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패러디
소나무 삭정이를 따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다.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 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나무를 지고는 부리나케 내려왔다.
거지반 집에 다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시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고 앞에서 또 능야아아아 하고 들리는 윳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윳을 집어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나뭇지게도 벗어 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 막대기를 뻗치고 허둥허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수윳이 팥을 흘리고 거의 빈사지경에 이르렀다.
윳도 윳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호드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 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간악한 암윳(데이부)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윳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윳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윳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윳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윳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백꽃 (in 윳쿠리)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