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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11850 <친구 집의 오래된 상자>

by 느구우 posted Feb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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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11850 <친구 집의 오래된 상자>

 

 "오오..."

 "너무 낡아서 놀랐어?"

 

 친구의 말대로, 친구의 집은 확실히 낡고 커다란 집이었다. 장소는 지방 도시의 교외, 산 근처이다. 원래는 농가였던 모양이고, 좋게 말하자면 웅장한, 나쁘게 말하자면 위압감이 있는 집이었다.

 그와 나는 대학 시절에 만난 친구이며, 나는 이 근처로 여행을 온 참에 그의 연락을 받아 하룻밤 묵어가게 되었다.

 

 "아니, 집 좋은데 뭐. 혼자 살고 있는거야?"

 "그렇지. 부모님은 시내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셨거든. 아무도 살지 않으면 금새 못쓰게 되버리니까."

 

 대강 보아도 방이 일고여덟개는 있을 듯한 넓은 집에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을 참지 못해 나를 부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손님용 방으로 안내되었다. 도코노마까지 있는 다다미 10장 정도의 넓은 방에 손님용 이불이 준비되어 있었다.

 

 "좋은 집이네."

 "아니,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어지간히 낡았으니까. 쥐 라던가 뭐 이것저것 나오고 해서 손이 많이 간다고."

 그런 대화를 하며 짐을 푼 다음, 나와 친구는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그 후 근처의 계곡에서 낚시를 배우고, 집으로 돌아와 장기를 가르쳐주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영화를 보며 가볍게 한 잔 했다. 역시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즐겁다. 조금 멀기는 했지만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는 꽤 예민한 편이다. 다 큰 어른이 뭐 그러냐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한다. 이불 속에서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낡은 집 특유의 냄새가 점점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내일 돌아가야하니 빨리 자야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점점 사고가 흐려지며 순조롭게 잠에 들려는 순간, 그 목소리가 들려 왔다.

 

 "느... 마리... 졔..."

 "..."

 "...쨔... 긋이... 뎨ㄱ..."

 "..."

 "느그시... 꺼냬... ㅈ..."

 "시끄럽구만."

 

 윳쿠리 특유의 얼빠진 새된 목소리에 짜증이 난 나는 이불에서 나왔다.

 

 이제야 말하는 것이지만 나는 학대 취미가 있다. 안그래도 만쥬를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데, 숙면을 방해받기 까지 한 것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의 근원을 따라가니, 도코노마의 가장자리에 놓인 나무 상자가 보였다. 목소리는 그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 쥐가 나온다고 했었지."

 

 집윳쿠리. 오래된 집에는 으레 나타나기 마련이며, 더러운 설탕 물을 끈적끈적 묻히고 다녀 어느 면으로는 쥐 이상의 해를 입히는 골칫덩어리이다. 스마트폰으로 나무 상자를 비춰어 보니, 윗면에 여닫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 스프링 등으로 닫혀 있다가 집윳쿠리가 올라오면 열려 상자 안으로 떨어트리는 장치일 것이다. 간단한 집윳쿠리용 함정이다. 쥐는 절대로 잡히지 않을테지만, 멍청한 집윳쿠리쯤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조금 감탄했다. 요즘은 가공소에서 나온 집윳쿠리 퇴치 용품을 쓰지만, 옛날에는 이런 수제 도구로 집윳쿠리를 퇴치했던 것일까. 농가의 지혜라는 것이다.

 

 "꺔꺔한거졔! 뉴구탸쓔 없뉸거졔! 누군갸 뉴꾸찌 이찌먈교 얼륜 꺼내쥬뉸거졔! 쓔레기뉸 시른거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상자 안에서 멍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윳쿠리 중에서도 특히 폐급인 집윳쿠리인 주제에 이렇게나 나대는 것일까. 인간에게 발견되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를 정도의 팥소뇌인것인가. 드문 일도 아니지만 나는 감탄했다.

 

 음. 내 잠을 방해했겠다. 어떻게 처리해 줄까. 나는 일단 상자를 손가락을 쿡쿡 찔러보았다.

 

 "느? 구죠댸의 뇨크쒸인거졔? 늇찌! 얼륜 가뉸거졔! 씰-룩!"

 

 내가 두드리고 있는 부분에 가까이 왔을 때 쯤 힘껏 손으로 상자를 친다.

 

 "느뺘아아아아! 무쎠어어어!"

 

 윳쿠리는 큰소리를 싫어한다. 고작 이 정도에 혼비백산하다니. 한심한 비명을 듣고 있자니 점점 진심으로 학대하고 싶어졌다.

 

 "느긋이 있으라구."

 "늣! 느긋이 있으라구!"

 

 일단 인사를 해서 나의 존재를 알리자 힘차게 대답이 돌아왔다. 상자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느... 혹시 인간인거졔?"

 "그래. 너는 누구야?"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다.

 

 "마리쨔인거졔! 탐혐햐다가 이 둉굴쒸에 떠러져버린거졔! 깜깜했던거졔! 무서웠던거졔! 뉴꾸탸쓔 업써떤거졔!"

 "아아, 그렇구나. 아주 큰일이었네."

 

 들을 생각도 없는 자기 신상을 떠들기 시작한다. 적당히 흘려 들으며 가져온 짐을 뒤진다.

 

 "마리쨔는 세계를 졍복햘 슉명!인거졔! 당쟝 꺼내뉸거졔! 그러면 노예로 해줘도 좋은거졔!"

 "오오, 그거 대단한데."

 

 만약을 위해 가져오길 잘했다. 알코올 램프, 핀셋, 강판에 소용량 오렌지 주스 캔. 시골에 가는 것이니 야생 윳쿠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 했지만, 설마 집윳쿠리일 줄이야.

 

 "마리쨔는 배... 꼬-륵인거졔! 빨리 내보냬뉸거졔! 그리하지않으면 젯졔인거졔!"

 "네네, 느긋이 느긋이."

 

 낮에 썼던 낚시 도구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낚시 바늘에 낚시 줄. 모자를 낚시 줄에 붙여 마리쨔를 낚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느가아아아! 넘묘 뉴끄탼거졔! 분수를 아는거졔 먕햘노예! 뿌뀨-!"

 "아아, 꺼내줄게. 잔뜩 놀아 주마."

 

 윳쿠리의 도발 능력은 굉장하다. 졸음은 완전히 가셨다. 내일 피곤해서 어쩐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상자를 들었다.

 

 "뇨예! 먀리쨔님믜 젯졔는 무서운거졔!"

 "...흠."

 

 매끄러운 감촉. 아직 스마트 폰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밝혀져 있는 방 안에서, 나무 상자를 천천히 살펴본다. 아주 오래된 상자이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눈을 부슈뉸거졔! 발을 부슈뉸거졔!"

 

 이 상자, 상당히 오래동안 방치 되어 있던 것 같다.

 

 "머리를 깨는거졔! 내장을 지지는거졔!"

 

 집윳쿠리. 그것도 새끼. 이 마리쨔,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상자 안에 있던 거지? 아사도 하지 않고 이렇게 건강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건가?

 

 "그리교 네놈을 우-껵햐는거졔! 마리쨔으배... 꼬-륵인거졔!"

 

 문득 오래 전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를 떠올렸다. 건드려선 안될 것은,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이 상자는 정말로 집윳쿠리를 잡기 위한 물건인가. 이 집에 나온다는 '이것저것'은 정말 집윳쿠리를 말하는 건가.

 

 "..."

 "..."

 

 상자는 이상할 정도로 가볍다. 이 안에 정말 마리쨔가 들어 있는가?

 

 "야, 너 진짜 마리쨔야?"

 

 "빨리 열어라. 굼벵이는 싫다."

 

 -라고, 오래된 상자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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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짧은 번역입니다. 윳쿠리로 호러라니 상당히 유니크... 원문에서도 새끼 마리사의 말투와 비슷하지만 다른 말투입니다. '배쒸'가 아니라 '배...' 라던가, '꼬-륵꼬-륵'이 아니라 '꼬-륵'이라던가, 혀짤배기 소리가 그다지 많지 않다던가, 윳쿠리가 쓰기에는 조금 고풍스러운 단어를 쓴다던가... 살린다고 살려 봤지만 어떨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