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상처 핥기 입니다
레이무의 세계는 언제나 잿빛이 가득했었다.
자신에게 사랑을 주어야 했을 부모는 애정을 주지 않았다. 어째서? 라는 물음에는 항상 이 말이 따라왔다.
레이퍼에게서 태어난 녀석은 레이무의 아가가 아니라구!!
느콰앙!
그 때부터였다. 태어나서 어미는 줄기조차 씹어주지 않고 그대로 앞에 던져 방치했다. 아비인 마리사는 레이퍼 앨리스에게 죽었고 레이무가 아이를 죽이지 않은 것은 무리에서 윳살마라고 듣고 싶지 않은 생각이었다.
단단해 먹을수조차 없는 줄기를 레이무는 울며 슬픔으로 가득 차 어쩔 수 없이 먹었다.
행복으로 가득했어야 할 탄생은 온데간데 없고 삶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꼬마 레이무는 이런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느긋할 수 없다. 느긋할 수 없다고!
허나, 아무리 팥소로 가득찬 멍청한 뇌라고 하더라도 바위에 새겨진 글이 지워지지 않듯이 이 하나만큼은 아기 레이무의 머리에 새겨졌다.
"레이뮤는 외토리라규..."
가족은 있으나 가족은 없었다.
레이퍼의 새끼란 이유로 무리에서조차 친구들은 없다.
레이무의 세계에는 잿빛이 가득했고, 아름답다 생각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윳살마가 되기 싫단 어미는 싱글 마더로서 무리의 모두로부터 가끔씩 밥을 받았다.
고독함에 죽어간 여동생, 언니들은 금방 죽었으나 아기 레이무는 이상하게도 살아있었다.
그것이 삶에 대한 집착인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잿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는 레이무는 무리에서 가끔씩 오는 밥을 아주, 아주 소량으로나마 먹고 있었다. 무리의 모두는 혀짤배기도 벗어나고 덩치도 야구공만 해졌는데도 레이무의 몸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
가끔 밖을 나서면 보이는 세계에선 유일하게 레이무의 눈에 색으로 칠해진 것이 보였다.
"느와이! 아빠야 최고인거제!"
"아가야도 느긋한 얼굴인거제, 자 부-비 부-비한다제!"
"부비부비는 느긋할 수 있다제!"
저 장소만은 빛났다. 장소? 아니다. 저것만은 빛났다. 마리사와 아기 마리사가 부비부비 하며 기분좋게 일광욕을 하고 느긋하게 있다.
가지고 싶다. 그것이 아이 레이무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말로 느긋할 수 있는 것이었다.
"... 레이뮤는 외토리라규.."
하지만 레이무는 레이퍼의 자식이고 게스고 외톨이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도 알려주는 이가 없었고 레이무는 다시 집이란 장소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탁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탁한 장소, 잿빛이었다.
레이무는 이 집에 오는게 두려웠었다.
"느읏...!! 왜 아직도 살아있는거냐구! 너가 죽어야 더 불쌍한 싱글 마더가 되니까! 이제는 무리에서 주는 밥도 줄어들었다구!!"
레이무란 종은 사냥이 서툴다. 애초에 무리에 속해있지 않았다면 마리사가 죽은 시점에서 이 일가는 붕괴했을터다. 하지만 무리장은 선처해서 레이무의 마음의 상처가 나을 때 까지는 밥을 주기로 하였으나 그게 영원할 수는 없었다.
무리의 모두가 밥을 가져다준다. 너무 느긋한 상황에 부모는 소위 말하는 쓰레기가 되어있었다. 나태한 쓰레기. 하지만 이 밥을 가져다 주는 것도 계속 될 순 없었고 이 쓰레기 레이무도 밥이 줄어듬을 알고 있었다.
"너 때문에 레이무가 느긋할 수 없다고! 알아!? 빨랑 죽었으면 좋겠네!"
"느읏..."
부모는 느긋할 수 없다고 말한다.
느긋할 수 있단게 뭐지? 밥씨를 배불리 먹는 것?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다.
달콤달콤을 먹는 것? 단 건 가끔 오더라도 부모의 입으로 들어간다.
일광욕을 하거나 데굴 거리는 것? 안에서하면 욕을 먹고 밖에서 해도 욕을 먹는다.
잠을 자는 것? 짚단이 가득한 침대씨는 엄마가 차지하고 자신은 굴의 바닥에서 아무렇게나 잔다.
느긋한게 뭐지?
"뉴읏! 느피! 느읏!!
늣!!"
레이무는 작은 몸을 이끌며 뿅 뿅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도 탁구공만한 크기였지만 그래도 힘내고 있었다. 느긋한 태양이 비추더라도 세계는 색을 잃어 여전히 잿빛이었다. 레이무가 울면서도망친다.
ㅡ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무리에서의 원조가 없다. 식량이 부족하단 것과 겨울이 다가오는데 레이무가 먹는 양은 많다였다. 무리에선 쓰레기 레이무는 레이퍼라도 잘 키워보겠다고, 죽이지 않은 성녀같은 이미지였기에 원조를 아끼지 않았었으나 이젠 한계였다.
그런걸 이해하지 못한 부모, 쓰레기는 더 불쌍해지면 무리에서 밥이 나올거라 생각해 모두가 돌아간 틈에 이 레이무를 죽이려 한 것이다.
살이 뒤룩뒤룩 찐 팥, 몸뚱이가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을 실패해 레이무는 실패가 없었다면 부모란 자가 자기를 죽였을 거란걸 인지하고는 바로 굴을 빠져나갔다.
"느피... 느피... 요긴 오디..., 오뒤야..."
레이무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논두렁, 거친 바닥. 시골이란 곳에 도착해도 레이무는 산에 내려와보긴 커녕 무리를 나서본 적이 없다. 이미 그 피부는 거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졌다.
이 시골도 전부 잿빛이었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지만 윳쿠리란 생물은 언제나 삶에 집착하는 이들이었다. 고통을 받아 죽여달라 해도 진짜 죽고싶은 이들은 없었다.
배도 고프고 지치고 힘들다.
레이무가 젖먹던 힘을 짜내며 도착한 곳은 한 장소였다. 인간으로 치면 민가의 정원이라고 하는 장소.
꽃도, 벌레도 풀도 무성히 잘 자라있다.
인간이 사는 곳 치고는 관리가 안되어있지만 레이무가 그걸 알 리가 없다. 레이무의 눈에는 그런 수풀을 멍하니 바라보는 한 생명체가 있었다.
"뉴굿치..?"
굉장히 느긋해보인다. 하지만 느긋이란게 뭐지? 아이로선 여전히 알 수가 없었으나 배고픔이 극에 달한 레이무는 살고 싶었다. 주변의 먹을게 많더라도 사냥하는 능력은 없어 꽃이라고 하더라도 키가 닿지 않을 정도로 높아져있었던 것만 보여 사냥할 수가 없다.
그럼 방법은?
협박이다. 레이무는, 그래도 살아가야했다
본능이었다.
"겨기 쎡을 햐랴범!! 레이뮤한톄 뱝쒸를 내노으라구!"
레이무의 눈 앞에 느긋해보이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무를 향해 거대한 그림자가 가려진다. 가까이서보니 덩치가 커서 레이무가 무서움과 두려움에 벌벌 떨고있었다. 남자는 발 하나를 레이무의 위에 올려두려다가 거두고는 레이무의 리본째로 들어 거슬거슬한 손 위로 올려두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하뉴를 나눈거 가테!!"
레이뮤는 본능적으로 귀밑털을 퍼덕거렸으나 이내 너무 높아진 높이에 소리를 지르려 하자 레이무를 조심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너무 달아서 먹지 못하는 홍시를 레이무의 앞에 놓아두었다.
"먹어라."
"뉴? 뉴뉴...??"
레이무는 의아했다. 자신의 협박이 통했다! 라고 하기에는 살면서부터 모두의 눈총을 받아 자존감이 떨어져, 아니 아예 없는 상태였다. 설마 자신의 협박이? 란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레이무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레이무에게서는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로 말해주었다.
당혹감과 배고픔 중에서 레이무는 그대로 홍시를 물었다. 터질정도로 단 홍시, 거죽도 약해서 아이라도 물어먹을 수 있다.
"우-걱! 우-걱! 캐, 캐해해행보혹!!"
기쁨 시시가 튀어나올 만큼 높은 당도. 목넘김도 좋고 맛있는데 양도 많다. 허겁지겁 주린배를 채워가면서도 주변에 액체가 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때마다 레이무의 눈에서 구슬같은 설탕물 눈물이 흘렀다.
"느, 느누우, 누에에에엥!! 마쉬써어!! 마쉬써엉!!"
맛있어서 그런건가 하고 남자는 턱을 괴며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홍시가 떨어질 때 아니면 윳쿠리는 먹기 힘들겠지 싶었지만.
"레뮤..., 이리 따슈한겨 쳐, 쳐움..., 느에에에엥!!"
그 한 마디에 남자는 레이무를 한 번 바라보았다.
단편적인 말과 먹거나 울면서 말하기에 엉망진창이었다. 생긴것도 더럽고 작아 부모도 없는데 시골에서 이런건 흔하지 않다. 있다하면 레미랴에게 잡아먹혀 고아가 된 정도나 논밭을 망쳐서 제재당한 놈들이다. 하지만 레이무의 크기는 어느정도 컸고 이런데도 땅딸막한 혀짤배기 발음이란 생각에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남자는 꺼슬한 검지손가락으로 레이무의 머릴 쓰다듬어주었다. 처음으로 받는 느긋한 대우에 레이무는 먹는 것도 멈추고 마치 갈구하듯이 손가락에 뺨을 부볐다. 이 행동으로 남자는 확신했었다.
"레이무, 나 혼자 살기엔 이 집은 너무 조용하단다. 혹시 너만 좋다면 내 사육ㅡ 아니..., 가족이 되지 않을래"
레이무는 그 때부터에서야 눈을 올렸다. 울것같은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레이무의 그 눈동자에는 탁함이 아닌, 색이 띄어졌다. 이 남자는 레이무의 눈에는 그 마리사 일가처럼 밝게 빛났다. 색감이 있었다.
"구, 래도 댸? 레이뮤 사냥쒸도 못하구, 레이퍼의 자식이구, 게스라구...? 엄마야도 레이뮤가 뺠리 죽었음 죠켔다고 했다규?"
"...그러냐. 오빠...하하 이게 아니지, 할아범도 혼자선 쓸쓸하니까. 레이무가 가족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뉴, 뉴우 구건..."
"느긋하게 옆에 있어주렴."
"느, 느.. 느긋치이이ㅡ!!"
이 날 레이무가 가족이 되었다.
"늣? 오빠야 좋은 아침이라구!!"
"그래, 그래, 좋은 아침이구나 레이무."
레이무의 눈에는 색채가 가득했다. 레이무가 보는 세상은 색이 가득했다. 세계란 것은 이리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었다.
레이무의 덩치는 크게 불어났다. 환경도 환경이고 굴보다도 따스하고 잠자리는 볏짚보다 따스한 폭신폭신한 이불씨. 여기서 먹는 밥은 산에서는 결코 구할 수 없는 달콤한 열매씨랑 따끈따끈한 밥씨.
레미랴도 없다.
하루 종일 오빠야가 놀아주니 놀이 상대도 있다.
밥씨도 맛있다. 레이무의 덩치는 부모였던 레이무보다 커졌고 좋은걸 먹고자라 지능도 높아져있었다. 심성도 착해 아마 뱃지로 친다면 금은 될 것이었다.
레이무는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있었다. 진정으로 레이무를 위해주는 가족. 산의 기억 따위는 이미 응응과 함께 날려버린지 오래였다. 슬 겨울씨가 온다. 그래도 괜찮다. 레이무는 이곳에서 오빠야와 영원히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느긋이란건 밥도, 집도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서 살 수 있고 서로가 온존히 배려하며 즐거이 살아가는 것을. 그로부터 몇일 후 밤에서의 일이었다.
"늣! 오빠야! 아직 안자는거야?"
"아아 미안하구나 잠깐 쓸 것이 있어서."
"쓸 것?"
"레이무는 아직 몰라도 된단다. 아 레이무에게는 이걸 주마. 나중에 무슨일이 생기면 이걸 펼쳐보도록 해. "
"느느...? 이건 숫자씨?"
레이무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보았다. 뭐가 적혀있는진 알 수 없었으나 오빠야가 준 거다. 이건 레이무의 보물이야! 레이무는 뿅 뿅 뛰어들며 자신의 윳쿠리 플레이스 배게 밑에 넣어두며 조용히 잠에 들었다.
"쿨럭!!"
"느!?"
"아 미안하구나. 레이무. 기침한 거 뿐이란다."
"놀랐다구! 조용히 해주면 좋겠는거야? 밤씨면 레미랴가 온다구!"
"하하. 그렇구나."
남자는 초연하게 미소지으며 이불에 누웠다. 따스하게 춥지 않게 따스한 방안에서 눕다가 문득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레이무."
"늣? 오빠야 왜그러냐구?"
"간만에 같이 잘까?"
"! 좋다구! 당장이면 된다구!"
뿅! 뿅!
처음의 느릿느릿 기어올 때완 다르게 이젠 뜀박질도 잘한다. 레이무는 가끔 오빠야와 자는게 좋았다.
피부가 주름지고 거칠어서 별로였지만 무척이나 따스하고 마음이 포근해졌다.
레이무는 오빠야가 정말 좋았다.
"부비- 부비-"
"레이무."
"늣? 왜 그러냐구 오빠야."
"행복하니?"
초연한 목소리. 오빠야의 손이 레이무의 머릴 조심히 쓰다듬는다. 기분 좋아. 따스하고.
행복하냐고 묻는 말에 레이무는 즉답했다.
"정말 행복하다구! 레이무, 레이무 사실 오빠야 만나기 전에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구, 레이무는 근데 오빠야한테 주워져서 가족씨가 되었다구! 오빠야의 은혜를 나중에 반드시 갚을거라구!
겨울씨는 추우니까 레이무가 부비부비 해준다구!"
"그래, 그런가. 잘되었군."
어느정도 부비부비를 하자, 레이무는 지친듯이 잠들었다.
"누웃, 레이무가 느긋하게 일어난다구!"
레이무가 배게맡에서 일어난다. 이 방은 신기했다. 이 집은 겨울씨가 와도 하나도 춥지 않았으니까. 레이무는 부비부비 몸을 움직이며 오빠야를 깨운다.
"오빠야? 아침씨라구 일어나서 느긋히 우걱우걱 하자구?"
"오빠야?"
부비, 부비.
부비, 부비.
"느응, 오빠야는 잠꾸러기씨네. 일어나라구! 레이무 하고싶지 않지만 뿌꾸 한다구?"
부비, 부비.
그러나 미동도 없었다. 차갑지 않던 방이 조금씩 차가워진게 느껴졌다. 아니, 차가운건 오빠야였다. 왜? 폭신폭신한 이불씨 옆에 있었을텐데 왜?
오빠야 아픈거야? 라고 생각하면 과거의 기억.
괴로워서, 고독해서 어째서인지 죽어갔던 여동생과 언니들. 울면서 부비거리면 그것도 온기를 잃어 삽시간에 차가워진 팥덩어리가 되었다.
"느으, 장난하지 말라구 오빠야.
오빠야.
오빠야...!
그만두라구! 레이무 무섭다구!
레이무, 다시 외톨이가 되기 싫다구!! 오빠야랑 계속 계속 느긋하고 싶다구!! 아직, 아직 레이무가 은혜를 못갚았다구!!
오빠야아아ㅡ!!"
레이무의 세상은 언제나 잿빛이었다.
색채가 밝았던 적이 있었다. 처음이 갓 태어났을 때고 두 번 째는 가족이 될 때 였다.
처음이 느렸지만 두번째 퇴색되어가는 과정은ㅡ 너무나도 빨랐다.
장례가 이루어졌다.
남자의 자식인 아들과 그의 배우자인 여자는 친척들이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화장도 끝나 뼛가루를 납골당에 묻어주는 과정에서도 주변의 인물은 모두 눈물바다였었다. 평소의 행적이였으리라.
남자는 아직도 그 날을 잊지 않았다.
무심코 들려온 전화. 아버지한테서 온 전화였지만 눈물로 범벅이면서 우는 여자의 소리가.
"오빠야가, 오빠야가아아ㅡ!! 움직이지 않는다구!!"
아빠번호로 이상한 장난전화인가 싶었지만, 평소 연로하신 아버지였고 연세가있으신 분이었지만 같이살자고 해도 만류하고 할머니와 같이 살았던 집을 떠나기 힘들어 두 달에 한 번씩 올라갔었다.
그날은 일도 내팽개치고 갔더니 나체의 검은 머리 소녀가 이불에서 고이 자고있던 시신 옆에서 울다지쳐 잠에 들었다. ..., 처음엔 아버지가 이상한 취향이라도 있나 했지만 집의 가구를 보면 아마 윳쿠리가 어떤 이유여서인지 몸첨부가 된 것 같다. 레이무의 보물이라 적힌 것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였고 몸첨부가 되어 늘어난 팥소덕분에 지능도 비약적으로 높아져 자신에게 전화하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여러개의 유서를 남겼었다. 물론 레이무의 것도.
"레이무."
"...."
탁한 눈동자는 날 응시한다. 세상에 희망따위는 없단 듯이. 그래도 할건 했어야했다. 아버지의 옆을 대신 지켜주고 장례식도 같이 있어주고 울어준 이를 윳쿠리따위라며 무시할 순 없었다. 마음도 들지 않고 자신은 유서를 그녀에게 건넸다.
"아버님이 네게 주신 유서다. 죽기전에 부탁같은 거니까. 내가 읽어줄게."
윳쿠리는 글을 읽지못한다. 지능이 높아져도 배운것만 안다. 전화를 한 것도 아버지의 행동을 기억속에서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레이무 앞의 유서를 펼치고 말을 이어나갔다.
[레이무 이걸 쓴 건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윳쿠리인 네가 이해할진 모르겠지만.
처음 너와 만난 날 나는 널 죽이려고 했다. 나한텐 세상이 탁하게 보였거든. 죽을 날도 얼마 안남았고 말이야. 그런데 그냥 변덕이었다.
헌데 너와 내가 너무 닮아보였거든. 죽기전까지 심심풀이로 키워볼 생각이었다. 정말 지루하긴 했거든. 아내도 천국에 가고 기르던 개도 죽었으니. 그래도 말이야, 너와 있던 시간은 내가 지내온 시간 중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떠들썩한건 역시 좋구나. 였다.
언제 죽어도 좋다 생각한게 미련이 되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내 새끼인 넌 어쩌나 하고.]
"으, 으... 으...."
레이무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글은 못읽어도 말은 이해했다.
[네가 온 이후부터 내 세계는 색이 칠해졌더구나. 같은걸 봐도 너랑 있으니 즐거웠다. 너도 즐거웠으면 좋겠구나. 혹여 내가 죽어도 상심하지 마라, 레이무.
니가 날 잊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니까. 알겠지. 내 딸아.]
"오, 빠야... 으, 으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앙ㅡ!!"
레이무는 세차게 울었다.
있는 걸 모두 토해내듯이 말이다. 유서를 읽으면서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기쁘게 해주던 것이 너였단 걸 알았다. 자신은 레이무의 앞에 유서를 고이 접어들고는 레이무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레이무, 만약 너만 괜찮다면.
내 양녀가 되지 않겠니?"
레이무에게 손을 내밀자. 레이무는 얼마안있어 진정한 숨을 가다듬었다. 느리게 팔을 뻗어서 남자의 손을 잡았다.
"레이무는 행복할거야. 잔뜩, 엄청.
그래야 오빠야, 아니 아빠야가 기뻐할테니까."
"그래."
레이무의 세계에는 언제나 잿빛이 가득했다.
허나 그 잿빛은 언젠가는 거두어진다. 영원한 밤이 없듯이.
레이무의 눈에는 언제나 색이 칠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