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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 어째서 파스타를 달라고 요구하는 거야?

by 구르메마리사 posted Sep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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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웬 들윳쿠리 하나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서는 '이곳은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다제!'라고 집선언 했다.

 

곧바로 녀석을 으깨봤자 농구공만한 크기에 가득 담겨있던 팥소가 방구석에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튀어버리는 것이기에, 우선 방바닥을 더럽히고 있는 녀석을 욕조에 데려가 씻긴 다음 정성껏 물청소를 했다.

 

창밖으로 던져버리자니 분함이 풀리지 않고, 정성껏 고문하자니 녀석의 비명 소리가 분명 이웃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 분명했다.

 

가뜩이나 업무로 지친 머리를 굴리며 어질러졌던 것을 수습하니 너무나도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침 들윳쿠리 녀석도 목욕물의 따뜻함에 취해 느응느응 하며 자고 있었으므로, 본격적인 일은 내일 처리하기로 마음먹고 깨끗해진 대형 만쥬를 껴안고 잤다.

 

 

 

바로 죽이자니 허무하고 본격적인 학대를 하기엔 시간과 여건이 애매해서 방치했을 뿐인데, 녀석은 나를 '마리사님의 윳쿠리 플레이스 선언에 굴복한 노예 할아범'으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히죽히죽 웃는 얼굴로 파스타 씨를 헌상하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해왔다.

 

아침부터 파스타 같은 요리를 할 시간이 없음은 물론 무단 침입범에게 그런 음식을 해줄 이유도 없었으므로 무시하고 출근했다.

 

퇴근하고 오니 들윳쿠리 마리사는 능능 울면서 제발 아무거나 좋으니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해왔다.

 

귀밑털의 근력(?)으로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털 능력이 없으니 배는 고픈데, 이렇게나 느긋한 윳쿠리 플레이스를 포기하고 다시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 인간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택한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서...

 

이즈음 '올렸다 떨어뜨린다'는 계획을 세웠으므로 돌아오는 길에 사 온 윳쿠리 푸드 그럭저럭 맛을 줬다.

 

시장이 반찬인 것인지 바닥에 흘린 부스러기까지 깨끗이 핥아먹으며 행복해했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 법이니 저녁밥을 먹으며 지켜보다 왠지 귀찮아졌다.

 

어차피 저녁도 늦었으므로 학대는 주말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주일 중 닷새를 꼬박 일한 끝에 드디어 찾아온 모처럼의 주말을 비명소리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배가 부르자 다시 기고만장해진 녀석의 헛소리를 들은 채 만 채 하며 게임을 하고 있으니 화가 난 것인지 다리에 전력으로 부딪혀왔다.

 

말랑한 감촉이 기분 좋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뒀다. 

 

잘 때만 베게의 대용으로 사용하고 그 외에는 사료만 줄 뿐 무시하는 나날이 계속되자, 어느 날부터 '부탁입니다! 마리사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울면서 빌기 시작했다.

 

네 녀석의 노예도, 할아범 소리를 들을 나이도 아니니 그렇게 부르면 계속 무시하겠다 했더니 인간 씨나 오빠야 같은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상 - 출근 - 일 - 퇴근 - 취침이 무한반복 되었던 일상에 멍청한 만쥬 하나가 끼어든 것이 퍽 우스웠으므로, 학대할 생각은 관두고 말동무로 삼게 됐다.

 

 

 

'노예'나 '할아범'으로 부르면 철저히 무시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오빠야라고 부르게 됐을 뿐, 길거리 출신 팥 덩어리의 게스 근성은 여전했다.

 

배변 패드를 사 온 다음 이곳에 볼일을 보라고 해도 절대 지키는 일 없이, 항상 거실 바닥 한 가운데에 응응과 시시를 해놓고서는 비웃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겉으로만 오빠야라고 부를 뿐 응응 노예 즈음으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나로서는 어쨌든 눈에 띄는 곳에 대소변을 몰아서 보는 게 치우기 쉬웠으므로 상관없었지만.

 

끼니마다 파스타와 계란구이 밥을 요구해왔다.

 

물론 무시하고 윳쿠리 사료를 줄 뿐이었다.

 

종종 밥그릇을 집어던지거나 하며 화냈지만 안 먹으면 본윳만 손해이므로, 결국 다 먹음으로써 깨끗이 치웠다.

 

미윳쿠리 레이무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구태여 밖에 나가서 들윳쿠리를 반려자로 데려오지는 않았다.

 

인간 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선언함으로써 쟁취한 윳쿠리 플레이스이니, 자윳이 나간 사이 집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니 외로움이 쌓이는 모양이었다.

 

나를 응응 노예로 여기면서도 자꾸만 응석을 부려왔다.

 

잔업으로 늦게 퇴근하면 글썽거리는 눈으로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냐제! 마리사를 혼자 두지 말라제?'라고 부탁해오는 녀석이 밉지 않았다.

 

마리사 또한 의지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므로 점점 게스의 행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나 매 끼니마다 파스타를 요구하는 것만큼은 절대 그만두지 않았다.

 

 

 

"마리사, 네 녀석은 왜 파스타를 좋아하는 거냐?"

 

하루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평소와 같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파스타씨ㅡ!'하고 떼쓰는 녀석에게 질문했다.

 

"늣?"

 

"아니, 네녀석들에게 진수성찬이란 달콤달콤이잖냐."

 

"늣! 그렇다제!"

 

"그러니까 동족이라도 시취만 없다면 달콤달콤~ 행복~! 하면서 먹는 거고."

 

"늣하앙?! 대체 어디 사는 어떤 게스가 동윳상잔을 한다는 고제?! 바본거제? 죽는거제? 오빠야는 써글 하라범의 고기를 먹을 수 있냐제?!??"

 

기가 찬다는 얼굴로 혀를 차며 되묻는 마리사.

 

네 녀석, 만쥬랑 인간이랑 같다고 생각하냐? 세상에 인육을 먹는 사람이 있을 리가... 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있기는 했다.

 

"...그러고 보면 인육을 먹는 사람이 있기야 하지........."

 

"느으읏?!???"

 

이번에는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얼굴로 경악하는 마리사.

 

너희 만쥬들도 '달콤달콤 행복-!'하며 동윳상잔하잖냐! ... 같은 윳쿠리에게 살윳범 취급이야 당하겠지만.

 

 

 

"아무튼 말이다, 네놈들. 달콤달콤이 최고의 진미잖아."

 

"그렇다제! 이해가 빠른 고제!! 알아들었으면 어서 극상의 달콤달콤을 헌상하는 고제!!!"

 

언제나와 같이 사망 플래그를 세우는 녀석을 무시하며 내 할 말을 이어 나갔다.

 

"한편으로 인간에게 계란구이 밥 씨라든가, 파스타 씨를 달라 하고."

 

"느으응~! 듣기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제! 달콤달콤을 가져오는 김에 파스타 씨도 준비하는 거다제!"

 

"그럼 달콤달콤과 파스타, 둘 중 뭐가 더 행복~! 인 거냐?"

 

"느느늣?!"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같은 세기의 난제 앞에 맞닥뜨렸다는 듯, 마리사는 멈칫하고서는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

 

과연 게스 들윳쿠리의 9할이 죽임당할 이유인 달콤달콤이냐, 집선언 윳쿠리가 부르짖는 파스타냐. 

 

"느으응... 둘 다 똑같이 느긋할 수 있는고제! 그러니 느긋하지 않게 둘 다 가져와!!!"

 

"그런 거냐... 파스타와 달콤달콤, 둘 다 느긋할 수 있는 거냐........."

 

"그런고제! 마리사, 숲의 현자보다 현명해서 미안해!"

 

이 마리사는 숫자 3부터 '늣? 느늣... 잔뜩! 인고제!'라고 세기의 진리를 발견했다는 듯 당당히 외치는 팥소뇌다. 

 

 

 

"그런데 말이다, 볶음밥이랑 파스타는 달콤달콤이 아니잖아?"

 

"...능?"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지... 통마늘이랑 양파 같은 게 들어가잖아? 파스타는?"

 

"느히익?! 통마늘이랑 양파가 들어가능고제?"

 

1분간 넋 놓은 얼굴로 정지하더니 뒤늦게 기겁하는 마리사. 파스타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는 몰랐던 거냐...

 

"그렇다구. 너희들에겐 독이잖아?"

 

"...그럼 오빠야는 파스타 씨를 먹을 때 '이거 써-! 매워-! 독이 드러써-! 하고 먹는 거냐제?"

 

"그렇지는 않지..?"

 

분명 매운맛 파스타도 있겠지만, 파스타를 보통 매콤달콤한 음식이라고 하지는 않으므로 부정했다.

 

"그렇다제? 파스타씨는 독이 들어가지만 독이 들어있지 않다제?"

 

"하지만 확실히 달콤달콤도 아니잖아? 토마토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단맛이 강한 편은 아니고, 까르보나라는 더욱 그렇지."

 

"까르보나라쒸! 먹고시픈고제!!!"

 

이야기의 흐름이 그렇게 튀어버리는 거냐. 여느 때와 같이 무시했다.

 

"볶음밥도 말이다, 사실 단맛보다는 짠맛이 강하지 않아?"

 

"느느늣...!"

 

"너희 원본이 볶음밥이나 파스타를 딱히 좋아하던 것도 아니고."

 

"원본? 원본이 뭐냐제?"

 

"네녀석들이 참고한 진짜 마리사, 레이무 말이다."

 

"느응? 마리사는 마리사다제? 마리사는 마리사로서 존재하는 고제? 그것도 모르냐제? 바보야? 죽는 거야?"

 

"너, 정말 상대에게 조금만 틈이 보여도 아무렇지 않게 매도하는 말을 하는구나..."

 

"마리사, 예리해서 미안하다제! 키릿!"

 

도대체 어떻게 성체가 될 때까지 들윳쿠리로 살아남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궤멸적인 둔감함이 마리사의 가장 큰 약점이다.

 

 

 

"하여간... 네녀석들은 왜 파스타랑 볶음밥을 좋아하는 거야? 달콤달콤~ 행복! 이 아니잖아?"

 

"느읏...!"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 마리사는 이내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듯했다.

 

'어이, 마리사'하고 불러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깊은 고민에 빠진 녀석을 내버려 두고 할 일을 했다.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린 뒤 점심을 먹고, 식곤증에 낮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녀석은 고민 중이었다.

 

결국 저녁을 준비할 때 즈음이 돼서야 마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윳쿠리가 단순히 달콤달콤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니냐제?"

 

"음?"

 

"인간들은 금방 마리사들을 똥만쥬라고 매도하지 않냐제? 마리사들도 살아있는데? 만쥬덩어리일 뿐이라고 욕하는고제?"

 

"뭐, 그렇지."

 

욕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말하는 만쥬일 뿐이지만.

 

"아무튼, 인간 씨들은 마리사들을 말하는 만쥬로 생각하는 고제?"

 

"그래."

 

"마리사들은 만쥬가 아니지만 팥소씨가 흐르고 있으니 만쥬랑 같은 맛이 날 수도 있다제?"

 

"만쥬랑 같은 맛이 맞다만..."

 

"인간 씨들은 만쥬가 달콤달콤이라서 먹는고제?"

 

"음... 달달하기는 하지 않나?"

 

"그래도 사탕씨나 초콜릿씨에 비하면 달콤달콤은 아니다제?"

 

"그렇기는 하지.."

 

"그럼 인간 씨들은 왜 만쥬를 먹냐제?"

 

마리사의 물음에 언젠가의 가을날, 구도심의 시장 골목 한켠에 있던 왕만두집에서 사 먹은 팥빵의 맛을 떠올렸다.

 

그립네- 그 가게, 아직도 영업 중이려나-

 

"음... 아무래도 팥빵만의 고소한 맛이 있지? 달달하기도 하지만, 뜨끈빵실한 빵과 팥앙금의 꼬수운 조화가 최고지~"

 

"그렇다제! 만쥬는 달콤고소해서 느긋할 수 있다제! 그럼 마리사들은 말하는 달콤고소한 느긋한 만쥬다제?"

 

"아무래도 그렇지?"

 

"마리사들의 근본은 결국 달콤달콤 100퍼센트~! 가 아니라 달콤고소인고제?"

 

"음~"

 

"그러니 고소한 파스타! 씨랑 볶음밥! 씨를 먹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제!"

 

말을 마치고 나서 두 눈을 부릅뜨며 키릿! 포즈를 취하는 마리사.

 

도대체가 팥 속부터 들윳쿠리인 녀석이 어떻게 만쥬의 맛이니 뭐니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나 그럴듯한 주장이었기에 속으로 감탄했다.

 

 

 

머리부터 저부 끝까지 당덩어리인 이 녀석들은 달콤함이 곧 느긋함이기에 본능적으로 '달콤달콤'을 추구한다.

 

한편 만쥬를 베이스로 눈과 입이 달린 괴생명체이기 때문에 고소함 또한 근간이 된다.

 

그러므로 볶음밥, 파스타 등 고소하게 맛있는 음식 또한 느긋하다고 여긴다.

 

아니, 어쩌면 고소한 맛이 달달한 맛보다 더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단맛이 강한' 만쥬는 못 먹을 음식이지만 '너무 고소한' 맛이 난다는 혹평을 듣는 만쥬는 없으니까.

 

하지만 어떤 면에서 진정한 고소함이란 달콤함을 찾는 것보다 더욱 어렵다.

 

믿음의 힘으로 인해 기피할 뿐, 단맛 자체는 자신들의 응응과 시시 그리고 체취로 언제든 누리고 있다.

 

하지만 야생의 환경에서 '고소함'은 아예 상상조차 어려운 차원의 감각이다. 

 

그러니 이 녀석들은 '느긋할 수 있는 음식쒸!'가 가득한 인간의 집에 오면 달콤달콤을 요구하는 것도 잊고 "파스타쒸를 먹고 싶은 고제!"라고 외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파스타는 안 줄 거지만.

 

"워째서어어어어어어?! 마리사, 어째서 오빠야에게 파스타를 요구하는지 느긋하게 설명했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