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색의 흐린 하늘에서 차가운 비가 내린다.
「어째서 이런 꼴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진창이 된, 참호 안에서 나는 홀로 모르겠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나는 지금 프랑스 북부에 있다.
그렇다고 해도 별로 바캉스로 온 것은 아니다.
휴가라면 얼마나 좋았던 것일까.
전쟁이다.
사라예보인지 어딘지, 어떤 바보인가가 오스트리아인지의 황태자를 암살했다든지,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자 오스트리아가 어딘가에 선전포고하고, 선전포고된 쪽의 동맹국이 방위 협정인가에 근거해 참전.
참전한 쪽도 조약에 근거하여 선전포고하고...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계대전」은 시작돼 버렸다.
확실히 5개월 전, 아직 초여름 무렵이다.
쇼핑을 하기 위해 거리에 가자, 벽이란 벽에는 끈적끈적한 포스터가 눈에 띄게 되었다.
군인을 모집하는 포스터였다.
그밖에도 신문이나 라디오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위세 좋은 말로 병사의 모집이 반복되고 있다.
현지 바에서 동료와 마시고 있을 때, 그 중 한명이 자랑스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일로 군에 식료품인지를 내리고 있고, 아는 군인으로부터 들은 모양이다.
뭐든지 지금은 무기의 성능이 굉장한 기세로 진화하고 있으니, 전쟁이라고 해도 멀리서 쏘아 보낼 정도의 시대가 되어 있다고.
조금 전까지는 전열보병인지 뭔지, 전쟁이라고 하면 지근거리에서 총을 쏘기 때문에 병사가 뱅뱅 죽는 이미지였는데.
우리는 얼굴을 맞댔다.
『나도 병사로서 전장에 서서 나라를 위해 싸운다』.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우리는 군의 모병에 응모해 버렸다.
라디오에서 반복적으로 흐르는 ‘이 전쟁도 크리스마스까진 끝날 것이다’라는 ‘식자’의 고설도 우리들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실수였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군인으로서 전장에 보내진 이상, 맘대로 전장을 떠날 수는 없다.
적전 도주는 총살이다.
하지만 연합국 병사로서 프랑스 북부로 보내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옥이었다.
참호와 철조망과 기관총.
철과 화약으로 만든 지옥이다.
상관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우리는 독일군 진지에 돌격한다.
“멀리서 쏘아 보낼 정도인 시대”에 걸맞게, 아득히 전방의 적 화점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초당 수백발의 죽음의 탄환이 거칠게 날뛰어, 아군 병사가 피의 비수와 함께 터져나가 쓰러진다.
포격으로 생긴 크레이터에 뛰어들어 난을 피한다.
파낸 흙이 비로 따뜻해지고, 빙점 아래의 기온에서 차가워진 그것이 부츠 안으로 들어오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이윽고 지향과 함께 폭발음이 난다.
아군 공병이 철조망을 날려버린 것이다.
구멍에서 기어 나와 아군과 함께 철조망의 틈을 향해 달린다.
그 사이에도 적의 기관총이 조용해지는 일은 없다.
죽음의 추첨으로 필사적으로 빗겨나가며 적의 참호에 다가갔다.
누군가가 수류탄을 참호 속으로 던진다.
충격과 함께 뭔가가 하늘로 날아갔다.
끊어진 팔과 허리다.
피와 진흙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지를 가르고 있는 독일군의 참호로 뛰어내린다.
눈앞에 있던 것은 죽어가는 독일인이었다.
뭔가 독일어로 내뱉고 있었지만 내용은 모른다.
나는 그 녀석을 사살했다.
드디어 참호 내 소탕이 끝나 전선이 전진한다.
이 돌격으로 또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며칠 후, 우리는 그 참호를 포기하고 퇴각하게 되었다.
독일군이 파낸 참호이기 때문에 독일군이 가장 그 위치관계에 정통하다.
독일군 진지에서 정확하고 무자비한 포격이 계속 날아와, 다시 다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 참호에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우리들은 스스로 판 참호로 돌아왔다.
하지만 인원수는 대폭 줄어들고 있다.
모두가 쇠약해져, 손발을 잃고 후송되었거나, 발광하고 한쪽 구석에 앉은 채 부쯔부쯔 속삭이고 있거나다.
다른 부대에 배속된 현지 동료도 다 죽었다.
가끔의 휴게 시간에 맞춰 포커를 하기로 약속했지만 과연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리가 차갑다.
부츠에 들어간 진흙이 체온을 가차 없이 빼앗아 간다.
이미 발가락 몇 개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돌격이 없으면 낮에는 거의 참호 안에 있다.
배수 설비 따위 없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참호 속은 진흙 수영장이다.
거기 잠긴 채 오직 적이 오길 기다린다.
아 하나님, 이제 여자 따위 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나를 집에 보내주세요.
호모인 상관과 하룻밤을 함께하라고 하면, 기꺼이 엉덩이를 빌려줍니다.
그러면 될까요.
제가 삐걱거리는 고기조각이 되어 진흙과 교제하거나 손발을 잃고 고향의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처지가 되기 전에 부탁입니다.
나를 집에 보내주세요.
그런 신에게의 기도도 통하지 않은 채, 나는 전장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매일이 같은 날의 반복으로 날짜의 감각도 없는데, 어째서 오늘이 크리스마스라고 알았나.
해가 떨어진 이후의 일이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전장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로 독일군 진지에 장식돼 있던 것이었다.
한층 더 노래가 들려왔다.
독일어이기 때문에 가사는 몰랐지만, 그것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인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군 공병들이 왠지 공작을 하기 시작했다.
급조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준비돼 전구가 달려 근처의 어둠을 밝힌다.
이런 일을 해도 좋을까 걱정도 됐지만, 여기 있는 상관들이 특별히 제지하는 일도 없었다.
어디서든 사람이 모이기 시작해, 우리들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상한 일체감을 느꼈던 밤이었다.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독일군의 참호에서 한 명의 독일병이 무기도 가지지 않고 손을 흔들며 걸어온 것이다.
평소라면 즉시 사살하는 것이지만, 어젯밤의 사건이 우리들을 망설이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 도달한 독일병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듣자니 전쟁 전, 그 녀석은 영국에서 일하고 있었어서, 영어는 거기서 배웠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며, 그 녀석은 마리쨔를 건네줬다.
뭔가 답례를 하려고, 나는 레이뮤를 그 녀석에게 건네줬다.
배급 레이뮤였지만, 나는 학대하지 않기 때문에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는 학대파였던 것 같고, 그것을 기뻐해 줬다.
눈치 채면 다른 독일병도 이쪽에 와 있거나, 반대로 술을 가지고 저쪽을 방문하고 있는 우군의 병사마저 있었다.
말을 모르더라도 기호품을 교환하거나, 어깨동무를 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기념 촬영을 시작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갑자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환호성이 올랐다.
무슨 일인지 보러 가니, 무려 독일팀 vs 영국·프랑스 혼성팀의 축구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필드는 거친 전장으로 볼이 없기 때문에 마리사로 대체했다.
우리는 가까이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누군가가 가져온 술을 전부 돌려 마시고, 시합의 행방에 일희일비하고, 별 의미 없이 레이무를 둘러싸고 두들겨 팬다.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우발적으로 시작한 “휴전”이었지만, 아무래도 쌍방의 상관끼리 얘기가 통한 것 같아, 전장에서 야생에 방치돼 있던 전사자의 회수를 하게 되었다.
그 덕에, 전사를 확인할 수 없었던 동료를 1명이 발견해, 조의를 표할 수 있었다.
결국 그 날은 1발의 총탄도 쏘지 않고 일몰을 맞았다.
그날 밤, 나는 자신의 텐트 앞 모닥불에, 독일병에게 받은 마리쨔를 구워 봤다.
씰룩씰룩하는 움직임이 굉장히 열 받아서, 여러 번 막대기로 두드려야 했다.
노릇노릇하게 굽고 나서, 발씨를 먹어 본다.
매우 달고 맛있었다.
의외로, 윳학이라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 누구도 “전쟁”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너무 많이 죽고 많은 것을 죽이고, 상처를 입고, 지쳐 있었다.
말을 모르더라도 적과 아군으로 나눠져 있더라도 웃는 얼굴로 함께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전장이란 극한 환경에서 그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대체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나는 배급받은 마리쨔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빨리 이런 바보 같은 전쟁이 끝나도록 기도를 담아, 마리쨔를 돌로 두들긴다.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뭘 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익숙해지면 꽤 즐거운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면 윳쿠리 샵을 여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새로운 목표를 가슴에 담고, 나는 조금은 맑은 기분이 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휴전(영:Christmas truce)】 (Wiki에서 일부 발췌)
제1차 세계대전 중의 1914년 12월 24일부터 12월 25일에 걸쳐, 서부 전선 각지에서 생긴 일시적 정전 상태.
전쟁의 장기화에 의한 비축물자 고갈과 양군의 피폐, 염전 분위기의 확산 등에 의해 자연 발생했다.
다만 보고를 받은 양군의 상부에 의해 ‘비공식 정전을 향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엄명되었기 때문에 두 번째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또한 전쟁은 향후 4년 지속돼 비전투원을 포함한 16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게 된다.
전쟁은......멈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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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의 말 : 본토에서 여기 달린 댓글들도 은근 재밌더라구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