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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0035 모자란 윳쿠리

by 류민혜 posted Sep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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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후타바 채널 윳쿠리 괴롭히기 스레 주민

번역자 : 바람꽃

번역 출처 : 숨은 은신처

 

anko0035 모자란 윳쿠리


「그럼-토시(아키), 다음은『고마워』라고 써줘!」
 거실 바닥에 앉아있는 내 옆에서 윳쿠리 마리사가 눈을 빛내며 재촉해 왔다.
 내가 바닥에 펼쳐져 있는 종이에「고마워」라고 쓰면 마리사는 그것을 지켜본 뒤, 펜을 입으로 물고 따라 쓴다.
「어이어이 그러면『코마훠』다. 『ㄱ』는 가운데에 선이 없고, 『ㅇ』는 위에 줄 두개 긋지마. 그래, 그런 느낌이다.」
 이 마리사는 애완 동물 가게에서 산 보통의 윳쿠리지만, 윳쿠리로써는 현명한 개체 같다.
 처음에는 내가 신문이나 잡지를 읽거나 펜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을 뿐이었다. 고양이가 잘 하는 것처럼 주의를 끌고 싶은 것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입에 펜을 물고 글씨를 써낸 것이다.
 놀란 나는 시간을 들여 한글과 단어를 가르쳤다. 지금은 몇 가지 단어를 한글로 쓸 수 있고 그 의미도 이해하게 되었다. 대략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수준일까.
 「토시(아키)-, 이거 봐줘!」
 마리사가 자신이 쓴 글씨를 보여줬다. 읽어보라는 것이다.
「미, 안, 해, 요. 미안해요인가. 신경쓰지마. 느긋하게 잘 되어가면 괜찮아.」
 기특한 놈이다.
 「윳쿠리가 글씨를 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야, 마리사.」
 「정말!? 글씨를 쓸 수 있으면 느긋할 수 있어?」
 「아아, 그렇지.」
 대충 글씨인지 그림인지를 써서 만족한 마리사를, 책상다리를 한 다리위에 올려서 쓰다듬어 주었다.
 마리사는 쓰다듬고 있는 동안에도,
 「글씨씨를 쓸 수 있으면 느긋할 수 있구나」
 라고 기쁜 듯이 중얼거리고 있다. 칭찬을 받은 것이 상당히 기뻤던 것이다.
 그 때, 책상 위에서 휴대폰 진동 소리가 났다. 전화나 문자가 온 모양이다.
 걸려온 곳은 직장상사, 용건은 휴일출근 요청이었다.
 「거래처에 뭔가 있었던 것 같아. 좀 나갔다 올게.」
 펜을 연필꽂이에 꽂고, 정장을 입고 준비를 한다.
 「어-, 오늘은 쉬는 날 아니었어?」
 마리사는 아쉬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뭐, 이런 일도 있어. 이해해줘. 밥은 언제나 먹던 곳에 둔다. 오래 끌진 않을 거라 생각하니까, 돌아올때까지 그림 그린다던지 하면서 기다려줘.」
 현관까지 배웅하러 온 마리사에게, 다시 한번 다짐해둔다.
 「누가 와도 절대로 나오면 안돼. 말 잘 들을 수 있지? 마리사는 느긋한 윳쿠리니까.」
 내가 말하자 마리사는,
 「응!」
 이라고 기운차게 대답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쯤에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을 열자 불이 꺼져 있었다. 마리사는 자고 있는 것 같다.
 윳쿠리라도 조작 할 수 있도록 끈을 바닥에 닿을 정도로 늘렸다.
 현관과 벽의 전등 스위치에 손을 뻗자,
 「쨔-안!」
 이라는 마리사의 목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어서와-!」
 「다녀왔어. 응? 우,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드러난 방의 참혹한 광경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목소리를 높혔다.
 방 바닥과 벽의 낮은 위치에 글씨가 빽빽히 써져 있던 것이다.
 마치 주술에 사용된 방처럼 되어 있다.
 「이거 너가 한건가!」
 「그렇다구! 느긋 할 수 있어?」
 늣헴(뿌듯 할 때하는 엣헴의 윳쿠리 버전)거리면서 가슴을 활짝 펴고 있는 마리사를, 한순간 발로 차버릴까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으로 끝냈다.
 말 해놓지 않았던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
 목까지 올라온 욕설을 삼키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
 「확실히 글씨를 쓰는 것은 좋은 일이야. 하지만 종이이외의 곳에 쓰는 것은 안되는 거야......」
 「느늣!?」
 문제는 여기가 아파트라는 것이다. 이런 낙서를 남긴 채 나가면 보증금이 돌아오기는 커녕 손해 보상을 해야 한다.
 「미안하다구! 느긋하지 않게 지울거야! 할-짝 할-짝!」
 글씨가 적힌 벽을 핥는 마리사. 하지만 글씨는 지워지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마리사가 쓴 것은 유성펜이었다.
 테이블을 쳐다보니, 연필꽂이가 쓰려져, 펜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내가 펜을 꽂는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연필꽂이에는 유성펜도 꽂혀 있었고, 그것을 사용한 것이다.
 「이제 됐어. 오늘은 이만 자라.」
 나의 단호한 어조에 부담을 느낀 것일까, 마리사는 말한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자, 방안에 적힌 글씨를 어떻게 할까. 카펫은 새로 사면 되고, 가구류는 내 것임으로 문제 없지만, 벽과 바닥에 쓰인 글씨는 큰 문제다.
 「분명히 라카시너가 남아있을 텐데.」
 DIY에 사용했던 시너 용기를 꺼내, 벽이나 바닥에 써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글씨를 지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잘 보면 글씨는 내 이름과「너무좋아」「느긋하게 있으라구」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마리사가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쓴 것이다.
 그것을 내 손으로 지우는 것은 가슴 아픈 작업이었다.
 「왜 소리 질러버린 걸까. 내일 화해하면 좋을까.」
 반정도 지우고 나서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굳었던 몸이 아프다.
 「많이 늦어졌네...... 나도 자야지.」
 라카 시너 용기의 뚜껑을 닫으며, 나는 침실로 갔다.
 
 다음날 아침, 침실에 감도는 이상한 냄새를 느끼고 잠이 깼다.
 「이 냄새는, 설마!?」
 서둘러 거실에 가보자, 나쁜 예감은 적중했다.
 방 안에 시너 냄새가 자욱하고, 그 가운데에 마리사가 엎드린채 쓰러져 팥소를 토해내고 있었다. 옆에는 거의 빈 시너 용기가 있었다.
 어제 밤보다 글씨가 줄어 있었다. 시너를 쓰던 나를 보고 있다가, 스스로 지우려 했던게 틀림없다.
 「마리사! 마리사! 빌어먹을」
 창문을 열고, 부엌의 환풍기를 켠다.
 안아 올린 마리사는 꽤 묵직했고, 흰자위를 드러낸 채「늣 늣 늣」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매우 위험한 상태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으면...!」
 회사에 연락한 후, 나는 곧바로 마리사를 안고 차에 올라탔다.
 
 「목숨은 건졌습니다.」
 윳쿠리 병원 의사의 어조는 무거웠다.
 「하지만, 원래대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의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1장의 형광판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CT스캔으로 윳쿠리의 단면을 둥글게 찍은 것이라는 거다.
 둥근 타원형의 몸 속에 검은 팥소가 가득 차 있다. 그 팥소의 안에 다른 팥소와는 다르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의사는 그것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것이 중추팥-- 말하자면 윳쿠리의 뇌입니다.」
 의사가 중추팥이라고 말한 부분은 벌레 먹은 듯 구멍이 숭숭 나있었다.
 「보통은 거의 완전한 모양의 구(球)이지만, 마리사의 중추팥은 급성 시너 중독으로 많이 손상되어 있습니다.」
 「예에, 그런 것 같네요.」
 겨우 나온 말이 그거였다. 나 자신도 놀랄 만큼 쉰 목소리다.
 「그래서, 퇴원은 언제쯤 될까요?」
 「오늘이라도 데리고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분명, 남은 시간을 당신과 보내는 것이 마리사를 위한 것이겠죠. 입원 시켜도 괜찮지만...」
 「아뇨, 괜찮습니다.」
 마리사는 바로 의식을 되찾은 듯, 케이지 안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어제까지의 마리사와 다름없다. 팥소를 토해내서 좀 작아진 정도.
 저 마리사가 이제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찬물에 몸을 담그는 듯한 허무함을 느꼈다.
 마리사를 케이지에 넣고, 병원의 카운터에서 병원비를 냈다.
 간호사인 여자--유코라고 적힌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토시아키씨, 자신을 책망하지 마세요.」
 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 마음이 기뻤다.
 
 이 날부터, 망가져 버린 마리사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너가 중추팥에 침투한 마리사는 모자란 윳쿠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평형감각을 잃었는지, 거꾸로 서거나 눕거나 한 채로, 빈 껍데기처럼 허공을 응시한 채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움직임이 있다면 「느-」나 「아-」같은 소리를 내면서 조금 굴러다니는 정도다.
 반대로, 무언가에 홀린것 처럼 떠들어대며 뛰어다닌 적도 있다. 몸을 생각 없이 벽에 부딪혀 심하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때는 긴 끈으로 쿠션에 묶어놔야 했다.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침을 흘리고, 배설도 스스로 할 수 없어 흘려댔다. 케이지 안의 응응과 시-시-에 더럽혀진 마리사를 깨끗하게 닦는 것이, 직장에서 돌아온 나의 일과가 되었다.
 먹이도 스스로 먹는 것이 되지 않아, 내가 숟가락으로 입에 넣어 먹였다.
 그런 마리사도, 가끔 생각난 듯이 분명한 발음으로 목소리를 낼 때가 있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일말의 기대를 담아 말을 걸어 본 적도 있다.
 「마리사, 마리사! 날 알아?」
 「늣, 오빠야는 굉장히 느긋하고 있네!」
 하지만, 대화 내용은 의미가 없어서, 대화가 성립하지는 않았다.
 내 이름조차 잊어버린 건가. 마리사.
 
 
 그런 나날의 끝은, 어느 아침 갑자기 찾아왔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 가니, 비어있는 케이지가 옆으로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마리사를 찾기위해 시선을 돌리자, 테이블 옆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본 적도 없을 만큼 납작하게 된채 검게 변해 죽어 있었다.
 그 옆에는 종이와 펜이 널려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글씨로 글자위에 몇번이나 덧써져있었지만, 간신히 알아 볼 수 있었다.
 
 
 
 
 「토시아키」
 「고마워」

 「미안해」

 

 

삽화 : 치엔아키

역식자 : 김드릴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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