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에 대한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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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보로스 관
호시 아키
환희의 첫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 순간, 마리사는 자신이 바로 세계의 지배자가 되어야 할 그릇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파악했다.
대지를 딛는 발은 단련된 운동선수처럼 늠름하고, 구름마저 붙잡을 듯한 땋은 머리는 거장의 손길이 닿은 예술품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에 두른 오라는 유사 이래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생물보다도 느긋하여, 가히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만한 미모와 재능을 타고난 것이다.
마리사의 일생은 장밋빛으로 채색된 것임에 틀림없다.
화려한 궁전의 옥좌에 앉아,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달콤달콤을 매일같이 공물로 받고, 셀 수 없을 만큼의 아가야를 남긴 마리사의 위업은 바다 건너까지 전해지리라.
솟아오르는 전율을 곱씹으며, 눈가에 흘러나온 기쁨의 눈물을 머리카락 끝으로 닦아낸다.
한 번 심호흡하고 나서, 부모님께 인사하기 위해 최고의 미소를 지으려던 찰나, 마리사는 딱 움직임을 멈췄다.
──느긋할 수 없어.
반사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윳쿠리에게서는 생기라고는 완전히 빠져나가 있었다.
커다란 검은 모자와 흐트러진 금발 덕분에 그것이 아빠 마리사라는 것은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마리사에게 부비부비해줘야 할 볼은 움푹 패여 있고, 피부는 때묻어 흐린 하늘처럼 무거운 회색으로 변색되어 있어, 도저히 만져서 기분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갈라져 터진 입술은 굳게 닫혀 있어, ‘느긋하게 있으라구’ 하고 말을 걸어줄 것 같지도 않다.
그 얼굴에서는 부모의 애정 같은 것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고, 자식과의 대면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리사가 태어나는 순간을 지금이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던 듯한 기색이 배어 나왔다.
마리사는 저도 모르게 작게 뒷걸음질 쳤다.
본능이 고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 한다.
이빨이 자잘하게 부딪치며 딱딱 소리를 낸다.
어느새 온몸이 기분 나쁜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전능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공포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였다.
도움을 청하려 해도, 엄마로 보이는 윳쿠리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그때, 문득 아빠야의 표정이 풀렸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을 휘며 미소를 지은 것이다.
무언가로부터 해방된 듯한, 아주 느긋한 얼굴이었다.
마음속에 안도가 퍼진다. 역시, 아빠야는 느긋한 윳쿠리였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빠야가 내뱉은 말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먹으십시오」
활짝 웃는 얼굴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느엣?」
멍한 소리가 반쯤 벌어진 입에서 새어 나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자결에, 작은 중추팥소는 이미 얼어붙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려, 두 동강 난 시체의 좌우를 번갈아 보았지만,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왜인거제?」
중얼거린다.
대답 없는 침묵 속에서 깨닫는다. 자신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고아가 되어 버렸다고.
혼란이 가라앉자, 급격하게 외로움이 밀려왔다.
지긋이 맺힌 눈물로 시야가 흐려지고, 마리사는 마음 가는 대로 울부짖었다.
「어째서인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왜 아빠야는 죽어버린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마리쨔에게! 해야 할 말이 잔-뜩 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발을 동동 구르고, 싫다는 듯이 뛰어다니다가, 마지막에는 바닥을 뒹굴며 계속 소리 질렀다.
두 눈에서 넘쳐흐르는 눈물과, 때때로 터져 나오는 실금으로 몸은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지만 알 바 아니었다.
이러고 있으면, 분명 귀여운 마리사를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다. 머리 한구석에서 치밀한 계산을 하면서 땋은 머리를 휘두르며 날뛰었지만, 구원의 손길이 내밀어질 기미는 없었다.
대체 게스 녀석들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사랑스러운 마리사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 달콤달콤을 가져오기는커녕.
딱 울음을 그치고, 굳게 감았던 눈을 번쩍 뜬다.
「마리쨔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 네놈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고제?」
급격하게 말꼬리가 움츠러든다.
그 정도로, 이상한 광경이 주변에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공간이 어디까지고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도 땅도 없고, 그 경계선조차 불분명하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윳쿠리는커녕 인간조차 없었다.
심지어 움직이는 것은 마리사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뭐인거제? 여기는, 어디인고제?」
혼잣말은 빨려 들어가듯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째서, 아무도 없는거제?
마리쨔는 외톨이인고제.」
누군가 대답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정적에 배신당하고, 마리사는 도움을 구하듯 아빠였던 것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그저 시체로 전락한 그것이 현 상황을 타개해 줄 리 만무하다.
「장난치지 마는고제!」
반쪽만 남은 태평스러운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공연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째서, 이런 영문 모를 장소에 마리사를 내버려 둘 수 있었던 건가.
「이 게스! 뜌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아빠의 오른쪽 반신에 몸통 박치기를 한다.
가벼운 소리가 나며, 팥소가 든 반구가 기우뚱 흔들렸다.
「쓰레기 아빠! 뜌시! 뜌시!」
한 방 더.
「쿵!」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부딪치자, 부러진 이빨이 마른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느히이! 느히이! 어떤거제! 본때를 봤냐제!」
온몸으로 숨을 쉬며, 마리사는 승리를 곱씹는다.
무능한 게스 아빠를 속 시원하게 제재한 만족감이 작은 몸에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라, 기쁨의 시시가 되어 분출되었다.
기분 좋은 피로에 몸을 맡기고, 머리카락 끝으로 땀을 닦아낸 찰나, 뱃속의 벌레가 큰 소리로 공복을 주장한다.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의식은 자연스럽게 '먹으십시오’를 시전한 아빠에게로 향한다.
이것은 훌륭한 달콤달콤이다. 아까부터 계속 말도 안 되는 일만 벌어지는 바람에 식사할 틈도 없었지만, 모처럼 마리사에게 먹히기 위해 자라난 음식을 함부로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 테지.
「마리쨔의 슈퍼 우걱우걱 타임! 시-작하는거제-!」
의기양양하게 부드러운 입술에 달려든다.
「맛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순간, 입안에 퍼지는 떫은맛. 입안의 수분이 전부 강제로 빨아들여지는 듯한 불쾌한 감각에 얼굴을 찡그리고, 고통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몸을 떼었지만, 기세가 너무 강해 뒤통수를 바닥에 세게 부딪치고 만다.
「느귯! 아픈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엣! 죽어버리는거제에에에에엣! 어째서 마리쨔만 이런 꼴을 당하는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아픔과 맛없음에, 마리사는 울면서 굴러다녔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동안 그렇게 삐져 있었지만, 누군가 도와줄 리 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울부짖는 것에 질려 일어나자, 다시 한번 주위를 확인한다.
역시 보이는 것은 아빠뿐이다. 달리 먹을 만한 것은 없다.
마지못해 마리사는 딱딱한 껍질의 발 쪽을 조금 베어 물었다. 겉껍질은 속의 팥소만큼 맛없지는 않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맛이었다.
가족과의 단란함조차 없는 맛없는 식사를 마치자 졸음이 밀려왔기에, 털썩 옆으로 누워 눈을 감는다.
「이건 분명, 꿈인고제…」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니다.
입 밖으로 내뱉자, 그것은 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건 꿈임에 틀림없다.
진짜 마리사는 이런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있지 않다. 호화찬란한 궁전의 휘황찬란한 옥좌에 앉아, 수많은 미윳쿠리를 거느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빌어먹을 노예들을 턱짓으로 부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세계의 왕인 마리사에게 어울리는 모습일 테지.
괜찮아. 눈을 뜨면, 모든 것은 원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갈 거야.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그렇게 타이르며, 마리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인지, 아니면 아주 잠깐밖에 자지 못한 것인지, 마리사로서는 판단할 수 없었다.
애당초 여기에는 해님도, 별님도 없다.
심지어 푸른 하늘도 밤하늘도 없다. 그저 새하얀 공간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어쨌든 마리사는 잠에서 깨어나도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무슨 꿈을 꾼 것 같기도 했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가득한 달콤달콤, 반짝반짝 궁전씨. 잔뜩 있는 아가야.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마리사의 신화는, 바다를 넘어 세계에 울려 퍼질고제.」
뾰로통한 얼굴 그대로, 마리사는 확인하듯 자신의 꿈을 되뇌며 우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한다.
잠을 잔 덕분인지, 먹은 것은 완전히 소화된 듯 적당한 변의를 느끼고 있었다.
「귀여운 마리쨔가 응응하는고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선언하고, 마리사는 엉덩이에 힘을 준다.
아주 잠깐, 화장실은 어디인지 생각했지만, 어디든 똑같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응응 나온다! 응응씨 외출하는고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배설하자 마리사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그 순간, 악취가 사정없이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냄새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어째서 응응씨가 멋대로 자라나 있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엣!?
응응씨는 어디론가 가버렷! 바로 지금 좋은고제!
말 안 들으면 제재엣! 인고제!」
마리사는 싫다는 듯 몸을 흔들며, 응응에 대한 분노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응은 모르는 척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다.
분노는 순식간에 한계치를 돌파했고, 마리사는 망설임 없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마리쨔를 느긋하게 못하게 하는 게스한 응응씨는 이걸로 죽어버렷! 뿌꾸-!」
정해졌다.
윳쿠리의 오의이자 필살기. 전가의 보도 뿌꾸-다.
이것을 받은 자는 공포에 질려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기술이다.
마리사로서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게스라면 달리 취할 길이 없었다.
「뿌꾸우우우우우우우우웃!」
숨을 멈추고, 더욱 볼을 부풀리는 것과 동시에, 대지가 크게 흔들렸다.
「늣!?」
발밑에서부터 치솟는 듯한 충격에 마리사는 펄쩍 뛰어올랐다.
응응도 포물선을 그리며 멀어진다.
「마리쨔의 뿌꾸-가 너무 강력했던고제! 대지에까지 데미지씨를 줄 생각은 없었던고제!」
지진은 계속되었고, 격렬한 흔들림에 마리사는 튕겨 나가고, 내동댕이쳐지고, 굴러다녔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적당히 하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멈춰! 멈추는고제 대지여어어어어어어어어엇!」
몇 번이고 명령하는데도 땅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고, 수평이었을 발밑은 점점 기울어져, 마리사는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져 내렸다.
「느히이이이이이이! 무서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왜 땅씨 마리쨔 말 안 듣는고제에에에에에에엣!
뿌꾸-가 너무 강했던 건 사과하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엣!」
필사적으로 땋은 머리로 무언가를 잡으려 했지만, 미끄러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마리사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푸헥!」
얼굴부터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곳에 처박혀, 이빨 몇 개가 부러져 입안에 박혔다.
잘게 부서진 설탕 공예 파편은 입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소량의 팥소와 함께 뱉어졌다.
「마리쨔의 대리석씨 같은 앞니가아아아아아아아앗!」
소리치고 있는 곳으로, 검은 것이 비탈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응응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지만, 무언가를 할 틈 따위는 없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마리사를 향해, 응응이 빨려 들어가듯 날아든다.
봄을 쪼아 먹고, 새끼가 기다리는 둥지로 돌아가는 어미 새처럼.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맛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저급한 단맛과 진한 악취가 입안을 휘젓는다.
한시라도 빨리 먹어버린 것을 토해내려는 마리사를 비웃듯, 대지의 흔들림이 한층 더 강해진다.
보이지 않는 벽과 바닥의 경계선에 몇 번이고 튕겨지며, 마리사는 엉덩이와 얼굴을 수없이 강타당했다.
심한 처사에 분노를 터뜨렸지만, 곧 분노는 비명으로 변했고, 그것도 사과와 애원으로 바뀌어 갔다.
어느새 기절했던 것인지, 마리사는 벌떡 일어났다.
꿈을 꾸었던 기억이 있었다.
유난히 하늘이 가까운 곳에서 풀을 먹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식물은 비닐 맛이 나서, 포기하고 둥지에 있는 푸드를 먹었다.
마치 정말로 경험한 듯한 생생함이 있으면서도, 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보는 듯한 모호함이 있어서, 깨어나고 한동안 자신이 누구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마리쨔는, 세계의 지배자인고제. 가득한 달콤달콤도, 반짝반짝 궁전씨도, 잔뜩 있는 아가야도, 포기하지 않은고제.」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말했지만, 말꼬리가 떨렸다.
이미 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지긋이 배어 나왔다.
땋은 머리로 눈을 비비고, 얼굴을 굳게 다잡는다.
「마리쨔는 여기서 탈출! 해서 자유가 될고제!」
힘주어 말하며, 머리카락 끝을 강하게 움켜쥔다.
이 장소는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분명 벽이 있다.
그렇다면 어딘가에 출구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 여기서 빠져나가면, 다음은 인간을 제재하고 노예로 삼는 것뿐. 간단한 작업만 남는다.
「마리쨔 탐험대! 출바알인고제!」
근처에 굴러다니던 아빠의 몸뚱이 남은 부분을 먹어 치우고, 드높이 선언하며 홀로 남은 탐험대는 걸음을 내디뎠다.
벽에 땋은 머리를 대고 걷자, 보이지 않는 벽은 매끈매끈했고, 아주 살짝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이대로 나아가면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마리사는 망연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마리사의 앞에는, 태평스러운 얼굴로 반으로 갈라진 아빠의 시체가 있다.
왼쪽은 이미 다 먹어버렸으니, 남은 것은 오른쪽 반신뿐이다.
계속 벽에 붙어서 걸었는데도, 원래 장소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여긴 뭐인고제? 마리쨔는,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고제?」
몇 번째인지 모를 의문을 입에 담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그랬듯이, 역시 그것에 답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가 대답해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이런 거 싫은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왜 마리쨔는 이런 곳에서 외톨이인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엣!?」
마리사가 비명을 지르던 그때, 갑자기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느히이이이이이!
깜깜함씨는 느긋할 수 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비명을 지르며, 호되게 오줌을 싼다.
패닉에 빠지려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지만, 어디를 봐도 어둠만이 펼쳐져 있을 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뉸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서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필사적으로 불빛을 찾지만, 그런 것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쯤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 있는 것은 마리사와 시체, 그리고 응응뿐이다.
그리고 빛마저 지금 막 사라졌다.
설마, 이대로 밤이 영원히 계속되는 걸까.
그런 불안감이 마음을 스친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마리사는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마구잡이로 돌아다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만은 있고 싶지 않았다.
이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는, 닫힌 공간에만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자, 눈부심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안도한다. 빛은 돌아와 준 모양이다.
마리사는 (이미 먹을 것이 거의 남지 않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오로지 돌아다녔다.
잠들기 전에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하게 어딘가 출구가 없을까 벽을 따라 걸어보기도 했다.
몇 바퀴를 돌아도, 결국 밖으로 나가는 길은 찾을 수 없었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노는 수밖에 없다.
숨바꼭질이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할 수 없고, 혼자서는 달리기를 해도 재미없다.
칼싸움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느긋할 텐데, 정작 중요한 엑스칼리버가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직접 만드는 것은 어렵고, 검을 사용한 놀이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빠의 장식물을 사용하면 공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검은 모자를 찢어 입안에서 굴려본다.
구형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볼품없는 모양이라 삼켜서 배를 채웠다.
몇 번인가 시도해 보았지만, 좀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모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슬슬 배가 불러오기 직전에, 간신히 예쁜 동그라미를 띤 검은 공이 완성되었다.
이제 조금 말리면 완성이다.
이 공을 드리블하고 있으면, 화려한 테크닉에 매료된 신님이 여기서 꺼내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마리사의 장밋빛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리는 동안 응응을 해결하고, 몇 번인가 벽을 따라 걸어보았다.
한 바퀴 돌 때마다 공을 만져보며 마른 정도를 확인한다.
조금씩이지만 천에서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마리사의 첫 장난감은 순조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슬슬 지쳐서 걷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마리사의 공은 완성되었다.
땋은 머리로 쓰다듬어 보니 촉감도 좋고 무게도 적당하다.
이것을 사용해 축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자 피로 따위는 순식간에 날아갔다.
참지 못하고, 마리사는 도움닫기를 하여 공에 발을 내밀었다.
「마리쨔의 화려한 플레이로! 세계를 매료시키는고제!」
마리사의 껍질이 공에 닿기 직전, 갑자기 세계가 흔들렸다.
지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천지가 뒤집혀, 마리사는 공중으로 떠올라 있었다.
「하늘을 나는 것 같븃!」
보이지 않는 벽이 정수리에 직격한다.
고통에 신음하며, 여기에는 천장이 있는 건가 하고 묘하게 냉정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얼굴부터 추락하여, 격통에 몸부림치며 일어나자 공이 눈앞으로 굴러온다.
「마, 마리쨔의 느긋한 공씨…」
땋은 머리를 뻗어, 머리카락 끝으로 검은 표면을 쓰다듬으려던 찰나, 무언가가 털썩 공 위로 덮쳐왔다.
「느엣?」
그것은 응응이었다.
방금 마리사가 막 싼 신선한 응응이었다.
볼에 튄 파편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마리사는 부들부들 자잘하게 떨고 있었다.
「어떠케 어떠케!」
뚝, 뚝 하고 눈물이 바닥을 점점이 적셔나간다.
「어떠케 마리쨔의 공씨가 응응 범벅이 되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한번도 못 놀았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
이런 건 이상하다.
분명히, 마리사를 괴롭히기 위해 누군가가 꾸민 짓이다.
분명 누군가가 이런 마리사를 보고 비웃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다.
「나오는고제! 누구인고제!
마리쨔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냐아아아아아아아앗!」
외치며 시선을 사방으로 던진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위로, 뒤로.
하지만 변함없는 풍경이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마리쨔는 다 알고 있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엣! 거기 있는고제!」
아무 곳이나 땋은 머리로 가리킨다. 반응은 없다.
「그럼 거긴고제!」
다른 장소로 머리카락 끝을 향한다. 정적이 감돈다.
「그럼, 여긴고제!」
마구잡이로 땋은 머리를 휘두르며 여러 곳에 소리쳐 보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느그으! 느그으으으으으으!
있는 건 알고 있는고제! 적당히 나오는고제!
아니면 마리쨔가 너무 강해서 쫄아있는거제!」
몇 번이고 땅바닥을 치면서,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듣고 있는 자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채로.
「그런고제! 그럴 게 뻔한고제!
네놈은 비겁쟁이에 겁쟁이인고제!
분하면 뭐라고 말하는고제!
잠자코 있지 말고 뭐라고 말하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엣!」
더욱 격렬하게 땋은 머리로 바닥을 내리치고 있자 갑자기, 머리카락 끝이 튕겨 나와 마리사의 이마를 직격한다.
「느삐!」
불꽃이 튀는 듯한 충격과 너무나 한심한 꼴에, 두 눈에서 흘러넘친 슬픔이 뺨을 타고 흐른다.
「뭐라고 말해줘어.
잠자코 있는 건 느긋할 수 없어어.
외톨이는 싫어어.」
꺼질 듯한 목소리로 울면서, 마리사는 다시 잠이 들었다.
평소처럼 마리사는 일어났다.
오늘도 비슷한 꿈을 꾸었다.
유난히 하늘이 가까운, 여기가 아닌 어딘가의 장소.
왜인지 풀이 점점 줄어드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언제나 둥지 안에는 푸드가 준비되어 있어서 느긋할 수 있는 곳이다.
달리 아무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간만이 펼쳐진 이 영문 모를 곳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런 곳이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마리사가 망상 속에서 만들어내고 있을 뿐인지 판연하지는 않지만, 언제부턴가 마리사는 꿈에서 보는 그 풍경에 동경심을 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제대로 된 음식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마리사가 놓인 환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리사는 저주스러운 마음으로, 높이 쌓인 응응을 본다.
아빠의 몸은 이제 중추팥소밖에 남아있지 않다.
다 먹어버리면, 이제 응응으로 굶주림을 채울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까지의 식사도 끔찍했지만, 배설물을 입에 대는 것보다는 나았다.
마리사는 맛없는 팥소에 매달려, 잘 음미하며 삼켰다.
내일의 식사가 될 응응은 되도록 보지 않으려 하며, 기계적으로 영양 보충을 마친다.
시야에 넣지 않아도, 숨 막힐 듯한 악취는 항상 후각에 달라붙어 호흡할 때마다 신경을 거스른다.
하지만 아무리 분노를 쌓아도, 화풀이할 상대조차 여기에는 없다.
굳게 눈을 감고, 냄새를 의식에서 차단하고, 마리사는 돌멩이처럼 굴러다녔다.
아무 의미 없는 시간만이 흘러간다.
「가득한 달콤달콤은 이제 필요 없는거제.
적당히 먹을 수 있을 정도만으로 충분한거제.
반짝반짝 궁전씨도 됐는거제.
결계 달린 집으로 만족하는거제.
하지만, 아가야는 잔-뜩 원하는거제.
생명의 바통씨를 영원히 이어갈 정도는 용서해줬으면 하는거제.
그리고, 온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거제.」
마리사는 겸허한 자세로 소원을 말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타협에 타협을 거듭하여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극한까지 양보한 마리사의 삶의 목적이다.
하지만 대답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것쯤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고독한거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고독감이 계속 마음에 머물러 있다.
적어도 말상대라도 원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바랄 수도 없다.
「아니 그건, 이상한거제.」
문득, 모순을 깨닫는다.
말상대가 없다면, 어떻게 아빠는 자신을 만든 것인가.
바로 지금, 몸 안에 받아들인 중추팥소의 기억이 마리사의 지식과 연결되어, 혼자서 상쾌해서 임신한 것이라고 생각에 이른다.
그렇게 결론 내리고 나서의 행동은 빨랐다.
페니페니를 비비고, 자신에게 정자팥소를 뿌린다.
이마에서 쑥쑥 줄기가 돋아나, 그 끝에 한 알 동그란 것이 열렸다.
「느와와… 마리사의 아가야.」
여태껏 없었던 행복감과 함께, 마리사는 중얼거렸다.
땋은 머리를 뻗으면 닿을 듯한 곳에, 아가야가 있다.
쓰다듬으면 어떤 감촉일까. 어떻게 웃어줄까.
하지만 마리사가 여러 가지 상상을 부풀리는 것과 반비례하듯이, 열매 윳쿠리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검게 변해 툭 떨어졌다.
「느엣?」
건포도처럼 시든 것을 내려다본 채로, 마리사는 경직되어 있었다.
「어떠케?」
간신히 고독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한 찰나, 아무 맥락 없이 희망은 빼앗겨 버렸다.
빛에 익숙해진 눈이 더욱 어둠을 짙게 느끼듯이, 사라졌어야 할 절망은 더욱 깊어져 마리사에게 밀려온다.
메마른 마음으로, 마리사는 멍하니 아가야가 되었어야 할 것을 쓰다듬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의문은 이미 풀려 있었다.
영양이 부족한 것이다.
줄기가 돋아났을 때, 팥소를 빨아들이는 듯한 감각이 거의 없었다.
너무나 마리사가 말라 비틀어졌기 때문에, 아가야가 거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리사는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응응 산을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의 혐오감은 자취를 감추고, 투쟁심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음식은 이것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만 먹으면 아가야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고독한 생각 따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먹어 치울 수밖에 없다.
어떤 간난신고라도 견뎌내 보이겠다.
아직 보지 못한 아가야를 위해서만.
자신을 북돋우고, 의기양양하게 마리사는 응응에 달려들었다.
「냄새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악취가 입안에서 폭발하고, 중추팥소마저 꿰뚫었다.
참기 힘든 구역질이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올라, 삼켜야만 한다는 의지와 강렬하게 다툰다.
눈 안쪽이 번쩍번쩍 빛나고,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강인한 의지의 힘으로 두 입째를 땋은 머리로 긁어 넣어, 무심하게 볼이 터져라 먹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혓바닥 뿌리 근처에서 솟아나는 미지근한 침이 더욱 구역질을 부추긴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이를 악물고, 입술을 복주머니처럼 오므린 채, 마리사는 부들부들 떨었다.
어째서 자신은 이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는 걸까.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뿐인데.
누군가와 맞닿고 싶을 뿐인데.
느긋하게 있고 싶을 뿐인데.
왜 배설물을 먹어 치워야만 하는 건가.
안타까움과 비참함에, 말랐을 터인 눈물샘이 터지고, 마리사는 흐느꼈다.
동시에 입안의 균형이 무너진다.
「우웨에엑!」
일단 방파제가 무너져 버리면 다음은 한순간이었다.
입안의 것이 한꺼번에 토해져 나오고, 식도가 펌프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수축한다.
볼이 터져라 먹었던 것을 다 토해낸 후에도, 소화액이 치밀어 올라 목을 태우고, 끈적한 침과 함께 흘러나왔다.
배 터지게 쑤셔 넣은 응응은 바닥에 방사형으로 퍼져 있었고, 침과 뒤섞여 번들번들 빛나고 있었다.
엄청난 헛수고에 고개를 떨구며, 마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결에조차 응응 냄새가 배어 있었다.
처음처럼 욕심부리지 않고, 마리사는 조금씩, 조금씩 배설물을 삼켜나갔다.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은 계속 쌓여갔지만, 아직 보지 못한 아가야를 마음의 버팀목 삼아, 악취를 풍기는 검은 팥소 산을 무너뜨려 갔다.
몇 번인가 휴식을 취하고, 마리사는 마침내 모든 응응을 위장에 담았다.
해냈다는 만족감을 혀에 남은 저급한 단맛과 함께 맛보며, 마리사는 다시 아기 만들기에 힘쓴다.
땋은 머리 끝으로 페니페니를 살짝 자극하여 자신의 얼굴을 향해 쏘아 올린다.
이마에서 뻗어 나온 줄기는 이전의 것과 비교하면 훨씬 튼튼했고, 끝에 열린 아가야도 통통했으며, 뿌리 부분에서는 확실한 생명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 광경을 올려다보며, 마리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생각했다.
「엉덩이밖에 안 보인다구…!」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기 윳쿠리는 어미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태어나고, 어미는 그것을 올려다보는 형태가 되므로 엉덩이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원래라면 다른 윳쿠리에게 아가야를 칭찬받으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느긋해질 수 있겠지만, 외톨이인 장소에서는 그런 재주는 불가능하다.
「뉴우! 아가야! 귀여운 얼굴을 마리사에게 보여줘!」
마리사는 아기에게 땋은 머리를 뻗어, 빙글 이쪽으로 돌려세운다.
그 바람에, 뿌직 소리가 나며 연결부가 끊어졌다.
아기 윳쿠리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뻐끔뻐끔 입을 움직이며 소리 없는 소리를 흘렸다.
작은 몸은 순식간에 죽음에게 감싸여 검게 변하고, 뭉글뭉글 허물어져 내렸다.
「느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 마리사의 아가야가아아아아아아아! 그럴 생각은! 그럴 생각은 아니었던거제에에에에에에에엣!」
참극에서 눈을 돌리듯 얼굴을 감싸고, 마리사는 바닥에 엎드렸다.
한바탕 슬퍼한 후, 마리사는 아이의 최후를 먹어서 처리했다.
시체 냄새는 났지만, 아가야의 몸은 응응보다 맛있었다.
식사 후, 다시 아가야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태어날 수 있도록, 되도록 만지지 않고 느긋하게 키운다.
아직 엉덩이밖에 보이지 않지만, 태어나면 분명 최고의 미소를 보여줄 것이다.
그것을 마음의 버팀목 삼아, 마리사는 고독한 시간을 버텼다.
지진이 오면 어쩌나 하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아가야의 귀여움에 대지도 느긋해졌는지,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일도 없이 열매 윳쿠리는 순조롭게 성장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탄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열매 윳쿠리가 유난히 크게 팥소를 빨아올리는가 싶더니, 줄기와의 연결부를 끊으려 힘차게 몸을 부르르 떤다.
마리사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땋은 머리를 꽉 쥐고 있었다.
「힘내! 힘내는거제 아가야!」
열심히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 등에 계속 성원을 보낸 보람도 있어, 아가야가 태어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뿐히 착지한 아가야는 빙글 방향을 돌려, 활짝 웃는 얼굴로 마리사에게 인사했다.
「느긋하게 있으라규!」
아주 느긋한 마리쨔였다.
작은 몸에 온 힘을 다해 느긋함을 담아 태어난 천사가, 지금 마리사 앞에 강림한 것이다.
벅차오르는 감정에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아빠에게, 갓 태어난 아기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아, 안되지. 불안하게 만들었을지도 몰라.
빨리 인사를 돌려줘야 해.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사가 대답한 순간, 아가야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꾸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아빠야, 꾸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입냄새 꾸려! 진짜 꾸려! 꾸려! 응응 꾸려! 진짜 응응 꾸려어!
주거!」
짧은 땋은 머리를 휘두르며, 마리쨔는 아기답지 않은 속도로 뒷걸음질 친다.
갑작스러운 거절에 넋이 나가려던 마리사는, 핫 정신을 차리고 자기 아이에게 다가간다.
「아, 아가야. 진정하는거제. 마리사는 전-혀 꾸리지 않은거제.」
「꾸리인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오지마! 저리 가!
응응 꾸려꾸려 아빠야는 제재엣! 하는고제!
뿌꾸우우우우우우우우웃!」
마리쨔는 볼을 풍선처럼 부풀리며 마리사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 행동은 거절 따위의 미지근한 것이 아니다.
명백한 적대 행위이며, 부모에 대한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이었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따라잡혔을 때, 마리사의 분노는 순식간에 정점에 달했다.
「이! 게스가아아아아아아아아앗!」
있는 힘껏 내리친 일격이 마리쨔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검은 모자와 그 아래 있던 몸이 찌그러지며,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느삐이! 아파! 꾸린데다 아파!
아빠-야는 게스인고제에에에에에에에엣!」
「시끄러! 시끄러! 게스는 네놈인고제에에에에에에엣!」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자기 아이를 향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정신을 차리니 발밑에 검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잘게 잘린 검은 모자 조각이 꽃잎처럼 흩어져 있다.
「느으… 이럴 생각은, 아니었던거제…」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마리사의 체취가 그렇게까지 지독했던 걸까.
그렇다면 어떤 아가야를 만들어도 바로 거절당하고 말 것이다.
마리사는 계속 외톨이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마리사는 잘못하지 않았다.
분명 방금 태어난 아가야가 게스였을 뿐이다.
새로운 아가야를 만들면, 분명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게스의 시체를 먹어 치우고, 다음 아가야를 만든다.
탄생한 아가야가 인사하기를 기다렸다가, 상냥하게 입을 연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꾸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마리사의 입김이 닿자마자, 아가야는 흰자위를 뒤집고 입에서 거품을 물며 졸도했다.
실금과 탈분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동그랗던 몸뚱이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숨이 끊어졌다.
「마리사의 입냄새로 죽어버리는 건 게스인거제.」
시체를 씹으며 중얼거리고, 다시 아이를 낳는다.
이번에도 입냄새가 꾸리다고 지껄였기에 뭉개버렸다.
다음 녀석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기에 물어 죽였다.
그다음 녀석은 착지에 실패해서 터져버렸지만, 어차피 게스일 게 뻔하니 아무래도 좋았다.
더 그 다음에 태어난 녀석은 마리사를 유령이라고 불렀기에 통째로 삼켰다.
제대로 된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몇 번이고 도전했고, 그때마다 실패했지만, 마리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셀 수 없이 많은 게스를 처리한 끝에 태어난 아가야는 아주 사랑스러웠다.
지금까지의 게스들과는 확연히 다른 총명함이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고, 표정에도 기품이 느껴졌다.
분명, 이 아가야와 함께라면 느긋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사는 그렇게 확신하고, 일부러 입김을 불어넣듯이 말을 돌려준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순간, 아가야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소는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었다.
뒷걸음질 치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듯 몸이 기울어져 있지만, 그 자리를 떠나려 하지는 않는다.
역시, 이 아이는 아주 느긋할 수 있는 아이다.
「아가야, 마리사랑 부비부비 해줬으면 하는거제.」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다.
거듭된 스트레스와 피로, 열악한 식생활로 바싹 마르고 갈라진 피부는 사포 같은 촉감이었다.
「늣? 부-비 부-비?」
「부비부비 하는거제. 마리사랑 부비부비 하는거제.」
주문처럼 되뇌며, 마리사는 자기 아이에게 다가간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참지 못하고 도망치려는 아가야의 앞길을 땋은 머리로 막고, 억지로 볼을 비빈다.
「부-비 부-비!」
「아파! 아빠야! 볼때기가 까끌까끌해서 아파!」
서로 비빌 때마다 아기 마리쨔의 몸이 깎여나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마리사는 그 동작을 멈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간신히 맛본 타인과의 제대로 된 접촉을 맛보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그만해! 마리쨔! 마리쨔 죽어버리는거제!」
팥소가 갈려나가는 감촉.
끈적한 체액을 몸에 바르듯, 자기 아이에게 체중을 실어간다.
천천히, 맷돌로 가루를 갈듯이.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찌부러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눈알 두 개가 보기 좋게 튀어나오고, 뒤따르듯 대량의 팥소가 흘러나온다.
가늘게 경련하는 금발의 얇은 다발이 생명의 남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느히.」
마리사는 웃는다. 아직 죽지 못한 마리쨔를 씹으며.
어차피 좋은 아이가 태어나도 키울 수 따위 없다.
여기에는 음식도 없고, 출구도 없다.
계속 갇힌 채로 괴로워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뭉개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마리사가 이런 꼴을.
적당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달콤달콤과 결계 달린 집.
그 정도의 흔한 행복을 원했을 뿐인데.
그리고 온 세상을 누비며 수많은 자손을 남기고, 생명의 바통을 면면히 이어가게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런 꼴을 당해야만 하는가.
어째서 마리사만이.
분함에 입술을 깨문다.
입가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핫 정신을 차린다.
반사적으로 땋은 머리를 대자, 검은 것이 머리카락 끝에 끈적하게 묻어났다.
건조함으로 입술이 터진 모양이다. 주위 피부도 만지면 운모처럼 벗겨져 나간다.
수명이 다했음을 깨달았다.
결국 마리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런 곳에서 무의미하게 태어나, 무익하게 고통받고, 헛되이 죽으려 하고 있다.
「싫은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마리사는! 죽고 싶지 않은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더!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던거제!
하지만 포기했던고제! 그러니까 적어도!
적당히 먹을 수 있을만큼의 달콤달콤과 결계 달린 집을 손에 넣고, 그리고 나선 온 세상을 여행하고!
아가야를 만들어서! 생명의 바통을 영원히 잇고 싶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외친다. 대답은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째서 그런 것조차 못 하게 하는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마리사가 뭘 했다는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분노가, 증오가, 차례차례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을 부딪칠 상대가 없다.
그리고 복수를 완수할 시간조차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마리사는 무심하게, 마지막 아가야를 낳았다.
줄기에 열린 외동 씨앗을 응시하며, 지금인가 지금인가 하고 탄생의 순간을 계속 기다린다.
이윽고 탄생의 순간, 마리사의 중추팥소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리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이곳에 내던져졌다.
친구도 말상대도 없이 계속 혼자서.
겨우 생긴 아가야에게도 실컷 거절당하고, 부비부비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실컷 먹어온 응응이, 느긋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마리사를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로 변모시킨 것이다.
마리사만이 이런 꼴을 당하다니 불합리하지 않은가.
마리사는 눈앞의 아기 윳쿠리를 노려본다.
이미 시야가 흐릿해서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감 넘치는 기색은 충분히 전해져 왔다.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마리사가 보낸 시간 속에는 절망밖에 없다는 것을.
고독밖에 없다는 것을. 출구조차 없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너도 같은 고통을 맛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 깊은 곳에서 느긋한 기분이 솟아올라, 자연스럽게 뺨이 풀렸다.
「먹으십시오」
처절한 미소를 새긴 채, 마리사는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의식 넘어로, 남겨진 마리쨔의 비통한 외침을 희미하게 들었다.
「어째서인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왜 아빠야는 죽어버린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마리쨔에게! 해야 할 말이 잔-뜩 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스피커가 마리쨔의 통곡을 대음량으로 연주했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맡기고, 애절하기 짝이 없는 절규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 윳쿠리가 괴로워하는 소리는 좋다.
특히 외로움에 허덕이는 고아의 것은 최고다.
스노우돔 같은 용기 안에서 울부짖는 마리쨔를 바라보고 있자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용기는 투명한 상자와 같은 소재로 만들어져 본래 음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사양이지만, 지금은 무선으로 기기와 연결되어 있어 내부 소리도 고스란히 들려온다.
바닥 부분에 설치된 마이크의 감도도 양호해서, 울부짖느라 거칠어진 숨소리나 발을 동동 구르는 소리도 남김없이 잡아주고 있었다.
정작 마리쨔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누군가의 보호를 얻으려고 체면 불구하고 떼를 쓰고 있다.
그 비장한 빛깔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내 미소는 한층 더 깊어졌고, 등 뒤에서 들리는 흐느낌은 서서히 톤을 높여갔다.
지금은 피해자인 척하는 저 마리쨔도 세 시간만 지나면 추악한 몰골로 자결하겠지.
「자, 마리사. 기분은 좀 어때?」
나는 의자를 빙글 돌려, 주방 카운터 위에 놓인 윳쿠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장의 미소를 보여주었건만, 그녀는 지극히 끔찍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껍질 없이 드러난 두 눈동자가 더욱 크게 뜨이고, 드러난 이빨은 자잘하게 부딪치며 도자기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냈다.
피부가 벗겨지고 그 대신 한천으로 투명하게 코팅된 그 몸은 마치 거대한 칡떡 같았다.
무서워하는 모습을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는 동안, 마리사는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며 몇 번인가 의미 없이 입을 뻐끔거렸다.
몇 번인가 그것을 반복한 후에야 마침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인간씨… 마리사가 잘못했어요… 다,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용서해 주세요…」
강단 있는 검은 모자답지 않은 나약한 목소리로 마리사는 애원한다.
그녀가 사과하는 것은 ‘집 선언’ 건에 대해서일 것이다.
한물간 옛날에는 민가에 침입해 집 안을 어지럽히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주택에서 가공소에 의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윳쿠리가 민가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 마리사의 집 선언도, 귀가 중이던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까지 안내하게 하려던, 비웃기조차 헛수고로 느껴질 만큼 비할 데 없이 어리석은 짓이었다.
인간에게 만용을 부린 윳쿠리가 맞이하는 운명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운이 좋으면 즉사, 그렇지 않으면 참사, 운이 나쁘면 죽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녀의 처지는 매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상대가 하필이면 가공소의 상품 개발부에 근무하는 나였다고 해도 말이다.
「용서받아서, 뭘 할 건데? 응응 노예로 되돌아 가고 싶어?」
되물으니 마리사는 대답이 궁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노예 따위로 되돌아 가고 싶을 리 없다.
애초에 여기서 나가 원래 무리로 돌아간다 한들, 인간에게 욕설을 퍼부은 윳쿠리가 제재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고, 그녀는 이미 들윳쿠리로 살아가기에는 입맛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
윳쿠리 푸드의 제법 괜찮은 맛에 익숙해진 미각으로는 이제 잡초나 벌레 시체 따위는 먹기 힘들 것이다.
어쨌든 내 보호 아래에서 벗어나면 그 시점에서 마리사의 목숨은 끝난다.
그 정도쯤이야 마리사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테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이 상황은 느긋할 수 없는 모양이다.
역시 자기 자손이 끝없이 고독한 삶과 비참한 죽음을 반복하는 모습은 꽤나 견디기 힘든 듯 보인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거짓 울음이 딱 멈췄다. 용기 안에서 마리쨔가 벌떡 일어나더니, 유난히 큰 소리로 외친다.
「마리쨔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 네놈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고제?」
마지막 부분은 거의 목소리가 되지 못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얼마나 이상한 곳인지 드디어 깨달은 모양이다.
공포와 당혹감이 뒤섞인 질문을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던지면서, 마리쨔는 두리번두리번 바쁘게 눈을 굴리고 있다.
「뭐인고제? 여기는, 어디인고제?」
마리쨔가 있는 곳은 스노우돔 형태 용기의 상부, 구형으로 된 공간 안이다.
외곽에는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울타리 같은 무늬가 그려져 있으며, 이 디자인이 레이무 종이 특기로 하는 「결계」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윳쿠리는 결계로 덮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므로, 본래 이런 습성은 둥지를 게스 윳쿠리 등으로부터 숨기기 위해 이용되지만, 흥미롭게도 윳쿠리 자신을 결계로 둘러싸 버리면 그녀들은 주위의 것을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광대한 공간에 자기 자신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처럼 느끼는 듯했다.
요컨대 윳쿠리에게만 효과가 있는 매직미러 같은 것이다.
신기한 만쥬의 시각을 속이는 수단이야 널리고 널렸지만, 이 방법이라면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상대에게 들키기 어렵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싶을 때는 매우 편리하다.
용기의 크기도 적당한 것을 골랐기에 놓을 장소도 그다지 가리지 않고, 공부 책상이나 직장 책상 등에 장식해두면 작업 중에도 괴로워하는 윳쿠리를 바라보며 손쉽게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인장으로 대표되는 작은 화분처럼, 생활의 한구석에 곁들여지는 윳쿠리 학대. 이것이 이번에 내가 신상품 기획으로서 상사에게 제출하려는 아이디어다.
이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나는 꾸준히 실험을 반복했다.
우선 윳쿠리를 소형화하기 위해 초원 디오라마를 만들어 그곳에서 아기 윳쿠리를 잠시 지내게 한다.
적당한 때를 봐서 라무네로 잠재운 후, 아주 약간 작은 크기의 똑같은 풍경의 디오라마로 아기 윳쿠리를 옮기면, 멍청한 만쥬는 어이없게도 자신이 커졌다고 착각해 버려 몸 크기는 그대로인 채 나이만 먹어버린다.
이 공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갓 태어난 크기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성체가 되는 특수한 윳쿠리가 완성된다.
마리쨔 자신은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아무래도 그때의 추억은 팥소 안에 남아 있는 듯 가끔 잠꼬대로 디오라마에 있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미 수십 번이나 다시 태어났는데도 내용물에 변화가 없어서인지 기억도 열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끔 돌연변이처럼 선량한 개체가 탄생하는 것과 더불어 상품화 시에는 수정이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프레젠테이션 때의 견본품으로서는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으므로 세세한 조정은 기획이 통과된 후에 해도 괜찮을 것이다.
무언가를 만들 때는 어느 정도의 타협도 필요한 법이다.
나는 흐느껴 우는 마리사에게도 보이도록, 마리쨔가 든 용기를 들어 올렸다.
손가락 끝으로 고리 모양으로 된 나뭇가지 그림을 살짝 가려주자, 순식간에 결계는 의미를 잃고 바깥쪽에 있는 윳쿠리에게는 내부가 보이게 된다.
물론 안에서 본 결계는 손가락으로 가려지지 않았으므로, 마리쨔는 여전히 외톨이인 채다.
「유! 마리사의 아가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웃!」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그 목소리가 마리쨔에게 닿을 리는 없다.
「어째서, 아무도 없는고제?」
「여기 있는거제! 마리사의 귀여운 아가야! 마리사는! 여기 있는거제!」
「마리쨔는 외톨이인고제…」
쥐어짜내듯 내뱉은 작은 한마디를 듣고, 마리사는 얼굴이 굳어버렸다.
윳쿠리의 부드러운 몸으로 어떻게 저렇게까지 정지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딱 멈춰 선 그녀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나 버릴 것 같았다.
「어째서, 그런 말 하는거제에 마리사는 여기 있는거제… 아가야…」
두 윳쿠리가 흘리는 오열이 멋지게 겹쳐졌다.
아까부터 마리사는 마리쨔를 아가야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마리쨔는 마리사가 단성생식으로 낳은 아기 윳쿠리의 클론의 클론의 또 그 클론이라는 식으로, 마리사의 팥소만을 이어받은 그녀의 몇십 세대는 뒤의 자손이다.
최초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아기 윳쿠리와 장식물의 형태에 차이가 없어서, 마리사가 보기에는 아가야의 클론도 그저 아가야로밖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
클론은 완전히 동일한 팥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안의 윳쿠리는 이론상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세세한 부분에 차이는 있지만, 부모가 자식 앞에서 '먹으십시오’를 하고, 그 아이가 자라서 다시 낳은 아이 앞에서 '먹으십시오’를 하는 흐름이 영원히 계속된다.
이어받은 기억도 놓인 상황도 전혀 변함이 없기 때문에, 따라가는 운명의 큰 줄기가 흔들릴 일도 없다.
갓 태어난 전능감에 가득 찬 아기 윳쿠리부터, 간난신고 끝에 체념의 경지에 이른 성체 윳쿠리까지의 변화를 반영구적으로 즐길 수 있는 데다, 계속 방치해 두어도 멋대로 부모의 시체나 응응을 먹이로 삼아주기 때문에, 일절 돌볼 필요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리쨔는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이 고통받는 것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손을 대면 내부의 윳쿠리를 죽여버릴 가능성이 있다.
직접적인 충격에 의한 부상 등은 말할 것도 없지만, 너무 장난을 치면 밖에 인간, 혹은 커다란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생겨버린다.
상상력이 풍부한 윳쿠리는 외부의 누군가를 편리하게 망상하여, 자신이 느긋하기 위해 깔보거나, 일방적으로 우정이나 연애 감정을 품고 비극의 히로인인 척하는 등,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만이라면 아직 낫지만, 외톨이가 아니게 된 순간 비윳쿠리증을 발병하게 된다.
윳쿠리를 거의 확실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병은, 사실은 환자 자신이 누군가에게 '느긋할 수 없어’라고 어필하기 위해 발생한다.
말하자면 자해 행위 같은 것으로, 누군가가 그 행동이나 흔적을 봐주지 않으면 발작을 일으키지도 않기 때문에, 완전히 고독한 윳쿠리가 이 병에 걸리는 일은 없는 것이다.
윳쿠리에게 감염되는 별난 균이나 곰팡이 등도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으므로, 제대로 용기를 삶아 소독하고 밀폐하면 방곰팡이제나 백신 종류도 일절 필요 없다.
그러니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한, 클론은 몇 번이고 만들어지고 그때마다 계속 죽는다. 하지만 이 경우는 계속 방치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
사소한 장난으로도 루프는 허무하게 끊어져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마리쨔가 우쭐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 무심코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나도 마리쨔를 바라보다가, 무심코 용기를 격하게 흔들거나, 전등을 꺼서 캄캄한 어둠을 체험하게 하는 등, 너무 손을 댄 탓에 마리쨔에게 밖에 누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받아 버렸을 정도다.
그런 상태는 비윳쿠리증 직전이지만, 윳쿠리를 학대하는 쾌감이라는 것은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아, 해서는 안 된다고 머리로 이해하고 있어도 좀처럼 그만둘 수가 없다.
분명 출하된 마리쨔도 대부분의 경우, 거의 루프하지 못하고 죽어 없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품에는 매력이 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홀로 남겨진 윳쿠리에게 신처럼 행동하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지 않으면, 파멸의 나선은 허무하게 붕괴해 버린다.
무한한 고통을 끝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학대에 대한 갈망이 부딪히는 감각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다.
「마리쨔의 슈퍼 우걱우걱 타임! 시-작하는거제-!」
어느새 울음을 그친 마리쨔가 용기 안에서 쓱 일어서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먹으십시오’를 한 아빠야의 단면에 달려들었다.
「맛없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마리쨔는 달려들었을 때의 두 배 속도로 튕겨 나가듯 아빠였던 것에게서 떨어져 나가, 그 기세로 뒤통수를 부딪친다.
고통의 절규가 울려 퍼지고, 나는 그 멍청한 모습에 무심코 웃어버렸다.
'먹으십시오’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몸을 먹히기 위해 행해지므로, 상대가 없으면 발동하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다.
용기 안의 윳쿠리도 외톨이일 때는 이 방법으로 자결할 수 없어서, 아가야를 만들고 나서 두 동강 나는 것을 선택한다.
본래, '먹으십시오’를 한 몸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썩지도 않고 입맛이 까다로워지지도 않는다는, 윳쿠리에게는 이상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맛이나 식감은 자살이 느긋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로 달콤하고 먹기 편해졌을 뿐이며, '먹으십시오’를 할 때 부모가 아주 느긋했다면 단맛 따위는 없어지고 심한 쓴맛을 띠게 된다.
마리쨔의 부모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자기 아이에게 맛보게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더할 나위 없이 느긋함을 느끼며 죽었기 때문에, 보통의 아기 윳쿠리라면 견딜 수 없는 맛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리쨔가 즉사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 집 선언을 했던 마리사 덕분이다.
그녀가 오랫동안 응응 노예 생활을 해온 덕분에, 그 자손에게도 응응을 먹는 것에 대한 내성이 처음부터 몸에 배어 있어, 다소 조악한 먹이라도 살아갈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노예였던 마리사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녀 자신에게 아무리 질문해도 진척이 없었다.
원래 마리사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원의 무리에게 탐문해 본 결과, 아무래도 그녀는 큰 비가 내리던 날 모습을 감춘 듯하다.
아마도 수위 상승을 틈타 모자를 배 삼아 탈주에 성공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곧바로 시궁창에 버리는 것이야말로 윳쿠리답다.
내가 미소를 띤 채 있자, 마리사는 한천으로 된 얼굴을 원망스럽게 일그러뜨리며 나를 쏘아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즐거워할 수 있는거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리사는 나를 나무란다.
「실제로 즐거우니까 그렇지.
마리사의 아가야가 계속 괴로워하는 것도 즐겁고, 이걸 상품화할 수 있는 것도 기대되고.
얼마나 평가받을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띌까?」
「그런 건 이상한거제.
어째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거제?」
「마리사. 처음에 나에게 했던 부탁은 기억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짓궂게 되묻자, 불길한 팥소 덩어리는 꾹 말을 삼켰다.
배설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몇 번이고 경험한 대화이기 때문에, 역시 윳쿠리라도 자신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에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마리사는 이렇게 말했지?
「적당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달콤달콤과 결계 달린 집이 갖고 싶다.
아가야는 잔-뜩 있어도 좋다. 그게 가능하다면, 다음은 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떠나고 싶다.
생명의 바통을 영원히 잇고 싶다」라고.」
나는 노래하듯 마리사의 소원을 암송했다. 대답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 학대당하는 동안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지?
「그럼 적어도, 아가야들만이라도 마리사가 바랐던 대로의 생활을 하게 해 달라」고.」
그래서 나는 그 소망을 이루어 주었다.
적당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달콤달콤으로서 '먹으십시오’를 한 윳쿠리가 준비되는 결계 달린 집을 만든 것이다.
결계로 덮인 스노우돔 형태의 용기 안에서 영원히 생명의 바통을 이을 수 있도록, 생과 사의 루프를 완성시킨 것이다.
루프가 확정된 아가야들끼리 교배하면, 그 아가야 또한 루프가 거의 확정된다.
다소의 검사는 필요하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고, 라인만 갖추면 대량 생산에도 그다지 수고는 들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마리사의 아가야들은 관상용 윳쿠리로서 전국으로 출하될 것이다.
계속 방치하는 한, 죽음의 나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윳쿠리와 그 전용 사육 케이스.
세트로도 아이들 용돈으로 살 수 있는 가격이 될 예정이다. 실수로 안의 윳쿠리를 죽여버렸을 때를 위한 리필 윳쿠리도 동전 한 닢 정도의 가격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다음은 바다를 누빌 수 있을지 어떨지네.
하지만 안심해. 일본에서 팔리면, 분명 세계에도 팔릴 거야.
상품명은 이미 생각해 두었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리사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나는 속삭이듯 말한다.
「우로보로스의 관, 같은 건 어떨까?」
나는 테이블 위에 즐비하게 늘어선 관들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짓는다.
내부에서는 완전히 똑같은 마리쨔가, 똑같은 생애의 각기 다른 장면을 살고 있었다.
마리사의 아가야들은 틀림없이 인기 상품이 될 것이다.
어쩌면 세계를 누빌지도 모른다.
자신의 죽음을 먹고, 생명을 말리고, 무한히 고통받는 것을 숙명으로 부여받은 채, 끝없는 공간에 갇힌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