이, 딱 하나 남겨두고 전멸해 있었다.

 매운 것, 떫은 것, 쓴 것은 윳쿠리에게 있어 극약이다. 하나 남은 것만 해도 기적일 것이다.

 

[잘됐네. 하나는 무사하다고.]

[잘더 아가아르으으으으을! 주거어! 영감태이느 주거어어어어어어!!]

 

 다시 잡음을 내기 시작한 청소기를 격리시키기 위해서, 현관에 놔두었던 사용하지 않는 수조를 뒤집어서 씌우고, 나는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줄기의 상태를 살피니, 이미 어느 정도 모습이 잡힐 만큼 자라있었다. 아마 오늘밤 정도면 태어날 것이다.

 

[데이브으 바리자르을 덜러져어어어! 데이브으 아가아를 덜러져어어어어!!]

 밤새 떠들어대고 있었던 듯한 청소기가 들어있는 수조 안으로 컵을 밀어넣는다. 검테이프로 고정되어 있는 청소기는 움직일 수 없으니 컵을 깨뜨릴 걱정은 없겠지.

 

[아가야랑 사이 좋게 얘기라도 하고 있어라.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비러머글 영가태이는 주거어어어! 주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

 

 뭔가 지껄여대고 있지만,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가볍게 무시하고 출근한다.

 언제나처럼 힘든 일과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편의점에 들려, 언제나처럼 새벽에 귀가.

 그리고 내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난리를 부려서인지 빈사상태인 청소기 앞에서, 줄기에 맺혀 있는 열매가 흔들리다가 툭 떨어진다.

 

[…데, 데이브으… 아가…야…아…?]

[뭐야 이거?]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나와 청소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에서 떨어진 열매는 두 세 번 몸을 쭉 펴려는 듯 부들대다가, 기세 좋게 눈을 뜬다.

 

[느, 느그짜게 이쯔랴규!!]

 

 인사라는 거겠지. 날카롭고 혀짧은 소리로 정해진 대사를 내뱉는 그 녀석은 청소기랑 똑 같은 레이무종으로 보였다.

 하지만, 청소기는 검은 머리털인데 비해 이 녀석은 아주 보기 좋게 붉은 머리털을 하고 있다. 그것도 염색한 것 같은 붉은색이 아닌, 애니 같은 데서 나올 법한 부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진홍색.

 부모와 같은 색인 리본이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완전한 붉은 머리카락이었다.

 

[………느?]

 

 멍해져 있던 나와 청소기의 모습에 작은 머리를 갸우뚱 하는 아기레이무. 인사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에 이상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느그쨔게 이쯔랴규!!]

[…알았어. 느긋하게 있어라.]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인사에, 나는 생각 없이 그냥 대답해 버렸다.

 그 순간, 아기레이무가 눈을 빛내며 내게 뛰어왔다.

 

[늣! 아뺘!]

[…늣!?]

[…뭐?]

 

 틀림없다. 방금, 이 녀석은 청소기가 아닌 나를 보고 <아빠>라고 불렀다. 어이어이…

 설마 임프린팅이라는 건가? 태어난 직후에 처음 본 것을 부모라고 생각한다는 그거.

 윳쿠리의 경우엔 최초로 인사를 대답해준 녀석이 부모라는 건가? 위험한 습성이네, 이거.

 

[…나는 네 부모 아니다? 네 부모는 이쪽.]

[아, 아가야… 레이무가 아가야의 엄마라구…? 그쪽 영감탱이가 아니라구…?]

 

 영감탱이라니, 아직도 그딴 소리를 하는 건가, 이 녀석은. 열받아서 청소기를 뭉개버리려고 들어올린 주먹은, 곧이어 들려온 아기레이무의 말에 멈춰 버렸다.

 

[늣! 아니랴규! 엄먀라면 레이뮤한톄 <쭈거!!> 가튼 말은 안 한댜규!!]

[느으으으으으!?!?!?]

 

 그런 거였나! 이 녀석은 줄기에 매달려 있는 동안 들린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부모가 계속해서 읊어대던 저주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뭐, 자장가 대신에 원망하는 말을 듣게 하는 부모를 부모라고 여기고 싶지 않겠지.

 

[아, 아니라구! 레이무는 아가야한테 한 게 아니라구!! 이쪽 영감탱이한테 한 거라구!!]

[그리겨 엄먀는 그룐 느그짤 스 엄는 말은 안 한댜규!!!]

[느그으으으으으으으!!]

[뭐, 그야 그렇겠지. 보통은 누구든 <영감탱이> 같은 소리를 들으면 느긋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건 알아야겠지. 장하네, 꼬맹이.]

[아뺘한테 칭찬 바다따규!! 느와~이!!]

[영감탱이는 닥치라구!! 아가야는 레이무의 아가야라구!!]

[아, 맞다. 꼬맹이, 너 밥을 아직 안 먹었지? 지금 먹여줄게. 그 줄기면 되겠냐?]

[데이브의 말을 드러어어어어어!!!!]

 

 떠들어대는 청소기는 무시하고 나는 아기레이무의 밥을 준비한다. 준비한다곤 해도 아기윳이 먹는 건 뻔하다.

 방금까지 자신이 매달려 있던 줄기. 이 녀석이 아기윳이 처음 먹는 밥이 되는 모양이다. 태생형 같은 거라면 자기 팥소를 먹여주거나 한다지만, 식물형은 이게 정석이다.

 잠깐? 타바스코에 잠겨있던 줄기인데? 아기윳이 먹어도 괜찮은 건가?

 불안해진 나는 일단 청소기로 독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네가 할래? 분명 줄기를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거였지?]

[당연하다구!! 레이무의 아가야니까, 레이무가 밥을 주는 게 당연하잖아!?]

[시끄럽네. 떠들어대지 마라.]

 

 이 녀석들은 머리장식이 없어지거나 상처가 생기기만 해도 육아포기를 하는 것 같던데, 이렇게 명백히 이상한 아이를 버리지 않다니 대단하다.

 그 점만은 인정해 줘도 될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컵에서 꺼낸 줄기를 청소기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우-걱, 우-걱… 느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씹기 시작한 직후, 청소기가 대량의 팥소와 함께 줄기를 토해낸다.

 

[느와아아아아아아!?]

[우와! 더러어!! 토하지 말라고!!]

 

 역시나 그 줄기는 타바스코를 빨아들인 모양이다. 입에 넣고 씹은 순간 입안에 퍼지는 독극물에 몸이 과잉반응을 일으킨 거겠지.

 

[늣늣늣…]

 

 청소기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건 이제 틀렸구나.

 

[꼬맹이, 너네 엄마가 죽을 각오를 하면서 마련해준 밥이다. 제대로 먹어줘.]

[느으… 정먈러 엄먀야…?]

[늣늣늣…]

[아아, 정말이야. 너를 위해 죽어가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증거잖아? 그러니까 나는 네 부모가 아니다. 부르고 싶으면 <오빠> 라고 해둬.]

 

 도대체가 나는 아직 20대다. 아빠라고 불릴 나이가 아니라고.

 내 말을 듣고 드디어 납득했는지, 아기레이무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청소기 옆으로 가서, 검테이프 사이로 보이는 거죽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분명, <부-비부-비> 였던가? 손발이 없는 이 녀석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었을 거다.

 

[엄먀… 고먀어… 레이뮤, 힘내셔 느그따게 있쯜 꺼라규…]

 

 힘내서 느긋하게 있다니, 모순 아냐 그거?

 내심 떠오르는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꾹 삼키고 있는 사이, 아기레이무는 엄마레이무가 씹어놓은 줄기로 다가간다.

 줄기를 물어뜯으려 할 때, 경련을 일으키던 청소기가 [기… 기다려… 아가아…] 하고 그걸 저지했다.

 

[…엄먀…?]

[…그… 줄기씨는… 매워매워라구… 엄마의… 팥소씨를… 먹으라구…]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 이 녀석, 줄기를 씹고 이 꼴이 된 거였지.

 하지만 참 대단한 근성이다. 자기 아이가 멋모르고 독을 먹으려 하니까 그걸 멈추기 위해서, 남은 힘을 짜낸 건가.

 게다가 자기 팥소를 먹이려 하다니, 참 인간이라도 흔히 보기 힘들지 않을까, 이런 부모.

 제법 좋은 부모 자식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다고 이 녀석을 용서해 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알아따규… 팥쏘찌, 느그짜게 레이뮤한톄 먹키라규… 우-격우- … 느게에에에에에엣!!!]

[아가야아아아아아!?!?!? ..느븍!!!!!]

[와! 뭐야뭐야, 무슨 일인데!?]

 

 팥소를 입에 머금은 순간, 이번엔 아기레이무가 팥소를 토해냈다.

 그걸 본 청소기는 상당한 쇼크를 받아서 이번에야말로 승천해 버린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제 몸을 바쳐서라도 살리려고 했던 자기 자식이 죽으려 하는 거니까. 게다가 자기 팥소를 먹고. 그야 쇼크사 할 만하다.

 하지만… 도대체 뭐지 이건?

 아기레이무는 다행히 치사량이 될 정도로 토한 건 아닌 듯한데, 문제는 토해낸 물질이다.

 빨갛다. 아주 새빨갛다. 부모의 팥소와는 비교해 볼 필요도 없이 완전히 다르다.

 아무래도 아기레이무의 몸 안에 담겨있는 것은 팥소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저 빨간색은 어디서 본 기억이…?

 

[ ! 그런 건가! 어이, 꼬맹이! 거기 있는 팥소는 먹지마!! 팥소 말고 줄기만 먹어라!!]

[…느, 느으……?]

[너는 부모랑은 달리 매운 것밖에 못 먹는다고! 단맛은 너한테 독이야!!]

 

 다른 꼬맹이들은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지만, 이 녀석은 자기 내용물을 바꿔 살아남았다.

 그 대가로, 다른 윳쿠리랑 같은 걸 먹지 못하게 된 거다!

 

[느… 우-격우-격… 캐, 캐앵보오~옥!]

 

 역시 맞았다. 줄기만이라면 이 녀석은 토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설마, 나는 자신도 모르는 새 윳쿠리의 품질개량에 성공해 버린 건가?

 이 무슨 일인지, 너무 재밌잖아!

 

 

 

 윳생 최초의 식사를 마친 아기레이무에게, 나는 사정을 설명해 준다.

 

 돌림병에 걸린 레이무와 마리사가, 제 몸도 돌보지 않고 인간의 마을에 도움을 구하러 온 일.

 그 병은 태어날 아이윳쿠리에게 어떤 치료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점.

 그 치료법으로도 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다가, 부작용으로 평범한 윳쿠리가 아니게 돼버린다는 것.

 게다가 치료를 위해서는, 윳쿠리는 절대로 갚지 못할 엄청난 치료비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

 그걸 들은 아빠마리사가 자기 몸을 바쳐서, 아이들의 치료를 요구한 일.

 그 열의에 감탄해 치료를 해주었지만, 아기레이무 이외의 자매들은 치료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일.

 모든 것을 지켜본 결과, 병기운이 급속도로 진행돼 위기상태였던 엄마레이무가 무리해서 아기레이무를 낳은 일.

 그리고, 아기레이무에게 밥을 주려고 독성을 지닌 줄기를 먹고, 팥소를 토해 죽어 버린 일.

 

 나는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아기레이무에게 설명했다.

 한 시간 이상 반복해서 세뇌시킨 결과 일단은 아기레이무는 이해했고, 그리곤 자신의 현재상태를 물어왔다.

 엄마를 죽인 맹독성 줄기를 먹고, 자신은 괜찮은 거냐고.

 

[아마도, 이게 너의 부작용일 거야. 평범한 윳쿠리라면 단 것이 최고의 영양분이니까. 그게 뒤집힌 거다.]

[…레이뮤, 쥭눈고야? 매어매어찌는, 독이찌?]

[아니, 아마 너는 체질 자체가 바뀐 걸 거야. 간단히 말해서, 너한테 매운맛은 독이 아닌 대신에, 단맛이 독이 된 거다.]

[…느으……]

[뭐, 이 치료법으로 살아난 것만 해도 감지덕지겠지. 네 자매는 열 마리 가까이 있었다고? 그게 너만 남고 전멸이다.]

[……언니…]

 

 화제가 자매 쪽으로 이동한 순간, 아기레이무가 눈물을 흘린다. 천애고아가 된 것을 이제 와서야 실감한 거겠지.

 

[살아남은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안 그럼, 부모랑 자매들이 뭘 위해서 죽었는지 모르게 되잖아?]

[…어째셔?]

[당연히 너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버렸으니까 그런 거지. 그런데 너는 계속 울고만 있어서야 쓰겠냐. 열심히 느긋하게 있는댔지? 그럼 울고 있을 틈이 없을 텐데.]

[………능! 알아따규! 레이뮤, 열찌미 느그짜게 이쯜 꺼라규!]

 

 방금까지 울고 있더니 금새 또 웃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울음을 참으며 억지로 웃고 있는 듯하다.

 

(제법 근성 있네, 이 녀석.)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 녀석을 돌봐주기로 했다.

 

 

 

 회상과 식사를 마치고, 목욕이라도 대충 하기로 하고 나는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김에 안쪽 상황을 살피러 간다.

 헛방 문에 히라가나로 <치료실>, 그 글자 위에 한자로 <실험실> 이라고 적혀 있는 이곳에, 레이무는 거의 접근하지 않는다.

 문열 연 순간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가 무서운 모양이다. 레이무가 겁에 질리지 않도록, 나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그곳에는 일부러 가져다 놓은 금속틀로 짜여져 있는 유리병과 컵이 잔뜩 있다. 그 안에 채워져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액체.

 타바스코, 식용류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조미료나 주류, 차까지 이곳에 모여있다.

 그리고 그 액체에 잠겨 있는 것은, 귀중한 휴일날에 야산을 돌아다니며 채집해온 아기윳쿠리의 줄기이다.

 이곳은 <신종 윳쿠리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레이무한테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 <이건 치료다.> 하고 둘러댔다.

 

 이렇게 실험을 하는 게 벌써 몇 십 번이나 되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것은 레이무 한 마리뿐.

 줄기가 돋아난 뒤로 대략 1주일 정도면 태어나는 모양인데, 그 때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검게 말라비틀어져 버린다.

 검게 말라비틀어진 아기윳이 풍기는 단내에 기침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나는 어떤 머그컵 앞에 선다.

 다른 줄기와 마찬가지로 검게 말라비틀어진 아기윳이 맺혀있는 가운데, 한 마리의 아기윳만이 잠들어 숨소리를 내고 있다.

 붉은 머리띠를 보면 앨리스인 모양인데, 아무래도 누가 보면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듯하다.

 왜냐면, 앨리스의 특징적인 금발이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들고온 포트 안에 있는 액체를 머그컵에 붓는다. 

 좋은 향기가 한 순간 아기윳들의 사취를 막아주지만, 금방 섞여버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버린다.

 

 머그컵 안에서 온기를 내고 있는 것은, 설탕과 우유가 일절 들어있지 않은 커피이다.

 현재로선, 이 앨리스가 품질개량 성공 제2호가 될 것이다.

 이 줄기는 막 레이프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서 받은 것으로, 오늘로 5일째가 된다.

 슬슬 이 방에서 내놓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검게 말라비틀어진 열매윳을 뜯어내며, 머그컵을 거실로 가져간다.

 

[레이무, 슬슬 태어날 것 같으니 거실로 내놓는다.]

[늣! 아가야, 무사히 태어나라구!]

 

 마루바닥에 머그컵을 내려놓는다. 줄기 아래 축 늘어져 매달려있는 앨리스를, 레이무가 걱정스런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노래는 금지야. 정 하고 싶으면 내가 없을 때 해. 이웃집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문은 닫아놓을 테니까.]

[능! 레이무!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구!]

 

 혹시나 해서 못박아 두고, 나는 조금이라도 자두기 위해서 방으로 향한다.

 돌아보니, 레이무가 머그컵 앞에서 자리 잡고 앉아있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밤새 붙어있을 생각인 듯하다.

 

(…꽤나 열심히네. 저게 소문으로 듣던 <모성(풉)> 인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잠들었다…

 

 

 

 

 

 레이무는 에어컨 바람에 맞춰 흔들리는 열매윳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의 윳생을 떠올리고 있었다.

 

 레이무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쉴 틈 없이 들려오는 [주거… 주거…] 하는 저주였다.

 태어나기 직전 가장 느긋하게 있어야 할 시기에 들려온 그것은, 레이무 안에 저주가 되어 들러붙었다.

 

(레이뮤눈 피료엄는 애야? 엄먀는 레이뮤가 시른고야?)

 

 윳쿠리의 임신이라는 건 바로 중추팥소의 발생이다. 그리고 중추팥소의 원료는, 부모가 되는 윳쿠리의 팥소 그 자체다.

 생쾌-! 라고 불리는 행위로 분비된 정자팥소를 받아들여 팥소가 변이된 그것이, 태생형이라면 마무마무로고 불리는 기관으로,

 식물형이라면 줄기를 통해 열매윳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윳쿠리는 그 생태의대부분을 형성한다.

 즉, 임신한 시점에서 청각, 후각, 촉각을 거죽을 통해 감지하는 종합감각, <느긋하고 싶다.> 라고 바라는 본능, 그리고 기본적인 지식과 자아가 이미 생겨 있는 것이다.

 윳쿠리가 태어나기 전에 아기윳에게 말을 걸거나, 노래를 불러주거나 하는 것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아기윳을 느긋하게 해주려 하기 때문이지만…

 이 레이무는 부모의 격려나 느긋할 수 있는 노래 대신에, 가장 느긋할 수 없는 저주를 계속 들은 것이다.

 

 레이무는 무서웠다. 아직 보지도 못한 부모가, 레이무를 느긋하지 못하게 하는 저주가.

 

(엄먀, 레이뮤 차칸 애가 된다규! 투정 브리지 안눈다규! 엄먀 말 잘 들을꺼라규!

그로니꺄, 그로니꺄 레이뮤를 시러하지 말랴규. 레이뮤 주기지 말랴규…!!]

 

 공포에 떨며 무사히 태어난 레이무가 처음으로 본 것은, 온몸을 갈색 띠로 둘둘 말고 있는 윳쿠리와, 커다란 몸첨부윳쿠리였다.

 

[느그쨔게 이쯔랴규!!]

[…알았어, 느긋하게 있어라.]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인사에 대답해주지 않는 것에 의아해 하던 레이무가 다시 인사를 했을 때, 대답을 들려준 것은 몸첨부 쪽이었다.

 대답해준 쪽이 부모인 게 틀림없다. 그렇게 느낀 레이무는 몸첨부 쪽으로 몸을 돌려 뛰어들었다.

 

[늣! 아뺘!]

[…늣!?]

[…뭐?]

 

 그 말에 격렬하게 반응한 것은 둘둘 말려있는 윳쿠리였다.

 

[…나는 네 부모가 아니다? 네 부모는 이쪽.]

[아, 아가야… 레이무가 아가야의 엄마라구…? 그쪽 영감탱이가 아니라구…?]

 

 <아빠>가 자기가 부모란 걸 부정한 데 이어, 우물쭈물 하던 둘둘 말고 있는 윳쿠리가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레이무는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태어나기 직전까지 들려왔던 저주와 같은 목소리라고 깨달은 레이무는 곧바로 부정했다.

 

[늣! 아니랴규! 엄먀는 레이뮤한테 <쭈거!!> 가튼 마른 안 한다규!!]

[느으으으으으!?!?!?]

 

 레이무의 말에 기겁하는 표정이 된 둘둘 말고 있는 윳쿠리가, 곧바로 변명을 시작한다.

 

[아, 아니라구! 레이무는 아가야한테 말한 게 아니라구! 이쪽 영감탱이한테 한 거라구!!]

 

 하지만, 그 말은 레이무를 더욱 화나게 해버렸다.

 

(아뺘를 영감태이라고 불려써!! 이제 영서할 슈 업따규!!)

 

 윳쿠리는 손발은 없으면서, 태어난 직후부터 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그건은 즉 <대화에 필요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인간이나 동물조차 <학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윳쿠리들은 팥소를 받는 걸로 클리어하는 것이다.

 막 태어난 팥소뇌에 비축된 약간의 어휘로, <영감탱이>라는 단어가 멸시하는 칭호라는 걸 이해하고 있던 레이무는,

 더욱 분노에 차서 눈앞의 오물에게 말한다.

 

[게다갸 엄먀는 그론 느그짤 스 엄는 마른 안 한댜규!!!]

[느규으으으으으으으!!]

[뭐, 그야 그렇겠지. 보통은 누구든 <영감탱이> 같은 소리를 들으면 느긋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건 알아야겠지. 장하네, 꼬맹이]

 

 절규하는 오물과는 반대로, 제대로 인사했다는 걸 칭찬해주는 <아빠>.

 태어나기 전부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부모와 대면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던 레이무에게 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복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 한 시간은 길게 가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 하는 식사, 그 일련의 흐름 도중에 자신이 그 오물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돼 버린 것이다.

 <아빠>의 차갑게 내던지는 식의 말투,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레이무를 느긋하게 해주려 했던 엄마인 듯한 윳쿠리.

 그것들이 모두 저 둘둘 말고 잇는 윳쿠리가 모친이라는 것을 설명한다는 걸 받아들인 레이무는, 갈색 띠 사이로 엄마에게 부-비부-비를 한다.

 

[엄먀… 고마어… 레이뮤, 열씨미 느그따게 이쯜 꺼라규…]

 

 그리고 모친의 충고에 따라 맛있어 보이는 냄새가 나는 줄기를 놔두고, 왠지 느긋할 수 없을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팥소를 우격우격한 순간, 비극이 더욱 박차를 가했다.

 

[팥소찌, 느그따게 레이뮤한톄 먹키라규… 우-격우-… 느게에에에에엣!!!]

 

 입안에 퍼지는 격통. 동시에 밀려올라오는 토할 것 같은 불쾌한 기분에, 레이무는 자신의 팥소를 토해 버린 것이다.

 만약 <오빠>의 적절한 충고가 없었더라면, 레이무의 윳생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겨우 목숨을 건진 레이무는, <오빠>한테서 사정을 들었다.

 

 임신한 윳쿠리가 걸린다는 돌림병에 감염된 양친이, 최소한 아이들만이라도 자신들을 대가로 치료해달라 의뢰한 일.

 치료에 성공한 것은 레이무 혼자뿐이고, 그걸 본 엄마가 혼란에 빠져 그런 기행을 저지른 일.

 그리고…

 

[…레이뮤, 죽눈 고야? 매어매어찌는, 독이찌?]

 

 레이무의 내용물이, 엄마의 목숨을 앗아간 독극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오빠> 말에 따르면, 그걸로 레이무가 죽거나 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윳쿠리에게는 맛있을 터인 단맛이 맹독이 되었기에, 평범한 밥은 먹을 수 없다는 듯하다.

 

[뭐, 이 치료법으로 살아난 것만 해도 감지덕지겠지. 네 자매는 열 마리 가까이 있었다고? 그게 너만 남고 전멸이다]

 

 이 병에 감염된 어른윳쿠리는 어떻게 구할 길이 없는 듯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만이 살 수 있는 듯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확률일 뿐이다. 실제로는, 불치의 병으로 죽는 병이라고 한다.

 

 레이무는 마음속으로 양친과 자매들에게 몇 번이고 사죄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레이무는 엄마를 매도했다. 마음속으로 오물 취급 해버렸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탄생을 지켜봐 주었는데.

 아빠는 윳쿠리가 절대로 지불할 수 없을 정도의 치료비를 위해서 스스로 가공소에 가버린 듯하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자신을 살려준 것에, 레이무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열 마리 가까이 있던 자매들은 치료를 견디지 못하고 영원히 느긋해져 버렸다고 한다. 본 적도 없는 자매가 자신 대신에 희생되기라도 한 것처럼, 레이무의 마음속 죄악감이 되어 박힌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죽어버린 가족들에게 계속 사과하는 레이무에게, <오빠>는 일갈했다.

 

[계속 울고만 있어서야 쓰겠냐. 열심히 느긋하게 있는댔지? 그럼 울고 있을 틈이 없을 텐데.]

[…능! 알아따구! 레이뮤, 열씨미 느그따게 이쯜 거라규!]

 

 <오빠>의 격려를 받고, 레이무는 그 윳생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레이무의 윳생은 갑작스런 좌절을 맞이했다.

 자신을 치료해준 <오빠>의 배려로 일단 주거지와 식사를 확보한 건 좋지만, 그 <오빠>가 전혀 느긋하게 해주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버리고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레이무가 말을 잘 듣는다고 해도 아직 막 태어난 아기윳이다.

 원래대로라면 옆에 붙어 돌봐줘야 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다는 듯 <오빠>는 나가 버린다.

 빈집을 지킬 때는 여기 있으라며 수조에 넣어져 쓸쓸하게 혼자 놀면서, 레이무는 불만이 쌓여갔다.

 

(레이뮤 얌저니 이따규… 투정 브리지 안눈다규… 오뺘가 하눈 말 잘 듣는다규…

…어째셔, 오뺘는 레이뮤랑 널아즈지 안눈고야…?)

 

 투정 부리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윳쿠리의 상식대로라면 있을 수가 없는 <아기윳 혼자 집지키기>를 계속할 뿐인 나날.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레이무의 불만은 쌓여만 간다. 그리고 그 불만은 드디어 폭발했다.

 

[…오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 능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울어대는 레이무에 놀란 <오빠>. 당황하며 레이무를 달래며 레이무 말을 듣는다.

 

[… 훌쩍… 오뺘… 워째셔, 레이뮤를 놔드거 가는고야…? 레이뮤… 시로하눈고야…?

레이뮤를 놔드거, 오디 가눈고야…? 가치 느그따게, 이쩌주지 안눈고야…?]

[앙? 어디냐니… 회사지. 일하러 가는 거다.]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레이무는 고개를 들고 질문한다.

 

[…일…?]

[아~, 너네들 식으로 말하자면 사냥 같은 거다. 그것보단 좀 더 복잡하고 번거롭지만 말야.]

[어째셔, 그런 걸 하눈고야…?]

[그야 내가 인간이니까 그렇지. 인간은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거든.]

 

 그 대답에, 레이무는 머리밖에 없으면서 재주 좋게도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인간찌?]

 

 

 

 <오빠>가 자세히 알아본 결과, 아무래도 레이무의 팥소뇌에 들어간 윳쿠리의 상식은 상당히 흐릿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인간과 윳쿠리의 분별을 못하고 있었던 거냐, 하고 <오빠>는 황당해했지만, 아무래도 원인은 오빠에게 있는 듯했다.

 

[실험, 아니 치료의 부작용이네.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곤 나도 생각지 못했지만.]

 

 치료를 위해 모친의 머리에서 뜯겨져 나온 탓에, 원래대로라면 태어날 때까지 받아들여야 했을 기억이나 경험이 일부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 게 원인인 듯하다.

 

[느으으으으으! 그롬 오뺘눈 인간찌인거녜!]

[아아, 그래. 그리고, 너는 윳쿠리고.]

 

 시간을 들여 설명한 덕분에, 레이무도 겨우 <오빠>들이 <인간씨>라고 불리는 종족이고, 윳쿠리와는 다른 생물인 듯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씨>는 매일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일이란 건 뭘 하는 거야? 하고 묻는 레이무에게, <오빠>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래, 너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을 느긋하게 해주는> 거야.]

 

 그 대답에 레이무는 기겁했다. 다른 사람을 느긋하게 해줘!? 그걸 위해서, <오빠>는 매일 느긋할 수 없는데도!?

 그대로 질문을 한 레이무에게, <오빠>는 이렇게 답했다.

 

[알겠냐, 레이무. 나는 야채를 만들지도 못하고, 옷도 못 만들어. 집 같은 건 더더욱 그렇고. 하지만, 야채를 만들거나 옷을 만드는 사람, 집을 세우는 사람이 못하는 걸 나는 할 수 있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 걸 해서 다른 사람을 느긋하게 해주고, 똑같이 내가 할 수 없는 걸 다른 사람이 해줘서 내가 느긋하게 되는 거야. 그게, 일을 한다, 노동을 한다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일하러 나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레이무 안에서 어떤 생각이 생겨났다.

 그렇다, 언제까지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엄마나 아빠, 그리고 자매들이 나눠진 느긋함 덕분에 살아남은 자신에게는, 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다.

 인간씨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느긋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레이무도 모두를 느긋하게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받은 느긋함을, 모두에게 되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목숨과 맞바꾼 느긋함을, 열 마리 분 이상 받은 것이다. 앞으로 남은 생애를 모두 내놔도, 다 갚을 수나 있을지 모를 정도다.

 

(…그래더! 레이뮤는 해보게따규!! 엄먀, 아뺘, 언니, 레이뮤를 느그따게 지켜바달라규!!)

 

 레이무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느긋함갚기>라고 불리는 행위였다.

 자신을 느긋하게 해준 만큼, 상대를 느긋하게 해준다는 가장 원시적인 윳쿠리의 가치관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윳쿠리들이 잃어버리고만 미덕이다.

 뜻하지 않게도 레이무는 양친에게서 받아들였어야 했을 기억 대신에, 조상의 가치관을 부활시키는 <격세유전>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윳쿠리는 어차피 윳쿠리. 아무리 장대한 목적을 세우더라도, 생태계에서 최약의 존재인 만쥬가 할 수 있는 일은 뻔하다.

 <오빠>의 일을 도우려 해도 뭐가 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밥을 모으려 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해 방법이 없다.

 레이무의 기세는 금방도 좌절됐다.

 

[오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아남미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능하다는 걸 깨달은 레이무가 울부짖으며 <오빠>에게 사과했을 때, 오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너, 아직 자기가 아기윳이라는 걸 잊고 있지 않냐? 아무것도 못한다면, 할 수 있는 걸 익히면 되잖아. 애초에, 아이가 하는 일은 공부라고? 너는 아직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았잖아. 내가 가르쳐줄 테니까, 공부해봐.]

 

 <오빠>가 가르쳐준 것은, 집안에 잔뜩 있는 <삑삑씨>의 사용법이었다.

 <삑삑씨>는 대체적으로 까맣고 작은 창문이랑 세트로 되어 있고, 사용할 때마다 작은 창문에 뭔가가 표시된다.

 <오빠> 말로는 작은 창문에 표시되는 것은 문자라는 것으로, <삑삑씨>가 뭘 해주는지를 가르쳐주는 듯하다.

 하지만, 문자의 종류는 너무도 많아서, 레이무가 겨우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라비아숫자가 고작이었다.

 최종적으로는 2자리 수까지 셀 수 있게 됐지만, 히라가나나 카타가나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는 이상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레이무의 아기윳 말투가 없어졌을 즈음에는 <삑삑씨>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삑삑씨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구!]

[삑삑이 아니라 리모콘이라니까. …뭐, 이 정도로 사용할 수 있다면 집지키기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비좁아진 수조에서 꺼내진 레이무에게 주어진 일은 <집지키기>이다.

 역시나 사람이 왔을 때 맞이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주로 하는 것은 <오빠>의 귀가에 맞춰 목욕물을 데워놓거나 에어컨 스위치를 켜거나 하는 정도지만.

 <오빠>는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뭘 하든 괜찮아.] 라고 했지만, 레이무는 될 수 있는 한 거실에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오빠의 소중한 집은, 레이무가 지키겠다구!!)

 

 그런 사명감에 불타며, 레이무는 거실의 샷시창으로 매일 바깥을 살폈다.

 결코 거실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전업주부처럼 낮시간 드라마에 푹 빠지거나 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레이무가 집지키기를 맡은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사건이 일어났다.

 

[늣! 여기를 레이무랑 아가야들의 윳쿠리플레이스로 하겠다구!]

[[[[[느~ ♪]]]]]

 

 지각하기 직전상황이었던 <오빠>가 그만 잠그는 걸 깜빡한 현관문으로, 야생인 듯한 레이무 일가가 침입한 것이다.

 

[여기는 오빠랑 레이무의 윳쿠리플레이스라구!! 멋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구!!]

[능? 엄마, 저기 이상한 레이무가 있다구?]

[느? …느긋할 수 없는 레이무는 느긋하게 죽어어!!]

 

 전혀 사양하지 않고, 마치 당연히 자기 거라는 듯 들어오는 일가를 막아서기 위해 나타난 레이무에게, 전력으로 몸통박치기를 하는 엄마레이무.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레이무가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어서, 허망하게 날아가 거실 중앙까지 날아와 버렸다.

 

[느기이… 아프아…]

[아가야! 저런 이상한 머리카락씨를 하고 있는 레이무한테 가까이 가면 안 된다구! 머리카락씨가 저렇게 될 거라구!]

[머리카락씨가 저런 색이 되는 건 느긋할 수 없다구!]

[이상한 머리카락을 한 레이무는 느긋하지 말고 죽으라구!]

 

 레이무의 머리카락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물론 타고난 거지만, 명확하게 이상한 부분이 있는 레이무를 이 일가는 <느긋할 수 없다>라고 확정지었다.

 하지만 레이무를 죽이진 않았다. 병에 걸렸다거나 비슷한 무언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고통에 움직이지 못하는 레이무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일가는 거실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카펫이 깔려있는 거실은 굉장히 넓고, 지금까지 살던 집과는 천지차이다.

 햇빛이 잘 들 것 같은 창문 옆에 놓여진 모피로 된 방석은 푹신푹신해서, 앉아있으면 굉장히 느낌이 좋을 것 같다.

 성처럼 쌓여있는 집짓기장난감은 컬러풀하고 여러 형태가 갖춰져 있어서, 아무리 놀아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바퀴가 달린 미끄럼틀은 경사가 완만해서, 아이윳쿠리라도 간단히 오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개를 키울 때 사용하는 급수기에 들어있는 달콤달콤쥬스는 일가 전원이 마셔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 옆에 놓여있는 밥그릇에는, 본 적 없는 느긋할 수 있을 것 같은 밥이 잔뜩 들어있다.

 

 그야말로 일가가 꿈꾸던 이상적인 <윳쿠리플레이스>가 그곳에 있었다.

 감동에 한동안 할말을 잃었던 일가였지만, 가장 작은 아이레이무에게서 들려오는 꼬로록 배고프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늣! 다들, 저기 있는 밥씨를 잔뜩 우-걱우-걱 하자구!!]

[정말!? 저렇게 잔뜩 우-걱우-걱 해도 되는 거야? 느와~이!]

[저런 밥씨는 본 적이 없다구! 맛있을 것 같다구!]

 

 엄마레이무의 말에 가장 큰 아이마리사가 기뻐하며, 아마도 차녀일 듯한 레이무가 그 맛을 상상하며 군침을 흘린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작은 아이마리사 두 마리와 아이레이무가 밥그릇으로 뛰어든다.

 

[마리샤가 제일 먼저다졔!] [마리샤가 먼져다졔!!]

[언니 치사하다규! 레이뮤더 우-격우-격 하거 싶따규!]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엄마레이무도 식사를 하기 위해 밥그릇으로 향한다.

 그 발걸음을 멈춰세운 건,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였다.

[…안 된다구… 그건, 레이무의 밥씨니까… 먹으면, 안 된다구…]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레이무는 싱글마더라구! 불쌍하다구!

이런 레이무한테서 밥을 뺏으려고 하는 레이무는 느긋하지 말고 죽으라구!!]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붉은머리레이무는 밥그릇으로 향하는 일가를 저지한다.

 하지만, 엄마레이무에게는 그저 허세를 부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뭉개버리고 싶은 걸 참으며, 엄마레이무는 밥그릇으로 눈을 돌린다.

 시선 끝에는 가장 먼저 도착한 마리사가, 크게 벌린 입으로 막 밥을 덥석 물려고 하는 참이었다.

 

[느그찌 잘먹겠습니다! 우-격우-… 느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마, 마리사아아아아아아아!?!?!?] [언니이이이이이이!?] [느와아아아아아!? 마리사의 동생이이이이이!!]

 

 하지만, 그런 흐뭇한 광경이 곧바로 지옥으로 변한다.

 밥을 덥석 문 아이마리사가 갑자기, 치명적인 양의 팥소를 토해낸 것이다.

 기겁한 엄마레이무가 뛰어가지만, 아이마리사는 이미 [늣… 늣…] 하고 다 죽어가고 있다. 이미 구하기엔 늦었다는 건 일목요연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에 매달려, 엄마레이무는 급수기의 주스를 기세 좋게 빨아들였다. 

 

[……늣!?!?!?]

 

 처음에 느낀 건 위화감. 혀끝이 저린 듯한, 전혀 달콤달콤하지 않는 감각.

 곧이어 엄습한 것은, 온몸을 얻어맞는 듯한 터무니없는 충격이었다.

 

[브베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뭐아이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입에 머금고 있던 주스를 힘껏 뱉어버린 엄마레이무. 그 액체는, 아이레이무 주변에 모여있던 아이들에게 직격했다.

 새빨간 그것이 무방비상태인 아이들에게 끼얹어진다. 다음 순간, 아이들은 혼비백산하며 절규를 지르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니이이!! 레이뮤으 에쁜 누니이이이이이이이이!!!]

[아프아! 아프아아아!! 치어져! 이거 치어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엄먀아아아아아!! 아브다구우우우우!! 빨리 할짝할짝 해져어어어어어어!!]

 

 아비규환 상태의 일가. 잔뜩 있던 <엄청 매운맛 스낵>과 <타바스코 희석액>이라는 독극물로 인한 비극이었다.

 
삽화 : 키리라이터아키


[느… 그래서 말린 건데…]

 

 붉은머리레이무가 작게 중얼거렸다. 잘도 그걸 들은 엄마레이무가 귀신 같은 형상으로 다그친다.

 

[니가, 니가 한 짓이구나!! 용서 못한다구!!]

[레이무 탓이 아니라구… 레이무는 말리려고 했다구…

그보다, 이대로는 아가야들이 죽어 버린다구. 주방에 가면 물이 있으니까, 그걸로 씻어주면…]

[늣! 그럼 느긋하지 말고 냉큼 물씨를 가져오라구!!]

[주방의 싱크대는, 레이무한텐 닿지 않는다구… 사다리씨를 가져가지 않으면…]

 

 아픈 몸을 이끌고, 붉은머리레이무는 바퀴가 달린 미끄럼틀로 향했다.

 실은 이 미끄럼틀, 붉은머리레이무한테 닿지 않는 곳을 커버하기 위해 마련된 발판인 것이다.

 윳쿠리용 도구 가운데, 발판으로 삼을 만한 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퀴가 달려있어서, 붉은머리레이무라도 열심히 밀면 움직일 수 있었다.

 

[능차, 능차…]

 

 그렇다곤 해도, 그건 몸상태가 좋았을 경우의 이야기다.

 덩치가 배는 되는 엄마레이무에게 얻어맞은 붉은머리레이무에게, 그런 힘은 나오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구! 이 쓰레기!! 레이무는 쓰레기가 싫다구!!]

 

 그리고 붉은머리레이무가 다친 원흉인 엄마레이무는 전혀 도와주려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레이무에게 욕을 할 뿐이었다.

 이런저런 하는 사이에도, 아이들의 고통스런 목소리는 계속된다. 그리고 드디어, 가장 작은 레이무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점더… 느그찌… 이꼬시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움직이지 않게 돼버렸다.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짝이었던 마리사가 남겨준 소중한 유품이, 너무도 느긋할 수 없는 최후를 맞이한 것에 엄마레이무는 절규한다.

 어째서,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엄마레이무의 뇌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의문.

 마리사가 죽고 밥을 모아올 수 없게 되어, 주변 화초를 뜯어먹어 벌레조차 오지 않게 된 집을 대신할 걸 찾는 사이 발견한 커다란 집.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인간씨가 나가는 게 보였다. 아마 이 집이 느긋할 수 없어서 다른 집을 찾으러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빈집은 자신들이 받기로 하고 내집선언을 한 순간, 갑자기 이상한 레이무한테 방해를 받은데다가 소중한 아가야들까지 살해당해 버렸다.

 그렇다. 전부 이 기분 나쁜 레이무 짓인 게 틀림없다!

 너무도 제멋대로에, 진실과는 동떨어진 날조된 기억으로 도출해낸 결론에 자극을 받아, 엄마레이무는 붉은머리레이무에게 뛰어들었다.

 

[게스 레이무는 느긋하지 말거 주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늣!?]

 

 추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치켜들고 기세 좋게 뛰어올라 밟아뭉개려 하는 엄마레이무의 모습에 놀라서, 붉은머리레이무는 순간 굴러서 피했다.

 목표를 잃은 엄마레이무는, 그대로 방금까지 붉은머리레이무가 밀고 있던 미끄럼틀에 격돌했다.

 붉은머리레이무보다 큰 질량이 부딪힌 미끄럼틀이, 얻은 운동에너지로 그대로 기세 좋게 움직인다.

 그 바퀴 앞에 있던 것은, 아직 타바스코에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이었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떼굴떼굴씨 이쩍 오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

 

 당황하며 옆으로 굴러 도망치는 아이레이무.

 그리고 도망치는 게 늦은 아이마리사들이 눈치챘을 때는, 미끄럼틀은 바로 눈앞에 와있었다.

 그리고,

 

[느벳!!]

 

 아직 작은 아이마리사가 바퀴에 치여, 그 거죽과 팥소가 바퀴에 말려들어간다.

 

[느갓!!]

 

 제일 큰 아이마리사에 부딪혀 날려버리고, 겨우 미끄럼틀은 멈췄다.

 

[느~ 하늘을… 장난감시 비켜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느뱌앗!!!!!]

 

 날아간 아이마리사를 받아준 것은, 성처럼 쌓여있는 집짓기장난감이었다.

 우두둑 무너지는 장난감에 파묻힌 마리사는 일단 놔두고, 엄마레이무는 바퀴에 말려들어간 마리사 쪽으로 향한다.

 왜냐면, 그 정도의 대참사인데도, 마리사는 아직 살아있었으니까.

 

[엄먀아아아아아…… 아프다그……… 살려져어어……]

 

 그렇다곤 해도, 이미 살리기엔 늦은 게 명백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드러운 거죽이 원인이 되어, 몸의 대부분이 바퀴에 말려들어가 버렸기에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

 팥소가 흘러나오는 상처가 바퀴에 눌려, 더 이상 팥소가 흘러나오지 않는 것도 불행이었다.

 자력으로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상처가 바퀴에 눌려 팥소가 흘러나와 죽지도 못하고, 마리사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뿐이었다.

 

[아가야아아아아아!! 지금 도와줄 테니까아아아아아아아아!!]

[늣! 안 된다구! 지금 움직였다간…!!]

 

 붉은머리레이무의 저지하는 목소리도 듣지 않고, 엄마레이무는 마리사 위에 얹어져 있는 미끄럼틀을 밀어내려 움직였다. 움직여 버렸다.

 

[느그아아제으가가가그브지고으!!!!!!!!!!]

 

 뭐라 하는지 모를 비명을 지르며, 마리사가 뿌꾸-! 를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다음 순간, 팥소를 내뿜으며 터져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는 엄마레이무에게, 터져 나온 팥소가 끼얹어진다.

 따끈따끈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팥소가 굳어있던 엄마레이무를 정신 차리게 했다.

 

[아… 아가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금까지 지르던 절규를 뛰어넘는, 엄청난 성량의 절규에 유리창이 흔들거린다.

 엄마레이무가 미끄럼틀을 움직여 버려서 몸 안의 팥소가 눌려, 마리사의 몸이 내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돼 버린 것이다.

 붉은머리레이무의 저지하는 목소리를 들었더라면, 어쩌면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엄마레이무는 자기가 직접 그 가능성을 날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엄마레이무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팥소를 풀회전 시켜, 자신의 아이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

 곧바로, 엄마레이무는 붉은머리레이무가 범인이라고 확정지었다.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게스가아아아아아아아!!!]

[늣!?]

 

 귀신 같은 형상이 되어 노려보는 엄마레이무에게, 붉은머리레이무는 온몸을 움츠린다.

 

[아가야! 이 게스를 죽이겠다구! 도와주라구! …아가야?]

 

 자기가 부르는데 대답도 않기에 이상하게 여긴 엄마레이무가, 집짓기장난감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온몸이 장난감에 뭉개진 마리사의 모습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몇 번째인지 모를 엄마레이무의 절규가 울려퍼진다.

 집짓기장난감은 전날 붉은머리레이무와 <오빠>가 성 모양으로 쌓아 놨다. 거기에 마리사가 부딪힌 것이다.

 지붕으로 사용한 고깔모양 블록, 성벽으로 사용한 입방형, 탑으로 사용한 원주형과 고깔형 블록.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를 둥글게 해놓은 게 무색하게, 입방형에 몸이 깎이고, 원주형에 얻어맞고, 마지막으로 중추팥소를 삼각형 블록이 뭉개버려 마리사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즉사했다.

 일단 놔두고 바퀴 쪽으로 갔을 때는 이미 죽어있었던 게 행운이었을 것이다. 엄마한테 버림 받은 순간을 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아아아아아아아!!! 데이브으 아가야들이 주거버려써어어어어어어어어어!!! ………늣!?]

 

 사랑하는 자식들의 죽음에 혼란스러워하던 엄마레이무가 문득 생각한다.

 엄마레이무의 아가야는 마리사, 레이무, 마리사, 마리사, 레이무 순서였다.

 그 가운데 사망한 게 확정된 것은 마리사, 마리사, 레이무 이다.

 

(……맞다구! 레이무한테는 아직 레이무를 닮은 아가야가 있다구!)

 

 그렇다. 차녀인 레이무가 아직 무사할 것이다. 아까, 미끄럼틀이 부딪히기 직전에 도망친 것을 엄마레이무는 목격했다.

 하지만, 방금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지 않은 것을 잊고 있었던 듯하다.

 설마 타바스코에 당해 버린 건가? 불안해진 엄마레이무가 시선을 돌리자, 엄마레이에게서 상당한 거리를 벌려두고, 아이레이무가 이쪽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게 보인다.

 

[아가야아아아아!! 무사했 [이쪽 오지마아아아아아아!!] 늣!?!?]

 

 자기 자식이 무사한 것에 뛰어가려 했던 순간에 거절 당해, 엄마레이무의 발이 멈춘다.

 자세히 보니 아이레이무는 경계심을 품고, 엄마레이무를 원수라도 보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러냐구, 아가야? 레이무는 엄마라구…?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구…?]

 

 조심스레 묻는 엄마레이무에게, 아이레이무는 증오를 담은 눈동자로 노려보며 외친다.

 

[살윳마인 느긋할 수 없는 엄마는, 느긋하지 말고 죽어!!]

[워째셔그런마를하는거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랑하는 자식에게 욕을 듣고 눈을 부라리며 경악하는 엄마레이무.

 하지만, 아이레이무는 엄마의 말을 일축했다.

 

[어째서냐니, 잘도 그런 말을 하네! 레이무의 동생들을 죽인 건 너잖아아아아아아아!!]

 

 그렇다. 자신의 소행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 엄마레이무의 악행을, 아이레이무는 모두 목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독을 먹으라고 명령해서 동생마리사를 죽이고, 자신들이 고통스러워지는 액체를 뿌려 동생레이무를 죽게 만들고, 미끄럼틀로 언니마리사를 날려버린데다가 동생마리사를 친 다음,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

 아니, 그 이전에 이 지옥 같은 장소로 아이레이무와 자매들을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이 엄마레이무이다.

 이미 아이레이무에게는 눈앞의 윳쿠리가 엄마라는 인식은 없다. 자매를 죽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원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편, 엄마레이무는 자식의 거부에 당황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걸까? 엄마레이무가 아이들을 죽였다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도대체가, 아이들을 죽인 건 저 기분 나쁜 레이무라서, 같이 제재하자고 무사한 아이를 불렀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진행됐을 때, 엄마레이무의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게 있었다.

 

(…느? 혹시, 아가야는 저 게스의 동료인 거야?)

 

 그것은 증거도 뭣도 없는 추측이었지만, 엄마레이무는 그 가정을 그냥 긍정해 버린다.

 그 순간 엄마레이무의 시야에서 아이가 사라졌다. 그 대신, 느긋할 수 없는 게스레이무가 눈앞에 있다.

 몸 안에서 밀려올라오는 증오에 몸을 맡기고, 엄마레이무는 방금까지 사랑하는 자식이라 믿었던 아이레이무에게 뛰어들었다.

 

[느긋할 수 없는 게스는 죽어어어어어어어!!]

 

 갑자기 뛰어오른 엄마레이무를, 아이레이무는 미끄럼틀을 피했던 것처럼 굴러서 피하려 한다.

 

[떼-굴떼-굴 한다구!! …아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이레이무가 굴러간 순간, 견디기 힘든 고통이 온몸을 관통한다. 거죽 여기저기 타바스코가 스며들어, 화상처럼 벌겋게 부어있었다.

 왠지 닿을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구르면 구를수록 피해는 커져 간다. 

 고통에 뿌옇게 된 아이레이무의 시야에, 위에서 내려오는 엄마레이무의 발이 급속도로 다가오는 게 비친다.

 

[이쩍 오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격통에 만족스레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는 피하지도 못하고, 아이레이무는 엄마레이무가 밟아 뭉개는 걸 당할 수밖에 없었다.

 

[느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아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번에 커다란 엄마레이무의 몸체가 아이레이무를 뭉갠다. 하지만, 아이레이무는 살아있었다.

 애매하게 피한 것 때문에, 몸의 대부분이 뭉개졌더라도 중추팥소는 무사했던 듯하다.

 아무리 봐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느긋할!! 수 없는!! 쓰레기는!! 느긋하지!! 말고!! 죽어어!!!]

[느긱!! 아프앗!! 그만더!! 주글꺼가태!! 데이브!! 주글꺼가태에에에에에에에에!!!]

 

 엄마레이무가 아이레이무 위에서 뛰기 시작한다. 아이레이무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먹일 생각인 것이다.

 

[그만더!! 엄먀아아아, 그만더어어어어어어!!]

[시끄럽다구!! 엄마한테 죽으라고 하는 게스는!! 레이무의 아가야가 아니라구!!]

 

 미묘하게 중추팥소를 피해 집요하게 반복되는 뭉개기에, 아이레이무는 방금까지 욕한 건 잊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엄마레이무는 전혀 듣지 않는다.

 아이레이무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움직이기 전에 먼저 엄마레이무의 공격을 맞고 있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 때, 양측에게 뜻밖의 사태가 일어났다.

 

[느와앗!?]

[늣!?]

 

 아이레이무의 집념이 통한 건지, 엄마레이무가 발을 헛디뎌 꼴사납게 넘어진 것이다. 그 사이 아이레이무는 곧바로 도망친다.

 

[느삐이… 느그으…]

 

 아이레이무의 몸은 절반 정도가 뭉개져서, 팥소가 절반은 흘러나온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이미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도리어 한 번에 뭉개버리는 게 자비로울 것이다.

 그래도, 아이레이무는 엄마에게서 도망치려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격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팥소를 흩뿌리며, 그래도 삶에 대한 집착을,

 

[어디 가는 거야!? 놓치지 않겠다구!!]

 

 산산조각을 내버리겠다는 기세로, 엄마레이무는 맹렬하게 아이레이무에게 달려든다.

 만신창이인 아이레이무와 상처 하나 없는 엄마레이무. 보기만 해도 당연히 결과는 뻔하지만, 그래도 아이레이무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드디어 엄마의 흉수가 닿으려 하는 그 순간, 아이레이무는 아슬아슬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느와아아아아아아앗!!]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마레이무가 다시 넘어진다. 하지만 이번은 자폭이 아니다.

 

[느기이이이이이이!! 데이브으 발이이이이이이!! 데이브으 아름다은 발이이이이이이!!]

 

 엄마레이무가 기세 좋게 깔아뭉갠 것은, 아이레이무가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끌어당긴 집짓기장난감 블록이었다.

 그렇다. 아이레이무는 언니마리사의 목숨을 앗아간 장난감블록을 목적지로 삼았던 것이다.

 

[늣늣… 꼴조타구. 언니랑 동생의 복수라구… 느브읏…]

 

 장렬하게 미소지으며, 아이레이무는 꼴사납게 구르고 있는 엄마를 비웃은 다음 그대로 생명이 다했다.

 빈사상태인 몸에 채찍질을 하면서까지 바라던 것이 정말로 복수였을까? 그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자매들이 전멸해서 엄마레이무가 싱글마더에서 그냥 평범한 윳쿠리로 되돌아왔다는, 그런 사실 뿐이다.

 

 

 

 붉은머리레이무는 눈앞의 사태가 믿기지 않았다.

 엄마와 아이들이 서로를 매도하고, 그리고 서로 죽이는 광경이.

 

[왜… 어째서… 엄마라구… 아가야라구… 가족이라구…]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자신을 위해 가공소로 간 아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자신을 위해 독을 먹은 엄마.

 내리사랑을 받고 태어난 붉은머리레이무에게, 아이를 죽이는 부모의 존재 같은 건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이 <느긋함갚기>를 목표로 삼고 있는 붉은머리레이무에게, 부모를 죽이는 아이는 있어서는 안 될 존재.

 너무도 혼란스러워 그저 몸을 떨고 있을 뿐인 붉은머리레이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엄마레이무는 격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너어어… 너 때문이야아아아아… 데이브으 아가야가… 머드 주거버려자나아아…!!]

[느으으으으으으으으!?!?]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붉은머리레이무는 그것을 부정할 수도 항의할 수도 없었다.

 고깔모양의 블록에 발 쪽의 대부분을 찢겨서, 좀 전에 죽은 아이레이무를 방불케 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귀신 같은 형상이 되어 노려보며, 지옥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로 저주하는 엄마레이무의 모습에, 생각을 일절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거기 꼼짝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마는 용서모테에에에에…]

[능야아아아아아아아아앗! 오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신처럼 슬금슬금 기어오는 엄마레이무. 그 박력에 아기윳처럼 시시를 지르며 붉은머리레이무는 눈물을 흘릴 뿐.

 움직이지 못하는 붉은머리레이무의 눈앞에 서서, 엄마레이무는 귀신 같은 형상으로 덤벼든다.

 

[주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 … 느게엣!!]

 

 공포에 한계에 다달았는지, 붉은머리레이무는 팥소를 토했다. 피보다도 붉은 빛깔의 팥소가 튀어 엄마레이무에게 끼얹어진다.

 

[느기베갸오고오오오으으으으으으!?!?!?!?]

 

 다음 순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절규한 것은, 엄마레이무 쪽이었다.

 다친 고통을 한 번에 날려버릴 정도의 격통에 뒹굴며, 방금 붉은머리레이무가 지린 시시가 모인 곳에 엄마레이무가 닿는다.

 

[느쟈갸기고게그그그기보오오오오오!!!!!]

 

 찢어진 발에서 보이는 엄마레이무의 팥소에, 붉은머리레이무의 시시가 강렬한 고통을 주게 된다.

 불타는 듯한 고통에 머릿속이 하얘져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레이무를 보고 겁에 질려서, 붉은머리레이무는 그저 서있을 뿐.

 

[워째셔… 데이브가… 이런껄이… 점더… 느긋하게… 이꼬싶…]

 

 실컷 고통 받은 뒤, 마지막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엄마레이무도 아이들의 뒤를 따랐다. 아마도 저승에서도 서로 죽이려 할 거지만.

 남아있는 붉은머리레이무는 그대로 <오빠>가 돌아올 때까지 멍해져 있었다.

 

 

 

 

 

[윳쿠리는, 느긋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배제하려 합니다.

느긋할 수 없는 것에는 개체차가 있습니다만, 크게 나눈다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과 <자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후자는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윳쿠리는 이상한 점이 있는 동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를 보고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머리장식을 잃은 윳쿠리가 제재 당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머리장식을 잃은 것처럼 느껴져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족을 공격하는 버릇을 교정하는 경우는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합시다.

또한, 윳쿠리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쁜 짓을 했다, 라고 인정해 버리는 건 느긋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자신은 나쁘지 않다. 전부 저 녀석이 나쁘다.> 하고 책임전가를 해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우선은 자신이 행한 일을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럴 때 벌을 주는 건 자제하도록 합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로는 인정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일방적으로 질책하는 게 아닌, 이런 짓을 하면 느긋할 수 없게 된다고 인식을 바꿔주는 것을 우선시합시다.

나쁜 짓을 하면, 누가, 어떻게 느긋할 수 없게 되는지를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 주십시오.

끈기가 필요한 작업입니다만, 이 기본적인 예절교육을 받지 못하면 윳쿠리는 게스가 되기 쉽습니다.

무슨 일이든 기본은 중요합니다. 윳쿠리에게 예절교육을 시켜줍시다.]

 

~신윳쿠리뱃지인정협회감수 <윳쿠리의 예절교육 방법 뱃지획득메뉴얼>에서 발최~

 

 

 

 

 

 길고 긴 회상에서 되돌아왔을 때, 레이무는 타올이 자신을 덮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회상을 하는 사이 잠들어 버렸던 듯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오빠>는 이미 출근했을 시간이다.

 일어나 눈을 깜빡이는데, 뺨에 왠지 뻣뻣한 느낌이 들었다.

 

(늣, 레이무, 울다가 그대로 자버린 거네…

레이무가 울면서 자는 걸 보고, 깨우지 않은 거네… 고마워, 오빠…)

 

 눈물을 흘리는 걸 오빠에게 보이고도 태연할 수 있을 정도로, 레이무는 대담하지 못하다. 그래서 오빠는 신경 써줘서 깨우지 않은 걸 거라고 레이무는 짐작했다.

 

 그 야생레이무 가족의 습격이 있었을 때, 엄마레이무를 쇼크사 시킨 레이무의 체액을 조사한 <오빠>는, 잔혹한 사실을 레이무에게 알려주었다.

 

[레이무, 너… 아마, 아이를 만들지 못하는 체질이 된 거야.]

 

 <오빠> 말에 따르면, 레이무의 내용물은 두반장이라 불리는 것에 가까운 모양이다. 팥소와 같은 원료이기 때문일까.

 다만, 일반적인 두반장의 매운맛을 크게 웃돌고 있어서, 이미 최루액이라 불러도 될 정도라고 한다.

 그 때문에 레이무에게서 배출되는 모든 체액이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엄마레이무가 죽은 것은 그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모든 체액>이라는 점이다. 시시나 응응 뿐만이 아니라, 땀이나 눈물에 침, 그리고 아마도 정자팥소도.

 부-비부-비나 할-짝할-짝 등, 윳쿠리의 스킨쉽에는 몸을 접촉하는 게 많다. 그것은 즉 땀이나 침에 닿을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윳쿠리에게는 독극물인 물질로 되어 있는 지금의 레이무에겐, 그것들을 일절 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임신하려면 파트너와의 상쾌-! 가 필요하다. 상쾌-!로 방출된 체액은 정자팥소만이 아니다.

 마무마무에서 분비되는 윤활액이나 쾌감에 따라 나오는 땀, 할-짝할-짝 등의 전위로 교환되는 침 등, 서로의 체액이 잔뜩 뒤섞이는 게 상쾌-! 이다.

 그런 행위를 레이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강조해서 말하자면, 레이무의 내용물에 닿은 정자팥소는 모두 사멸할 것이다.

 즉, 레이무는 아이를 임신할 수도 낳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 레이무가족처럼, 아니, 자신을 낳아준 부모처럼 자신의 아가야랑 느긋할 수 없다. 그것은 그 어떤 고문보다도 큰 고통이었다.

 이 체질을 고칠 수 없겠느냐고 물어봐도, <오빠>는 [그건 불가능해.> 하고 부정했다.

 

[너의 체질은 실험, 아니 치료로 인한 거야. 이것만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딱 잘라 말해버려서, 레이무의 절망은 깊어질 뿐.

 지금이야 이렇게 옛날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자살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니, 실은 지금도 겨우 버티고 있다.

 레이무가 <오빠>의 집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은, 그 야생가족한테 당했던 것처럼 박해 당하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다.

 만약에라도, 밖에서 다정한 윳쿠리와 충격적인 만남을 가지더라도, 상쾌-!는커녕 부-비부-비조차 할 수 없는 몸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빠>를 느긋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짝을 가지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을 스스로 달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그 가족을 떠올릴 때가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서로 죽이는 짓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 가족은 굉장히 사이가 좋아보였다. 레이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가족의 단락이 있었다.

 그 때마다 레이무는 눈물을 흘린다. 공포가 아닌, 선망으로.

 <오빠>도 그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눈물을 흘리며 자고 있는 레이무를 깨우지 않았을 것이다.

 레이무는 <오빠>의 온정에 감사했다.

 

 거실에 놓여진 가지에서, 에어컨 바람에 흔들리는 앨리스.

 이 앨리스는 레이무와는 다른 체질이 될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 그 때문에 할-짝할-짝도 부-비부-비도 금지되어 있다.

 이 아이는 어떤 아이가 될까. 레이무처럼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윳쿠리를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윳쿠리가 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윳쿠리들과 같이 느긋할 수 있는 윳쿠리가 될까?

 

[느~ ♪ 능능느~ ♪ 느긋하게 태어나라구~ ♪]

 

 TV의 아동용 방송을 보고 익힌 어설픈 자장가를 불러주며, 레이무는 생각한다.

 

(아가야, 느긋한 아가야로 태어나라구. 레이무가 느긋할 수 없는 것만큼, 다른 모두를 느긋하게 해주라구!)

 

 부모와 자매들에게서 받은 느긋함을, 이 아이에게도 주자. 그리고 그 만큼 이 아이가 다른 이들을 느긋하게 해준다면, 레이무는 최고로 느긋할 수 있다.

 앨리스가 몸을 떨기 시작한다. 태어날 징조다.

 자아, 우선은 어떤 얘기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 레이무는 앨리스의 탄생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 타바스코레이무와 커피앨리스 ? 후편 으로 이어집니다.








anko0793 타바스코레이무와 커피앨리스 - 후편

 

 

- 일언아키

 

 

 

 

 

방 네 개짜리 집, 그곳 거실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놓여진 모피로 된 방석에 자리잡고 앉아, 아직 아기윳 말투인 앨리스가,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데도 계속 불평불만을 해대고 있다.

 

[아리슈 가튼 더시파한테, 집지키기 가튼 거 시키지 말랸 말야! …꿀꺽꿀꺽, 늣?]

 

 투덜대는 사이 목이 마른 모양이다. 옆에 있는 머그컵에 꽂혀있는 빨대를 입에 물고 빨아들이지만, 금방 눈을 찌푸린다.

 

[…나 짬! 모쩌렴 나든 잔뜩이 벌쩌 업써져짜나!]

 

 어쩐지 기분이 급강하해서, 마루바닥에 놓여있는 높이가 낮은 포트 쪽으로 머그컵을 밀어간다.

 그리고 포트 위로 뛰어오르려 했을 때, 안색이 퍼래진 성체레이무가 뛰어왔다.

 

[뭐하는 거야, 아가야아아아아아!? 위험하잖아아아아아아!?]

[……아리슈눈 이미 흘릉한 더시파라규! 포트찌 정도 사영할 스 이써!!]

 

 항의하는 앨리스에게, 그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는 레이무는 강한 말투로 설득하기 시작한다.

 

[아가야는 포트씨에 닿을 수 없잖아아!?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아가야가 죽는다구!?

그런 일이 생기면, 아가야의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하다구!! 최소한 포트씨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아가야가 클 때까지 기다리자구!!]

[……몰랴, 그 딴 겨!! 그버다, 아리슈를 아기치급 하지 먀!!]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아아아!! 아가야는 아직 아가야라구!! 이해하라구!!]

 

 앨리스의 반항에 눈물을 흘리며,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설득하는 레이무.

 한편 앨리스는 아이취급 당하는 것에 불만인 듯해서, 레이무의 설교는 귓등으로 흘리고 있다.

 

 실은 이 두 마라, 사정이 있어서 같이 지내고는 있지만, 부모자식도 자매도 아닌 완전히 타윳.

 레이무는 아이를 만들지 못하는 체질이기에, 어린 앨리스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있지만,

 정작 앨리스는 매번 귀찮게 하는 레이무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같은 <집>에서 사는 사이에 풍파를 일으키는 건 좋지 않다는 정도는 어린 앨리스도 이해하고 있기에, 그 불쾌함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알아따규!. 그렴, 한 쟌 마시는 거 정더는 하게 해져.]

[능, 이해해줘서 기쁘다구! 그럼, 레이무한테 맡겨달라구.]

 

 결국, 앨리스가 꺾인 형태로 마무리 짓는다. 항상 있는 일이다.

 레이무가 혀로 재주 좋게 포트를 사용해서, 머그컵에 온기가 느껴지는 커피색의 액체를 채운다.

 그걸 보며 앨리스는 생각한다.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앨리스는 <도시파적인> 미윳쿠리다.

 화사한 빛깔의 머리띠가 악센트를 주고 있는, 언뜻 검은 색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갈색 머리카락은 찰랑찰랑해서, 앨리스의 미모에 잘 어울린다.

 몸에서 풍기는 향기로움도, 굉장히 <도시파적>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투덜대긴 하지만 이 집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 TV에서 아동용 방송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집짓기장난감이나 미끄럼틀로 노는 것도 즐겁니다.

 잔소리가 심한 동거윳도 <재수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싫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불만이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는…

 

(워째셔 여기눈 상캐-! 할 슈 인는 마리쨔가 엄눈고야!!)

 

 …이 앨리스가, 태생적인 레이퍼라는 점이었다.

 

 

 

<타바스코레이무와 커피앨리스 ? 후편>

 

 

 

 앨리스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태어나기 직전, 들려오는 자장가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감상이었다.

 

(느그짤 슈 인눈 노럐네! 아리슈가 더시파저그러 사량해줄께!)

 

 윳쿠리는 중추팥소가 만들어질 때 섞이는 모친의 팥소와 부친의 정자팥소, 어느 쪽 배합이 많은가에 따라 종속과 특성이 정해진다.

 앨리스는 레이퍼의 아이로 태어났다. 개체차이는 있지만, 레이퍼의 정자팥소는 일반적인 것보다 많이 방출되기에 태어나는 아이도 레이퍼에 가까운 상태가 돼버린다.

 

(아리슈으 더시파저긴 사랑을 받아져! 븐명 캥보옥-! 해질 스 이쓸꺼야!)

 

 최소한 줄기가 이어져 있었다면 엄마가 품고 있는 레이퍼에 대한 악감정으로 중화될 수 잇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앨리스는 레이프 직후에 돋아난 줄기를 회수한 것이라 모친의 팥소를 거의 이어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레이퍼식 사고방식을 전혀 교정하지 못한 채, 앨리스는 태어난 것이다.

 

[느그짜게 이쯔랴규!!!]

[느긋하게 있으라구, 아가야!!!]

 

 태어나자마자 하는 인사에, 즉석에서 돌아오는 대답.

 그 목소리가 자장가를 부르던 목소리라는 걸 깨달은 앨리스가 눈을 돌리자 그곳에 있던 건, 보기에도 화사한 붉은 머리카락의 레이무였다.

 

[느~! 굉장히 느긋한 아가야네!!]

[…느?]

 

 앨리스의 엄마는 마리사였다.

 물론 그걸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째선지 느껴지는 위화감이 레이무가 모친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다.

 

[…언니, 누규아? 아리슈으 뺘뺘량 먀먀눈 어디?]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는 레이무라구! 여기는 레이무랑 오빠의 윳쿠리플레이스라구.

아가야는 병에 걸렸던 거라구. 아가야의 엄마가 병을 낫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오빠가 고쳐줬다구.]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눈앞의 레이무가 엄마가 아니라는 것만은 앨리스는 이해했다.

 곧바로 앨리스의 팥소에 퍼지는 추잡한 생각. 몸 안쪽에서 밀려올라오는 충동이, 앨리스의 어린 페니페니를 발기시킨다.

 

(처음 하는 견 마리샤가 조은데, 뭐, 대써! 아리슈가 더시파저그러 사량해줄께!! 응효오오오오오오오!!!)

 

 레이퍼 특유의 제 좋은 대로만 생각하기로, 붉은머리레이무와 상쾌-! 하기 위해 다가가는 앨리스.

 

[안 된다구! 그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구!!]

[늣!?]

 

 그 의도는, 레이무가 큰소리로 소리 지르며 저지당했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한 앨리스에게, 레이무가 자신들의 몸상태를 열심히 설명한다.

 

 임신한 윳쿠리가 걸린다고 하는 돌림병, 감염되면 끝장이라 절대로 살 수 없는 죽음의 병에 걸린 레이무와 앨리스의 양친.

 그 병의 영향은 낳은 아이들에까지 미치며 , 치사율은 98%라고 한다.

 남은 2%, 극히 적은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바로 레이무이며, 또한 앨리스이다.

 

[레이무의 언니들도, 모두 병 때문에 죽어버렸다구…

아가야의 엄마랑 아빠도, 아가야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공소>에 가버렸다구…]

 

 이 집 주인인 <오빠>에게 치료를 맏은 레이무와 앨리스는 생명을 건졌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어찌 할 도리가 없는 핸디캡을 지니게 돼버린 듯하다.

 

[레이무의 팥소씨는, 매워매워라구. 다른 윳쿠리를, 죽여 버릴 정도로.]

[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그것은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가 된다.>라는 엄청난 핸디캡이었다.

 외모도, 내용물도, 표준적인 윳쿠리에 동떨어진 레이무는, 이제 평생 다른 윳쿠리들과 교류할 수 없다.

 

[그러니까 미안하다구, 아가야. 레이무는 부-비부-비도 할-짝할-짝도 할 수 없고, 받을 수도 없다구.]

[느으…]

 

 앨리스는 레이무와는 다른 체질로 변화된 듯하지만, 어떤 윳쿠리인지는 <오빠>의 진단을 받을 때까지 알 수 없다.

 레이무와는 상반되는 체질일 경우, 부-비부-비로 쌍방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함부로 접촉해서는 안 된다.

 타액이 묻지 않도록, 신중하게 머그컵에서 꺼낸 줄기를 반죽밀대로 뭉개며 레이무는 앨리스에게 주의를 준다.

 

[…오빠가 돌아오는 건 한밤중이니까, 그 때 아가야를 조사해 볼 거라구. 그때까지, 레이무한텐 가까이 오지 말라구.]

[…느그짜게 알아쪄.]

 

 희미하게 맛있는 향기가 나는 줄기를 우걱우걱하면서, 앨리스는 레이무의 설명을 일단은 받아들였다.

 원래 앨리스종은 꽤나 총명한 종이다. 독자적인 가치관인 <도시파>에 구애되는 나쁜 버릇이 있지만, 지성은 파츄리에 버금간다. 

 상쾌! 하면 자신이 죽는다고 듣고, 행위를 강행하지 않는 정도의 자제력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 번 발정하면 어떻게든 상쾌! 하지 않으면 느긋할 수 없는 게 레이퍼다.

 윳생 최초의 식사를 마친 앨리스가, 이번엔 아직 본 적도 없는 <허니>를 찾으러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을, 다시 레이무가 막아선다.

 

[…어디 가는 거야? 아가야?]

[밖끄러 갈 꺼야! 아리슈눈 더시파니꺄, 식후으 산채글 가꺼야!]

 

 멍청할 정도로 정직하게 <레이프 하러 갑니다.> 같은 선언을 할 수도 없으니, 앨리스는 그렇게 넘어가려 한다. 그걸 들은 레이무의 안색이 변한다.

 

[안 돼! 절대로 안 된다구!! 바깥에 나가면 안 된다구!! 뿌꾸우우우우우우!!!!]

[느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태어나 처음 보는 <뿌꾸-!>, 그 박력에 앨리스의 욕정이 산화된다.

 공포에 빠진 앨리스의 모습에 냉정을 되찾은 레이무가 당황하며 달래지 않았더라면, 앨리스의 윳생은 여기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미안, 아가야. 그치만, 아가야 혼자서 밖에 나가면 안 된다구.

바깥은 굉장히 느긋할 수 없으니까, 레이무랑 오빠가 같이 가지 않으면 위험하다구. 느긋하게 이해하라구.]

[늣크… 으엑… 느그짜게 이해해쪄…]

 

 기본적으로 뭐가 위험한지, 어떻게 느긋할 수 없게 되는지는 제쳐둔 레이무의 설득을, 앨리스가 계속 딸꾹질을 하며 받아들인다.

 그런 앨리스를, 레이무는 복잡한 생각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본다.

 레이무가 일부러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 즉 <자신들은 평범한 윳쿠리 눈에는 이물질이고, 제재의 대상이 된다.> 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앨리스는 너무 어리다.

 그러나 이물질에 대한 윳쿠리의 거부반응은 상상을 초월한다. 태평하게 바깥을 나다니다가 야생윳쿠리라도 만났다간, 이상한 앨리스는 살해 당해 버릴 것이다.

 아니, 윳쿠리살해는 대죄니까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는 생지옥에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어떤 게 됐든, 느긋할 수 없게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어린 앨리스에게 그걸 알려주는 건 위험했다. 평생 느긋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쇼크사 할 가능성도 있다.

 알게 되면 느긋할 수 없지만, 모르더라도 느긋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지옥의 이율배반.

 …레이무가 선택한 것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 라는 문제를 미리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느으.. 최소한, 아가야가 아가야가 아니게 될 때까지, 집에 숨겨두겠다구…)

 

 과거 이상한 레이무를 배척하려 했던 그 가족, 그게 표준적인 윳쿠리라면 앨리스는 금방 표적이 될 게 분명하다.

 레이무의 마음속 트라우마로 남은 그 사건이, 이번엔 앨리스에게 일어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뿌꾸-! 를 사용하면서까지 앨리스를 저지한 건 그 이유에서였다.

 

[미안, 아가야… 하다 못해, 레이무의 노래로 느긋해지라구.

느~♪ 능능느~♪ 느긋하게 있으라구~♪]

 

 조금 전, 천진난만하게 부-비부-비를 하려 했던 앨리스에게 응해주지 못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레이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듯한 앨리스였지만, 노래가 계속되자 점점 몸을 흔들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됐다.

 

[느~♪ 느~♪ 능능느~♪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그짜게 이쯔라규~♪]

 

 레이무는 눈물을 흘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노래를 부른다. 꿈꿔왔던 가족의 단락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오빠>의 귀가는 평소대로 새벽이었다. 곧바로 레이무는 앨리스의 탄생을 보고한다.

 

[느긋하게 다녀오셨어요! 아가야, 태어났다구!]

[오오, 드디어 태어났냐. 어디, 한 번 보자.]

 

 그 말을 듣고, 처음 보는 인간의 모습에 뒷걸음질을 치며 레이무의 뒤로 숨어있던 앨리스를 레이무는 앞으로 내밀었다.

 

[느… 느그짜게 이쯔랴규!]

[어어, 느긋하게 있어라, 꼬맹아…. 두서 없이 미안하다만, 네 내용물을 조사해 봐야겠다.]

[느!?]

 

 갑작스런 선언에 놀라는 앨리스를 곁눈질로 보면서, <오빠>는 준비해뒀던 곤충채집세트의 주사기를 꺼낸다.

 번뜩이는 날카로운 주사바늘에 반사되는 반짝임이 앨리스의 몸을 비추고, 경직되어 있던 앨리스의 사고가 재가동된다. 그와 동시에, 앨리스는 날뛰기 시작했다.

 

[시러어어어어어어어어!! 아리슈 죽꺼십찌아나아아아아아아!!]

[괜찮다구, 아가야!! 조금 아플 뿐이라구!!]

[아픈거떠 시러어어어어어어어!!!!]

[시끄러워! 어이, 레이무, 그쪽 잡고 있어!! 얼른 끝내자!!]

 

 레이무의 설득에 한 층 더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 하는 앨리스를 붙잡고, <오빠>는 주사기를 앨리스에게 찔러넣는다.

 울부짖는 앨리스를 [괜찮다구! 금방 끝난다구!] 하고 달래며, 레이무도 앨리스를 붙잡고 힘을 늦추지 않는다.

 주사기에 극소량의 검은 무언가가 빨려나오고, 곧바로 바늘을 뽑았다.

 상처에는 소맥분을 물에 푼 걸 발라주고, 붕대 대신에 타올로 말아줬을 무렵에는 앨리스는 축 늘어져 있었다.

 

[오빠, 아가야가…]

[괜찮을 거야. 저건 그냥 울다가 지쳤을 뿐이야… 아마.]

 

 초췌해진 앨리스를 걱정하고 있는 레이무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면서, 주사기의 내용물을 살짝 핥아보는 <오빠>.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진한 갈색인 반투명한 그것은, 전혀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쓴맛이었다.

 

(이건, 커피크림? … 아니, 젤리인가?)

 

 흐물흐물한 식감을 보고 판단하자면, 상당히 점도가 높은 젤리 같은 것인 듯하다. 따뜻한 젤리 같은 건 들어본 적 없지만.

 게다가 완전히 무설탕. 뭐, 그건 상정했던 범위 안이라 놀랄 것도 없지만.

 

[흠… 어이, 레이무. 꼬맹이는 줄기를 먹었나?]

[먹었다구! 오빠가 말한 대로, 반죽밀대씨로 부드럽게 해줬다구!]

 

 그렇게 말하며 보관하고 있던 줄기를 보여주는 레이무. 그 끝부분을 뜯어 코에 가까이 대자, 커피 향기가 퍼지며 코끝을 간지럽힌다.

 다시 레이무한테 보이지 않도록 입에 넣어본다. 상상했던 대로, 블랙커피맛이었다.

 

[…좋아. 대충 알았다. 역시나, 레이무랑은 다른 체질인 것 같네.]

[…역시, 레이무랑 부-비부-비는 못하는 거야?]

 

 조심스런 말투로 묻는 레이무에게, <오빠>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뭐, 그렇게 되지. 하지만 그건 너도 위험해 질 것 같아. 너, 쓴 건 못 먹지?]

[…쓰다쓰다씨는 느긋할 수 없다구……]

[꼬맹이의 내용물은 아무래도 쓴맛인 모양이다. 아마, 쓴맛 나는 것밖에 못 먹겠지.]

[느!?]

 

 윳쿠리에게 있어 독극물은 매웃맛만이 아니다. 떫은맛이나 쓴맛, 신맛 등의 자극적인 것도 모두 독이 된다.

 레이무가 매웃맛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앨리스의 내용물은 쓴맛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그건 즉, 앨리스 역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윳쿠리를 죽일 수 있는 위험생물이라는 뜻이다.

 

[뭐, 그렇게 된 거다. 서로 조심하도록 해.]

[느긋하게 알았다구…]

 

 그날, 레이무는 잠들 수 없었다.

 나란히 놓여있는 모피방석에서, 타올에 싸여 있는 앨리스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

 느긋할 수 없는 윳생이 확정됐다는 것을 알려주기가 어렵다는 것과, 그래도 앨리스가 이해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문제는 잔뜩 쌓여있다.

 

(…그래도, 아가야는 느긋하게 해주고 싶다구.)

 

 그게 곤란할 정도로 힘든 일이란 걸 알고 있지만, 레이무는 그렇게 빌 수밖에 없다.

 각오는 다졌다. 양친이나 자매들에게서 받은 느긋함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주기 위해서, 앨리스를 위해 힘내자.

 그렇게 결의를 다져도, 역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우울해져 버린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자신을 독려하는 걸 반복한다. 그렇게 레이무와 앨리스의 첫 번째 밤이 깊어져 갔다.

 

 

 

 다음날부터, 레이무는 앨리스에게 <이 집의 룰>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집은 <오빠>의 것이며, 자신들은 더부살이라는 것. 집 안의 것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지만, 더럽히거나 망가뜨리지 않을 것.

 레이무의 밥과 물은 결코 입에 대서는 안 된다는 것. 혼자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

 <삑삑씨>의 사용법, 문자나 숫자를 읽는 법. 신문이나 우편물의 수령방법 등, 레이무는 여러 가지 가르쳤다.

 어린 앨리스에겐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도 많았지만, 레이무는 끈기를 가지고 계속 가르쳤다.

 그렇다고 교육열에 미친 엄마처럼 아이를 구속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앨리스는 상당히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만은 결코 허락해주지 않았지만, 이상적인 모친상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레이퍼 교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느후우… 나륜하녜… 뺠리 샹캐하거시퍼…)

 

 레이무는 앨리스가 레이퍼라는 걸 모른다. 아니, 레이퍼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바깥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레이무는 레이퍼에 대해 알게 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앨리스도, 속마음은 어쨌든 겉으론 레이퍼라는 걸 전혀 내보이지 않았기에, 레이무는 물론 <오빠>조차 앨리스가 레이퍼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레이퍼기질이 교정된 건 아니다. 도리어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다들 기댜료오오오오오오!! 아리슈가 더시파적으러 샤랑해즐께에에에에에에에에!!)

 

 자기 같은 <도시파>라면, 어떤 윳쿠리든 한눈에 반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앨리스에겐 그런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도시파>적으로 사랑해주면, 모든 윳쿠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 앨리스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아리슈가 어른이 대면, 박끄러 나걀 슈 이쪄! 그뗴까지먄 기댜려져어!!)

 

 어쨌든, 빨리 어른이 돼야 한다. 어른이 되기만 하면, 밖에 나갈 수 있으니까.

 자신과 같은 향기를 풍기는 마음에 들어하는 음료를 들이키며, 앨리스는 오로지 어른이 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레이퍼증세가 발병하거나, 혹은 징조가 보이는 경우 곧바로 거세해 주십시오.

레이퍼는 모든 것을 자기 상황에 맞게만 해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함으로써 교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거세를 행하는 것으로 발정상태에 의한 광란상태에서 회복되며, 거세 당한 것은 자신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해서 교정합시다.

거세를 했는데도 광란상태에서 회복되지 않거나, 혹은 거세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인을 매도하는 개체는 완전한 레이퍼체질입니다. 처분해 주십시오.

또한, 레이프에 의해 태어난 아이는 높은 확률로 레이퍼증세가 발병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레이퍼의 아이 중에서 레이퍼를 부정하고, 일반적인 상쾌-! 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결벽증이 생긴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 뒷부분의 <특이사례일람 : 레이퍼>의 항목을 참조해 주십시오. 거세방법은 다음 페이지에 상세히 해설되어 있으니, 그쪽을 참고해 주십시오.

레이퍼증세 발병은 갑작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사육주와 윳쿠리 쌍방이 모두 패닉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냉정한 대처를 하도록 주의합시다.]

 

~신윳쿠리뱃지인정협회감수 <윳쿠리의 예절교육 방법 뱃지획득메뉴얼>에서 발췌~

 

 

 

 

 

 앨리스가 태어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젠 아기윳말투도 없어지고 아이윳쿠리로 성장한 앨리스였지만, 여전히 밖으로는 내보내 주지 않았다.

 <오빠>는 매일 나가버리고, 레이무는 얘기를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

 앨리스의 욕구불만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저기, 아가야는 그렇게나 밖에 나가고 싶어?]

 

 어느날, 그렇게 묻는 레이무에게 앨리스는 곧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것을 본 레이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앨리스에게 말한다.

 

[…알았다구. 이번 일요일에, 오빠한테 부탁해서 밖에 데려가 달라고 하겠다구.]

 

 그것은 앨리스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말이었다.

 이제 드디어 상쾌-! 할 수 있다, 잔뜩의 윳쿠리에게 <도시파>적인 사랑을 안겨줄 수 있다고 미친 듯이 기뻐 날뛰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레이무에게 감사의 말을 한다.

 

[느와아이! 고마워, 언니!]

[단! 레이무랑 오빠 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구!]

[느긋하게 이해했어!]

 

 밖에 나가기만 하면 그만이니, 그 다음은 뭐라 하든 알 바 아니다.

 앨리스는 밖에 나갈 수 있는 날을 하루가 3년 같이 애타게 기다렸다.

 

 

 

[오빠, 부탁이 있다구…]

 

 

 평소대로 새벽에 귀가한 내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레이무가 상담을 요청했다.

 그게, 앨리스가 외출을 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억눌러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러기도 힘든 모양이다.

 

[응? 그치만, 밖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한 건 너잖아?]

[알고 있다구. 그치만, 말보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이해하기 쉬울 거라구.]

 

 말하자면, 실제로 자신들이 다른 윳쿠리에게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를 체험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답지 않게, 꽤나 과격한 방식이지만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대론 앨리스한테 좋지 않을 거라구. 그렇다면…]

[…뭐, 괜찮긴 한데. 이번 일요일이면 되겠냐?]

 

 피곤하기도 하고, 얼른 얘기를 마무리 짓고 싶어서 레이무의 부탁을 허락한다.

 내 말에 레이무가 미안한 듯한 모습이다. 솔직히,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미안, 오빠.]

[사과할 일도 아닌데 무슨. 자, 이제 됐지? 슬슬 자야지, 안 그럼 내일 힘들어지는데.]

[능, 잘 자.]

[어어, 잘 자라.]

 

 이상한 그림자를 짊어지고 잠자리로 향하는 레이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부자리에 들어간다.

 내일도 바쁠 거다. 얼른 자자…

 

 

 

 

 

[…일, 일요일. 아침 뉴스입니다. 오늘 새벽, **시 인근에서 도스를 포함한 대규모의 윳쿠리 무리가 전멸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윳쿠리가공소의 조사에 의하면, 피해를 입은 윳쿠리들은 모두 줄기가 돋아난 채 검게 말라비틀어져…]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흘려들으며, 앨리스는 몸단장에 여념이 없었다.

 뽐낼 만한 갈색 머리카락은 찰랑거리고, <오빠>의 브러싱이 잘 먹힌다. 머리띠에 붙어있는 작은 뱃지도, 앨리스의 미모를 더욱 복돋았다.

 몇 번이고 거울을 보면서 이상한 점은 없는지 체크한다. 30분이나 걸려, 준비 완료.

 

[준비됐어, 오빠!]

[어어, 그럼 갈까. 자, 여기 들어가.]

 

 이 날을 위해 <오빠>가 주문한 캐리어에 들어간다. 레이무의 캐리어는 붉은색, 앨리스는 크림색.

[검은색이나 갈색은 없어서 말야.] 하고 <오빠>가 말했다. 하지만 앨리스에겐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밖에 나갈 수 있다> 그 하나뿐이다. 그게 설령 근처의 공원일지라도, 앨리스에겐 충분했다.

 

[느~♪ 하늘을 나는 것 같아~♪]

[아가야, 조용히 해야지!]

 

 캐리어 안에서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떠들어대자, 레이무가 지적하기를 10분. 목적지인 공원에 일행은 도착했다.

 

[자, 도착했다.]

 

 캐리어의 문이 천천히 열린다. 들어오는 햇빛에 눈비시던 게 회복됨에 따라, 앨리스의 눈동자는 반짝임이 더해간다. 

 

 불어오는 바람은 에어컨 바람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쾌하고, 굉장히 기분 좋다.

 섬모양으로 돼있는 잔디는 푹신푹신해서, 카페트와는 또 다른 느낌의 부드러움이 있을 것 같다.

 여기저기 설치된 도구는 전부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집에 있는 미끄럼틀이나 집짓기장난감밖에 모르는 앨리스에게는 컬쳐쇼크였다.

 그리고 공원에 있는 잔뜩의 인간과, 잔뜩의 윳쿠리들.

 레이무 역시 말문이 막혀 눈길을 돌려대고 있다. 레이무 역시 외출은 처음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여긴 애완윳쿠리의 산책코스야. 휴일에는 이렇게 사육주가 데려온 윳쿠리들이 모이지.

너네들 공원데뷔로는 딱 좋겠지?]

[고마워, 오빠!! 레이무, 기쁘다구!!!]

 

 그렇게 말하면서도 좀처럼 캐리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 둘을 끌어내서, 잔디에 가죽시트를 펴놓고 위에 얹어놓는 <오빠>.

 살짝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에 정신을 차린 레이무가 큰소리로 감사의 말을 하고, 앨리스도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오빠, 느긋하게 고마워!]

[괜찮아, 그런 건. 그보다, 다른 사육주한테 인사하러 갈 거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혼자서 어디 가면 안 된다?]

[느긋하게 이해했어!] 

 

 앨리스의 대답을 듣고, <오빠>는 약간 떨어진 곳에 모여있는 인간들에게 향한다.

 띄엄띄엄 [……예, 선천적인…] [그래요, 불쌍하게…] 등등 앨리스와 레이무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게 들려온다.

 하지만, 앨리스에겐 <오빠>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레이무도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앨리스에게서 눈을 떼고 있어서, 앨리스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다.

 계속해서 […아침 뉴스에서…] […대규모 레이퍼가…] 하고 얘기하는 <오빠>와 인간들의 눈길을 피해, 앨리스는 첫 외출을 만끽하기 위해 뛰어나갔다.

 

 

 

[느후후… 기다리고 있어, 다들! 이제 곧, 앨리스의 사랑을 모두에게 나눠줄게!!]

 

 잔디 위를 뽀잉뽀잉 뛰며, 앨리스는 사냥감을 물색한다. 그리고 곧바로, 앨리스는 어느 성체 마리사를 점찍었다.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한 모자에, 이상적인 아랫볼 라인. 제법 아름다운 마리사이다.

 한 달 동안 쌓이고 쌓여있던 욕정이 끓어오른다. 앨리스는 그것을 참고, 천천히 다가간다. 인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하는 윳쿠리는, 도시파가 아니다.>라는 이상한 신념이 앨리스에게 있었다.

 그것은 레이무가 가르친 예절의 개념을 앨리스가 자기식으로 해석한 것이었다. 레이퍼조차 예의를 갖추도록 만든 레이무의 교육은,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사, 느긋하게 있으라구!]

[늣!? 느긋하게 있……… 느긋하게 죽어어!!!]

 

 충격, 격통, 빙빙 도는 세상. 앨리스는 한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사를 했더니 마리사에게 얻어맞았다> 고 이해했을 때, 앨리스의 몸은 겨우 구르는 걸 멈췄다.

 

[아…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짓이야, 이 촌것이이이이!!]

[시끄럽다구!! 느긋하지 못한 앨리스는 느긋하지 말고 죽으라구!!]

[늣!?!?!?]

 

 몸을 일으켜세우며 외친 노성은, 그걸 뛰어넘는 욕설에 눌렸다.

 눈앞에 있는 마리사가 뿌꾸-! 를 하면서 외친 [죽어] 라는 말에, 앨리스의 머릿속이 얼어붙는다.

 

[앨리스의 머리카락은 금색이라구! 그런 까만색이 아니라구! 이상한 머리카락인 앨리스는 느긋할 수 없다구!!]

[시… 시끄러어어어어어어!! 앨리스의 도시파적인 머리카락씨를 무시하지마아아아아아아아!!]

[게다가 앨리스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구! 그런 냄새가 나는 윳쿠리는 없다구! 역시 앨리스는 느긋할 수 없다구!!]

[다, 닥쳐어어어어어어어!!]

[느삐잇!?!?!?]

 

 마리사가 늘어놓는 악담에, 앨리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격앙된 앨리스가 몸통박치기를 하지만, 두 배는 차이나는 마리사에게 별다른 데미지를 주진 못한다.

 그래도 마리사에겐 충분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둑이 무너진 듯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다.

 

[무슨 짓이야아아아아!! 능야아아아아아아아아!!]

[도시파인 앨리스를 바보 취급 해서야!! 그리고 먼저 때린 건 마리사잖아!?]

[그 딴 거 모른다구우우우우우!! 언니이이이이이이!! 앨리스가 괴롭혀어어어어!!]

 

 울면서 어딘가로 뛰어가는 마리사. 잠깐 그 뒷모습에 경멸이 담긴 시선을 보내고, 앨리스는 다음 사냥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저런 게스한테, 앨리스의 도시파적인 사랑은 아까워! 좀 더 도시파적인 미윳쿠리를 찾아야지!!]

 

 

 

[저거라구! 저 이상한 앨리스라구!]

[느!?]

 

 얼마 뒤, 공원 안을 돌아다녔지만 앨리스에게 접근하는 윳쿠리는 없었다.

 앨리스가 먼저 다가가면 놀란 듯 도망치기에, 결국 앨리스는 상쾌-! 는커녕 처음 만났던 마리사 외엔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지루해하는 앨리스에게, 인간씨를 데리고 처음 만났던 마리사가 나타났다.

 

[우리 마리사를 괴롭혔다는 게 너야? 뭐 이런 나쁜 앨리스가 다 있어!]

[늣!? 아니야, 마리사가 먼저 앨리스를 괴롭혔어!?]

[거짓말 하지마! 우리 마리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맞다구~! 마리사를 괴롭힌 건 앨리스라구!!]

 

 앨리스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때리긴 했지만, 인사하려 했던 앨리스를 먼저 때린 건 마리사다. 

 그런데 왜 자신이 나쁜 게 되는 걸까? 나쁜 짓을 하면 꾸중을 듣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면 꾸중을 듣는 건 마리사일 텐데.

 

[앨리스는 나쁘지 않아! 앨리스를 바보 취급한 마리사가 나쁜 거잖아!!]

 

 앨리스는 인간씨와 마리사에게 항의한다. 자신은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나쁜 건 자신을 괴롭힌 마리사 쪽이라고.

 하지만, 그건 전형적인 게스윳의 사고방식과 똑같았다. 점점 인간씨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나 참! 자기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다니, 완전히 게스네!! 동뱃지 수준이 이렇지 뭐!!

이제 곧 금뱃지가 될 우리 마리사랑은 하늘과 땅 차이야!! 게다가 머리카락을 이런 색으로 염색하다니, 사육주 수준도 뻔하겠네!!]

[게다가 뭔가 이상한 냄새도 나고, 분명 느긋할 수 없는 집 아이라구!!]

[늣!?!?!?]

 

 또 다시 앨리스의 머릿속이 얼러붙는다.

 앨리스가 <도시파>라고 믿고 있던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카락에, 향기로운 향기. 그것을 근본부터 부정 당한 것이다.

 아니, 그보다 이 녀석들 뭐라고 했지?

 [사육주 수준이 뻔해]? [느긋할 수 없는 집 아이]?

 죽을 병에 걸린 앨리스와 레이무를 치료해준 <오빠>가, 그 방 네 개짜리 느긋할 수 있는 집이, 느긋할 수 없다고?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분노에, 앨리스는 말문이 막힌다. 뭔가 대꾸하려 해도, 너무도 큰 분노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

 

[뭐야, 그 눈은? 바보인 거야? 죽을 거야?]

[이제 됐어, 마리사. 동뱃지 따위 상대하고 있다간 금뱃지를 따지 못하게 된다?]

[늣!? 그건 싫다구. 마리사, 금뱃지씨가 될 거라구!?]

 

 앨리스가 아무 말 없는 걸 제멋대로 해석해서, 되는 대로 지껄이는 마리사와 인간씨를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때, 앨리스에게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침소리.

 

[아가야아아아아아아아아!? 어디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답해봐아아아아아아아아!?]

[어~이, 꼬맹이~!? 어디 갔냐~!?]

 

 틀림없다. 레이무와 <오빠>의 목소리다. 혼자 떨어져나온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이다.

 분노의 눈물이 한 순간, 기쁨의 눈물로 바뀐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나와버린 자신을 저렇게 걱정해주는 둘에게.

 

[앨리스는 여기야아아아아아아!! 여기 있어어어어어어어어!!!]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앨리스를 보고 눈앞의 한 사람과 한 마리가 경악한다.

 

[오오, 여기 있었냐. 나 참, 멋대로 나가지 말라고 했지?]

[무사했네, 아가야! 걱정했다구!?]

[미안… 앨리스가 잘못했어.]

 

 앨리스가 사라진 지 거의 한 시간 정도 지났다. 여러 번 거절 당한 걸로, 앨리스는 자신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이해했다.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 레이무와 <오빠>가 어떻게든 숨기려 했던 것은 그것이었다.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가, 그걸 알고 있어서 앨리스가 외출하는 걸 금지하고 있었는데, 앨리스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공원에 데려오는 것도 힘든 결정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그렇게나 <멋대로 돌아다니면 안 된다.> 하고 계속 말했던 것이다.

 

[미안해여… 미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앨리스는 울었다. 자신의 볼품없음에, 레이무와 오빠의 따스한 마음에.

 이 순간, 처음으로 앨리스와 레이무, 오빠는 <가족>이 되었다.

 

[잠깐, 댁이 이 앨리스 사육주!?]

 

 그런 앨리스의 감동을 방해하는 인물이 있었다. 마리사와 그 사육주이다.

 

[에? 에에, 일단은.]

[그럼 제대로 교육 좀 시켜요!! 우리 마리사를 괴롭혔다구요, 이 앨리스!!]

[…헤?]

[나 참, 완전히 게스라구, 앨리스는! 이런 게스를 기르는 영감탱이도 역시나 게스라구!!]

[…느!?]

[뭘 멍하니 있어요! 얼른 사과해요!]

[게스는 제재한다구! 그리고 달콤달콤 가져오라구, 잔뜩 가져와도 된다구!]

 

 갑자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걸 보고 레이무와 오빠는 당황했다.

 뻔뻔한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요구에, 다시 앨리스의 분노에 불이 붙는다.

 분노에 노성을 내지르려 하지만, 그 직전 그 몇 배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적당히 하라구!! 아가야는 게스 따위가 아니라구!!!]

[늣!?]

 

 노성은 레이무의 것이었다. 머리카락과 똑같아질 정도로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찢어질 듯 부풀어올라 뿌꾸-!로 위협한다.

 그리고 <오빠> 역시, 마리사의 사육주를 타이르듯 말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저기 있는 분이 기르는 첸한테 들었는데 말이죠, 이상한 머리카락인 앨리스를 괴롭히던 마리사가 반격 당해서 도망쳤다고.

애초에, 우리집 앨리스는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레이무가 잘 가르치고 있고, 무엇보다 오늘 처음으로 외출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그런 걸 아는 건데요!! 윳쿠리의 머리카락을 염색하기나 하는 사육주 주제에!!]

 

 그걸 들은 앨리스가 다시 의기소침해진다. <염색했다>라고 딱 잘라 말해버리는 걸 보면, 역시 자신들의 머리카락은 느긋할 수 없는 건가, 하고.

 하지만, 거기에 이의를 제기한 건 레이무였다.

 

[레이무도 앨리스도, 이 머리카락씨는 선천적인 거라구!! 병 대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어쩔 수 없다구!!]

[무슨 소리야, 그런 병이 있을 리가 [있어요.] …에?]

 

 레이무의 이의에 반론하려던 사육주의 말을 가로막듯이 <오빠>가 변호한다.

 

[이 녀석들은 분명, 선천적인 색입니다. 뭣하면 기록이라도 보여드릴까요?]

[극…!!]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는 없다구!! 엘리트인 마리사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다구!!]

 

 말문이 막힌 사육주, 그 발밑에 있는 마리사가 큰소리로 <오빠>의 말을 부정한다.

 

[엘리트? ……네가?]

[그렇다구! 마리사는 이제 곧 금뱃지씨가 될 거라구!!]

[맞아, 우리 마리사랑 그런 동뱃지를 같은 취급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가치가 다르다구요, 가치가!!]

 

 다시 떠들어대는 한 마리와 한 사람. 하지만 <오빠>는 냉정하게 그 말을 수정해준다.

 

[이 녀석들이 동뱃지인 건, 오늘 여기 나오기 위해서 애완윳쿠리 등록을 했기 때문입니다.

엘리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로 가치를 판단하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마리사는 두 자릿수 덧셈을 할 수 있다구!! 이 딴 쓰레기랑은 다르다구!!]

[…레이무는 세 자릿수 덧셈을 할 수 있다구. 앨리스도 두 자릿수까지라면 할 수 있다구.]

[느극…!!]

 

 이번엔 마리사가 말문이 막혔다.

 TV 교육방송 덕분에, 레이무와 앨리스는 일반적인 윳쿠리보다 계산능력이 뛰어나다. 지성적인 면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극… 어, 어쨌든, 앞으로 마리사 근처에 오지 말아요! 가자, 마리사!!]

[늣!? 왜? 아직 달콤달콤 못 받았다구!?]

 

 불쾌한 소릴 내던지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육주와, 끝까지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는 마리사.

 그 발걸음을 멈춰세운 것은, 공원 구석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였다.

 

[그만더어어어어어!! 이제 상캐하기 시러어어어어어어!!]

[데이브으 버진이이이이이이이이!! 바리자 미아아아아아아안!!]

[엄먀아아아아아아!! 살려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아가야아아아아아아!! 아가야가 주글 꺼 같애에에에에에에에!!]

 

 다수의 윳쿠리의 비명소리.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것에 겁에 질린 건지, 마리사가 사육주 품으로 뛰어들려 한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뛰어드는 그림자에 눌려버렸다.

 

[느후~, 느후~, 굉장히 도시파적인 마리사네에에에에에에에!!]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퍼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다. 마리사를 누른 건 눈을 빛내며 페니페니를 빳빳하게 세운 레이퍼앨리스였다.

 

[시러어어어어어!! 살려져어어어어어어어!!]

[힉!? 마리사!? 이 녀석, 마리사를 놓아줘!! 이거 놔아아아아아!!!!]

[응호오오오오오오오!! 츤데레네에에에에에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마리사, 레이퍼를 떼어내려 하는 사육주. 그 딴 건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계속하려 하는 레이퍼.

 눈앞에 벌어진 일들로 안절부절못하며, 멍해진 앨리스. 그것을 방관하는 <오빠>.

 말리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러어어어어어! 시러어어어어어어!!]

[안 돼에에에에에에!! 마리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가 좀 도와줘요오오오오오오오!!]

[간다아아아아아아아!! 응호오오 [그만두라구!] 느벳!?!?]

 

 그러나, 레이퍼가 막 행위를 마치려 하는 걸 저지하는 이가 있었다.

 레이퍼에게 몸통박치기를 하는 붉은 그림자. 레이무가 뛰어든 것이다.

 

[그만두라구! 마리사가 싫어하고 있다구!!]

[무슨 짓이야아아아아!! 앨리스의 도시파적인 사랑을 방해하지 마아아아아아!!]

[늣!?]

 

 앨리스의 몸을 감싸는 충격. 방금, 이 녀석은 <도시파>라고 한 건가? 이런 추한 행위를 <도시파>라고 부른 건가?

 분명 앨리스도 <도시파>적인 사랑을 모두에게 나눠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이 나눠주려던 건 결코 이런 추한 행위가 아니다!

 이런저런 하는 사이 레이무와 레이퍼의 말싸움은 격해져 간다.

 

[싫어하는 상대한테 억지로 상쾌-! 하는 건 나쁜 짓이라구!! 그걸 알라구!!]

[느후우우우우웃! 앨리스의 애정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완전히 촌것이네!!]

[상쾌-!는 좋아하는 윳쿠리끼리 하는 거라구! 앨리스만 좋아해서는 안 된다구!!]

[…자세히 보니, 빨간 머리카락이 굉장히 도시파적인 레이무네! 앨리스가 사랑해줄게!! 응호오오오오오오부뱍!!]

 

 갑자기 레이무에게 덤벼들려 하는 레이퍼. 반응하지 못했던 레이무에게 마수가 닿기 직전, 위에서 발로 레이퍼를 밟아 뭉갰다.

 

[늣!? 고마워, 오빠!!]

[괜찮냐, 레이무? 얼른 도망치자. 저 녀석들도 도망친 것 같으니.]

 

 <오빠>의 말을 듣고 눈을 돌리니, 도움을 받았는데도 고맙단 말도 없이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끔찍한 것을 봐버린 앨리스는 몸을 떨었다.

 

 공원 여기저기에 펼쳐진 지옥도.

 마리사가, 레이무가, 앨리스가, 첸이, 묭이.

 방금까지 굉장히 느긋하게 있던 윳쿠리들이, 무수한 레이퍼앨리스들의 밑에 깔려 울부짖으며 검게 말라비틀어져가고 있는 모습이, 그걸 구하려 하는 사육주들의 비명이, 공원 안을 가득 채웠다.

 

[오… 오빠… 뭐야, 이거…?]

[나도 보는 건 처음이지만 말야. 레이퍼라는 녀석이다! 가까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여기까지 왔을 줄은 몰랐어!]

 

 그렇게 말하며 두 마리의 캐리어를 여는 <오빠>. 앨리스는 곧바로 캐리어에 들어갔지만, 레이무는 아비규환인 공원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어이, 레이무! 빨리 들어가! 얼른 도망치자!] [레이무언니, 빨리!]

 

 재촉하는 둘을 천천히 뒤돌아보는 레이무. 그 표정을 본 앨리스는 그만 잠깐 숨을 멈췄다.

 레이무는 미소 짓고 있었다. 굉장히 느긋한 얼굴로, 부질없다고 느껴질 만큼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오빠랑 아가야는 먼저 돌아가라구. 레이무는 저 애들을 구하겠다구.]

[멍청한 소리 하지마! 너 혼자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레이무의 팥소씨는, 굉장히 맵다구. 윳쿠리를, 죽여 버릴 정도로.]

[! 죽을 작정이냐, 너!! 아무리 네 몸이 윳쿠리에겐 맹독이라도, 그건 내용물만 그럴 뿐이잖아!!]

[레이무의 정자팥소씨도 맵다구. 할짝할짝이나 부비부비도 위험하다구. 어떻게든 될 거라구.]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도대체가, 저 녀석들은 오늘 처음 만났잖아!? 아무 상관 없는 윳쿠리를 위해서 왜 네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건데!?]

[…그렇게 따지면, 오빠랑 아가야랑도 팥소씨는 이어져 있지 않다구.]

[뭣!?] [늣!?]

 

 레이무의 말에 움직임이 멈춘 둘. 하지만, 레이무의 이어지는 말에 경악한다.

 

[…그치만, 오빠도 아가야도 레이무의 가족이라구. 팥소씨는 이어져있지 않지만, 가족이 됐다구.

저기 고통 받고 있는 애들이랑은 분명 처음 만났지만, 혹시라도 아가야랑 오빠의 가족이 되어줄지도 모른다구.

…그러니까, 구하는 거라구. 레이무의 아빠랑 엄마처럼, 언니들이 레이무를 위해 희생된 것처럼.]

 

 말문이 막힌 <오빠>와 앨리스. 그런 둘에게, 머리를 숙이는 레이무.

 

[느긋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오빠.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구.

아가야,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짜 레이무의 아가야인 것처럼, 기뻤다구.

…바이바이.]

 

 그렇게 말을 남기고, 맹렬하게 공원 안으로 돌진하는 레이무. <오빠>가 말릴 틈도 없이, 그 모습은 공원 안으로 사라졌다.

 

[큿, 이 멍청이가!! 어이, 꼬맹이!!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늣!?]

 

 캐리어를 그 자리에 놔두고, 레이무의 뒤를 쫓는 <오빠>. 남겨진 앨리스는 멍해져 있었다.

 

(…레이무언니, 어째서 저런 짓을… 저런… 저런, 촌것을 위해서… 어째서…)

 

 앨리스는 혼란스러웠다. 레이무의 행동에, 레이무의 말에, 그리고 그 레이퍼의 언동에.

 앨리스가 나눠주려 했던 건 정말로 <도시파>적인 사랑이었던가? 그런 걸 위해 이 지옥에 오빠와 레이무를 데려와 버린 건가?

 

(아냐… 앨리스는… 앨리스의 사랑은… 저런 게 아냐… 앨리스의 사랑은, 좀 더 소중한 거야!!)

 

 항상 앨리스를 생각해주었던 레이무. 생면부지 앨리스를 길러준 <오빠>.

 그 둘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도시파>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게 바로 앨리스가 바라던 사랑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망설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도시파>라고는 할 수 없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앨리스는 캐리어에서 뛰쳐나와 둘의 뒤를 쫓아갔다.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둘을, 앨리스의 <가족>을 버리는 건 몇 배는 더 무서웠다.

 앨리스는 이를 악물고, 아비규환인 공원으로 뛰어갔다.

 

 

 

[느삐이이이이이!! 이제 그만더어어어어어!!]

[떨어져!! 제발 떨어져!!]

[응호오오오오오오오오!! 상캐 [그만둬!]에에에에에에!?!?!?]

 

 처음 보는 레이무에게 들러붙어있던 레이퍼를 몸통박치기로 억지로 떼어낸다. 

 페니페니에서 정자팥소를 흩뿌리며 굴러가는 레이퍼를 겉눈질로 쳐다보고, 앨리스는 멍해져 있는 레이무와 사육주에게 말한다.

 

[빨리 도망가!! 집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면, 저 녀석들은 못 들어갈 거야!]

[고… 고마워!!] [고마워, 앨리스!!]

 

 고맙단 말을 한 뒤 레이무를 품에 안은 사육주가, 공원에서 도망치는 걸 바라보며 앨리스는 레이퍼를 상대한다.

 

[워째셔 방해하는 거아아아아아아!! 이 촌거어어어어어엇!!]

[…촌 것은, 앨리스 쪽이야. 상쾌-! 가 도시파적이라니, 웃기지마!!]

[시끄러어어어어어!! 대신에 앨리스로 상쾌-! 할 거야아아아아아!!!]

 

 말을 마치자마자 덤벼드는 레이퍼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다. 레이퍼는 대체로 일직선으로 오기 때문에, 움직임을 읽기 쉽다는 점도 있다.

 지면에 넘어진 레이퍼의 등뒤에 가서, 앨리스는 페니페니를 찔러넣는다.

 

[응호오오오오!! 대담하네에에에에에!? 아프아!? 아프아아아아아아아!!!!!]

[…당연하지. 앨리스의 사랑은, 당분 제로퍼센트라구?]

 

 그대로 피스톤운동을 계속 하는 앨리스. 극심한 고통에 날뛰는 레피어. 하지만 윳쿠리의 습성이 절정을 대사를 말하게 만든다.

 

[응호오오오오오오!! 상캐에에에에에에에에!?!?]

[…상쾌-! 레이퍼가 죽어서 더욱 상쾌-!]

 

 레이퍼가 소리를 지르고, 그대로 줄기가 돋아나 검게 말라비틀어진다.

 단 한 번의 상쾌-! 로, 역전의 레이퍼가 죽는다. 보통은 있을 수 없는 광경이지만, 앨리스의 경우는 이게 정답이었다.

 애초에 윳쿠리가 레이퍼에게 죽는 이유는, 다중임신으로 인한 팥소의 감소이다.

 윳쿠리의 내용물인 팥소와 정자팥소가 섞여서, 아기윳의 근원이 되는 중추팥소가 만들어진다. 그것은 즉, 부모의 팥소를 감소시킨다는 뜻이다.

 레이퍼가 계속해서 주입하는 정자팥소로 인해 모체의 팥소가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감소되어, 죽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앨리스의 내용물은 완전무설탕인 블랙커피젤리. 당연히, 그 정자팥소도 완전히 무설탕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쓰다.

 그리고 정도가 심한 쓴맛은 윳쿠리에겐 맹독이다. 그런 것을 레이퍼의 카스타드크림에 주입하면 어떻게 될지는 일목요연하다.

 기구하게도 앨리스는 레이퍼를 격퇴하는 레이퍼. 카운터레이퍼로서 최고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이걸로 이제… 열 한 마리네. …꽤나 해치웠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줄지를 않았네.]

 

 공원을 둘러본다. 아까부터 이렇게 레이퍼를 쓰러뜨리고 있지만, 전혀 수가 줄어들질 않는다.

 …레이무나 <오빠>는 무사할까? 찾고는 있지만 이쪽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다들 죽어 버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레이퍼에게 당하고 있는 윳쿠리가 아직 잔뜩 있다. 사육주씨에게 뭉개진 레이퍼도 있지만, 금방 다른 레이퍼가 붙기에  끝이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앨리스는 눈치챘다.

 

(이상하네. 여긴 인간씨의 마을이잖아? 어째서, 레이퍼가 이렇게나 들어올 수 있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이 마을에 이 정도의 레이퍼가 있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방금 <오빠>는 레이퍼집단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인간의 마을에 야생윳쿠리가 접근하는 것 자체가 생명에 위협이 된다. 레이퍼의 경우엔, 최우선적으로 구제당하는 대상일 터.

 그런데. 이 공원에는 경찰도 소방관도, 가공소조차 오는 기색이 없다. 그렇다면…?

 

(레이퍼의 무리를 이끌고 있는 녀석이 있어…? 그 녀석이, 인간씨를 막고 있어…?)

 

 거기까지 추리가 진행됐을 때, 앨리스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이건, 레이무 언니!?]

 

 달려나가는 앨리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향한다.

 공원에 인접한 숲을 빠져나갔을 때, 그곳에 있던 것은,

 

[오… 오빠… 미아안…]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누워있는 레이무와,

 

[말하지마! 이 정도는 금방 나아!! 꼬맹이가 기다리고 있어, 금방 데려가 줄게!!]

 

 레이무를 안아들려 하는 <오빠>, 그리고…

 

[느후우~, 느후우~,…제법 자극적인 레이무였어어…]

 

 굉장히 커다란 레이퍼앨리스였다.

 자세히 보니 레이퍼앨리스의 페니페니는 붉은색으로 더럽혀져 있고, 눈은 충혈된데다가, 토해낸 것을 억지로 삼켰는지 입 주변엔 카스타드가 묻어있다.

 하지만, 그런 건 내버려두고, 앨리스는 레이무 곁으로 뛰어갔다.

 

[뭣!? 어이, 꼬맹이! 기다리고 있으랬잖아!?]

[앨리스의 엄마를 놔두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

 

 <오빠>의 노성에 앨리스가 큰소리로 받아친다.

 그 목소리에 눈치챘는지, 빈사상태인 레이무가 떨리는 목소리로 앨리스를 부른다.

 

[느… 아가야…?]

[정신, 정신차려, 엄마!! 앨리스를 혼자 두지 마!!]

[느… 아가야가… 레이무를… 엄마라고… 불러줬다구… 느와이…]

[! 어이, 레이무!? 정신차려, 눈 좀 떠봐!!]

[어, 엄마!? 죽으면 안 돼! 눈을 떠봐아아아아아아아아!!]

 

 <엄마>. 레이무는 앨리스를 <아가야>라고 불렀지만, 앨리스는 레이무를 <언니>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앨리스에게 있어선, 레이무는 그저 <엄마>였을 뿐이었다. 그저, 부끄러워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 뿐.

 레이무와 가족이라는 걸 자각한 지금에 와서는, 그런 부끄럽단 감정은 이미 날아가 버렸다. 이제 마음껏 엄마라고 부를 수 있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엄마라고 부른 게 방금 게 마지막이라니!

 <오빠>의 품에서 영원히 느긋해져 버린 <엄마>.

 엄마의 마무마무가 통나무라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벌려져 있다는 걸 눈치챈 앨리스의 분노가 끓어오른다.

 

[느후~, 퀸의 페니페니를 맛보게 해줬으니까, 영광으로 생각해!]

 

 레이무의 두반장으로 약해져 있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자칭 퀸앨리스의 눈앞에, 앨리스는 나가갔다.

 

[느후우우웃, 이번엔 아가야가 상대해 주는 거야? 퀸이 도시파적으로 사랑해줄게에에에에!!]

[닥쳐!! 이, 더러운 촌것이이이이이이이!!!!]

 

 절규와 함께 퀸에게 달려드는 앨리스. 카운터레이프는 상대의 뒤를 잡고, 마무마무에 페니페니를 찔러넣는 것으로 성립된다.

 11번의 실전을 통해, 카운터레이프의 요령을 자연스레 알게 된 앨리스가 발빠르게 등뒤로 돌아갔지만, 그곳엔 있어야 할 ㄱ 없었다.

 이 퀸은 페니마무 일체형. 즉, 페니페니를 움츠리면 마무마무가 되는 타입이었다.

 

[느!?]

[제법 적극적인 아가야네에에에에!!! 퀸의 테크닉을 실컷 맛봐아아아아아아!!]

 

 퀸이 격렬하게 몸을 비튼다. 앨리스는 필사적으로 퀸의 머리카락에 매달리지만, 퀸의 머리카락의 머리카락이 뽑히며 앨리스는 떨어졌다.

 앨리스를 덥치는 퀸의 거체. 하지만, 그 움직임이 갑자기 멈춘다.

 퀸의 등뒤로 접근한 <오빠>가 어딘가에서 가져온 삽으로 때린 것이다.

 

[큭, 안 통하나!? 개체가 크면 통각도 둔해진다더니 진자였나!!]

[오빠!?] [무슨 짓이야아아아!! 영감탱이는 죽어어어어어어!!]

 

 생각지도 못했던 지원에 놀라는 앨리스와, 갑자기 얻어맞아 화가 난 퀸. 직경 1미터를 넘는 거체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오빠>에게 몸통박치기를 한다.

 

[그왁!?]

[퀸을 괴롭히는 영감탱이는 제재할 거야아아아아!!]

 

 몸통박치기를 그대로 얻어맞고 <오빠>가 지면을 구른다. 그걸 본 퀸이 뭉개버리려 한다.

 힘을 모아 높이 뛰어, 오빠를 밟아 뭉갤 셈인 것이다.퀸의 의도를 눈치챈 앨리스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다.

 

(엄마뿐만 아니라, 오빠까지! 앨리스의 가족을, 모두 빼앗아갈 셈이야!?)

 

 싫었다. 이 이상 가족을 잃는 건, 절대로 싫었다.

 하지만, 카운터레이프는 통하지 않는다. 퀸의 페니페니는 튀어나와 있는 상태고, 움츠려들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체격도 크게 차이난다. 앨리스의 몸통박치기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떡하지, 어떡하면…느!?)

 

 필사적으로 타개책을 찾는 앨리스의 눈에, 퀸의 등뒤에 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 삽으로 맞아 생긴, 커다란 상처가.

 

(…그래! 저기로 앨리스의 정자를 흘려넣으면…!!)

 

 하지만 그 타바스코레이무조차 죽이지 못한 퀸의 거체에, 앨리스의 정자팥소 정도로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이 전법은 눈치채서, 퀸도 역시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찬스는 단 한 번.

 기왕 할 거라면 일격필살의 데미지를 입히지 않으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앨리스의 머릿속에 번쩍이는 게 있었다.

 할 수 있다. 이 방법이라면, 분명 퀸을 죽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 방법을 선택하면 앨리스의 목숨은 없다. 영원히 느긋해지는 대신에 상대를 끌고 간다. 이건 그런 방법이다.

 하지만…!!

 

[레이무의 엄마랑 아빠처럼, 언니들이 레이무를 위해 희생했던 것처럼.]

 

 그렇다. <엄마>가 목숨 받쳐 나눠진 사랑을, 딸인 자신이 망설이면 되겠는가!?

 

(…각오했어!! 앨리스의 목숨, 오빠한테 바칠 거야!!)

 

 앨리스는 퀸의 상처를 향해 힘껏 뛰어들었다.

 힘을 모으느라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앨리스가 딱 들어갈 크기로 벌어져 있는 상처로.

 

[느기이이이이이이!! 퀸의 몸안으로 들어오지마아아아아아!!]

[뭐야 갑자기? …그런가, 꼬맹이가 들어간 건가!!]

 

 퀸이 갑자기 고통스러워하자 이상하게 생각한 <오빠>가, 앨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사태를 이해했다.

 그와 동시에, 어떤 사실을 떠올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어이! 그만둬, 꼬맹이! 넌 단 건 못 먹잖아!?]

 

 레이무와 마찬가지로, 앨리스 역시 단맛에는 강한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체질이다.

 그런 앨리스가, 카스타드라는 단맛을, 그것도 고통받아 더욱 단맛이 더해진 것을 먹기라도 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그만워! 당장 나와! 꼬맹이! 나오라고!!]

 

 

 

[그만워! 당장 나와! 꼬맹이! 나오라고!!]

[…미안, 오빠. 그치만, 앨리스는 이제 괜찮아. 굉장히 느긋할 수 있었으니까, 미련은 없어.]

 

 퀸의 두꺼운 거죽과 카스타드 너머로 들려오는 <오빠>의 목소리에, 들리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앨리스는 대답한다.

 이미, 결심했다. 남은 건 실행뿐.

 아주 잠깐 망설이고, 앨리스는 퀸의 카스타드를 입에 머금는다.

 처음으로 느껴진 건 위화감. 혀끝이 저린 듯한, 향기로 쓴맛도 전혀 없는 감각.

 그 다음으로 온 것은, 온몸을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느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앨리스는 내용물을 토해냈다. 치사량이다. 당분이 전혀 없는 쓴맛만을 가진 커피젤리가, 퀸의 몸안에 퍼진다.

 그것은 한 순간 퀸의 몸안에 퍼지고, 중추팥소를 감염시킨다.

 

[느기기갸아게고으기그브브브베베라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것은, 욕망대로 살아온 퀸의 윳생을 마무리짓는 단말마였다.

 몸 안쪽에서 공격 당하는 생지옥을 맛본 퀸은, 그대로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하고 검게 말라비틀어졌다.

 퀸의 단말마를 들은 레이퍼들이 일제히 물러간다. 어찌 보면 장관이라 할 수 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오빠>는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레이퍼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만, 가장 큰 원인은 이성을 통한 자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으며, 딱히 특정지을 수는 없지만, 가장 유력한 설로는 <상쾌-! 이외엔 살아갈 보람이 없고>, <윳생의 목적이 없는> 윳쿠리가 레이퍼가 된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후 나올 사례에서, 결벽증이 보이는 레이퍼의 아이(B-3)이나, 레이퍼에게서 태어났지만 레이퍼가 되지 않은 아이(Z-2) 역시 보고되고 있기에, 모든 레이퍼가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부록에서는 가능한 한 자세히 사례를 분별해두고 있으니, 사례에 적용하는 게 쉬울 거라 생각됩니다.

레이퍼교정에 필요한 것은 올바른 지식입니다. 반드시, 활용해 주십시오.]

 

*각주 : 본문 안의 ( ) 는 각 사례의 번호입니다.

 

~신윳쿠리뱃지인정협회감수 <윳쿠리의 예절교육 방법 뱃지획득메뉴얼>에서 발췌~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날.

 나는 텅 빈 거실을 바라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살아온, 익숙한 집이다. 리모델링으로 옛 모습은 없어졌지만, 눈에 익숙한 자신의 성, 이었다.

 적막이 감도는 자신의 집을, 보이지 않는 바람이 스친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한기를 뿌리치고,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몇 번 신호가 가고, 아직도 구식 검은색 전화기를 고집하는 통화상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 아, 어머니? 나야, 나. …아니,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전화상대는 시골에 사시는 양친이었다.

 몇 달 전, 갑자기 찾아간 내 제멋대로인 부탁을 받아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 뒤의 일을 보고하는 것이다.

 

[…응, 집을 산다는 사람이 나왔어. 이제 그럭저럭 밭이랑 농기구 같은 건 갖출 수 있을 거야.

…뭐, 그야 씁쓸하지만. 아무도 살지 않으면 아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집이 불쌍하잖아.]

 

<집을 팔고, 여기서 농부가 되고 싶다.>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이 갑작스레 꺼낸 말에, 멍해져 있던 양친이 곧바로 동의해준 덕분에 가격도 제법 더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동화가 되어있는 방 네 개짜리, 작다곤 하지만 정원까지 달려있어서 불경기라곤 해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꽤 있다.

 추억이 깃든 집을 파는 것에는 저항이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여기서 일어난 비극은 무거웠다.

 

[…갑작스러운 건 어쩔 수 없잖아. 갑작스레 떠올린 거니까.

…그치만, 나도 진심이야. 진짜로 해보고 싶어, 농사를.]

 

 다음주부턴 인연이 있는 학자에게서 농업의 기본에 대해 배우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아는 게 없다. 기본을 익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전화 너머로 말하기 시작했다.

 

[… 아, 석양…]

 

 얘기하는 사이에, 어느 샌가 이미 저녁노을이 비추고 있다.

 통화를 마친 내게 어머니가 [잠깐만]하고 말한다.

 

[…에? 내가 갑자기 집을 팔려고 한 이유?]

 

 그것도 모르고 찬성해 줬던 건가, 이 사람들은. 그러고 보니 말하지 않았었다.

 나는 정원 한구석에 눈길을 보내며, 거기 있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혼자 살기엔, 이 집은 너무 넓어서, 려나…]

 

 

 혼자 살았을 땐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녀석들과 함께 지낸 나날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걸 잃은 지금이 돼서야 알게 됐다.

 …이해하는 게 늦었다. 너무 늦었다.

 

[…응, 난 괜찮아. 그럼, 또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나는 거실 가운데서 그것을 바라본다.

 바싹 달라붙어 세워져 있는 나무토막. 이름조차 쓰여있지 않은 간소한 묘비를.

 그 날, 이 마을을 덥친 레이퍼무리는 일시적으로 미끼를 사용해서, 경찰이나 소방소, 가공소를 혼란시킨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걸 지휘한 게 그 퀸앨리스였던 듯하다.

 체포된 레이퍼에 의하면, 무리의 운영은 모두 퀸이 결정했고, 퀸이 당해버리자 어떡하면 좋을지 몰라 후퇴했다고 한다.

 … 몇 명의 사육주와, 애완윳들에겐 [위험했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맙단 말을 들었지만, 결국 그 마리사와 사육주는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별로 고맙단 말을 억지로 들을 생각은 없지만, 그 마리사에 그 사육주라면 금뱃지는 무리겠지…

 

 공원 구석에서 석양이 비추는 묘비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내 장난으로 윳생이 비틀어져 버린 저 녀석들은, 마지막에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원망했을까? 증오스러웠을까? 내겐 그걸 알아낼 방도가 없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저 녀석들은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우리들은, 가족이었다.] 라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