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anko 9215 Imitation Gold

by 다섯개 posted May 21, 20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선량한 윳쿠리가 학대 당합니다.

 

---

Imitation Gold

호시 아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는 달콤하지.」

 

남자가 간신히 연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너무나 맥락 없는 발언이었다.

투명한 상자 안, 요우무는 아연실색한 채 생기 없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신기하게도 말이야. 이걸 직접 핥아봐도 전혀 달지 않아. 오히려 엄청나게 쓰지. 너무 달아서 이제 달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거야. 뭐, 말하자면 장미 향기를 진하게 농축하면 방귀 냄새로밖에 안 느껴지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래도 달콤한 거라는 점은 변함없어서 말이야. 윳쿠리한테 수크랄로스를 주면 제대로 상처가 나아버린다고. 너희들은 참 대충대충이란 말이지, 진짜로.」

 

그 목소리는 상자 상부에 설치된 작은 스피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요우무가 필사적으로 호소해 온 것은 아마 무엇 하나 저쪽에 닿지 않았으리라고 직감한다.

 

「그래서 말이야. 네 발밑에는 그 수크랄로스를 쫙 깔아뒀다는 거지. 그러니까 말이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마하의 속도로 낫는다. 그게 좋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남자는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어둑한 방 안에서 가늘게 뜬 두 눈이 처참한 빛을 머금고 빛나고 있었다.

그 형상이 두려워, 요우무가 도망치듯 시선을 내리자 발에 닿는 하얀 모래 표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엄청난 단맛을 자랑한다는 고운 입자는 모르는 척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참고로 그 가루는 수크랄로스만 쓴 게 아니야. 너에게 벌을 줄 수 있도록 조제된 가공소 특제 마법의 가루지. 뭐, 하지만 네가 얌전히 내 말을 들으면 아픈 꼴 볼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해도 좋아.」

 

말과는 반대로 남자의 표정은 잔혹한 빛을 띠고 있었다.

온몸에서 배어 나오는 ‘느긋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시커멓고 끈적한 촉수가 되어,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둔 요우무에게까지 뻗어 올 듯한 착각에 휩싸인다.

꿀꺽 침을 삼키고, 아주 조금 뒷걸음질 친다. 숨쉬기가 괴롭고, 목이 바싹바싹 말랐다.

지금부터 자신은 학대당할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위구심이 마음속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남자는 그런 요우무의 반응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듯이 유리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마이크에 걸리는 콧김이 천장에서 내려온다. 굶주린 짐승과 닮은 사납고 거친 숨결을 섞어, 남자가 아주 즐겁다는 듯이 선고한다.

 

「내가 너에게 명하는 건 딱 하나다. 화장실은, 거기서 봐라.」

 

울퉁불퉁한 손가락에 이끌리듯 눈을 움직여, 저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를 낼 뻔했다.

그곳에 굴러다니고 있던 것은 금배지, 요우무에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어째서, 하필이면 소중한 그것 위에서 배설하라는 말을 들어야만 하는가.

 

「거기 말고는 가루 뿌려 놨으니까 말이야. 말 안 들으면 큰코다칠 줄 알아.」

 

너무나 부조리한 처사에 몸의 중심이 들끓는 것처럼 뜨거워진다. 중추팥소에서 맥동하는 고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

부풀어 오르는 분노가 욕설이라는 형태를 취해 튀어나오려는 것을, 요우무는 입술을 꾹 다물어 억눌렀다.

 

화내는 건, 안 돼.

 

인간 씨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건 느긋할 수 없어.

윳쿠리는 인간 씨에게 느긋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인걸.

 

언니가 가르쳐 준 것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러고 있자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요우무는 실실 웃고 있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지금까지 교육받아 온 대로 정중한 태도로 부탁한다.

 

「그런 말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묭. 요우무는 오빠랑도 느긋하게 지내고 싶다묭.」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진심을 담아 말하면 제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요우무는 믿고 있었다.

가면처럼 표정을 바꾸지 않는 남자를 향해 다시 말을 덧붙인다.

 

「금배지씨도 돌려줬으면 좋겠다묭. 그 뒤에, 집에도 돌려보내 줬으면 좋겠다묭.」

「흐-응 그런가 그런가. 뭔 소린지 들리진 않지만, 그렇게 그 금배지가 소중하냐?」

 

남자는 요우무의 간청 따위 버드나무를 스치는 바람과 다를 바 없다는 듯 비웃더니, 얼어붙을 듯한 차가움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 거 가짜잖아.」

 

그렇게 내뱉은 남자가 방을 나가는 것을, 요우무는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울리고, 가벼운 발소리가 멀어져 간다.

두려웠을 그 기색이 느껴지지 않게 되자, 갑자기 불안감이 부풀어 올라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독이 정신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사회성을 가진 윳쿠리에게 있어 외톨이로 있는 상태는 본능적으로 느긋할 수 없다.

아마, 저 남자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너무하다묭. 너무 심하다묭.」

 

절대로 울지 않으리라 이를 악물고, 떨릴 것 같은 몸에 기합을 넣고는, 한쪽 구석에 놓인 금배지로 눈길을 보낸다.

 

흔해빠진 캔 배지에 금색 종이를 붙였을 뿐인 그것은, 깜빡깜빡 점멸을 반복하는 알전구에 비춰져 요우무를 격려하듯 빛나고 있었다.

시들 뻔했던 기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저 오빠에게 부정당했다고 해서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다른 누군가의 가치관 따위,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닌가.

 

어떻게 폄하당하든, 요우무에게 저 금배지가 소중한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비록 가짜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곳에 담긴 마음만큼은 틀림없이 진짜인 것이다.

무색투명한 감옥 속에서, 요우무는 자신에게 타이르듯 강하게 되뇌었다.

 

남자가 나가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요우무는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것이 언제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 구석으로 기어가 자동 급식기에 혀를 뻗는다. 레버를 당기자 받침 접시에 윳쿠리 푸드가 소량 흘러내렸다.

 

조심스럽게 한 알만 입에 넣는다.

 

「그럭저럭-」

 

꼼꼼하게 독 맛을 보았지만 아무런 이상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평범한 먹이였다.

지효성 독극물일 가능성을 경계하여 필요 최소한의 양으로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설치된 급수기에 다가간다.

 

목을 축인 것은 예상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물이었다. 이상한 맛도 나지 않고, 몸에 이변이 생기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기계 자체에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일까.

요우무는 주의 깊게 급수기를 관찰해 본다.

 

그 기기는 윳쿠리가 직접 입을 대고 빨지 않는 한 마실 물을 공급하지 않는 타입으로, 전혀 물이 새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고급품인 듯했다.

급식기 쪽도 마찬가지로, 고가라는 것 외에는 딱히 이상한 점은 없다.

 

아무래도 식사를 통해 괴롭힐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역시 본론은 이쪽이겠지.

 

지금까지 되도록 보지 않으려 의식했던 발밑으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곳에 펼쳐진 것은 황량한 순백의 사막. 남자가 요우무에게 벌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는, 수크랄로스와 무언가의 혼합 가루다.

명령을 어기면 대체 어떤 고통이 덮쳐온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느긋하게 살아온 요우무에게는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아무리 심한 격통에 시달리게 된다 해도, 저런 끔찍한 지시에 따를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소중한 금배지를 화장실로 쓰라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무기질적인 감옥에서 요우무는 조용히 결의하고 있었다. 절대로 저 남자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에 맹세했다.

 

문득 아랫배에 신호가 오는 것을 느낀다. 요의다. 물을 마셨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순간, 남자가 화장실이라고 부른 장소를 노려보고는, 바로 눈을 돌린다.

그 부분만 가루에 덮여 있지 않아 안전이 확보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물론 그곳에 볼일을 볼 생각 따위는 없었다.

 

금배지가 놓인 곳에서 대각선상에 위치한 구석까지 뛰어가서, 요우무는 최대한 주위에 시시가 튀지 않도록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힘차게 방뇨한 찰나, 마무마무가 타들어 갔다.

 

무슨 일인가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뜨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고통에 질려 요우무는 절규하며, 뒤통수를 내리치듯 쓰러진다.

그 기세로 바닥을 덮고 있던 가루가 흩날렸다. 쏟아지는 눈송이가 된 그것이 이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체까지 머리를 굴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뜨거! 뜨거워어어어어어어! 요우무의 마무마무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마치 달군 인두를 쑤셔 넣은 듯한 뜨거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두는 집요하게 요우무를 뒤쫓아와 더욱 깊숙이 침입해 온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뜨거! 뜨거! 뜨거워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충격으로 요우무는 탈분했다.

그 순간, 형체 없는 처형인이 화염의 마창을 항문에 쑤셔 넣었다.

상상 속의 창끝이 꾸역꾸역 항문을 비집어 열고, 사정없이 몸 안을 태워나갔다.

 

「앗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요우무의 아냐루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불꽃 따위,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몸이 불타고 있다. 껍질 속 내용물이 석탄이 되어 환하게 타오르고 있다.

 

「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악문 이빨 사이로 침을 흘리고, 굳게 감은 눈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친다.

그리고 새어 나온 체액에 가루가 닿자마자, 그 부분도 불이 붙은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수분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깨닫는다. 이 가루가 액체와 섞이면 그곳이 강렬한 열기를 띠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았다 한들,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아져! 도아져어어어어어어어어엇!」

 

구원을 바라며 시선을 헤맨다. 아무도 없는 실내,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엉니야아! 더아져! 요우무는 여기이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다정했던 언니의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요우무가 다치면 바로 치료해 주었던 언니, 그 사람이라면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으로 그녀를 계속 부른다.

 

「엉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아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뜨거워어어어어어어어엇! 엉제나처럼 쓰-담 쓰-담해저어어어어어어어어! 잔뜩 잔뜩 쓰-담 쓰-담해저어어어어어어어어! 느벱!」

 

입을 크게 벌리고 외치느라 균형을 잃고, 요우무는 얼굴부터 보기 흉하게 넘어진다.

그 바람에 입안에 들어간 가루가 엄청난 쓴맛으로 혀를 찔렀다.

 

「느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구려 맛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반사적으로 뱉어내려 하지만, 도무지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으로 입술이 막힌 것처럼,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이 억눌려 있다.

 

「느븃! 느브브브브브브브브브에엣!」

 

남자가 했던 말이 머리를 스쳤다.

이 가루는 설탕의 600배 달콤하다. 하지만 핥으면 쓰다.

미각의 한계를 넘어 제대로 감지할 수 없는 이 단맛을, 요우무에게는 견딜 수 없을 뿐인 이 맛을, 윳쿠리로서의 본능이 달콤달콤으로 인식하고 삼키려 하는 것이다.

 

「느그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느그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그것이, 뱉어내려는 힘과 부딪히며 요우무 안에서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몇 번이고 헛구역질하고, 그때마다 목을 꽉 조이는 불쾌감에 휩싸인다.

그동안에도 살아있는 채로 화형당하는 듯한 고통은 끊임없이 요우무를 괴롭혔다.

 

「느기이이이이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벽에 뛰어들 듯 달려가 이마를 부딪친다.

중추팥소를 흔드는 감각으로 아주 잠깐이나마 뜨거움을 속일 수 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머리를 벽에 두들겨, 몸 안에 정체된 작열통을 몰아내려 시도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 고통은 사라져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요우무는 움직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간신히 남아있는 냉정한 부분이 이대로는 죽어버린다고 경고한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죽어버려도 상관없다고조차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요우무가 죽음을 원해도, 수크랄로스가 그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벽에 부딪힌 곳이 다음 순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완치되어, 더욱 이 시간을 연장시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고문을.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이제 주겨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주겨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눈에 들어간 분말이 발화한 것처럼 열을 띤다.

그 극적인 반응은 점점 몸 깊숙이 침략하여, 온몸의 화이트 초콜릿이 비등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요우무를 유린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아파! 뜨거! 타버렷! 주거버려어어어어어어어엇!」

 

체액 전부가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고, 표피를 뚫고 증기가 여러 곳에서 분출되었다.

그렇게 뚫린 구멍도 순식간에 막히고, 그러다가는 다시 격렬한 공기압에 의해 뚫린다.

파괴와 재생이 어지럽게 반복되는 가운데, 요우무는 남자의 헤아릴 수 없는 악의에 떨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해 내고, 그리고 실행하는 그 광기에, 작은 몸의 골수까지 공포를 느꼈다.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가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엉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엉니야! 도아져! 더아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이제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집에 가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요우무 이제 집에 가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느규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느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요우무는 절규하고, 통곡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좁은 공간에서 미친 듯이 춤췄다.

하지만 아무리 움직여도 작열은 집요하게 요우무를 뒤쫓아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요우무 주거버려어어어어어어어엇! 도아져! 누가 도아져! 요우무 아직 죽고 싶찌 아나! 죽고 싶찌 않아아아아아아아아앗! 엉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요우무는 여기라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여기 있다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빨리 도아주세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엉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야가 일그러진다.

눈물 때문인지, 아니면 안구가 열을 받은 탓인지, 혹은 중추팥소에까지 보이지 않는 지옥불의 마수가 닿은 것인지.

판단할 여력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의지와는 관계없이 시야가 바깥쪽에서 서서히 좁아진다.

스쳐 지나가는 것은 농밀한 죽음의 기색.

내용물이 용암으로 변한 듯한 고통을 맛보면서도, 몸이 얼어붙을 듯한 경외감이 치밀어 오른다.

 

요우무, 죽는 거야?

이런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요우무는, 죽는 거야?

 

자문자답할 틈도 없이, 몸 안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요우무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주마등 같은 꿈을 꾼다.

그것은 아주 느긋했던 추억.

언니와 보낸 다정한 나날들.

 

요우무는 언니를 정말 좋아했고, 언니도 요우무를 정말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언니는 일이 바빠서 늘 함께 있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요우무는 언니를 정말 좋아했다.

혼자서 집을 볼 때도 언니를 떠올리면 힘들지 않았고, 일이 끝나면 언니는 제대로 요우무를 칭찬해 주었다.

 

언니와 처음 만난 것은 요우무가 아직 작아서, 자신을 '요뮤’라고 부르던 때였다.

펫숍에서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요우무는 이제 인간 씨에게 느긋하게 지낼 수 없다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쁜 금발의 그 언니는 요우무가 들어 있던 선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 주었다.

 

요우무는 이때다 싶어 힘껏 쭈-욱 쭈-욱 하거나 데-굴 데-굴하거나 하며 귀여움을 계속 어필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금발의 언니는 요우무를 선택해 주었다.

언니의 방에서 작은 상자에서 나와, 자신의 주인이 될 사람에게 인사했을 때의 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느긋하게 이쓰라규!」

 

그런 혀 짧은 판에 박힌 말에, 언니는 얼굴을 환하게 펴며 대답해 주었다.

 

「느긋하게 있으렴!」

 

그 후로는 아주 느긋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아기 윳쿠리인 요우무는 젖병으로 밥을 먹어야 했지만, 언니는 귀찮아하지 않고 매번 돌봐주었다.

목욕할 때도, 요우무를 빠뜨리지 않도록 다정하게 몸을 씻겨주었다.

 

바쁜 사람이었기에 늘 놀아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한의 애정을 쏟아주었다.

 

그래서 요우무는 언니를 정말 좋아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우무는 아무리 해도 금배지를 딸 수 없었다.

아무리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도 서류 심사 단계에서 떨어져 버렸다.

 

언니는 결코 그 일을 탓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요우무에게는 괴로웠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배지를 따겠다고 요우무는 마음먹었다.

그래도 언니에게서 전해 듣는 것은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차가운 현실뿐이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화이트 초콜릿으로 된 중추팥소를 열심히 사용해서, 요우무는 능능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요우무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며칠이고 며칠이고 계속 생각한 탓에, 요우무는 열이 나서 앓아누워 버렸다.

언니에게 간병 받으면서, 금배지도 따지 못하는 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졌다.

병이 나았을 때, 언니는 요우무에게 선물을 주었다.

 

「자, 좋은 걸 줄게, 요우무. 언니 특제 금배지야.」

 

캔 배지에 금색 종이를 붙인 손수 만든 금배지는, 언니의 하얀 손안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언니야아! 고맙다묭!」

 

동경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언니가 만들어준 그 배지는 요우무의 보물이 되었다.

 

그 답례로 요우무는 언니에게 드라이플라워를 주었다.

언니가 정말 좋아하는 메리골드라는 꽃씨를 열심히 말려서 만든, 요우무 자랑의 일품이었다.

 

「언니야! 받아줘! 요우무 열심히 만들었다묭!」

 

언니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집힌 그 예쁜 꽃은, 기뻐하는 것처럼 실내 에어컨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선명한 향기가 요우무와 언니를 감싸고,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마워. 이렇게 멋진 선물을 주다니, 역시 요우무는 느긋한 윳쿠리야. 금배지 시험 따위 통과하지 못해도, 요우무는 나의 요우무인걸. 그러니까, 느긋하게 있으렴.」

 

「응. 언니야 느긋하게 있어!」

 

「계속 계속 함께 느긋하게 지내자 요우무.」

 

「계속 계속 함께 느긋하게 지내자! 언니야.」

 

금배지 따위 없어도 좋다.

그렇게 말해준 언니를 요우무는 정말 좋아했다.

언니에게 받은 금배지도 정말 좋아했다.

그것이 가짜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곳에 담긴 언니의 애정은 진짜이니까.

 

이것은 마치, 금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요우무의 소중한 추억이다.

 

잠에서 깨어나니, 그곳은 투명한 상자 안이었다. 요우무는 여전히 하얀 사막 위에 있었다.

지금까지의 일이 꿈이었으면 하는 희미한 희망이 산산조각 나 흩어져갔다.

눈앞에는 언제 돌아왔는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기분은 어떠냐?」

 

빈정거리는 듯한 목소리의 질문이 머리 위 스피커에서 내려왔다.

좋을 리 없지 않냐고 대답하는 대신, 요우무는 매달리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것을 흘려보내고, 창백한 얼굴이 사나운 미소를 띠었다.

 

「아직 멀쩡해 보이는데. 하지만 말이다, 화장실은 제대로 정해진 장소에서 봐야 한다고 요우무. 말 안 들으면 큰코다칠 거라고 내가 말했지. 그 가루에는 말이야, 석회라고 하는 수분과 반응해서 열을 내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말이지. 자세한 조합은 가공소의 기업 비밀이라 나도 모르지만, 그 가루에 시-시- 해버리면 끔찍한 꼴을 볼 거라고. 그러니까 제대로, 실례는 화장실에서 하세요오~. 요우무쨩.」

 

아주 즐겁다는 듯이 말하며, 남자는 금배지를 가리켰다.

요우무는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뭐, 별일 없어서 다행이군. 좀 더 즐겁게 해주지 않으면 수지가 안 맞으니까 말이야.」

 

요우무는 언니 곁에 있었을 텐데, 오늘 눈을 뜨니 이곳에 있었다.

분명 남자가 훔쳐 온 것이리라. 그런 범죄까지 손을 대면서 사육 윳쿠리인 요우무를 학대하고 있으니, 간단히 죽어버리면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째서 거기까지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남자가 요우무를 언니의 집에서 납치한 것이라면, 지금쯤 경찰에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을 것이다.

사육 윳쿠리로 등록된 요우무를 추적하는 것은 쉬울 테니, 곧 구조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언니를 만날 수 있다. 다시 한번 느긋하게 지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아랫배에 둔한 감각이 스쳤다. 맹렬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

하지만 화장실에는 금배지가 있다. 그렇다고 가루 위에 볼일을 보는 것도 느긋할 수 없다.

 

눈동자를 굴리고 있자, 남자가 그것을 눈치챘는지 입을 열었다.

 

「아아, 요우무가 약해져 있길래 말이야.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해 뒀다고. 나 참 친절하지? 뭐, 화장실은 거기서 봐라.」

 

다시 남자가 금배지를 가리킨다. 언니와 요우무의 유대를 더럽히라고 명하고 있다.

 

싫다. 그런 건 느긋할 수 없다.

 

절대로, 지지 않아.

구조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내 보이겠다.

 

요우무는 굳은 결심과 함께, 하얀 분말에 시-시-를 했다.

 

온몸을 불태우는 듯한 고통이 재점화되어, 상자 안을 한 시간 남짓 뒹굴어야 했고, 남자에게 큰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그런 날이 며칠이고 계속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구원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

최대한 식사량을 줄이려 해도 요우무가 잠든 사이에 남자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하기 때문에, 아무리 참아도 소변을 참을 수는 없었고, 요우무는 방뇨할 때마다 그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수크랄로스의 엄청난 단맛이 없던 일로 만드는 데다, 쓴맛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그 맛으로 느긋해져 버리기 때문에 비윳쿠리증에조차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요우무의 그런 생활은 계속되었다.

이제 언니의 얼굴조차 잘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악의와 학대로 얼룩진 나날이 다정한 기억을 덮어쓰고 가려버렸다.

 

그런 어느 날, 문득 요우무는 생각해 버렸다.

 

이제, 견딜 수 없어.

저런 고통은 이제 질렸어.

 

평소처럼 볼일을 보려던 요우무의 발이 저절로 금배지 쪽으로 향한다.

이 상자 안, 유일하게 악의의 결정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저 하얀 가루가 뿌려지지 않은 장소로.

남자가 화장실로 쓰라고 명한 장소에는 망이 쳐져 있고, 그 아래에는 절구 모양의 용기가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금배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배설하든 보물은 더러워질 것이다.

용기 가장자리에는 틈이 만들어져 있어, 주위의 가루를 밀어 넣어 용기에 넣을 수도 없다.

 

마리사나 레이무처럼 땋은 머리나 구레나룻이 있거나, 혹은 앨리스처럼 손재주가 있다면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요우무에게는 분말을 덮어 금배지를 지킨다는 수는 쓸 수 없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요우무는 몇 번이고 자신에게 타이르듯 되뇌었다. 마음속으로 힘껏 언니에게 사과했다.

그렇게나 다정하게 대해 주었던 언니를 배신해 버린다는 죄책감에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저 고통에 몸을 맡기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망 위에 몸을 맡긴다.

투명한 벽 너머에서 남자가 히죽히죽 웃고 있다.

굴욕감에 얼굴이 확 뜨거워진다. 한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눈물방울은 망 사이를 빠져나가 변기 대용 용기의 벽면을 타고 흘러 금배지를 적셨다. 마치 요우무의 보물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마무마무를 펼친다.

남자가 훅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더 보여달라는 듯한 얼굴이 된다.

 

요우무는 눈을 감고 소변을 보았다.

그 감촉이 존재하지 않을 터인 상처 자국과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스며들었다.

 

「미안해요. 언니…」

 

용기에 흘러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요우무는 암담한 기분에 빠져 들어갔다.

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해 느긋해하는 자신을 애써 외면했다.

더러워졌을 금배지를 확인할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 후로 매일 보물을 더럽혔다.

느긋할 수 없는 일일 텐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요우무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느긋해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것 같아, 최대한 죄책감을 가지려 애썼다.

 

그런데도 그다지 잘 되지는 않았다.

날이 갈수록 분뇨로 더러워져 가는 언니와 요우무의 유대는 오늘도 용기 바닥에서 쓸쓸하게 빛나고 있다.

그래도 분명 언니는 요우무를 용서해 줄 것이다.

언니와 요우무는 굳건한 신뢰로 묶여있는 것이다. 이렇게 괴로운 일을 겪은 요우무를 이해해 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변명을 반복하는 것이 요우무의 일과가 되어가고 있었다.

 

실내에 울린 발소리를 눈치채고, 요우무는 고개를 들었다.

 

남자가 얇은 판 같은 것을 들고 서 있었다.

분명, 태블릿 PC라는 기계다. 언니도 사용했으니까 알고 있다.

 

「어이. 좋은 소식 가져왔으니, 봐라.」

 

울퉁불퉁한 손가락이 판 위쪽을 쓰다듬자, 까맣던 표면에 선명한 영상이 떠올랐다.

요우무는 그것을 보고 투명한 벽에 얼굴을 붙일 정도로 다가갔다.

 

화면에는 금발의 언니 모습이 있었다.

꿈에서까지 그리던 다정한 언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뻔했다. 필사적으로 요우무는 그것을 참았다.

수분에 반응해서 저 가루가 심술을 부릴 테니, 우는 것만큼은 참아냈다.

 

언니는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복받쳐 오른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떠오른다. 어째서, 요우무가 없는데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걸까.

 

그 답을 알고 싶지 않다는 충동에, 요우무는 눈꺼풀을 닫고 싶어졌다.

하지만 눈을 뗄 수는 없었다.

 

언니가 부엌을 나와 거실로 향한다.

그때, 시야 구석에 드라이플라워가 보였다.

먼지투성이가 된 그 꽃은, 틀림없이 요우무가 주었던 메리골드였다.

 

어째서, 그런 식으로 내버려 둔 거야?

요우무가 준 선물, 어째서,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는 거야?

 

언니가 문득 꽃을 발견한다.

다행이다, 하고 요우무가 안심한 것도 잠시, 그녀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만지듯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집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바스락, 하고 꽃이 떨어진 소리가 총성처럼 요우무를 꿰뚫었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요우무의 마음 따위 알 리 없이, 언니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명랑한 목소리가 그것을 맞이했다.

 

「알겠다냐-!」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성체 첸이 꼬리를 흔들며 언니의 발치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장식물에 눈동자가 빨려 들어간다. 그곳에는 진짜 금배지가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기다렸지, 첸. 역시, 금배지를 딸 수 있는 아이는 다르네.」

 

그 무심한 중얼거림이 쇠망치가 되어 요우무를 내리쳤다.

 

위태로운 균형으로 부서지기 직전의 마음을 지탱하던 기둥이, 언니에 대한 신뢰가, 천둥 같은 단말마를 지르며 부러져 나간다.

 

냉혹한 현실에 못 박힌 채, 요우무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언니에게 계속 물었다.

 

금배지를 딸 수 있는 아이가 있으니, 이제 요우무는 필요 없는 거야?

그래서 도와주러 오지 않는 거야?

그 가짜 금배지는, 그곳에 있었을 터인 유대는, 전부,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

 

어째서 요우무의 선물도 버려버린 거야?

 

영상은 요우무에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저 첸과 언니의 행복해 보이는 풍경만을 잘라내 보여줄 뿐이다.

 

「계속 계속 함께 느긋하게 지내자 첸.」

「계속 계속 함께 느긋하게 지내는 거다냐- 언니야.」

 

그것은, 요우무에게, 해 주었던 말, 인데.

 

아아, 안 돼.

이제, 요우무는.

요우무는, 이제, 부서져버렷, 어.

 

발밑에서부터 세계가 붕괴해 가는 듯한 감각.

요우무의 두 눈은 이제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

뿌득, 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청각 기관도 듣는 것을 멈췄다.

 

「늣!」

 

내뱉어진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라고 희미하게 느끼면서, 요우무의 자아는 허공으로 녹아들어 갔다.

눈앞에 다가오는 남자의 존재가 먼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느긋느긋느긋느긋느긋느긋느긋느긋느긋느긋」

 

뚜껑을 열자 절망이 상자에서 넘쳐흘렀다.

희망조차 남지 않은 판도라와 같은 모습이다.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할 뿐이 된 요우무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만족했다.

역시 윳쿠리를 학대하면 마음이 씻겨나간다. 특히 이 종류의 상품은 최고다.

 

요우무는 내가 일부러 어떤 브리더에게서 사들인 것이었다.

꽤 비쌌지만 이곳의 좋은 점은 물건을 사육 윳쿠리로서 키운다는 점이다.

상당한 수고를 들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애완동물로서 길러진 윳쿠리는 극히 선량한 개체가 된다.

그것을 옆에서 빼앗아 학대하는 기분을 마음껏 맛볼 수 있으니, 고가인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내가 주문하는 브리더는 고객의 세세한 주문에도 응해준다.

이번에는 금배지 시험에 합격할 만큼 영리한 개체를 일부러 서류 미비로 떨어뜨린 후 가짜 금배지를 주고, 그것을 주인과의 유대로 소중히 여기는 요우무를 만들어 달라고 세세한 지시를 내렸는데, 훌륭하게 그 기대에 부응하는 윳쿠리를 키워주었다.

몇 마리의 윳쿠리를 동시에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들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여기까지 완벽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윳쿠리에 대한 깊은 지식과 높이 쌓아 올린 경험이 이루어낸 기술일 것이다.

덕분에 아주 느긋한 학대를 할 수 있었다.

직접 키우려 하면 도중에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고생이 많아서 이렇게까지는 안 된다.

 

마무리 일격이 된 저 동영상도 추가 요금으로 구매한 것이다.

요우무가 선물했다는 드라이플라워를 보란 듯이 버려 달라는 요청에 그녀는 훌륭하게 부응해 주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장사에는 중요한 것이다.

 

저기에 찍혀 있던 첸은 내가 다음에 사들일 예정인 윳쿠리다.

아직 완성까지는 조금 걸릴 테니, 그동안은 찍어둔 요우무의 영상이라도 감상하며 느긋하게 지내도록 하자.

밖으로 출력하지 않았을 뿐 음성도 제대로 녹음되어 있으니, 필시 볼 만할 것이다.

 

뭐, 저 녀석은 자신의 추억이 금박으로 장식된 그냥 쇳조각이라는 것을 모른 채 죽을 수 있었으니, 아직 행복한 편이지만.

 

이미 망가진 요우무를 생각하면서도, 이미 나는 탐욕스럽게 다음 사냥감에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첸에게는 대체 어떤 학대를 할까.

역시 심플하게 자신이 학대용으로 길러진 윳쿠리라고 밝혀버릴까.

아니면 나도 금발 가발을 쓰고 언니인 척하며 괴롭혀 줄까.

 

아마 첸을 출하하면 저 브리더도 개체 인식을 위한 금발 가발을 벗을 것이다.

아무리 영리하든 윳쿠리인 한, 특징적인 머리 모양이나 장식물이 없으면 상대가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하다니 슬픈 본성이다.

그런 녀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간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째서 윳쿠리는 깨닫지 못하는 걸까.

 

아아, 윳쿠리라서 그런가.

 

웃으면서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상자 안의 요우무를 아무렇게나 잡아 쓰레기통에 처넣는다.

화장실로 쓰게 했던 용기도 뜯어내, 내용물을 껍데기만 남은 만쥬 위에 뒤집어엎는다.

 

쓰레기통 뚜껑을 닫기 직전, 가짜 금배지가 실내 불빛을 반사하여 그 존재를 주장했다.

배설물로 더러워진 금색 종이의 빛은 둔탁하고, 어둡고, 그리고 어쩔 수 없을 만큼 덧없었다.

지독히 싸구려인 그 반짝임은 거짓으로 덧칠된 요우무의 추억의 상징이었고,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이었던 그녀의 생애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