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호-라기보다는 윳쿠리들의 숫자를 세는 정도이지만-을 마친 마리사는 줄을 서기 시작한 윳쿠리들을 느긋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식사를 받기 위한 줄이다.
하지만. 마리사는 다른 윳쿠리들과 달리. 서둘러 줄을 설 생각을 하는 대신. 느긋한 표정으로 살짝 졸고 있을 뿐이였다.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
서두른다고 밥을 더 주는것도 아니고. 늦게 간다고 덜 주는것도 아니다. -너무 늦으면 정말 안줄때도 있지만. 마리사가 그때까지 퍼질러 있진 않을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밥을 먹으면 곧바로 밖에서 출발 대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 쌀쌀한 바람에 시달리며 대기하고 있는것보단. 느긋하게 방에서 졸면서 기다리다가. 밥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하는편이 이득이였다.
"좀 더 달라구!"
"안된다구요?"
"느읏..."
오늘의 배식을 담당하는 윳쿠리는. 의외로 평범한 윳쿠리가 아니라. 희귀종인 사나에였다.
마리사는 그저 말 없이. 사나에에게 자신의 보물 2호인 강철 밥그릇을 내민다.
강철 밥그릇이라고 하면 뭐 대단한것 같지만. 실제로는 폭발하고 남은 지뢰의 껍질을 마리사가 재활용하는것 뿐이였지만. 적어도 밥그릇이 없어서 모자에 받거나 쭈글쭈글한 종이컵에 받는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사나에는 생긋 웃으면서 밥그릇 가득 국을 채워준다. 딱히 대단할것은 없는. 인간들의 요리를 만들고 남은 풀떼기를 집어놓고 대충 가열한 국이다. 그나마도 맛 본답시고 요리하는 윳쿠리들이 반은 쳐먹었을 것이다.
마리사가 밥그릇을 돌려받고 식탁으로 향하려고 할때. 사나에가 슬쩍 귀밑털로 무언가를 밥그릇에 던져넣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다음 오라구요." 라며 마리사를 민다.
마리사가 밥그릇을 보니. 약간의 윳쿠리 푸드가 들어있었다.
사나에는 지뢰해체 윳쿠리 사이에서 태어난 윳쿠리였다.
흔하디 흔한 레이무와 마리사 사이에서 태어난. 종종 말하는 '체인질링'으로 태어난 아가야.
하지만 어미였던 레이무가
'레이무를 닮지 않은 아가야를 필요 없다구'라는 말과 함께 짓밟아버리려는것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마리사가 몸으로 막았다
'살윳은 처분대상이겠지이?'
라는 말에 어미 레이무는 한바탕 욕을 하고는 그딴 애새끼는 레이무의 아기가 아니라며 가버렸다.
어쩔수 없이. 마리사가 사나에를 보듬어 키웠다. 얼마 안되는 먹이를 나누고. 인간이 먹다 버린 간식을 훔쳐먹이고.
키웠다곤 해도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이였다. 사나에의 덩치가 좀 커지자. 마리사의 모자로는 숨길수 없었고. 금방 들켜버린것이다.
다행히도. 자신처럼 지뢰 해체에 동원되는 대신. 희귀종이라는 이유로 인간들의 애완윳쿠리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아마 방금 준 윳쿠리 푸드도 원래 인간이 사나에에게 준 것이겠지.
밥을 먹으며. 자신이 사나에를 키우던 시절의 생각을 하던 마리사는 문득. 아가야들의 웃음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이런 지옥같은곳에서도 아가야들은 해맑다. 비록 자신의 어미가 자신들을 귀찮은 짐짝으로 생각하는 곳이라도 말이다.
사나에가 주었던. 맛있는 윳쿠리 푸드의 뒷맛마저 사라질 즈음. 인간들의 씽이. 윳쿠리들이 대기하고 있는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