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anko 9951 지역 윳쿠리는 괴롭다

by 다섯개 posted May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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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약간의 말장난이 있는데, 당연하지만 적장히 의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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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윳쿠리는 괴롭다
호시아키

 

 

 

 

하늘을 온통 뒤덮은 먹구름은 세상을 짓누르려는 듯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잔뜩 고인 공기는 짙은 비의 기운을 머금고, 희미하게 곰팡내를 풍겼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어딘가 음울했고, 접은 우산을 단단히 움켜쥔 채 빛 한 점 없는 거리에 무거운 구둣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차도를 따라 늘어선 자동차들은 일정한 리듬으로 엔진 소리를 내며 탁한 배기가스를 내뿜었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정체되었던 차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축축한 바람과 함께 공업적인 악취가 작은 몸에 휘감겼다.

 

 

공원 앞을 경비하는 마리쨔는 기침을 참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레이피어를 닮은 고무제 무기를 꽉 깨물고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필사적으로 참자, 자신이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었다.

공원 입구를 지키는 다른 지역 윳쿠리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대장에게 밀고 당해 제재를 받을 것이다.

그녀들은 믿음직한 동료이기 이전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적이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순식간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것이다.

 

 

특히, 아기 윳쿠리이면서 간부가 된 마리쨔를 시기하는 녀석들은 많았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대라도,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가족이든, 동료든, 친구든,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족인 이상 결코 믿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이 이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강철의 규칙이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장식으로 달린 지역 윳쿠리 배지에 의식을 집중한다.

금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간부의 증표. 아기 윳쿠리 중에서는 마리쨔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족과 동료, 모든 소중한 것과 맞바꿔 손에 넣은 그 무게는, 끔찍할 정도로 하찮게 느껴졌다.

 

 

가늘고 길게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자, 레이무 한 마리가 도로 맞은편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려는 것이 보였다.

 

 

“늣, 늣, 늣, 느긋하게 서둘러”

 

 

한눈에 봐도 들윳쿠리였다. 장식은 여기저기 해지고, 귀밑털는 거칠어져 대나무 빗자루 꼴이었다.

발바닥에는 온갖 오물이 배어 아스팔트에 침식된 것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마. 하는 바람을 비웃듯, 레이무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차도를 건너 보도로 발을 디디려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다가오지 말라는 거제.”

 

 

마리쨔가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 레이무. 너한테 말하는 거제.”

“늣? 레이무는 느긋하게 있다구?”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다.

마리쨔는 땋은 머리로 이마를 짚고 싶어졌다.

일렬로 늘어선 지역 윳쿠리들이 저마다 무기를 언제든 뽑을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레이무는 아주 급하다구. 거기를 지나가게 해줘!”

 

 

긴박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말투였다.

그것도, 애초의 원흉이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여기는 지나갈 수 없는 거제. 지금은 공원에서 꽃놀이가 열리고 있는 거제. 들윳쿠리 따위는 초청 받지 않은 거제.”

 

 

마리쨔는 레이무를 가리키며 매몰차게 말했다.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애시당초 벚꽃 놀이에 어울리는 윳쿠리 따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직무상, 들윳쿠리는 철저히 얕보아야 했다.

 

 

“그것이 인간의 바람인 거제.”

“하지만 레이무의 아가야가 너무 힘들어 한다구. 거기를 지나가게 해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무는 귀밑털을 입에 쑤셔 넣었다.

잠시, 우물우물 입안을 뒤진 후 꺼내진 것은 한 마리의 레이뮤였다.

그것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깡마른 몸은 곶감처럼 시들었고, 움푹 팬 눈구멍은 생선 말린 것을 떠올리게 했다.

 

 

마리쨔는 외면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필사적으로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설령,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지나갈 수 없는 거제. 보도 씨에 들어오는 들윳쿠리가 있다면 죽이라고 들은 거제. 그러니 느긋하게 있지 말고 포기하는 거제.”

 

 

아까보다 더 강한 어조로 말하고, 마리쨔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다른 지역 윳쿠리들도 슬금슬금 움직여 레이무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이라도 상대가 연석에 올라서면, 그것이 신호다. 고무제 레이피어가 일제히 그녀의 야윈 몸을 꿰뚫을 것이다.

 

 

“느읏. 하지만 저기 공원 씨를 지나가지 않으면 산으로 돌아갈 수 없다구우.”

“느긋하게 있어. 레이뮤, 느긋하게 있어.”

 

 

“돌아가는 거제.”

 

 

레이무는 여전히 망설이는 듯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도와주는 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귀밑털로 머리를 감쌌다.

신음 같은 소리가 새어 나오고, 머리카락 사이로 엿보이는 눈동자에 결의의 불꽃이 켜졌다.

레이무가 움직이려는 기색. 마리쨔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고 싶어졌다.

 

 

“레이무는, 산으로, 돌아갈 거야! 아가야를, 구할 거야!”

 

 

아가야를 입에 물고, 레이무가 보도 위로 뛰어올랐다.

들윳쿠리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경계를, 밟아 넘은 것이다.

 

 

“전원! 공격하는 거제!”

 

 

마리쨔는 재빨리 호령을 내렸다. 땋은 머리가 내려쳐지는 것과 지역 윳쿠리들이 레이무에게 달려드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느갸아아아! 비켜어어어어! 레이무는, 산으로 돌아갈 거라구우우우!”

 

 

좌우에서 꼬챙이처럼 꿰뚫리면서도, 레이무는 전진을 계속했다.

그 초라한 몸 어디에, 그만한 힘이 있는지 신기할 정도의 박력이었다.

 

 

“비켜어어어어어어!”

 

 

레이무가 숨기고 있던 돌멩이로,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고 있는 앨리스를 후려쳤다.

하지만 그 일격은, 입가를 가린 레이피어의 가드에 막혔다.

 

 

“젠장! 비겁한 수를 쓰다니이이이!”

 

 

적의 주의가 좌우로 쏠린 틈을 타, 마리쨔는 정면에서 베어 들었다.

검 끝이 땅을 파낼 듯한 낮은 자세에서, 발바닥을 노리고 일직선으로 검을 휘두르자, 레이무의 하반신에 자로 그은 듯한 칼자국이 생겼다.

 

 

“느깃!?”

 

 

맹렬히 돌진하던 레이무가 눈을 부릅뜨고, 그 걸음을 멈췄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팥소가, 어둠 속에서 춤추는 분수처럼 호를 그렸다.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 그녀에게, 지역 윳쿠리들이 차례차례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아! 그만해애애애! 같은, 같은! 윳쿠리잖아아아아!?”

 

 

외치는 레이무에게 앨리스의 몸통 박치기가 직격했다.

부러진 이빨이 날아가고, 실처럼 늘어진 침이 도로를 적셨다.

일어서려는 레이무에게, 이번에는 반대 방향에서 첸이 참격을 내리쳤다.

 

 

어설프게 피하려 했기에, 칼끝은 이마 끝에서 파고들어 안구 뒤쪽을 긁고 뺨으로 빠져나갔다.

베어진 껍질이 벗겨져 올라가고, 그로테스크한 팥소가 노출되었다.

빙글 돌아간 한쪽 눈은 고여 있던 눈물과 함께 돌바닥에서 튕겨 나갔다.

 

 

“아, 가, 아가야... 아가야, 만은, 지킬 거야... 느긋하게, 지킬 거야!”

 

 

찢어질 듯한 기합을 내지르며, 레이무가 힘껏 귀밑털을 휘둘렀다.

마리쨔는 한 걸음 물러서 피했지만, 양옆을 지키던 앨리스와 첸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어째서 이 녀석들은 이렇게 굼뜬 건지, 순수하게 의문이 들었다.

 

 

레이무는 몸에 박힌 검은 칼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뒤집어 아가야를 혀끝에 올려 차도 쪽으로 내려놓았다.

 

 

“느긋하게, 느긋하게야. 아가야. 아가야만이라도, 도망쳐, 줘.”

 

 

머리카락 끝이 끊어진 귀밑털이 레이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러! 시러! 엄마도, 같이”

 

 

대답하려던 레이뮤를, 마리쨔의 발바닥이 짓밟았다.

 

 

“적당히, 하는 거제.”

“늣! 늣! 그늣!”

 

 

마리쨔의 밑바닥에서 레이뮤가 버둥거렸다.

얼굴이 땅바닥에 눌려 있어 제대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오로지 엉덩이만 흔들고 있었다.

 

 

“끈질긴 녀석인 거제.”

 

 

마리쨔는 더욱 체중을 실었다. 눌린 팥소가 레이뮤의 아냐루에서 방출되었다.

레이뮤의 움직임이 격렬해지고, 더러운 엉덩이는 물을 틀어놓은 호스처럼 미친 듯이 춤췄다.

하지만 그 힘도 점점 약해져 가더니, 이윽고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아! 아! 아가야! 느긋하게 있어! 아가야, 느긋하게 있어어어어!”

 

 

레이무가 가슴 찢어지는 통곡을 터뜨렸다.

원망이 담긴 눈초리로 마리쨔를 노려보며, 들으라는 듯이 이를 갈았다.

그 이빨이, 한 개, 또 한 개 입술 사이로 떨어져 나갔다.

 

 

“두고 보자아아아! 마리쨔! 앨리스! 체엔! 감히, 레이무의! 아가야를!”

 

 

“시끄러운 거제.”

 

 

울부짖는 레이무의 미간에, 마리쨔는 레이피어를 박아 넣었다.

 

 

“느피이이이이!”

 

 

고통에서 벗어나려 레이무가 크게 몸을 젖혔다.

온몸의 상처에서 팥소가 스며 나오고, 발밑의 오줌과 섞여 검은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얼른, 죽는 거제.

그것이, 그것만이! 들윳쿠리가 할 수 있는, 좋은 행동인 거제!”

 

 

땋은 머리로 슥슥 칼날을 돌려, 레이무의 체내 팥소를 휘저었다.

귀밑털과 혀가 독립된 생물처럼 사방팔방으로 날뛰고, 한쪽만 남은 눈이 가늘게 경련했다.

 

 

“느깃! 느갸아아아아아아앗!”

 

 

통곡하며 몸부림치는 레이무를 농락하듯, 마리쨔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상대의 중추팥에 칼끝을 대었다.

그럴 때마다 레이무는 울고, 외치고, 때로는 웃고, 기성을 지르며 온몸을 떨었다.

 

 

“느. 느늣.”

 

 

레이무가 비윳쿠리증에 걸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리쨔는 간헐적으로 경련하는 레이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 눈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급소를 찔러 간단히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첸과 앨리스를 돌아보며, 말없이 치우라고 지시했다.

 

 

마리쨔는 방금 자신이 죽인 레이무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힘이 다한 귀밑털은 레이뮤를 끌어안으려 한 듯 뻗어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에게 닿기에는, 그 머리카락은 너무나도 짧았다.

 

 

몇 번을 해도, 윳쿠리 죽이기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이 세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님에게 일을 받는 것만이 지역 윳쿠리의 행복이라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준수하지 않는 자는 밀고 당하고, 처벌받는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맑고 바르게 인간님을 위해 일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자는 용서 없이 밀고해야 한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가해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마리쨔가 이런 생각에 경도되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가족을 팔아넘겼기 때문이었다.

 

 

살짝 시선을 들어, 검은 모자챙 너머에 있는 잿빛 하늘을 바라본다.

분명 그날도 이렇게, 날씨는 지독히 흐렸다.

 

 

 

 

 

 

일을 마친 아버지가 방에서 불쑥 내뱉은 말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느우, 이제 이런 생활 싫은 거제.”

 

 

그 말을 들은 순간, 마리쨔는 팥소 깊숙한 곳에서 싸늘한 예감을 느꼈다.

만약 무리의 누군가가 방금 그 말을 듣기라도 했다면, 온 가족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어머니인 레이무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곧바로 마리사의 머리를 귀밑털로 쓰다듬으며, 어린아이를 달래듯 타일렀다.

 

 

“느, 마리사, 그런 말 하면 안 돼. 레이무들은 인간 덕분에 느긋하게 살 수 있으니까, 감사해야 한다구. 압도적, '감사' 라구. 마리사.”

 

 

“느응. 알고 있는 거제 레이무.”

 

 

대답과는 달리, 아버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밤중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미친 듯이 흐느껴 우는 그 모습은, 지역 윳쿠리 업무의 끔찍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미래 모습이기도 했지만, 마리쨔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한결같이 잠든 척하며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불면증 기미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그런 매일이 계속되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마리쨔가 잠자리에서 옆으로 누워 너구리 잠을 자고 있자, 부모님이 상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느, 몰래, 이야기하는 거제, 레이무.”

“느응, 몰래, 상담하는 거라구.”

 

 

소곤소곤 속삭이는 목소리는 오히려 마리쨔의 의식을 각성으로 이끌었고,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시켰다.

 

 

“이제, 마리사는 한계인... 거제.”

“느응느응. 레이무도, 마리사의, 느긋하지 못한 얼굴을 보는 건, 너무 슬프다구.”

 

 

등 뒤에서 들려오는 부모님의 목소리에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마리쨔는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시야에는 먹물 같은 칠흑만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친 얼굴은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결행은 내일인 거제, 레이무. 아가야를 데리고 이런 곳 떠나버릴 거제. 들윳쿠리가 되는 건 느긋하지 못하지만, 분명 어떻게든 될 거제.”

 

 

“느응. 무리에는 제대로 받아주는 거지?”

 

 

“괜찮은 거제. 저쪽 우두머리에게도 확실히 이야기는 해 둔 거제. 집이나 사냥터도 충분히! 있다고 하니, 살아갈 수 있을 거제. 생활은 힘들겠지만, 아마, 아니, 절대로 지금보다는 나을 거제.”

 

 

마리쨔의 심장부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고동이 부모님에게 들릴까 봐 불안할 정도로, 빠르고, 격렬하게.

 

 

탈주 따위, 성공할 리가 없다.

같은 짓을 꾸민 녀석들이 공개 처형되는 모습을, 마리쨔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봐 왔다.

마리사와 레이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자신들은 괜찮다고 자신만만해하는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애초에, 설령 성공적으로 빠져나갔다고 해도, 전 지역 윳쿠리가 들윳쿠리 무리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있다 해도, 기껏해야 응응 노예 취급이나 받는 게 고작일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

 

 

마리쨔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집을 빠져나와, 한밤중의 공원을 달려 대장인 요우무에게로 향했다.

포식종에게 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따위는 그때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잠자고 있던 대장을 두드려 깨우고 마리쨔는 단도직입적으로 고했다.

 

 

부모님이 탈주를 꾸미고 있다고.

 

 

다음날 아침, 아버지와 어머니는 광장 중앙에 십자가에 못 박힌 듯 매달려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커다란 압정 같은 기구에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꿰뚫리고, 주위를 다른 지역 윳쿠리들이 단단히 에워싸고 있었다.

집에서 사라진 마리쨔를 찾던 중 대장에게 붙잡혔다는 것은 처형이 끝난 후에 들었다.

 

 

구경꾼들을 헤치고 마리쨔가 나아가자 부모님은 그 얼굴에 증오를 드러냈다.

구속구의 가시는 중추팥을 피하고 있는 듯, 몸을 관통당한 것 외에는 부모님은 매우 건강했다.

 

 

“이 새끼! 감히, 감히, 마리사를 배신하다니! 지금까지 있는 힘껏 느긋하게 해주고, 키워줬는데, 감히, 감히!”

 

 

“어째서 엄마 아빠를 밀고, 같은 걸 한 거야!? 엄마는, 아가야를 그런 식으로 키운 기억 없다구!”

 

 

원망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마리쨔 곁에, 대장 요우무가 다가와 관객들을 둘러보았다.

 

 

“제군, 지역 윳쿠리, 제군.”

 

 

요우무가 청중에게 말을 건넸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모인 윳쿠리들에게 스며들었다.

아까까지 울부짖던 부모님조차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두 마리의 윳쿠리는 어리석게도 인간님에게 반기를 들고, 탈주를 시도한 게스다.”

 

 

요우무는 중추팥 비대화 처리인가 하는 것을 받은 만큼, 말투는 명료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제군, 우리는 늘 거대한 모순과 싸우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게스를 영원히 느긋하게 해주는 것 즉, 윳쿠리 죽이기이다.

보통의 윳쿠리에게는 느긋하지 못한 일이다. 제군들의 중추팥에도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윳쿠리 죽이기는, 느긋하지 못하다고. 그리고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는, 게스라고도.

그렇다면, 우리는, 게스인가?"

 

 

요우무는 일단 거기서 말을 끊었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정적을 두드러지게 했다.

마리쨔는 침을 삼키며 그 다음을 기다렸다.

 

 

"아니다! 단연코, 아니다!

우리는, 게스가 아니다!

왜인가!?

그것은, 우리, 지역 윳쿠리가, 인간님을 위해, 충성을 다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들윳쿠리가 아니다. 야생도 아니다. 자랑스러운, 지역 윳쿠리인 것이다!

인간님을 위해 일하는, 자랑스러운, 지역 윳쿠리인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요우무에 화답하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 요우무는 연설을 계속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이 두 마리는, 인간님을 배신했다.

설령, 어떠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놈들은 게스다! 게스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행위를, 용서한다면, 우리 또한 게스이다. 완전히! 게스인 것이다!”

 

 

요우무는 칼을 뽑아 칼끝을 땅에 내리쳤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고, 관중이 헉 숨을 삼켰다.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 그녀들을 노려보며, 침묵이 장소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자, 요우무는 훗 하고 뺨을 풀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제군.

우리는 게스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오늘 자랑스러운 동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제군! 이 마리쨔를 보라!"

 

 

요우무가 시선으로 마리쨔를 보라고 재촉했다. 시선이 집중되고, 극도의 긴장이 몸을 뜨겁게 달궜다.

 

 

"이 마리쨔는, 바로, 영웅이라 부르기에 어울리는 인재이다.

이 어리석은 두 마리의 음모를 우리가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진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군, 지역 윳쿠리, 제군. 우리는, 게스가 아니다. 이 두 마리는, 게스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윳쿠리는, 인간님을 위해, 게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군가가 불쑥 중얼거렸다.

 

 

“제재.”

 

 

다른 누군가가 그에 따라 같은 말을 반복한다.

목소리와 목소리가 겹쳐지고, 처음에 내뱉어진 말은 점차 커져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나갔다.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열광은 순식간에 군중을 감싸 안고, 그녀들을 하나의 생명체로 변모시켰다.

마리쨔 역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대사를 일심불란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렇다! 제재! 인 것이다!”

 

 

요우무가 일갈했다.

지역 윳쿠리들이 포효했다.

찌릿찌릿 피부를 떨게 하는 그 큰 소리가 마리쨔의 중추팥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요우무는 관객들에게 등을 돌리고, 처형용 고무제 레이피어를 마리쨔에게 내밀었다.

입으로 받은 그 무기는, 생명의 무게를 칼날 위에 얹은 듯, 묵직하게 이빨에 눌려왔다.

 

 

“자, 모두들, 주목하라! 지금부터, 게스에 대한, 제재를 거행한다!”

 

 

요우무가 드높이 선언했다.

지역 윳쿠리들이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강하고, 크게, 마리쨔에게 호소하듯 청각 기관을 두드리고 있었다.

 

 

구속된 부모님은 겁에 질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리쨔가 한 걸음 나아가자, 아버지는 싫다는 듯 그 자리에서 몸을 흔들었다.

물론, 그 정도로는 구속구가 풀리지 않았고, 비참함을 강조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었다.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제재!”

 

 

마리쨔가 무기를 겨누었다.

부모님이 무언가를 외쳤다. 광란하는 군중의 함성이 순식간에 그것을 삼키고 지워버렸다.

신기하게도, 부모를 죽인다는 행위에 대한 공포는 조금도 없었다.

단지, 죽여야 한다는 사명감만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제재!”

 

 

아버지의 발바닥을 겨냥하고 몸을 낮추자, 마리쨔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검은 칼날을 내밀었다.

 

 

폭발하는 듯한, 갈채.

 

 

날카로운 끝이 아무런 저항 없이 껍질을 찢고 체내 팥소에 도달했다.

끈적하게 얽히는 듯한 체액의 감촉이 칼날을 통해 혀끝에 스며들었다.

 

 

“느기이이이이이이! 아파! 아파아아아!”

 

 

아버지가 몸을 꿈틀거렸다. 그 바람에 상처가 벌어지고, 검은 줄기가 몸을 타고 흘렀다.

기구에 꿰매진 땋은 머리가, 줄넘기처럼 흔들렸다.

 

 

“훌륭하다!

자, 마리쨔, 이어서, 레이무를 제재하라!”

 

 

어느새 뒤에 서 있던 요우무가 위압적으로 명령했다.

마리쨔는 말하는 대로 레이무 쪽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얼굴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양심이 아픔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꾹 눈을 감고,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찌르기를 날렸다.

 

 

푹, 하고 싫은 소리가 나고, 비단 찢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느냐아아아아아아아!”

 

 

살짝 눈꺼풀을 뜨자, 레이무는 마무마무를 꿰뚫리고 가늘게 경련하고 있었다.

악물린 이빨 사이로 고통의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고, 입가에서는 침이 거품이 되어 뿜어져 나왔다.

 

 

얼굴은 생기가 사라져 창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글이글 빛나는 두 눈은 증오를 불태우며 똑바로 마리쨔를 꿰뚫고 있었다.

 

 

“레이무의 느긋한, 마무마무가! 감히, 감히! 너 따위! 낳지 말았어야 했어! 이렇게 느긋하지 못한, 아가야 따위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원망을 토해내는 레이무의 얼굴은 추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마리쨔는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참고 그 시선을 받아냈다.

눈동자를 피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단순한 고집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자, 제군, 지역 윳쿠리, 제군.

마리쨔가, 훌륭하게 본때를 보여주었다.

그럼, 다음은, 제군들의 차례다.”

 

 

요우무가 노래하듯 말하자, 지역 윳쿠리들은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터져 나온 함성에 기가 죽은 듯, 부모님이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역 윳쿠리들의 흥분은 더욱 고조되었다.

서로 앞다투어 레이무와 마리사에게로 몰려들어, 제멋대로 무기를 찔러 넣었다.

 

 

폭도로 변한 놈들에게 둘러싸여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지는 가운데, 팥소가 뿜어져 오르고 절규가 메아리쳤다.

 

 

“느갸아아아아아아! 그만둬! 그만두는 거제에에에에에에에!”

 

 

언제나 마리쨔를 쓰다듬어 주던 아버지의 땋은 머리가, 잘려 날아갔다.

 

 

“그만해줘! 레이무를 괴롭히지 말아줘! 아야아야 하지 말아줘! 아파아아아아아!”

 

 

잠 못 이루던 밤, 다정한 자장가를 불러주던 입이 찢겨 나갔다.

 

 

“이제 싫어어어어어! 마리사의 모자, 돌려줘어어어어어어어!”

 

 

산책할 때 마리쨔를 태워주던 커다란 검은 모자가, 정성스럽게 잘게 썰렸다.

 

 

“그만해애애애! 뾰족뾰족씨는 느긋하지 못해애애애! 느갸아아아아!”

 

 

화장실 다녀온 후, 할짝할짝 해 주던 혀가 두 동강 났다.

 

 

제재는 그 후, 장시간에 걸쳐 계속되었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원형이 사라지고, 더 이상 상처 입힐 곳이 없어져도, 처형자들은 칼날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제재당하는 게스에게 동정하고 있다고라도 생각되면, 다음은 자신이 제재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도할 정도의 폭력으로, 자신이 인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마리쨔는 부모님을 어리석다고 생각했고, 구제 불능의 팥소뇌라고 단정했다.

지역 윳쿠리 제도에 비추어 생각하면, 부모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뻔히 알고 있었고, 죽어준 편이 속 시원하다고까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집에 처음 돌아왔을 때, 비로소 자신이 잃은 것의 크기를 자각했다.

밀고로 손에 넣은 지위도, 넓어진 방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하늘이 저녁놀에 물들 무렵, 마리쨔는 일을 마치고 공원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미 꽃놀이는 끝난 듯,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광장 중앙에는 지역 윳쿠리들이 정렬해 있었고, 그 정면에는 대장 요우무와 보좌 파츄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잠시 후, 입구 쪽에서 노인 한 명이 나타났다.

불안정한 발걸음으로 지역 윳쿠리들 앞까지 걸어오더니, 슬며시 벤치에 걸터앉았다.

즉시, 대장 요우무가 목소리를 높였다.

 

 

“전원! 경례하라!”

 

 

명령대로, 윳쿠리들은 부동자세를 취했다.

 

 

“이야, 괜찮아 괜찮아. 편하게들 있어.”

 

 

맥 빠진 말투로, 노인은 미소를 보였다.

 

 

“자아, 뭐부터 이야기할까나.”

 

 

그는 이 지역 윳쿠리의 관리인을 맡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지간한 학대파 오니상보다 무서운 인물이다.

 

 

“그래. 오늘은, 내가 전쟁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하자꾸나.”

 

 

그 이야기는 셀 수 없을 만큼 들었다.

아무래도 이 노인은 약간 치매기가 있는 듯,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이다.

그것만이라면 아직 괜찮지만, 그 내용이 거의 없는 데다 끔찍하게 길었다.

 

 

마리쨔에게는 일보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더 우울한 시간이었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발음으로, 노인은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밀려오는 졸음과 싸우면서, 마리쨔는 필사적으로 자세를 유지했다.

만약 하품이라도 한 번 했다가는, 틀림없이 즉각 제재를 당할 것이다.

 

 

“그래서, 상관이란 놈이 말이지. 이놈이 고약한 놈이라서, 내가 맘에 안 들었는지, 뭔가 있기만 하면 날 바로 때려눕혔는데, 뭐, 그 상관이 말이야. 오오, 그래 중요한 걸 말 안 했는데, 이 상관이 얼마나 고약한 놈이냐면 말이지.”

 

 

뺨 안쪽을 깨물고, 눈꺼풀을 부릅뜬 채, 최면술 같은 노인의 자기 자랑을 흘려듣는 동안, 마리쨔는 무아지경에 이를 듯한 기분이 되었다.

고행과 같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남자의 이야기는 끝을 고했다.

 

 

“그때 먹었던 파츄리가 맛있어서 말이지. 그 후로는, 나는 윳쿠리라고 하면, 파츄리라고 정해놨다네. 그렇지, 파츄리.”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츄리는 조심스러운 미소를 돌려주었다.

유일하게 이 무리에서 한자를 읽을 수 있는 만큼, 어딘가 지성을 느끼게 하는 미소였다.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나.”

 

 

하늘을 바라보며 노인이 중얼거렸다.

마리쨔가 겨우 해방된다고 안도한 순간, 노리고 있었다는 듯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모처럼이니. 그 전에 하나, 내가 전쟁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하자꾸나.”

 

 

절망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졸도할 것 같은 몸으로, 간신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반쯤 무의식적으로 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기운을 북돋우려 이를 악문 순간, 혀끝을 깨물어 버려 팥소 맛이 입안에 퍼졌다.

 

 

모자 너머로 눈을 부릅뜨고, 마리쨔는 노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미소를 띤 그 얼굴에는, 어떤 악의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남자는, 치매다.

마리쨔는 그렇게 확신했다.

 

 

긴 이야기는 자장가처럼 울려 퍼졌고, 몇 마리의 윳쿠리가 부주의하게 졸았다.

그것을 발견할 때마다, 대장 요우무가 날아와, 상대가 아기 윳쿠리라 할지라도 용서 없이 베어 버렸다.

 

 

노인은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면서도, 결코 보고 있지는 않았고, 끝없이 자신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미 땅거미가 공원을 삼키고 있었다.

하늘을 가린 비구름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럼, 오늘은 슬슬 돌아가 볼까나. 파츄리.”

 

 

노인은 일어서서 파츄리를 안았다.

그녀는 노인의 애완 윳쿠리이기도 한 것이다.

 

 

“너희들, 오늘은 거기서 느긋하게 있도록 해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고, 노인은 귀갓길에 올랐다.

그 등 뒤로 지역 윳쿠리들이 목소리를 맞춰 인사했다.

 

 

“인간님! 감사합니다!

윳쿠리가!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인간님 덕분입니다!

오늘도! 인간님를 위해! 아주! 많이! 일하게 해주셨습니다!

인간님! 감사합니다! 인간님! 감사합니다!

인간님! 감사합니다! 인간님! 감사합니다!”

 

 

마리쨔는 큰 소리로 외치면서, 슬쩍 벤치 아래로 이동했다.

 

 

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지역 윳쿠리들은 일제히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것을 대장 요우무가 불러 세웠다.

 

 

“기다리게. 제군.”

 

 

모두의 시선이 대장에게 모였다.

 

 

“제군들은 거기서 느긋하게 있도록. 그것이 인간님의 명령이다.”

 

 

“늣?”

“무슨 소리 하는 거제?”

“모르겠다구-. 어째서 집에 돌아가면 안 되는 거냐구-”

 

 

“다시 말하지만, 인간님는 분명히 이렇게 명하셨다.

「오늘은 거기서 느긋하게 있으라」고. 그러므로 제군은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우리가 여기서 느긋하게 있는 것이 인간님의 바람이다.”

 

 

지역 윳쿠리들 사이에 당혹감이 퍼졌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소리 없이 상의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떨기 시작하는 녀석도 있었다.

 

 

비구름은 아까보다 더 검게 변해, 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리쨔는 벤치 아래서 남몰래 웃고 있었다.

그 노인이 헤어질 때 한마디를 들었을 때부터, 이렇게 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대장 요우무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융통성이 없는 성격으로, 인간님 한 말이라면 뭐든지 기어코 수행하려 한다.

평소에는 참모인 파츄리가 제동 장치 역할을 하지만, 일이 끝나면 그녀는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폭주를 막을 자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한 거제.”

 

 

항의하려 어떤 마리사가 요우무에게 따지려 다가선 순간,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느긋!”

 

 

마리사가 짧게 신음하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미간에는 고무제 단검이 밑동까지 박혀 있었다.

아무리 봐도 치명상이었다.

 

 

“반복한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제군.

인간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 요우무, 스스로가 제재한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요우무의 장식에는 엄청난 수의 단검이 꽂혀 있었다.

지역 윳쿠리들은 벌벌 떨며 그 자리에서 경직되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후두둑. 한 방울의 물방울이 땅을 때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비는 기세를 더해, 눈 깜짝할 사이에 억수 같은 비가 되었다.

가로등이 켜진 가운데, 세상을 하얗게 칠할 듯한 호우가 취약한 만쥬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빗소리에 섞여 오열과 고함, 절규 등이 울려 퍼졌다.

 

 

“싫은 거제! 죽고 싶지 않은 거제에에에에에! 모처럼! 모처럼! 지역 윳쿠리가 되었는데에에에에!”

“레이무의 리본 씨가 녹는다아아아! 아가야가아아아아아! 귀밑털 씨가아아아!”

“이런 건! 도시파가 아니야아아아아아! 촌뜨기라고! 그 인간은! 촌뜨–”

 

 

하얀 커튼 같은 비 너머로, 앨리스의 실루엣에 단검이 꽂혔다.

요우무의 재빠른 솜씨가 그녀를 처리한 것이다.

제재를 마치자, 요우무는 다시 폭포 수행 중인 승려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마리쨔는 벤치 아래에서 몸을 작게 웅크리고, 되도록 젖지 않는 위치로 몸을 옮겼다.

간부가 된 윳쿠리는 체내에 오렌지 구미가 심어져 있어, 약간의 상처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래서 마리쨔도 조금 빗방울에 노출된다고 죽지는 않지만, 몸이 작기 때문에 감기에 걸릴 가능성은 높았다.

 

 

요우무처럼 온갖 처치를 받았다면 건강상의 문제와는 무관하겠지만, 마리쨔는 절대로 그녀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

 

 

비는 내리기 시작했을 때처럼, 금방 그쳤다.

지역 윳쿠리는 절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눈은 공허하여 거의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느느핏.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거지요?”

 

 

레이뮤 한 마리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듯 물었다.

그녀의 어미로 보이는 레이무는, 그녀를 귀밑털로 단단히 안고, 자신의 장식을 우산 삼아 딸을 비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안 된다.”

 

 

요우무가 즉답했다.

마리쨔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대로의 대답이었다.

 

 

“느... 이상해요. 이런 건. 이제 일은 끝났는데.”

 

 

레이뮤의 항의에 요우무의 시선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대장은 상대가 아기 윳쿠리라고 해서 정을 베풀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황급히 레이무가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아가야, 괜찮아, 그러니까 말야. 이제 곧, 느긋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

 

 

“느으... 이제 곧, 이제 곧이라니, 언제가 되는 거야?

레이뮤는, 언제,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거야?

비 씨는, 조금도, 느긋하지 못했다구.

게다가, 여기는, 아주 냄새난다구! 전혀!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구!”

 

 

윳쿠리 시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레이뮤의 입을, 어머니가 억지로 막았다.

요우무의 예리한 눈동자는 레이무마저 꿰뚫고 있었다.

 

 

“아이의 잘못은 부모의 책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레이무.”

 

 

불길한 말을 속삭이며 단검으로 혀를 뻗었다.

요우무가 레이무마저 제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레이무는 레이뮤와 요우무를 몇 번이고 번갈아 보았다.

 

 

귀밑털에 틀어막혀 버둥거리는 사랑하는 딸과.

레이무 모녀를 죽이기 위해 칼자루를 움켜쥔 대장을.

 

 

그녀 안에서 모성과 생존 본능이 갈등하고 있을 것이라고, 마리쨔는 상상했다.

이대로는 모녀 모두 제재당한다. 싸워도 승산은 없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레이뮤가 처단되는 것은 눈에 보인다.

그리고 오직 하나,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남은 것은, 그것을 실행할 정신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요우무가 투척 자세에 들어가려던 그 찰나, 레이뮤는 안면부터 흙탕물에 내동댕이쳐졌다.

 

 

“아가야! 말 안 들으면, 제재야!”

 

 

비에 젖은 레이무의 얼굴을 몇 줄기의 물이 타고 흘렀다.

그중에는 눈물도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왜, 왜!? 어째서!? 하늘을 나는 것 같아!”

 

 

귀밑털로 단단히 붙잡힌 레이뮤가 공중에 떠올라, 다시 정수리부터 땅에 격돌했다.

 

 

“느보아아아아!”

 

 

흙탕물 속에 작은 몸이 절반쯤 잠기고, 튀어나온 엉덩이에서 아주 조금, 응응 씨가 빼꼼 나왔다.

 

 

“인간 씨의, 말을 듣지 않는, 게스는, 느긋하게 죽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레이무는 귀밑털을 내리쳐 레이뮤를 때렸다.

진흙과 물보라가 흩날리고, 거기에 팥소가 섞여 웅덩이에 검은 얼룩을 남겼다.

물소리와 레이뮤가 물속에서 외치는 소리가 뒤섞여, 어두운 공원에 스며들었다.

 

 

“있지! 인간 씨를 위해! 일할 수 없다면! 이렇게 되는 거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가르쳐줬잖아!”

 

 

울면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레이무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 딸을 계속해서 때렸다.

몸은 뭉개지고, 눈알 같은 것이 가로등의 희미한 빛에 비쳐 탁한 수면에 떠 있었다.

장식만이 거의 상처 없는 것은, 어머니가 보여주는 마지막 애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윳쿠리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 씨를 위해서야! 인간 씨를! 느긋하게 해주지 못한다면! 윳쿠리가 아니라! 그냥! 음식물 쓰레기인 거야!”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한 일격을 완전히 변해버린 레이뮤에게 내리치고, 레이무는 요우무 쪽으로 돌아섰다.

 

 

“이걸로, 레이무는, 살려주는 거지?”

 

 

그 표정은 몹시 기묘했다.

얼굴은 완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쪽 눈에서는 억수같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 된다.”

 

 

요우무는 짧게 내뱉고 단검을 던졌다.

그 칼끝은 빨려 들어가듯 레이무의 안면 중심에 박혀 중추팥에 달했다.

꿀꺽꿀꺽, 팥소를 토해내며 레이무가 무너져 내렸다.

 

 

급속히 빛을 잃어가는 양쪽 눈의 초점을 요우무에게 맞추고, 단 한마디 물었다.

 

 

“어째서–?”

 

 

“인간「님」라고 불러라. 쓰레기 놈.”

 

 

그 대답이 들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숨이 끊어진 레이무는 털썩 옆으로 쓰러져,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광기의 대기 행동은 날짜가 바뀔 때까지 계속되었다.

마리쨔는 무사했던 지역 윳쿠리들과 함께 시체를 치운 뒤, 몸의 오물을 씻어내고 서둘러 귀가했다.

 

 

방에서 느긋하게 푸드를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았다.

역시, 이 세계는 미쳐있다고 생각한다.

 

 

미친 세상에서 광기를 계속 연기하는 자신은, 과연 제정신인 걸까.

제정신과 광기의 경계는 몹시 애매하고, 게다가 이쪽이 가만히 있어도 경계 그 자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움직여 버릴 때가 있다.

그리고 어느새 제정신과 광기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마리쨔는 지역 윳쿠리 간부가 된 이후, 그런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모든 것은 인간의 사정에 좌우되는 것이다.

 

 

사색에 잠기면 눈이 맑아져 잠들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마리쨔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웠다.

이 침대는 마리사 종의 검은 모자를 가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기 윳쿠리 때, 아버지에게 모자챙에 태워졌을 때 같은 안심감이 마리쨔를 감쌌다.

 

 

감기려는 눈에 비치는 테이블은 코타츠무리의 코타츠를 재활용한 것.

그 위에 놓인 식기는 마리사츠무리의 조개껍데기를 재료로 만들어진 것.

현관 매트는 레이무 종의 리본으로, 화장실은 첸의 모자로 만들어졌다.

 

 

화장지에는 다양한 장식의 자투리가 사용되고 있다.

늘 입에 대는 푸드조차, 식용 윳쿠리가 원료다.

그것들에는 사취 제거 처리가 되어 있어, 싫은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어차피 마리쨔가 무엇을 하든, 윳쿠리는 이용당하고 죽는다.

그렇다면 이용하는 편에 서서 뭐가 나쁘다는 건가. 부모님을 밀고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마리쨔는 이 세상에 없다.

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집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간부가 아닌 지역 윳쿠리의 생활 따위는 비참한 것이다.

가구조차 없는, 비에 약한 골판지 집에서 습기에 시달리며 생활하는 건, 마리쨔에게는 딱 질색이었다.

 

 

이 세상은 결국 잡아먹느냐, 잡아먹히느냐인 것이다.

자신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제정신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는 동안, 마리쨔의 의식은 흐려졌다.

 

 

다음날, 인간이 일요일이라고 부르는 날.

마리쨔에게는 날짜 따위 읽을 수 없지만, 간부에게 지급되는 달력에 하루에 한 번 표시를 함으로써, 이 날만은 파악하고 있었다.

이 일요일이 두 번 왔을 때, 지역 윳쿠리는 쉴 수 있다.

 

 

광장에 모인 윳쿠리들 앞에서 파츄리가 인간으로부터 온 편지를 읽어 내렸다.

휴일을 알리는 글귀는 늘 똑같다. 나이 먹은 관료 특유의 딱딱하고 어딘가 어색한 문어체까지 완전히 일치했다.

 

 

“평일 봉사에 귀 윳쿠리들 노고 치하. 불철주야 과로 걱정. 휴식 반드시 요망.

느긋하게 휴일 향유 권고. 죽어라 격무에 지쳤을 윳쿠리들에게.”

 

 

파츄리의 목소리는 가늘지만, 잘 울려 퍼졌다.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꽤 있었지만, 마리쨔는 무시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어제 상당한 수가 줄었을 터인 지역 윳쿠리는 원래 규모를 되찾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일이 몇 번 있었지만, 역시 윳쿠리는 멋대로 돋아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리쨔는 연일 이어지는 업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경계를 넘어 공원에 들어오려는 들윳쿠리를 죽이는 일에도 더는 마음 아파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구제를 행하는 자신과 그것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자신으로 정신이 분열되어 버린 것 같았다.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는 날이 되어, 마리쨔는 묘한 윳쿠리와 만났다.

겉모습은 아주 평범한 레이뮤였지만, 이쪽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지역 윳쿠리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마리쨔가 경비하고 있던 곳은 산과 공원 사이의 입구였다.

아마 레이뮤는 산에 있는 무리에서 온 것이리라.

숲을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면, 지역 윳쿠리에 관한 지식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거기 레이뮤, 멈추는 거제.”

 

 

마리쨔는 레이뮤에게 경고를 보냈다.

되도록 위압적으로 들리도록 노력한 목소리를, 레이뮤는 산들바람처럼 받아들였다.

악의 따위에는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늣? 느긋한 마리쨔네. 레이뮤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정면으로 칭찬을 받아, 마리쨔는 하마터면 얼굴을 붉힐 뻔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다른 지역 윳쿠리들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느끼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 경계를 넘으면 제재하는 거제.”

 

 

마리쨔는 레이뮤의 발밑에 그어진 선을 땋은 머리로 가리켰다.

낙엽투성이인 아스팔트에 분필로 반원이 그려져 있었다.

 

 

“제재? 제재는 느긋하지 못하다구. 하지만, 친구인 첸에게 부탁받았다구. 여기 공원에 들어가 보라고.”

 

 

진심으로 곤란한 표정을 짓는 레이뮤를, 마리쨔는 아연실색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아무래도 진짜 팥소뇌인 모양이다.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마 그 첸이라는 녀석은 이 레이뮤를 지역 윳쿠리에게 제재시키고, 그것을 그늘에서 바라보며 느긋하게 있으려 하는 것이겠지.

 

 

마리쨔가 주위에 시선을 돌리자, 맞은편 덤불이 부자연스럽게 술렁거렸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두 갈래 꼬리가 삐죽 나와 있었다.

 

 

“레이뮤, 너, 완전히…”

 

 

“맞아! 첸도 몰랐던 거야!”

 

 

속고 있다고 알려주려던 마리쨔는 또다시 말을 잃었다.

이 녀석은, 뭘, 말하고 있는 거지.

 

 

“여기를 넘으면 제재라고, 첸도 몰랐던 거야.

레이뮤, 첸에게 알려주고 올게! 마리쨔도 알려줘서 고마워.

역시 마리쨔는 느긋하네!”

 

 

활짝 웃음을 터뜨리며 땋은 머리를 흔들면서 산으로 뛰어가는 레이뮤를, 마리쨔는 망연자실하게 배웅했다.

 

 

“뭐였던 거제, 저 녀석은.”

 

 

“앨리스도 모르겠어.”

 

 

신입 앨리스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마리쨔는 그에 답하듯 말을 이었다.

 

 

“뭐, 하지만, 게스같은 윳쿠리도 있는 법인 거제.

저런 레이뮤를 속여서 다른 윳쿠리에게 제재시키려 하다니.”

 

 

의식을 첸이 숨어있는 덤불 쪽으로 향했다.

바람도 없는데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분명 떨고 있는 것이리라.

 

 

“만약 그런 윳쿠리를 발견하면, 설령 경계를 넘지 않았더라도, 이 마리쨔가…”

 

 

고무제 레이피어로 땅을 베어 가르며, 돌멩이를 은신처 쪽으로 던졌다.

한심한 소리가 울리고, 지금까지보다 더 심하게 가지가 흔들렸다.

 

 

“제재엣! 해주는 거제!”

 

 

“느냐아아아아아! 모르게써어어어어!”

 

 

일갈하자, 첸은 허둥지둥 도망쳤다.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산길을 달려 올라갔다.

그 모습이 작아지는 것을 지켜보고, 마리쨔는 오랜만에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느꼈다.

 

 

돌아가는 길에 앨리스는 왠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균형을 잃고 있었다.

어째서 이 지역 윳쿠리에게는 이렇게 운동 신경이 둔한 녀석이 많은 걸까 하고, 마리사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리쨔는 머지않아 성체가 되었다.

간부로서의 느긋한 생활과 풍부한 영양이 그녀의 성장을 촉진시킨 것이다.

앳됨이 사라진 자신의 얼굴을 지급품 거울로 바라보면서, 언젠가 만났던 그 순진한 레이뮤도 성체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어느 날, 업무를 마친 후 마리사는 습관에 따라 광장에서 정렬하고 있었다.

대장 요우무와 참모 파츄리는 늘 그렇듯 미동도 하지 않고 지역 윳쿠리들 앞에 서 있었다.

 

 

이윽고 공원 입구에서 관리인인 노인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오늘도 전쟁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야 할 것이라고, 체념에 가까운 각오를 다지고 있던 마리사는 아주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노인의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빨랐다. 발걸음도 확고했다. 하지만 그 눈은 어째선지 파츄리에게만 쏠려 있었다.

 

 

“나는 말이지, 윳쿠리는 파츄리라고 정해놓고 있어서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후, 노인은 불분명한 발음으로 무언가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그것이, 노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명료한 말로서 마리사의 중추팥에 전달되어 왔다.

그 의미를 이해했을 때, 마리쨔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그것은 저주와 같은 낮은 중얼거림.

게다가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독경과 같은 불길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파츄리다.”

 

 

남자는 침을 흘리고 있었다.

동공은 수축하고, 두 눈은 저녁놀의 붉은빛을 담아 짐승처럼 빛나고 있었다.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모습이었다. 치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진행되어 버렸다고 확신했다.

 

 

“–파츄리다.”

 

 

씨익 웃으며 노인은 달려들 듯이 파츄리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크게 입을 벌려 그녀의 왼쪽 눈을 물어뜯었다.

 

 

“느아아아아아아아!”

 

 

고통에 신음하는 파츄리의 높은 목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땋은 머리를 마구 휘두르고, 앞뒤 구멍에서 끊임없이 분뇨를 흘렸다.

체내 팥소와 오물이 뒤섞인 액체가 노인의 발밑을 질퍽하게 적시고, 그 앞에 늘어선 지역 윳쿠리들의 얼굴에도 물보라를 튀겼다.

 

 

아기 윳쿠리들은 통곡하고, 그중에는 팥소를 토해내는 녀석도 있었다.

그것을 부모가 어떻게든 막으려 필사적으로 땋은 머리나 귀밑털로 아이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이 더 큰 구역질을 불러일으켰다.

 

 

노인은 소년 같은 미소로 파츄리를 찢어, 묵묵히 입으로 계속 옮기고 있었다.

뿌리부터 끊긴 땋은머리가 툭 떨어지고, 튕겨 나간 장식이 땅바닥을 굴렀다.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구멍투성이가 되고, 군데군데서 생크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성을 느끼게 했던 눈은 절반이 물어뜯겨 하얗게 흐려졌고, 남은 쪽 눈도 어딘가 공허하여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이빨은 몇 개 뽑히고, 혀는 지저분하게 입가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괴무리야ㅇ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맨 앞줄에 있던 마리쨔가 절규하며 팥소를 토했다.

그 때 파츄리의 몸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남은 껍질이 발밑에 펼쳐졌다.

 

 

“느, 느힛, 느, 느!”

“아가야! 팥소, 토하면, 안 돼애애애애애애!”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려 노력하는 마리쨔를, 어머니인 레이무가 응원했다.

 

 

“느긋하게, 아가야, 느긋하게야.”

 

 

이토록 무의미한 격려가 또 있을까.

마리사가 먼 곳의 사건을 생각하듯, 마음속으로 그녀의 행위를 평하고 있자, 마리쨔가 유난히 크게 입을 벌렸다.

 

 

“칵! 카, 칵!”

 

 

몇 번 헛구역질하고 흰자위를 뒤집는가 싶더니, 마리쨔는 세차게 그것을 토해냈다.

 

 

마리쨔를 복주머니처럼 변형시키며,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스르르 나타난 것은 둥글고 광택 있는 중추팥이었다.

검은 수정 같았던 그것은 흩뿌려진 토사물에 닿자 흔적도 없이 부서져 사라져 버렸다.

 

 

“싫어어어어어어! 아가야, 영원히 느긋하게 되면, 싫어어어어어어!

어디!? 어디!? 아가야의, 중추팥! 어디!?”

 

 

레이무는 미친 듯이 귀밑털로 토사물을 퍼냈다.

그 안에 있는 중추팥을 찾고 있는 듯했지만, 그 얼굴에서는 이미 제정신은 사라져 있었다.

 

 

비슷한 광경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리사는 지금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최선일지 필사적으로 계산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장 요우무조차 얼어붙은 듯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때, 문득 파츄리가 얼굴을 들었다. 허공을 응시하던 한쪽 눈이 확실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의식을 되찾은 듯했다.

얼마나 불운한 것인가 하고, 마리사는 역시 동정했다.

 

 

파츄리는 한쪽만 남은 땋은 머리를 노인의 손으로 뻗어,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에 겹쳤다.

식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겠지 하고 마리쨔가 생각하고 있자,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

 

 

“파츄리는, 맛있습니까?”

“맛있구먼. 맛있어. 역시 윳쿠리는 파츄리가 최고야.”

 

 

노인은 파츄리에게 대답한 것은 아닌 듯했다.

단순한 혼잣말이 우연히 질문과 겹쳤을 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파츄리는 마음 깊이 기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 감사합니다! 인간님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파츄리는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잠꼬대처럼 감사를 계속 말하는 파츄리가 노인의 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 먹혀서 행복합니다아아아아아!”

 

 

황홀한 표정으로 녹아내릴 듯한 교성을 지르는 파츄리의 모습은 도저히 연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한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발달했을 터인 중추팥에는 도대체 어떤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일까.

 

 

“파츄리는! 파츄리는! 인간님을 위해! 태어나! 일하고! 죽어서! 행복했습니다!”

 

 

측두부를 파헤쳐지면서 파츄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광경을 보고, 마리사는 불각에도 숨겨왔던 본심을 흘리고 말았다.

 

 

“저... 녀석, 미친거제.”

 

 

그 한마디가 주위를 기이한 정적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역 윳쿠리들의 혼란스러운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노인의 씹는 소리만이 울렸다.

대장 요우무가 마리사를 뱀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파츄리 역시 먹히면서 하나뿐인 보라색 눈을 마리사에게 향하고 있었다.

 

 

“거기, 마리사. 당신.”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하며 파츄리가 마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에게서 간부 자리를 박탈합니다!”

 

 

대장 요우무는 한 번 파츄리에게 시선을 던진 후, 마리사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그 직후, 파츄리의 중추팥은 노인의 이빨에 물어뜯겨, 그녀는 영원히 느긋하게 되었다.

 

 

생크림투성이가 된 채 돌아가는 노인을 배웅하면서, 왜 자신만이 처벌받은 것일까 하고 마리사는 의문을 느꼈다.

다른 윳쿠리들도 인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자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자신만이.

 

 

간부 자리에서 쫓겨난 마리사는 우선 이사를 명령받았다.

그렇다고 해도 짐을 꺼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 간부들에게 끌려 새로운 집으로 향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여기에 살으십시오.”

 

 

간부 앨리스에게 그렇게 들어도, 마리사에게는 그것이 집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비바람에 젖어 변색되고 형태가 무너진 골판지의 잔해가 그곳에 있었다.

표면의 두꺼운 종이가 조금 벗겨져 내부 구조가 노출되어 있었고, 아래쪽은 심지어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애초에 언덕길 중간이라는 위치가 윳쿠리가 살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그럼, 힘내세요.”

 

 

비웃듯이 말하고 앨리스는 왔던 길을 돌아갔다.

춤이라도 추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저 녀석은 마리사가 간부에서 빠지면서 순위가 올라 지금 자리에 오른 것이니까.

 

 

마리사는 차라리 노숙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명령을 어기면 제재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이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제의 문제 덕분에 오늘은 쉬는 날이 되었다.

평소의 그 딱딱한 편지가 전해진 것은 아니고, 가공소 직원이 일부러 설명을 하러 온 것이다.

다음 관리인은 조만간 배속될 예정이라지만, 마리사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마리사는 마음을 정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발바닥에 닿은 미끈거림에 마리사는 반사적으로 몸서리쳤다.

땋은 머리로 쓰다듬는 벽도 끔찍한 감촉이었다. 집 전체가 습기를 머금고, 바닥도 모든 것이 끈적끈적했다.

 

 

실내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악취가 가득 차, 호흡하는 것조차 괴로웠다.

당연하게도 가구는 없었고, 바닥에 직접 누워 자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언덕길 중간에 집이 있는 탓에 바닥 전체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뻣뻣해지고 피로가 쌓여왔다.

급기야 근처에 역이 있는지, 전철이 지날 때마다 집은 흔들렸고, 마리사는 심하게 넘어지는 신세가 되었다.

 

 

기울어진 실내를 굴러 벽에 부딪혀 집이 어긋나 버리면, 마리사는 일일이 밖으로 나가 골판지를 원래 위치로 밀어 되돌렸다.

지정된 장소에 살고 있지 않으면 틀림없이 밀고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다음번에는 목숨을 빼앗길 것이다.

 

 

마리사는 언제 올지 모르는 전철에 떨며,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과 싸우면서 준비되어 있던 윳쿠리 푸드를 입에 던져 넣었다.

 

 

그 순간, 강렬한 사취가 후각을 자극했다.

마리사는 자신도 모르게 푸드를 뱉어냈다. 갈색 알갱이가 바닥에서 튀어 오르고, 기울기에 이끌려 굴러떨어졌다.

 

 

마리사는 그 행선지를 확인하고 울고 싶어졌다.

윳쿠리 푸드는 그럭저럭 맛도 아니었다. 아마도 최하급 학대용 푸드일 것이다.

 

 

“어째서, 인... 거제. 어째서, 마리사가 이런 꼴을.”

 

 

단 한마디, 불만을 입에 담았을 뿐인데.

비슷한 말을 했던 녀석은 달리 있었는데.

 

 

답 따위는, 뻔히 알고 있었다. 이건, 본보기다.

그런 소동이 있은 후에는 인간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게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오히려 불만의 화살이 인간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마리사가 희생양으로 선택되었다.

간부였던 윳쿠리로부터 권력을 빼앗음으로써, 다른 지역 윳쿠리들의 스트레스 배출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 파츄리는 그런 윳쿠리다.

이 지역 윳쿠리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요우무가 아니라 파츄리라고 부모님이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머리 회전 속도를 보면, 아주 거짓말은 아닐지도 몰랐다.

 

 

마리사는 분함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다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다음날 아침의 기상은 최악이었다.

온몸이 끈적거려 불쾌한 데다, 기울어진 집에서 잔 탓에 온몸이 아팠다.

평형감각이 흐트러져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

 

 

평평한 곳에 서 있어도 자신이 비스듬히 있는 듯한 착각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걷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 일하러 나갈 때도 지난번 신입 앨리스 마냥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그것을 본 어딘가의 아기 윳쿠리가 천박한 미소로 내려다보는 것은, 몹시 느긋하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전철 소리를 들은 탓에 이명도 심했고, 장시간의 흔들림으로 뱃멀미 같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일하는 중에도 불쾌함은 가시지 않았고, 들윳쿠리에게 아주 조금 밀렸을 뿐인데 마리사는 뒤로 벌러덩 넘어져 버렸다.

 

 

간부였을 때 같은 경쾌한 움직임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른 지역 윳쿠리가 마리사를 향하는 얼굴은, 아마도 지금까지 마리사가 다른 지역 윳쿠리에게 향해왔던 것과 같은 종류의 표정일 것이다.

 

 

아아, 그런가 하고 생각한다.

유난히 운동 신경이 둔한 녀석이 많았던 것은, 사는 곳이 나빴기 때문이었다.

저런 곳에 살고 있으면 제대로 일하는 것 따위 가능할 리 없다.

 

 

애초에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일을 마치자, 마리사는 녹초가 되어 고문 도구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긴 이야기가 없는 것이 구원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아니, 분명 저것조차도 지역 윳쿠리들에게는 하늘의 도움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은 이런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저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많은 윳쿠리가 잠자코 듣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축축한 집에서 민달팽이처럼 기어 다니고, 언덕길을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벽에 버티고 자는 생활은 착실히 마리사를 소모시켰다.

 

 

공원에서 몸을 씻을 수 있으므로 곰팡이에 침식될 걱정은 없지만, 기울어진 잠자리는 휴식을 빼앗고, 맛없는 먹이는 체력을 깎았다.

 

 

그리고 지역 윳쿠리들의, 느긋하지 못한 윳쿠리를 보는 시선이 마리사의 정신을 잠식해갔다.

 

 

원래 들윳쿠리였다면 이 처지에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지역 윳쿠리가 줄어들 때마다 어딘가에서 데려오는 신입들처럼, 출발점이 마이너스였다면 이 환경에서도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사는 간부로서의 생활을 알고 있다.

그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푸드의 맛을.

호화로운 가구에 둘러싸인 생활을. 화장실조차 일부러 밖에 나가서 볼 필요 없는 쾌적함을.

 

 

마리사는 줄곧 맛봐왔다.

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밀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간부들은 좀처럼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의 마리사가 그랬던 것처럼.

 

 

돌파구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한밤중, 마리사가 쓰레기 같은 집에서 옆으로 누워 있자 벽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일 소음으로 시달렸기 때문에 환청이라도 시작된 것인가 의심하고 있자, 다시 바깥벽이 두드려졌다.

 

 

마리사는 넘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몸을 일으켜 바깥 상황을 살폈다.

 

 

그곳에는 본 기억이 있는 레이무가 서 있었다.

언젠가 첸에게 속아 경계를 넘으려 했던, 그 레이뮤가 성체가 되어 마리사 앞에 나타난 것이다.

 

 

“무엇을 하러 온 거제?”

 

 

용건을 묻는 자신이 의외였다.

간부였을 때라면 묻지도 않고 달려들어 제재했을 것이다.

이제 자포자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리사는 우스워졌다.

 

 

“느으. 마리사가 느긋하지 못해서 괴로워 보여서 밥 씨, 가져왔어. 괜찮으면 먹어줘. 레이무에게 중요한 것을 알려준 보답이야.”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며 나뭇잎에 싼 나무 열매를 건네주었다.

달빛에 비친 알록달록한 그것은 지금의 마리사에게는 엄청난 진수성찬으로 보였다.

 

 

“어째서 이런 짓을? 그 경계를 넘으면 제재당하는 거제? 이제 잊어버린 거제?”

 

 

“느! 그런 거 아니야! 느긋하게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마리사가 곤란해 보여서, 그만. 느긋하지 못했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물어오는 레이무는 푸른 달빛에 물들어, 지금까지 본 어떤 윳쿠리보다 아름다웠다.

 

 

마리사는 나무 열매 한 알을 입에 넣었다.

껍질은 단단하고, 유난히 씨가 많았다. 맛도 떫고 신맛이 강해, 못 먹을 것은 아니라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마리사가 지금까지 먹어온 것 중에서 그 나무 열매가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그것은 마리사가 처음으로 맛보는 타인의 상냥함이었을지도 모른다.

 

 

타산도, 기만도, 위선도 얽히지 않은 순수하고 무구한 애정.

눈앞에 있는 윳쿠리가 가진, 그런 따스함이 마리사의 마음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하마터면 눈물을 글썽일 뻔했지만,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레이무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운 거제. 아주 맛있었던 거제. 오랜만에 느긋할 수 있었던 거제.”

 

 

“그거 다행이다!”

 

 

레이무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지역 윳쿠리가 결코 보여주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럼, 레이무는, 느긋하게 돌아갈게.”

 

 

“아아, 조심해서 돌아가는 거제.”

 

 

또 와줄 것인가, 하는 질문을 삼키고, 마리사는 레이무를 배웅했다.

공원 입구까지 동행하고 싶었지만, 그러는 것을 들키면 변명할 수 없다.

마리사뿐만 아니라, 그 레이무까지 제재당할 것이다.

 

 

그런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분명, 이제 레이무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나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걸로 된 것이다.

한순간이라도 진정한 상냥함에 닿을 수 있었다. 마리사는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예상을 뒤엎고, 레이무는 다음 날도 찾아왔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을 빨아들여,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빛나 보였다.

 

 

“어째서, 또 오는 거제?”

 

 

“늣? 밥은, 매일, 먹는 거잖아?”

 

 

도대체 뭐가 이상하냐는 듯한 말투였다.

 

 

마리사는 망설였다. 이 이상 마음을 여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레이무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을 계속하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들키고 만다.

거절하려면 빠를수록 좋다. 지금 확실히 거절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서, 마리사는 레이무를 집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그녀를 거절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멈출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마리사는 처음으로 알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파멸로 가는 편도 티켓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 시작한 전철은 다음 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멈춰주지 않는 것이다.

몇 역 앞이 종점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부터 레이무는 부지런히 마리사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

밥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만든 가구나 비닐봉지 등도 가져다주었다.

그중에서도 도움이 된 것은 비닐에 대량의 나뭇잎을 채운 것이었다.

 

 

“느헷헹. 이것이 야생 윳쿠리의 지혜야.”

 

 

평소보다 조금 더 자랑스럽게 그렇게 말하고, 레이무는 비닐봉지를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발바닥으로 밟아 다져, 경사에 맞게 평평하게 만들어 나갔다.

아주 짧은 시간에 작업은 끝났다.

 

 

바닥 위에 서 보니, 거의 기울기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느후후. 다시 봤어? 언덕길 씨에 집을 만들 때는 이렇게 나뭇잎 씨를 깔아두면 쾌적하다구.”

 

 

“고마워. 덕분에 느긋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거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철이 달리고, 굉음이 졸음을 날려버렸다.

역시 레이무에게 저것을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까.

마리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레이무는 어디선가 비닐봉지를 꺼냈다.

 

 

“전철 씨에게는 이거야. 마리사, 일단 장식 씨를 벗고 이 봉지를 써 봐.”

 

 

마리사는 시키는 대로 봉지를 썼다.

눈과 입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외형은 둘째 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것 같았다.

 

 

“윳쿠리는 온몸으로 소리를 듣고 있대.

그래서 봉지를 쓰면 잘 안 들리게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조차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전철이 지나는 소리도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흔들림은 어쩔 수 없어.”

 

 

지진처럼 집을 흔드는 가운데, 레이무는 미안한 듯 말했다.

 

 

“아니, 여기까지 해주면 충분한 거제.”

 

 

그런 생활이 계속되던 어느 날, 다소 쾌적해진 집에서 마리사와 레이무는 서로 기대고 있었다.

 

 

올려다보는 곳에는 벚꽃.

연분홍 꽃잎은 밤에 흔들리고, 별빛 아래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절반쯤 져버렸기는 하지만, 그 모습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아니, 다른 것은 나 자신이다. 라고 마리사는 생각을 고쳤다.

레이무와 만나고 마리사는 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세계는 가짜였다. 느긋함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리사는 오래전에 광기와 제정신의 경계선을 밟아 넘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광기의 경계 안에 들어가 벗어나려 하지조차 않았다.

레이무가 없었다면 마리사는 그런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땅거미 속에서 꽃놀이를 하며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마리사는 평생 동안 벚꽃을 찬찬히 바라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느와아, 벚꽃 씨, 느긋하게 있다구우.”

 

 

순진한 미소를 피우는 레이무의 등 뒤로, 마리사는 살며시 땋은 머리를 둘렀다.

 

 

“늣.”

 

 

레이무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이윽고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기대왔다.

 

 

아아, 얼마나 멋진가.

사랑하는 자가 곁에 있다는 것은.

 

 

조금씩 고동치는 심장 박동에 이끌려, 마리사는 레이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숨결을 느끼고 눈을 뜬 그녀가 뺨을 붉히며 귀밑털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몸짓마저 사랑스러웠다.

 

 

마리사는 이제 이 레이무와 결혼할 생각이었다.

지역 윳쿠리 따위 그만두고 산으로 도망치자. 생활은 힘들겠지만, 분명 어떻게든 될 것이다.

레이무와 함께라면 어떤 곳이라도 상관없다.

 

 

이 윳쿠리 옆이야말로 마리사의 느긋한 장소인 것이다.

 

 

언젠가 부모님이 꾸미던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은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리사는 힘없이 웃었다.

 

 

그것을 속이려는 듯 레이무와 입술을 맞추려던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너희들은 이미 죽어 있다.”

 

 

마리사는 튕겨나가듯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칠흑 같은 어둠을 두르고 늠름하게 서 있는 대장 요우무의 모습이 있었다.

 

 

그 배후에는 다른 지역 윳쿠리들도 보였다.

아마 이 집은 완전히 포위되어 있는 것이리라.

 

 

"밀고가 있었네. 마리사. 전 간부 마리사가, 어처구니없게도! 들윳쿠리와 밀통하고 있다고.

이 요우무로서는 도저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있지도 않은 내 귀를 진심으로 의심했네. 아아, 그런데도, 그런데도, 마리사.

이것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응?"

 

 

마리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이 바싹 마르고 혀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레이무도 요우무가 발하는 기묘한 분위기에 눌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인가.

즉, 그것이 대답이라고.

뭐, 좋다. 마리사. 너를 용서하지.”

 

 

마리사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안도의 미소를 지을 뻔했다.

 

 

“그 대신, 그 레이무를 죽이게.”

 

 

“느엣?”

 

 

마리사는 레이무와 시선을 맞췄다.

사랑스러운 윳쿠리는 눈물을 글썽인 채 마리사를 마주 보고 있었다.

 

 

“괜찮아. 마리사... 마리사라면, 마리사가 살아남는다면, 레이무, 죽어도 괜찮아.... 레이무는 굼뜨고, 덜렁대고, 느긋하지 못하다고 들었어... 그래서 마리사에게 상냥하게 대해줘서 기뻤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정리되지 않는 모양이다.

마리사도 그렇다. 전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남겨진 시간은 너무나도 적다.

 

 

“죽일 수 없는 거제. 마리사에게는 레이무를 죽이는 것 따위, 할 수 없는 거제.”

 

 

“아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음이란!

사랑, 연정, 인정, 인간님의 훌륭함이란 즉 마음의 훌륭함.

하지만 말이다.”

 

 

요우무는 내뱉듯이 그 다음 말을 이었다.

 

 

“윳쿠리 따위에게 마음 따위 필요 없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인간님을 위해 일하는 능력뿐이다.

자, 제군, 마리사를 그 장소로 데려가라.

거기 레이무는 아까 지시대로 처리해라.”

 

 

우르르 몰려 들어온 지역 윳쿠리들에게 마리사와 레이무는 갈라졌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하는 이들은 각각 반대 방향으로 연행되었다.

그 도중, 주위를 둘러싼 누군가로부터 갑자기 몸통 박치기를 받아 마리사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본 기억이 있는 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무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를 속이려 했던 첸이었다.

 

 

“느헤헤헤. 알겠다구-. 마리사를 밀고한 덕분에 첸도 지역 윳쿠리가 될 수 있는 거네-”

 

 

입가를 비트는 첸을 마리사는 비웃으려 했지만, 밀려오는 졸음에 삼켜진 탓에 잘 되지 않았다.

 

 

눈을 뜨자 캄캄한 곳에 있었다.

여기가 지옥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려 했지만, 어둠에 눈이 익숙하지 않아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려 하자 몸의 중심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무심코 등을 펴게 만드는, 전류와 비슷한 격통이었다.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이어지는 그 감각의 정체를 마리사는 짐작했다.

 

 

처형용 구속구다.

마리사의 부모를 죽일 때나, 밀고당한 윳쿠리를 제재할 때 사용되던 거대한 압정 같은 도구가 마리사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마리사는 발밑에서 희미한 흔들림을 느꼈다.

그 움직임에 맞춰 몸의 중심에 있는 굵은 바늘이 온몸의 통각을 괴롭히자, 마리사는 이를 악물고 신음 소리를 흘렸다.

 

 

“느그으으으으으으으으! 아파! 아파아아아아아아!”

 

 

흔들림은 점차 격렬해져, 덜컹덜컹 땅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체내를 통과하는 바늘도 더욱 강하게 마리사의 팥소를 휘저었다.

굉음이 공간 안에 울려 퍼지며 마리사의 외침과 이중주를 연주했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죽여! 차라리! 주겨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기름땀이 솟아나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시시도, 응응도 이미 오래전에 싸버렸다.

흔들림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발밑의 자갈이 신난 듯 뛰어다녔다.

 

 

“아파아아아아아아! 느그탈 수 없어어어어어! 레이무우우우우우우우!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

 

 

무사한지조차 알 수 없는 레이무에게 마리사는 도움을 청했다.

이윽고 흔들림이 지나가자 마리사는 축 늘어져 고개를 숙였다.

바늘에 찔려 약간의 통증은 느꼈지만, 그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렴풋이 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역 어딘가인 듯했다. 지금의 소리와 흔들림은 전철의 것이었다.

 

 

역 위인지, 아래인지, 옆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고,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전철이 지나갈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마리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역에는 끊임없이 전철이 도착했다.

 

 

“느갸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 시끄러! 아파! 느긋하지 못해애애! 느긋하게 해줘어어어어! 느긋하게 해달라구우우우우!”

 

 

구속구가 있는 한 도망칠 수 없었고, 격렬한 흔들림과 그에 맞춰 체내에서 날뛰는 바늘과 견디기 힘든 굉음이 마리사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설령 전철이 지나가지 않게 되어도 이명은 멈추지 않았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마리사의 몸 떨림은 멈추지 않게 되었다.

 

 

먹으십시오는 간부가 되었을 때 할 수 없도록 처치되어 있었다.

그때는 자신이 자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차라리 간부가 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통과 후회로 얼룩진, 새까맣고 농밀한 시간이 흘러갔다.

얄궂게도, 느긋하게.

 

 

어둠 속에는 이따금 사랑스러운 레이무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모습은 금세 사라지고 부모님이 나타났다.

 

 

“너는 아빠를 밀고한 거제.”

“엄마도 팔아넘겼다구.”

 

 

“그것은 벌인 거제.”

“너 같은 게스에게는 어울린다구!”

 

 

처음에는 그런 욕설 따위 흘려들었다.

하지만 환청은 끊임없이 속삭여왔다.

 

 

너는 게스다.

살아있을 가치 따위 없다.

얼른 죽어버리면 좋다.

 

 

욕설을 퍼붓는 것은 부모님이기도 하고, 옛 동료들이기도 하고, 혹은 마리사가 죽여온 들윳쿠리들이기도 했다.

 

 

환청과 소음, 격렬한 흔들림과 격통이 점차 마리사를 쇠약하게 만들었다.

팽팽했던 긴장이 툭 풀려 기절하듯 잠들어도, 금세 무언가 끔찍한 악몽에 깨어나 버렸다.

결국 거의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마리사는 장시간을 보냈다.

 

 

굶주림과 목마름이 한계에 달할 무렵, 어둠 속에 빛이 비쳤다.

그다지 강하지 않은 빛이었지만, 눈이 타버릴까 싶을 정도로 눈부셨다.

 

 

“안녕하신가. 마리사. 밤인사라고 해야 할까나.”

 

 

역광으로 실루엣이 된 요우무에게 필사적으로 눈을 집중했다.

그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지금은 밤인 모양이라고, 냉정한 부분이 생각하고 있었다.

 

 

“배가 고플 것이라 생각해서 말이지.

먹을 것을 가져왔다. 참지 말고 먹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며 요우무는 장식에서 스포이트 같은 것을 꺼냈다.

빛에 익숙해진 눈이 그 검은 내용물을 포착했다. 안의 액체는 점성이 강한 듯, 요우무가 걸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가까이 왔을 때, 마리사는 스포이트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즉시 깨달았다.

 

 

강렬한 악취.

 

 

틀림없다. 그것은 응응이었다.

 

 

요우무는 얼굴을 돌리려는 마리사의 입에 스포이트를 억지로 쑤셔 넣고, 혀를 사용해 능숙하게 끈적한 팥소를 주입했다.

 

 

“느게에에에에에에에! 개쓰레기맛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순식간에 마리사의 혀에 구역질이 날 정도의 단맛이 퍼졌다.

온몸이 갑자기 응응이 되어버린 듯한 역겨움이 비강을 유린하고, 전에 없던 구역질이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영양실조에 빠진 몸은 생존 본능에 이끌려 입에 들어온 응응을 급속도로 흡수해나갔다.

토할 것 같으면서도 마리사는 거의 자동적으로 배설물을 남김없이 삼키고 있었다.

 

 

“느윽! 으윽, 레이무는, 레이무는 무사, 한 거제?”

 

 

“물론이다.”

 

 

“저, 정말인 거제?”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레이무가 살아있다.

그것이 마리사에게는 믿기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요우무가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레이무는 살아있고, 나중에 마리사와 만나게 할 생각이다.”

 

 

그 말에 마리사는 살 희망을 되찾았다.

설령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 그런데 마리사.

지역 윳쿠리는 무엇 때문에 있다고 생각하나?”

 

 

“늣? 인간…님을 느긋하게 해드리기 위해서인 거제?”

 

 

‘님’ 자를 붙이는 것이 늦었다는 것을 꾸짖는 양, 마리사를 흘끗 본 후, 요우무는 대답했다.

 

 

“그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인간님이 윳쿠리로 느긋하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느엣?”

 

 

"인간님이 윳쿠리 따위로 느긋하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묻는 것이다.

 

 

인간님은 온갖 오락을 만들어내고 있다. 윳쿠리 따위는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윳쿠리로 인간님이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때란, 즉.

수많은 오락 중에서 인간님이 일부러 윳쿠리를 선택해주셨을 때뿐이다.

 

 

즉, 우리가 인간님을 느긋하게 해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님이 우리로 느긋하고 싶어서, 인간님 스스로가 느긋하게 있는 것이다.

윳쿠리가 인간님을 느긋하게 해드리는 것 따위, 가능할 리가 없다."

 

 

마리사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요우무는 이야기를 넓혀나갔다.

마리사는 입을 뗄 수 없었다. 이 연설의 향방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왠지 아까부터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윳쿠리는 무엇 때문에 있는가?

들윳쿠리 구제를 위해? 아니다.

구제 따위 인간님에게는 순식간이다.

우리의 힘 따위 인간님에게는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그럼, 지역 윳쿠리는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일까.

마리사의 생각을 읽은 듯 요우무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지역 윳쿠리는,

 

 

죽기 위해 있는 것이다.”

 

 

“뭐, 뭐뭐뭐라고 하는 거제!?”

 

 

요우무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마리사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지역 윳쿠리가 단지 죽기 위해서만 있다니.

 

 

요우무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해나갔다.

 

 

지역 윳쿠리는 들윳쿠리를 구제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윳쿠리라는 시스템 자체가 들윳쿠리를 구제하는 수법인 것이다.

 

 

윳쿠리는 대개의 경우 사육 윳쿠리가 되고 싶어 한다. 실제로 들윳쿠리가 사육 윳쿠리로 해달라고 떠드는 장면은 몇 번이나 봤을 것이다.

하지만 들윳쿠리가 사육될 리는 없다. 그런데도 들윳쿠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계속 외치며 인간님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사육 윳쿠리 이외에 들윳쿠리가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지위를 만들어야만 했다.

아니,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들윳쿠리가 느긋하게 있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동경할 만한 지위라고 해야겠지.

 

 

그것이, 지역 윳쿠리다.

들윳쿠리로부터 지역 윳쿠리를 모아 인간님의 일을 대신하게 하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들윳쿠리를 한곳에 모아 죽이는 것이다.

도구로서 취급하고, 쓰고 버리고, 죽게 만드는 것이다.

즉, 지역 윳쿠리는 죽기 위해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윳쿠리가 보충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죽어야 할 윳쿠리는 얼마든지 생겨나니까.

 

 

이것만큼 효율적인 구제는 없다.

왜냐하면, 구제 대상 쪽에서 구제되기 위해 찾아와 주니까 말이다.

덤으로,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들윳쿠리도 구제할 수 있다. 일석이조다.

 

 

그런데 마리사, 지역 윳쿠리로서 일하는 동안, 인간님으로부터 학대받을 두려움은 없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것을 금지하는 인간님의 규칙이라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지역 윳쿠리라는 것 자체가 규칙으로는, 인간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지역 윳쿠리의 대부분은 자신이 지역 윳쿠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들윳쿠리에 불과하다.

인간님이 짓밟든, 괴롭히든, 벌받을 일 따위 없다.

 

 

하지만 인간님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내버려 두는 편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이 특별한 지역 윳쿠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들윳쿠리라는 것은, 간단히 뭉개버리기에는 아까운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나?

 

 

물론 모든 윳쿠리가 들윳쿠리인 것은 아니다.

이 요우무나, 참모를 맡았던 파츄리는 가공소의 사육 윳쿠리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리사.

 

 

너는 그저 들윳쿠리인 것이다.

설령 간부였다고 해도 말이지.

 

 

“그런, 그런 건”

 

 

그럼 마리사는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열심히 해왔던 것인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켜온 지위는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렇게 낙담하지 마라. 마리사.

너도 가공소의 사육 윳쿠리가 될 수 있다.”

 

 

“늣?”

 

 

“그를 위한 조치는 이미 마쳤다.”

 

 

요우무의 설명에 따르면, 마리사가 방금 마신 응응은 지역 윳쿠리의 응응을 모은 것의 윗물 같았다.

거기에는 느긋하지 못한 기억으로서, 인간님을 위해 일했다는 생각이 대량으로 담겨 있다.

그것을 체내에 흘려 넣음으로써, 인간님을 위해 일하는 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윳쿠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느극! 싫어! 싫어어어어어어! 느그으! 나가줘! 응응 씨! 마리사의 몸에서 나가줘!”

 

 

몸의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리사는 아까 먹은 것을 토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끈적한 침뿐이었다.

점차 생각이 정리되지 않게 되었다. 아까부터 느끼던 이 감각은 응응의 기억에 중추팥이 침식당하고 있을 때의 것이었다.

 

 

"그렇게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사.

너는 죽이기에는 아깝다. 우수한 윳쿠리다.

하지만 이대로 살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이 조치를 한 것이다.

 

 

괜찮다. 걱정 마라.

요우무도 같은 조치를 받았으니까.

 

 

요우무는 한자어도 못 읽는 문맹이지만, 그래도 이 조치 덕분에 매우 똑똑해졌다.

이것이 중추팥의 비대화 처리다."

 

 

“싫어!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너 따위! 너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규하는 마리사의 체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인간님을 위해! 인간님을 위해!

 

 

“느으 레이무 살려줘 레이무우”

 

 

사랑하는 자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자신의 목소리조차, 집요한 내면의 외침에 지워져 간다.

 

 

인간님을 위해! 인간님을 위해! 인간님을 위해!

 

 

“느그으으”

 

 

공허한 시선을 헤매게 한다.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눈이 마주쳤다.

요우무가 미소 지었다.

아주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미소였다.

 

 

“인간님을 위해서다. 마리사.”

 

 

“인간님을 위해.”

 

 

입 밖으로 내자 아주 느긋하게 있을 수 있었다.

아아, 나는 이것을 위해 태어났다고 마음속 깊이 생각한다.

 

 

“인간님을 위해! 인간님을 위해!”

 

 

“좋다! 마리사, 훌륭하다!”

 

 

“인간님을 위해! 인간님을 위해!”

 

 

언덕길을 굴러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제정신에서 광기로의 경계를 넘어, 곤두박질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두려워했던 첫걸음을 내딛자, 가속도가 붙은 몸은 즐거울 정도로 기세를 타고 빨려 들어가듯 아래로 아래로 달려간다.

아아, 어째서, 어째서, 마리사는 이것을 이렇게 싫어했던 것일까.

인간님에게 마음 깊이 종속된다는 것은 이렇게나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마리사가 요우무와 함께 공원으로 돌아오자, 광장 중앙에는 레이무가 붙잡혀 있었다.

주위에는 자신이 지역 윳쿠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들윳쿠리들이 모여 있었다.

 

 

더러운 만쥬들의 무리를 헤치고 레이무에게 다가가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무는 그 압정 형태의 구속구에 찔려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인간님에게 폐를 끼치는 것밖에 능력이 없는 들윳쿠리에게는 어울리는 모습이다.

 

 

레이무가 이쪽을 알아차리고 그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이 녀석은.

 

 

설마 인간님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이 세상을 떠나고 싶기 때문에 처형자의 등장에 기뻐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소원을 이루어주어야 하리라.

 

 

마리사가 검을 뽑으려 하는 것을 요우무가 제지했다.

 

 

“제군, 지역 윳쿠리, 제군.”

 

 

대장 요우무가 지역 윳쿠리 행세하는 바보들에게 말을 걸었다.

똥만쥬 놈들은 바보 같은 얼굴을 늘어뜨린 채 대장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자란 머리로 요우무의 말을 조각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이 레이무를 제재한다.

그 의식은 이 마리사에게 일임하려 한다.

마리사여. 너는 간부다. 원한다면 이 레이무와 결혼도 할 수 있다.

아가야조차 마음대로다. 어떻게 하겠는가?”

 

 

“느 마리사,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아.”

 

 

시끄러운 쓰레기가 지껄이는 것을 흘려듣고, 마리사는 냉담하게 고했다.

 

 

“이 레이무를 제재한다.”

 

 

“느엣? 마리사, 왜 그래? 나쁜 거라도 먹었어?”

 

 

멍청하게 있는 똥리본에게 마리사는 힘껏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느갸아아! 왜? 어째서? 레이무, 마리사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 미안해. 레이무, 굼떠서, 미안해애.”

 

 

“닥쳐라, 쓰레기 놈. 너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죄인 것이다.”

 

 

마리사는 내뱉고 한 대 더 때렸다.

부러진 이빨이 날아가고, 군중 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너무해. 어째서.”

 

 

“인간님을 위해서다. 이것은 전부 인간님을 위해서인 것이다!”

 

 

“이런 건 이상해! 정말로 이런 짓을 인간씨는 바라는 거야? 윳쿠리가 이런 꼴이 되는 것을 인간씨가 바라는 거냐구? 부탁이야아 마리사아 원래대로, 원래대로 돌아와 줘어어...”

 

 

꼴사납게 눈물을 흘리는 오물에게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따귀를 날렸다.

그리고 양쪽 눈에 힘껏 적의를 불태우며 노려보면서 쏘아붙였다.

 

 

“인간 「님」이라고 불러라. 쓰레기 놈.”

 

 

레이무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봇물 터지듯 울기 시작했다.

 

 

“너무해! 너무하다구! 이런 건! 이런 건 너무하다구! 돌려줘어! 레이무의 마리사를 돌려줘어어어!”

 

 

마리사는 사명감에 이끌리는 대로 레이무를 계속 때렸다.

 

 

“느그으으으... 너무해. 너무하다구우우...”

 

 

안면을 몇 번이고 중점적으로 가격하여 뺨이 검푸르게 부어오르고, 앞니는 한 개도 남김없이 부러졌다.

안구는 튀어나오고, 힘없이 벌어진 입에서는 개처럼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무마무도 검으로 찔러 거칠게 거세했다.

 

 

“으으... 레이무의 마무마무... 마리사와의 아가야가...”

 

 

무슨 끔찍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이 농구공만 한 거대한 음식물 쓰레기가.

 

 

더욱 분노에 맡겨 마리사는 검을 계속 휘둘렀다.

 

 

레이무의 리본은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윳쿠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모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몸의 피부를 벗겨내고 팥소를 노출시킨 후, 마리사는 마침내 만족하여 중추팥을 단숨에 찔렀다.

 

 

인간님을 위해 일하는 것은 실로 느긋하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한바탕 일을 마친 후, 요우무가 말을 걸어왔다.

 

 

“마리사. 훌륭하다.

훌륭한 지역 윳쿠리로 성장했구나.”

 

 

다음날, 2주에 한 번 있는 쉬는 날이었다.

인간님을 위해 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지만, 쉬라는 것이 인간님의 바람이라면 어쩔 수 없다.

마리사는 광장으로 향했다.

요우무가 편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문구지만, 인간님의 마음이 담긴 그 편지다.

 

 

“지역 윳쿠리, 제군. 마음 단단히 먹고 듣도록 해라. 인간님으로부터의 명령이다.”

 

 

요우무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편지를 읽어 내렸다.

 

 

"에… 윳쿠리들 반드시 느긋하게 죽어. 에… 지쳤을 윳쿠리들에게.

라는 것이다. 즉시 죽어라!"

 

 

요우무가 외치며 검을 휘두르고 지역 윳쿠리에게 덮쳐들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레이무나 첸, 파츄리 같은 성체가 두 동강 나고 그 내용물이 허공을 날았다.

 

 

“느갸아아아아아! 왜! 지역 윳쿠리는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거잖아아아아아!? 이상하잖아아아아아아!? 어째서 이런–”

 

 

외치고 있는 레이무에게 마리사는 등 뒤에서 칼날을 찔러 넣었다.

 

 

“인간님을 위해. 느긋하게 죽어라.”

 

 

지역 윳쿠리들이 거미 새끼 흩어지듯 도망치고 있었다.

 

 

아아, 안 된다. 한 마리도 놓칠 수 없다.

지역 윳쿠리는 죽어달라는 것이 인간님의 소원이다.

 

 

이루어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마리사 자신도 죽어야 한다!

 

 

마리사는 요란하게 웃으면서 고무제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그 검 끝에 닿는 것을 베어 넘기면서 가장 멀리 도망치고 있는 첸에게 육박한다.

 

 

“느냐아아아아아아! 오지 마! 오지 마아아아아아아!”

 

 

“인간님을 위해!”

 

 

마리사의 낮은 자세에서의 찌르기가 첸의 꼬리를 잘라내고 발바닥을 꿰뚫었다.

그 충격으로 약간 응응이 새어 나오고, 뚫린 구멍에서 초콜릿이 분출되었다.

 

 

“왜!? 어째서!? 레이무를 밀고해서 지역 윳쿠리가 되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그것은 인간님을 위해서다!”

 

 

마리사는 첸을 베어 버리고 돌아섰다.

아비규환 속에서 요우무가 춤추듯 검을 계속 휘두르고 있었다.

 

 

남은 윳쿠리는 극소수다.

마리사는 자신을 분발시켜 인간님을 위한 싸움에 몸을 던졌다.

 

 

그로부터 잠시 후, 마리사와 요우무 외의 윳쿠리는 모두 죽어 없어졌다.

 

 

두 마리는 서로를 마주 본 채, 서로의 몸에 검을 찔러 넣었다.

 

 

“인간님을 위해!”

 

 

“인간님을 위해!”

 

 

하얀색과 검은색의 체내 팥소가 푸른 하늘에 흩날리고, 마리사와 요우무는 곧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두 마리의 얼굴에는 아주 느긋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윳쿠리들의 유품인 장식이 흔들리는 가운데, 종이 한 장이 산 쪽으로 날아갔다.

 

 

「평일 봉사(에) 귀 (윳쿠리들) 노고 치하. 불철주야 과로 걱정. 휴식 (반드시) 요망.

(느긋하게) 휴일 향유 권고. (죽어라) 격무(에 지쳤을 윳쿠리들에게.)」

 

 

그 문구가 한자어를 전혀 읽지 못하는 윳쿠리가 보았을 때,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깨닫는 자는 없다.

 

 

바람이 강해지고, 편지는 마른 소리를 내며 나선을 그리듯 산으로 사라졌다.

 

 

언젠가 레이무와 마리사가 함께 살기를 꿈꿨던, 녹음 짙은 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