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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이렇게 얌전해?"

"늇?!"

내가 물어본 거지만 진짜 이상한 질문이다. 얌전하면 좋은거지 그걸 가지고 왜 얌전하냐고 묻는 건 그냥 트집 잡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힌 마리쨔의 표정이 지금까지 봤던 이녀석의 어떤 표정보다도 격한 충격과 당황을 띄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묻기로 했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게따졔"

"말 그대로. 넌 왜 나한테 노예니 제재니 죽이니 하는 게스짓을 조금도 하지 않냐고 묻는거야. 너네 언니들이 맨날 하는 짓을 왜 넌 하지 않지?"

"마, 마리쨔 구런 게쓔가 아니랴졔. 차칸 뉴꾸리인고졔"

"착한 윳쿠리는 남의 집을 뺏으려 하지 않아"

윳쿠리에게도 개체차는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윳쿠리의 성격과 행동은 패턴이 정해져 있다. 괜히 역시 템플릿이라던가 결국 윳쿠리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니다.

"그리고 남의 집을 뺏으려 할 정도의 윳쿠리가 쉽게 고개를 숙이는 일도 존재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는 윳쿠리는 눈앞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본인이 직접 쳐맞지 않는 이상 절대 현실을 보지 못 해. 니네 언니들처럼"

"뉴,늇, 마리쨔도! 동섕마리쨔도 얌전히 있땨졔! 그론데 오쨰셔 마리쨔한테먄 구러냐졔?!"

"그놈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니까. 인간이 뭔지도 잘 모르고 힘의 차이도 생각을 못하고 뭣보다 게스짓이든 개념있는 짓이든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딱 보여"

"늇..."

"윳쿠리의 행동은 일관적이야. 착한 윳쿠리, 머리좋은 윳쿠리는 게스짓을 하지 않아. 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심한 게스짓을 계획한 윳쿠리는 그냥 게스야. 절대 간단히 돌아오지 않아. 윳쿠리니까"

템플릿이란 세계 각국의 가공소에서 인증한 일반적인 윳쿠리의 사고패턴이다.
마치 인간이 물건을 인식할 때 시력에 가장 의존하거나 뜨거운 물건을 만질 때 무의식적으로 손을 떼려 하는 것과 같은 윳쿠리의 본능이자 기본인 행동들인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떻지? 내 집을 뺏으려고 자매들 다 끌고 온 네놈이 정작 내 앞에선 단 한번도 내 신경을 거슬리는 짓을 하지 않았어"

"마리쨔 닌간씨가 언니야 조패눈 거 보고 힘의 차이씨를 깨달운고졔. 그전에눈 마리쨔도 언니야둘처럼 섕각했땨졔"

필사적으로 자신이 게스였다 주장하는 마리쨔. 게다가 표정도 더는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게스였던 걸로 끝내달라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느긋할 수 있는 플레이스씨가 마리쨔를 기다리고 있다. 네가 처음에 날 만나서 한 유일한 말이야. 기억해?"

"기...억, 한댜졔. 그때눈 마리쨔가 건방져땨졔. 사과한댜졔"

"신기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안 들었는데 한 번 의심을 하니까 아주 이상하단 말이지. 인간에게 싸움을 거는 게스의 말치곤 너무 밋밋해. 아직 내가 아무것도 안 한 상태인데, 게스끼가 너무 애매해"

"뭐가 이샹한고졔? 마리쨔 게슈라됴 너무 심한 말씨눈 안하눈고졔"

"심한 말을 하진 않는다. 그럴수도 있지. 근데 사실 내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간 게 하나 더 있거든?"

녀석들이 집에 왔을 때만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녀석들 각각의 행동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었다. 그렇기에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긴 한가지.

"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말하는 내내 내 눈치만 보는거 이미 들켰다"

"늇?! 오쨰셔..."

"윳쿠리니까. 표정 다 드러난다고"

그렇다. 이녀석,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내 반응을 노골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내가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하고 있다는 걸 윳쿠리 특유의 알기 쉬운 표정이 전부 폭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도 녀석을 처음 봤을 땐 그냥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인가보다 하고 별 생각없이 넘겼었지만 이놈이 인간에게 싸움을 거는 탐험대의 주모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윳쿠리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존재할 수 없어. 윳쿠리니까. 무슨 말 하는건지 너는 알겠지?"

"마, 마리쨔..."

"다시 말한다. 혼내는 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너 알고 있었지? 윳쿠리가 인간한테 이길 수 있을 리 없다는 거"

"오쨰셔... 이럴 리 없눈고졔? 마리쨔눈 영윳인고졔, 마리쨔의 작전씨, 연기씨 젼부 완벽해따졔. 전부 거짓말씨인고졔"

역시 뭔가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자윳의 연기가 나에게 전부 간파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는지 드디어 윳쿠리다운 현실부정을 시작한 마리쨔. 이제 거의 끝나가는 듯하다.

"약속도 할 수 있어. 니가 속으로 어떤생각을 하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말만 하면 돼. 무슨 말이 나와도 화내거나 제재하거나 하지 않아. 그런데 계속 시간끌고 딴소리하고 있으니 슬슬 기분이 좀 나빠질 것 같기도 하거든?"

"늇?! 마, 말한댜졔! 구러니 젯졔마눈!"

제재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마자 포기하는 마리쨔.
이걸 먼저 말했으면 진작에 원하는 걸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은 것은 혹시나 이놈이 딴생각을 품지 않도록 나는 네놈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대체 왜 탐험대 놀이따위를 한거야? 너정도 되면 탐험대같은 걸 말하는 윳쿠리가 무슨 꼴을 당하는지 정도는 알텐데"

"...안댜졔. 그론 거 마리쨔도 알고있눈고졔"

"그럼 왜 한건데? 자매들까지 다 끌고 같이 죽을 생각이라도 하려 한거야?"

"..."

"야, 너 진짜로 그럴 생각으로..."

"마리쨔눈 안죽눈고졔. 마리쨔같은 영윳이 없어지면 셰샹씨의 손해인고졔"

"...넌 안죽는다는 말이지"

드디어 이녀석이 목적으로 한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화 안내눈고졔?"

"윳쿠리끼리 죽이는 건 내가 뭐라 할 게 아니지. 오히려 당장 듣고싶다. 얘기해봐. 달콤달콤도 준비해 놓을테니까"

"늇! 마리쨔 뭐든 말햐게땨졔!"

제재협박에 달콤달콤까지 약속하니 더이상 길게 끌 생각도 않고 바로 마리쨔가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마리쨔눈 특!별!한 뉴꾸리랴졔. 마리쨔눈 턔어났슐 떄부터 둘씨까지 셸 슈 있었땨졔. 엉덩이씨룰 하뉼로 들고 응응을 하면 몸씨에 묻눈 것됴 햔번만에 뱌로 깨달았땨졔. 언니동섕운 쟌뜩씨가 지나됴 꺠닫지 모탰땨졔.
거기댜 언니야랑 동섕이 밥씨가 땅에셔 안솟아난댜고 뿌꾸할 떄 가먄히 아빠야의 사냥씨룰 기댤리눈 현!명!한 쟉젼씨룰 섕각햬내땨졔"

"오, 대단하네. 운좋게 팥소 잘받았구나"

"운이 좋아떤 게 아니랴졔! 마리쨔가 영윳이라셔 구런고졔! 운명씨인고졔!"

응응 안묻게 거꾸로 볼일 안보는거랑 아무것도 안하고 부모 사냥 기다리는 게 무슨 자랑할 거리냐고 생각이 들 만도 하지만 1년동안 태어나는 아기윳들중 그거 못해서 죽는 아기윳이 적어도 우리나라 인구수보단 많을거다.

"마리쨔눈 알고이썼댜졔. 아빠야가 얼마냐 사냥의 달윳씨인지됴, 구론 아빠야한톄 턔어난 마리쨔가 얼마나 똑또칸 뉴꾸리인지됴 알았땨졔"

무슨 말을 해도 화내거나 기분나빠하지 않겠다 했더니 지금까지와 다르게 말에 자뻑성 사족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녀석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거짓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져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구리고 댜른 것됴 알아내땨졔"

"다른거?"

"마리쨔의 엄마야눈 아빠야랑 댜르게 머리씨가 나빠떤고졔. 게슈눈 아니었지먄 먠날 아빠야한톄 멍청하댜고 조팸댱하고 마리쨔들한톄 뉴구탸다고 먈하눈 거 말고눈 아무것됴 할 줄 몰랐땨졔"

갑자기 셀프 패드립을 시전한 마리쨔. 뭐, 지금은 남편 마리사의 말을 잘 들을지 몰라도 그시절에는 꽤 제멋대로에 쓸데없는 고집만 쎄서 쳐맞고 살았다고 저번에 부모마리사한테 이미 들었다.

"구리고 구런 엄마야가 너무나됴 큰 실수씨를 해버린 것됴 꺠달운고졔"

마리쨔가 잠깐 굳게 닫힌 방문쪽을 보더니 표정을 대놓고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레이뮤. 그 먕할 장애윳쉑을 솎아냬지 않고 마리쨔의 언니야로 먄두러버린고졔!"

지금 방 밖의 수조에 있을 둘째를 향한 마리쨔의 말은 확실히 분노를 품고 있었다.

"와사가 장애윳인 걸 아나보네. 보통 윳쿠리들은 느긋하다던가 귀엽다든가 하면서 와사를 싸고돌다 죽는데"

"구런건 하눈지슬 보면 바로 아눈고졔! 물건도 못집꼬 암것됴 이햬 모타눈 저!능!윳인고졔!"

목소리와 함께 표정의 일그러짐도 점점 커진다. 지금까지 둘째놈에게 쌓인 게 꽤 많았던 듯하다.

"마리쨔가 아무리 응응씨눈 하뉼로 싸면 안된댜고 해됴 말귀를 못알아 쳐먹눈고졔! 아빠야가 마리쨔룰 위햬 준비한 벌레씨됴 멋댸로 머거버리고 더 가져오랴고 마쨔한톄 소리지루눈고졔! 못챰고 마리쨔가 젯쟤하면 아무쟐못 없이 쳐마잤댜고 거짓말하눈고졔! 마리쨔, 벌레씨 머꼬싶었눈데!"

화내는 걸 넘어 억울함에 울먹이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이녀석 어떻게든 둘째놈을 교정시키려 애써본 모양이다. 하지만 들을 리가 없지.

"솔직히 그건 네가 잘못한거네"

"오쨰셔냐제!"

지금까지 둘째에게 피해를 봤던 일을 전부 토해내던 마리쨔에게 한 말은 꽤 충격적이었나보다. 내가 갑자기 화내지는 않을까 조심하던 놈이 나한테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와사종이 그런 말들을 이해할 리 없잖아? 너 머리 좋은 줄 알았는데 결국은 윳쿠리네. 대화가 성립 안되는 물건한테 계속 말 거는 거 보면"

"뉴? 물건씨?"

"와사종은 네말대로 장애윳이지. 아니, 이건 장애윳한테 실례네. 그냥 말하는 물건따위한테 정상적인 반응을 요구한 네잘못이야"

'사실 윳쿠리 자체가 말하는 팥소덩어리. 그냥 물건들이지만'

저번에 집에 와서 조언을 해준 형이 자세히 알려줬기에 와사종에 대한 것은 알고 있다.
선천적으로 귀밑털 끝이 유난히 복슬복슬하거나 아예 묶여있지 않아 물건을 집을 수 없으며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레이무종 중에서도 유난히 굼뜨고 약하다.
소화기관이 미숙하여 다른 윳쿠리보다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하면서도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나빠 금방 지치고 기본적으로 들윳쿠리의 평균을 웃도는 높은 입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경이적일 정도의 저능함.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조금도 정신적으로 성숙해지지 못하고 절대 머리가 좋아지지 않는다.
생존에 필요한, 또는 동족이건 인간이건 상관없이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지식도 머리에 담을 수 없기에 와사종을 평범한 윳쿠리로 만드는 것은 그 가공소조차 포기하였다고 들었을 때 가공소라도 윳쿠리에 대해서 불가능한 일이 존재한다는 것에 내 귀를 의심했다.

"와사종은 쓰레기. 아니, 그 이하야. 인간들이 가공소에서 윳쿠리한테 이상한 실험들 하는 거 알지?"

"가공쇼?!"

"아, 시시지렸냐"

태어나서 한번도 볼 일이 없었을텐데 가공소 말만 들어도 바로 지리다니. 역시 가공소의 힘은 정말 대단해.

"어쨌든 그 가공소조차 와사종의 교정은 포기했어. 그러니 네가 한 행동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네 잘못은 그저 이걸 모르고 와사종을 같은 윳쿠리로 대우했단 거 뿐이지"

"뉴, 역쒸 구럤땨졔! 마리쨔의 계획씨눈 쟐못되지 않아떤고졔!"

"와사종을 죽이는 게 목적이었구나"

"레이뮤만이 아니랴졔. 마리쨔의 언니야랑 동섕. 전부 주겄어야 했눈데!"

"걔넨 왜?"

이녀석의 둘째에 대한 분노섞인 비난을 듣고 그녀석을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웠나 했더니 아예 자매들을 싹 다 정리하려고 했었나보다.

"언니야고 동섕이고 젼부 그 게슈놈한톄 물들어버린고졔! 언니야눈 이미 레이뮤가 하눈댸로 따라하눈 게슈가 되버렸땨졔. 동섕됴 레이뮤가 하눈 헛소리를 듣고 쟈기둘이 귀족이랴고 떠둘고 댜니눈고졔! 언니야랑 똑같이 되눈건 시간문제랴졔. 그땬건 미럐의 영윳 예정이쉰 마리쨔님의 가죡이 아니랴졔!"
지금까지 이녀석이 했던 말중 가장 과격하고 게스로까지 보일 정도의 폭언들. 하지만 그렇기에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진심을 모두 토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리쨔도 탐험댸같운거 하면 오또케 되눈지 아빠야한톄 전부 배워따졔. 구래셔 셰샹 누구도 감히 섕각하지 못할 플랜쒸룰 섕각햬낼 수 있었땨졔. 바로 마리쨔 탐험댸룰 결셩하고 모험쒸룰 하눈 도중 마리쨔만 집에 돌아오눈고졔!"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할 플랜. 자매들을 밖에 두고 자기만 집에 돌아오기. 정말 웃기게도 이것은 윳쿠리로선 도저히 생각해내기 힘들 정도의 명플랜이 맞다. 윳쿠리의 머리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에서 이녀석의 유능함이 보인다.
하지만 그 계획이 성공했으면 얘네가 내집에 있지 않겠지.

"근데 왜 내집에 왔냐. 아니, 어떻게 온거야? 마리쨔 탐험대잖아. 안죽고 여기까지 오다니, 진짜 말도 안되는 것 같은데"

내가 이녀석들을 키우기로 했던 근본적인 원인. 이놈들이 어떻게 추정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탐험대놀이를 했음에도 살아 도착했는지가 다시 의문이 되어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이놈들이 탐험대를 했음에도 살아남을 정도의 유능한 윳쿠리가 맞는가 궁금한 게 아니다. 이런 유능한 윳쿠리가 작정하고 망칠 생각이었던 탐험대가 어떻게 계획과는 다르게...

"아..."

"모냐졔?"

"아냐, 계속해"

"뉴훔, 어쩄둔 마리쨔눈 이 계획씨가 성공할 거랴 읻어 의심치 않았떤고졔. 그론데..."

마리쨔가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윽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셜마 언니야가 사마귀씨를 이길줄은 미쳐 몰랐떤고졔..."

"그게 탐험대에서 생긴 일이었냐"

막내피셜로 사마귀를 일도양단 해버린 장녀마리쨔로 인해 작전이 완전히 박살났던 것이다. 설마 본인도 예전에 생각없이 말한 나뭇가지 사용법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줄은 몰랐다고 마리쨔가 말했다.

"...구래셔 빠질 타이밍씨를 못잡고 닌간씨 푸레이슈까지 같이 와버린고졔"

결국 변명을 대서 중도에 빠지는 것도 실패하고 마리쨔 탐험대가 성공해버려 아무것도 못하고 나한테 잡혀버렸던 것이다. 처음에 내게 어설프게 게스짓을 흉내낸 것도 옆의 자매들 눈치가 보여서 그랬던 듯하다.

"여기까지 둘었으면 닌간씨됴 이해 해주눈고졔? 마리쨔눈 닌간씨 절댸 적으로 섕각한 적 없눈고졔. 마리쨔 그냥 아빠야랑 같이 뉴구타고 시펐던고졔. 사육윳씨눈 바라지됴 않은고졔"

분명 이녀석은 사육 윳쿠리에 대해서 어떠한 망상도 내게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나랑 만나는 것부터 이녀석은 조금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느긋하게 야생에서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 윳쿠리 한마리. 그걸 방해하는 자매들을 처리하고 부모와 함께 느긋하는 것만이 이녀석의 목적이었다.


동시에 나는 이녀석들이 탐험대에 성공한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리쨔 탐험대가 전멸한다. 그것은 곧 아기윳들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계획이 실패. 나는 그저 마리쨔 탐험대는 죽는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리쨔 탐험대는 실패한다'가 맞았던 것이다.
애초에 탐험대를 계획한 것은 이 마리쨔다. 자신의 자매를 모두 죽이고 자신만 남기 위해 아기윳이 죽는 가장 큰 원인인 마리쨔 탐험대를 이용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마리쨔 탐험대는 실패해야만 한다.그렇기에 이 탐험대는 성공했다. 자매들을 모두 죽이려는 아기윳의 계획을 실패시키기 위해 마리쨔 탐험대의 전원 무사생존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리쨔 탐험대는 굉장한 거였구나'

마치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현상. 그리고 그런 하나의 현상 또는 개념이 되어버릴 정도로 아기윳쿠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려는 이 세상의 의지를 엿본 나는 윳쿠리들에게 아주 잠깐 불쌍함을 느꼈다.

'절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운명을 가진 건 어떤 기분일까... 근데 윳쿠리니까 당연한거지 뭐'

아주 잠깐이었다.







"졍말 들어주는고졔?"

"그래. 넌 이제부터 다시 야생윳이 되는거야"

얘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집의 현관에 선 셋째 마리쨔. 모든 이야기를 끝마친 후 다시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 마리쨔의 부탁을 특별히 들어주기로 했다.

"자매들한테는 적당히 얘기해 놓을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으니 특별히 부탁 들어주는 거야"

"고맙땨졔. 마리쨔 앞으로 아빠야랑 캥복하게 샬거랴졔. 방햬되눈 언니동섕도 없으니 저장한 밥씨 다 쳐먹눈 엄마야만 처리하면 된댜졔! 미래의 영윳 마리쨔눈 다시 찬!란!한 야생윳 섕활료 도라가눈고졔!"

"패륜아쉑 신났구만. 저기 나무 보이지? 저기가 니네집이다"

"닌간씨 지굼까지 감샤해떤고졔! 마리쨔 가눈고졔!"

이렇게 우리집 사육윳쿠리 한마리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끝까지 내게 어떠한 도발도 없이 예의를 지켜온 셋째마리쨔.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 굴복해 자신을 낮추어 항상 표정이 좋지 않았던 녀석이지만 지금 나의 사육윳쿠리에서 벗어나 그리운 집으로 떠나는 녀석의 얼굴은 정말로 홀가분하고 희망에 차 보였다.

"아빠야! 마리쨔가 간댜졔!"

목적지는 우리집 현관으로부터 20m정도 떨어진 나무 밑 둥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셋째마리쨔 혼자만의 마리쨔 탐험대가 다시 꼬물꼬물을 시작했다.

  • ?
    팝콘상인 2021.03.04 04:21
    저거 가다가 죽는거 아녀...
  • ?
    느피피 2021.03.04 09:03
    ㅋㅋㅋ묘사 너무 귀엽네요. 하나 키우고싶다...
  • ?
    알트바인 2021.03.04 18:07
    인간 기준에선 웃음이 나올, 그렇지만 윳쿠리 기준에선 꽤 머리가 굴러가는 부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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