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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집에서 느긋히 월동한다구! - 완

by 흑암 posted Feb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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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뮤가 죽은지 하루가 지났다.

 

그 동안 마리사는 남은 식량을 모아놓은 창고를 걸핏하면 들어가 남은 식량의 양을 확인했다.

 

사실 창고를 보러간다고 없던 식량이 나올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마리사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그런 움직임이 더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더 식량을 소모하게 하는 것인데도.

 

“유.... 이래서야 겨울이 끝나기전에 밥씨가 떨어져..... 모두 영원히 느긋해져 버린다구.....”

 

마리사도 겨울이 언제 끝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녹은 눈이 얼어서 문이 막혀버린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하루 이틀내에 봄이 오는게 아니란건 확실했다.

 

“그, 그래. 다른 창고에 놓친 밥씨가 있을지도 몰라.”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옆 창고로 들어간다.

 

사실 마리사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한 행동이지만-

 

“유?! 역시 놓친 밥씨가 있었다구! 유윳!”

 

텅비어있어야 했던 창고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다가간 마리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윳쿠리 푸드가 아니라, 어제 마리사에게 무참히 제재당한 레이뮤의 사체였던 것이다.

 

문이 막혀 사체를 밖에 내다 버릴수가 없어서 임시로 안쓰는 식량창고에 넣어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식량창고에 있던 사체- 라는 것이 마리사의 머리속에서 연상작용을 시작한다.

 

그것은 마리사의 기억속 깊숙히에 있던 오빠야가 반장난으로 알려줬던 -윳쿠리의 몸은 달달한 만주로 되어있다-까지 이어졌다.

 

“아, 안된다구! 아가야를 밥씨로 봐서는.....”

 

고개를 젓는 마리사. 하지만.

 

“그, 그치만 밥씨가 부족한걸. 그리고 이 아가야는 밥씨를 훔치는 게슈!였다구.”

 

그러니 먹어도 되지 않을까?

 

마리사는 슬그머니 뒤를, 모여서 자고 있는 남은 가족들을 바라봤다.

 

구해야할 것은 이들이다.

 

이미 죽은 게스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이고.

 

마리사는 나뭇가지를 꺼내 다시한번 레이뮤의 몸을 헤짚기 시작했다.

 

 

“우-걱 우-걱 캐앵보옥!!!”

 

달콤달콤, 다시 말해 죽은 레이뮤의 사체와 윳쿠리 푸드를 섞어 만든 경단을 먹고 행복을 외치는 마리샤와 레무.

 

“유후후. 아가야들 잘 참아주었기에 특별히 아빠야 특!제! 달콤달콤을 상으로 받은거라구. 응? 레이무는 왜 먹지 않아?”

 

흐뭇해하다가 레이무의 불안을 눈치챈 마리사.

 

“마....마리사.... 이거.....”

 

“달콤달콤은 달콤달콤일 뿐이라구. 그거 외에 다른 말 필요해?”

 

레이무는 이미 이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그도 그럴게 이 밀폐된 집안에서 달콤달콤이 어디서 나온다는 말인가?

 

그러나 낮은 목소리로 을러 붙이는 마리사와 기뻐하는 아가야들 앞에서 달콤달콤의 정체를 폭로할수 없는 레이무였다.

 

“레, 레이무는 안 먹을래. 아니 먹을수가 없다구!”

 

“아깝게.... 그러면 이것들은 아가야들이 먹으라구. 아까건 아빠야의 선물, 이건 엄마야의 선물이라구.”

 

“유와이~”

 

기뻐하며 먹는 마리챠와 레무.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자신도 달콤달콤을 먹는 마리사.

 

레이무는 불안한 눈으로 마리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레이뮤를 제재할때의 잔인함도 그렇고, 어느샌가 마리사는 자신이 알던 마리사가 아니게 된 것 같았다.

 

극한상황에 몰리면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오곤 한다.

 

그것은 극한상황에 몰렸기에 나온, 자신이 아닌 것인가,

 

평상시의 허울이 적나라하게 벗겨진 진정한 자신인가.

 

그 답을 내는 것은 인간에게도 어렵다.

 

 

다시 찾아온 밤. 마리사는 잠든 척을 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세 아이에서 두 아이로 줄어들은 오늘은 확실히 식량 소모가 적다.

 

그렇다면 한 아이로 줄면 어떨까?

 

식량 소모가 주는 것만이 아니다.

 

달콤달콤이 생기기까지 하는 것이다.

 

죽은 레이뮤는 정말로 오랜만에 먹었던 달콤달콤이다.

 

마리사에겐 펫 시절의 다양한 달콤달콤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랜만의 느긋함이기도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정해져야 한다며 자신을 채근하는 다짐은 이미 필요없는지도 모른다.

 

마리사는 레이무의 옆에서 잠들어있는 두 아가야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둘중 하나를 살린다면 역시 마리샤다.

 

마리샤는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아 미래가 기대되는 아가야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닮은 아이이다.

 

마리사는 입을 쩌억- 벌리곤

 

 

“유삐이이이이이잇!!!”

 

어두운 집안을 레무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놀라 일어난 레이무와 마리샤의 눈앞에 보인 것은

 

얼굴의 오른쪽 반이 뜯겨나간채 왼쪽 귀밑털을 파닥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무참한 레무와

 

행!복!의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우물거리고 있는 마리사의 모습이었다.

 

“윳! 한번에 고통없이 끝내려했는데, 조금 얕았던거 같다구.”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입을 벌려 레무의 나머지 얼굴 반쪽도 단번에 물어버렸다.

 

레무에게 있어 하체에 해당하는, 입 아래의 몸통 부분은 그 자리에 남아 경련.

 

 

 

“이 살윳마가아아아아아!!!”

 

“유가아아아악!!!”

 

레무가 죽는걸 본 레이무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마리사를 물어버린 것이다!

 

무슨 아이러니인지, 마리사가 물린 부위는 방금 레무가 처음 물린 부위와 같은 얼굴 오른쪽 윗부분이었다.

 

“레이무, 뭐하는고야아아아아!!!”

 

마리사는 당황하며 외쳤지만 레이무의 이빨은 그대로 피부를 찢고 팥소를 파고든다.

 

나름 레이무가 일어났을때 말로 잘 구슬려볼 생각을 하고 있던 마리사지만,

 

레이무는 그럴 기회도 주지 않고 공격한 것이다.

 

게다가 이 무는 힘, 이대로 가다간 죽는다라는 공포가 마리사를 사로 잡았다.

 

“유깃!!!”

 

이번에 비명을 지른 것은 레이무.

 

마리사는 어느샌가 꺼낸 나뭇가지로 레이무의 몸을 찌른 것이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무는 힘을 더하는 레이무.

 

레이무의 중추팥소를 찌르기 위해 찌른 가지를 휘젖는 마리사.

 

둘의 비명이 집안에 울려퍼지고,

 

마리샤는 그저 그 자리에서 눈물과 시-시-를 흘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참혹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얽혀있던 두마리 가운데 하나가 절명하고 살아남은 것은 한마리였다.

 

“유, 유히이이이이-”

 

가뿐 숨을 몰아쉬는 마리사의 얼굴 반쪽은 결국 눈과 함께 뜯겨나가고 없었다.

 

거기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흘러나오는 팥소.

 

마리사는 레이무를 죽인 후에도 여전히 위기감을 느꼈다.

 

“주,...죽고십지아나. ....빨리 싱싱한 달콤달콤을 보충해야만.....”

 

마리사의 하나 남은 눈은 빙글- 돌더니 마리샤를 포착한다.

 

“꼬, 꼬마야. 이 아빠야에게 오련.....”

 

가능한 느긋한 미소를 지어보이려하는 마리사였지만, 이미 너무 끔찍한 모습이었다.

 

마리샤는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선다.

 

“이... 게스놈! 아빠야의 치료제가 되라구!”

 

마리사가 뛰어나가자 그걸 예상했던 마리샤도 뒤로 돌아가 뛴다.

 

추격전이 개시되었고 마리샤는 마리사의 예상보다 빨랐지만

 

결국 밀폐된 집안 도망갈 곳은 한정적이었고, 어느새 마리샤는 입구로의 통로로 접어들었다.

 

“유힛! 멍청한 게스! 거긴 막다른 곳이라구!”

 

웃으며 뒤를 쫓는 마리사.

 

아니나 다를까, 막혀있는 입구문앞에 작은 마리샤가 당황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리사의 슈-퍼- 우걱우걱 타임 시작한다구!!! 윳?!”

 

레무를 먹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입을 있는 힘껏 벌리고 문 마리사였지만,

 

이빨은 아무 저항 없이 서로 부딫칠 뿐.

 

“유윳?”

 

마리샤는 입안에도 문 앞에도 없었다.

 

마리사는 얼이 나갔다.

 

눈앞에서 마리샤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얼어서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마리사는 놀라서 문에 다가가 마리챠가 혹시 문을 통과해 버린 것인가 바깥쪽을 바라본다.

 

사실은 다음과 같다.

 

마리샤는 문앞, 마리사에게 붙잡힌다고 확신이 든 그 순간.

 

몸을 뒤로 돌리고 오히려 마리사에게 돌진, 그 옆으로 지나가 버렸던 것이다.

 

윳쿠리는 인간의 머리 형태를 하고 있는 생물이다.

 

따라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입체시야는 뛰어나지만 시야의 각도는 좁으며

 

특히 윳쿠리는 자기 몸에 의해 상당한 시야가 가려진다.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시야 밖을 보고자 한다면 간단히 고개를 돌려버리면 그만이지만, 윳쿠리의 경우 몸 자체를 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윳쿠리의 신체적 헛점을 잘 파고든 마리샤의 회피였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방법이 없더라도 자신을 잡아먹고자 달려드는 강력한 상대에게 역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마리샤의 담력과 기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리라.

 

당황해있던 마리사는 다시 생각을 정리한다.

 

문의 상태가 이렇다면 어쨌든 집 밖으로 나갈수 없다.

 

그렇다는건 집 안에 있다.

 

빨리 찾아서 먹어야 한다.

 

“이 게스 아가야 빨리 안나오냐! 아빠야를 빨리 느긋하게 하라구!”

 

마리사는 어두운 방안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외쳤다.

 

그러나 마리샤는 숨을 죽이고 아무 말없이 어둠속을 천천히 기어 이동하며 마리사를 피했다.

 

그러는 도중 마리사의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얼굴이 크게 물어 뜯긴 상황에서 격하게 움직여서 출팥은 더욱 심해졋던 것.

 

“유히..... 마, 마리사는 여기서 죽을 윳쿠리가 아니라구! 꿈을....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느긋할거란 꿈을 이루고 말꺼야!”

 

마리사는 쓰러질 것같은 몸을 다시 채근한다.

 

그렇다. 여기서 무너질수는 없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

 

레이무와 함께, 아가야를 만들고 다함께 느긋히 한다는 그 빛나는 광경이 마리사의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꿈을..... 꿈을 이루기 전에 죽을수는 없어......”

 

그런 마리사에게 어둠속에서 외침이 들려온다.

 

“아빠야의 꿈은 이미 이룬거 아니냐구! 엄마야랑 언니야들이랑 마리샤가 있었자나!”

 

“윳?!”

 

 

마리사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몸은 얼어붙은 것 같았지만 생각은 맹렬히 돌아, 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다. 마리사가 늘 간절히 바랬던 꿈은 이미 이루어졌고.

 

이미 망가졌다.

 

마리사는 레이무의 시체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레이무는 끔찍한 표정을 짓고 검게 변해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마리사 자신이 이렇게 한 것이다.

 

그 옆에는 반토막난 레무의 사체.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마리사의 머리속에 여러 이유들이 떠오르다 사라지곤 했다.

 

마리사로선 어떤 이유가 정답이고 어떤 이유는 아닌지 가릴수 없었다.

 

그저 실패와 자신의 무능만이 확실할 뿐.

 

자신이 능력에 비해 과분한 희망을 품었기에,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망가지고, 마리사의 생도 아무런 의미도 없이 여기서 끝이 날 것이다.

 

아니, 이 상황에서 다시 마리사는 깨닫는다.

 

‘모든’ 것은 아니다.

 

마리사와 레이무가 살아왔던 것의 의미가 하나. 마리샤가 살아있는 것이다.

 

마리사는 방금 자신을 피했던 마리샤의 기지를 떠올린다.

 

자신이 그 나이때는 어땠던가?

 

확실히 저 아이는 영리하고 과감함도 있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자랑은 야생에 살아남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펫으로 평생을 살아온 자신이라면 이 상처가 낫는다고 해도, 봄이 온다고 해도 제대로 사냥 따위 하지 못하고 굶어죽을 것이다.

 

지금에와서 자신을 냉정히 돌아본 마리사의 몸속에서 체념과 함께 일말의 희망 같은 것이 떠올랐다.

 

마리사가 마지막에 한 것은 종을 떠나 많은 부모들이 하는 일이다.

 

자신보다 더 나은 길을 걸으리라 믿고 자식에게 미래를 맡기는 것.

 

“아가야는 잘들으라구. 이 아빠야는 멍청해서 실패했던거야. 아가야는 아빠야처럼 되지 말고 꼭! 엄마야와 언니야들의 몫까지 살아남는거야!”

 

“아, 아빠야?”

 

“자! 먹으세요!”

 

“아빠야!!!”

 

 

 

 

 

이렇게 해서 이 마리사와 레이무의 월동과, 삶과,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들은 안락한 펫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결국 죽음을 맞이한, 어리석은 윳쿠리였다.

 

그러나.

 

관점을 더 근본적이고 깊은 곳까지 넓히면, 생명이란 어차피 필멸.

 

죽음이 실패, 패배라면 모든 생명체는 패배자이고, 애초에 태초의 단백질 덩어리에서 변하지도 않았으리라.

 

그러나 생명이 선택한건 다른 길이었다.

 

모든 생명이라는 것은 그 태초의 생명으로 부터 단 한번도 끊기지 않고 내려온, 터무니없을 정도로 길고 장대한 생명의 이어달리기의 주자이고, 그 능력, 지혜, 욕망 모두 자신이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바통을 자식으로 이어주는 도구의 하나이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주인 오빠야는 두마리를 키우는 것도 부담스러워했고,

 

결코 집에서 아가야를 만들어 키우는걸 허락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사와 레이무는 제로였던 승산을 자신의 목숨을 소모해서 끌어올린 것이 된다.

 

오빠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오빠야는 사실 자신이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자기 집의 경제 상황과 자신이 몸을 담은 분야, 그곳에서 성공할 가능성, 노후계획 등을 꼼꼼히 고려해본 뒤의 결과로,

 

수십년에 걸친 먼 미래를 예상해 행동한다는 것은 윳쿠리에게 불가능한 인간의 힘일 것이다.

 

그러나 오빠야의 이 선택은 생명으로서는, 좋은 기록을 못낼까 두려워 아예 완주를 포기한 자가당착과 다름없다.

 

오빠야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바통은 땅바닥에 떨어져 썩어버릴 것이다.

 

그에 비해 마리사와 레이무의 바통은 마리샤라는 새 주자에게 확실히 전달이 되었다.

 

그 바통의 미래에 대해서 죽은 마리사와 레이무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이 장대한 이어달리기의 주자가, 부모가 받아들일 운명인 것이다.

 

 

 

.....그리고 마리샤의 미래에 대해 말하자면,

 

마리사와 레이무는 상상조차 못한 미래가 찾아오게 된다.

 

그것 역시 태초의 생명에서 지금과 같은 천변만화의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늘상 일어났던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