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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11760 언니야의 레이무 사육 일기 (둘의 생활의 전말)

원작/ 토시아키

번역/ 라디

 

전재불가 제재 일상 사육윳쿠리 현대 레이무가 죽을 때까지의 일기

 

 

 

 

4 월 30 일

 

 처음에는 "재택 최고!"라고 떠들어댔던 원격근무도 질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생활이 계속되자 속이 탄다.

 

 이럴 때 애완동물이 있다면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본가에서 대형견을 길렀기 때문에 동물이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다는 것은 잘 안다.

 내가 기뻐서 들떠 있을 땐 꼬리를 흔들며 점프했고, 우울할 때는 살짝 다가오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죽었을 때는, 슬프고 슬퍼서 한 달 넘게 우울해했다.

 

 그러니까, 외롭다고 해서 가볍게 생물을 기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알고 있다.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끝까지 책임지고 돌볼 의무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뿐이라면 괜찮다.

 그러나 자숙 기간이 끝나면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애완동물은 그동안 이 좁은 방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그건 안됐다는 얘기지.

 

 원래 이 아파트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길러도 좋은 것은 햄스터와 작은 새, 물고기 같은 작은 동물.

 그리고 윳쿠리로 한정되어 있다.

 

 작은 동물은 울음소리가 크지 않고 냄새도 적다. 가격도 저렴하다.

 그러나 쉽게 사육할 수 있는 반면, 병이 들거나 다쳤을 때, 진찰해주는 동물병원이 적다.

 

 그런 이유로, 소거법처럼 되어 버렸지만, 윳쿠리를 기르기로했다.

 

 윳쿠리는 약하지만 강인하다고 한다.

 상처나 병도 오렌지 주스만 있으면 단박에 고칠 수 있는 것 같다.

 초보자라도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윳쿠리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로운 자숙 기간의 외로움을 치유할 파트너로 가장 알맞은 것이 아닐까.

 

 지인인 가공소 직원이나, 윳쿠리를 기르는 친구들에게 상담해 보니,

 

· 시끄러운 것은 확실하다. 말벗이 되지 않을까.

· 결과적으로는, 처분할 생각으로 기르도록 해라.

· 윳쿠리에게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 기한이 되면, 회수하러 보내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OK.

 

 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왠지 걸리는 말투지만, 외로움을 달래는 애완동물로 적합하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펫숍도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공소 펫 부문·야쿠텐 지점에서 인터넷으로 사기로 했다.

 양호한 팥소통, 동뱃지 아기 레이무, 1480엔(배송비 포함). ※사육 매뉴얼 & 훈육 상품 제공.

 도착하는 것이 기대된다.

 

 

 

5 월 1 일

 

 제품은 가공소표 스티로폼 상자에 포장돼, 미케네코 야마토의 냉장배송으로 배달됐다.

 음식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고 보니 윳쿠리는 만쥬었다.

 

 상자를 열어 보니 아기 레이무는 진공팩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몸 길이는 불과 3㎝. 방울토마토 정도의 크기다.

 잘못 다루면 쉽게 뭉개질 것 같아 조금 불안해진다.

 

 진공팩을 열고 5분 정도 지나자 아기 레이무는 구레나룻을 꿈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다, 이윽고 눈을 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부들부들 떨며 삐삐 울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소리는 듣기 어려웠지만, 아무래도 부모를 찾는 것 같았다.

"옴마야, 압빠야"라고 연신 외치고 있었다.

 

 딸려 온 사육 매뉴얼을 확인해 보니, 이 아기 레이무는 금뱃지를 보유한 번식용 윳쿠리를 부모로 둔 것 같다.

 모체의 줄기에서 떨어지기 직전 입에 라무네를 넣어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따서 진공팩에 봉입했다고 한다.

 

 아기 레이무로서는 줄기에서 방금 떨어져 이 세상에 태어났을텐데, 있어야 할 부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왠지 불쌍해져서 아기 레이무를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몸이 매끈매끈했다.

 배와 뺨 부분에는 이상한 탄력이 있어 쫄깃쫄깃하다.

 조금 따뜻하다.

 

 아기 레이무는 그제야 비로소 내 존재를 깨닫고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연히 인간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매뉴얼에 따라

"언니야는 언니야. 레이무, 느긋하게 있으라구"라고 말문을 열었다.

 

 아기 레이무는 조금 전까지 울고 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파앗 하고 미소를 지으며,

"레이뮤눈 레이뮤야! 느그챠게 이쯔라규!"

 하며 내 손가락 끝에 꼬물꼬물 머리와 뺨을 밀어붙였다.

 

 이것은 윳쿠리 나름의 스킨십. 윳쿠리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부─비부─비' 같다.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 아기 레이무… 그녀의 1인칭에 따라 '레이뮤'라고 쓰자.

 레이뮤는 넋을 잃고 눈을 가늘게 뜨고 기분 좋은 듯 "뷰─비뷰─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뮤는 어머니를 찾고 있던 것을 잊었는지, 태연하게 "온니야, 온니야"라며 나를 따랐다.

 몇 번이나 스킨십을 요구하며 몸을 손가락에 비벼 댄다.

 

 이렇게 붙임성이 있다니 놀랍다.

 가공소 직원이 말하기를 "윳쿠리라는 것은 매우 머리가 나빠서, 인간과의 역학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예 인간을 노예 취급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내고 위협하는 개체도 드물지 않다는 것.

 

 그 점에서 레이뮤는 꽤 솔직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양호한 팥소통이라는 딱지는 믿을 만했던 모양이다.

 

 잠시 나와의 만남을 즐기던 레이뮤였지만, 갑자기 움직임이 작아졌다고 생각하자, 축 늘어져 버렸다.

 가냘프게 몸을 떨며 작은 목소리로 느으느으 신음하고있다.

 아픈 줄 알았는데, 왜 그러냐고 묻자 "빵빵찌… 꼬─룩꼬─룩해…"라고 말했다.

 배고픈 것이다.

 

 설명서에 따르면, 식사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뭐든지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주인과 같은 음식이나 과자를 먹이면 곧장 우쭐해져서 인간을 노예로 간주한다고 한다.

 

 왠지 믿을 수 없다.

 이 사랑스러운 레이뮤도 그렇게 되어 버릴까?

 

 …버려진 윳쿠리와 들윳쿠리의 두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가 가공소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모두 연도마다 급등한 것을 보면, 우리집 레이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어리광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미리 사 둔 양배추의 바깥쪽 잎을 잘게 뜯어 접시에 올려서 레이뮤의 입가로 가져갔다.

 작은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여, 양배추 조각 하나를 물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 음식임을 깨달은 듯, 레이뮤는 양배추를 냠냠 씹었다.

 작은 목소리로 "캥벅…"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계속 양배추를 먹여 주자 점차 레이뮤는 생기를 되찾고 연신 "캥벅, 캥벅"이라고 말했다.

 기쁨의 눈물까지 흘리고 있어서 놀랐다.

 나는 울 정도로 맛있는 것은 먹어 본 적이 없다. 조금 부럽다.

 

 레이뮤는 접시 위의 양배추를 절반 정도 먹었을 때 "빵빵 가듁"이라고 하며 벌렁 드러누웠다.

 배가 볼록하다.

"다 먹으면 '잘 먹었습니다'라고 해야 돼"라고 가르치니, 조금 의아해하는 듯하면서도 "잘머것씀니다!"라고 복창했다.

 

 윳쿠리에게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습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조금씩 인간의 매너도 가르쳐 보자.

 

 식사 후에는 잠시 누워 있었지만, 5분쯤 지나자 안절무절 못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그러냐고 묻자 "응응찌 나와─앗…"라며 머뭇머뭇 고개를 숙인다.

 엄격한 훈육을 받은 부모의 기억을 이어받은 걸까? 레이뮤는 배설에 대한 수치심이 있는 듯하다.

 

 방 안에서 기르는 이상 화장실 교육도 필요하다.

 가로세로 5㎝로 자른 키친타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여기가 화장실이야"라고 가르쳐 줬다.

 

 레이뮤는 "늣찌, 늣찌, 응응찌, 아직 나오지 말아져"라고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기어갔다.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변을 참으며 전진해서인지 엉덩이에는 힘이 들어갔고, 굼실거리는 움직임이 재미있었다.

 

 화장실에 도착하자, 레이뮤는 양쪽 구레나룻을 배에 대고, "느으─읏"이라고 말한다.

 바늘 끄트머리만한 작은 항문이 아주 조그맣게 활짝 열려, 거기서 갈색으로 보이는 팥소가 드문드문 배설되었다.

 햄스터의 배변 같으면서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하나도 더럽지 않다.

 대변도 그냥 팥소니까 맨손으로 만져도 문제 없다고 한다.

 

 치워 줄까 했지만, 매뉴얼에 따르면 '배설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인을 응응노예로 인식한다'고 한다.

 레이뮤를 거만하게 만들지 않도록, 나는 "응응이 나오면 화장실은 스스로 치워"라고 지시했다.

 

 레이뮤는 한동안 "능야아, 꾸려, 꾸려어"라고 울었다.

 그렇지만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도 대변의 처리를 하지 않자 포기했는지, 아니면 냄새 나는 변이 바로 옆에 있다는 데 질렸는지, 키친타월의 모서리를 입으로 물어올렸다.

 어렵게 종이를 반으로 접고 대변을 끼운 상태로 만든다.

 

 스스로 궁리해 대변이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머리가 꽤 좋지 않을까?

"응응찌, 바이바이한다규"라고 기쁜 기색이 역력해서 칭찬해줬다.

 

 대변 처리만으로도 아기 윳쿠리에게는 꽤 중노동이었던 것 같고, 레이뮤는 그 뒤 곧바로 졸린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헌 손수건을 접어서 탁자에 놓고 레이뮤를 살짝 들어올려 눕힌다.

 레이뮤는 곧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용해져서 컴퓨터로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부터 레이뮤의 사육 기록을 연재하려고 한다.

 

 

 

5 월 2 일

 

 레이뮤 생후 2일.

 몸 길이 3.5㎝

 무게 28g

 

 나는 7시30분에, 레이뮤는 10시가 다 돼서야 눈을 떴다.

 전표 입력 작업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능야, 능야"하고 격렬한 울음소리가 났다.

 

 레이뮤의 말투는 혀가 짧고 말도 서툴고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이야기한 내용을 어떻게든 정리하면,

"일어나 보니 언니야가 없어서 또 외톨이가 된 것 같아서 슬퍼서 울었다"

 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안쓰럽게 여겨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레이뮤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느으─응"하고 울었다.

 

 아침밥은 다진 오이로 했다.

 레이뮤는 "뉴─꺽! 뉴─꺽! 늣, 캥벅─! 뉴꺽, 뉴꺽뉴꺽!"이라고 입으로 말하며 오이를 먹었다.

 

 인간이 씹는 의성어로 사용하는 '우걱우걱'을 실제로 발음하고 있다.

 그래서 레이뮤의 입 주변은 먹다 흘린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씹는 소리를 발음하고 '행복─'이라고 외치거나 하면서 음식을 먹는 것이 윳쿠리의 습성이라고 한다.

 지나칠 정도로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즉, 느긋할 수 있다고 한다.

 금뱃지 수준의 지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면 훈육을 통해 교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윳쿠리는 금지되는 것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아기인데도 부모와 떨어져 외로워하고 있는 레이뮤에게, 식사할 때조차 인내를 강요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마음대로 하게 해 주자.

 

 

 

5 월 3 일

 

 레이뮤 생후 3일.

 몸 길이 3.9㎝

 무게 56g

 

"느그챤 날, 캥보칸 날, 방그탄 날~"이라고 음정이 안 맞는 노래를 선보여 주었다.

 물론 나는 가르치지 않았다.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태어나기 전, 꿈속에서 어머니가 불러 주었다고 한다.

 윳쿠리의 기억의 계승의 신비를 엿보았다.

 

 오늘은 소변을 화장실에서 보는 것을 실패하고 말았다.

 하반신을 적신 채, "치─치─, 나와버렸다"라고 삐이삐이 우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다음은 실수하지 말라고 부드럽게 타이르고, 물티슈로 몸을 닦아 주었다.

 

 두 번째 화장실 타임, 실패하지 않도록 감시하다 보면, 머뭇거리며 언제까지나 배설하지 않는다.

 역시 보고 있으면 부끄러운 것 같다.

 그래도 망을 보고 있었더니 자제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서, 느구느구 울면서, 지리듯이 질금질금 누었다.

 

 울긴 했지만 화장실은 성공이다.

 칭찬해 주자마자 우쭐해져서는 "뷰─비뷰─비해져─"하고 졸랐다.

 전환 속도가 엄청나다.

 

 

 

5 월 4 일

 

 레이뮤 생후 4일.

 몸 길이 4.5㎝

 무게 75g

 

 레이뮤는 오늘도 잘 지내고 있었다.

 아침밥은 빵 귀퉁이, 점심은 잘게 썬 양배추, 저녁은 미니 주먹밥을 먹었다.

 호불호는 없는 것 같다. 뭐든지 잘 먹는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도 제대로 말할 수 있었다.

 

 화장실은 대소변 모두 성공.

 배변 후 키친타월도 스스로 접을 수 있었다.

 

 정말 이해가 빠르다.

 훈육 상품이 덤으로 왔지만 쓸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오후에 내가 컴퓨터와 눈싸움을 하며 일하고 있었더니, 레이뮤는 흥미롭게 이쪽을 바라봤다.

 뭘 하냐고 물었기에 업무 내용을 설명한다.

"손님의 부탁을 전표에 써서 그것을 현장 사람에게 전달문서로 작성하고 그것을 현장 사람에게 전달…"이라고 나름대로 알기 쉽게 가르치려 했지만, 레이뮤에게는 어려웠던 것 같다.

 곧 흥미를 잃은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레이뮤 오리지널 송(?) 메모 ↓

"늣규치─ 늣규치─ 늣느─와~

 예뿐 꽃들에─ 예뿐 칭구들─

 모두 바까테 꽃은─ 머시쪄─

 늣그치─ 온─니야─ 레이뮤─ 느─와─"

 

 

 

5 월 5 일

 

 레이뮤 생후 5일.

 몸 길이 5㎝

 무게 103g

 

 레이뮤는 꽤 똑똑한 것 같다.

 화장실도 대체로 잘 가리고, 음식에 대해 불평하지도 않는다.

 내가 일 때문에 놀아 주지 못할 때도 우물쭈물하지 않고 혼자 지내고 있다.

 

 착한 아이인 만큼 지루하게 만들면 가엾다.

 뭔가 좋은 장난감이 없는지 찾았더니, 액세서리 만들기에 빠져 있을 때, 남은 구슬이 나왔다.

 줘 보니 레이뮤는 소변을 지릴 정도로 무척 기뻐하며 통통 뛰고 있었다.

"이거, 레이뮤한테 주눈고야!?" "이뽀! 이뿌다!" "보물로 하꺼야!" "느그챠게 고마어!"라고 몇 번이나 감사를 들었다.

 

 고작 구슬을 가지고 그렇게 기뻐하다니… 귀여운걸.

 레이뮤는 구슬을 색깔별로 나눠서 늘어놓거나, 구레나룻으로 들어 빛에 비추거나, 물끄러미 바라보며 넋을 잃거나, 질리지 않고 놀고 있었다.

 

 

 

5 월 6 일

 

 레이뮤 생후 6일.

 몸 길이 5.4㎝

 무게 121g

 

 거래처와의 둠 회의 도중, 상대방의 화면에 마리사 종의 윳쿠리가 비쳤다.

 레이뮤는 그때 마침 내 옆에서 놀고 있어서 모니터가 보인 모양이다.

"유쿠치다! 유쿠치가 이써!"라고 크게 떠들어댔다.

 구레나룻을 팔락팔락 위아래로 움직이며 반기는 모습이 귀여웠다.

 

 회의 상대의 허락을 받아 레이뮤를 화면에 비추자, 레이뮤는 힘차게 "느그챠게 이쯔라규!"라고 말했다.

 모니터 안에서 큰 마리사가 "느긋하게 있으라제"라고 화답한 것만으로도, 레이뮤는 온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느그탈수 이쪄, 느그탈수 이쪄"라고 몇 번이나 반복했다.

 

 기쁨의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니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복받친다.

 우리 집에 온 날과 비교하면, 조금씩 몸집도 커지고 말도 잘하게 되었다.

 하지만 레이뮤는 아직 아기다.

 동종과의 만남에 굶주려 있음이 분명했다.

 

 가능하다면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공원이나 윳쿠리 런에서, 같은 윳쿠리끼리 놀게 해 주고 싶다.

 그렇지만 때가 이러니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꺼려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5 월 7 일

 

 레이뮤 생후 1주일.

 몸 길이 6.1㎝

 무게 150g

 

 작은 레이뮤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우리집에 온 날은 방울토마토 정도 크기였는데, 지금은 보통 토마토 정도의 크기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묵직한 무게를 느낀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쓰다듬었지만, 지금 크기로는 조금 힘을 주어도 끄떡없다.

 조금 세게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주면, 쿵 하고 뒤로 넘어져 그대로 데굴데굴 구른다.

 레이뮤는 이것을 '공씨 놀이'라고 부르고 있다.

"떼─굴떼─굴! 레이뮤는 공찌!"라고 기뻐해주는 것이다.

 기분도 좋고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인지 낮잠도 잘 잔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놀이다.

 

 일을 마치고 마음먹고 성체 레이무를 기르는 친구와 Doom 통화를 했다.

 

 레이뮤에게 레이무의 모습을 보여 주니, 얼마 전 마리사를 보았을 때처럼 크게 들떴다.

"느긋하게 있으라구"라는 인사로 시작해, 자기소개나 좋아하는 놀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상대 레이무는 웃는 얼굴로 레이뮤의 이야기에 능능 맞장구를 쳐 주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레이뮤는 흥분한 기색이었다.

 볼을 붉게 물들이고 "상냥한 온니야여떠" "또 얘기하고 시퍼"라고 싱글벙글하고있다.

 

 하지만 자기 전이 되자 기운을 잃고 훌쩍훌쩍 울어 버렸다.

 이유를 묻자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는 것이었다.

 

 레이뮤는 어머니를 모른다.

 태어나기 전 꾸었던 꿈속에서 모습을 보기만 했다고 한다.

 레이무와 이야기하는 바람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폭발해버린 것 같다.

 

 평소에는 안전을 고려해 혼자 재웠지만, 오늘은 잠들 때까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레이뮤는 침대에 얼굴을 묻고, 수건 천 가장자리를 쪽쪽 빨면서 잤다.

 

 

 

5 월 8 일

 

 레이뮤 생후 8일.

 몸 길이 7㎝

 무게 220g

 

 오늘도 구슬을 나란히 늘어놓고 바라보거나 굴리며 놀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어머니가 그리운지, 쓸쓸한 얼굴로 멍하니 있다.

 내가 '공씨 놀이'와 '한손 그네'로 잔뜩 놀이 상대를 해 주면, 그때는 들떠 있어도 때때로 훌쩍 조용해져 버린다.

 

 역시 부모가 없는 외로움은 부모밖에 채울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레이뮤 덕분에 말동무가 생겨서 외로움이 덜하고 위로를 받고 있다.

 나도 레이뮤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다.

 어떻게 기운을 북돋울 방법이 없을까.

 

 

 

5 월 9 일

 

 레이뮤 생후 9일.

 몸 길이 8.1㎝

 무게 300g

 

 레이뮤가 외로워하는 것에 대해, 예의 레이무를 기르는 친구에게 상담했더니, '윳쿠리 채팅'이라는 서비스를 가르쳐 주었다.

 윳쿠리 보호단체의 유지가 운영하고 있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애완 윳쿠리가 주인이 없는 동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비윳쿠리증을 일으키거나, "자, 먹으세요!"로 자살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곧장 태블릿으로 '윳쿠리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기르는 윳쿠리의 월령, 종족 등을 입력해 회원등록을 하면, 추천란에 '엄마야 레이무', '아빠야 마리사', '여동생 마리사' 등의 단어들이 나타났다.

 

 레이뮤는 어머니가 그리운 것 같아서 '엄마야 레이무'로 했다.

 모니터 가득 성체 레이무의 3D 모델이 나타났다.

 원종 윳쿠리를 의식한 듯, 턱이 굉장히 도드라졌다.

 

 내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CG라고 하는 엉성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레이뮤의 눈에는 진짜 윳쿠리로만 보였던 것 같다.

 3D 레이무가 "아가야! 엄마야라구!"라고, 단번에 합성임을 알 수 있는 음성으로 말하자, 레이뮤는 두 눈에서 눈물을 확 넘쳐 흐르게 하면서 "옴마야아아아"라며 울어 버렸다.

 

"겨우 만날 수 있었어" "어디 있었어?" "레이뮤 외로웠다구" "앞으로는 계속 같이 느긋하게 지내자" "엄마야, 엄마야" 기타 등등, 레이뮤은 쌓이고 쌓인 생각을 털어 놓듯이 계속 말했다.

 3D 레이무는 턱이 도드라진 웃는 얼굴로 뻣뻣하게 움직이며 "능능" "그렇구나" "이해했다구" "느긋이이~"라고, 미리 프로그램된 것 같은 음성을 반복한다.

 

 레이뮤에게는 감동의 재회겠지만, 아무래도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웃음을 터뜨릴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참았했다.

 

 태블릿을 벽에 기대 보기 쉽게 조정해 주고, 레이뮤가 3D 레이무와의 대화에 열중하는 동안 급한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정신이 들자 레이뮤는 화면에 얼굴을 대고 "뷰─비뷰─비"라고 말하며 3D 레이무에게 볼을 비비고 있었다.

 

 힘들었던 것은 화면을 끈 뒤였다.

 3D 레이무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레이무는 불이 붙은 것처럼 울어젖혔다.

"옴마야 어디가써, 옴마야 보고시퍼"라고는 말을 되풀이한다.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엄마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지, 끝내는 힉힉 과호흡처럼 "미안해요! 레이뮤가 나쁜 애여써요! 엄마야, 돌아와!"라고 외쳤다.

 

 나는 여러 번, 이게 작별이 아니라고, 금방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레이뮤는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레이뮤에게는 태어났을 때부터 떨어져 있다가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엄마다.

 앞으로 계속 함께 살 수 있다고 믿었는데, 또 떨어져서, 외톨이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타이밍이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되려 딱한 짓을 하고 말았다.

 레이뮤는 결국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5 월 10 일

 

 레이뮤 생후 10일.

 몸 길이 9.5㎝

 무게 375g

 

 이제 곧 신장 10㎝가 된다.

 이제 '아이 윳쿠리'라고 해야 할 시기다.

 우리집에 온 날에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성장세를 잘 알 수 있다.

 

 레이뮤는 아침 일찍 "엄마야!"라고 벌떡 일어났다.

 엄마 레이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는 맥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가여워서, 밥을 먹자마자 태블릿을 보여 주었다.

 3D 레이무가 어제와 같은 얼굴, 같은 각도로 화면에 나와 똑같은 대사를 반복했다.

 그래도 레이뮤는 화면 속의 레이무를 자신의 어머니와로 의심하지 않고 몸짓과 손짓(구레나룻짓?)을 섞으며 마냥 말을 걸었다.

 

 점심은 늘 먹는 식빵.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나눠 준 귀퉁이 부분만 먹고 배가 불렀는데, 오늘은 통째로 1장을 다 먹었다.

 식욕이 있어서 다행이다.

 윳쿠리 채팅 덕분일까?

 

 

 

5 월 11 일

 

 레이뮤 생후 11일.

 몸 길이 10.8cm

 무게 420g

 

 오늘은 윳쿠리 채팅에서 '아빠야 마리사'을 선택했다.

 레이뮤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생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레이뮤는 "느그타게 이쯔라규…"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 나머지는 볼을 붉게 물들이며 머뭇거리기만 했다.

 

 사랑? 사랑일까?

 연상을 동경하는 시기라는 게 있지.

 

 

 

5 월 12 일

 

 레이뮤 생후 12일.

 몸 길이 11.3㎝

 무게 505g

 

 오늘도 3D 레이무를 보여 주려고 했는데, "어제 마리사가 좋은데…"라고 소심하게 조르기에, 3D 마리사를 보여 줬다.

 3D 마리사도 3D 레이무처럼 턱이 불룩하고 시선도 안정돼 있지 않은데다 뻣뻣하고 이상하게 움직인다.

 내 눈에는 너무 멋지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뮤에게는 멋진 윳쿠리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랑을 사랑할 나이라는 느낌일까?

 3D 마리사가 "느긋하게 있으라제" "마리사가아~ 쵯고오~" "늣헤~엣" 하고 알맹이 없는 대사를 하는 모습을 레이뮤는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5 월 13 일

 

 레이뮤 생후 13일.

 몸 길이 11.9㎝

 무게 595g

 

 식재료가 떨어질 것 같아서 슈퍼에 사러 나갔다.

 손수건을 꿰매 만든 포대기 겸 휴대용 파우치에 레이뮤를 넣어서 데리고 갔다.

 

 레이뮤는 처음 보는 바깥 세상에 푹 빠져 있었다.

 날고 있는 호랑나비를보고는 "저게 머야─!"라며 눈을 반짝이고, 개가 짖어대자 "느햐─!?"라며 비명을 지른다.

 지나가는 애완 윳쿠리에게는 "느그타게 이쯔라규!"라며 닥치는대로 인사를 던지고 있었다.

 

 외출해서 기분전환이 됐는지 오늘은 윳쿠리 채팅을 조르지 않았다.

 인간도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해지고, 윳쿠리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햇볕을 받아 싱글벙글하고 있는 레이뮤는 귀여웠다.

 

 

 

5 월 14 일

 

 레이뮤 생후 2주.

 몸길 이 12.5㎝

 무게 608g

 

 레이뮤도 완전히 무거워졌다.

 방울토마토 크기였는데, 지금은 큼직한 자몽 정도 크기다.

 무게는 배 정도일까?

 하지만 아직 한 손에 올라갈 정도.

 손바닥에 올려놓고 흔들어 주면, "흔─들흔─들! 느와와~이!"라며 크게 기뻐한다.

 

 오늘은 일이 좀 바빴다.

 레이뮤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했지만 바쁘고, 때가 이런 때이고, 그렇게 매일 외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영리하다고는 하지만 윳쿠리고, 한계가 있는지, 어려운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레이뮤는 납득이 가지 않는 듯 입술을 삐죽댔다.

 

 하지만 윳쿠리 채팅으로 3D 마리사를 보여 줬더니 곧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도 레이뮤는 볼을 붉히면서 3D 마리사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5 월 15 일

 

 레이뮤 생후 15일.

 몸 길이 13.4㎝

 무게 640g

 

 오늘도 "산책 나가자!"라고 졸랐다.

 어제 한 설명은 역시 잘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은 무서운 병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좋지 않고, 나에게도 일이 있어서 놀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거듭 설명했다.

 레이뮤는 풀이 죽어서 "느그치 이해해써…"라고 말했다.

 

 불쌍해서 서쪽 방에 난 창에 레이뮤를 위한 코너를 만들어 주었다.

 원래 화분이 3개 놓여있는 충분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딱 좋았다.

 헌 수건을 접어 만든 쿠션, 화분을 늘어놓은 그늘, 희석한 주스가 든 찻잔을 놓고 작은 리조트풍으로 만들었다.

 레이뮤는 아주 기뻐하며 창가에서 줄곧 바깥을 내다보았다.

 

 

 

5 월 16 일

 

 레이뮤 생후 16일.

 몸 길이 14.2㎝

 무게 700g

 

 레이뮤는 나와 놀 때와 식사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창가에서 보내게 됐다.

 날아가는 까마귀와 비둘기를 보고는 "어이! 새찌─이!"라고 말하거나 아래층의 경치를 보며 "높다높다야"라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질리지 않냐고 물었지만 레이뮤는 무척 재미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레이뮤가 "느긋하게 있으라구"라고 정확히 발음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느그타게 있으라구"라든가 "느긋하게 이쯔랴규"라든가, 혀가 짧았는데.

 

 키도 컸고, 완전히 언니라는 느낌.

 밥도 지금까지보다 많이 먹게 되었다.

 성장을 느낄 수 있어서 기쁘다.

 

 

 

5 월 17 일

 

 레이뮤 생후 17일.

 몸 길이 15㎝

 무게 740g

 

 가공소 직원이 말하길, 건강상태가 좋은 윳쿠리는 생후 3주쯤 되면 아성체라고 부를 수 있는 크기가 되는 것 같다.

 한 달이 지나면 성체 취급이다.

 그 기준으로 말하면, 레이뮤의 아이 윳쿠리 시기도 이제 끝이라는 것이다.

 

 아직 1인칭은 '레이뮤' 그대로다.

"느긋하게 있으라구"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나를 아직도 '온니야'라고 부르고, 3D 레이무는 '옴마야'라고 한다.

 

 레이뮤가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 혀짤배기 말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조금 쓸쓸하다.

 

 

 

5 월 18 일

 

 레이뮤 생후 18일.

 몸 길이 15.9㎝

 무게 850g

 

 오늘도 레이뮤는 창가에서 느긋하게 있었다.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다 싶었는데 창문 밑, 건물과 담의 좁은 틈새에 있는 들윳쿠리 부부를 보고 있었다.

 

 몸이 더러운 레이무와 마리사가 몸을 비비고 있고, 레이무의 이마에는 줄기가 나 있었다.

 윳쿠리의 목소리가 커서 대화하는 내용도 전해져 온다.

"마리사도 드디어 아빠야인 거제─"라든지 "최고로 느긋한 아가야라구─" 같은, 시시콜콜한 내용.

 거리를 걷다 보면 보기 싫어도 눈에 들어오는 평범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레이뮤에게는 부모님과 겹치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뮤는 입을 다문 채 가만히 들윳쿠리 부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5 월 19 일

 

 레이뮤 생후 19일.

 몸 길이 16.7㎝

 무게 930g

 

 레이뮤의 1인칭이 세 번에 한 번 꼴로 '레이무'가 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식전 인사로 "레이무가 느긋하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했다.

 많이 칭찬해 주었지만, 식후의 인사는 "레이뮤가 느긋하게 다 먹었다구, 잘 머거뜸니다"로 돌아왔다.

 아직 혀가 짧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우─걱우─걱"도 별로 말하지 않게 됐다.

 

 계기는 매주 레이뮤와 함께 보는 연애 드라마에 나오는, 애완 윳쿠리 역의 배우(?) 레이무였다.

 배우 레이무는 극중의 식사 장면에서 조용히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구레나룻으로 솜씨 좋게 포크를 써서 과일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우─걱우─걱"이라고 하지 않고 과일을 씹어 삼킨 뒤 미소지으며 "맛있어"라고 했다.

 

 우아한 몸짓에 레이뮤는 몹시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그때부터 식사 때 포크와 숟가락을 쓰고 싶어하게 됐다.

 어설프게 식기를 써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들부들 떨면서 포크로 찌른 야채를 입에 넣고는 "우─걱…"이라는 말을 꺼낸 뒤 흠칫 입을 닫고 우물거린다.

 그리고 입에 든 것을 삼키고 나서 "잘 머거뜹니다"라고 말하게 됐다.

 

 이것은 내가 그렇게 하도록 권한 것은 아니다.

 레이뮤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척 향상심이 있는 것 같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5 월 20 일

 

 레이뮤 생후 20일.

 몸 길이 17.5㎝

 무게 1010g

 

 마침내 체중 1㎏을 넘어섰다.

 너무 무거워져서 한 손으로는 그네 놀이를 할 수 없게 됐다.

 몸매도 아기 시절 배와 뺨이 말랑말랑 쫀득쫀득하던 느낌이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통통해지고, 아성체다운 모습이 되고 있다.

 

 연습한 보람이 있어서 스푼과 포크는 조금씩 늘고 있다.

 먹을 때 '우─걱우─걱'도 참을 수 있게 됐다.

"레이뮤, 느긋하고 있어?" "레이뮤, 스푼찌 잘해?"라고 몇 번이나 묻는다.

 칭찬해 주면, 얼굴을 찡그리며 웃는다.

 

 오늘은 레이무를 기르는 친구와 Doom 통화를 했다.

 상대 레이무는 커진 레이뮤를 보고 놀랐다.

"아가야였는데 완전히 다 컸네!"라고 칭찬받고, 레이뮤는 쑥스러운 듯 "느헤헤~" 하고 웃었다.

 

 

 

5 월 21 일

 

 레이무 생후 3주.

 몸 길이 18.3㎝

 무게 1100g

 

 드디어 1인칭이 완전히 '레이무'가 됐다.

 체격도 완전히 어른스럽고 더이상 '아가야'가 아니다.

 얼굴 생김새도 조금 이목구비가 뚜렷해져서, 아성체와 같은 모습이 됐다.

 

 놀이도 아이들이 하는 공놀이나 그네놀이는 별로 즐기지 않게 됐다.

 요즘 좋아하는 것은 연애 드라마를 보는 것, 나를 돕는 것이다.

 

 걷은 빨래 중 손수건이나 수건처럼 접기 쉬운 것을 레이무에게 건네준다.

 그러면 레이무는 구레나룻을 사용해 재주 좋게 그것들을 접어서 쌓아 둔다.

 우편함에 들어온 우편물을 회수하는 것도 레이무의 일이다.

 나를 도와 주려는 마음이 기쁘다.

"느긋할 수 있었어, 고마워"라고 하면, 레이무는 싱글벙글한다.

 

 식사나 화장실 매너도 거의 완벽하다.

 애완 윳쿠리가 빠지기 쉬운 반항적인 태도, 주인을 얕잡아보는 태도 같은 것도 없다.

 지금이라면 은뱃지 시험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은 어느 시험장이든 일제히 폐쇄된 것 같다.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면 은뱃지 시험을 보게 해 주고 싶다.

 

 

 

5 월 22 일

 

 레이무 생후 22일.

 몸 길이 18.9㎝

 무게 1230g

 

 예의 친구와 Doom 회의를 하다가 화면에 레이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게스화해서 처분했다"고 한다.

 

 전부터 조금씩 반항적인 태도가 눈에 띄게 된 것 같다.

 어제는 결국 친구를 노예 취급했기 때문에 가공소 수거 서비스를 불렀다고 한다.

 

 그저께 통화할 때는 상냥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녀의 말로는 "애완 윳쿠리의 게스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솔직하고 순종하는 개체라도, 사소한 계기로 거만해져 버린다.

 윳쿠리에게 있는 '느긋하고 싶다'는 원시적 욕망은 그만큼 강한 것 같다.

 

 조사해 보니 통계에도 그런 경향은 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애완 윳쿠리 중 게스화하지 않고 천수를 다하는 것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61 %가 게스화해 버려지거나 가공소에 회수되고, 23%가 사고나 질병으로 죽고, 15%는 탈출해서 행방불명이 된다)

 

 그리고 일단 게스화한 윳쿠리는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부드럽게 타일러도, 훈계해도, 혼내도, 때려도, 걷어차도,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주어도.

 

 우리 레이무도 언젠가는…

 

 아니, 앞날을 걱정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내 나름대로 레이무를 너무 어리광부리지 않도록 기를 뿐이다.

 

 

 

5 월 23 일

 

 레이무 생후 23일.

 몸 길이 19.5㎝

 무게 1350g

 

 오늘도 세탁물과 우편 수거를 도와 주었다.

 

 점심을 먹고 함께 낮 드라마를 보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서로 예상한다.

 나는 소극적인 아야를 응원하고 있지만, 레이무는 잘생긴 츠카사을 미는 것 같다.

"결국 적극적인 쪽에 남자가 당하는 거야"라고 열변하고 있었다.

 그런 건가…

 

 드라마 속에 윳쿠리 모자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때만 레이무는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완전히 언니야가 됐지만, 역시 가족이 그리운 것일까.

 나는 가족 대신이 될 수 없는 것일까.

 

 

 

5 월 24 일

 

 레이무 생후 24일.

 몸 길이 21㎝

 무게 1470g

 

 가공소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신장 23~25㎝ 정도로 성장한 윳쿠리를 '성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영양이 부족한 들윳쿠리는 성체 크기가 되기까지 3개월 가까이 걸릴 수도 있지만, 발육이 좋은 애완 윳쿠리는 1개월 정도 지나면 이 크기가 된다.

 레이무도 얼마 안 있으면 성체다.

 

 오늘은 쇼핑하러 나갔다.

 낡은 배낭을 개조해 만든 캐리어(얼굴만 나오도록 크기를 조정하기가 힘들었다)에 레이무을 넣고 짊어져서 데리고 나갔다.

 

 레이무는 아가야처럼 들떠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인사를 했다.

"개씨, 느긋하게 있으라구!" "고양이씨, 느긋하게 있으라구!" 지나가던 사람에게까지 "인간씨, 느긋하게 있으라구!"…조금 부끄러웠다.

 

 슈퍼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윳쿠리를 마주쳤다.

 마르고 지저분한 앨리스와 레이무. 짝이었는지도 모른다.

 레이무는 기운차게 "느긋하게 있으라구!"라고 말했지만, 들윳 2마리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기어서 도망쳐 버렸다.

 

 레이무는 인사를 받지 못했다는 데 크게 충격을 받았다.

 돌아와서도 침울해져서 훌쩍훌쩍 울어 버렸다.

 

 들윳쿠리에게는 들윳쿠리만의 규칙이 있다.

"애완 윳쿠리와 관계돼서는 안 된다"라는 것도 흔한 것 같다.

 그러니까 레이무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 것을 설명했지만, 어쨌든 슬펐던 것 같고, 끝내는 느앙느앙 하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다.

 

 달래고 타일러도 서럽게 울었다.

 불쌍해져서 오랜만에 '윳쿠리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성체 마리사의 3D 모델을 보여 줬지만, 레이무도 어른이 되어서 이것저것 분별을 할 수 있게 됐는지, "뾰족뾰족하잖아~!"라면서 괜히 울어 버렸다.

 

 결국 흐느껴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다.

 역시 동종에 대한 그리움은 나로서는 채울 수 없는 것 같다.

 왠지 쓸쓸하다.

 

 

 

5 월 25 일

 

 레이무 생후 25일.

 몸 길이 21.9㎝

 무게 1520g

 

 일어나서 밥을 먹고 대변을 보자, 레이무는 태연했다.

 어제의 슬픈 추억은 대변을 보며 내버렸을 것이다.

 혹은 나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건강하게 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이 지나 창밖이 소란스러워지고, 레이무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의심스럽게 생각해 들여다보니, 예의 들마리사 부부에게 새끼가 태어난 것 같았다.

 

 아기는 4마리 있었고 모두 삐이삐이 건강하게 울고 있었다.

 레이무가 또 쓸쓸한 표정을 지어서 나까지 안타까워지고 말았다.

 

 가족이 그립고 외로워하고 있는 레이무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레이무가 낮잠을 자는 틈에 밖에 나가서 들윳쿠리 가족을 구제했다.

 모두 쓰레기봉투에 넣고 그 위에서 짓밟는다.

 부모 윳쿠리 2마리는 몇 번 밟아야 죽었고 꽤 끈질겼지만, 새끼 4마리는 뿌직뿌직 쉽게 찌그러뜨릴 수 있었다.

 쓰레기봉투는 레이무가 발견할 수 없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쓰레기장에 내놨다.

 

 낮잠에서 깬 레이무는 다시 창가에 올라가 들윳쿠리 가족을 찾고 있었다.

"어디 갔을까?"라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지만 "가족이 늘어서 이사한 거 아냐"라고 했더니 납득한 것 같았다.

 

"멀리 가도 가족 전윳, 느긋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레이무.

 설마 내가 그들을 죽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생판 모르는 남을 걱정하고 있다.

 마음씨가 착하다.

 죄책감 때문에 조금 마음이 아팠다.

 

 

 

5 월 26 일

 

 레이무 생후 26일.

 몸 길이 22.3㎝

 무게 1600g

 

 인사조차 나눈 적 없는 들윳쿠리 가족이었지만, 몰래 지켜보는 것이 레이무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창가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오늘은 밖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잘 되라고 한 일이었는데… 불쌍한 일을 해버렸을지도.

 

 기분전환이라도 해주려고 많이 놀아 주었다.

 그네놀이와 공놀이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패션쇼 놀이는 무척 신나게 한다.

 내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몸에 두르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단순한 놀이다.

 레이무로서는 모델이 된 기분이 들어서 꽤 즐거운 것 같다.

 

 내 헌 물건 따위로 기뻐하다니 귀엽다.

 제대로 된 윳쿠리용 포대기를 사 줄까?

 

 

 

5 월 27 일

 

 레이무 생후 27일.

 몸길이 23㎝

 무게 1650g

 

 웬일로 레이무가 "밖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끔 조르는 정도라면 들어주고 싶지만 불행히도 일이 바빠서 들어주지 못했다.

 

 외로울까봐 '윳쿠리 채팅'을 보여 주었다.

 레이무도 어른이 되었으니 3D 마리사가 가짜라는 건 완전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뾰족뾰족하네…"라고 말했을 뿐, 말을 걸지 않았다.

 

 곧이어 창가에 올려 주었지만, 들윳쿠리 가족이 사라져서 지루한 듯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애완동물이라는 것은 이런 안타까움이 따르는 것 같다.

 집에서 개를 기를 때도 그렇게 느낀 적이 많았다.

 아무리 귀여워하더라도, 아무리 소중히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있다.

 학교라든지 일이라든지, 사람에게는 사람의 생활이 있고, 무엇이든 애완동물 우선이라는 것은 꽤 어렵다.

 

 지루하게 만들어서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평소에 떼를 잘 쓰지 않고 착하게 구는 레이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다.

 

 

 

5 월 28 일

 

 레이무 생후 4주.

 몸 길이 23.2㎝

 무게 1700g

 

 정의하기로는, 오늘부터 레이무는 성체라는 것이 된다.

 어른이 된 기념 & 우리집에 와서 약 1개월을 기념해서, 특별히 쿠키를 구워 주었다.

 혀가 높아지지 않도록 설탕은 딱 한 스푼, 바닐라 에센스로 향기만 달콤하게 만들었다.

 

 처음 먹는 과자에 레이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먹어도 돼?" "정말 레이무가 먹어도 돼?"라고 몇 번이나 물었다.

 

 지금까지 과자 종류는 금지하고 일절 먹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기뻤는지 먹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

"언니야, 고마워어─!" "레이무 행복─이야!"라고.

 실제로 먹었더니 펑펑 울면서 "맛있어어, 고마워어, 행복이야"라고 했다.

 

 레이무의 그런 모습에 치유가 된다.

 나야말로 늘 수다 상대를 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느긋하게 있으라구.

 

 

 

5 월 29 일

 

 레이무 생후 29일.

 몸 길이 23.3㎝

 무게 1690g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쿠키씨 없는거야?"라고 묻는 레이무.

 어제 축하 쿠키가 그렇게 좋았나 생각하니 내 얼굴도 활짝 갠다.

"그건 특별한 날의 축하야"라고 설명했더니 "다음 특별한 날은 언제일까"라고 들떠 있었다.

 다음 축하할 일이 있다면, 레이무가 은뱃지를 땄을 때일까?

 

 오늘도 레이무는 빨래를 개는 일을 도왔다.

 내가 목욕한 뒤에는 수건을 가져다 준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볼을 비비며 "느긋하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한다.

 

 정말 레이무는 착한 아이다.

 

 

 

5 월 30 일

 

 레이무 생후 30일.

 몸 길이 23.2㎝

 무게 1700g

 

 레이무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매일 신장과 체중을 측정해왔지만, 지난 며칠의 수치 변화는 오차 수준이다.

 조사해 보니, 레이무 종의 성체 윳쿠리 평균치가 꼭 같을 정도였다.

 더이상 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장을 재는 것은 이제 괜찮을까?

 건강 유지를 위해 체중 기록은 계속하기로 했다.

 

 오늘 레이무는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며 지냈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환기를 위해 창문을 조금 열고 방충망을 쳐 놨다.

 레이무는 방충망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느긋이~"라고 했다.

 

 역시 밖에 나가고 싶겠지.

 슬슬 세제가 다 떨어져서 내일 쇼핑을 가기로 한다.

 레이무에게 그렇게 말하자, "만세─!"라고 들떴다.

 

 

 

5 월 31 일

 

 레이무 생후 31일.

 무게 1710g

 

 아침부터 날씨가 이상하더라니, 밖에는 공교롭게도 비가 왔다.

 요즘 일기예보가 너무 빗나가고 있다.

 

"젖으면 위험하니까, 레이무는 집을 보고 있어"라고 말하자, 레이무는 심상치 않을 정도로 크게 울었다.

 나를 탓하거나 매도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레이무는 오로지 "밖에 나가고 싶었어!" "밖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갈래! 나갈래!"라며 통곡했다.

 눈 주위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굵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결국 경련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나는 "미안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레이무의 마음을 상상하면 나까지 슬퍼졌다.

 

 나가고 싶은 마음은 아플 만큼 안다.

 나도 끝이 보이지 않는 칩거 생활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칠 뻔했다.

 레이무을 들여서 버티고 있었지만, 그대로 혼자였다면, 정신이 이상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이무는 내게 큰 버팀목이다.

 

 게다가, 레이무만이 아니다.

 나는 본가에 가족이 있다. 친구도, 동료도 있다.

 지금은 떨어져 있어도, PC나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언제든지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무의 세계에 있는 것은 정말 나뿐이다.

 

 레이무는 태어나기 전 열매 상태로 뽑혀서 출하됐다.

 그래서 레이무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모른다. 자매도 친구도 없다.

 그렇게 집착하고 있던 3D 레이무와 3D 마리사는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몰래 바라보는 것을 일과로 삼았던 들윳쿠리 가족도 내가 구제했다.

 친구가 키우던 레이무는 게스화하고 가공소로 보내져, 이제 만날 수 없다.

 

 레이무는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다.

 나는 레이무의 버팀목이 될 수 없다.

 

 나는 분명 레이무에게 친구도 가족도 아니니까.

 레이무에게는 어디까지나 '주인'이니까.

 

 매일 좁은 집에 틀어박혀 주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산다.

 레이무는 웃는 얼굴로 "느긋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아마… 아니, 절대로, 그것은 본심이 아닐 것이다.

 

 나는 정말 둔감하구나.

 이런 간단한 것을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낮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고 이 일기를 쓰면서 생각한다.

 필시 레이무는 외출이 없었던 일 자체가 슬픈 것이 아니다.

 밖으로 나갈지 말지,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레이무는 그냥 울 이유가 필요했을 뿐이다.

 

 레이무는 느긋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엄마의 줄기에서 잘린 날부터 줄곧, 느긋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부모로부터 떨어져 낯선 곳으로 와 생판 모르는 사람과 지내기를 강요당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였을 레이무에게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오늘 일을 계기로 폭발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팽팽한 실이 끊어지고, 레이무의 마음이 무너지고, 그래서 그렇게 펑펑 울었던 것이다.

 

 내 자신이 한심하다.

 레이무을 위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던 생각했지만, 자만이었다.

 원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따위로 내 생각만 하면서 윳쿠리를 키우는 일 자체를 해서는 안 됐다.

 나는 레이무를 헛되이 괴롭혔을 뿐이었다.

 

 미안해.

 

 

 

6 월 1 일

 

 레이무 생후 32일.

 무게 1700g

 

 어제의 외출 건에 대해 사과했더니, 레이무는 웃으며 "괜찮아"라고 말했다.

 대신 오늘 산책을 나갔다.

 공원에 가서 레이무를 놓아 주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우연히 만난 앨리스와 묭을 데리고 있는 주인과 서서 이야기했다.

 2마리는 자매이고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라고 한다.

 레이무에게도 친절하게 대해 줘서 술래잡기에 끼워 주었다.

 

 앨리스와 묭도 활기찬 모습이었다.

"윳쿠리는 외로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여러 마리 기르면 건강해져요"라고 조언을 받는다.

 레이무도 여동생 같은 존재가 있으면 조금은 힘이 날까?

 

 

 

6 월 2 일

 

 레이무 생후 33일.

 무게 1690g

 

 역시 레이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어야 할까?

 어제 앨리스와 묭과 놀았던 것이 정말 즐거웠는지 반복해서 그때 이야기를 한다.

"앨리스는 아는 것도 많고, 멋쟁이였다구! 꽃의 이름을 가르쳐 준 거야!"라든지 "묭은 발씨가 굉장히 빠른 거야! 레이무, 전혀 따라잡지 못했어!"라든지, 뺨을 붉히고 구레나룻을 휘저으며, 몇 번이나.

 

"레이무도 여동생을 가지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레이무, 여동생이 있어?"라고 의아한 듯 물었다.

 

 저렇게 팥소가 이어진 여동생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을 맞는 것이 어떨까 이야기했더니, "느와~!!"라고 말하며 점프했다.

"대단해! 꿈꾸는 것 같아! 레이무, 가족을 갖고 싶었던 거야!"라고.

 

 역시 나는 가족으로 계산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긴 그렇네.

 레이무가 갖고 싶었던 것은, 윳쿠리 가족.

 

 

 

6 월 3 일

 

 레이무 생후 34일.

 무게 1700g

 

 레이무와 함께 야쿠텐 지점을 보며 어떤 윳쿠리를 살 지 의논했다.

"여동생으로 한다면, 역시 레이무 아가야가 좋아"라고 한다.

 같은 종족이 더 친근하고 귀여워하기 쉬울 것이다.

 

 그럼 아기 레이무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단계에서 갑자기 레이무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다른 희망이 있는지 물었더니 "역시, 아가야가 아니라, 어른 윳쿠리가 좋은데"라는 것.

 말귀를 잘 알아듣는 레이무치고 조르는 일은 드문데.

 

 그렇지만 기분은 대충 알겠다.

 나는 세 자매지만, 3살 어린 동생보다는 연년생 언니와 사이가 더 좋았다.

 화제가 맞아서 재미있고, 신체 능력도 가까우니까,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즐거웠던가.

 

 레이무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가능한 한 바라는 것을 이뤄주고 싶다.

 결국 레이무의 말대로 성체 마리사를 사게 됐다.

 

'다제' 말투 교정 완료, 월령 1개월, 은뱃지 마리사. 1150엔(배송비 포함).

 

 레이무는 "언제 와? 오늘? 내일?"라고 무척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반짝반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6 월 4 일

 

 레이무 생후 35일.

 무게 1710g

 

 레이무는 온종일 창가에 붙어 있었다.

 창문 아래의 도로를 차량이 통과할 때마다 "마리서일깟!?" "마리사가 왔을지도!"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떠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쉽게도 오늘은 인터폰이 울리지 않았다.

 가게에서 보낸 메일에는 '2일 이내 도착'이라고 써 있었다.

"아마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기대가 돼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레이무는 저녁식사 후에도 창가에 올라 밖을 내다보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곯아떨어졌다.

 

 

 

6 월 5 일

 

 레이무 생후 36일.

 무게 1700g

 

 오늘도 마리사는 오지 않았다.

 비대면 트렌드로 인터넷 쇼핑몰 수요가 늘어난다고 들었다.

 업체도 바쁠텐데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레이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계속 창문에 붙어 안절부절 못하며 밖을 보고 있다.

"마리사, 아직 안 왔어?" "레이무 기다리다 지쳤다구"라며 입을 삐죽댔다.

 

 꽤 기다려지는 모양이다.

 사정을 설명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느응"이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6 월 6 일

 

 레이무 생후 37일.

 체중 측정할 수 없음

 

 배송이 지연되는지 오늘도 마리사는 오지 않았다.

 레이무는 조금 초조해하는 눈치였다.

 

"언제쯤 오는 거야?" "이제 기다릴 수 없어, 언니야, 가게씨에 전화해 봐"라고 재촉했다.

 가게도 택배업체도 바쁘다는 것 등 어제와 같은 설명을 했다.

 역시 어제 한 이야기는 잘 듣지 않았던 모양인지, 레이무는 금시초문 같은 반응으로 수긍했다.

 

 체중을 재려고 했는데 처음으로 거부당했다.

"레이무, 마리사가 오지 않았는지 감시해야 돼!"라고 말하며 창밖을 감시한다.

 

 그만큼 마리사가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6 월 7 일

 

 레이무 생후 38일.

 

 처음으로 레이무가 소리를 쳤다.

 

"아직 오지 않는 거야!?"

"언제쯤 오는 거야!?"

"곧 온다고 했잖아!"

"언니야는 거짓말쟁이!"

 

 왠지 레이무가 화를 낸다는 게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온화하고 얌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상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아.

 레이무가 그렇듯이, 내가 무리하게 만들었다.

 

 레이무도 감정이 있는 생물이다.

 내가 "내일 도착한다"라고 한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언제까지고 마리사는 오지 않고, 배신감에 고함을 질렀겠지.

 

 말귀를 잘 알아듣고 솔직하며 착한 아이인 레이무,

 라는 것은, 내가 레이무에게 강요한 애완 윳쿠리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레이무도 화낼 권리가 있다. 레이무에게도 감정이 있다.

 

 레이무는 소리를 친 직후 바로 멈칫하며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괜찮아.

 

 

 

6 월 8 일

 

 레이무 생후 39일

 

 드디어 마리사가 도착했다.

 마리사도 레이무처럼 냉장배송으로, 스티로폼 상자에 포장되어 있었다.

 상자를 열고 잠시 기다리자 마리사는 굼실굼실 움직이다가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레이무는 "느긋하게 있으라구! 레이무는 레이무야!"라고 인사하고는 곧장 "마리사는 레이무의 남편씨가 되어 줘!"라고 말했다.

 

 마리사는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놀랐다.

 나는 더 놀랐다.

 

 나는 레이무에게 자매 같은 존재를 주려고 마리사를 산 것이다.

 그러나 레이무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레이무는 남편을 갖고 싶었다고 한다.

 

"레이무도 나이가 찼으니까, 남편이 필요했던 거야."

"레이무는 남편을 원한다고 했어."

"언니야도 마리사를 남편으로 삼아도 괜찮다고 했지?"

 

 라고 레이무는 주장한다.

 

 나는 자매로서 아가야를 들여서 레이무의 가족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막판에 레이무가 "역시 어른 윳쿠리가 좋다"고 요청해서, 성체 마리사로 바꾼 것이다.

 

 나는 틀림없이 나이가 비슷한 자매로 성체 윳쿠리를 바랐다고만 생각했다.

 레이무가 "남편을 가지고 싶다"고 한 일은 없고, 그것을 하락한 적도 없다.

 

 기억을 바꿔 쓰고 있음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편리한 조작은 게스화하는 윳쿠리의 흔한 경향이다.

 

 처분한다면 지금이라고,

 마음 속의 냉정한 부분이 말을 걸어 왔다.

 

 하지만 마리사가 도착한 것이 기뻐서 볼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레이무를 아무래도 잡아 죽일 수 없었다.

 

 윳쿠리를 죽이는 데 거부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지 내에 정착 한 들윳쿠리 부부는 쉽게 구제할 수 있었다.

 

 레이무를 잡는다거나 죽인다거나, 글자로 쓰는 것조차 주저할 정도로,

 나는 레이무를 좋아하게 됐다.

 

 레이무는 순진하고 명랑하고, 늘 웃으면서 구레나룻을 파닥파닥 흔드는 것이 귀엽고,

 뺨이 보송보송하고, 엉덩이와 배가 부드러우면서도 쫀득쫀득하고,

 야채 조각과 빵 귀퉁이를, 맛있어 맛있어 하면서 기꺼이 많이 먹고,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본 뒤 냄새나─라고 말하면서도 볼일을 보고는 직접 처리하고,

 배우 윳쿠리의 품위 있는 몸짓을 스스로 따라하고 노력해서 숟가락을 쓸 수 있게 됐고,

 빨래를 깔끔하고 똑바로 접을 수 있고, 우편함 안의 편지를 가지고 오고,

 밥을 할 때 부엌을 불쑥 들여다보며 "도와줄 건 없어?"라고 물어보고,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전개 예상을 하고,

 창밖을 바라보며 "날씨가 좋네, 느긋하게 있네"라며 싱글벙글하고,

 아직 집에 온 지 한 달 남짓밖에 안 됐지만, 그런 추억을 많이 만들어 준 레이무는 무척 느긋하고,

 나는 레이무을 정말 좋아하고 좋아하니까,

 레이무를 느긋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마리사를 샀으니까,

 레이무를 처분하려고 마리사를 산 게 아니니까.

 

 레이무와 보낸 한 달간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잡아 죽인다면 지금이라고 머릿속에서, 냉정한 자신이 속삭이고 있었다.

 가공소의 지인이나, 성체 레이무를 기르던 친구가, 몇 번이나 말했던 기억이 난다.

 윳쿠리는 유통기한이 있다.

 

 죽여야 한다는 이성과, 레이무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감정으로 흔들거렸다.

 하지만 결국 레이무를 밟아 잡는 일 따위는, 나는 할 수 없었다.

 

"아가야는 마음대로 만들면 안 되니까"라고 하자, 레이무는 본 적도 없을 정도로 기쁜 얼굴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6 월 9 일

 

 레이무 생후 40일

 

 레이무와 마리사는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마리사도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레이무와 사이 좋게 지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레이무가 "부─비부─비하자구!"라고 말하자, 마리사도 "능!"이라고 대답하고, 서로 볼을 비비고 있다.

 

 밥을 먹을 때, 레이무는 숟가락을 쓴다.

 마리사도 그것을 흉내내려 하지만 좀처럼 잘하지 못하고 애를 먹고 있으면, 레이무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주고 있었다.

 우리집의 예의범절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마리사의 마음, 노력하는 마리사에게 다가서는 레이무의 상낭햠.

 둘 다 기쁘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자신에게 타일렀다.

 

 레이무가 기뻐하고 있다면 그걸로 됐어.

 정한 규칙을 어기지 않는 한은 괜찮아.

 

 

 

6 월 10 일

 

 레이무 생후 41일

 

 늘 빨래를 개는 일을 도와 주는 레이무였지만, 오늘은 마리사와 놀고 있었다.

 밥을 만드는 것도, 우편물 회수도 하지 않았다.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마리사와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뭐 괜찮을까?

 심부름은 언제나 레이무 쪽에서 말을 꺼내서, 나는 "그럼 부탁해"라는 입장이었다.

 내가 "꼭 도와 줘"라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레이무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심부름 놀이를 하고 있던 데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마리사라는 짝을 얻고 지루하지 않게 된 지금, 도움은 불필요해진 걸까?

 

 

 

6 월 11 일

 

 레이무 생후 42일

 

 레이무가 "은뱃지씨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은뱃지 마리사의 아내에 어울리는 윳쿠리가 되고 싶다고 한다.

 

 포부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리사에게 묻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해서 은뱃지 시험의 내용을 조사한다.

 식사·화장실 매너가 몸에 배어 있을 것, 12까지 숫자를 셀 수 있을 것(=시계를 읽을 수 있을 것), 간단한 교통규칙을 파악하고 있을 것 등, 3가지가 합격 조건이었다.

 

 레이무는 식사와 화장실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숫자는 아직 4 이상은 모르니 공부해야 한다.

 교통 규칙은… 불안이 남는다.

 자숙 기간이기도 하고, 별로 외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횡단보도나 신호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다.

 

 바로 오늘부터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숫자를 외우기 위해 구슬을 늘어놓고 세는 레이무와, 옆에서 조언을 섞어 가며 응원하는 마리사.

 

 레이무는 위쪽을 목표로 노력하고있다.

 레이무는 게스 같은 게 아니야.

 분명히 괜찮아.

 

 

 

6 월 12 일

 

 레이무 생후 43일

 

 레이무는 순식간에 12까지 숫자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60까지 외운 것 같다. 이제 시계를 완벽하게 볼 수 있다.

 

 레이무의 기억력이 좋은 데 마리사도 놀랐다.

 레이무는 정말 머리가 좋은 것 같다.

 역시 팥소통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어.

 

 남은 것은 교통규칙이다.

 윳쿠리용 교육 동영상을 보여 주니,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마리사가 "빨간색일 때는 멈추고, 초록색일 때는 가는 거야" "횡단보도씨를 건널 때는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보고, 다시 왼쪽을 보고 나서"라고, 적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레이무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6 월 13 일

 

 레이무 생후 44일

 

 슈퍼에 장을 보러 나갔다.

 내친 김에 마리사와 레이무도 도보로 데리고 갔다.

 

 맨발로 밖을 돌아다니다가 다치면 안 되니까, 낡은 손수건을 꿰매서 만든 수제 포대기를 입혔다.

 둘 다 무척 기뻐하고, "포대기씨, 느긋하고 있어!" "대단해! 느긋이!"라고 한다.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둘의 보조를 맞춰 여유롭게 보도를 걷는다.

 신호등을 찾을 때마다 레이무는 "초록색이니까 건너도 괜찮아!" "빨간색은 멈춰!"라고 입으로 확인했다.

 

 실제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꽤 긴장했던 것 같다.

 몇번이나 좌우를 살펴서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엄청나게 빠른 걸음으로 통통 뛰고 있었다.

 

 교통규칙도 거의 완벽한 게 아닐까?

 역시 레이무는 영리하다.

 마리사도 "대단하다! 완벽해!"라고 칭찬했다.

 나도 레이무를 많이 칭찬해 주었다.

 

 

 

6 월 14 일

 

 레이무 생후 45 일

 

 뱃지 시험에 대해 가공소에 문의했다.

 무려 기간 한정으로 온라인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인터넷에서 설문에 응답한 후, Doom 통화로 면접을 하는 것 같다.

 합격선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뱃지가 날아온다고 한다.

 

 레이무에 받아 보겠느냐고 타진했더니, "레이무, 시험씨를 보는 거야!"라고 즉답했다.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마리사도 응원하고 있었다.

 

 바로 시험을 신청했다.

 레이무는 의욕적으로 숫자 복습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1개월 기념일에 구워 준 쿠키를 레이무는 아주 좋아했었지.

 은뱃지 시험에 합격하면 또 먹여 주자.

 마리사에게도 준다면 분명 기뻐할 것이다.

"은뱃지를 따면 상으로 쿠키가 있어"라고 하자, 레이무는 눈을 빛내며 "만세─! 레이무 힘낸다구!"라며 점프했다.

 

 

 

6 월 15 일

 

 레이무 생후 46일

 

 오늘은 온라인 시험.

 레이무는 아침부터 긴장한 모습으로 안절부절 못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시험 문제를 내가 읽어 준다.

 그림에 적힌 시계의 시간을 읽거나, 몇 개 정도 줄을 지어 있는 숫자 중 가장 큰 수를 선택하거나, 신호의 사진을 보고 멈출지 건널지를 선택하는 등의 간단한 것이었다.

 레이무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모두 맞춰서 감동했다.

 

 이어 Doom 면접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나는 레이무의 등 뒤에 비치고 있어야 한다.

 커닝 등 부정행위가 없도록, 마리사도 무릎에 올려놓고 조용히 지켜 보았다.

 

"밥을 먹을 때는 어떻게 해?" "응응을 하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와 같은 생활 매너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레이무는 "입을 다물고 우물우물하고, 삼키고, 마지막으로 '잘 먹었습니다'라고 해요" "화장실에 가서 응응하고, 끝나면 종이씨를 접고, 자윳이 버립니다"라고 막힘 없이 대답했다.

 이쪽도 거의 모범 답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시험 결과는 내일 메일로 도착한다.

 틀림없이 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두근두근한다.

 레이무는 시험이 끝난 뒤 긴장의 끈이 풀린 것 같고, "느헤에~~~"라고 한숨을 쉬고 잠들어 버렸다.

 

 

 

6 월 16 일

 

 레이무 생후 47 일

 

 레이무 무사히 합격!!

 

 해냈어! 레이무, 축하해!

 

 레이무도 마리사도 몹시 기뻐한다.

 나도 기뻐! 역시 레이무야!

 

 모두 얼싸안고 기뻐했다.

 정말 다행이야!

 

 내일은 축하 쿠키를 굽는다.

 밀가루가 다 떨어졌으니, 사러 가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6 월 17 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떡하지

 내가 뭘 해야 하지?

 

 망설일 필요는 없다.

 정해져 있다.

 

 레이무를…

 

 안 되겠다. 혼란스럽다.

 오늘은 일기를 쓸 여유가 없다.

 

 

 

6 월 18 일

 

 역시 이제 무리일지도 모른다.

 아마 무리겠지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역시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

 등을 밀어 달라고 상담해 버렸다

 역시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불쌍한 마리사.

 우리집 같은 데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미안해.

 

 

 

6 월 19 일

 

 레이무 향년 0세 1개월 반

 

 마지막은 어이가 없다.

 

 안녕, 레이무.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7 월 3 일

 

 조금 기분이 침착해졌다.

 기억하기도 싫지만 사건의 전말을 적어 둔다.

 

 

 

<6 월 17 일>

 

 쿠키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사러 슈퍼에 갔다.

 짧은 외출이라, 레이무와 마리사는 집을 지켰다.

 

 집에 돌아오니 레이무의 이마에 줄기가 나 있었다.

 작은 열매 윳쿠리가 세 개 열려 있었다.

 

 그리고 마리사가 검게 변해 죽어 있었다. 

 

 아연실색한 나에게, 레이무는 말했다.

 

"레이무는 은뱃지씨가 됐어!"

"포상으로 아가야 만들어도 된다고, 언니야가 말했다구!"

 

 나는 은뱃지를 따면 상으로 쿠키를 구워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가야는 "마음대로 만들면 안 돼"라고 분부했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다시 편리한 기억 위조가 일어났다.

 

 만약 이 상황이, 마리사와 합의해서, 아가야를 만들었을 뿐이라면…

 내 마음은 여전히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날 가장 문제였던 것은, 마리사가 죽었다는 점이다.

 

 캐묻자, 레이무는 악의라고는 없이,

 

"마리사는 상쾌─를 싫어한 거야!"

"'보상으로 아가야를 만들어도 괜찮아'라고 언니야가 말했지? 이렇게 레이무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았다구"

"남편 주제에 부인의 상쾌─를 거절하다니, 게스라구"

"게스는 제재해야 한다구"

"레이무가 들이받았더니, 마리사가 날아가서 머리를 벽에 부딪혀서, 움직이지 않게 된 거야"

"하지만 마리사가 영원히 느긋해져 버리면, 상쾌─를 할 수 없다는 걸 레이무는 깨달은 거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마리사를 낼─름낼─름 했더니, 페니페니가 커졌으니까, 마침 잘됐다고 생각한 거야

"마리사 위에 앉아서, 레이무, 상쾌─했다구"

"정신이 들어 보니 마리사는 영원히 느긋해졌지만, 레이무 탓이 아니라구"

 

 레이무는

"어때? 언니야! 귀여운 아가야겠지!"

 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자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싱글벙글한 레이무이었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짝을 죽이고, 시간 같은 짓을 하고, 어이없이 웃고 있는 레이무.

 끔찍해 기분나빠 무서워

 뭐야 이 녀석, 이라고 생각했다.

 

 거부감과 혐오감이 극심했다.

 한시라도 빨리 레이무와 떨어져 있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나는 레이무와 마주보고 대화했다.

 

 레이무가 한 짓은 윳쿠리 살해라는 것.

 아가야를 마음대로 만들지 않겠다는 규칙을 어긴 것.

 또한, 내 말을 때맞춰 고쳐 쓴 것.

 저지르면 안 될 죄를 거듭 저질러온 것.

 

 나름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레이무를 부드럽게 타일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레이무는 어리둥절했다.

 뭘 잘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언짢게 생각했다.

 

 숫자도 읽을 수 있다. 교통규칙도 안다.

 밥을 깨끗이 먹는 방법도 아는, 똑똑할 터인 레이무가.

 왜 윳쿠리를 죽이는 것이 나쁜 일인지, 정해진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되는지,

 이해해주지 않고, 조금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나는 아가야를 만들어도 좋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해도 시치미를 뗄 뿐이다.

"잊어버렸어? 언니야, 그렇게 말한 거야? 보상으로 아가야를 만들어도 좋다고"라며, 고개를 갸웃한다.

 

 더 알기 쉽게,

"레이무의 한 짓은 게스야"

 라고 말하자, 레이무는 완전히 돌변해서 격노했다.

 

"누가 게스야! 레이무는 게스가 아니얏! 사과햇!"

"아무리 언니야라도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이 있겠지!"

"게스는 마리사라구! 레이무는 은뱃지야! 현명해! 느긋하고 느긋하다구!"

"사과햇! 사과햇! 사과해애애!"

 

 조금 전까지의 미소가 거짓말인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침을 튀기며 고함을 지르는 레이무의 말이,

 인간이 하는 말을 그럴싸하게 흉내낼 뿐인 의미 없는 울음소리로 들렸다.

 

 이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면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둘 다 냉정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는 식빵과 야채 조각을 접시에 올려놓고 레이무에게 주고 침실로 피신했다.

 계속 기분이 나빴다.

 

 

 

<6 월 18 일>

 

 아침, 레이무의 큰 목소리에 눈을 떴다.

 거실로 가니 레이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밥! 바─아─아───압! 노옛! 빨리 달라구!"

"배고픈 거야! 레이무는 임산부씨라구! 밥 잔뜩 가져와!"

"빨리 하라구! 그런 김에 마리사도 치워 달라구! 마리사의 시체, 구리다구!"

"뭐하는 거야! 느긋하지 말고 빨리빨리 하라구! 이 굼벵이!"

 

 온갖 욕설이 날아왔다.

 내가 레이무을 게스라고 불렀으니, 레이무가 나를 적으로 간주했을지도 모른다.

 레이무는 나를 노예라고, 굼벵이라고 말했다.

 

 몸에 힘이 빠졌다.

 화도 나지 않았다.

 그냥 허무해서 눈물이 났다.

 

 레이무와 보낸 한 달 반의 시간은 즐거웠다.

 멋진 추억으로 가득하다.

 나는 레이무을 소중히 여겼지만, 레이무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레이무를 인터넷으로 샀을 때 같이 온 매뉴얼에는, 징계에 대한 내용이 많이 쓰여 있다.

 윳쿠리가 나쁜 말을 했을 때, 분부를 어겼을 때 해야 할 일이 적혀 있다.

 

 덤으로 온 훈육용품…윳초리를 휘둘러 나는 오로지 레이무를 때렸다.

 

 레이무을 두드리자 찰싹 소리가 났다.

 찰싹, 찰싹, 날카로운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말없이 레이무을 계속 때렸다.

 10번, 20번, 30번.

 피곤해서 팔이 올라가지 않을 때까지 마냥 때렸다.

 

 레이무는 처음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프다"라든지 "그만둬"라고 하는 소리가,

 점점 "그만둬" "용서해 줘"로 바뀌고,

 마침내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매뉴얼에 따라서, "왜 사과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레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로, 때리는 것을 그만두게 하려고, 일단 "미안해요"라고 말한 것이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윳쿠리의 말은 의미 있는 단어가 아니라 단순한 울음소리다.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가능성이 높은 "미안해요"라는 소리를 내고 있을 뿐.

 거기에 감사나 성의는 담겨 있지 않다.

 당연하다. 그냥 소리니까.

 

 나는 줄기차게 윳초리로 레이무를 때렸다.

 레이무는 "미안해요" "용서해줘" "미안했어요"라고 거듭 말했지만, 뭘 잘못했는지 대답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에는 말할 힘도 없이 납작하게 누워서 작은 목소리로 신음하기만 했다.

 

 레이무는 온몸이 울퉁불퉁 부어서 실룩실룩 경련하고 있었다.

 퉁퉁 부은 눈꺼풀 사이로 팥소를 머금은 탁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계속 때리는 사이 이마에 난 줄기는 부러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세 개의 아가야 열매는 파리처럼 까맣게 타서 죽었다.

 

 윳초리를 들고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전화했다.

 예의 그, 레이무를 기르던 아이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담백하게 "그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렇게 착한 아이였는데…라고 대답했더니, "윳쿠리란 그런 거니까, 고민하는 건 시간 낭비야"라고 한다.

 

 이어 가공소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했다.

 대답은 같았다.

 한 달 반 동안 착한 아이였다면 착한 편이라고 한다.

"고객님께는 잘못이 없습니다. 윳쿠리라는 것은, 그런 '날것'이니까요"라고 한다.

 

 이 일기의 첫머리에도 조언을 남겼었다.

· 윳쿠리에게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 기한이 되면, 회수하러 보내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OK.

 

 즉, 레이무를 기르면,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줄 알았던 내가,

 지인과 친구들의 충고를 잊은 내가 바보였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윳쿠리 따위에게 기대하고 사랑한 내 잘못이다.

 이번 일로 뼛속 깊이 알았다.

 윳쿠리는 심심풀이 일회용,

 인간이 하는 말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그냥 장난감에 불과하다.

 

 나는 윳초리를 휘둘렀다.

 찰싹, 찰싹, 소리가 다시 울린다.

 레이무는 얻어맞은 충격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이제 저항도 비명도 없었다.

 아가야 때 곧잘 했던 '공씨 놀이'를 방불케하는 광경에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수십 번 때리는 사이에 윳초리 쪽이 부러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이불털이로 레이무를 때렸다.

 레이무의 피부가 찢어져 팥소가 새어 나왔다.

 

 아직 죽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더 괴롭히고 싶었다.

 

 레이무를 치료하려고 사 뒀던 오렌지 주스를, 레이무를 괴롭히기 위해 썼다.

 머리에서 조금 떨어뜨렸더니 레이무의 몸의 붓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아바… 아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회복했을 때 이번에는 올라타서 양손으로 때렸다.

 

 레이무는 "그만둬" "미안해요" "레이무가 나빴습니다" "레이무가 게스였습니다"라고 울었다.

 그것이 울음소리일 뿐이라는 것은 몸으로 알았다.

 상관하지 않고 몇 번이나 때리면, 이빨이 부러져 입안에 박혀서, 입에서 팥소를 많이 토했다.

 레이무의 입술이 이 빠진 할머니처럼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

 

 손이 피곤해서 다시 오렌지 주스를 조금 뿌리고 발로 짓밟았다.

 배 부분에 발을 올려놓고 체중을 실었다.

 엉덩이 구멍에서 똥인지 내장인지 모를 팥소가 비죽비죽 쏟아져 나왔다.

 안에서 압박을 받아, 눈알이 툭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입을 열면 죽으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나는 "느긋하게 있으라구!"라고 말했다.

 레이무는 일순 파앗 웃으며 큰 입을 벌리고 "느그지 이즈라구!"라고 외쳤다.

 그 입에서 퍽 하고 팥소가 터져 나왔다.

 

 재빨리 오렌지 주스로 연명했다.

 레이무는 멍한 눈으로 "이제 죽여…"라고 말했다.

 레이무의 최후의 조르기였다.

 물론 들어주지 않았다.

 

 레이무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다.

 레이무는 "규엣" 하고 이상한 비명을 질렀다.

 리본도 함께 잡아 뜯어 갈기갈기 찢었더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새된 목소리로 절규했다.

"리본쒸, 레이부에 리본쒸"라고 펑펑 울었다.

 

"뭘 잘못했는지 알았어?"라고 물었다.

 레이무는 줄줄 눈물을 눈물을 흘리며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육 매뉴얼에는 이렇게 써 있다.

 

~윳쿠리가 나쁜 짓을 했을 경우~

 

1 부속된 윳초리로 오로지 아프게 합시다(대꼬챙이나 펜치 등, 가정에 있는 도구를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2 바로 "미안해요"라고 하지만 결코 거기서 용서해서는 안됩니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확인합시다.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으면 1단계로 돌아가십시오.

3 제대로 죄를 자각할 때까지 절대로 용서하지 마십시오. 먹이를 주지 않고, 어두운 방에 가두는 등, 나쁜 짓을 했다고 확실히 알게 해 주십시오.

※ 도저히 혼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지능이 그 정도라는 것입니다. 처분하고 다른 윳쿠리를 기르는 것을 권장합니다.

 

 나는 1단계와 2단계를 마음을 비우고 반복했다.

 수십 번 수백 번 폭행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레이무를 때리고, 발로 차고, 짓밟고, 꼬집고, 뜯어냈다.

 

 남은 이빨들도 비틀어 뽑아냈다. 구레나룻을 뽑았다. 속눈썹을 눈꺼풀째로 지졌다.

 여성기에 나무 젓가락을 찔렀다. 항문에도 나무 젓가락을 꽂아서 마구 휘저었다.

 줄기가 나 있던 이마의 피부를 태웠다. 텅 빈 안와를 아가야의 시체로 채웠다.

 이빨 빠진 잇몸에 압정을 꽂았다. 입안에 후추와 와사비와 소금을 넣고 입술을 스테이플러로 박았다.

 드라이버로 온몸에 구멍을 냈다. 구멍에 돌멩이를 채웠다. 그대로 높은 곳에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남은 쪽 눈에 시침핀을 꽂았다. 바퀴벌레 약을 온몸에 뿌렸다. 입술의 스테이플러 심을 힘주어 뜯어냈다.

 

 그렇게까지 해도, 역시 레이무는 죄를 자각 할 수 없었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져서 팥소 투성이가 되어, 레이무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느… 느…"라고 신음하면서, 조금씩 떨기만 하는 레이무를 방치하고 마리사의 시체를 정원에 묻었다.

 

 방으로 돌아오니 레이무는 방치된 상태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때때로 "미안해요…"라고 하는 쉰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밥도 주지 않았다.

 나는 레이무를 오로지 무시하고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오랜만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하고, 혼자 잤다.

 

 

 

<6 월 19 일>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가니, 레이무는 아직 살아 있었다.

 몸이 발치부터 거무스름해지기 시작했고 곧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레이무는 한쪽만 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언니야"라고 불렀다.

 말없이 내려다보자, 레이무는 "미안해요…"라고 중얼거렸다.

 

"뭘 잘못했는지 알았어?"라고 되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마지막이고, 모처럼이니까 설명해 주었다.

 레이무가 한 나쁜 일에 대해서.

 

 2번에 걸쳐 기억을 고쳐 써서 내가 한 말을 지어낸 것.

 분부를 어기고 멋대로 아가야를 만든 것.

 게다가 남편인 마리사를 죽인 것.

 그것들에 대해 적반하장이고, 죄를 자각하지 않는 것.

 

 레이무는 또 "미안해요"라고 약하게 말했다.

 나는 단호하게 "용서 못해"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정말 좋아했어"라고 전했다.

 내 진심이었다.

 

 레이무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는 기색이 느껴졌다.

 레이무의 떨림이 멈추고 온몸이 검게 물들었다.

 

 

 죽은 레이무를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창가의 코너, 수건으로 만든 침대, 레이무용 접시, 수제 캐리어, 좋아했던 구슬,

 레이무가 쓰던 모든 것을, 전부 정리해 쓰레기 봉투에 넣고, 쓰레기장으로 옮겼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안심한 듯한, 슬픈 듯한, 괴로운 듯한, 허무한 듯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내 윳쿠리 사육 생활은 막을 내렸다.

 

 레이무를 잡은 친구는 또 새 윳쿠리를 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윳쿠리와의 관계에 대해 딱 잘라 생각하는 타입이다.

 솔직하고 귀여울 때는 사랑해주고, 건방져지면 처분한다.

 그것이 윳쿠리를 올바르게 가지고 노는 방법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이제 윳쿠리를 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일회용 장난감으로 즐기기에 윳쿠리는 섬뜩하다

 인간을 흉내낸 듯한 얼굴을 하고 인간이 하는 말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주제에,

 가치관도 윤리관도 너무 유치하고 엉망진창이라서…

 아무래도 아니지만, 알아들을 자신이 없다.

 

 윳쿠리 말야?

 

 지금은 그저 기분 나쁘다.

 

 

 

 

-

 

 

 

 

오늘 확진자 수가 950명이었고, 3단계 격상도 머지않은 것 같네요.

모두 느긋하게 몸조심하세요.

  • ?
    느피피 2020.12.12 20:08
    최근작이라는 느낌이 나서 좋네요...

    확실히 저런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건 이래저래 힘들거같네요

    으으... 그래도 나라면 아주 만족하면서 기를수 있을텐데
  • ?
    먹으세요 2020.12.12 21:44
    행보옥~ 한달 반이나 착한아이로 있었네 ㄷㄷ
  • ?
    사이다의꿈 2020.12.13 04:50
    멋진 내용이네요. 언니야는 무의식이라도 이렇게 될 줄 알았나...
  • ?
    NOssok 2020.12.13 17:04
    언니야갸 안타깝네요... 근데 학대쪽에도 재능이 엄청난거같은데ㄷㄷ 최근 사태에 맞춘 글이라 더 현실적으로 읽혀지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 ?
    윳큐리사랑 2020.12.17 06:02
    코로나 이야기 보니 최근 작이네요 아직도 윳쿠리 물이 올라와서 기쁩니다.
  • ?
    그랜드허슬 2020.12.17 14:32
    좋다 최근작!
  • ?
    Tuf 2020.12.18 11:58
    코로나 사태가 반영된 최신 작품이라니 도시파적이네요 감사합니다!
  • ?
    alarm 2025.04.03 18:33
    서서히 긴장감을 높여가는 전개방식이라던가 한꼬집 첨가된 싸이코패스 호러느낌이나 그걸 살려내는 맛깔나는 번역까지 보기드문 수작이네요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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