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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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처럼
호시 아키
만쥬 특유의 쇳소리가 이야기의 흐름을 찢어발겼다.
「마리쨔 턈험 대쟝 마리쨔에 대한 무례!를 사과하는고제!」
발치에는, 짜증스러울 정도로 용맹스러운 표정을 한 마리사들이 있었다.
나를 포위할 셈인지, 일단 모양새만은 그럴싸하게 부채꼴 대형을 갖추고선, 땋은 머리에 쥔 나뭇가지를 집중선처럼 나에게 겨누고 있었다.
나는 바로 직전까지 소설을 읽고 있었다.
친구로부터 제발 정신 차리고 밖에 좀 나가라는 잔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었기에, 가끔은 밖에서 독서해 볼까 싶어 양산을 쓰고 이 공원까지 발걸음을 옮긴 참이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지붕을 드리운 자연공원 한쪽 구석, 낡은 나무 벤치에 걸터앉아 부드러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책을 펼쳤다.
늘 있던 곳과는 다른 장소에서 읽는 책은,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다.
단풍 향 섞인 흙냄새, 바쁘게 연주되는 가을 벌레 소리가 실어 나르는 계절의 정취에 몸을 맡기고, 그저 페이지에만 시선을 떨구는 동안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갈리고, 아무 맥락 없이 사라져, 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문득, 엄청나게 날카로운 아기 윳쿠리 특유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어느새 마리사들에게 둘러싸여 버린 것이다.
그 이름대로, 느긋한 동작으로 생활하는 녀석들의 진형이 완성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생물은, 독서 중인 나 아니면 중병으로 누워 있는 환자 정도일 테지.
「마리쨔는 인갼의 정보를 모아! 세계에 패권을 떨칠고제! 그런데 이 무례는 어떻게 된고제!」
진형 중앙, 내 정면에 자리 잡은 마리사가 고함을 질렀다.
지금 저 말이 학대파 귀에 들어갔다면, 그 순간 이 녀석의 미래는 까맣게 칠해졌겠지만, 나는 딱히 혐오감을 느끼진 않았다.
과보호 헬리콥터 부모를 등에 업은 유치원생들에 비하면, 윳쿠리 따위 귀여운 수준이다.
「지금 사과하면, 위대한 마리쨔의 노예로 삼아주겠는거제! 영광스러운 제1호 노예인거제! 울며 기뻐하면 되는거제!」
「사과라니, 뭘 말하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녀석들에게 뭘 했던가.
「마리쨔를 계속 무시했던거제! 장난치지 마는거제!」
얼굴이 벌게진 마리사에게 다른 마리사들이 장단을 맞춘다.
「맞는거제! 대쟝님의 명령을 무시하는 녀석은 극형인거제!」
「도게자로 충분한거제!」
「사과하는거제!」
아아, 그렇구나. 나는 그제야 납득했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내가 독서하는 동안에도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던 모양이다.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분명 미안하지만, 책을 읽을 때 집중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뇌세포를 총동원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활자를 좇지 않으면 작가에게 실례다.
뭐, 그 탓에 녀석들에게 무례를 저질러 버렸지만.
「으음, 미안해. 잠깐 책을 읽고 있어서…」
「시끄러운거제! 무시한거제! 마리쨔를 무시한거제!」
대장 마리사는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분노의 표정과는 반대로, 바람 빠진 공처럼 통통 튀는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다른 마리사들의 반응은 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느히이」
「대, 대쟝님이 격노하신거제」
「천지가 붕괴하는거제!」
세상 끝난 듯한 얼굴로, 대원들은 얼어붙어 있다.
나는 보육사로서의 본능에 이끌리듯, 어떻게든 마리사를 달래보려 했다.
「마리사, 미안. 저기, 내가 책을 읽고 있어서…」
「시끄러운거제! 사형인거제! 영원히 느긋하게 만들어주겠는거제!」
대장은 귀신같은 표정으로 땅을 박찼다. 마리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땋은 머리로 얼굴을 가린다.
나는 그저 망연히, 다가오는 마리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늣쨔! 늣쨔! 저돌! 맹진! 인거제엣!」
느리다.
「늣쨔! 늣쨔! 느히이… 잠시만 느긋하게 있는거제… 느히이…」
심지어 중간 휴식까지 취해 버렸다.
한여름 땡볕 아래의 개처럼 보기 싫게 혀를 늘어뜨리고, 온몸을 들썩이며 숨 쉬는 마리사의 위치는 나에게서 꽤 떨어진 곳이다.
처음 있던 곳에서, 아직 한 뼘 거리 정도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나에게 도달하기 전에 해가 지겠다.
「조-아 가는거제!」
마음을 다잡은 듯한 얼굴로, 녹아내렸던 마리사가 다시 동그란 형태를 되찾는다.
사람으로 치면, 주저앉았다가 일어선 것과 비슷하려나.
「너, 너무 빠른거제!」
그렇게 중얼거린 대원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이래 봬도, 윳쿠리 중에서는 꽤 빠른 축에 속하는 모양이다.
다른 대원들도 질세라, 와아와아 하고 추어올리기 시작한다.
「과연 위타천! 이라고 칭송받는 대쟝님인거제!」
그건 좀… 위타천한테 혼날 것 같은데.
「빛의 속도마저 넘어서고 있는거제!」
빛이 이렇게 느리면 세상이 돌아가려나 모르겠다.
「닌겐이 선에서 악으로 돌아설 만큼 빠른거제!」
어째서 메피스토펠레스의 속도를 아는 걸까, 이 마리사는. 이 녀석들의 어휘력은 정말 수수께끼다.
그런 대원들의 뜨거운 성원을 등에 업고 돌진한 대장은, 지금 두 번째 휴식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보다 이동한 거리는 더 짧아졌다.
비유 삼아 한 말이었는데, 이 페이스라면 정말 해가 질지도 모르겠다.
마리사에게 몸통 박치기를 당한다고 해서 심각한 상처를 입을 가능성은 만에 하나도 없지만, 쌀쌀한 가을 해질녘에 이런 곳에서 멍하니 있다가는 감기에 걸리고 말 것이다.
그런 결말을 피하는 건 간단하다. 지금 당장 마리사를 짓밟아 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아끼는 구두가 더러워진다. 물론,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윳쿠리를 맨손으로 만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자리를 떠나도 괜찮지만, 굳이 나는 마리사에게 체면을 세워주기로 했다.
양손을 벤치에 짚고 몸을 띄워, 슬금슬금 다리를 뻗어 발끝을 대장 마리사의 눈앞에 내밀었다.
살금살금 움직인 덕분인지, 아무도 내 자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휴식 끝인거제 인갼! 지금이 네놈 최후의 순간인거제!」
눈썹을 찌푸리며, 마리사가 전진을 재개한다.
신발 바닥까지 불과 손가락 몇 마디 거리밖에 안 되는 거리를, 소금 뿌려진 민달팽이처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다가온다.
나는 요가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빨리 마리사가 몸통 박치기를 해 주길 기다렸다.
꽤 무리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양손이 아프고, 체중을 지탱하는 한쪽 다리도 힘들다. 내밀고 있는 다리도 지금 당장 쥐가 날 것 같았다.
「가는거제! 마리쨔 슈퍼 어택-!」
외치며, 마리사가 온 힘을 다해 내 발끝에 부딪혔다.
툭, 하고 김빠진 소리가 났다.
나는 드디어 해방된다는 생각에 미소를 흘리며, 감정 없는 비명을 질렀다.
「우와- 당했다-」
털썩 벤치에 쓰러져, 얼굴에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 사이로 상황을 살폈다.
「느헷! 마리쨔가 너무 강해서 미안한거네-!」
「역시 대쟝님인거제! 최강인거제!」
「마리쨔는 윳쿠리 중 최강!」
「최강인거제!」
「최강!」
「최강!」
「최강!」
터져 나오는 최강 콜에, 대장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거만하게 끄덕이며 우쭐한 표정을 짓는 그 모습은 어딘가 정치인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구석에 있던 가장 작은 마리사가 문득 의문을 던졌다.
「인갼씨에게서, 정보를 얻는게 아니었던고제?」
열광이, 가라앉았다.
끓는 물에 찬물을 부은 듯, 기묘한 정적이 탐험대에 내려앉는다.
대장은 헉, 하는 표정 그대로 굳어있다. 아무래도 자기 자신의 계획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한 얼굴이 되어, 나를 향해 돌아섰다.
「어이! 노예! 죽어있을 때가 아닌거제! 되살아나는고제!」
상당히, 억지를 부리신다.
나는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만다.
예정대로라면 이대로 적당히 봐서, 삼류 악당 같은 퇴장 대사를 날리고 이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는데, 이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돌아가기 어렵다.
마리사 탐험대 일동은, 되살아나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로 내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오는 걸 지켜보려는 세 살배기 같은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왕 탄 배다. 소꿉놀이에 끝까지 어울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아, 자세를 바로 하고, 노예에 어울리는 말투를 의식하며 입을 열었다.
「네, 무슨 일이신지요 주인님. 무엇이든 분부만 내리십시오.」
그것을 본 대장은, 으쓱 가슴을 펴고 몸을 뒤로 젖히더니,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가 오뚝이처럼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늦은거제 노예! 마리쨔가 명령하기 전에 눈치껏 움직이는거제!」
「분부 받들겠습니다. 그래서 용건은?」
유치원생들 비위 맞추던 때에 비하면, 일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훨씬 마음이 편하다.
「느흥. 네놈이 아까까지 읽고 있던 책을 보여주는거제!」
그런 걸로 괜찮은 건가.
나는 김이 새 버렸다.
좀 더 속물적인 요구가 올 줄 알았는데, 잘 생각해 보니 마리사가 원했던 것은 인간의 정보였다.
책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심불란! 하게 읽던 책인거제! 세계의 비밀이 적혀있음에 틀림없는고제!」
터무니없는 비약을 하는 마리사의 발상에, 나는 킥킥 웃었다.
대원들은 대장의 명추리에 감탄한 듯 부러움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나는 옆에 두었던 책을 집어 들어, 중간 페이지를 펼쳐 마리사 앞에 들이밀었다.
빽빽한 활자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듯, 마리사의 동공이 확 좁아졌다가, 이윽고 불편한 듯 눈동자를 굴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읽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연공원에 사는 들윳쿠리이니, 사람이 쓴 문장을 접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못 읽는다고 인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뒤에서는 다른 대원들의 기대에 찬 시선이 꽂히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방황하던 시선이, 문득 나에게 쏟아져 초점을 맞춘다.
「마리쨔가 읽을 필요도 없는거제! 노예가 읽어 올리는고제!」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요.」
아이를 달래듯 말하자, 마리사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화를 낸다.
「뭐인거제 그 태도는! 애 취급하지 마는거제!」
「네네.」
책장을 팔랑팔랑 넘겨, 마리사도 알아들을 만한 이야기를 찾는다.
단편 모음집이라 한 편 한 편이 짧고, 읽어준다 해도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잠시 후, 나는 어느 작품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
초등학생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다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어이 나오너라-」
내가 제목을 읽어 올리자, 마리사들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누구한테 말하는거제?」
「나오라고 해도 곤란한거제」
「마리쨔는 여기 있는거제」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런 제목의 이야기예요.」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낭독을 시작한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어느 날, 마을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나타난다.
그 구멍은 너무 깊어서, 온갖 조사를 해 봐도 바닥을 알 수 없었다.
이래서는 메울 수도 없다며 마을 사람들이 곤란해하고 있을 때, 한 사업가가 이 구멍을 사고 싶다고 제안한다.
사업가는 구멍에 작은 구슬부터 시작해 온갖 쓰레기를 버리는 장사를 시작했고, 구멍은 얼마든지 쓰레기를 삼켜주었다.
시체나 핵폐기물, 혹은 헤어진 남자의 추억까지, 구멍은 얼마든지 삼켜주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것은 갑자기 끝을 맞이한다.
(역자 주. 구슬 하나부터 넣어서 핵폐기물까지 온갖 것을 넣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마을 하늘에서 구슬 하나가 떨어지면서 끝납니다. 호시 신이치의 대표적인 sf명작입니다.)
신기한 도입부로 시작해서, 어지럽게 변화하는 전개를 거쳐, 마지막에는 의외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단편 소설의 모범 같은 명작이다.
낭독을 마치고, 마리사들의 반응을 살핀다.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목만 있는 토기 인형 같았다.
「의미를 모르겠는고제」
툭, 하고 대장이 중얼거린다.
나는 조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단편 소설이라는 장르는, 인간조차 비슷한 감상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닭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뭔가를 잊어버리는 샤아 전용 닭대가리라고나 할까, 윳쿠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상대가 윳쿠리라 할지라도 다소의 쓸쓸함이 있다.
「좀 더 알기 쉬운 이야기를 내놓는거제!」
나는 곤혹스러워하며 다시 페이지를 넘겨보았지만, 마리사도 알 만한 이야기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아마 이 책 안에는 없을 것이다.
「으음. 미안. 좀 없을지도.」
「쓸모없는 노예인거제! 뭐 좋은거제. 오늘은 이제 배가 꼬르륵한거제. 마리쨔들은 집으로 돌아갈테니, 노예는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해두는거제! 내일이면 되는거야! 노예를 죽이지 않고 용서해주다니 상냥해서 미-안!」
그렇게 선언한 대장은 몸을 돌려, 느릿느릿 걷기 시작했다.
대원들도 구령을 외치며 그 뒤를 따른다.
「하나-」
「두울-」
「잔뜩-」
축 늘어진 그들의 목소리와, 쓰르라미 우는 소리가, 술렁이는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울려 퍼졌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두고 온 물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산이다. 돌아갈 때, 이미 해가 비치지 않아서 무심코 벤치에 두고 와 버린 모양이다.
결코 비싼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다.
자연공원은 윳쿠리가 많이 눌러살고 있기 때문에, 나 같은 별난 인간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다가가지 않는다.
지금부터 나가면, 양산을 되찾을 공산은 높을 것이다.
휴직 중이라 한가한 신분이지만, 윳쿠리와의 약속 따위 지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원까지 발걸음을 옮긴다면, 가는 김에 마리사도 알 만한 이야기를 가져다주자.
그렇게 생각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좀처럼 조건에 맞는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우선, 읽어주는 것이 전제이므로 그림책이나 단편 소설이어야 한다.
전자는 가지고 있는 게 없고, 들윳쿠리를 위해 일부러 사 오는 것도 바보 같다.
즉, 실질적으로 단편 소설밖에 선택지가 없는데, 대체 어떤 소설을 들려주면 좋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단편 소설 중에서도 비교적 알기 쉬운 「어이 나오너라-」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마리사들이 상대인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윳쿠리용 책이라는 것은 의외로 많아서, 다양한 장르의 것이 출판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용도는 대부분 학대를 위한 것으로, 읽어주는 것으로 정신을 박박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들뿐이다.
몇 안 되는 예외는, 사육 윳쿠리의 교육에 사용되는 것으로, 아마 윳쿠리가 보기에도 애들 장난에 지나지 않는 내용일 것이다.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의 아이에게 이런 것을 줘 봤자, 오히려 반발만 살 뿐이라는 것은 내 자신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래서는 이제,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한가한 휴직 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온종일 개미 행렬을 바라보며 지내는 것 같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치스러운 시간 사용법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반쯤 오기가 생기려던 나는, 인터넷상에서 모모타로 텍스트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메모장으로 윳쿠리용으로 어레인지한다.
기존의 문장을 고치는 것뿐이라, 편집은 순식간에 끝났다. 세부를 다시 보고, 전체적인 균형을 잡고,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본다.
꽤 괜찮은 결과물이다. 문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작업을 마친 만족감과 창작자에게 흔히 있는 수수께끼의 만능감이 차올랐다.
이럴 때는 달콤달콤이라도 먹고 싶어지는 법이지만, 공교롭게도 그럴 시간이 없다.
서두르지 않으면, 햇님이 얄미울 정도로 강한 햇살을 내리쬐는 시간이 되어 버린다.
원고를 프린트해서 가방 안에 넣고, 가볍게 화장을 마치고 방을 나선다.
자연공원의 가로수길은, 낙엽으로 선명하게 물들어, 걸을 때마다 마른 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 소리의 주인을 찾아보았지만, 눈에 비치는 것은 속삭이는 나무들뿐이다.
가을을 느끼며, 휘파람으로 '작은 가을'을 연주한다.
어제와 같은 장소로 향하자, 과연 벤치 앞에는 마리사 탐험대가 모여 있었다.
「아- 미안. 기다렸어?」
데이트 약속 장소 같네, 라고 말하고 나서 생각한다.
「늦은거제! 마리쨔를 기다리게 하지 마는거제!」
「이럴 땐 거짓말로라도 '방금 왔어’라고 하는 법인데. 뭐 됐어. 그럼, 시작할까?」
나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원고를 꺼내, 낭독을 시작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마리사와, 레이무가 있었습니다」
눈이 활자를 좇기 시작하자, 오감이 날카로워진다.
낭랑하게 읽어 내리는 글자는 말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 마리사들에게 빨려 들어간다.
「마리사는 산으로, 밥씨를 사냥하러, 레이무는 들판으로, 노래를 부르러 갔습니다」
어디선가 울던 쓰르라미 소리가 이야기에 밀려나 아득히 멀어지고, 바람 소리와 흙냄새도 그 뒤를 따르듯 사라져 버린다.
지금, 나는 마리사들과 함께 현실 세계를 떠나, 작품 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읽어 내리는 이야기의 이름은 「귤 마리사」. 복숭아와 관련된 모모타로를 개편한 것뿐이지만, 제법 잘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마리사가 강가에서 사냥을 하고 있자, 둥실둥실, 둥실둥실, 커다란 귤씨가 떠내려왔습니다.
「느늣? 이건 맛있는 귤씨인거제! 느긋한 마리사를 위해, 멋대로 자라나 준 거네!」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땋은 머리를 뻗어 귤씨를 주워, 멋진 검은 모자에 담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복숭아에서 아이가 태어났던 원조 모모타로와 마찬가지로, 귤에서는 귤 마리사가 태어났다.
귤 마리사는 무럭무럭 자라, 이윽고 커다랗게 되자, 레미랴의 숲에 있는 레미랴를 퇴치하러 가겠다고 아빠와 엄마에게 고하고 여행을 떠난다.
「훌륭하게 자란 귤 마리사는 말했습니다.
「아빠, 엄마, 지금까지 길러주셔서 감사한거제!
마리사는 지금부터 레미랴의 숲에 있는 레미랴를 제재! 해서, 모두를 느긋하게 만들거제!」
아빠와 엄마는 잔-뜩 잔-뜩 놀랐지만, 늠름한 마리사를 말릴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받은 풀 경단을 모자에 담아, 귤 마리사는 레미랴의 숲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힐끗 마리사들을 본다.
처음에는 지루해하던 녀석도 있었지만, 레미랴를 퇴치하러 떠나는 마리사라는 대목에 이르자, 모두 눈을 반짝이며 다음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그리운 마음이 든다.
귤 마리사는 풀 경단으로 요우무, 첸, 아리스를 동료로 삼았다.
그리고 모험 끝에 레미랴의 숲에 도착하여, 레미랴들을 제재하자 달콤달콤이나 구슬씨를 무리에 가지고 돌아와,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이야기.
여기까지 읽고, 나는 원고에서 얼굴을 들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옛날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정해진 대사로 맺는다.
「훌륭한고제!」
대장이 두 눈을 글썽이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대원들 중에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녀석까지 있었다.
「역시 마리쨔는 최강! 인거제! 마리쨔는 귤에서 태어난 귤 마리쨔인거제!」
「아니, 으음. 그건 어떨까.」
마음에 들어 한 것은 기쁘지만, 이렇게까지 열렬한 감상을 받을 줄은 예상 밖이라, 조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곤란해진다.
「다른 건 없는고제?!」
「오늘은 이것밖에 못 찾았어.」
「그럼 한번 더 읽어줬으면 하는고제!」
탐험대 녀석들에게 시달려서, 나는 그날 귤 마리사를 수십 번은 읽어야 했다.
집에 돌아온 뒤, 양산을 또 잊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날, 공원에 가보니 벤치 앞에는 마리사 한 마리만 덩그러니 있었다.
얼굴 구분은 안 가지만, 탐험대 멤버 중에서도 가장 작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어라? 다른 마리사들은 어떻게 됐어?」
「느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ッ!」
내가 묻자마자, 마리사는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울음소리에 놀라 근처 나무에서 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며 가지를 흔들었다.
「잠깐, 갑자기 왜 그래!?」
「모두! 모두 레미랴한테 당해버린거제에에에에에에엣!」
「에, 아니, 왜?」
「마리쨔 탐험대는 귤 마리쨔의 모임이니까 라면서! 레미랴의 숲으로 가버린거제! 다들 돌아오지 않는거제!」
간단히 말해, 대장이 자신을 귤 마리사라고 착각하고 다른 대원들을 이끌고 레미랴의 숲으로 가버렸다는 것 같다.
그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하는 윳쿠리가 되었고, 탐험대는 이 마리사 하나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이 근처에 레미랴의 숲 같은 게 진짜로 있었다는 것도 예상 밖이고, 거기에 탐험대가 돌격했다는 것도 놀랍다.
윳쿠리가 좀 바보 같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마리쨔는 분명히 말했던거제에에에에에에에! 그건 이야기니까 진짜가 아니라고 말했던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
나는 마리사가 울음을 그치길 기다렸다가, 사과하는 마음도 담아 낭독을 시작했다.
이번에 읽어줄 것은 「잭과 콩나무」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윳쿠리용으로 각색한 것이다.
마리사는 약간 건방진 남자아이 같은 성격을 하고 있어서, 교훈적인 동화보다는 이런 모험담 쪽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읽는 이야기를 듣자, 마리사는 방금까지 울던 게 거짓말처럼 기대에 찬 표정이 된다.
동료들의 죽음 따위는 완전히 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그 정신 구조가 조금 부러웠다.
가을 숲 속에서, 마리사는 게스 윳쿠리들에게서 달콤달콤를 훔치고, 콩나무를 타고 구름 위까지 여행했다가,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다.
「한 번 더! 한 번 더 읽어줘! 당장이면 좋은고제!」
「네네.」
목이 살짝 피로했지만, 나는 낭독을 계속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마리사는 못내 아쉬운 듯 작별 인사를 건넸다.
「슬슬 오늘은 돌아가야 하는거제. 대쟝은 없어졌으니 죽임당할 일은 없지만, 또 와줬으면 하는거제.」
「음-. 어떡할까나.」
나는 일부러 애매하게 대답했다.
셰헤라자드는 이런 기분으로 천일야화를 보냈을까, 문득 생각한다.
아직 강한 햇살 속에서, 나는 양산을 쓰고 자연공원을 떠났다.
뒤돌아보니, 마리사가 작은 가을을 타박타박 밟으며, 언제까지고 땋은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다음 날, 벤치가 있는 곳으로 가니 다양한 윳쿠리들이 모여 있었다.
단풍잎 융단 위에서, 마리사가 바쁘게 통통 튀며 정렬하라고 외치고 있다.
「제대로 줄 서는고제! 느긋하게 있지 않으면 느긋한 이야기씨는 들을 수 없는고제!」
대부분 아기 윳쿠리였지만, 중간중간 파츄리나 앨리스 같은 성체도 섞여 있었다.
모두 얌전히, 느긋한 분위기로 서 있었다.
문득, 마리사가 내 존재를 알아채고 표정을 환하게 밝힌다.
「늣! 인갼씨! 여기인거제!」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내민다.
「에스코트하는거제!」
나는 미소 지으며, 벤치로 향하던 발걸음을 마리사 쪽으로 돌려 작은 신사 앞에 무릎 꿇고 그 머리칼 끝을 살며시 잡는다.
「어머, 고마워 마리사.」
「맡겨주시라제! 늣쨔! 늣쨔!」
느린 화면으로 재생되는 거북이 같은 걸음걸이에 맞춰, 나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따라가며, 몇 걸음 안 되는 거리를 족히 1분은 걸려 걸었다.
스타킹이 조금 더러워졌지만, 뭐 숙녀 대접받는 건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벤치에 앉아, 쑥스러운 기분을 억누르며 관객들의 모습을 둘러본다.
얌전히 줄지어 선 윳쿠리들은 이야기가 시작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에서 원고를 꺼내자, 자그마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 숲 속 낭독회의 시작이다.
낭독자는 나. 관객은 숲의 윳쿠리들. 장소는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매미 소리가 쏟아지는 공원 한쪽 구석.
이야기의 이름은 「브레멘 음악대」가 아닌 「자연공원 합창단」.
무리에서 쫓겨난 레이무가 동료를 모아 합창단을 결성하고, 레미랴를 놀라게 해서 달콤달콤을 빼앗는 이야기다.
낭랑한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곱씹듯이 읽어 내려갔다.
윳쿠리들은 평소의 시끄러움이 거짓말처럼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레이무가 쫓겨나는 장면에서는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는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동료가 늘어나자 안심한 듯한 얼굴이 되었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모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모든 것이 잘 풀리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미소를 지었고, 그리고 내가 이 말을 꺼내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의 끝. 현실로 돌아올 시간.
여운만을 남기고 책은 닫히고, 서서히 흥분은 가라앉는다.
그래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무큐리할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다시 한번 읽어주시겠어요?」
「한번 더인거제! 한번 더 읽어줬으면 하는거제!」
「도시파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듣고 싶어요.」
페이지를 펼치면, 언제든 이야기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줄 테니까.
그날부터 나는 여러 이야기를 윳쿠리용으로 각색해서는 공원에서 낭독했다.
앨리스가 신데렐라가 되거나, 파츄리가 백설 공주가 되거나, 첸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거나, 요우무를 완전히 잊어버려서 삐치게 만들거나.
책의 효과는 눈부셨고, 윳쿠리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갔다.
신데렐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앨리스는 둥지 청소나 몸단장에 힘썼고, 윳쿠리들에게 청결감이 생겨났다.
첸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않도록,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게 되었다.
교훈이 담긴 옛날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인지, 윳쿠리들의 도덕성은 향상되었고, 생활 모습에도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귤 마리사라고 착각하거나, 사마귀와 씨름을 하려다 죽는 녀석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셀프 솎아내기 덕분에, 지금 이 무리에는 게스가 거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변화한 것은 파츄리 종이다.
나를 올려다보며, 어느 파츄리가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다.
「저기, 언니야, 파체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지 않겠어요? 파체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후후-. 그럼, 언니 무릎을 빌려줄게.」
그 후로는 무릎 위에 파츄리를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일이 많아졌다.
먼저 내가 글자를 가리키며 한 음절 한 음절 끊어 읽는다. 그 뒤를 이어 파체의 땋은 머리가 글자를 쫓고, 작은 목소리가 발음한다.
잘 읽으면 과장스러울 정도로 칭찬해 주었다. 그것이 아이들을 몰입시키는 요령이다.
글자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게 된 파츄리가 드문드문 나오자, 가끔 낭독자를 바꿔보기도 했다.
원고를 든 파츄리는 긴장해서 몇 번이고 헛기침을 하고, 더듬거리면서도 옛날이야기를 읽어 나간다.
나는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고, 어떻게든 파츄리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야기를 맺으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연석에 앉아 있었기에 몸은 차가워졌지만, 나는 어딘가 따뜻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책을 읽어주는 동안, 점점 윳쿠리들도 귀가 높아져서, 조금 건방진 소리를 내뱉기 시작한다.
「무큐. 가끔은 스릴링한 이야기씨도 듣고 싶어요.」
「엄청 무섭고 도시파적인 이야기가 좋겠네요.」
「마리쨔는 저,저,전혀 괜찮은거제....」
SF 다음으로 호러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나는 곧바로 '귀 없는 호이치’를 편집해서 '머리카락 없는 레이무’를 만들어내고, 낭독회를 열었다.
평소 이상으로 으스스한 목소리를 의식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원령이 된 듯이 대사를 연기했다.
「레이무의 머리에, 차가운 손이 닿았습니다.
죽어버린 자들의 원한이 담긴 손가락 끝이, 오싹오싹 레이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습니다.
「오오야? 레이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여기에 머리카락만 떠 있구나. 좋아, 적어도 이것만이라도 가져갈까」
뿌지직, 하고 불쾌한 소리를 내며, 레이무의 머리카락이 뽑혀나가고…」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고,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는 갈채를 기대하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옥도였다.
파츄리는 속의 내용물을 토해내고 절반 이하 크기로 쪼그라들어 있다.
앨리스는 예쁜 금발이 새하얗게 물들고, 흰자위를 드러낸 채 실금하고 있다.
마리사는 완전히 넋이 나가, 텅 빈 눈으로 덜덜 떨고 있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있는 것 같지만, 길 위에는 단풍잎과 섞여 형형색색의 내용물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아-, 이거, 내 탓인가?」
「너무한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마리사의 절규가 내 질문을 집어삼켰다.
「무서운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너무한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아니, 무서운 게 좋다며 자기가 말했잖…」
「정도가 있는거제에에에에에에에엣! 마리쨔의 친구들이이이이이이! 무리의 모두가아아아아아아아!」
「아하하-. 미안 미안-.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이-」
「저언혀언! 반서엉! 안 하는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엣! 좀 더 진지하게 사과하는거제에에에에에에에에엣!」
그런 소동이 있었음에도, 나는 낭독회를 계속했다.
물론, '머리카락 없는 레이무’는 그 이후로 봉인했지만.
단풍잎이 완전히 색을 잃고, 내쉬는 숨에 김이 서린다.
찬 바람이 맨살을 베는 듯 불어와, 나는 무심코 몸을 떨었다.
계절은 이미, 바뀌려 하고 있었다.
명작 동화 「개미와 베짱이」를 들려준 덕분인지, 윳쿠리들은 겨울나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도토리나 별꽃을 모으던 마리사가, 나를 발견하고 땋은 머리를 흔들었다.
얼마 전까지 작은 마리사였는데, 이제는 제법 어엿한 성체다.
「언니! 느긋한 아침!」
「안녕, 마리사. 레이무랑 같이 노래는 안 부르고?」
나는 조금 짓궂게 말을 건넸다.
「정말! 마리사는 베짱이씨가 아니라 개미씨라구! 노래는 좋아하지만, 제대로 참을 수 있는거제」
「기특한 녀석이네-! 역시 내 제자!」
금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쓰다듬어 주자, 마리사는 간지러운 듯 얼굴을 찡그린다.
「그런데, 언니. 저번에 읽어준 「어이 나오너라-」는, 처음에 읽어준 책인거제?」
「맞아. 잘 기억하고 있네.」
나는 씨익 웃었다.
솔직히,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에 손을 대는 것에는 엄청난 저항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이야기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었기에, 윳쿠리에게도 전달되도록 무대 설정을 바꾼 것이다.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는 있었지만, 이 마리사는 제대로 그 내용을 파악해 준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는거제. 마리사는, 언니를 구멍이라고 생각했던거제.」
「마리사. 여자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런 의미가 아닌거제!」
마리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발끈한다.
금방 흥분하는 점은 역시 윳쿠리다운 모습 그대로다.
「마리사는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했던거제.
어떤 심한 짓을 해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거제.
인간씨는 느긋하지 않으니까 라고.
하지만, 보통은 그 이야기처럼 되는 게 맞는거제? 마리사가 한 짓은 마리사에게 돌아오는거제.」
「그렇지. 그건 그런 이야기야.」
처음에는 잘 몰랐던 책이,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거짓말처럼 이해될 때가 있다.
그런 것도, 독서를 계속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런데, 왜, 왜 언니는 마리사들에게 책을 읽어준거제?」
그 질문은, 나 자신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 온 것이었다.
어째서, 여기까지 하는 걸까.
처음에는 단순한 변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여기까지 계속되지 않는다.
분명, 나는 윳쿠리가 책에 흥미를 가져준 것이 기뻤던 거겠지.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다고 말해준 것이 나를 분발하게 만든 것이다.
마리사가 앞으로도 계속 책을 사랑한다면, 언젠가 내 마음을 알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것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졸릴 때일지도 모르고, 다른 윳쿠리에게 좋아하는 책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일지도 모른다.
혹은, 장대한 강물 같은 이야기의 깊은 곳에서 자신의 마음 한 조각을 발견했을 때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리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단순한 정신 구조를 가진 윳쿠리에게는 결말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타입의 이야기는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도 싫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애매하게 미소 지으며, 시치미를 뗐다.
「글쎄-. 마리사가 귀여웠으니까려나.」
「진실을 말해줬으면 하는거제에에엣!」
또, 마리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흥분했다.
큰 소리에 놀란 윳쿠리들이, 가만히 이쪽을 본다.
공원을 둘러보니, 모두 재빠르게 일하고 있었다.
먹이를 모으는 마리사와 첸. 낙엽을 모아 침구를 만드는 앨리스. 꼼꼼하게 결계를 점검하고 있는 레이무. 존재감이 희미한 요우무.
그리고 아기 윳쿠리들에게 「개미와 베짱이」를 들려주는 파츄리.
원고는 코팅되어 있어서, 윳쿠리가 다루어도 망가지지 않는다.
파츄리의 읽는 방식은 서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져 온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를 듣는 관객들의 눈빛은 내가 읽을 때와 다르지 않다.
「후후후후. 제법이구나.」
아주 살짝 질투를 느끼면서도, 나는 파츄리를 칭찬했다.
하얀 입김을 곱은 손에 불어, 잠깐의 온기를 얻는다.
숲의 고요함은 동장군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이제, 겨울을 날 때가 되었다.
「저기, 언니」
「음-. 왜 그러니 마리사.」
「봄씨가 오면,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물론이지.」
벚꽃으로 이곳이 연분홍빛 화장으로 물들 무렵의 재회를 약속하며, 나는 마리사와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새끼손가락과 머리카락 끝이 얽히고, 아쉬운 듯 떨어져 나가며 서로에게 남은 온기가 찬 바람에 휩쓸린다.
마리사였을 때보다 조금 빨라진 발걸음으로, 마리사는 둥지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에, 나는 속삭인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 마리사.」
고맙다는 말은 하얀 입김과 함께 메마른 하늘로 녹아들었다.
오랜 꿈이었던 보육사가 된 나는,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지쳐버려 너무나 쉽게 마음이 병들었다.
책으로 성벽을 쌓고 그 안에 틀어박혀 있던 나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숲의 윳쿠리들이었다.
나는 지금, 블로그 광고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낭독회 모습을 적고, 개편한 동화를 올리는 것뿐이지만, 애호계 윳쿠리 블로그 중에서는 손꼽히는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제 내가 보육사로 돌아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이 낭독회는 가능한 한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작된 이야기가 언젠가 끝나버리듯이,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찾아온다.
나와 윳쿠리들의 기묘한 관계도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낸 시간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쌓인 경험이 사라져 버리는 것도 아니다.
명작에 감명받은 후세의 작가가 더 나은 명작을 만들어내듯이, 이야기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에게 계승되어 가는 것이다.
자연공원의 윳쿠리의 변화는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확산되어, 전국의 다양한 장소에서 윳쿠리에게 책 읽어주기가 실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아직 윳쿠리의 이미지는 최악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윳쿠리들은 변해가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직 인간과 윳쿠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갑자기 인류 곁에 나타나, 오만함과 추악함으로 순식간에 미움받게 된 윳쿠리가, 지금은 책을 통해 인간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부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인간과 윳쿠리 모두에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마치, 신기한 도입부로 시작해서, 어지럽게 변화하는 전개를 거쳐, 마지막에는 의외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단편 소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