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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 2905 - 윳쿠리 마리사의 서프라이즈 중편

by 흑암 posted Jan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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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큐, 모두의 집은 저쪽에 있어."

 

거리 윳쿠리의 장인 파추리의 선도로 마리사 일가는 공원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인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강요당한 마리사의 표정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달콤한 당질에 묻힌 눈물 자국이 눈 밑에 스며들어, 뺨에서부터 턱밑까지 진한 선을 남기고 있다.

마리사의 자랑이었던 은배지는 이미 모자에 없고 대신 주인의 오빠야와 교대하듯 찾아온 거리윳쿠리 관리를 맡고 있는 NPO법인 <거리윳쿠리친구회>의 회원인 초로의 남성이,

연락을 받고 새로운 거리 배지를 모자에 달아 주었다.

마리사 앞을 걷고 있는 데이부도 아이들도, 커플의 도시 배지가 장식 위에 붙어 있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마리사는 현실을 들춰내는 기분이 들어 견딜 수 없는 감정을 품은 채 시선을 떨구고 잡목림의 안쪽을 향한다.

 

"다왔어, 여기가 오늘부터 마리사네 집이야."

"윳...?!"

 

숲 너머 탁 트인 들판의 한 귀퉁이에 놓인 많은 상자들을 보고 마리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자는 쭉 마주보고 두 줄로 늘어서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상자 안에 많은 윳쿠리 들이 몸을 모으고 있다.

집이라고 소개된 장소가 나무로 만들어진 큼직한 사육상자였다는 사실에 마리사는 단지 경악을 금치 못할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육 윳쿠리였던 마리사에겐, 이것은 도저히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될 리가 없었다.

더 크고 널찍하고 텔레비전이 있고 푹신푹신한 방석이 있고--.

상상하던 당연한 광경이 일변해, 기껏해야 한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마치 감옥을 연상시키는 비좁은 상자가 앞으로의 생활 공간이라고 하면 마리사에 납득이 갈 리가 없다.

 

“기, 기다려요! 이런 작은 상자씨가 집인 건 이상해!"

"무큐? 이상해?"

 

파츄리는 뒤에 앉은 마리사를 힐끗 한 번 힐끗 보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작게 조소했다.

거리 윳쿠리의 장인 만큼, 버려져 낙향해 오는 사육 윳쿠리를 많이 봐 온 파츄리는,

마리사의 심정을 직시하듯 대변한 말을 뽑아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비좁고 지저분한 데는 느긋할 수 없다 인가 봐요."

"그, 그렇다구! 집은 더 크고 깨끗한 곳이야! 이런 곳에서는 느긋할 수 없어!"

"그래……"

 

마치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파추리는 냉랭한 눈으로 마리사를 내려다보고는 그 근처의 풀이 무성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이렇게 쏘아붙였다.

 

"크고 예쁜 곳이 좋다면 마리사는 그 근처를 집으로 해도 좋아. 자, 레이무과 꼬마야들은 저쪽 집으로 갑시다."

 

휙 몸을 날린 파추리는 멈춘 마리사를 두고 상자로 만들어진 단지 안쪽으로 향하려 한다.

당황한 마리사는 소리를 질러 파츄리를 말리더니, 다 쏟아졌을 눈물을 다시 눈가에 떠올리며 떨면서 간청한다.

 

"어,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이런 곳을 마리사의 집으로 하라니 이상하다구!! 다른 집을 준비해달라구!!"

“응석부리지 말아요! 아무리 마리사가 파츄리에게 투정을 부려도 마리사가 원하는 집은 준비할수 없어.

여기선 이게 당연해! 그게 불만이면 그 배지씨를 두고 어디로든 가는 게 좋아."

"유으윽…… 그게……그게!"

"그럼 다시 말하지말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해."

 

약간 엄하게 꾸짖는 말투로 파추리는 내뱉더니,

신문지를 꽉하고 뭉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뚝뚝 눈물을 흘리는 마리사에 등을 돌렸다.

거리 윳쿠리시스템이 이 마을에 도입되어 선대의 장으로부터 이 무리를 맡은 파츄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육 윳쿠리가 이 마리사처럼 버려져 거리 윳쿠리로 되는 모습을 봐 온 경위가 있었다.

순정의 거리 윳쿠리들보다 지성이 높고 행동도 얌전하고 솔직한 개체임은 변함없지만 그들에게는 대체로 결점이라고 할 만한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생활력의 부재이다.

주인에게 의지한 삶을 살아온 여유로운 윤생을 살아온 사육 윳쿠리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삶으로 사고가 치우쳐 버리는 경향이 있다.

당연하게 가져온 맛있는 밥을 아무런 의문 없이 먹다 보면,

그것이 당연하다고 각인되어 팥소 뇌가 마비되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윳쿠리에 우선 파츄리가 무엇을 하는가 하면, 응석부린 근성을 철저하게 고쳐놓는 것이다.

버릇없이 내뱉고, 짜증내면 무시하기로 하고, 떼쓰면 내동댕이친다.

원래 자신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윳쿠리이며, 아무리 당윳에게 있어서 어려운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지성이 높은 것에 있어, 미지에 대한 공포만큼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다.

 

"유으으……"

 

결국 마리사도 파츄리의 뜻대로 원망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며 따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마리사 일가의 집은 멀리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럽고 초라한 외관의 말 그대로의 간소한 상자였다.

 

“자, 도착했어. 이 집은 마음대로 써도 돼."

"여기가……마리사의 집……"

 

상자의 측면, 입구에 해당하는 부분에 오래된 상점의 발이 걸려 있다.

마리사가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바닥 한쪽에 꾀죄죄한 담요가 깔려 있을 뿐인 작은 공간이었다.

담요는 밖에서 불어오는 모래로 까칠까칠하고, 전에 살았을 집주인 윳쿠리의 응응 자국과 밥 찌꺼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더러운 곳이야! 똥영감을 노예 삼아서 느긋하게 지낼 예정이었는데, 심하게 틀어졌다구! 정말!"

 

찌푸린 얼굴로 데이부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상자에 들어가더니, 쿵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안쪽의 한 모서리를 점령했다.

뒤늦게 아가 윳쿠리 자매도 입실하지만 표정은 어둡고 조금 전부터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는다.

 

"무큐, 오늘은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피곤하겠지. 내일 또 오니까 이제 쉬어도 돼."

"알았다구……"

"모르는 게 있으면 파츄리 물으러 와, 알았지?"

 

그만큼 말을 남기고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 파츄리. 이대로 여기서 우두커니 서 있어도 소용없으므로 마리사는 쭈뼛쭈뼛 집으로 들어간다.

상점 발의 틈새로 비쳐드는 햇살만이 광원인 어두컴컴한 상자 안에서, 마리사는 불편함에 숨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마리사는 거짓말쟁이에 구제불능이라구! 레이무를 사육 윳쿠리로 해준다는 약속은 어떻게 된 거야아!"

 

진을 친 데이부가 지금까지의 울분을 풀기 위해서인지 느닷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찡긋하고 입을 찌푸리고 오른쪽 눈썹만 치켜올린 모습은 겁쟁이 마리사를 주눅 들기에 충분한 박진감이 있다.

 

"레-,레이무…… 미-,미안해! 마리사도 이런 일이……이런 일이 될줄은 생각도 못했다구……"

"사과해서 끝난다고 하면 경찰씨는 필요없어! 정말, 쓸모없네!"

 

탱글탱글 여분의 살을 떨면서 침을 흘리면서 욕설을 계속하는 데이부,

쏟아지는 온갖 욕설들에 왜 이렇게 느긋하지 못한 데이부와 함께하기로 되어버린걸까, 마리는 머리를 움켜쥐고 한숨을 쉬었다.

데이부에 기대어 밀착해 있던 자식의 존재를 구원처럼 생각하면서 얼굴을 들었다.

 

"맞다구! 마리사에게는 아직 꼬마야들이 있어! 꼬마야, 마리사와 함께 느긋히 하자!"

 

아가 마리사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마리사는 예상치 못한 거절을 받았다.

 

"시끄려!! 주그라구!!"

 

일순간 경직되어 멈춘 마리사, 내려다본 최애의 자식이 한 말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부의 말임을 깨닫고 물러선다.

시선을 떨어뜨리면 꾹 입가를 굳게 다물고 예리한 시선을 던지고 있는 아가 마리사가 데이부 옆에 서 있다.

그 옆의 아가 레이무도 같은 표정을 띄운 채 낯설어서인지 일그러지게 부풀어 오른 뿌꾸를 마리사를 향하며 준거의 기개를 나타내고 있다.

 

“꼬, 꼬마야…… 어, 어째서 마리사한테 그런 짓을 하는 거야!? 같이 부-비-부-비-하자!!」

"갸꺄이 오지맛! 레이뮤를 피료업는 아이라고 말한 쓰레기 부모는 꺼지라구!!“

 

레이무를 필요 없는 아이 취급 하는 쓰레기 부모--.

그 문구에 마리사는 주춤했다.

아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아까 주인 오빠야와 주고받는 도중, 마리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이제 꼬마같은건 필요없으니까 마리사를 집으로 돌려보내줘!]라는 발언으로부터 태어난 것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사는 서둘러 해명을 시작하지만 이미 늦어 완전히 시기를 놓쳐 버리고 있었다.

 

"그건 달라! 꼬마야는 마리사의 소중한 꼬마야! 그러니까--"

"다르지 아나! 쓰레기 부모는 마리샤의 아빠야가 아냐아! 마리샤는 엄마야랑 뷰-비 뷰-비할꼬야!!!"

"유후훗, 역시 레이무의 귀여운 꼬마야들이내! 저따위 글러먹은 마리사는 냅두고 모두 느긋하게 지내자구!"

 

데이부는 아이들에게 부모로서의 우열을 가를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한다는 느낌으로 에헴하는 얼굴을 만들면,

그 체형 때문인지 약간 뚱뚱해진 좌우의 귀밑털로 아가 레이무와 아가 마리사를 붙여서 볼을 포개기 시작했다.

 

"유훗, 꼬마야는 아주 느긋 할 수 있어!"

"윤, 엄마야는 크고 따뜻해!"

"유, 마리사의 꼬마야……"

 

결국 마리사는 세 마리의 사이좋은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그날은 단 한번도 아이들과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 심야가 되었을 때 마리사는 깨어났다.

정확히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분명히 수면을 취했다는 감각이 없기 때문에, 잠시 졸음에서 해방된 것에 불과하지만 마리사는 차츰 맑아진 머리를 흔들며 바짝 달라붙어 숨소리를 내고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낮의 분노의 표정은 없이 쿠울 쿠울하는게 보여 무슨 즐거운 꿈이라도 꾸는 듯하다.

포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마리사의 밀가루 살갗을 때리고, 가을밤의 싸늘하게 가벼운 냉기를 휘감아 몸이 쑤신다.

 

"유……"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데이부도 꼬마야도 마리사를 전혀 느긋히 시켜주지 않아,

오빠가 말했던 너무 많은 윳쿠리는 인간에게 독이라고 비유한 의미가 지금이라면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마리사는 다시 발씨를 멈추게 하고, 잘 준비를 시작해도 눈은 맑아질 뿐이다.

느닷없이 세차게 불어닥친 바람이 상점의 발을 밀어올리자 상자 안에서 비친 하늘이 달을 가릴 정도로 매우 흐려,

마치 마리사의 심정을 비추기라도 한 것 같은 풍경이 거기에 펼쳐져 있었다--.

 

 

―――――――――――――――――

 

 

다음날, 마리사는 근처의 역 앞에서 많은 윳쿠리들 속에 섞여, 버려진 빈 캔이나 과자 봉투등의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다.

겨우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태양이 얼굴을 드러내기 전 동트기 전, 마리사는 마중 나온 파추리에게 두들겨 깨워져서,

정신을 차려 보니 공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역 앞까지 데리고 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거리 윳쿠리의 일과가 되는 쓰레기수거라는 가르침을 받은 마리사였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오빠에게 길러지고 나서부터,

시침이 8을 가리키는 시간 이후에나 일어났었고 태양이 뜨기 전의 어두움과 동쪽 하늘이 희미한 빛을 머금은 진공의 세계는 그야말로 미지의 경험이었다.

이렇게 차갑고 졸리고 느긋할 수 없는 시간에 웬일로 거리 윳쿠리는 다들 그렇게 필사적으로 쓰레기를 모으고 있는 걸까.

주위의 윳쿠리들을 내심으론 반정도 바보 취급하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작업을 계속하는 마리사는, 다른 윳쿠리보다 약간 무거운 발걸음으로 쓰레기를 모으고 있었다.

 

"마리사! 위험해! 알겠냐구-!"

 

갑자기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나 싶어 되돌아보니, 마리사의 안면에 둥근 물체가 부딪혀 격렬하게 넘어졌다.

 

"유국!! 뭐,뭐하는거야?!"

 

부딪혀온 물체가 둥글게 만 윳쿠리 첸이라는 것을 알고, 붉어진 얼굴을 통증으로 떨면서 마리사는 항의했다.

그러자 화려하게 넘어진 첸도 벌떡 일어나, 머리로부터 김을 내뿜고 화내고 있는 마리사와 대치한다.

첸는 바로 최근 성체가 된지 얼마 안된 젊은 윳쿠리이며, 마리사보다 한층 작지만 그 눈빛은 어딘가 예리하다.

 

“마리사는 둔감이구나, 알겠어- 아까 마리사는 인간씨의 씽에게 깔릴뻔했어~

첸은 선의로 도와줬는데, 마리사는 모르는구나-“

"윳…… 인간씨의 씽?"

 

조금 전까지 있던 곳을 보니 큰 차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힉- 하고 중추팥소가 한순간에 차가워진 것 같아, 마리사는 숨을 삼켰다.

 

"이런 느림보 마리사는 상대하기 싫어. 첸은 쓰레기통을 모을 거야-"

 

마리사가 감사의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첸은 윳쿠리 답지 않은 속도로 역 앞 로터리로 향해, 꼬리에 묶은 쓰레기 봉투에 빈 깡통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곧 태양이 동쪽 하늘에 떠 보이자 파츄리의 구령이 떨어졌다.

 

"아침 쓰레기 수집은 여기까지야, 곧 인간씨의 출근 시간이니까 느긋히 하지 말고 정리하자!"

''느긋히 이해했다구''

 

정신없이 쓰레기를 찾아다니던 윳쿠리들이 파추리 목소리에 감화되어 호소에 답한다.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정렬해서 공원으로 돌아오는 거리 윳쿠리. 마리사의 쓰레기 봉투는 바닥에 얼마 안되는 패트병의 뚜껑이나 휴지가 들어가는데 그치고 있지만, 다른 윳쿠리들은 그 나름대로의 양을 확보한 것 같다.

공원에 도착하자 파추리의 측근인 아리스와 묭이 쓰레기 집계에 들어간다.

일렬로 서서 쓰레기를 수거해, 드디어 마리사의 차례가 되었다.

 

"어머, 적잖아. 여기 쓰레기 수집은 더 잔뜩 모으도록 노력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아리스는 쓰레기를 받고 마리사에게 소포를 건네주는데, 오늘의 밥인 윳쿠리 푸드다.

마리사는 밥을 받고 오랫만에 활짝 웃는 얼굴을 짓지만, 소포의 그것은 생각보다 가벼워, 그 웃는 얼굴은 곧바로 무너졌다.

 

“유……이것만으로는 적잖아! 좀 더 많은 밥씨를 원한다구!

아까의 첸은 밥씨를 많이 받았어!! 어째서 마리사는 이렇게 적은거야!“

"사치부려서는 안돼묭. 마리사는 쓰레기씨를 많이 모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묭."

"마리사는 촌것이네…… 여기는 성과제라구. 배불리 밥을 먹고 싶으면 쓰레기씨를 많이 모아와야 해."

"그, 그런……"

 

뒤에서 기다리다 지친 레이무에게 등을 떠밀려 줄에서 튕겨 나온 마리사는 고개를 숙인 채 새발의 피 정도의 소포를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자,

이를 부드득 갈며 머리에서 연기를 내뿜은 채 데이부가 인왕처럼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다구! 레이무와 꼬마야는 배고파!! 언제까지 기다리지 할거야!!“

 

마리사는 마리사 나름 태어나서 처음인 중노동을 필사적으로 해왔다고 하는데, 데이부는 위로의 말을 하지도 않고 거만하게 굴 뿐이었다.

그래도 마리사는 데이부의 위압적인 모습이 무섭고, 질리면서도 실 실 웃음을 지어 소포를 내밀었다.

 

"뭐야!? 전혀 부족하잖아!! 이 정도로 레이무의 꼬마가 만족할 리가 없잖아!! 까불지말라구!!“

 

소포를 난폭하게 귀밑털로 잡아올린 데이부는, 내용물의 부족함에 분노하여 마리사에게 다가갔다.

기다리게 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겨우 벌어온 것을 바보 취급 당해 마리사는 반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레이무도 도와줘! 마리사는 인간씨에게 깔릴뻔해서 힘들었다구!!”

"바보같은 소리마! 레이무는 육아가 일이야!! 사냥는 부탁의 아빠야의 일이야!!

그런 것도 모르다니 정말 마리사는 쓰레기 같은 남편이야!"

"쑤레기! 쑤레기! 반성하는고제!!"

 

아래를 보면 변함없이 밀착되어 있던 아가 레이무와 아가 마리사가 데이부의 편을 든다.

이 자리에서 우군이 없는 마리사는 점점 위축되면서 말수를 줄여나갔다.

 

"유훗, 꼬마야의 말이 맞아. 마리사가 부모 일도 못 해내면 꼬마야가 불쌍해, 레이무는 한심하해진다구!"

"유으으……"

 

결국 대꾸하면 할수록 깊이 빠져든다고 이해한 마리사는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만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반항했던 마리사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인지, 데이부는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고 욕설을 계속하며,

마침내 마리사의 노력의 결정인 오늘날의 벌이를 마음대로 독점해, 아가 윳쿠리와 데이부 만으로 그것들을 다 먹어 치우고 말았다.

불평도 할수 없는 마리사는 방구석에서 잠자코 있는 채로, 데이부와 아이들이 철썩철썩 젖은 혀를 날뛰며 윳쿠리 푸드를 씹어삼키는 모습을 단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그날로부터 몇주가 경과했지만, 여전히 마리사는 서투르고 수입은 적으며 거리 윳쿠리의 일원으로서 친숙해지지 못하고,

일과인 쓰레기 수거를 묵묵히 고독하게 하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마리사의 꼬마야는, 데이부가 맹렬히 반대했지만, 파츄리의 강한 권유도 있어서 또래의 윳쿠리 아이들을 모은 보육원에 보내게 되어,

주인 오빠야가 걱정한 불행한 사고 없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여전히 마리사와의 관계에 좁혀지지 않는 틈을 만든 채였다.

오후의 쓰레기 수집으로, 가까이의 하천 부지에 와 있던 마리사는 거리 윳쿠리 들의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다리아래에서 쓰레기를 찾고 있었다.

그런 참에 1마리의 윳쿠리가 가까워져 온다, 낌새를 알아차리고 마리사가 되돌아 보니 거기에는 나이가 든, 더러워진 머리띠를 장착하고 있는 윳쿠리 아리스가 있었다.

그 체형으로부터 한눈에 거리 윳쿠리 중에서도 상당한 고참임을 간파한 마리는 경계하면서 가볍게 인사하자, 대조적으로 아리스는 뺨을 느슨하게 하고 작게 웃었다.

 

“안녕, 마리사. 함께 느긋해도 괜찮을까?"

"...유, 마리사는 쓰레기씨를 모으고 있어……느긋히는 할 수 없어……"

"유후후. 그랬지."

 

흘끗 마리사가 아리스의 쓰레기 봉투를 한번 보니, 거기에는 이미 대량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던 마리사는, 눈앞의 아리스의 반에도 못미치는 사실에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돌려 쓰레기수거를 재개하지만, 아리스는 그것을 만류했다.

 

"마리사, 괜찮다면 아리스의 쓰레기씨를 나눠줄게"

"윳!? 나, 나눠줄 거야?"

 

갑작스런 제안에 마리사는 눈을 빛내지만, 그것이 덕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이 혹독한 환경에 근소하게나마 본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투쟁심, 자부심이 되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일까.

마리사는 고개를 흔들며 아리스의 호의를 받아넘겼다.

 

"역시 필요없어……마리사는 자신의 힘으로 쓰레기씨를 모을거야……"

“어라, 신경 안 써도 돼요. 아리스는 아리스의 밥씨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이렇게나는 필요 없는 거야."

“필요없다구?……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마리사야?”

 

묘하게 친숙한 아리스에 당황해 하면서도 마리사는 묻자, 아리스는 곤란한 듯이 미소 지으며 마리사의 둥글둥글한 눈동자를 응시했다.

 

"아리스도 똑같아."

"같아? 뭐가 같아?"

"아리스도 마리사처럼 사육 윳쿠리였어."

 

갑작스런 커밍아웃에 마리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아리스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외톨이의 마리사를 보고 있자니 왠지 옛날 아리스의 모습을 떠올려 버렸어…… 위태로워 보이는 마리사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고 있었어."

"윳, 위태롭다니 괜한 참견이라구!"

"유후후, 미안해요."

 

아리스는 지금까지 마리사가 만난 그 어떤 윳쿠리보다도, 아주 느긋히 하고 있었다.

거리 윳쿠리 모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느긋함'을 모르는 자들뿐이지만, 마리사는 전에 경험한 행복의 잔향을 아리스에서 희미하게 느낀 느낌이 들었다.

아리스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리사도 대답해주듯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많이 이야기했다.

마리사가 버려지게 된 경위나 짝인 데이부 때문에 전혀 느긋하지 않은 일이나 아직도 따르지 않는 꼬마야의 일이나 마리사 자신의 일 등.

이야기의 도중에 너무 감정이 격해진 마리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어뜨리고, 아리스가 부드럽게 달래고 뺨을 비비댔다.

 

"괜찮아, 아리스가 옆에 있을게. 외롭지 않아."

"유구우우우.... 유굿.....“

 

짝이 있는 성체 윳쿠리가 다른 윳쿠리와 뺨을 비비대는 것은 윳쿠리의 일반상식으로 말하면 모럴에 반하는 행위였지만,

부축을 받는 마리사는 일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이 마리사가 유일하게 마음을 준 윳쿠리 아리스와의 만남이었다.

그녀는 무리중에서도 상당한 고참으로, 선대의 장 파츄리가 대두하고 있던 시대를 아는 몇 안되는 윳쿠리였다.

그런 아리스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살려 무지하고 미숙한 마리사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신사나 하천 부지에서 쓰레기가 모이기 쉬운 구멍의 포인트나, 철선이 둘러쳐져 있는 위험한 장소가 있는 것이나,

도시 배지를 빼앗으려고 하는 나쁜 들윳쿠리의 일이나, 거리 윳쿠리 중에 다른 윳의 쓰레기를 몰래 빼내는 윳쿠리가 있다는 것 등,

이것도 저것도 마리사에게는 전혀 몰랐던 정보의 여러 가지로 매우 감탄하지만, 그 중에서도 효율이 좋은 쓰레기 수집법은 터무니없이 수완이 좋아 마리사는 경탄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인간 할머니씨라면 틀림없이 괜찮을거야. 자 해봐!"

“느긋히 이해했어, 마리사 해볼게!”

 

훗날, 역 앞 편의점 쓰레기통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마리사와 아리스는 이리로 오는 기모노 차림의 노파를 보고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리사는 노파를 불러세웠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파는 무슨 일인가 하고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 할머니씨, 마리사에게 쓰레기씨를 나눠줘!"

 

겨우 그것만 말하고 마리사는 입을 다물고 벌벌 떨면서 노파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노파는 킥하고 거무스름한 치아를 드러내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마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거 달라고? 그래 좋아 좋아.“

“윳!? 할머니 느긋히 고맙다구!!”

 

마리사에게 작은 봉지를 건네자 노파는 손을 흔들며 역 안으로 사라져 갔고 마리사는 기쁜 듯이 팔딱팔딱 뛰어 아리스에게 다가간다.

할머니에게서 받은 그것을 자신의 쓰레기봉투로 다시 채우는데, 안에 들어 있던 것은 가정 쓰레기 일부로 과자상자 등이었고, 마리사의 쓰레기봉투는 곧바로 빵빵하게 부풀었다.

 

"유-우! 해냈어, 아리스가 말한 그대로였다구!"

"다행이네! 이 정도 있으면 마리사의 꼬마도 분명 기뻐해 줄 거야."

"융, 이것도 다 아리수 덕분이야!"

 

아리스가 제창한 쓰레기 수집법이란, 역 앞 편의점에서 매복해 이제 막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는 인간으로부터 양도받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본래의 미화 활동에서 벗어난 수단이지만,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규칙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회색지대이긴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한결 같이 통했다.

물론 이러한 수법이 만연하게 되면 거리 윳쿠리가 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기반이 무너지고 문제시 될 것은 뻔하므로,

다른 누군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은밀히 실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좋아요. 여러 번 말했지만 이야기는 인간씨의 여자에게 해야 하고, 그리고 불필요한걸 말하지 말아야 해요."

 

안전을 고려해 윳쿠리를 좋지않게 생각하는 사람과 마주쳐도 쉽게 손을 댈 확률이 적은 여성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아리스의 지성이 높음은 여실하다.

아리스의 영리함과 따뜻함은 마리사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이 될 만했다.

마리사는 집에서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린 가족과 있는 것 보다도 아리스와 함께 쓰레기를 모으는 편이 매우 느긋히 할 수 있다고 느꼈고,

하루 두 번 있는 쓰레기 수거가 마냥 기다려졌다.

그리고 얼빠진 곳은 많이 있지만 여러가지를 외우는 힘이 있는 마리사는, 아리스가 가르쳐주는 지식을 마치 마른 스펀지처럼 자꾸자꾸 흡수해 나가,

2주 정도 지나자 마리사는 거리 윳쿠리 속에서도 쓰레기를 잘 수집해, 사냥꾼이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실력이 올라 장 파추리에게 주목받게 되어 갔다.

하지만, 마리사의 자그마한 행복은 돌연 와해되었다.

 

아리스의 사고사에 의해--.

 

갑작스런 부고를 듣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공원 광장으로 향했던 마리사는 그곳에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무큐……마리사……"

"거,거짓말이야……아리즈가...., 어째서어……!"

 

거기에는 무리의 공용 운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이전에는 마리사의 사물이었던 씽에,

머리를 딱 두 동강 된 형태로 움푹 파여 검은 타이어 자국을 일직선으로 남긴 아리스의 무참한 시신이 실려 있었다.

운반해온 묭과 레이무가 아리스의 시체를 무거운 듯이 씽에서 내려놓더니, 신문지를 깐 지면 위에 굴렸다.

낡은 머리띠도 역시 두 동강으로 꺾여 죽은 주인과 함께였다.

 

"아리수우우우우! 눈을 뜨라구우우우!! 어째서! 어째서어어어어어!!"

 

그 날의 쓰레기 수집은 우연히 2반으로 나누어져 행해졌기 때문에, 마리사는 신사, 아리스는 역전의 각각 다른 청소 활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사고가 있던 것은 귀가길이었다고 하고, 뒤에서 맹렬한 속력으로 온 자전거를 탄 고교생에게 치인 것 같다.

주위의 주절주절 이야기를 듣고 대강의 상황을 이해한 마리는 흔들 흔들 아리스의 시체에 다가가 울음을 터뜨려 펑펑 울자, 파츄리가 마리사의 등을 찔러 그것을 정지했다.

 

“마리사, 이제 그쯤 해 둬. 쓰레기씨를 가져가 줄 인간씨들이 올 때까지 있는 일을 다 해야 해."

"유으윽! 싫다구!! 마리사는 아리스와 함께 있을거라구!!"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순 없어. 묭, 마리사를 떼어내 줘."

"알았다묭, 마리사, 느긋하지 말고 떨어지라묭."

“유으으으으으으으! 그만뎌어어어!! 아리수우으으으!!"

 

모두에게 떠밀려 슬금슬금 후퇴하게 된 마리는, 파츄리나 레이무의 손에 의해서 신문지로 싸여지는 아리스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서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은 시간을 공유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마리사의 마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던 관계는 이렇게 간단하게 끊어져 버렸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마리사는 머리를 흔들고 눈물로 볼을 적시고 있는데, 시체 처리를 마치고 커스터드와 시취를 살짝 감싼 파츄리가 말을 걸어왔다.

 

"마리사는 아리스와 정말 사이가 좋았어. 지금부터 아리스의 집을 정리하러 갈 테니 같이 오세요."

"...알았다구......"

 

파추리의 뒤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으로 거리 윳쿠리 거주구인 단지로 나아간다.

도중에 파추리는 아리스와 인연이 있는 윳쿠리들에게 말을 걸어, 함께 아리스의 집 정리를 하도록 권유했다.

아리스네 집은 단지의 가장 안쪽 모퉁이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리스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잘 정돈된 실내가 눈에 보인다.

 

"이 의자는 첸이 가질 거네-"

"유~ 말랑말랑한 침대씨야, 레이무가 써줄게!"

 

청소를 하기 위해 온 윳쿠리 들은, 아리스가 사용하던 손수 만든 가구를 차례차례 옮겨 갔다.

조금 전까지 아리스의 사물이었던 그것들을 거리낌없이 빼앗아 가는 윳쿠리들에게 마리사는 화가 나서 파츄리에게 항의한다.

 

"파츄리! 왜 전부 아리스의 가구씨를 가져가!? 아리스가, 아리스가 불쌍해!!」

"더 이상 아리스는 없어……그러니 남겨 두어도 소용없어. 그렇다면 누군가가 사용해 주는 게 좋다는 거야."

 

이곳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광경인 듯, 죽은 윳쿠리의 친족이 없으면 사물을 가까운 윳쿠리가 인수해도 상관없는 룰이 깔려 있었다.

파추리의 말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마리사는 희희낙락하게 가구를 선별하는 윳쿠리들에게 마음이 없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마리사는 다른 윳쿠리들이 가구를 가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에 아무도 손대지 않은 물건을 파츄리과 함께 운반하게 되었다.

 

"이것은……모자씨……"

"무큐……이쪽에는 너덜너덜한 사진도 있네……"

 

방의 구석의 일각에 놓여진 그것을 들고, 무심코 마리사는 놀랐다.

그것은 마리사 종의 검은 모자였다. 사이즈는 작아서 아마도 어린 아이 윳쿠리 사이즈의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도대체 누구의 것인지는 함께 있던 파추리에게도 알 수 없었으나, 그 모양은 마리사의 모자와 어딘지 모르게 닮은 것 같았다.

그리고 파츄리가 손에 든 사진은, 아리스의 생전의, 사육 윳쿠리이었을 무렵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마리사가 들여다 보면 너덜너덜해진 사진 안에 윳쿠리 용 털실 바지에 몸을 감싸고,

매끄러운 금발머리를 흔들며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아리스가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볼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사진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은 아리스가, 예전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마리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도 상상을 초월하는 고초를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런 형태로 윤생의 막을 내리게 되어버린 불합리함에,

땅바닥을 기어다니면서라도 열심히 살려고 했던 자세를 일축하고 비웃는 운명에

마리사는 터무니없이 큰 벽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고, 단지 엎드려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씨, 이것이 오늘의 쓰레기 씨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네, 수고 많았어. 언제나 도움이 됩니다.”

 

거리 윳쿠리가 모아온 쓰레기를 수거하러 온 남자가 업무용 쓰레기봉투에 담긴 것을 조금 무거운 듯 들어 가져갔다.

남자의 굵은 팔뚝에 흔들리는 쓰레기봉투 안에 아리스의 시체와 소중히 보관된 검은색 모자가 함께 섞여 있다.

여기서 숨진 윳쿠리 들은 문화적으로 매장되지 않고 저렇게 쓰레기들과 함께 처분되는 것 같아, 마리사는 그 모습을 입을 다문 채 배웅했다.

 

"유......아리스....."

 

아리스의 생전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유품으로 받은 너덜너덜한 사진을 서서히 모자 뒤에서 꺼내고 마리사는 마음 아픈 듯 그것을 바라본다.

아리스의 죽음은, 마리사가 처음으로 직면한 윳쿠리의 죽음이기도 했다--.

 

 

―――――――――――――――――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어 갔다.

아리스의 사후, 거리 윳쿠리 동료들이 연달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되었다.

파츄리-왈, 이 계절은 가장 윳쿠리가 죽을 확률이 높은 것 같아 더욱 경계가 필요한 시기라고 마리사는 가르쳐졌다.

산과 숲에 사는 야생 윳쿠리는 가을에 비축한 식량을 사용하여 월동을 하지만, 거리 윳쿠리들은 쓰레기수거라는 책무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급받은 낡은 윳쿠리용 털실 바지를 껴입고, 먹으면 그 매움으로 추위로 강해지는 카라무초나 폭군 바바네로를 휴대하고, 거리의 청소 활동에 종사한다.

하지만 거리에 눌러앉은 들윳쿠리에게 윳쿠리용 털실 바지를 빼앗기거나 생명선인 휴대식을 먹는 것을 잊거나 해 동사하는 불쌍한 윳쿠리는 무리중에도 많아, 마음이 편안해지는 날은 없었다.

그런 가혹한 환경 속에서 오늘도 역전에 쓰레기 수집으로 향하는 일단에 섞여 마리사가 걷고 있었다.

각자 방한복을 입고 말수가 적고 서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윳쿠리들.

마치 겨울 산을 넘어 행군하며 추위에 허덕이는 군대의 대열 같다.

문득 마리사는 전방에서 이쪽으로 오는 윳쿠리를 알아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보면 몸통이 달린 윳쿠리 유카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부러져 찌그러진 양산을 지팡이 삼아 걷고 있고,

체크무늬 옷과 소매를 통한 셔츠는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고, 연한 에메랄드 그린 머리가 난폭하게 튀어올랐다.

그 모습과 동기화한 듯 눈도 흐릿하고 초점은 어슴푸레하며 아무래도 깊은 상처를 입은 듯 단정한 용모에 뚜렷한 죽음의 징조가 나타나있다.

 

"...하아...하아...."

 

엇갈리는 듯 유카의 스친 한숨에서 전해지는, 허약한 숨결은 생명의 등불이 한없이 작음을 호소하고 있다.

마리사는 아리스의 죽음 이후, 윳쿠리의 죽음과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저 유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아리스와 같이 무기질적인 윤생의 종막을 맞이하는 것일 것이다.

사라져 가는 자의 애수는 몹시 쓸쓸했고, 차마 볼 수 없었던 마리사가 시선을 앞으로 돌리려 할 때, 유카는 그 자리에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면 아마 자신도 놀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거리 윳쿠리의 늘어선 줄에서 벗어나 유카 앞에 서있었던 마리사.

민가의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유우카를 보고 마리사는 풀이 죽는다

 

“유유, 마리삿!? 뭐 하는 거야?”

 

마리사가 줄에서 탈선한 것을 발견하고 옆을 걷고 있던 레이무가 황급히 쫓아왔다.

 

"줄에서 벗어나서 무슨 일이야?"

“...이 본적 없는 윳쿠리……”

"유? 그놈은 유카구나. 역앞의 화단에서 꽃씨를 독점하고 있는 나쁜 윳쿠리라구!!"

 

정확히 말하면 화단에서 꽃을 돌보는 것이지 독점하지는 않지만

화단을 망치려는 윳쿠리에게 가차없는 자세가 적어도 이 레이무에 나쁜 윳쿠리라고 인식시켜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유푸풋, 꼴 좋다! 꽃씨를 독점한 볼을 받았구나!"

 

레이무는 마른 웃음소리를 내며 유카의 불행을 재미있어하고 있다.

그런 유카를 가엾게 생각한 마리사는 모자의 뒤에서 파츄리가 출발전에 건네준 폭군 바바네로를 꺼내 그 자리에 두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은 레이무가 재빠르게 주워 올려 귀밑털로 그것을 집어들고 공공연히 호통을 쳤다.

 

“마리사!?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거야!? 바보인거야!? 바바네로씨는 중요하다구!!"

"하지만……불쌍해, 내버려 둘 수 없어!"

"윤, 그럼 레이무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하지만 마리사가 아무리 죽으려고 해도 레이무의 카라무초씨는 안 나눠줄 거야!"

 

어이없는 표정을 한 레이무가 귀밑털로 들어올린 폭군 바바네로를 유카 앞에 다시 놓고는 불만스럽게 반쯤 열린 눈으로 마리사의 상태를 슬쩍 묻는다.

마리사는 의심하는 얼굴의 레이무와 창백한 얼굴을 한 유카를 번갈아 보며 신음했다.

이 유카에게 폭군 바바네로를 내민다고 해서 이 유카가 살아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어,

오히려 지금의 상태를 보는 한 얼마 안 되는 식량만으로 사지를 벗어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영원히 느긋하게 하는 것은 보고 있을 수 없어, 너무도 그래, 죽어간 거리 윳쿠리의 모두도, 이 낯선 윳쿠리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마리사는 유우카의 앞에 섰던 것이라고, 자신을 납득시켜 줄로 돌아가려고 했던 마리사의 움직임이 왠지 멈추어 경직된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자기 자신이 죽는다면--.

그 사고에 마리사가 사로 잡혔을 때, 한순간에 뇌리에 있는 죽은 아리스의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윳!'

 

비틀비틀 무거워진 오른팔을 들어 폭군 바바네로를 손에 넣으려던 유카의 손을 황급히 뿌리치고, 마리사는 그것을 되찾았다.

 

"유웅, 그런거야. 이 세상 [약육강식]이란 말이야! 마리사는 마리사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유...."

 

자초지종을 보고 있던 레이무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사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목숨줄인 폭군 바바네로를 소중한 듯이 모자 안에 넣고, 레이무와 두마리로 거리 윳쿠리의 줄로 돌아간다.

교차로의 모퉁이에까지 다다랐던 근처에서 마리사가 한 번 되돌아 보니 이미 거기에 유카는 없었다.

 

그리고 무사히 일을 마친 마리사는 차가워진 몸을 떨며 공원으로 돌아와, 여느 때처럼 윳쿠리 푸드를 받아들고 귀가했다.

 

"느긋히 다녀왔습니다……"

"윳, 쓰레기 남편이 돌아왔어! 느긋히 하지 말고 오늘 밥씨는 내놓는 거라구!"

“똥노예! 기여운 레이뮤가 응응한다규! 우물쭈물하지 말고 후딱 치우라구!!"

 

돌아오자마자 욕설을 퍼붓고 밉살스러운 얼굴을 지어보이며 오늘의 벌이를 요구하는 데이부,

완전히 아이 윳쿠리 사이즈로 성장한 아이 레이무가, 데이부와 함께 마리사를 얕보고 나무랐다.

 

"꼬마야, 마리사를 노예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했잖아!"

"똥노예는 똥노예야! 웅웅씌 구리다구, 느긋하지 않잖아! 느림보 쓰레기는 싫다구!!"

 

아이 레이무는 마리사를 부모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보다도 못한 존재로 인식해 마리사를 노예라고 부르게 되어 있었다.

더욱 더 성장한 모습은 어딘가 비뚤어지고 가지 모양으로 불룩, 하복부의 묘한 형태를 만든다, 운동부족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뚱보이며,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아가윳 말투가 가시지 않고, 미발달인 모습은 밖에서 보는 또래의 아이 윳쿠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이단이었다.

이런 미성숙한 모습에는 모두 부모인 데이부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 있었다.

꼬마야와 느긋하고 싶다는 이유로 보육원에 보내는 것을 독단적으로 말렸으며 매일 제대로 된 운동도 시키지 않고,

집에서 실컷 자고, 쓸모없이 음정이 벗어난 노래를 불러서는 "아주 느긋하다"고 극찬하고 있으면,

고생의 고 자도 모르는 아이 레이무는 방자하고 자기중심적인 윤격을 형성해, 마리사의 골칫거리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격 우-격 캐앵보옥!!!"

 

완전히 살찐 볼을 움직여 쩝쩝 상스러운 소리를 내며 윳쿠리 푸드를 물어뜯는 아이 레이무,

질척질척 찌꺼기를 흘리고, 그 떨어진 파편을 비천하게도 혀로 건져내려고 온 방안에 군침을 흘리고, 꾀죄죄한 엉덩이를 흔들며 원시적인 식사를 즐기고 있다.

이 절조를 모르는 비참한 자식의 모습에 마음 아파한 마리사는 몇번이고 파츄리에게 상담했지만,

겨울이라는 윳쿠리에게 있어서 특수한 계절은 파츄리에게 여러가지 과제를 주어 마리사의 가족에게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윤, 레이무의 꼬마야 매우 느긋히 있어요! 밥씨를 먹고 나면 함께 노래를 불러야지!"

"느그치 이해했다구! 레이뮤는 무리의 아이돌이 될꼬야. 모두가 달컴달컴을 바칠거라구!"

"유후훗, 꼬마야라면 슈-퍼 아이돌이 될 거야! 레이무에게도 달콤달콤을 나눠달라구!"

 

그 능글맞은 모양과 썩은 노랫소리로 숭배의 대상이 되려하다니 우스운 것도 분수가 있다고, 철부지 두 마리를 곁눈질한 마리사는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런 두 마리에 싫증이 나서 마리사는 시선을 떼고 있자, 데이부와 아이 레이무와 조금 거리를 두고 웅크리고 있는 아이 마리사에게 눈이 마주쳤다.

어차피 아이 레이무와 같이 거절당하는 것이겠지라고 반쯤 체념한 듯이 바라보고 있다가, 어딘가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마리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응시한 아이 마리사의 얼굴은 몹시 수척해 있고 체형은 확실히 말라, 생기 없는 눈이 패기가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레이뭇!!"

"윳! 노래의 레슨의 방해를 하지마! 레이무의 꼬마는 미래스타라구!"

 

허튼소리를 무시하고 느닷없이 다가가 마리사는 위협적으로 강한 어조로 따진다.

 

"아가야가 기운이 없어!! 레이무는 제대로 육아를 하고 있어?! 꼬마야의 건강관리는 부모의 역할이야!!"

"유? 꼬마야?"

 

마리사가 눈짓한 방향의 아이 마리사를 보고 데이부는 볼을 느슨하게 하고 웃었다.

 

"유웅, 저건 마리사의 꼬마야. 쓰레기를 닮은 꼬마야랑 레이무의 꼬마랑 같은 호칭이라니 이상한 이야기라구!"

"까, 까불지마!! 꼬마야한테 그런 소릴하다니 부모실격이라구!!"

“유부우!! 바보같은 소리 말라구!! 어째서 레이무가 저런 쓰레기를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주었으면 할 정도야!!!”

"유구구……!"

 

데이부는 머리가 부족한 레이무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같은 종류의 아이에게만 애정을 쏟는 차별사고를 나타냈다.

아이 마리사가 영양 실조 기미가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마리사의 벌이를 제대로 분배하지 않고 꽤 차이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편애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를 넘어 아동학대의 경지에 이르고 있는 심각한 사태다.

좀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고 가정을 소홀히 한 잘못을 인정한 마리사는 자신을 매우 반성을 하고,

힘없는 아이 마리샤를 물고 집 밖에 나가더니, 데이부가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모자 뒤에서 꺼낸 윳쿠리 푸드를 꼬마에게 내밀었다.

 

"꼬마야, 이거 먹어……!"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는거제... 우격... 우격..."

 

그렇지 않아도 트집을 잡아 벌이의 몫을 많이 요구하는 것의 대책으로, 미리 나눠서 숨겨둔 윳쿠리 푸드의 일부를 마리사는 나누어 주었다.

안색이 나쁜 아이 마리사는 오래간만에 맛있는 밥을 수척해진 얼굴로 반갑게 먹고 "캥복-"하고 작은 환희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사는 반성한다구……꼬마야가 이렇게 되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마리사는 부모실격이라구……"

"아빠야.... 부-비 부-비해줬으면 좋겠어……"

"윳?"

 

식사를 마친 아이 마리사가 마리사의 뺨에 기대고 스킨십을 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마리사는 감정이 흥분됨을 느꼈다.

이미 상당히 접촉하지 않은 피부의 접촉에, 마리사는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미소지어 거기에 응했다.

 

"꼬마야! 해줄게!!……많이 부-비 부-비 해줄게!!"

"유으응……아빠야……"

 

가냘픈 힘으로 힘껏 몸을 움츠리려 애쓰는 아이 마리사를 사랑스러워하며, 마리사는 결심한다.

 

"마리사의 꼬마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거야……!"

 

그리고 마리사는, 데이부를 억지로 설득해서 아이 마리사만이라도 보육원에 보내는 것과 윳쿠리 푸드를 균등하게 나눠주기로 약속했다.

마리사가 처음으로 보이는 고압적인 태도에 기가 꺾여, 데이부가 마지못해 승낙한 형태였지만, 그 불만스러워하는 무뚝뚝한 얼굴은 정말로 납득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은 씻을 수 없지만 마리사는 데이부에게 맹세하게 한 말을 믿고 쓰레기 수집 도중에 집보기를 맡기기로 했다.

 

 

※후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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